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25 10:59:26

시씨식사사

주효하라는 여성이 웃음을 참으며 이 시를 읽는 영상.

1. 개요2. 본문3. 해석4. 왜 이런 시를 썼는가?5. 방언6. 비슷한 사례
6.1. 侄治痔6.2. 季姬擊雞記
7. 기타

1. 개요

施氏食獅史/施氏食狮史

중국계 미국인인 언어학자 자오위안런(趙元任, 조원임, 1892~1982)이 지은 언어유희 . 10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2. 본문

《施氏食獅史》
« Shī shì shí shī shǐ »
《시씨식사사》

石室詩士施氏, 嗜獅,誓食十獅。
Shíshì shīshì Shī shì, shì shī, shì shí shí shī.
석실시사시씨, 기사, 서식십사.

氏時時適市視獅。
Shì shíshí shì shì shì shī.
씨시시적시시사.

十時,適十獅適市。
Shí shí, shì shí shī shì shì.
십시, 적십사적시.

是時,適施氏適市。
Shì shí, shì Shī shì shì shì.
시시, 적시씨적시.

氏視是十獅,恃矢勢,使是十獅逝世。
Shì shì shì shí shī, shì shǐ shì, shǐ shì shí shī shìshì.
씨시시십사, 시시세, 사시십사서세.

氏拾是十獅屍,適石室。
Shì shí shì shí shī shī, shì shíshì.
씨습시십사시, 적석실.

石室濕,氏使侍拭石室。
Shíshì shī, Shì shǐ shì shì shíshì.
석실습, 씨사시식석실.

石室拭,氏始試食是十獅。
Shíshì shì, Shì shǐ shì shí shì shí shī.
석실식, 씨시시식시십사.

食時,始識是十獅屍,實十石獅屍。
Shí shí, shǐ shí shì shí shī shī, shí shí shí shī shī.
식시, 시식시십사시, 실십석사시.

試釋是事。
Shì shì shì shì.
시석시사.

여기서 shi는 권설 마찰음/ʂ/으로 발음해야 하며, 슈와 스 사이 어딘가 발음으고, 굳이 한글로 적자면 '싀'에 가까운 발음이다. 중국어의 한글 표기법으로는 '스'라고 표기한다.

3. 해석

《시씨가 사자를 먹은 이야기》

석실(돌방)에 사는 시인 시씨가 있었는데
사자를 좋아하여 사자 열 마리를 먹겠다고 맹세했다.
그는 때때로 시장에 나가 사자가 있는지 보곤 했다.

열 시쯤, 사자 열 마리가 시장에 나타났는데
마침 시씨 역시 시장에 도착하였다.
시씨는 열 마리 사자를 보고 활을 쏘아 세상을 뜨게 했다.

그는 열 마리 사자의 주검을 주워 석실로 돌아갔는데
석실 안이 습해서 시씨는 시종을 시켜 석실을 닦게 했다.
석실을 닦고, 시씨는 열 마리 사자를 먹어 보기 시작하려 했는데

먹을 때, 그 열 마리 사자가 사실은 사자 모양 돌의 시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 일을 해석해 보라.

요약하자면 시인 시씨가 시장에서 사자를 잡아와서 먹으려는데 사자가 아니고 돌이었다는 아시발꿈을 연상시키는 내용이다.

4. 왜 이런 시를 썼는가?

이 시는 현대 중국어가 아닌 고대 문어체, 즉 한문으로 쓰였다.

