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한시(漢詩)는 한문으로 쓰인 정형시이다. 한자문화권에서 고대부터 창작한 운문 문학을 통칭한다. 이미 중국 춘추시대 이전부터 한시가 나타났지만, 위진남북조 이후 절운(切韻)계 운서가 발간되고 중국어의 음운학이 발달하여 한자의 '평상거입'(平上去入) 사성(四聲)이 확립되자, 이에 기반한 운율을 이용한 운문문학이 발전했다. 이것이 정형화되면서 한시의 기반이 완성되었다. 그 기본은 사성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운율감으로 기본적으로 한자를 평성(평)과 측성(상거입)을 기준으로 나누었다.한시는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나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향유되었다. 가령 한시문집 계원필경은 신라인 최치원이 썼지만 한문의 본고장인 중국 당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이후 한시는 한문의 본고장인 중국이 동아시아 문화의 주류에서 밀려나는, 비교적 최근인 19세기~20세기 초까지 널리 지어졌다. 현대 중국 가요는 운모가 같은 글자들로 각운을 통일시키는 것이 많은데, 한시 중에 고시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삼국지연의에는 조조의 단가행이나 조식의 칠보시 같은 당대의 인물이 지은 한시[1]나 두보나 소동파 같은 후대의 인물들이 작중의 일화를 바탕으로 쓴 한시[2]가 여러 편 들어간다.
아직도 이런 전통이 남아 있어서 一翦梅같은게 나오기도 한다.
2. 기원
현대 한시의 기원은 크게 2종류로 나뉜다.하나는 시경체 문학으로 4언체를 기반으로 한 시이다. 시경에 수록된 시는 주로 2/2의 구조 4글자로 이루어졌는데, 이것이 확장되어 5언체로 확장되어 5언체와 절구가 되었다. 이 시경체는 황하지역을 근방으로 발달하였기 때문에 한문학 중에서 북방문학으로 분류된다.
또 하나는 초사체 문학인데, "3/兮/3" 구조 7글자로 이루어진 시이다. 이 초사는 한나라 시대에 한부(漢賦)로 발전하고 정형화되어 율시가 되었다. 초사체의 근간인 초나라가 장강유역이었기 때문에 한문학 중에서 남방문학으로 분류된다.
3. 고체시(古體詩)
음운학이 형성되기 전에는 단순한 글자와 뜻만으로 짓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시들을 고체시 줄여서 고시(古詩)라고 한다. 사실 수나라 이전 시기에 36자모-206운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대부분 많은 시들이 고시로 지어졌으나, 후대로 갈수록 점점 정형화되어 마침내 고정된 틀을 지닌 근체시가 탄생했다. 특히 고체시는 성당 이전[3]까지 매우 융성하였다. 비록 만당 이후부터 근체시가 확립되긴 하였으나, 근체시가 생긴 이후에도 고시는 여전히 많이 지어졌다.고시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서 일반적으로 사언고시, 오언고시, 육언고시, 칠언고시, 잡언고시, 악부시 등으로 나눈다. 잡언고시에도 삼칠잡언(3·7·3·7), 오칠잡언(5·7·5·7), 착종잡언(구의 글자수가 일정하지 않은 고시) 등이 있다. 사언고시는 흔히 말하는 시경체이고, 육언고시는 오언고시의 마지막 절을 운자 한 글자가 아닌 두 글자짜리 절로 짓는 시이다. 고체시는 근체시에 비해 압운이나 장구에 비교적 제한을 받지 않고, 일운도저가 기본인 근체시와 달리 환운도 다양하게 사용하였다.
4. 근체시(近體詩)
수나라 이후, 평수운이 확립되면서 시는 더더욱 정형화되었다. 한시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은 4구로 된 절구(絶句)[4], 6구로 이루어진 소율(小律)[5], 8구로 이루어진 율시(律詩)[6] 그리고 12구 이상으로 된 배율(排律)이 있다.[7] 여기서 큰 원칙이 확립되었는데, 이런 원칙을 지키는 시를 근체시라고 부른다.한시를 짓는다고 할 때 흔히 '자수와 각운을 맞추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근체시의 형식 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성(四聲), 그러니까 중국어의 성조이다. 성조가 고르게 분포되어야 음절의 고저와 장단에 따라 흐름이 생기고 거기서 리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성조라는 것이 현대 한국 한자음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다는 점. 중국 쪽도 사정이 그렇게 다르지는 않은데, 표준 중국어를 포함한 많은 중국어 방언에서 중고음에서의 사성 체계가 거의 박살났기 때문. 그래서 한시를 짓는 사람한테 꼭 필요한 것이 한자의 중고음 시절 사성을 표기한 운서(韻書)이다.
