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90년 4월 15일 인천직할시(현 인천광역시 동구 송림동에서 당시 36세 여인이었던 박 모씨가 동거남에게 살해당한 후 토막난 채 1990년 11월 18일 발견된 사건. #사건당시 KBS보도2. 경과
1990년 11월 18일 인천직할시 동구 송림동의 다세대주택 주인이었던 70대 최 모씨는 세입자 박 모씨가 몇 달간이나 월세를 내지 않자 비상열쇠를 사용해 박 여인의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집안의 살림도구들은 그대로 있었고 조금 어질러진 것만 빼면 단순 방정리를 하지 않아 더럽다 정도로만 생각할 수준이었기 때문에 사건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방을 비울 생각이었던 집주인 최씨는 마침 박 여인의 방 한켠에서 박 여인의 오빠 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보고는 그곳으로 전화를 걸어 짐을 대신 빼 달라고 전했다.이어 박 여인의 오빠 대신 조카였던 당시 부천공업고등학교 3학년 박 모군이 찾아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얼마 안 가 부엌 싱크대 앞에서 박군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연탄 무더기 사이에 있는 무언가를 지목했는데 그것은 바로 집에 없는 줄로만 알았던 박 여인의 토막난 시신이었다.
시신은 심하게 부패된 채 두 개의 쌀포대 속 비닐들에 허벅지를 기준으로 상반신과 하반신이 각각 나뉘어 담겨 있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박 여인의 친언니에 의해 박씨로 확인되었으며 이후 부검을 진행했는데 감식결과 사체에서는 폭행 흔적이나 흉기에 의한 외상 등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목 부분의 압박흔과 박 여인의 혀가 밖으로 나와 있었던 점 등으로 누군가 박 여인을 목졸라 살해한 후 토막낸 것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나 자주 만나는 사람이 없던 박 씨의 성격 탓에 가족들조차 박 여인의 실종에도 생사를 의심하지 않아 수사는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정보는 박 여인의 사체가 담긴 쌀포대에 6월 2일자 스포츠신문이 함께 나온 것으로 미루어 범행 시점이 6월 근처라는 것과 박 여인이 오래전 이혼한 뒤 현장 인근에서 찻집을 경영하며 이 방에서 공부해 왔었고 4월부터 보이지 않았다는 집 주인 최씨의 증언뿐이었으나 경찰은 이 사건이 박 여인의 방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면식범에 의한 원한살인 혹은 치정사건이라고 추정하고 주변인 탐문 수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탐문수사를 진행하던 중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는데 바로 몇 달 전까지 박 여인과 동거하던 남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집주인 부부에 따르면 박 여인은 지난해 10월 월세방을 얻은 뒤 서른 중반 가량의 연하남과 줄곧 동거해 왔지만 4월 중순경부터 동거남이 자취를 감췄고 그와 동시에 박 여인 역시 돌연 모습을 감췄다는 것이었다. 집주인 최씨에게 4월 15일날 박씨가 동거남과 심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는 추가 증언도 확보하고 동거남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해 추적한 끝에 이틀 뒤인 1990년 11월 20일 경기도 수원시에 살던 35세 남성 정씨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1]
놀랍게도 정씨는 이미 가정이 있는 내연남이었다. 검거된 뒤 바로 범행사실을 인정하였으며 정씨가 밝힌 살해 경위는 다음과 같았다. 4월 15일 새벽 3시 30분경 박 여인과 말싸움을 하던 중 박 여인이 내연 관계를 폭로하겠다며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하자 홧김에 목을 졸라 살해하고 집 문을 잠근 뒤 현장에서 벗어났다. 이후 여름이 되면 시취 때문에 살인이 들통날 것이라는 생각에 범행 사흘 후인 4월 18일 밤 현장으로 돌아와 박씨의 시신을 두동강으로 토막낸 뒤 쌀포대에 나눠담고 현장의 혈흔을 지우기 위해 청소를 했다.
6월 2일 정씨는 무엇 때문인지 다시 박여인의 집에 찾아왔다. 이때 정씨는 시신을 다세대주택에서 반출해 유기할 생각도 했지만 이웃들과 마주쳐 범행이 탄로날 걱정에 유기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2] 결국 시신의 상태를 확인한 뒤 신문지로 덮어두고 다시 돌아갔는데, 수사의 유일한 증거물로써 수집된 6월 2일자 스포츠신문지는 이날의 방문 때문이었다.
결국 정씨는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살인 및 사체유기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가석방이나 감형을 받았는지는 불명이다.
3. 여담
국가의 경찰력이 진화한 이래 한국에도 수많은 토막 살인 사건들이 있었지만[3] 8.15 광복 이후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국민들에게 토막 살인의 개념을 각인시킨 사건은 이 사건이 거의 최초다. 이 사건 이후에도 90년대에도 토막 살인 사건으로 강하게 의심되는 토막사체들이 여럿 발견되었지만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해인 1991년 밀양 존속살해 사건[4]과 같이 발견 장소 등으로 용의자를 특정하기 쉽거나 시체 유기 현장을 발각당한 사건들 뿐이었다.[5]김복준의 사건의뢰 대한민국 살인사건 267회에서 이 사건을 다뤘다.
4.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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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시 기사 중에는 32세라고 표기한 기사들도 일부 있었으나 이는 주민등록 생년 오기재로 인한 오류로 보인다.[2] 만약 이때 시신을 옮겨 다른 곳에 유기했다면 이 사건은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3] 한반도에서 최초로 확인된 토막살인 사건은 1932년 3월 23일 평안남도 용강군 지문면 문성리에서 부인 정성녀(당시 35세)가 동침 중이던 자신의 남편의 목을 찍어 죽이고 사체를 두 토막 낸 사건이다.[4] 1991년 1월 10일 밀양 산외면에서 20대 남성이 자신에게 꾸중했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죽이고 참혹하게 토막내 변소에 유기한 사건.[5] 나무위키에 문서가 있는 사건으로는 대구 팔공산 팔공CC 캐디 토막살인 사건이 잘못된 초동수사로 인해 끝내 미제사건으로 남은 토막 살인 중 하나인데 당시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중 이었음에도 발견되는 토막시신들은 수사는 커녕 시신의 신원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사실 잘못된 초동수사 탓도 있지만 당시에는 수사법이 워낙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시신의 신원을 알아내지 못하면 범행 은폐라는 목적을 유력하게 향하고 행해지는 토막살인사건의 특성상 사실상 영구미제는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90년대 말 과학수사의 본격적인 도입과 동시에 토막 살인사건의 범인들도 검거율이 꽤나 올라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