근대까지만 해도 중국어는 입말(백화)과 글말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입말은 시간과 지역에 따라 계속 변화해 왔지만, 글말은 고대 문어체인 한문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박지원열하일기를 보면 박지원과 청나라의 선비들이 필담(筆談)을 통해 통역 없이도[1] 자유자재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조선과 청나라의 지식인층 모두 고문이자 유교 경전인 사서삼경이나 각종 한문 서적들을 어릴 적부터 읽고 한문에 능통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어쨌거나 이런 이유로 수백~수천 년간 변하지 않았던 문어체인 한문을 사용하면 입말과 글말이 일치하지 않는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 이러한 불합리를 타도하고 글말과 입말을 일치시키자는 운동이 바로 백화운동(白話運動)이었다. 결국 현대의 중국에서는 입말(북경 관화)을 바탕으로 표준중국어의 글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자오위안런이 이 시를 쓴 것은, 중국어 백화문은 로마자로 표기해도 괜찮지만 전통 한문은 로마자로 표기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것, 다시 말해 전통 한문은 로마자로 표기하기 적절하지 않지만 중국어 백화문은 로마자로 표기해도 괜찮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는 중국어를 로마자로 표기하는 것을 지지했고, 동음이의어 때문에 로마자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맞서 바로 이로 인해 전통 한문이 아닌 알아듣기 쉬운 백화문을 표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었다. 현대 한국에서는 이 시가 중국어를 로마자로 표기하면 안 되는 이유의 근거, 혹은 중국어가 이만큼 어렵다고 설명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백화문에 기반한 현대 중국어에서는 절대로 이러한 문장을 구사할 일이 없다. 예를 들어 '열 마리 사자'도 여기선 十獅라고 표현했지만, 현대 중국어는 十头狮子(shí tóu shīzi)라고 한다.

현대 표준중국어 버전을 보고 싶다면, 원문은 여기서 白话翻译의 바로 밑을, 원문에 대한 병음은 여기서 The vernacular translation of this essay is의 바로 밑을 보면 된다. 병음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절대 shi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5. 방언

구성을 표준중국어 독음 shi 발음으로 통일한 것이기에, 타 중국어 방언이나 한국 한자음으로 읽을 시 좀 더 변별력이 생긴다(이곳에서 다른 중국어 방언으로 읽었을 때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다). 한국한자음으로 읽으면 기(嗜)와 적(適) 이외에는 초성이 전부 다 ㅅ, ㅆ으로 통일되는 것을 볼 수 있다.[2] 그러나 표준중국어 한자음이 아닌 다른 음으로 읽는다면 이 글의 겉뜻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작가가 정말 의도했던 것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광동어로 읽은 시씨식사사


중고한어로 읽은 시씨식사사

6. 비슷한 사례

6.1. 侄治痔

《侄治痔》
« Zhí zhì zhì »
《조카가 치질을 치료하다》

芝之稚侄郅,至智,知制紙,知織幟。
Zhī zhī zhì zhí Zhì, zhì zhì, zhī zhì zhǐ, zhī zhī zhì.
지(芝) 씨의 어린 조카는 질(郅)인데, 매우 총명해서, 종이를 만들고 비단을 짤 줄을 안다.

芝痔,炙痔,痔殖,郅至芝址,知之,知芷汁治痔,
Zhī zhì, zhì zhì, zhì zhí, Zhì zhì Zhī zhǐ, zhī zhī, zhī zhǐ zhī zhì zhì,
지 씨가 치질에 걸렸는데, 치질을 지졌더니 더 심해졌다. 질이 지 씨를 찾아 와서, 이를 알고, 구릿대(풀 이름)의 즙이 치질을 낫게 함을 알아,

至芷址執芷枝,豸至,躑,郅執直枝擲之,枝至豸趾,豸止。
Zhì zhǐ zhǐ zhí zhǐ zhī, zhì zhì, zhí, Zhì zhí zhí zhī zhì zhī, zhī zhì zhì zhǐ, zhì zhǐ.
구릿대가 나는 곳을 찾아 구릿대의 가지를 집었는데, 벌레가 와서 서성거리길래, 질이 곧은 나뭇가지를 집어서 던졌더니 가지가 벌레를 맞혀 벌레가 움직이지를 않았다.