혹 근체시를 짓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이상한 기교 부릴 생각하지 말고 대원칙부터 제대로 숙지하자. 물론 '형식을 갖춘 근체시만 제대로 된 한시'라는 말은 없으니, 초심자들은 스스로 기준을 너무 높일 필요 없이 최소한의 자수와 각운만 맞춰도 괜찮을 것이다. 한시를 지음에 있어서 형식도 중요하지만 시상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는가 역시 중요하다. 오히려 형식을 맞추느라 옥편 한 구석에 똬리 튼 이상한 글자를 갖다 붙인다든지, 관용적으로 쓰이는 단어의 어순을 뒤바꾼다든지, 의미가 통하지 않는 글자를 사용한다든지 하는 것도 한시에서는 보기 안 좋다고 여겼다.
저렴한 자전들은 보통 한 한자에 한 가지 운만 기재하거나, 그냥 쭉 뜻을 나열한 후 복수의 운을 한꺼번에 싣기에 독자를 혼동케 한다. 하지만 한자에는 실제로는 뜻이나 음에 따라 운이 다른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中자가 저가 자전에는 평성 東운 하나만 기재되었다. 그러나 '맞히다, 맞추다'란 의미일 땐 거성 送운으로 측성이다. 爲는 '되다, 하다'일 때는 평성 支운이지만 '위하다, 돕다'일 때는 거성 寘운으로 측성이다. 降 또한 '항복할 항'은 평성 江운이지만 '내릴 강'은 거성 絳운으로 측성이다.
평측이 완벽하게 호환되어 마음대로 넣어도 무방한 경우도 있다. 聽, 醒, 看 등이 그러한데, 이런 글자들은 한시 어디에 위치하든 평측이 틀릴 염려가 없다. 그 외에 일반적으로는 평측 호환이 되지만 일부 뜻은 호환되지 않는 글자도 있다. 대표적으로 過 다는 '지날 과'일 경우에는 평측이 호환되지만 '허물 과'일 때는 거성으로만 읽히므로 측성으로만 쓸 수 있다.
그 외에 漫처럼 단독으로 쓸 때는 측성으로만 쓰지만, 漫漫이라는 숙어로 쓰일 때 한정으로 평성으로만 쓰는 예도 있으므로 이런 경우는 외워야 한다. 그 외에도 원칙적으로는 평성이지만 피동사나 사동사로 쓰일 경우 거성이 되어 측성이 되는 글자도 있다. '되다'의 爲는 원칙적으로는 평성이지만 피동사로 쓰인다면 寘운으로 측성이 되며, 王도 기본적으로는 평성 陽운이지만 '왕 노릇 하다'는 의미일 경우에는 거성 漾운이 된다.
4.1. 대원칙
근체시의 대원칙은 압운, 평측, 대우가 있다. 이하 등장하는 ○는 평성을 ●는 측성 ◑는 평측통용을 약칭한다.4.1.1. 압운(押韻)
짝수구의 마지막 글자는 무조건 평성으로 평수운 106운 가운데 같은 운을 써야 한다. 이를 일운도저(一韻到底)라고 한다. 단 첫째 구(절구의 기구, 율시의 수련의 출구)에도 쓸 수 있다.[8] 그리고 운자가 들어가지 않는 홀수구의 마지막은 무조건 측성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5언은 수구불용운이, 7언은 수구용운이 기본이다. 아래는 한시에서 사용되는 운이다. 당송시대의 광운 및 집운에서는 206운으로 나누었는데, 이후 평수운에서 일부 인운들을 통합하여 106개로 합쳤다. 이 중에 평성에 해당하는 운은 30가지이다.사성 | 운[9] |
평성 | 東, 冬(鍾), 江, 支(脂, 之), 微, 魚, 虞(模), 齊, 佳(皆), 灰(咍), 眞(諄/臻), 文(欣), 元(魂/痕), 寒(桓), 刪(山), 先(仙), 蕭(宵), 肴, 豪, 歌(戈), 麻, 陽(唐), 庚(耕, 淸), 靑, 蒸(登), 尤(侯/幽), 侵, 覃(談), 鹽(添), 咸(銜/嚴/凡) |
상성 | 董, 腫, 講, 紙(旨/止), 尾, 語, 麌(姥), 薺, 蟹(駭), 賄(海), 軫(準), 吻(隱), 阮(混/很), 旱(緩), 潸(産), 銑(獮), 篠(小), 巧, 皓, 哿(果), 馬, 養(蕩), 梗(耿/靜), 逈(拯/等[10]), 有(厚/黝), 寑, 感(敢), 琰(忝), 豏(檻/儼/范) |
