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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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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의 역사와 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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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 중국티베트어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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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명칭3. 정의4. 영향력5. 국가별 역사
5.1. 중국5.2. 한국5.3. 베트남5.4. 일본5.5. 현대
6. 접근성7. 문체의 다양성
7.1. 한문 문체의 갈래
8. 한문과 현대 중국어의 관계9. 연구10. 문법11. 들어보기12. 기타13. 관련 문서14.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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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한문(漢文)은 중국티베트어족 상고한어를 바탕으로하여 한자로 기록되는 문자 언어이다. 즉 한문은 상고한어의 글말이다.

근현대까지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교량어(bridge language) 역할을 담당했다. 표준 중국어를 비롯한 현대의 중국어군 언어들과는 차이가 크므로, 중국어 원어민이라고 해도 별도로 배우지 않으면 해석하지 못한다. 또한, 한문은 긴 시간에 걸쳐 변화가 있었기에 당대 상고한어와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사서(四書) 따위의 상고한어라 하더라도, 오랜 세월 동안 쓰이며 그에 따른 새로운 단어와 문체 또한 생겨났기에 완전히 동일하게 볼 수 없다. 예시로 피휘로 인한 어휘 변화는 엄밀한 의미의 상고한어는 아니다.

2. 명칭

각 나라마다 한문의 지칭이 조금씩 다르다. 중화권에서는 고문([ruby(古文, ruby=ㄍㄨˇ ㄨㄣˊ)], gǔwén) 혹은 문언문([ruby(文言文, ruby=ㄨㄣˊ ㄧㄢˊ ㄨㄣˊ)], wényánwén)이라 부르고, 베트남 역시 고문([ruby(古文, ruby=cổ văn)]) 또는 문언([ruby(文言, ruby=văn ngôn)])으로 표현한다. 한국에서는 한문(漢文)이라 부르며, 일본에서도 한문([ruby(漢文, ruby=かんぶん)])이라 한다. 영어는 고전 중국어(Classical Chinese)라 일컫는다.

가끔 한자와 한문을 동의어 취급하지만, 한자는 문자이고 한문은 그 문자를 모아서 쓴 문장, 텍스트이므로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한글은 대부분 읽고 쓰지만, 한국어를 숙달하는 데에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것과 같다. 한자는 아는데 한문은 모르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자를 중국어 어순에 따라 나열한다고 반드시 한문이 되지는 않는다.

한문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한자를 상고한어 시기의 어순과 문법에 따라 나열해야 한다. 중국어는 예나 지금이나 대표적인 고립어이므로, 한자를 상고한어의 문법에 기초해 정확히 배치했다면 일단 '한문'이라는 최소한의 기준에 부합한다. 그러나 이를 정확히 나열하고, 그렇게 작성된 문장을 해석할 수 있더라도 그게 끝이 아니다.

한자 문화권의 지식인들은 전고(典故)라 하여 고서의 글귀를 인용하여 문장을 만들었다. 특히 격식을 차리는 문서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따라서 옛 서적을 두루 섭렵하지 않으면 대강의 뜻이야 얼추 알 수 있지만, 정확한 사정은 모르므로 깊은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완전히 엉뚱하게 해석할 수 있다.

관용어의 대부분이 이러한 전고에 기반하는데, 관용어들은 한자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뜻만으로는 의미를 정확히 해석할 수 없다. 거기다 한문은 보조적으로 쓰는 한자일수록 용례가 다양한 경우가 대체로 많다. 오늘날에는 이런 역할을 하는 한자를 허사(虛辭)라고 부르는데, 한문이 유독 어려운 이유는 잘 쓰지 않는 벽자가 아닌 허사에 있다. 아예 허사의 뜻과 용례만 모아 풀이한 사전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또한 허사가 아니어도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글자는 미처 생각지 못한 용례도 많다.

한자 하나에 여러 뜻이 있는 경우는 아주 흔하고, 반대로 다른 한자가 비슷한 뜻을 가진 경우도 많다. 완전히 같다면 좋겠지만, 큰 틀은 같아도 구체적으로 가리키는 바가 달라 구분해서 써야 하는 글자들도 있다.[3]

한문은 명백히 하나의 언어이다. 알파벳으로 단순히 라틴어 단어를 나열한다고 라틴어 문장이 되지 않듯이, 한자로 쓰인 서문이 모두 한문은 아니다.[4]

3. 정의

자연적으로 발생한 모든 언어가 그러하였듯이, 중국어 또한 상고 시대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특히 구어(입말)는 끊임없이 바뀌는데 이를 그대로 서면어에 반영할 경우, 서로 다른 시대에 기록된 문헌들을 해석하기가 어려워지고 문체가 통일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한문은 특정시대의 중국어 문법에 따른 문체를 서면어(글말)로 고정하여, 입말의 변화와는 무관하게[5] 후대까지 이용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문의 전범이 되는 텍스트에는 고대 중국어의 모든 문헌이 포함되지는 않는다. 주로 춘추전국시대 ~ 한대에 형성된 문헌들을 모범으로 하는데, 특히 ≪맹자(孟子)≫, ≪좌전(左傳)≫, ≪사기(史記)≫, ≪한서(漢書)≫ 등에서 확립된 문어체 격식[6][7]은 이후의 서면어에 강력한 영향을 남겼다. 오늘날 한문의 문체는 기본적으로 이들 문헌에서 사용되었던 언어 형식과 유사하다.

