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90년 2월부터 5월까지 영동 지방에 위치한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일대에서 트럭운전사를 집중적으로 노린 6건의 피습 사건이 일어나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
2. 경과
2.1. 1차 사건 (강도치상)
2월 21일 충청남도 천원군[1] 목천면 천정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서울기점 98km지점에서 트럭운전사 김종락(당시 23세)이 신원미상의 괴한들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김 씨의 증언에 따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던 중 잠시 간이휴게소에서 차를 대고 휴식을 취하던 김종락씨에게 20대 청년 2명이 접근하더니 자동차에 펑크가 났으니 자키를 빌려달라고 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쇠파이프로 온 몸을 가격당했다는 것이다. 이후 청년 2명은 김 씨의 몸과 트럭을 뒤져 현금 15만원과 수표 10만원 등 총 25만원을 강취한 뒤 주변에 정차해 있던 현대 프레스토 승용차[2]를 타고 유유히 도주했다는 것이다. 김종락 씨는 지나가던 자동차에 구조를 요청했고 이 일로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그러나 이것은 고속도로 연쇄 피습사건의 신호탄에 불과했다.
2.2. 2차 사건 (살인)
2월 21일 오후 4시 50분경 충청남도 논산군 벌곡면 덕목리 호남고속도로 상행선 회덕기점 34km 지점에서 트럭운전사 심완호(당시 24세)가 자신의 트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심씨는 망치로 추정되는 둔기로 뒷머리를 가격당해 숨져있었으며 범인들은 완전범죄를 노렸는지 심씨의 트럭의 헤드라이트를 모두 망치로 깨부순 뒤 심씨를 도로 옆 밭으로 20m 가량 끌고 가 유기하고 달아났다.경찰이 심씨가 가지고 있던 주유카드를 조사한 결과 전날(20일) 저녁 9시 16분 광주 제일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은 것으로 나타나 광주에서 현장까지의 거리를 감안할 경우 20일 저녁 11시 이후 범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그뿐이었다.
2.3. 3차 사건 (살인)
2월 21일 충청남도 천원군 경부고속도로 지점미상에서 택시운전사 1명이 흉기에 피습당해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전 사건들의 범인과 동일범이 확실하다고 판단되었으며 피습 시기도 비슷한 것으로 추정되었다.2.4. 4차 사건 (살인)
하루가 지나 날이 바뀐 2월 22일 충청북도 청원군 남이면 석실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서울기점 123km 지점에서 트럭운전사 김동진(당시 29세)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김 씨는 다리와 머리를 망치로 추정되는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되었는데 이상한 것은 김 씨의 시신은 그의 트럭과 10m 떨어진 풀숲에서 발견되었으나 김씨의 것인 지갑과 현금이 상의 주머니 등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트럭에 실린 과자류 1천박스가 그대로 있어 트럭강도를 노린 것도 아닌 것으로 보였다는 점이다. 정황상 범인들이 트럭 안에 있는 화물이 무엇인지 모른 채 무작정 트럭과 김 씨를 습격했다가 정작 김 씨를 처리하고 화물칸을 열어보니 과자류만 있었고 이것이 돈이 안 되겠다는 판단 하에 그대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 가능했다.2.5. 5차 사건 (미수)