거성 | 送, 宋(用), 絳, 寘(至/志), 未, 御, 遇(暮), 霽(祭/泰), 卦(怪/夬[11]), 隊(代/廢), 震(稕), 問(焮), 願(慁/恨), 翰(換), 諌(襉), 霰(線), 嘯(笑), 效, 號, 箇(過), 禡, 漾(宕), 敬(諍/勁), 徑(證/嶝[12]), 宥(候/幼), 沁, 勘(鬫), 豔(㮇), 陥(鑑/釅/梵) |
입성[13] | 屋, 沃(燭), 覺, 質(術, 櫛), 物(迄), 月(沒), 曷(末), 黠(鎋), 屑(薛), 薬(鐸), 陌(麥/昔), 錫, 職(德), 緝, 合(盍), 葉(帖), 洽(狎/業/乏) |
특히 江운은 한시 난이도의 최고봉으로 한 시대를 뒤져서 몇구가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짓기가 어렵다. 안 그래도 얼마 없는 江운에 속하는 글자 중에 그나마 쓰이는 글자는 江, 窓, 雙, 邦, 降('항'으로 읽을 때), 缸(항아리), 幢(휘장) 정도이고, 나머지는 정말 평생 볼 일 없는 벽자밖에 없다. 그래서 '강운'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로 관용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험운을 사용하면 글자의 폭 자체가 좁기 때문에 한시를 짓기 어려워 벽자나 난자를 피하기 힘들다. 원칙을 어겼을 경우 낙운(落韻)했다고 한다.
일부 수구용운의 한시에서 수구의 압운에 다른 운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통운(通韻)이라고 한다. 이러한 통운은 모든 운이 다 호환되지는 않는다. 계열이 비슷한 운(인운/隣韻)끼리만 통운되었는데(東/冬/江,蕭/肴/豪등), 후대로 갈수록 통운을 꺼리는 경향이 강해졌다.
원래 시의 수구에는 운을 달 필요가 없었으므로 수구에 운을 닮은 사족이었다. 그러므로 옛 사람들은 율시를 사운시(四韻詩)라고 칭했고, 10운이나 20운, 100운 등 배율은 수구에 운을 달았어도 그것을 따로 계산하지 않았다. 시인들은 이 여분의 운각에 얼마간 자유를 허용하여 인운을 통운하는 방법을 구사하였다. 성당 이전에는 이런 경우가 거의 보이지 않는데, 중당과 만당 이후부터 점차 많아졌으며 송나라 때에는 한 가지 기풍이 되었다.
인운(隣韻) |
東, 冬, 江[15] |
江, 陽[16] |
支, 微, 齊, 佳, 灰 |
魚, 虞 |
眞, 文, 元, 寒, 刪, 先[17] |
蕭, 肴, 豪 |
歌, 麻 |
佳, 麻[18] |
庚, 靑, 蒸 |
尤 |
侵[19], 覃, 鹽, 咸 |
○○●●○○●
●●○○●●○
(7언 수구불용운, 평기식의 예)
●●○○●●○
○○●●●○○
(7언 수구용운, 측기식의 예)
4.1.2. 평측(平仄)
- 이사부동이륙동(二四不同二六同), 일삼오불론(一三五不論)
여기서 첫 구의 두 번째 글자가 측성으로 시작하는 방식을 측기식, 평성으로 시작하는 방식을 평기식이라 부른다. 굳이 첫 구의 두 번째 글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이사부동이륙대와 반염법 때문에 두 번째 글자의 평측에 따라 한시 전체의 구도가 절반 이상 고정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언절구의 경우, 평측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글자는 3~4글자밖에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실대(失對)했다고 표현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 고평은 금하고, 고측은 피한다.
●○●●○○●(X)/○●○○●●○(△)/●●○○●●○(O)
- 하삼련(下三連)은 금한다.