일반인은 '한문'의 범위를 굉장히 넓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한 한문의 정의는 '1. 중국 고전의 문장', 혹은 '2. 한자만으로 쓰인 문장이나 문학'이다. 표준국어대사전 정의 2번을 기준으로 하면 아래의 모든 제시문은 한문으로 볼 수 있다.
1二人幷誓記。天前誓。今自三年以後,忠道執持,過失无誓。두 사람이 함께 맹세해 기록한다. 하늘 앞에 맹세한다. 지금부터 3년 이후에 충도를 집지하고 허물이 없기를 맹세한다.
2那座山正當頂上,有一塊仙石。其石有三丈六尺五寸高,有二丈四尺圍圓。그 산 꼭대기에는 신묘한 돌덩이 하나가 있는데, 높이는 3장 6척 5촌이요, 둘레는 2장 4척이다.
3桃之夭夭,灼灼其華,之子于歸,宜其室家。무성한 복숭아는, 붉은 꽃이 화사하구나, 시집가는 아씨는, 집안을 화목하게 하리라.
4南原有梁生者,早喪父母,未有妻室,獨居萬福寺之東。남원에 양생이란 이가 있었는데,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아내도 갖지 못하여, 홀로 만복사의 동쪽에 살았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 정의 1번을 따르면 위의 제시문들 모두가 한문인 것은 아니다. 차례대로 살펴보자면,
  • 1번 제시문(임신서기석)은 일명 '서기체'라고 하여 한자를 한국어 어순대로 나열한 것이다.
  • 2번 제시문(서유기)은 16세기 명나라에서 사용했던 중국어(관화) 입말을 반영한 글로, 이를 백화문이라고 한다.
  • 3번 제시문(시경)은 주나라(서주) 때 쓰여진 시로, 춘추전국시대 때 정립된 "한문"보다 더 이른 시기의 문법이 반영되었다. 그래서 '之子于歸'와 같은 난해한 표현들을 확인할 수 있다.
  • 4번 제시문(금오신화만복사저포기)은 조선 시대 전기(15세기)에 지어진 한국 작품이지만, 소위 '한문'이라고 하는 언어의 문법을 준수하여 지어졌다.

이처럼 '한문'이란 단어가 넓게 쓰이기 때문에, 학자들은 본 항목에서 설명하는 한문, 즉 상고한어(고대 중국어)의 문법에 따라 쓰는 글말을 정격한문(正格漢文), 그리고 한자로 쓰였지만 정격한문이 아닌 이외의 글들은 변격한문(變格漢文)이라고 구분하여 지칭하기도 한다. 한국의 서기체나 이두, 일본의 서면투 글말은 당연히 변격한문이고, 넓게 보면 중국의 백화문 역시 변격한문이다.

4. 영향력

한문은 구어 중심의 문자 정책의 일환으로 지금은 비록 사어가 됐지만, 한중일 모두 교과목으로 배정돼 있을 만큼 그 영향력은 여전하다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국어와 별개로 한문 교과가 편성돼 있으며[8], 중국에서는 중학교 과정(初级中学)부터 '문언문(文言文)'이란 이름으로, 한국국어 과목 격인 '어문(语文)'과 별개로 배운다.[9] 다만 일본에서 한문은 '국어(일본어)' 교육 과정의 일부로 포함되었다.

한자문화권에서 한문은 남아시아산스크리트어, 유럽고전 그리스어라틴어가 지닌 위상과 같다. 대승불교에서 한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가톨릭 문화권에서 라틴어가 차지하는 것과 견줄 수 있다. 성경 히브리어, 코이네 그리스어 / 불경 산스크리트어, 팔리어와 같은 경전들의 원어이기 때문이다.

유럽 상당수 국가들이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 및 문장을 격식체와 문어체로 사용하는 것처럼, 현대 한자문화권 국가들의 문어체가 한자어와 옛스러운 어투로 이루어진 것 역시 현대 한자문화권 언어 상당수가 한문에서 영향을 깊게 받았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영향으로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한자문화권 국가에서는 국가 공문서 및 발표 등에서 한문의 영향을 받은 단어나 문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10][11] 또한 사자성어는 오늘날 입말에도 쓰인다.

5. 국가별 역사

5.1. 중국

선진 시대 중국어는 글말입말이 별로 차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현전하는 문헌 중에서 갑골문이나 ≪시경≫, ≪서경≫과 같은 매우 오래된 문헌들은 일반적인 한문 문체와 아주 다르고 춘추전국 시대와도 차이가 많다. 춘추전국 시대를 지나 한대에 들어서면 ≪사기≫ 같은 고전에서도 "A는 B이다"를 "A(者)B也"로 기록하지 않고[12] 구어대로 "A是B"(현대 관화에서도 쓰이는 표현)라고 쓴 기록이 간혹 보이는 등 문어와 구어에 차이가 나기 시작하는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고대에는 종이가 아직 없었기 때문에 죽간에 글을 써야 했는데, 구어를 그대로 적으면 필요한 죽간의 부피가 너무 커지므로 보관하거나 옮기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될 수 있으면 글자 수를 적게 쓰려고 노력했으므로 구어에서 생략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것이 고전 한문의 독특한 함축성을 만들었다. 따라서 당시 서면어도 직접 말로 쓰는 구어와 어휘는 비슷했겠지만, 확실히 문법적으로 일치하지는 않았다. 이는 전보, 통신체와 입말의 차이와도 비슷하다.

한문은 한(漢)대 이후 점차 입말이 구분되기 시작하였고 당(唐)대가 되면 문어체인 한문과 입말이 완전히 분리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나라 이후로 구어를 반영한 백화문 문헌과 정격한문으로 작성된 문헌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입말과 분리된 이후에는 한문은 입말로 사용함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순수한 서면어가 되었기 때문에, 한문을 그대로 읽으면 아무리 중국인이라 해도 의미를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시씨식사사 같은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공(朝貢), 책봉(冊封) 체제를 중심으로 중국의 문화가 동아시아를 석권하자, 한문은 그야말로 동아시아와 베트남 등지의 확고부동한 서면 공통어가 되었을뿐더러, 구어로는 현재까지 도저히 같은 언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중국 내 여러 방언 지역들을 한 공동체로 묶는 역할을 수행했으므로 전근대 동아시아 역사에서 한문이 수행한 역할은 대단히 크다.

5.2. 한국

대한민국 이전의 역대 왕조들에서 서면언어는 한문이 절대적이었다. 즉 구어는 한국어 계열의 언어를 쓰면서 서면언어는 한문을 쓰는 일종의 양층 언어 상태가 유사이래 계속 이어져 왔다.

삼국시대의 주역들인 고구려, 백제, 신라 모두 한문을 이용하여 자국의 역사를 기록했으며 이 중 신라는 이두향찰처럼 한자를 한국어 문법에 맞춰 쓰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고려 시대에 이르면 중국 황실들처럼 실록을 편찬하기 시작하며 한국 고대사의 대표적인 사료인 삼국사기, 삼국유사 역시 고려시대에 편찬됐다.

