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0-01-10 01:27:28

유명 공인회계사 피살사건



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이 문서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사고의 자세한 내용과 설명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990년 11월 5일 MBC 뉴스데스크
시체 발견 다음날 뉴스. 지금과는 달리 피해자의 신상이 그대로 나온다.[1] 다만 아이리스의 이은미라던지, 피해자는 아니지만 이호성이라던지, 해당 인물이 공인이면 신상이 그대로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현재에도 흔한 일이다.

1. 개요2. 가방속에서 발견된 시신3. 신원 확인4. 꼬여 가는 수사5. 결국 미제로6. 둘러보기

1. 개요

1990년 유명 대한민국 공인회계사였던 임길수(50)씨가 피살된 채 대형 여행 가방에 담긴 상태로 반포대교 근처 한강에서 발견된 사건. 끝내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영구 미제 사건 이기도 하다.

2. 가방속에서 발견된 시신

1990년 11월 4일. 반포대교 남단 150m지점에서 낚시를 하던 낚시꾼 문 모씨(31)가 한강 위에 떠내려가던 가로 1m, 세로 70㎝ 크기 여행 가방을 건져 올렸다.

아무 생각없이 가방을 열어보던 낚시꾼은 잠시 후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고 말았다. 여행가방 안에는 검정색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남성이 웅크린 채 죽어 있었다. 부패는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이 얼굴에 씌워진 비닐봉지를 벗겨보니 남자의 안면부 곳곳에 외상이 있었다. 남자의 오른쪽 눈 부위에는 멍이 심하게 들어 있었으며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흉기에 맞은 듯 뒷머리가 2㎝가량 찢어져 있었다. 시체 상태만 봐도 타살임이 확실했다.

3. 신원 확인

확인 결과 변사체의 주인은 TV에 고정출연하고 3번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등 명예와 부를 겸비한 상류층 인사였던 임길수씨였다. 임씨의 부인(43)의 진술에 따르면, 남편이 지난달 28일 친구를 만나겠다며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어졌으며, 29일 KBS측이 그동안 출연해 오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프로그램 녹화에 이유없이 출연하지 않았다는 전화를 걸어와 서울 서초경찰서에 가출신고를 했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에 있어서만큼은 완벽을 기했던 임 씨의 성격상 '잠적'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임씨는 모습을 감춘 지 6일 만에 처참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말았다.

부검결과 임 씨의 사인은 뇌출혈이었다. 임 씨의 머리에 난 상처는 몽둥이나 벽돌 등 둔탁한 둔기로 맞은 것이 분명했다. 사망납치폭행 등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2] 그리고 사체의 부패 진행상태 및 위 안의 음식물 소화 정도로 보아, 임 씨는 사망한 지 이미 5~6일 정도 지난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수사팀은 임 씨에게서 폭행 상처 외에는 이렇다 할 반항흔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보아, 면식범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임 씨가 얼굴이 비교적 잘 알려진 공인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한 수사팀은 범행 목격자를 찾는 데 주력했다. 사체를 가방에 담아 한강에 유기한 대담한 범행수법으로 볼 때 분명 목격자가 있을 법했다.[3]

충남 공주시 출신인 임씨는 국제대 세무학과를 졸업하고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23년 동안 서울 강남 일대에서 공인회계사로 활동해왔다. 임씨는 세무사 자격도 갖고 있으나 세무사회에는 등록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임씨는 10,12대 국회의원 선거 때 자신의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13대 총선때엔 서울 서초 을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역시 낙선했으며, 그동안 KBS 등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세무관계 전문가로 출연했었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화려한 사회생활과 달리 임씨는 복잡한 여자관계와 금전문제갈등이 많았던 것으로 밝혀져 피살 동기와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임씨는 14년 전 결혼한 부인과의 사이에 2남 2녀를 두고, 내연의 관계인 김모씨(40)와 동거하며 1남 3녀를 낳고, 추가로 적어도 10여명 이상의 여자들과 관계를 맺어온 것 등등 복잡한 여자관계를 가져왔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부인 강씨는 서울대 출신으로 K여고 교사로 재직하던 중 임씨를 만나 결혼했으나, 최근 관계가 악화돼 임씨의 어머니와 동생 등은 모두 옥수동에서 동거 중인 여자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임씨는 공인회계사로 10여개의 대기업과 거래를 해 상당한 돈을 모았으나 잇따른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 출마와 여자관계 등으로 탕진하는 바람에 재산은 1억 5,000만원정도에 불과해[4] 살고 있던 서초동 삼풍아파트도 8,500만원에 전세들어 살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임씨는 자신의 사무장으로 근무하던 친동생이 수익금을 빼돌리다 들키자 즉시 해고한 뒤 퇴직금도 주지 않는 등, 주변 친인척들에게는 냉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임씨는 로열살롱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등 외형상으로는 화려한 생활을 해왔으나, 돈에 쪼들리게 되자 세무관계 일을 맡을 때도 일반적인 관행인 후불이 아닌 선금을 요구할 정도였다.