○○●●○○○(X)/●●○○去去去(X)/●●○○上去入(▲)/●●○○●●○(O)/
- 반염법(反黏法)
黏을 현대 한자음으로 일반적으로 점이라 읽기 때문에 각각 가새렴과 점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반염법은 이사부동이륙대의 평측을 맞출 때 각구마다 反과 黏을 번갈아 사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反(簾)이란 두 구의 평측을 반대로 해야한다는 것으로, 평성이 쓰인 다음 구에는 측성을 쓰는 것을 의미한다. 黏은 두 구의 평측이 같아야 한다는 것으로 둘째 구에서 평성이 사용된 다음 구에도 평성을 사용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첫째구와 그 다음구에는 簾을 사용하여 서로 다른 평측을 넣고, 그 다음구에서는 黏을 사용하여 같은 평측을 사용하고, 다시 그 다음 구에서는 簾을 사용하여, 다른 평측을 사용한다. 簾이 틀린 것을 위렴(違簾)이라고 하며, 黏이 틀린 것을 실염(失黏)이라고 한다.
○○●●○○●
●●○○●●○
●●●○○●●
○○●●●○○
○○●●○○●
●●○○●●○
●●○○○●●
○○●●●○○[22]
여기서 첫째 구의 평성과 둘째 구의 측성이 쓰인 것이 簾이며, 둘째 구와 셋째 구 모두에 측성이 쓰인 것이 黏이다.
4.1.3. 대우(對偶)
대장(對仗), 대구(對句), 우구(偶句), 우대(偶對)라고도 하나 대구나 우구의 표현은 출구와 대구의 대구와 혼동될 수 있기에 대우나 대장이란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율시의 경우, 함련과 경련은 출구(각 련의 제1구)와 대구(각 련의 제2구)가 짝을 이뤄야한다. 형식상으로는 대응되는 단어의 품사, 문장성분, 두 구의 문장구조가 일치해야 되고, 내용상으로는 (당연하지만) 서로 연관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에도 제한이 있는데, 의미가 비슷한 단어를 써서(예를 들어 海와 浪, 朝와 早) 대구를 만들면 에세이를 쓸 때 비슷한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취급을 당한다.수련, 미련은 대우를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23] 절구의 경우 대우를 기구와 승구가 대우를 이루거나 전구와 결구가 대우를 이룸이 원칙이나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유수대라고 하여 두 구가 하나의 문장처럼 이루어지는 경우 대우를 한 것으로 치기도 한다.
4.1.4. 그외의 규칙
- 문자부동(文字不同)
4.2. 요구(拗救)
한시의 원칙을 벗어난 글자를 요(拗)라고 한다. 요구란 이러한 요를 구해서 근체시로 만드는 것으로, 한시 창작의 최고난도 기교다. 문선이나 동문선에 아무리봐도 근체시가 아닌 고시인데, 절구나 율시편에 들어가 있는 시들이 이러한 요구가 이루어진 시들이다. 근체시는 그 엄격한 원칙으로 시의 생명을 잃을 수 있는데, 이러한 시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이렇게 요구를 위해 평측을 일부로 어긋나게 만드는 것은 평측이 어긋났다고 하지 않는다.이러한 요구는 주로 고문운동이 활발해서 서정적이고 낭만적이었던 당시풍에서 많이 보이며, 이후 엄격하고 논리적이었던 송시풍에서는 배격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요구의 정수를 보여주는 시인은 맹호연, 이백 등이고, 이 시기의 시들을 묶은 문집이 당시삼백수이다.
조선에서는 고려부터 이어져 조선중기까지 송시풍이 주류였다. 특히, 고려 후기에 과거를 급제한 사람들이 과거에 급제하고 소동파의 시를 즐겨 짓는 것을 일컬어 '삼십동파출'이라고 하였으며, 시체와 용사는 모름지기 소식과 황정견을 따름을 숭상했다. 그렇다보니 한국에서는 이러한 요구를 잘 찾을 수가 없다. 여초의 정지상은 요체로 이름이 높았고 여말의 이규보[24], 유난히 당시풍을 잘 구사한 조선의 삼당시인 백광훈, 최경창, 이달이 있다.
요구를 할 경우 일삼오불론에까지 영향을 미쳐 시구 전체가 평측에 영향을 미치므로, 자칫 잘못하다가는 요를 구하지 못하고 그대로 요체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한시를 짓는 것에 매우 능숙해지지 않는다면 시도하지 않느니만 못한 것이 된다. 따라서, 요구를 정확히 할 자신이 없다면 함부로 쓸 기교가 아니다. 같은 구 내에서 구하는 자구와 출구와 대구를 맞추는 상구가 있다.