조선 시대로 넘어오면서 유교가 국시, 국교로 격상되었고 유학과 한문학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지배층에게 요구되며 한반도 지배층의 한문학에 대한 이해도는 한층 더 완숙해진다. 이로써 개인의 문집, 소설, 야담, 기타 저술부터 시작하여 실록같은 국가 단위의 기록 문화가 풍성해지고 정교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5.3. 베트남

베트남중국의 영향을 받는 정도를 떠나 상당히 오랜 세월동안 중국의 직할령으로서 존재했기 때문에 근대 이전까지 베트남 왕조들은 공문서와 사서에 한문을 보편적으로 썼다.

또한 베트남 고유의 한자라고 할 수 있는 쯔놈이 발명되기도 했는데, 이 글자들은 베트남어의 고유어를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한자의 형성 원리를 그대로 응용했다.

5.4. 일본

위 국가들과는 다소 결이 다른다. 황실, 막부의 법령이나 공문에 한문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고 지배층의 일부가 한문학, 한시를 즐기기도 했지만 관공서에서 대체로 한문을 전용했던 나라들과 달리 일본어의 어순에 맞춘 '한문투'의 서면 언어가 에도 시대 말까지 사용되었다.

물론 근대 이전까지 한문이 중요한 소양으로 취급됐던 점은 다른 나라와 유사하며 일례로 일본의 국민 문학가 나쓰메 소세키는 일찍이 한문학에 도취했는데 '소설보다는 한시로 이름을 날리고 싶었다'라는 발언을 한것으로 알려져있다.

5.5. 현대

오늘날에는 한문이 동아시아의 교량어 혹은 서면어로서 사용되는 일은 없고, 그저 사학자나 서예가들의 소양, 또는 고문헌을 읽고자 하는 아마추어들의 취미가 된 정도이다. 그러나 한문이 각국 언어에 미친 영향력은 엄청나서, 한문에서 유래한 어휘나 표현들이 여전히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6. 접근성

한문은 현대의 한국인이 학습하기 어려운 점이 많은데, 그중 몇 가지를 추리면 아래와 같다.
  1. 수많은 암기
중국일본에서는 한자가 실생활에서 일상적으로 쓰인다. 현대 한국에서 한자는 비록 보조적으로 쓰이지만 한자어가 어휘의 5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거니와[13] 한자문화권에 속하므로, 중일만큼은 아니어도 인지도는 분명히 있다. 현대의 한국인들 중에는 한글 전용으로 한자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적/언어적 기반이 전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는 한문을 배우기에 분명히 유리한 입장이다.

한자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중일에서도 사용하는 글자를 제한하고(상용한자) 간략화(간체자, 신자체)했다. 하지만 중국인과 일본인들 역시 사람인지라 까먹는 경우가 많은 데다, 한문은 수준이 높을수록 벽자가 심심치 않게 나오므로 더욱 더 어려운 언어가 되고 만다. 그러니 한자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중국인이나 일본인이라고 해도 한문을 제대로 습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비한자문화권 사람들이 한문을 배우려 한다면 최소한의 문화적/언어적 이점도 없이 시작하므로, 기본적인 어휘만 수천 개에 달하는 한자를 외우기가 한중일 사람들보다 훨씬 어렵다. 초심자가 곧바로 중~고급 영역으로 진입하는 셈. 영어 혹은 프랑스어 같은 서양언어들 역시 쉽다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문자를 익힌다는 점에서는 그림이나 마찬가지인 한자에 비할 바가 아니다. 비한자문화권 사람들은 본 항목에서 설명하는 정격한문은 고사하고, 현대 표준중국어나 일본어를 익히기조차도 훨씬 어려워한다.
1.#2 대중적인 사전의 부재
흔히 네이버 따위에서 제공하는 한자사전은 한문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 뜻만 나열했을 뿐 예문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 한자사전은 제시하긴 하지만 원문만 실었으므로 초심자는 원문의 뜻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종이 사전을 살펴보더라도, 지금까지 출간된 대다수 한한사전 역시 원문만 싣는 경우가 많아 한문에 식견이 있는 사람들도 요긴하게 쓰기가 어렵다. 또한 종이 사전을 사용하려면 일일이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거니와, 낱말의 의미와 용법이 너무 많아 그 쓰임을 전부 싣지는 못한다. 그래서 분량을 줄이고자 주된 의미와 용법을 간략하게 실은 사전이 대부분이라 원문을 보고 단번에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언어 학습의 알파요 오메가인 사전이 이 모양이니 배우기가 더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단점을 극복한 우리말 한자사전이 있는데 단국대학교에서 2008년에 완간한 <한한대사전(漢韓大辭典)>으로, 단국대에서 30년 이상에 걸쳐 만든 수준급 한자사전이다. 문제는 전문가용이라 예문을 일일이 번역하지 않았다는 점과[14] 양이 많고 가격도 비싸서 대다수 일반인들더러 사용하라고 권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화 이후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될 예정이라 그 후에는 한결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 사이트를 참고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만들었다 싶은 한한사전은 대부분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15] 본인이 중국어나 일본어에 문외한이라면 당연히 무용지물인데, 이 역시 예문을 번역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바이두 백과 역시 강희자전이나 현대에 발간된 자전들을 그대로 발췌한 형태가 많아 대부분 원문의 형태를 따른다. 더구나 중국의 자전이나 사이트는 중국 고전 백화문[16]의 쓰임까지 다루기에 효율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1. 무수한 용례
, , , , 등 글자가 대표적이다. 이런 글자들은 문리(文理)가 트여야 문맥에 맞춰 해석할 수 있는데, 보통의 사전만으로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그런데 한문 텍스트에는 자주 쓰이는 낱말이라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단, 낱말의 뜻이 매우 다양해 혼동하는 것은 한문만이 아니라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가차, 통가자되는 경우가 빈번해 해석의 어려움을 준다.[17]
  1. 매체의 소멸
오늘날 화자가 사라진 고대 언어라 한문은 옛 문헌만으로 접해야 한다. 이는 현대 언어들보다 배우기 어렵게 하는 중요한 장애요인이다. 흔히 외국어를 습득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자주 쓰는 단어, 문법, 숙어 등을 암기한 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수준을 높이거나 드라마와 영화에서 특정 상황, 분위기, 연출 등 전반적인 묘사로 해당 단어가 실제 언어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체득한다.
하지만 한문은 글말로만 쓰이다가 20세기 초에 사어가 된 뒤 이런 매체가 전무하다. 가장 많이 접하는 한문 매체는 논어와 맹자 같은 유교 경전이나 사기자치통감 같은 사서(史書)뿐이다. 한문에는 관심은 있어도 이런 내용에 관심이 없거나 부분적으로 있다면[18] 학습에 지장이 많다. 그리고 언급된 문헌들은 내용이 상당히 난해하고 심지어 여러 해석이 있는 경우도 있어서 주석을 단 문헌으로도 초심자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유명한 논어의 첫문장(學而時習之 不亦說乎)부터 통가자가 쓰였으며 '時習'에 여러 해석이 있다. 쉽게 쓰여진 소설이나 수필 같은 글이 없진 않지만, 이런 글을 학습용으로 따로 수집 및 편집하지 않을뿐더러 예산 문제로 번역하지 못한 것들이 산더미다.

