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021년 8월 30일 새벽 대구광역시 서구 비산동의 한 주택에서 18세[1], 16세[2] 형제가 잔소리를 듣기 싫다는 이유로 부모 대신 자신들을 길러준 조부모 중 77세[3]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93세[4]였던 할아버지도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2. 진행
2021년 8월 29일, 할머니가 형제에게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 '왜 급식카드를 가지고 편의점에서 먹을 것도 사오지 않느냐', '스무 살이 넘으면 나가서 살아라' 등의 잔소리를 하자 형은 할머니를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동생에게 '할머니 죽일래?즐기다 가는 거지,어때?"라고 카카오톡을 보냈다. 동생은 "맘대로"라고 답했다. 형은 "어차피 우리처럼 머리 나쁘고 배운 게 없는 사람들은 20살이 돼도 굶어 죽어. 알바도 안 뽑아주고. 가망이 없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그는 인터넷에서 '사람 한 번에 죽이는 법'도 검색했다.#
2021년 8월 30일 0시 10분 경, 주동자인 형은 샤워를 끝낸 할머니가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흉기를 들이댔고 할머니가 자신에게 "칼 들고 뭐하냐. 찔러봐라"라고 이야기하며 휴대전화가 놓인 쪽으로 다가가자 할머니의 머리, 옆구리, 다리 등 온몸을 흉기로 61차례 난자했다. 형은 동생에게 할머니가 소리를 치니 창문을 닫으라고 했다. 이 모습을 할아버지가 지켜봤지만 거동이 불편해 대응하지 못했다.
형은 이어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할머니도 갔으니 할아버지도 같이 갈래?'라고 협박했다. 할아버지는 두 손을 빌며 "내가 잘못했다"며 "할머니를 병원부터 보내자"고 애원했다. 이에 동생이 할아버지는 죽이지 말자”고 만류하면서 형의 살인 행각은 멈췄다. 형제는 범행 후 할머니의 피를 닦고 피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수를 뿌린 뒤 샤워를 했다.
할아버지는 이후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어서 '손자가 아내를 찔렀고, 아내 옆에 가지 못하게 한다'고 했고, 할머니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날 오전 1시 25분쯤 숨을 거두었다.
가해자들인 10대 형제는 2021년 8월 31일 밤에 구속되었으며, 할머니가 잔소리를 하고 심부름을 시켰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사건 발생 당시 동생은 고1이었으나, 퇴학 처리되었고 형은 고3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형제의 부모는 형제가 각각 9살, 7살이었던 2012년 8월경 이혼하고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긴 채 연락을 끊어버렸다. 맡겨진 형제는 삐뚤어지더니 형과 동생 모두 중증 불안장애와 분노조절장애를 앓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형은 학교의 특수학급에 다니고 있었는데, 2020년 1월, 대구의료원에 강제입원되어 3개월 동안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으며, 이후에도 항우울제 처방을 받았으나 꾸준히 복용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동생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변호인의 주장에 따르면, 상황에 대한 인지능력도 떨어진다고 하며, 학교에서 의자로 교사를 위협하고 욕설을 하다가 퇴학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형제들은 체격도 우람하고 힘도 좋은 데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수시로 문제를 일으켰는데, 그럴 때마다 할머니가 학교와 경찰서를 쫓아다녔다고 한다. 주민들도 정신병력 등 자세한 사정은 모른 채 조손가정의 문제아 정도로만 여겼다고 전해졌다. #
형제를 도맡아 키우던 조부모 중 할머니는 2007년 9월에, 할아버지는 2001년 2월에 신체장애 판정을 받았다. 형제의 가정은 2013년에 기초생활 수급 가정으로 지정되어 매달 185만 원을 지원받았다. 할아버지가 나이가 많고 몸이 불편해서 주로 할머니가 형제들을 보살펴 온 것으로 전해졌다. #
형제와 조부모가 거주하던 주택은 범행 당시 면적 29.2㎡에 지어진 지 36년이 되어 매우 노후하고 열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서 형은 "우리나라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감옥에서 살기로 작정했다”며 "만약 할머니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이전과 똑같은 삶을 살았을 텐데, 웹툰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진술했다.#
9월 23일에 형은 존속살해 혐의로, 동생은 존속살해 방조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형은 검찰 조사에서 '할머니가 휴대폰 게임을 많이 한다며 잔소리를 했다'고 진술했으며, 범행 당시 동생이 할머니의 비명이 새어나가지 않게 창문을 닫았고, 형은 인터넷에서 범행 수법을 검색하기도 했음이 추가로 밝혀졌다.#
3. 재판
10월 28일 검찰은 형에게 무기징역과 전자발찌 부착 30년, 보호관찰 명령 5년을, 동생에게는 징역 장기 12년, 단기 6년을 구형했다. #2022년 1월 20일 1심에서 재판부가 형에게 징역 장기 12년, 단기 7년을 선고하고 전자발찌 10년 부착, 폭력치료 및 정신치료 프로그램 80시간씩 이수를 명령했다.
동생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폭력치료 및 정신치료 각각 40시간을 명령했다. 죄질이 매우 나쁘지만 불우한 성장 과정과 초범임을 고려해 교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이유였다.
검찰과 형은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고, 동생은 항소하지 않았다. #
사건 이후 할아버지는 서구의 요양원에서 지내다가 다른 지역에 살던 딸이 데려갔고 동생은 돌아온 어머니랑 외할머니와 같이 살게 되었다. 서구청은 동생에게 지원해 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 4월 11일, 2심에서도 검찰은 형에게 무기징역, 동생에게 징역 장기 12년, 단기 6년을 구형했다. #
2022년 5월 12일, 2심에서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형을 그대로 선고했다. #
이후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되었다.
4. 반응
이 사건은 끊임없이 존속범죄 사건이 터지던 가운데 발생한 터라 사회적인 충격이 매우 컸다. 한편 사건이 발생한 집에 할머니가 주범의 월요일 등교를 위해 빨아 둔 교복이 걸린 사진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MBN 등 일부 언론에서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게임 때문에 일어난 살인 사건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1심 판결 후 대다수의 언론은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으나 실제로는 범죄의 정도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
불우한 환경에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10년간 돌보아 준 보호자이자 직계존속을 매우 잔혹한 방식으로 계획 살해한 주범과, 이를 도운 공범인 동생에게 반성의 여지가 없는 사실에 미루어 볼 때 확실히 1심 판결은 과거 판례에 비추어 보아도 크게 어긋날 정도로 비정상적이다. 이에 재판부는 형제의 범행이 무겁지만 형제의 범죄는 불행한 성장환경에서 발생한 정신질환과 가정불화로 인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기에 교화의 가능성이 있어서 그렇게 판결했다고 해명했다. #
특히 이 사건을 맡은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1부 김정일 판사가 고개를 숙이고 있던 형제에게 박완서의 자전거 도둑을 선물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해 보라고 격려하면서 동생에게는 할아버지를 찾아가서 사죄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 이에 대해서 판사의 선행을 칭찬하는 일부 여론도 있었지만 다수는 판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등의 악플을 달았다.
우리시민복지연합에서는 이 사건은 복지의 부실과 정신질환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부재했다고 비판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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