4. 꼬여 가는 수사

경찰은 발견 당시 임씨의 옷차림이 정장인데 비해 신발이 벗겨진 점으로 미루어, 실내에서 흉기로 뒷머리를 맞아 살해당한 뒤 승용차에 의해 옮겨졌을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임씨의 체격이 왜소하지만 유기되는 과정까지 적어도 1명이상의 남자가 낀 복수범인에 의한 범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았다. 또한 임씨의 주변인물 모두 모두 일정한 정도이상의 원한관계를 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인 강씨와 내연의 관계인 김씨는 최근 이혼 문제로 서로 만나 심하게 다투었으며, 임씨와 관계를 맺었던 다른 여자들도 그동안 공개적으로 임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가기도 했을 정도였다.

이 중 경찰이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올린 사람은, 운전기사 강모 씨(35)와 최근 자취를 감춘 비서 조모 씨(24)였다. 10년 가까이 임 씨의 승용차를 운전해왔던 강 씨는 임 씨의 스케줄 등을 자세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수사팀은 그를 조사하면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미 강씨는 결혼해 사건 당시 강원도로 신혼여행 중이었으며, 강씨 또한 "결혼을 앞두고 임 씨에게 자금지원을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다. 잠시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나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고 아는 바도 없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조사결과 강 씨는 모든 알리바이가 확실했으며 특별한 혐의점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강 씨를 조사하고도 아무 소득을 얻지 못한 수사팀은 이후 수사방향을 크게 3가지로 잡았다. 첫 번째는 업무 때문에 피살됐을 가능성이었다. 수사팀이 주목한 것은 임 씨가 회계·세무 관련 업무를 담당해오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조사결과 임 씨와 계약을 맺은 기업들은 당시 대기업을 포함해 100여 곳에 달했다. 수사팀은 임 씨가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비밀에 대해 상세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업무상 원한 등으로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임 씨가 상당한 규모의 금전거래를 해왔던 점에서 채권·채무관계를 둘러싼 청부살인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수사팀은 임 씨가 운영하던 사무실에서 기업체 회계자료와 각종 서류 등을 압수해 분석하는 등 다각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2번째는 원한살인일 가능성이었다. 임 씨는 여러 단체의 간부로 활동하면서 고향과 지역사회에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해오고 있었는데, 마당발 인맥 등을 기반으로 국회의원 선거에도 3번이나 출마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폭넓은 인맥과는 달리 평판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임 씨가 평소 일부 사람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수사팀은 원한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했다.

마지막은 치정살인이었다. 임 씨의 주변 인물들과 심층적인 접촉을 시도한 수사팀이 눈여겨 본 것은 임 씨의 복잡한 여자관계였다. 임 씨의 사생활은 상당히 복잡했다. 임 씨는 부인 강 씨와의 사이에서 4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으나 사건 발생 10여 년 전부터 또 다른 내연녀와 동거하며 4남매를 낳았다. 당연히 임 씨와 본부인의 사이가 좋을 리 만무했다. 조사결과 부인은 국세청에 남편의 탈세사실까지 고발할 정도로 부부관계가 악화된 상태였다. 특히 이들 부부는 최근에 더욱 사이가 나빠져 이혼 얘기까지 거론되기도 했고 불화 끝에 결국 임 씨는 노모와 함께 내연녀의 집에서 생활해왔으며, 부인에게는 간혹 들르곤 했다.