사실 한자의 접근성이 가장 좋은 중국인조차도 사전지식 없이 한문을 읽으려면 낑낑대는 판국인데, 하물며 한국인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7. 문체의 다양성

한문은 시대에 따른 언어 변화가 반영되었기 때문에, 각 시대의 한문 문장을 보면 어느 정도는 시대성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A는 B이다'라는 문장은 전국시대 이전의 고문헌에선 A惟BㆍA唯BㆍA維BㆍA隹B(드묾) 등으로 표현되지만, 고전 한문기에 접어들면 점차 AB也ㆍA者B也ㆍA爲B 등으로 대체되고, 한대 이후의 문헌에선 현대 중국어에서도 쓰이는 A是B마저 나타난다.

한문의 문체는 이렇게 텍스트 내용에 따라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시대마다, 중국·한국·일본·베트남 등 지역마다 어휘나 문체가 약간씩 다르다. 한국식 한문은 措備(조비: 조처하여 마련하다), 分給(분급: 나누어 주다), 發明(발명하다) 등 한국식 복합동사가 두드러졌다. 또한 아무리 한문에 익숙한 사대부라도 처음에는 한국어 어순의 이두를 사용해서 초고를 썼다가 글을 다듬으면서 정격한문 표현으로 수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19] 일본식 한문은 일부 고정된 표현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일본어 어순을 그대로 따른 변칙적인 서면어(候文 소로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래 태정관 지령의 품의서를 살펴보자.
伺之趣御聞置,左之通御指令相成可然哉,此段相伺候也[20][음독]
"품의 취지(趣旨)를 들은 바, 왼쪽대로(다음과 같이) 지령을 내려도 되는지, 이를 품의하나이다."
즉, 한문 문체를 정밀히 분석하면 저자의 시대나 국적까지 파악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피휘를 살펴보는 것으로, 피휘당한 문자만 추적해도 문체와 상관없이 어느 정도 저술시기의 윤곽이 잡힐 정도이다. 예를 들면 어떤 기록에는 백성을 뜻하는 글자를 민(民) 대신 인(人)으로, 당나라 때의 사기 필사본에서는 세가를 세(世) 대신 계(係)로 쓴 경우가 있다. 이는 당 태종의 이름이 이세민(李世民)이기 때문에 民 자를 휘하여 人으로, 世 자를 휘하여 係 자로 쓴 것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당나라 시기에 쓰인 기록임을 확인할 수 있다. 청대 고증학이 밝혀낸 많은 위서들(대표적으로 육도삼략)은 바로 이런 한문의 시대적 특징을 이용한 것이다.

또한 유가 경전 계통의 한문과 불경 계통의 한문 사이에 언어적으로 다른 점들이 있기 때문에 전형적인 유가 경전이나 불경만 보던 사람들은 다른 계통의 한문 문체를 처음 접하면 해석에 꽤 어려움을 겪는다. 반야심경만 봐도 감이 좋은 사람은 평범한 한문과 어딘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불교 한문은 제자백가 계통의 한문과 달리 암송에 편하도록 글자 수를 일정한 틀에 맞추고 2절 이상으로 구성된 긴 노래의 가사처럼 비슷한 표현을 계속 반복한다. 그래서 운문 성격이 강하지만 문자로 기록할 경우에는 유가 경전에 비해 문장의 압축성은 덜하다. 여기에 위진남북조 시대입말 표현들이 섞였기 때문에, 전형적인 문자기록용 문체인 유가 경전으로만 한문을 익혔다면 문체와 어휘의 차이 때문에 해석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한문으로 글을 쓸 때는 미리 온갖 고전의 용례를 읽어둔 뒤 이를 바탕으로 문체를 가다듬었기 때문에, 통사 구조와 어휘 선택만 보고도 상대방이 읽어온 책의 종류[22]나 교양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 유교를 국시로 삼은 지배층은 춘추전국시대~당송 시대까지의 문체는 그럭저럭 용인해 주었지만, 가급적 사서삼경에 기반한 문체를 사용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주체는 언제나 저마다 자기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었다. 따라서 아무리 상고한어 시절의 문법을 준수하여 쓰는 정격한문이라고 하더라도 글쓴이가 사람인 이상 시대와 지역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한문을 배우는 식자층도 자기 살던 시대와 사회의 영향을 어느 정도는 받음은 필연이었다. 이는 훗날 조선에서 문체반정의 배경이 되었다.

