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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전략)
아서는 눈을 껌벅이며 (우주선의)스크린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뭔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게 무엇인지 그는 문득 깨달았다.
"이 우주선에는 홍차가 없나?"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아서는 눈을 껌벅이며 (우주선의)스크린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뭔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게 무엇인지 그는 문득 깨달았다.
"이 우주선에는 홍차가 없나?"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中
티타임은 영국의 다과(茶菓) 문화로, 차(tea) 또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time)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그냥 차를 마시는 시간에 불과하여, 타 문화권에서 보면 단순한 휴식시간으로 여겨지기 쉬움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화 관습으로 여겨져 영국의 독특한 문화 현상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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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세
현대적 의미에서 티타임의 기원은 영국이다. 홍차는 원래 중국, 그것도 서구열강에게 무릎을 꿇기 전의 콧대높은 중국의 수출품이었다. 영국에 전해진 것도 영국왕실에 시집온 포르투갈의 공주가 혼수품으로 가져온 것일 정도로 초기에는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영국이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차나무의 대량 재배를 성공하면서 원가가 크게 내려갔다. 이후 클리퍼선과 같은 쾌속 범선의 등장, 그리고 수에즈 운하의 개통으로 동서양간 물류 비용 역시 내려가고 시간도 단축되자 홍차는 대중에게로 확산되었다.특히 산업 혁명도 한몫했다. 냉장고나 정수기가 없던 시대에 일부 호수를 제외한 유럽의 용출수 대부분은 석회수로, 마시기가 불편해서 포도주를 타거나 탄산광천수를 찾아 마셨지만 서민들에게는 빗물이라도 받지 않는 바에야 맥주로 담그던가, 값싼 럼으로 방부처리를 하면서 석회 성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마시는 방법이 있었다. 문제는 당시 영국 노동계급의 주취로 인한 폐해가 사회문제가 되고, 또 당시 자본가의 입장이었던 영국 청교도나 장로교 계열 개신교도 신사들도 이런 음주를 나쁘게 봐서 아예 금주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물을 안먹이고 일을 시킬 수는 없었으므로, 기업마다 홍차 카트를 운용해서 현장에 음료용 홍차를 배달해주었다. 술을 마시면 정신이 흐려지고 공장에서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높으니 홍차를 마셔 정신차리고 일하라는 의도였다. 그래서 이 당시 영국의 노동자는 아침에 일어나면 홍차를 마시고 출근했다.
또한 홍차를 마시고 써진 입맛을 덜기 위해 단 과자가 곁들여지면서 정해진 오후 티타임 시간이 확립되았다. 오늘날에도 영국인은 오후 티타임을 점심 저녁보다도 더 중요하게 지키고 있다. 즉 일종의 근로자의 복지 여건으로서 보장되었던 것이 노동계급을 통해 중산층 이하의 문화로 확장되었다는 견해다.
군대의 식수 공급용으로도 예외는 아니어서 제2차 세계 대전 중의 영국군에게 홍차는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보급품으로,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영국 정부는 전 세계의 모든 홍차를 쓸어담았다. 영국군 뿐만 아니라 다른 캐나다군, 호주군, 뉴질랜드군 등 영연방 소속 군대에서도 수요가 있어 상당한 물량이 필요했다.
오늘날의 영국군 전차에도 홍차를 끓이기 위한 전열 포트가 내장되어 있다고 한다. 베셀 보일링 일렉트릭(Vessel Boiling Electric, 약자 VBE 또는 BV)이라는 이름의 장비로서, 1950년대부터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주력 전차나 궤도 및 차륜 장갑차뿐만 아니라 영국군에서 사용하는 대형 트럭에도 장착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의 영국인들에게 티타임은 일본의 다도같은 풍류를 즐기는 것이 아닌 생존을 위한 수분섭취의 의미였다. 홍차가 영국인들에게는 생필품이므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렇다보니 냉전 시대 핵전쟁에 대비해서 비축한 물자에도 홍차 티백이 있었을 정도다.