2월 26일에도 충청북도 청원군 남이면 구암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서울기점 123km 지점에서 트럭운전사 진옥곤(당시 32세)이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떼강도를 만났다가 무사히 벗어나 미수에 그치는 사건이 일어났다.진 씨의 진술에 따르면 오후 7시 30분경 간이정류장에 정차중이던 자신의 화물트럭으로 갑자기 하늘색 현대 프레스토 승용차가 접근하더니 운전자를 제외한 20대 남성 3명이 하차해 자신에게 "당신의 차에 추돌사고를 냈으니 내려오라"고 말했으나 최근 이 부근의 연쇄강도 소식을 알고있던 진씨가 하차를 거부하고 트럭문까지 잠그자 남성들이 화를 내며 흉기를 꺼내 트럭으로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진씨는 즉각 시동을 켜고 남성들을 따돌린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2.6. 6차 사건 (강도치상)
3달의 공백기를 가진 5월 22일 새벽 3시 40분경 충청남도 논산군 가야곡면 종연리 호남고속도로 상행선 회덕기점 40km 지점에 위치한 간이정류장에서 트럭운전사 김창규(당시 29세)는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망치가 유리창을 강타했고 문을 개방해 들어온 괴한들이 김씨의 머리를 망치로 가격한 후 김씨가 소지하고 있던 현금 25만원을 챙겨 그대로 야산으로 달아났다. 망치에 머리를 맞은 김씨는 그 자리에서 실신했으나 30분 뒤 정신을 차려 인근 민가로 달려가 신고했다.이 사건은 2월 21일 2차 사건으로 심 씨가 살해당한 지점에서 불과 6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났는데 관할 가야곡지서에는 2월 사건들의 수사본부도 차려져 있어 강력한 순찰이 필수적이었던 구간이었지만 사건 발생 당시 순찰은 일절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7. 7차 사건? (강도)
해를 넘긴 1991년 3월 6일 충청남도 천안시 수신면에 위치한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수신간이정류장에서 20대 강도 1명이 신양운수 소속 트럭운전사 김영중(당시 22세)을 협박해 끈으로 결박시킨 뒤 조수석에 태운 채 그대로 트럭을 몰았고 벌곡휴게소에 도착해 앞서 와 있던 나머지 일행으로 보이는 2명과 접선해 그들이 타고 온 자동차의 트럭에 부착돼있던 차량용 에어컨을 뜯어내 옮겨 싣고 김씨가 가지고 있던 현금 20만원까지 모두 빼앗아 들고는 도주해버렸다. 이 또한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았다.그러나 절도의 운반책으로 쓰이는 자동차가 있다는 점과 20대 3인조 강도라는 점은 같지만 범행의 정도가 상해를 가하지 않은 단순 강도에서 끝난 것으로 볼 때 이전의 사건들과 동일범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전의 사건들이 화제가 되고 나서 이들의 범행 수법을 따라한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크다.
2.8. 종합
범인들은 3인조로 이루어진 당시 20대들로 현대 프레스토 승용차를 몰고 다녔으며[3] 새벽 시간 갓길이나 정류장 간이 휴게소에서 휴식을 청하고 있는 트럭 운전사들에게 다가가 차를 수리하는데 공구가 필요하다는 등의 구실로 피해자를 유인, 린치해 해를 가하고 트럭을 탈취하거나 현금을 앗아가는 등의 수법으로 강도를 저질렀다. 특히 이들의 강도 행각에서 자신들의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피해자가 죽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 과격한 행동을 동반해 자신들이 얻고자 하는 현금과 물품을 강취한다는 점이 드러나는 만큼 적어도 범인들 중 행동대장 등이 싸이코패스 성향일 가능성이 있다.당시 충남, 충북 경찰이 각자 혼신을 다해 수사했던 주요 사건이었으나 정작 허망하게도 충남북도간 공조수사가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아[4] 서로간 소통이 전혀 없이 완전히 따로 놀았고 이것이 수사를 하나도 전진시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이 사건을 기점으로 새벽시간에도 고속도로 순찰이 활발해졌으며 신종 강도수법으로 조명받던 고속도로 강도는 90년대 후반 이후 점차 모습을 감췄다.[5]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2005년에 만료되었다.