7.1. 한문 문체의 갈래

다양한 분류 방법이 있으나, 청나라 학자 요내(姚鼐)가 정리한 13가지 분류가 큰 틀에서 흔히 통용된다. 참고1 참고2 참고3
  • 논변류(論辨類): 논지를 펼치는 글. 논문이나 논설문과 비슷하다.
    • 논(論)
    • 변(辨)
    • 설(說)
    • 의(議)
    • 해(解)
    • 난(難)
    • 석(釋)
    • 원(原)
    • 유(喩)
    • 대문(對問)
    • 사론(史論)
  • 서발류(序跋類): 저작을 소개하고 평가하는 글. 서문이나 후기에 대응된다.
    • 서(序)
    • 서(敍)
    • 후서(後敍)
    • 서록(敍錄)
    • 발(跋)
    • 서발(書跋)
    • 제(題)
    • 제사(題辭)
    • 제후(題後)
    • 서후(書後)
    • 인(引)
    • 소서(小序)
    • 예언(例言)
  • 주의류(奏議類):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
    • 주(奏): 죄과를 고할 때 쓰는 것.
    • 소(疏)
    • 상소(上疏)
    • 장(章): 감사를 표할 때 쓰는 것.
    • 표(表): 제언을 올릴 때 쓰는 것.
    • 상표(上表)
    • 상서(上書)
    • 의(議): 이의를 청할 때 쓰는 것.
    • 차(箚)
    • 차자(箚子)
    • 방자
    • 책(策)
    • 대책(對策)
    • 노포(露布)
    • 탄사(彈事)
    • 탄주(彈奏)
    • 주기(奏記)
  • 서독류(書牘類)[23]: 의례적인 문구를 넣어 예를 차린 사적인 글.
    • 서(書)
    • 독(牘)
    • 간(簡)
    • 찰(札)
    • 첩(帖
    • 계(啓)
    • 이문(移文)
    • 격(檄)
  • 증서류(贈序類): 송별할 때 써 주는 글.
    • 송서(送序)
    • 증서(贈序)
    • 인(引)
    • 수서(壽序)
  • 조령류(詔令類):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내리는 글.
    • 조(詔)
    • 영(令): 왕후나 세자가 내린 것.
    • 고(誥)
    • 서(誓)
    • 제(制)
    • 명(命)
    • 칙(勅)
    • 유(諭)
    • 책(冊)
    • 교(敎): 왕이 내린 것.
    • 격(檄)
    • 새서(璽書)
    • 어찰(御札)
    • 사문(赦文)
  • 전장류(傳狀類): 인물의 행적을 기록한 글.
    • 전(傳)
    • 사전(史傳)
    • 가전(家傳)
    • 별전(別傳)
    • 외전(外傳)
    • 소전(小傳)
    • 행장(行狀): 가까운 사람이 좋은 말과 행동을 기록한 것.
    • 사략(事略)
    • 내전(內傳)
    • 보전(補傳)
    • 세가(世家): 제후에 대해 기록한 것.
    • 실록(實錄)
  • 비지류(碑誌類): 비석에 새기는 글.
    • 비문(碑文)
    • 신도비(神道碑)
    • 신도표(神道表)
    • 묘비(墓碑): 묘비에 새기는 것.
    • 묘표(墓表)
    • 묘지(墓誌): 묘에 함께 묻는 것.
    • 영표(靈表)
    • 묘갈(墓碣)
    • 광지(壙誌)
    • 천표(阡表)
  • 잡기류(雜記類): 크고 작은 일을 기념하여 적는 글. 수필과 기행문을 포함한다.
    • 기(記): 사건의 진행을 기록한 것.
    • 기사(紀事)
    • 유기(遊記)
    • 화기(畵記)
    • 지(志)
    • 지술(誌述)
  • 잠명류(箴名類): 스스로 경계하고 다스리고자 쓴 글.
    • 잠(箴)
    • 명(銘)
    • 계(戒)
    • 훈(訓)
    • 규(規)
    • 영(令)
    • 고(誥)
  • 송찬류(頌贊類): 운문체로 특정 대상을 찬양하는 글.
    • 송(頌): 공적을 기리는 것.
    • 찬(贊)
    • 부명(符命)
    • 치어(致語)
  • 사부류(辭賦類): 일정한 형식과 대구법이 존재하는 운문체의 글.
    • 시(詩)
    • 부(賦)
    • 사(詞)
    • 사(辭)
    • 소(騷)
    • 연주(連珠)
    • 게(偈)
  • 애제류(哀祭類): 고인의 넋을 기리는 글.
    • 뇌(誄): 생시의 덕행을 열거하며 칭찬하는 것.
    • 축(祝)
    • 석전문(釋奠文)
    • 상량문(上樑文)
    • 기(祈)
    • 사(謝)
    • 탄식문(歎息文)
    • 재사(齋詞)
    • 원문(願文)
    • 초사(醮辭)
    • 관사(冠辭)
    • 새문(賽文)
    • 찬향문(贊響文)
    • 맹문(盟文)
    • 서문(誓文)
    • 청사(靑詞)

8. 한문과 현대 중국어의 관계

한문은 상고한어 글말이므로, 엄밀하게 말해서 한문은 표준 중국어(보통화)와 함께 중국어의 하위 분류이다. 즉 "한문은 중국어가 아니다"보다는 중국어⊃한문이다. 다만 한국에서 '중국어'라 하면[24] 십중팔구 표준 중국어(보통화)를 일컬으므로, 실질적으론 "한문과 중국어는 다르다" 해도 큰 오류까진 아니다.