현대에도 놀라운 일화로 화자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시기의 일화로, 문서 상단에서도 짤로 인용되어 있듯이 전투가 진행 중인 와중에 영국군이 갑자기 전투를 멈추고 티타임이라며 갑자기 차를 꺼내 마셨다는 식의 이야기이다. 이런 현상은 해당 참전 용사만이 겪은 특이한 일화가 아니라, 영국군에 관련해서 유사한 증언이 수 없이 교차증언되는 문화 현상이다. 퀸 엘리자베스급 전함 4번함 바함이 유보트의 뇌격으로 침몰할 때, 티타임이라 승조원이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말도 있고, 위의 전차에 물 끓이기 포트도 전차병이 찻물 끓이러 내렸다가 저격에 맞고 전사하는 사례가 하도 많아서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다.
군대는 아니지만 좀 극명한 사례로, 로버트 스콧이 남극점을 찍고 돌아오다가 식량이 떨어져 굶어죽어가던 시점에 마지막 남은 식량이 바로 홍차였다. 야전에서 뜨거운 물 한 컵의 유용함은 남극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문제는 스콧 탐험대의 경우 물을 데울 연료가 떨어져[1] 스콧은 홍차 이파리를 씹어먹다 결국 기력이 쇠하여 얼어죽고 말았다.[2]
현재에도 영국에는 샌드위치, 과자, 차, 커피 등을 판매는 티타임 전용 음식점이 많으며 휴일이라도 이 시간대에 이웃을 방문하거나 하는 것은 목마른 사람이 물 마시는 것을 방해하는 것과 같은 결례가 된다. 이로 인해 영국에서는 홍차와 잘 어울리는 간식류가 다양하게 발달했으며, 영국인의 식도락 욕구를 채워주는 부수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티타임은 상당히 간소화되었다. 홍차 티백을 머그컵에 담아 간편하게 우려내서 설탕이나 우유 등을 넣은 후 쿠키나 약간 달달한 것을 곁들인다. 홍차 협회에 의하면 소비되는 홍차 중 약 96%가 티백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젊은 층으로 갈수록 간편한 것을 선호하므로 전통적인 스타일의 티타임은 기념일, 접대, 파티, 행사 등에서만 가지는 추세이다.
티타임에는 크림 티(cream tea)라는 관습이 있다. 홍차에 크림을 넣어서 마시는 등의 차의 종류가 아니라, 홍차에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3]과 잼을 바른 스콘을 곁들여 먹는 것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스콘을 반으로 갈라서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발라먹는 것이 일반적인데, 영국인이 밀크티에 우유를 먼저 넣느냐, 홍차를 먼저 넣느냐를 두고 논쟁하듯이 여기서도 지방에 따라 잼을 먼저 바르느냐, 클로티드 크림을 먼저 바르느냐 가지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콘월 출신[4]은 스콘에 잼을 먼저 바르고 그 위에 클로티드 크림을 발라먹는 반면, 데번 출신[5]은 반대로 클로티드 크림을 바르고 그 위에 잼을 발라먹는다.
이 때문에 몇몇 애향심 강한 사람은 크림 티라는 명칭 대신 고향 이름을 따 '코니시 티' 혹은 '데번셔 티' 로 부르며 자기들 방식이 맞다고 우기기도 한다. 이는 이 지방 출신이 캐나다나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로 이민가서도 종종 이어진다.
3. 종류
- 일레븐지스(Elevenses): 이름대로 오전 11시경에 갖는 티타임이다.
-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또는 로우 티(low tea):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의 티타임으로 간단한 간식을 곁들인다. 전통적으로 귀족들이 가진 차 시간대이다.
- 하이 티(high tea):오후 5시에서 7시 사이 노동자층에서 저녁을 겸해서 갖는 티타임이다. 식사를 겸하기 때문에 든든하게 먹는다.
영국 하류 노동계층은 점심을 디너(만찬)이라 부르고 저녁을 티(tea)라고 부르기도 했다. 반면 상류층은 점심을 런치라고 부르고 저녁을 디너 또는 서퍼(Supper)라고 불렀다. 그래서 오후의 차가 저녁을 뜻하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자주 있다.
4. 타국에서의 티타임
대한민국은 미국 문화 영향으로 홍차보다는 커피가 더 흔하고 일반적이라 티타임이란 개념이 비교적 생소하다.[6] 홍차를 좋아하는 것은 흔치않은 취향으로 인식된다.스타벅스 같은 대형 커피 전문점에서도 홍차를 팔기는 하지만 대부분 티백에 맛도 없다.[7] 홍차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도 드물다.