郅執芷枝致芝,芝執芷治痔,痔止。
Zhì zhí zhǐ zhī zhì Zhī, Zhī zhí zhǐ zhì zhì, zhì zhǐ.
질은 구릿대 가지를 들고 지 씨에게 가, 지 씨가 구릿대로 치질을 치료하니 치질이 멎었다.

芝炙脂雉肢致郅。
Zhī zhì zhī zhì zhī zhì Zhì.
지 씨는 기름진 꿩 다리를 구워 질에게 주었다.

6.2. 季姬擊雞記

《季姬擊雞記》
« Jìjī jī jī jì »
계희가 닭들을 때린 이야기

季姬寂,集雞,鷄即棘雞。
Jìjī jì, jí jī, jī jí jí jī.
계희는 쓸쓸해서 닭을 모아 길렀는데, 닭은 덤불에 있던 닭이다.

棘雞飢嘰,季姬及箕稷濟雞。
Jí jī jī jī, Jìjī jí jī jì jì jī.
닭들이 배가 고파서 울어 대길래 계희는 에 있는 쌀알로 닭을 먹였다.

雞既濟,躋姬笈,季姬忌,急咭雞,雞急,繼圾几,
Jī jì jì, jī jī jí, Jìjī jì, jí jī jī, jī jí, jì jī jī,
닭들이 배가 부르고 나서 계희의 책 상자 위로 뛰어 오르는데, 계희가 싫어하여 서둘리 닭들을 꾸짖으니, 닭들이 오히려 허둥대며 탁자로 올라가려고 했다.

季姬急,即籍箕擊雞,箕疾擊几伎,伎即齏,
계희는 급하여 키를 가지고 닭들을 때리려고 했으나, 키가 책상 위의 도자기 인형을 맞혀서 도자기가 깨졌다.
Jìjī jí, jí jí jī jī jī, jī jí jī jī jì, jì jí jī,

雞嘰集几基,季姬急極屐擊雞,雞既殛,
Jī jī jí jī jī, Jìjī jí jí jī jī jī, jī jì jí,
닭들이 울어 대며 책상 밑으로 모여, 계희가 서둘리 나막신으로 닭들을 때리니, 닭들이 죽었다.

季姬激,即記《季姬擊雞記》。
Jìjī jī, jí jì « Jìjī jī jī jì ».
계희는 감정이 격하여, '계희가 닭들을 때린 이야기'를 썼다.

이걸 받아쓰라는 시험을 컨셉으로 한 영상이 있는데, 중화권 인터넷 화제 영상이 되어 뉴스에서도 나왔다.

7. 기타

  • 이런 식으로 말을 난해하고 어렵게 만드는 언어유희는 다른 언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잰말놀이 문서로.
    • 예시: 十四是十四(shísì shì shísì), 十四不是四十(shísì bù shì sìshí), 四十也不是十四(sìshí yě bù shì shísì), 四十是四十(sìshí shì sìshí)[3][4]
  • '가가 가가'는 현대 동남 방언 사용자가 알아듣는다. 단, 방점이 있지 않은 이상 한글로만 써 두면 이해하기 곤란하다.


[1] 물론 아예 필담으로만 하긴 뭐하니까 역관을 대동하긴 했다.[2] 사실 고문헌 연구에 따르면 氏는 원래 '시'로 읽혔고, 雙(쌍)은 원래 '솽'으로 읽혔다. 나중에 발음이 된소리로 변했다. 嗜도 성부인 耆(늙은이 기)에 이끌려서 잘못 읽던 게 정착된 거고 원음은 '시'다.[3] 십사는 십사이다, 십사는 사십이 아니다, 사십도 십사가 아니다, 사십은 사십이다.[4] 위에 붙어 있는 성조의 방향대로 음의 높낮이를 꺾으면 된다. si는 그냥 '쓰'라고 발음하면 되고, shi는 혀를 안으로 말아서 ㅅ 발음을 한 뒤(정확히는 무성 권설 마찰음이다) ㅡ 발음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