- 측운시(仄韻詩)
●●●○○
○○○●●
○○●●○
●●○○●
- 자구(自救)
오언절구 평기식의 기구에서 수구용운을 하게될 경우 ○○○●○의 형태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 고측이 되어 시의 형태가 보기 좋지 않게 되는데 여기서 첫째 자를 측성으로 하여 ●○○●○로 하여 평측을 맞춰준다. [25]
○○●●○(정격)/○○○●○(요체)/ ●○○●○(요구)[26]
또한 오언절구 평기식 수구불용운의 경우 셋째 글자를 쓰면 하삼측이 되어 형태가 망가지는데, 이 경우 대신 넷째 글자를 평성으로 두어 요구한다.
○○○●●(정격)/○○●●●(요체)/○○●○●(요구)[27]
- 상구(相救)
기구에서 ○●●○● 형태로 요구를 한 경우 반대로 승구에서 ●○○●○로 짝을 맞춰서 운율을 맞출 수 있는데[28] 이런 것을 상구라고 한다.
4.3. 팔병(八病)
일단은 위의 규칙만 지킨다면 근체시로써 인정은 받았으나, 양나라 심약은 한시에서 꺼려야 할 8가지 문체를 지적하였다. 이를 팔병(八病)이라고 한다. 팔병을 엄격하게 지키는 문체를 영명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 정도로 극단적으로 유미주의를 추구하기는 어려웠으므로 전부 지키지는 않았다. 다만, 일반적으로 나머지 여섯 가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으나, 상미와 학슬은 가능하면 기피했다.- 평두(平頭)
○○○●●
○●●○○
○●○○●
○○●●○
○○○●●
○●●○○
○●○○●
○○●●○
이런 형태가 되면 평두를 범한 것이 된다.
- 상미(上尾)
●●●○○
○○●●○
즉 오언절구 수구용운은 상미를 범한 것이 된다.
- 봉요(蜂腰)
上去平平去
이런 형태를 꺼렸다. 둘째 글자와 다섯째 글자가 모두 거성이기 때문이다.
- 학슬(鶴膝)
○○○●質
●●●○江
●●○○質
○○●●江
이런 형태가 되는 것을 꺼렸다. 첫째 구와 셋째 구의 다섯째 글짜가 모두 質韻이기 때문이다.
- 대운(大韻)
質寘江魚問
尤侵物屋江
이런 형태가 되는 것을 꺼렸다. 운자인 江韻과 같은 운을 셋째 글자에도 사용했기 때문이다.
- 소운(小韻)
文東靑願曷
銑篠禡靑豪
이런 형태를 꺼렸다. 연의 셋째 글자와 아홉 번째 글자에 모두 靑韻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 방뉴(傍紐)
知審娘明知
이런 형태를 꺼렸다. 知母가 2번 들어 있기 때문이다.
- 정뉴(正紐)
箇養陽肴屑
이런 형태를 꺼렸다. 養과 陽은 둘 다 宕攝에 속하고, 평성과 상성의 차이만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1] 단, 칠보시를 진짜 조식이 지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2] 보통 '후대 사람이 책을 읽다 이 부분을 읽고 시를 썼다.', '후대 사람이 이 인물을 기리며 시를 썼다.'는 식으로 주석이 들어간다.[3] 당현종 이전 시대[4] 각구를 기구(起句), 승구(承句), 전구(轉句), 결구(結句)라고 한다.[5] 小律은 본래 절구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명, 청 이래로 6구로 이루어진 율시를 가리키는 명칭이 되었다. 이를 엄격한 의미의 율시로 볼 수 있는가는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6] 2구를 한 연(聯)으로 하며, 4연을 각각 수련(首聯), 함련(頷聯), 경련(頸聯), 미련(尾聯)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각 연의 1구를 출구, 2구를 대구라고 부른다.[7] 말 그대로 일반 율시의 몇배 이상의 율시라는 의미. (하지만 倍와 排로 글자가 다르기 때문에 확장한다는 의미로 봄이 좋을 듯하다.) 배율은 원칙상으로 수련과 미련을 그대로 두고 함련과 경련을 무한히 늘린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배율의 경우 수련, 미련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우법을 써야 한다.