다만 2010년대 이후로는 떼오도르, 클로리스, 트리아농, ＴＷＧ, 티에리스, 르쁘띠베르, 꽁띠 등 티앙팡을 넘어서는 고급 홍차 전문점이 상당수 생겨났고 애프터눈 티 문화도 어느정도 도입되었다. 또 그보다 더 돈을 쓴다면 호텔 등지에서 좀 더 화려하게 즐길 수도 있다. 찻집의 입지와 차의 타입[8], 가격대 찻집의 분위기 등을 고려해 다양한 선택폭이 있다.
홍차 티팟은 종류에 따라 7천~1만원 정도이며 홍차의 양은 중간 크기 찻잔으로 2~3회 이상 마실 수 있다. 티푸드 풀셋은 가격대가 몇 만원 선이라 2~3인 정도가 모여서 담소하며 차분히 즐기는 용도에 적합하다. 테이크 아웃은 가능하지만 돈낭비에 가깝다.
영국 문화의 영향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홍콩에서는 페닌슐라 등 고급 호텔의 카페에서 정통 영국식 애프터눈 티 메뉴를 제공한다. 숙박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30분쯤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줄이 길다. 대다수의 홍콩인들은 정통 티타임 보다는 중국식으로 현지화된 티타임을 일상적으로 가진다. 식당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차와 간식 세트를 판매하며 이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메뉴는 가격이 저렴하다.
그리고 미얀마에도 티타임 문화가 남아 있는데 양곤에 위치한 고급 호텔 "더 스트랜드"의 카페에서는 고급 하이 티 메뉴를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홍콩과는 달리 한적한 분위기에서 티타임을 가질 수 있다.
5. 대중 매체
- 영국 드라마 셜록 시즌2 에피소드 3편에 티타임이 등장한다. 짐 모리어티가 티타임 때 사건을 일으키면서 출동 명령이 내려오자, 그렉 레스트레이드는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네 관할 구역이 아니라면서 발뺌을 했다.
- 킹스 스피치에서도 티타임 장면이 나온다. 조지 6세가 라이오넬 로그와 화해하기 위해 로그의 집으로 찾아오는 장면에서, 영화에서는 직접 표현하진 않았지만 이 시간대가 바로 티타임이다. 바깥양반들이 우정을 다지는 사이 엘리자베스 보우스라이언 왕비는 혼자서 로그네 집 부엌을 뒤져 직접 찻상을 차리고 차를 마신다.
또한 브릿지 게임을 하러 외출했던 로그의 아내가 귀가하는 이유도 곧 티타임이라서 그렇다. 그리고 자기 집 응접실에 앉아있는 왕비를 보고 놀란 로그 부인이 조지 6세까지 보고는 "폐하 내외께서는 저녁을 드시고 가시렵니까?"라고 묻는데, 노동계급의 전통적 티타임에 방문했기 때문에 식사도 함께하시냐고 질문한 것이다.
6. 관련 문서
[1] 납으로 만든 연료용기가 혹한에 파손되어 안에 들은 연료가 새어나왔다. 미리 지어놨던 보급소를 방문했을 때는 기존에 쓰려던 양에 비해 몇 갤런씩 연료가 줄어 있었다고 한다.[2] 그 와중에 테스코에서는 이 양반의 이름을 딴 '캡틴 스콧 블렌드 티'라는 물건도 만들어 판매한다. 한국에서도 홈플러스가 테스코 계열이었을 때 수입하여 판매했었고, 맛은 겉포장에 쓰인 대로 Extra strong, 겁나게 강한 맛이다.[3] 유지방 함량이 매우 높은, 준 버터 수준의 크림이다.[4] 스콘이 따끈따끈한데 크림을 바르면 녹아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5] 콘월 사람과 같은 이유지만 오히려 따끈따끈한 스콘에 크림을 발라 살짝 녹여 먹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 햄버거 패티 위에 치즈를 올려 먹는 것과 같은 셈.[6] 다만 한국처럼 커피 위주의 문화인 유럽 대륙(특히 독일과 북유럽)에서도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영연방권의 티타임처럼 휴식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스웨덴의 피카(fika)가 있다.[7] 홍차를 평소에 자주 우려 마시는 사람이라면 찻잎이나 브랜드를 꽤 자세하게 알고 있거나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한 경우가 많은데, 일반 카페에서 립톤 티백을 자기가 우려먹는 것보다 비싼 돈을 내고 시킬 이유는 없을 것이다.[8] 기성 브랜드 차, 다원 산지직송 차, 자체 블렌딩 차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