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02 13:57:02

상전벽해

고사성어
뽕나무 푸를 바다

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 즉, 세상 일이 몰라보게 확 달라졌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다.

'신선전'의 '마고 선녀 이야기'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어느 날 마고라는 선녀신선 왕방평에게 이렇게 말했다.
"곁에서 모신 이래 저는 동해가 세 번이나 뽕나무밭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번에 봉래에 갔더니 바다가 다시 앝아져서 이전의 반밖에는 되지 않았습니다. 또 육지가 되려는 것일까요?"
그러자 왕방평이 대답하기를
"그러기에 성인들께서 이르시지 않으셨나? 바다의 녀석들이 먼지를 일으키고 있다고."
그리고, 유정지의 시 '대비백두옹'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
낙양성 동쪽의 복숭아꽃 오얏꽃이
날아오고 날아가며 뉘 집에 지는고
낙양의 계집은 고운 제 얼굴이 스스로도 아까운지
낙화를 바라보며 길게 한숨짓는다.
올해에 꽃이 지면 얼굴은 더욱 늙으리라
내년에 피는 꽃은 그 누가 보려는가
상전도 벽해된다는 그것은 정녕 옳은 말이로다

이처럼 상전벽해라는 말은 뽕밭이 바다가 되는 것처럼 세상이 확 바뀌는 것을 뜻한다.

뽕밭이 바다가 되어도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향수(nostalgia)와도 유관하다.

격동의 현대사를 보낸 한국에서 유난히 자주 쓰이는 단어이기도 하다. 대도시, 특히 수도권의 경우 70년대부터 워낙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이 과정에서 탈공업화, 도로망 개선, 대규모 신도시 개발, 아파트 등의 주거지역 재개발, 상업 구역의 변화, 젠트리피케이션 등 생활 터전을 급격하게 바꾸는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도시가 말 그대로 끊임없이 새로 바뀌는 통에 어렸을 적 지냈던 곳을 1~20년 후에 다시 찾아가 보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가 무엇인지[1] 깨닫게 되는 건 양반이고 유년기의 기억만 가지고 찾는다면 아예 찾을 수조차도 없는 경우까지 있다. 상전벽해란 단어가 일반적으로는 좋은 의미로 쓰이지만 추억을 찾는 당사자 입장에선 어딘가 서글퍼지는 단어.

그런데 문자 그대로 육지가 바다가 되는 사례는 흔치 않고 오히려 반대로 바다였던 곳이 육지가 되는 사례가 훨씬 많다. 김해 평야도 고대에는 김해이었고 애산 전투의 현장이던 애산진도 지금은 해안에서 6km 떨어져 있고 아랄 해였던 곳에 사막이 생겨나는 등. 해수면 상승이 큰 규모로 일어나면 이것도 옛말이 될 것이다.

나무위키에서도 종종 인용되어 쓰이는데, 가끔 인물에 대해 이것을 쓰는 경우가 보인다. 뜻을 보면 알겠지만 이 성어는 인물이 아닌 어떤 곳의 환경이 몰라보게 바뀌었을 때 사용한다. 인물에게 비슷한 내용의 고사를 인용하려면 괄목상대를 쓰도록 하자.

비슷한 사자성어로 격세지감이 있다.


[1] 단순히 일부 동네 건물들이 바뀌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자주 다녔던 가게 등이 흔적도 없어진 건 예사고 주택 지역이 아파트 단지들로 바뀌었다든가 아예 신도시 개발 이전 지역에 살았다면 동네 전체가 사라져버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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