한문은 지금으로부터 2천여 년 전 중국어(상고한어)를 토대로 한 서면어(문어)이지만, 오늘날에 중국에서 통용되는 표준 중국어는 베이징 방언을 기반으로 성립되었다. 이 때문에 한문과 오늘날의 표준중국어는 문법이나 어휘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너 어디 가냐?'는 중국어(표준 중국어)로는 '你去哪里'[25]이지만 한문으로는 '汝何往乎'이다. 더 고어형으로는 '奚之'라는 표현도 쓰였다.[26]

오늘날 표준중국어와 한문의 차이점의 일부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2인칭 대명사로 표준중국어에서는 你를 쓰지만 한문에서는 爾나 汝 등을 쓴다. 역사적으로 你가 爾에서 파생된 표현이긴 한데, 한문에서는 구어(口語)적 표현으로 취급하여 안 쓴다.
  • '가다'라는 기본 동사로 표준중국어에서는 주로 去를 쓰지만 한문에서는 주로 往이나 行을 쓴다. 한문에서 去는 '떠나다', '떨어져 있다'라는 뉘앙스가 강하고, 표준중국어에서 往은 '향하다'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 한문에서 何는 그 자체로 '무엇', '어디', '어째서', '어느'까지 커버할 수 있지만 표준중국어의 哪는 그만큼 용법이 다양하지 못하다.
  • 중국어는 문장 구조가 주어+서술어+목적어(SVO)이지만, 한문에서는 의문대명사가 목적어에 해당할 경우 그 의문사가 서술어보다 앞에 온다.
  • 중국어는 위의 어순을 충실히 따르지만 한문은 之, 是 등의 어조사를 이용하여 어순을 바꾸기가 비교적 자유롭다. 예: 寡君其罪之恐(☞ 우리 군주는 그 죄를 두려워하는데~) 何難之有?(☞ 무슨 어려움이 있는가?)[27]
  • 중국어는 웬만해선 의문대명사와 의문어기사가 같이 올 수 없으나, 한문은 가능하다.
  • 한문은 대다수의 어휘가 한 글자, 즉 단음절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한 글자=한 단어로 보고 해석하면 된다. 그러나 중국어는 두 음절 이상인 어휘가 훨씬 많기 때문에 한문 해석하듯이 풀이할 수 없다. 이는 표준중국어 자체가 문어와 구어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여, 한 음절로만 어휘가 구성될 경우 동음이의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말을 할 때 알아듣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28] 더군다나 표준중국어는 광동어나 객가어 등 방언에 비해 성조와 발음 구성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동음이의어가 더 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문은 문법적 기능만을 가진 글자가 거의 없고 있어도 잘 쓰지 않는 반면, 현대 중국어는 입말을 그대로 옮겨 적는 백화문의 전통을 따라 문법적인 기능만을 가진 단어나 형태소를 표기할 때 새로 한자를 만들거나 기존 한자에서 빌려 와 표기하였다.[29] 때문에 문법적 기능을 하는 글자들을 구체적인 의미를 지닌 글자로 잘못 해석하거나[30] 반대로 전통적인 훈(訓: 의미)에 매몰되어 문법적인 분석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언어적 차이도 있지만 한문을 통해 접근하는 텍스트들은 현대가 아닌 당시의 사회 문화적 배경이 전제되어 있어서 이런 언어 외적 맥락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당대의 문학, 역사, 철학에 대한 이해가 병행되어야 한다. 옛 선비들이 기본적인 유교 경전을 이해하고도 자치통감과 같은 온갖 역사서를 탐독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문과 현대 중국어가 완전히 분리된 언어는 아니므로 현대 중국어에도 한문의 흔적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 이런 흔적은 고급 중국어, 즉 전문 서적 등에서 볼 수 있는 문어체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사실 한문을 모르면 고급 중국어를 구사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현대 중국어에서 '이것'은 '这(這)'라고 하고, '그것' 또는 '저것'은 '那'라고 하지만, 고급 수준의 중국어로 올라갈수록 텍스트에서는 각각 '此'나 '其'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和', '跟', '不过(不過)' 등의 접속사도 전문 서적에서는 한문에서나 나올 법한 '及', '与(與)', '而', '且' 등의 단어로 대체된다. 중국에서 언문일치 운동이 일어나 백화문으로 구어체와 문어체가 통일된 지도 벌써 한 세기가 넘었지만, 아직도 글을 쓸 때 일반적인 단어를 쓰면 그냥 평범한 느낌, 한문 계열 단어가 많이 들어가면 격식을 차렸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그래서 중국어로 작문을 할 때 격식을 차리는 문장은 한문에 대한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에도 중국어 글쓰기를 할 때, 고사성어를 쓰거나, 고서, 한시의 싯구를 인용하면 좀 더 격이 높은 문장으로 인정해 준다.

특히 대만에서는 한문식 어투를 쓰는 경향이 중국 본토보다 더 심하다. 가령 '단지 ~만 있다'의 '只有~'를 한문투인 '徒具~'로 쓰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어투들이 구어로 쓰이기도 한다. 즉 표준 중국어에도 한문에서 온 단어나 어근이 매우 많다. 가령 '먹다'는 표준중국어로 吃[31]지만, 한문으로는 食이고, 표준중국어에서도 먹는 것과 관련된 단어에 食자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정리하자면, 한문 알면서 현대 중국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이 지긋한 한학자들이 한문으로 쓰인 사서삼경에는 능통하겠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현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는 않는다. 이건 마치 고전/교회 라틴어만 안다고 해서 토스카나 피렌체의 입말을 바탕으로 한 현재의 이탈리아어를 알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이탈리아어를 구사하면서 라틴어 문구를 추가하면 문체가 더욱 고급스러워지는 것도 동일하다. 한문이나 중국어나 한쪽을 잘 알면 다른 쪽을 배우기에 수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별로 안 하고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따라서 제대로 문헌을 읽고자 한다면 한문을 잘 아는 사람이 현대 중국어를 배우고자 할 때나, 현대 중국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이 한문을 배우고자 할 때나, 각자 상당히 공부해야만 한다. 어느 한쪽을 잘 알고 있다면 다른 쪽을 배울 때 어느 정도 수월하긴 하겠지만 종종 양자 간의 간섭마저 일어나 헷갈리게 만들기도 한다.

