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998년 10월 27일, 서울특별시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에 살던 주부가 성폭행당한 뒤 손과 발이 묶인 채 목이 졸려 살해된 사건.오랜 기간 동안 미제사건이었다가 다행히 사건 발생 18년 후인 2016년 11월에 범인 오우진(검거 당시 44세)이 검거되었다.
2. 사건 내용
피해자의 몸에서 확보한 DNA로 밝혀진 범인의 혈액형은 AB형이었고 A씨는 용의자와 2차례에 걸쳐 전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전화를 건 곳은 모두 공중전화였다.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용의자의 행적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것은 오후 3시 이 집에서 빼앗은 신용카드로 10차례에 걸쳐 151만 원을 인출하면서 현금인출기의 CCTV에 얼굴을 남긴 것이었다.
당시 CCTV에 찍힌 범인 오우진의 얼굴 사진 |
범인은 이외에는 지문 등 아무런 단서를 남기지 않았고 수사의 진척이 없자 경찰은 공개수배를 결정했다. 1998년 12월 2일자 공개수배 사건 25시에서 방영되기도 했는데 여기서도 열심히 분석했지만 끝내 용의자를 더 이상 특정할 수는 없었다. 서울도봉경찰서가 운영한 수사본부도 사건으로부터 2년 후인 2000년 말에 결국 없어지면서 영구미제사건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3. 범인 검거 및 사건 정황
당시 수사본부의 막내이자 경장이었던 김응희 경위가 2016년 6월 서울특별시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부임한 뒤 다시 한 번 수사에 돌입하면서 실마리가 서서히 잡혔다. 그는 DNA와 혈액형, 사진이 있는데도 범인을 잡지 못한 것, 특히 피해자 딸의 눈물이 내내 마음에 걸리던 터였다. 그러던 중 2010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기존에 15년이었던 강간살인의 공소시효를 과학적 증거가 있으면 10년 더 연장할 수 있게 되었고 그동안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분석기법 등이 크게 발전하는 등 사건 당시에는 막혔던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 큰 힘이 된 김응희 경위는 마음을 다시금 다잡게 되었다고 한다.사건 당시 범인은 20대 중반~30대 초반으로 추정되었다. 1965~1975년생[1] 가운데 비슷한 수법의 전과자 8천여 명을 간추리고 다시 혈액형(AB형) 등 몇 가지 조건으로 소거법을 실행한 결과 125명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 이 125명의 얼굴 사진을 현금인출기 CCTV에 찍힌 사진과 하나하나 대조했고[2] 그 125명 중 동일인으로 확신할 수 있었던 사람이 1명 지목됐는데 그가 바로 오우진이었다.
용의자로 특정된 오우진의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물증은 오로지 DNA뿐이었다. 이것을 얻어내기 위해 형사들은 몇 가지 방법을 논의하다가[3] 그의 거주지 인근에서 무한정 잠복에 들어가기로 했다. 끈질긴 기다림 끝에 그가 버린 쓰레기 봉투에서 담배꽁초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곧바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긴급으로 보내 DNA 분석을 요청한 결과 1998년 사건 당시 확보한 DNA와 일치한다는 확인을 받았다.[4]
검거 당시 사진 |
사건 이후 오 씨는 그동안 회사에서 일하면서 평범한 가장으로 살았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강력 범죄자가 대부분 그렇듯 한 번만 저지른 게 아니라 또 다른 범죄들도 많았다.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특수강도 전력이 3회 있으며 1990년대 초중반 여성들이 혼자 운영하는 가게에 흉기로 들고 침입해 결박한 후 금품을 갈취해 1994년 군사법원에서 특수강도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 선고를 받고 복역하였고 1996년 말에 안양교도소에서 출소했다. 하지만 출소한 지 2년 만에 또 강도살인을 저질렀으며 살인을 저지른 후인 2003년에도 청소년 성매매를 알선해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뉘우치는 기색 없이 추악한 삶을 산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검증 당시 |
오우진은 생활정보지에 실린 전셋집 정보를 보고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1998년 10월 27일 12시 32분 오 씨(당시 26세)는 서울 노원구 모 아파트의 A 씨(35세, 여)에게 노원역에서 공중전화를 걸고 43분엔 상계동 상가 공중전화에서 또 A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생활 정보지에서 아파트 전세 매물로 광고된 주거지를 둘러보러 가겠다는 소리였다.