[8] 이 첫째 구에 운을 쓰는 것을 수구용운, 운을 하지 않는 것을 수구불용운이라고 한다.[9] 괄호 안의 운목은 광운 206운 중 평수운에서 합쳐진 운임[10] 108운에서는 拯, 等운을 묶어 拯운으로 따로 분류한다.[11] 한국 한자음에서는 이 夬운에 속하는 한자만 溪母가 유지되었다.[12] 108운에서는 證, 嶝을 묶어 證운으로 따로 분류한다.[13]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입성 한자들은 한국 한자음으로 모두 종성이 ㅂ, ㄹ, ㄱ 셋 중 하나이다. 실제로 ㅂ, ㄹ, ㄱ 받침인 한자들은 전부 입성이다.[14] 다만 微운은 글자수는 적지만 한시로 쓸 글자들이 많아 운자로는 적지 않게 사용되었다. 飛, 輝, 非, 威, 祈 등 자주 쓰이는 글자가 적지 않기 때문.[15] 현대의 한자음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江운의 중고한음은 ɔŋ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초당시기까지만 해도 江운은 오히려 東, 冬운과 가까웠고 唐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현대 한국한자음에서 ㅏㅇ 소리가 나는 한자들은 거의 唐운에 속했다.[16] 단 江운과 陽운은 원래 엄격하게 구별되어 초당~성당시기까지만 해도 이 둘이 통운되는 일은 없었다. 이 둘의 통운은 중당 이후에서야 보이기 시작했다.[17] 이 여섯 운의 통운관계는 다소 복잡하다. (眞/文), (文/元), (寒/刪), (刪/先), (先/元)은 자주 통운되었고 (眞/寒), (寒/先), (元/刪)은 드물게 통운되었으며 (眞/寒), (寒/元), (文/寒), (文/先), (先/文), (先/眞)은 서로 통운되지 않았다.[18] 당나라 시에서 佳와 麻운을 통운하는 경우가 있는데, 佳 이외의 다른 佳운 글자들을 麻운과 통운하는 경우는 보이지 않는다.[19] 일반적으로 나머지 셋과 잘 통운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蒸운과 통운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20] 그러나 사실상 이는 허언이다. 다른 원칙을 모두 지킬 경우 5언은 3번째가, 7언은 5번째는 평측이 고정되어 사실상 자유로운 건 첫 번째 정도이다.[21] 한자가 틀린 게 아니다. 粘의 '정체자'가 바로 黏이고, 반절은 尼占切(ㄴㅣ+ㅈㅕㅁ)이므로 념이 된다. 즉 粘(黏)의 원음이 념이라는 소리. 이와 비슷하게 한국에서 세월이 지나면서 음이 바뀐 한자로는 구(歐, 원음 우), 만(灣, 원음 완) 등이 있다.[22] 수구불용운 칠언율시[23] 이는 전술했다시피 배율에도 적용[24] 비전공자들에게는 슬견설이나 국선생전 정도만 알려진 인물이지만 국문학계나 한국 한문학계에서는 이규보만큼 특이한 사람이 없다. 현재 한국에서 국문학과나 한문학과에서 언터처블급 지위인 조동일 교수의 한국문학통사에서는 따로 한 장에서 다룰 정도로 문제인물이다. 송시 일변도인 고려-조선 한문학사에서 용사가 아닌 신어를 주장하고 한국 고유의 표현을 중시하는 등, 여말 국문/한문학계에서는 반드시 한 번은 다루고 넘어간다. 신어를 주장했기 때문에 백이면 백 이인로와 대비해서 교수들이 침이 마르게 강조한다.[25] 다만 이 경우 일반적으로 셋째 글자를 측성으로 하는 ○○●●○ 형태가 훨씬 더 일반적이다.[26] 단 이 경우, 후술할 상구로 승구도 이에 맞게 요구 해야 한다.[27] 이 경우는 요구를 위한 의도적인 셋째 글자와 넷째 글자의 평측 교환이기 때문에 실대하지 않았다고 친다.[28] 다만, 이 형태로 요구할 수 있는 건 통상적으로 오언시의 넷째 글자와 칠언시의 여섯째 글자이다. 오언시의 둘째 글자와 칠언시의 넷째 글자의 고평은 요구로 구할 수 없다.[29] 이 오언시에서 수구용운체가 유난히 자주 사용된 시기가 있는데 바로 만당시다. 초당~중당 시기의 한시나, 엄격하기 짝이 없는 송시와 비교되는 만당시의 한 가지 특징이다.[30] 항복할 항 한정. 내릴 강은 거성 絳운이다. 降(내릴 강)과 江이 같이 쓰이는 것은 대운이 아닌 정뉴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