9. 연구

전통 한학(漢學)에는 경전을 언어학적으로[32] 엄밀하게 분석하는 전통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언어적(문법적) 분석 없이 조선시대처럼 사서삼경을 줄줄 외워야 한문에 통달한다고[33] 주장하는 한문 전문가들이 한문교육을 독점하는 현실 탓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이런 교육이 불가능한 현대에는[34] 중국 고전에 대한 현대적 연구를 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UBC 아시아학과 교수 에드윈 풀리블랭크에 따르면 '고전 중국어에는 문법이 존재하지 않으며, 선생님과 텍스트를 함께 읽어가면서 어휘들의 사전적인 의미를 종합하여 구절의 의미를 알아맞혀가는 일종의 삼투압과 같은 과정만이 이 언어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믿음'은 서구 학계에서도 널리 퍼졌었고, 고전 중국어 문법은 일종의 '밀교와도 같은 고립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다른 방법 없이 일단 사서삼경을 줄줄 외워야 한문에 통달한다는 믿음은 동양 전문가들의 문제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인제대 중국학부 교수 양세욱에 따르면 고대 중국인들은 통사론을 중심으로 하는 정형화된 문법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관심했고, 이 때문에 근대에 서구 언어학이 도입되기 전까지 표준적인 문법서가 없었던 것도 이런 믿음이 생긴 한 가지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대에는 현대 언어학에 기반을 둔 고전 중국어 문법 연구가 매우 발전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한문 전문가'도 세계 학계의 최신 성과를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35]

이 같은 인식이 나타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국어 자체의 언어적 특성에서 기인하는 바도 생각할 수 있다. 상고한어로부터 중고한어를 거쳐 현대의 중국어에 이르기까지, 중국어는 흔히 '문법'이라고 하면 떠올릴 법한 단어 변화가 딱히 없는 고립어로 맥을 이어왔다. 중국어는 고립어이기에 단어가 음가가 조금 바뀌는 정도를 제외하면(예: 不 bù/bú, 了 le/liăo, 儿 er) 형태가 바뀌지 않고, 문장 안에서 순서를 달리함으로써 품사를 바꾸거나 의미를 구체화한다.

영어는 고립어에 가깝긴 하지만, 고대 영어굴절어적 특징이 남아 인칭대명사에는 아직도 격 변화가 있고, 동사도 시제에 따라 (굴절어에 비하면 매우 단순하지만) 바뀐다. 하지만 중국어에는 이런 특징도 거의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주어진 단어를 단순히 나열해 글 짓기' 수준 외에는 문법적으로 접근할 가치가 거의 없었다. 유럽어권에서와 같은 문법론적 분석과 패턴화를 도입한 '첩경'류의 중국어 문법책이 등장함은 마건충[36]이 1898년에 출판한 《마씨문통(馬氏文通)》이 시초였다. 고전 그리스어, 라틴어인도유럽어족은 선사시절부터 굴절어였기 때문에 같은 단어를 써도 뜻하는 바에 따라 형태가 달라졌다. 의미변화가 음상적으로 구현되었기 때문에 이를 잡고 파고들기 용이했고, 결국 형태론적, 통사론적 분석과 같은 언어학적 탐구가 태동할 수 있었다.

첨언하자면, 풀리블랭크의 책은 한문의 문법적 원리들을 꽤 두껍게 정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국내 젊은 한학자들이 그보다 더 간결하게(50쪽 겨우 되는 수준으로) 정리한 한문 문법서가 시중에 유통된다. 이것을 보며 문헌들의 예문으로 문법 원리를 숙지하면 한문을 더 빨리 배울 수 있다고 본다. 풀리블랭크의 책은 수많은 고문을 통해 학문적 차원에서 정리하는 느낌이 강하여 실용적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는 데다가, 캐나다인이고 영어 모어 화자인지라 번역에서 그 한계가 느껴진다. 이것은 책을 읽어 보면 느낄 수 있다. 반면에 현대 한국어에는 한문투 표현들이 많이 배었기에 한국의 한학자들이 쓴 한문 문법서의 번역이 더 매끄럽고 이해가 쉽다.

10. 문법

한문/품사론, 한문/문장론 참조.

11. 들어보기

상고 한어 시기를 지나면 한문은 어디까지나 글말로만 사용되었다. 따라서 한문을 이루는 각 한자들을 읽는 방식은 시대와 지역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방식을 따랐고, 입말로 읽을 경우에는 서로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전근대 서유럽의 지식인들이 라틴어를 글말만이 아니라 입말로도 사용했던 것과는 다르다.


논어 낭독. (표준 중국어식 발음)


천자문 낭독. (광둥어식 발음)


이백의 시 장진주(將進酒)에 가락을 붙인 것.(대만어 발음)


반야심경 낭독. (객가어식 발음)


반야심경 낭독.(일본어식 발음, 오음) 사실 일본에선 일본식 한자음으로 한문을 읽는 일은 매우 드물다. 훈독 과정을 거쳐 일본어로 바꿔 읽는 방식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역 불경의 문체는 보통의 한문과는 차이가 커 훈독을 하기 힘들기에 불경만 음독으로 읽을 뿐이다. 애초에 불교 자체가 인도권에서 태동한 종교이고, 이를 한문으로 번역한 사람은 쿠마라지바와 200년 이후 현장이 대표적이다.


논어 낭독. (베트남어식 발음)


충격과 공포의 Let it go 한문판.(표준 중국어 발음) 물론 팬더빙이다. 대만 뉴스[37]에도 나온 적이 있다.

12. 기타

위키백과의 언어판 중 한문 위키백과도 존재한다.

중화민국 국가는 현대 중국어가 아니라 한문으로 되어 있다.