3. 유사 사건
3.1. 제천군 택시운전사 강도살인사건
고속도로에서 연쇄 피습사건이 일어나기 불과 2주일 전인 2월 10일 피습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영동지방 일대의 충청북도 제천군 봉양면 구학리에서 이 지역에서 택시운전을 하던 전종표(당시 27세)가 둔기에 머리를 얻어맞아 숨진 채 발견되었다. 전씨가 둔기로 머리를 맞아 숨진 점과 택시 내에 있어야 할 수익금이 사라진 택시강도 살인사건이라는 점에서 후에 일어난 피습 사건들과 연관점이 있어 보였으나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연쇄 피습 사건과 달리 본 사건 피해자와 택시는 구학역사 앞에서 발견되었기에 경찰이 확신을 내리지 못했고 이 사건과는 완전히 별개의 사건으로 처리되었다. 이 사건도 경찰 인력을 투입해 수사본부까지 설치하고 인근의 타시도 구역인 원주까지 수사 권역을 넓혀 탐문수사를 벌였으나 본 문서의 연쇄 피습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가뜩이나 적었던 경찰인력이 대거 분산되어서 수사본부는 공중분해되고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본 사건과 동일한 년도에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3.2. 호남고속도로 간이휴게소 강도사건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90년 7월 3일에는 대전시 유성구 석동에 있는 호남고속도로 상행선 회덕기점 5km 지점의 간이휴게소에서 조 모씨 등으로 구성된 3인조 강도(당시 20대 초중반)들이 트럭 운전을 하다가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용명(당시 30세)을 흉기로 협박한 뒤 김 씨의 손과 발을 나일론 끈으로 묶고 김 씨가 가진 돈과 트럭을 모두 빼앗아 달아나는 강도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김씨는 2시간의 사투 끝에 자신에게 묶인 나일론 끈을 푸는 데 성공했고 지나가는 트럭을 잡아탄 뒤 독립기념관 부근을 지나다 고속도로 순찰대를 발견해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범인들은 즉각 전국에 수배가 내려져 모두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3.3. 여담
이 외에도 5차 사건 직후인 26일 경부고속도로 검문소에서 자신들의 기아 캐피탈 승용차에 많은 양의 흉기[6]를 싣고 부산으로 출입하려다가 검문에 붙잡힌 2인조 강도가 용의선상에 오르거나[7] 경부고속도로 울산 울주군 지점 갓길에 세워진 트럭에서 흉기에 피습당한 20대 남녀 변사체가 발견되어 연쇄 피습의 희생자로 의심되는가 하면[8] 다음해인 1991년 초에도 3명의 시민들이 경부고속도로에서 5인조 차량탈취범에게 납치당하는 등 1990년 한 해 동안 경부•호남고속도로 일대는 유사 범죄와 사건의 후유증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4.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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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63년부터 1991년까지 있었던 행정구역으로 사건 이듬해 천안시와 합쳐져 도농복합시를 이룬다.[2] 처음엔 갈색이라고 증언했으나 후에 하늘색으로 번복.[3] 사실상 지금의 소나타와 같은 서민차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차종이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범인들의 절도에 사용된 승용차가 프레스토인 것은 동일했으나 1차 사건 피해자인 김종락 외에는 프레스토에 대한 별다른 정보를 얻어낼 수 없었는데 김 씨는 프레스토의 번호판이 경기지역이었다고 증언했고 이를 토대로 경찰은 경기도경의 협조를 받아 차적조회를 실시해 김 씨가 증언한 것과 비슷한 프레스토 승용차를 16대나 용의선상에 올렸음에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였다. 아마 김 씨의 기억이 오염됐을 수도 있지만 범인들의 교활함을 생각하면 가짜 번호판을 사용했거나 도난차량일 가능성이 높다.[4] 이 사건을 두고 이들간에 정식적으로 있었던 교류라고는 2월 28일 천안경찰서에서 합동수사회를 단 1번 개최한 것밖에 없었으며 이조차도 단순한 정보교환만 이뤄진 채 앞으로의 수사 방향을 같이 모색한다거나 하는 등의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사건현장 중 절반 이상이 포집해 있는 충남서 관할 경찰서들은 그 안에서 각각 천안경찰서와 논산경찰서가 따로 소통 없는 독자수사를 진행해 그야말로 수사가 중구난방이 되는 상황에 놓였다.[5] 물론 이는 90년대 중후반에 들어 고속도로 곳곳에 다목적용 정보수집 카메라가 설치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기는 했다.[6] 곡괭이, 손도끼 등[7] 조사 결과 이들은 부산에서 강도 행각을 벌이러 원정을 오는 길이었다.[8] 조사결과 이들 남녀는 교제하던 관계로 남성쪽이 준비해온 흉기를 이용해 트럭 안에서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본인도 자해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