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0-03-07 16:15:22

최영오 일병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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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전말3. 둘러보기

1. 개요

1962년 7월 8일, 한국에서 일어난 군부대 살인 사건.

2. 전말

사건의 당사자인 최영오 일병서울대 문리과대학 천문기상학과 4학년 재학 중에 대한민국 육군에 단기 학보병 신분으로 입대한 상황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그날 오전 8시에 시작되었는데 최 일병의 선임인 정 병장과 고 상병이 최 일병의 애인이 보낸 편지 12통을 자기들이 마음대로 뜯어보는 일이 일어났다. 놀란 최 일병이 선임병들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선임병들은 되려 건방지다며 최 일병을 구타했고 격분한 최 일병은 두 선임병을 으로 쏘아 죽이고 말았다. 참고로 정 병장과 고 상병은 둘 다 최종학력이 중졸이었으며[1][2] 학력 덕분에 자신들보다 늦게 입대한 주제에 일찍 제대하는 최영오 일병의 존재 자체가 괘씸했고, 그래서 굳이 주먹까지 휘두른 것이다.

위의 기록은 서울대학교 대학신문인 '대학신문'의 보도 내용이고, 군법회의 자료에 의하면 이야기가 좀 다른데 이상석 군법무관이 1992년에 출판한 <군법과 군사재판>이라는 책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판결 기록이 나와있다.
서울문리대 OO학과에 재학중이던 최OO[3]은 19XX.8.3. 군에 입대하여 일등병으로 복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 일병에게는 입대 전부터 사귀던 애인이 있어서 두 사람은 며칠이 멀다 싶게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서울로부터 여자의 편지가 빈번히 날아들자 같은 중대의 서무계를 보는 정 병장(당 22세)와 고 상병 등이 호기심에 종종 편지를 뜯어서 읽어보게 되었고 원래 성격이 쾌활한 이들이 편지에 언급되어 있는 내용을 가지고 최 일병(당 23세)에게 "사랑하는 OO씨, 보고싶어서 이 밤도 잠 못 이뤄요." 운운하며 놀려댈 뿐만 아니라 타 전우들에게도 공개하며 희롱하는 일이 있게 되었다.

웃고 넘겼으면 좋았을 것을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인 최 일병이 사감을 품고 19XX.7.4. 소속 중대장의 소원수리 때에 "사신검열을 사병들이 함부로 하는 일이 있으니 시정해 달라."는 요지의 청원을 내어, 중대장으로부터 정 병장 등이 주의를 받게 되고 이후 그들 상호간에 미움의 정이 쌓여 가다가 19XX.7.7. 저녁 일석점호시간에 전 중대원이 집합한 자리에서 정 병장의 선창에 따라 구령 조정을 3회 실시하게 되었는데 정 병장이 "열중 쉬어" 구령을 선창하자 유독 최 일병만이 "편히 쉬어"라고 엉뚱한 구령을 불렀다.

정 병장이 "대열 속에서 누가 야유하느냐? 앞으로 나오라."고 하였으나 불응하므로 "누구인지 다 알고 있으니 소대 내무반으로 오라."고 말한 후 중대원을 해산시키고 내무반에서 한참을 기다렸으나 역시 오지 않으므로 직접 찾아가서 최 일병에게 "왜 대열 중에서 바로 나오지 않고 남자가 비겁하게 구느냐."고 질책을 하자 최 일병이 "잘못되었다"고 사과를 하였다.

그러나 정 병장이 이어서 "바닥에 엎드려뻗쳐."라고 말하자 최 일병이 "사과를 하는데도 왜 그러느냐."며 엎드리기를 거부하고 되려 고참에게 대들자 화가 난 정 병장이 주먹으로 최 일병의 얼굴을 몇 대 때리게 되었고 격분한 최 일병도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계속 덤벼들자 정 병장이 옆에 있던 목봉으로 최 일병의 넓적다리를 한 대 쳤고 최 일병이 그 목봉을 잡아 서로 옥신각신하던 중 옆 방에 있던 인사계 이 상사가 달려와 그들을 제지하게 되었다.

평소부터의 적개심이 절정에 달한 최 일병은 정 병장 등을 죽여 없애버리겠다고 마음먹고 이튿날인 19XX.7.8. 낮 12:35경 사단사령부 연병장에 전 장병이 집합하여 위문공연을 관람하게 되었을 때 마침 정 병장과 고 상병이 내무반 앞 국기게양대에 연병장 쪽의 무대를 향하여 나란히 서있는 것을 보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여 내무반에 뛰어들어가 M1 소총에 있는 실탄 1크립(8발)을 장전한 후 들고 나와 그들의 등 뒤에서 정 병장에게 4발, 고 상병에게 3발을 각각 발사하여 명중시킴으로써 현장에서 즉사하게 하고 말았던 것이다.

처벌 1심 : 사형, 2심 : 항소기각, 3심 : 상고기각 (19XX.3.18. 사형집행)

다만 당시 군 사법부는 군 측에 불리한 사건은 강압과 회유로 조작하는데 악명이 높았으며, 2005년 출범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밝혀낸 의문사 조작 사건만 120건에 달할 정도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최 일병을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인', 즉 군 복무에 부적합한 인물로 정의하며 '웃고 넘겼으면 좋았을 것을' '도리어 화를 냈다' 등 최대한 부정적인 말들을 총동원하여 묘사하고 있으며, 반면 고참들의 잘못은 '호기심에', '원래 쾌활해서'라며 애써 쉴드를 쳐주는 등 최 일병과는 반대로 최대한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구타 및 가혹행위는 최소한도로 서술하고 있다.