13. 관련 문서

14.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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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티베트어족|중국티베트어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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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초에 문어(文語)이므로 원어민이 없다. 입말과 글말이 상당히 일치했을 상고 한어 화자들의 후손은 오늘날에는 현대 중국어를 사용한다. 만약 아이가 태어나 한문으로 대화하는 부모에게 양육을 받더라도, 필담으로만 대화를 나누는 부모가 아니라면, 입말은 별개의 언어를 사용할 것이다. 이에 당연히 문맹도 없다.[2] L은 한문의 영어 표현 중 하나인 Literary Chinese의 첫 글자이고, ZH는 중국어의 ISO 639-1 코드인 ZH(中文, Zhōngwén)를 의미한다.[3] 상황에 따른 맥락과 관용적 표현이 있다. 즉 단순한 표의문자 글이 아니라 당대의 입말까지 반영된 언어를 배우는 셈이다. 예를 들어 은 '살다'의 뜻도 있지만 '낳다'라는 뜻도 있다. 그리고 '살다'라는 뜻의 한자는 , , , , , , , , , , 등 매우 많다. '낳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도 , , 등 다양하다. '모으다'라는 뜻을 가진 한자도 굉장히 많고 쓰임새도 각각 다르다.[4] 예를 들어, 이두와 향찰은 한국어를 한자로 표현한 것이지 한문이 아니다.[5] 입말을 그대로 글로 옮겨 적은 것은 백화문이라 하여 엄연히 한문과 구분하였다. 당대 중국인들은 백화문을 한문보다 급이 낮다고 여겼기 때문에 문서(특히 공식적인 글)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6] 공자는 이를 아언(雅言)이라고 불렀는데 하나라에서 쓰던 말투로 여겼다. 논어에서는 공자가 시를 쓰고, 정무를 보고, 예식을 집행할 때 이 말투를 썼다고 나온다. 여기서의 아언은 고대 중국에서 이러한 공적 의식에 쓰인 어휘, 발음법 등을 지칭했다.[7] 다만 위의 주석은 양백준의 ≪논어≫<술이>의 해석에 근거한 것으로 다른 견해도 존재함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주자의 해석에 근거하던 조선시대의 글을 읽을 때는 아예 다른 이야기가 된다.[8] 1950~60년대에는 한문이 국어 과목의 일부였다.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국어 과목에 한자 문제가 출제된 것과 7급 공개경쟁채용시험 국어(한문 포함) 과목에 한자 및 한문 문제가 출제된 것은 그 일환이다. 1980년대~90년대 초 학력고사 국어 과목에도 한문이 있었다.[9] 다만 중고등학교 '어문(语文)' 교과서에서도 문언문 형식의 문장을 다량으로 학습한다.[10] 현재는 상당히 줄었으나 광복 이후인 1945년~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신문의 대다수는 한문에서 유래한 문어체가 주를 이루었다.[11] 일본과 중국 역시 현 한국보다는 한문의 영향을 받은 문어체가 많이 남아있으나, 과거에 비하면 문어체를 쓰는 정도가 많이 줄어들었다.[12] 한문에서 也는 "~이다" 라는 뜻이지만, 현대 중국어에서 也는 "~도"(too)의 의미를 갖는다.[13] 70%가 한자어라는 말이 흔히 떠돌지만, 실제로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기준으로도 55.6%이며(#), 그 표준국어대사전도 한국에서 쓰지도 않는 한자어를 일본 사전에서 베껴 집어넣은게 많다고 비판받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한자어 비중은 55%보다도 더 적은 비율이라 봐야한다.[14] 너무 방대해 주석을 모두 달 수 없다.[15] 상기했듯이 주석을 단 예문이 없다.[16] 전근대 중국의 구어체를 한자로 받아적은 글투로, 본 항목에서 설명하는 정격한문이랑은 문법이나 단어의 쓰임이 많이 다르다. 홍루몽, 수호전, 삼국연의 등 소설에서 흔히 사용되었다.[17] 대표적 예로 논어의 첫 문장, 學而時習之、不亦說乎에서는 로 썼다.[18] 가령 역사에 관심이 있지만, 유교 철학은 관심이 없거나.[19] 예: 分叱不喩(뿐 아니라) → 且[20] 相(あい)은 어투를 공손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伺候는 본래 한문에서 '시중들다'라는 뜻이나 여기서는 '품의하나이다'라는 뜻으로 쓰였다.[음독] 사지취어문치, 좌지통어지령상성가연재, 차단상사후야[22] 예: 선진시대의 고전을 자주 읽는지, 당송시대의 문학과 역사서를 자주 읽는지, 저잣거리의 패관문학을 자주 읽는지 등.[23] 전국시대 유세객들의 말을 포함할 경우에는 서세류(書說類)라고도 부른다.[24] 단 영어에서는 한문을 고전 중국어(Classical Chinese)라 한다.[25] 정체자로는 你去哪裡. 그리고 你去哪儿(정: 你去哪兒)이라는 표현도 쓰이긴 하는데 베이징 지방 한정 사투리로 다른 지방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26] 해당 문장은 장자에서 찾아볼 수 있다.[27] 영어도 마찬가지로 현대 영어는 성, 수, 격의 구별이 희미해져 그 대신으로 어순이 엄격해지고 고립어처럼 되었지만 고대영어라틴어는 성, 수, 격의 구별이 엄격한 굴절어여서 어순이 자유로웠다. 중국어 역시 이러한 변천을 겪은 것.[28]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시씨식사사이다.[29] 예를 들어 현대 중국어에서 '~의'의 뜻으로 쓰이는 과녁 적(的) 등[30] 가령 한문으로 쓰인 중화민국 국가의 가사에는 咨爾多士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咨는 묻다, 자문하다의 뜻이 아니고 감탄사를 나타내기 위해 빌려 쓴 것이다. 따라서 이 구절은 '오오 그대들이여' 정도로 번역되며 중국어 위키백과의 현대 중국어 해석에서도 咨를 啊!로 번역해 놓았다.[31] 번체자로는 喫이다.[32]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33] 스승 앞에서 혹은 혼자서 경서를 '하늘천 따지' 식으로 수없이 반복해 낭독하거나 암송하면서, 텍스트의 어휘와 통사 구조가 (귀납적으로) 몸에 배게 한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까지는 이러한 공부 방식을 강(講)이라고 일컬었는데, 대부분 서당에서 이런 강 방식으로 글공부를 시켰다.[34] 이런 교육을 하는 서원들이 요즘도 있긴 하지만, 거의 3-4년은 계속 한문 고전만 읽으라는 식이다. 구절 하나하나에 깊이 감격, 공감하면서 체화하는 감성적인 면을 훨씬 강조하며, 고전 텍스트들을 계속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아하'하는 귀납적 깨달음이 생겨 이 문장은 이렇게 해석해야 옳겠다는 감이 생기는데, 이를 전통적으로 '문리(文理)가 트였다.'고 표현한다. 문제는 동양학 연구에 거의 인생을 걸 작정을 하지 않는다면 현대인들이 이런 식으로 공부하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것.[35] 출처: 에드윈 풀리블랭크, '고전 중국어 문법 강의', 궁리[36] 태극기의 제작에 일부 영향을 주었다는 설이 있는 그 사람이다.[37] 중국은 확실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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