하지만 수사팀이 더욱 주목한 점은 임 씨가 내연녀 외의 다른 여성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본 부인을 포함한 임 씨의 여인들이 일제히 용의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주변인들의 진술과 제보만으로 상대를 불러 조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뿐더러, 내연관계라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이후 수사팀은 범행이 벌어진 1차 장소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수사팀은 임 씨의 양복에 흙이 묻어 있었고 임 씨가 들어있던 가방이 심하게 땅에 끌린 흔적이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추적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다행히 25일 임 씨의 승용차가 강남의 한 종합병원 주차장에서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승용차는 먼지가 쌓여 있었고, 문이 잠겨 있었는데 차 안 바닥에는 모래와 흙이 묻어 있었다. 주차장 경비원은 "1주일 전부터 문제의 차량이 한 곳에 계속 주차돼있어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수사팀은 차량에서 채취한 지문 2개와 머리카락 다섯 올에 대한 정밀감정을 국과수에 의뢰하고 차량 내부에 묻어있는 과 모래의 출처에 대해서 조사했다. 이에 수사는 모처럼 활기를 띠었지만 감정 결과 범인을 특징할 수 있는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5. 결국 미제로

이듬해 4월 수사팀의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은 간통사건으로 구속된 구 씨(40)와 그녀의 내연남(33)이었다. 구 씨를 구속할 당시 그의 소지품에서 살해된 임 씨가 생전에 써준 한 건의 영수증이 발견돼 조사를 받았다.

조사결과 구 씨는 1년 전인 1989년 초 세금상담 관계로 임 씨와 알게 된 후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구 씨는 양도소득세 업무 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500만 원을 임 씨에게 건넸으나 임 씨가 일을 해결하지 못하자 돈을 돌려줄 것을 독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팀은 구 씨가 여러 번 이혼한 전력이 있고 전 남편들로부터 거액의 위자료를 받아내는 등 재물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는 점, 임 씨의 사체가 발견된 직후 구 씨 내연남의 눈 밑에 상처가 있었다는 점, 그 무렵 그가 임 씨의 차와 같은 종류의 차량을 타고 다니는 것을 봤다는 주변인의 진술 등을 토대로 임 씨 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했다. 하지만 임 씨 사건과 관련된 특이점은 나오지 않았다.

그해 6월 수사팀은 또 다른 용의자에 주목하게 된다. 1991년 6월경 서초경찰서는 A 공업사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60대 남성을 A 공업사 직원들이 집단폭행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경찰은 A 공업 대표를 맡고 있던 이 씨(40)가 피살된 임 씨와 내연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사결과 이 씨는 임 씨와 임대관리 업무로 인해 안면을 튼 후 가까워졌는데 평소 사업문제로 종종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씨는 지난해 10월 임 씨가 업무처리 비용을 요구하자 '내연관계를 폭로하겠다'며 7,000만 원을 요구해 심하게 다퉜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은 이 씨가 자신의 이해관계와 어긋나거나 사업에 방해가 되는 인물에 대해 폭력배를 동원해 청부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임 씨 사건의 용의자로 수사선상에 올리고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수차례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이 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며, 수사팀 역시 그녀에게서 특이한 사항을 찾아내지 못했다.

[age(1990-10-28)]년 전 유명인을 납치하고 죽인 뒤 보란 듯이 한강에 띄워보낸 대담한 범인들의 정체는 누구일까? [5] 사건은 결국 영구 미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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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초상권 개념이 미약해서 TV프로그램이나 신문, 잡지 등에 사건 당사자의 신상이 그대로 드러나는것이 당연시 되었고, 모자이크 처리하는일도 드물었다. 그래서 당대 시사프로그램이나 뉴스프로그램을 보면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다거나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2] 다만 부검 결과 임 씨의 폐 속에서 플랑크톤이 발견되어, 가사 상태에서 가방에 넣어 물 속에 던져진 것으로 밝혀졌다. 즉, 산 채로 수장된 것.[3] 실로 대담한 범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피해자를 가방에 넣고 목격자 없이 한강에 유기했을 정도의 범죄 수법으로 볼 때 그냥 가방에 추를 매달았으면 더 완전범죄로 만들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도 이에 의문을 가졌을 정도.[4] 물론 1990년 당대에는 이자율이 10%는 기본적으로 되었던 시절이었고, 주택복권 1등 당첨금이 딱 그 정도 수준이었을만큼, 이 정도 수준의 재산이 있어도 편하게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 사무실 내면서 임대료 내고 신흥부촌인 강남에 살고 있는 입장이라면 얘기가 확 달라진다.[5] 게다가 이 사건은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1달도 안 되어 벌어진 살인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