최 일병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학생이라는 점 때문에 이 사건은 세간에 널리 회자되었다. 상사 살해로 군법회의에 기소된 최 일병은 사형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 항고했으나 대법원도 사형 판결을 확정지었다. 최 일병의 동문들은 물론 서울대 학생들과 각계각층에서 사형만은 면하게 해달라는 탄원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당시는 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군부의 위엄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었던 데다가 엄벌을 요구하는 피해자 유족들의 강력한 탄원도 있었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관살해죄는 당시에 법정형이 사형밖에 없었다. 헌법재판소에서 해당조항이 위헌 판결이 내려진 후 개정된 지금도 상관살해죄는 그 법정형이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뿐일 정도로 매우 처벌이 강한 죄이다. 일반적인 살인죄라면 그러한 탄원서로 사형은 면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으나 상관살해죄는 그 법정형 자체가 사형뿐이기에 탄원서를 돌려도 사형판결은 피할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

최 일병은 결국 1963년 3월 19일에 급하게 총살되었다. 심지어 처형 3시간 전에 최 일병의 인 최영수 씨가 최 일병을 면회했는데 "다음 면회 때는 어머니조카를 데려와달라" 라고 부탁했다고 하는 걸로 보면 최 일병 자신도 3시간 뒤에 처형되는 건 몰랐던 걸로 보인다. 총살 후 최 일병은 훈련병으로 강등되었고 시신은 가족 동의 없이 군에 의해 강제 화장처리되었다. 그 반면 살해당한 정 병장과 고 상병은, 본인들도 잘못이 없었던 건 아님에도 각각 하사와 병장으로 1계급 추서되어 국립묘지에 묻혔다.

최 일병은 죽기 직전에 "내 가슴에 붙은 죄수번호를 떼어달라" 라고 말했고 최후 진술로 "내가 죽음으로써 우리나라 군대가 개인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민주적인 군대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라고 한 뒤에 총살로 생을 마감했다. 물론 이것은 기자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당시에는 사형수의 최후 진술을 기자의 생각대로 쓰는 경우가 많았었다. 심지어 실제 참관했던 성직자들의 증언과 당시 기사가 다른 점도 여럿 있었는데 이수근이나 군사정권하 사법살인의 피해자들이 사형 전에 했다는 참회도 다 이런 류였다. 그리고 실제로 저런 말을 했더라도 당시 분위기를 생각하면 육군 측에서 공개를 했을리 없다.

더 끔찍한 것은 사형이 집행되고 사체인수확인서를 수령한 최 일병의 모친이 그날 밤 11시 50분 경 마포종점 근처의 한강둑에 올라가 강에 투신하여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여기서 대신 죽으면 아들은 사형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유서가 아니라 사형 집행 확정 전의 호소문에 적힌 말이었다. 사건 이후 최영오 일병 가족은 용공분자로 낙인찍혀 1987년까지 고생하게 되었다.

1965년에 유현목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신성일, 엄앵란, 김승호, 독고성 등이 출연한 영화 <푸른 별아래 잠들게 하라>가 개봉했는데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멜로 사회물이었다. 문제는 주인공 보정을 넘은 왜곡미화물이라는 것로, 총맞아 죽은 고참들은 사실은 대학교 재단과 결탁한 이들이고 주인공이 입대 전에 꿈꿨던 사립대학교 경영합리화안에 반대한 높으신 분들의 하수인이었고 그것 때문에 싸우다가 과잉방어로 하수인들을 죽게 했다는 내용이다.

1990년대 KBS에서 제작한 법정 관련 재현 드라마[4]에서 이 사건이 소개되었다. 물론 군법회의 기록은 전혀 참조하지 않고 최 일병의 여자친구에 대한 온갖 음담패설과 강간 모의까지도 하는 것으로 선임병을 묘사한다. 배정자, 오세훈 변호사는 그런 재현물을 제작할 때 "반드시 공판기록을 참조하라" 라고 조언한 바 있었다. 이 작품도 역시 판결문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작품. 단 당시 군 사법부의 관행을 봤을 때는 판결문의 내용이 진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도 참조할 필요는 있다.

21세기에도 정식 정훈교육 시간 혹은 행보관의 일장훈시타임에 선임병들은 후임병 우편물을 함부로 뜯어보지 마라, 걸리면 군기교육대&영창 보내겠다 하면서 누누히 강조하는 것도 이 사건의 영향이 크다. 또한 이 사건 이후 단기 학보병 제도가 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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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갑종장교 제도를 보면 알겠지만 이 당시에는 대졸은 물론이고 고졸도 엘리트 대우를 받던 시대였다. 현재 대졸도 깡통 취급 받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된다.[2] 60년대 초 중졸 학력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초졸이나 무학도 상당히 많은 시대였으며, 고졸만 되어도 상당한 엘리트 취급을 받았다.[3] 원문 그대로 병기. 여기서 최oo는 최영오 일병.[4] MBC의 '죄와 벌' 같은 형식이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