오씨의 주장에 따르면 오후 1시 20분에 서울 노원구 모 아파트의 A 씨 집으로 갔다. 그는 A 씨에게 "전세 보증금 감액이 가능하냐"고 문의했다가 이씨에게 "보증금도 없이 집을 보러 다니냐"는 소리를 듣고 화가 나 우발적으로 살인을 했다고 진술했다. 폭행을 가하다가 A 씨가 쓰러지자 결박하고 강간했으며 그 다음 가죽 허리띠로 물렁뼈가 골절될 정도로 힘을 강하게 주면서 지속적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사실 이건 살인범의 거짓 주장이고 손과 발과 입을 모두 결박한 점,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공중전화를 사용한 점, 피해자를 결박하고 강도를 저지른 이 사건과 비슷한 비슷한 동종 전과 3건 등 철저하게 계획된 강도강간이었다.
이후 안방에서 신용카드가 들어있던 지갑을 들고 도주했고 택시를 타고 을지로 상가로 이동해 2시 54분~3시 14분까지 약 10차례에 걸쳐 151만 원을 인출한 후 도주하여 18년 후 검거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4. 재판
2017년 4월 4일 1심 재판부는 오우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건 이후 동종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다는 이유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은 기각했다. # 1심 판결문2017년 6월 20일, 항소심 재판부 또한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마찬가지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은 기각했다. # 2심 판결문
5. 기타
김응희 경위가 오 씨를 체포하고 검찰 송치까지 잘 마무리한 후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A 씨의 유가족들을 찾아가 검거 사실을 직접 알려준 것이라고 한다. 어머니의 처참한 시신을 목격했던 A 씨의 딸도 그 자리에 있었고 그에게 감사인사를 드리는 그녀에게 김응희 경위가 "그 시련을 딛고 건강하게 잘 자라 주어 오히려 내가 너무 감사하다"고 말해 주었다고 한다. 사건 이후 김응희 경위는 항상 지갑에 꽂고 다니던 용의자의 낡은 흑백사진을 버렸다고 한다. 김응희 경위는 이 수사의 공로를 인정받아 경감으로 1계급 특진이라는 영예도 누리게 되었다.1998년 12월 2일 공개수배 사건 25시 방영 당시 진행자 백운기 기자가 "이 용의자는 꼭 잡아야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이 꼭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방송 이후 전국에서 수많은 제보가 빗발쳤고 특히 울산에서 범인과 정말 똑같이 생긴 사람을 봤다는 제보가 들어와 김응희 경감을 비롯한 형사들이 급히 울산까지 달려가 직접 조사하기도 했다. 닮긴 정말 닮았는지 본인과 가족들조차 "우리가 봐도 똑같이 생겼다."고 놀랐을 정도였다. 하지만 혈액형도 달랐고 범행 시각 당시의 알리바이도 확실하여 해프닝에 그치게 되었다.
2017년 2월 18일 MBN의 <어느날 갑자기 - 지갑속 그놈>에 방영되었으며 범인의 이름은 오상만(가명)으로 처리되었다.
2017년 7월 18일 <시사기획 창> 실종자 이윤희 편 후반부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했다.
2023년 3월 3일 E채널의 <용감한 형사들> 시즌2에서 방영되었으며 수사의 주역인 김응희 경감이 직접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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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제로 오우진은 1972년생으로 범행 당시 26세였다.[2] 며칠 밤낮을 사진들만 계속 들여다볼 정도로 엄청나게 집중했다고 한다. 20년 가까이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 얼굴이 생각보다 많이 바뀌며 그 와중에 변하지 않는 몇 안 되는 특징을 잡아내는 게 생각보다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3] 접촉사고를 가장하여 그에게 접근하는 방법 등을 논의했지만 오우진이 이를 눈치채고 도주할 위험이 있어 기각했다고 한다.[4] 수사를 주도했던 김응희 경감은 결과를 통보받은 이 순간을 오랜 경찰 생활을 통틀어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꼽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