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14세기 영국의 제프리 초서가 집필한 영어로 인쇄된 최초의 이야기 책. 1170년에 헨리 2세에게 암살된 캔터베리 대주교 토마스 베켓을 기리는 성지 순례가 이야기의 역사적 배경이다.중세 영국 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걸작으로, 1380년도에 집필되기 시작해 1400년 초서가 사망함으로서 미완의 명작으로 남게되었다. 현대에 나오는 판본들은 수백년간 학자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수많은 개수와 편집을 거쳐 80여 판이 나왔다.
2. 특징
《캔터베리 이야기》를 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모든 것[1] |
이 이야기에선 당시 영국 사회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모조리 등장하는데, 타바드 여관(The Tabard)에서 모인 30여명의 길손 중 귀족은 기사와 그의 시자인 아들 뿐이다. 나머지는 가톨릭 교회의 탁발 수도자, 수도자, 소환리, 면벌부 판매인, 방앗간 주인, 법조인, 직업 길드원들 등의 중산층이거나 농부나 시종 등의 일반 하류계층이었다. 그 당시 영국 사회를 구성하던 귀족-가톨릭 교회-평민의 세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 무리가 이들 순례객들이다.
순례라는 큰 틀 하나에 자잘하지만 간결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게 이색적인 특징인데, 구성 면에선 《데카메론》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이야기들 중에는 칭기즈 칸이나 테세우스가 등장하는 등 역사나 신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도 있다. 또한 설화 문학의 개척자로 평가받기도 하는데, 말을 타고가며 대화도 나누고, 비판도 하고, 칭찬도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등의 개성있는 개인이 등장하며, 동시에 각각의 계층을 대표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그 주장의 근거. 또 이런 순례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각 이야기들을 더욱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앞서 여관 주인의 내기에 따라 총 30명에게 4개씩의 이야기를 시켜 120개의 이야기를 만들려던 대작의 의도는 초서의 사망으로 흐지부지되고, 결국 22개의 완성된 이야기와 2개의 미완성 이야기로 총 24개의 이야기만이 남았다. 당시 르네상스 부흥에서 뒤쳐져 있던 영국의 발전 양상과는 다르게 초서의 경우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외교관으로 돌아다니며 쌓은 경험을 캔터베리 이야기에 넣어 상당히 생생한 묘사로 인물들을 써넣었다. 게다가 일반적인 식자의 글과 달리 지배적 담론에 종속되지 않고 음담패설이 난무하는 통속적인 이야기를 하는 데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타바드 여관이 1층은 술집 겸 식당으로 꾸미고 2층이나 그 위에는 잠을 잘 수 있는 숙박 시설을 꾸며놓는 식인 Tavern 형태인데 이것이 서양 판타지에 나오는 여관의 시초라는 말이 있다.
3.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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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하십시오.4. 평가
영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이자, 중세 영어의 위대한 문학적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문학적 측면에서 서사시와 소설의 요소를 결합한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으며, 리얼리즘적 기법을 활용하여 인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특히, 순례자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오락적 기능을 넘어 중세 사회의 다양한 계층 간 갈등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인 제프리 초서는 성직자들의 위선, 귀족들의 허영심, 평민들의 기지와 현실적인 사고방식을 세밀하게 그려내서 중세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로 활용된다.
제프리 초서가 "영문학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이 작품으로 영문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문학은 주로 라틴어나 프랑스어로 쓰였으나, 초서는 이 작품을 중세 영어로 집필하여 영문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영국 문학에서 영어를 주요 문학 언어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으며,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후대 작가들에게 문체적, 서술적 영향을 미쳤다. 또한, 작품의 이야기 구조는 이후 단편 소설과 소설 문학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다층적 서술 기법은 현대 문학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5. 번역
5.1. 한국어
번역가가 해당 도서를 번역하기 위해서는 중세 영어에 대한 지식은 물론 중세의 역사, 종교, 문화적 맥락에 해박해야 한다. 무엇보다 원문이 각운을 살린 운문이라 전혀 다른 언어인 한국어로는 이 운율을 살리는 운문 번역이 힘들다는 난점이 있다. 1963년 정음사에서 처음 출간한 김진만의 번역본이 수십년간 유일한 번역본이었고, 2000년대 들어서 영문학자 이동일·이춘복의 공역본[2]과 스페인 문학 전공자 송병선의 역본, 중세 영문학 전공자 최예정의 역본이 새로 나왔다.김진만은 영어와 한국어의 명백한 차이를 감안해 산문으로 번역했으나 중세 영어는 물론 중세시대와 역사에 대한 이해, 탁월한 한국어 구사능력을 기반으로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도 대단히 우수한 번역본을 탄생시켰다. 번역본만으로 시적 의미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소신 아래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우리말 리듬과 구어체 상용이 돋보이는 예술 번역. 결과적으로 1963년 처음 출간된 김진만 역이 최민순의 신곡 번역처럼 유일무이한 위상을 점유하고 있다. 2022년 초서의 작품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최예정의 역본이 출간되었는데, 번역은 준수하지만 김진만 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평.
주의해야 할 점은 김진만의 이름을 다른 출판사에서 도용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지금 시중에 팔리고 있는 동서문화사 역본[3]이나 과거에 나온 문공사 역은 김진만의 이름을 훔친 가짜 역본이고 탐구당 역은 김진만 역의 일부를 발췌해 운문 형태로 재배열한 역본이다.
진짜 김진만 번역은 63년에 정음사 세계문학 전집에 포함되어 출간된 정음사본과 이걸 거의 그대로 옮긴 올재 클래식스 재출간본 뿐이다. 올재본은 영어 원문도 수록하고 있어 판형이 훨씬 두꺼워지고 1, 2권으로 분권되었다. 문제는 정음사본의 경우 주로 세계문학전집째로 취급되는 탓에 비용도 비용이지만, 6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폐지에 가까운 매물밖에 남지 않았고, 올재본의 경우 태생이 한정판매 상품이라 품절된지 오래라는 것.
2023년 12월 말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출간되었다. 역자는 이동일과 이동춘 공역. 올재본처럼 영어 원문까지 수록된 것은 아니지만 합본하면 너무 두꺼워 지겠다 생각했는지, 다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책들과 비슷하게 1, 2권으로 분권되었다.
6. 미디어 믹스
6.1. 영화
1972년도에 이탈리아의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후술할 1944년 영화와는 달리 확실한 각색작.7. 매체
- 가디언 테일즈: 이 작품에서 모티브를 딴 부분이 여럿 보인다. 제목(Guardian Tales)부터 비슷하고 주인공 세력의 왕국 이름 역시 캔터베리(영어 이름은 Kanterbury로, 1글자가 다르다)에, 옴니버스 형식[4]을 차용했으며 주인공 역시 기사다.
- 기사 윌리엄: 캔터베리 이야기의 첫 장인 기사 이야기(The Knight's Tale)에서 모티브를 얻은 2001년작 영화. 물론 항목을 보면 알 수 있듯 중세 생활상과 고증을 충실히 따르는 듯하면서 의도적으로 비틀기도 하는 작품으로, 작가인 제프리 초서도 그야말로 날라리 한량으로 등장한다.
- 캔터베리 이야기: 1944년도에 상영된 동명의 영국 영화. 파웰과 프레스버거의 작품으로, 제2차 세계 대전 중 영국 여자와 미군 하사, 영국군 하사가 작은 시골 마을에 머무르게 되면서 일어나는 코미디다. 각색작이라기 보다는 모티브를 따온 영화에 가깝다.
8. 여담
- 당시 캔터베리 순례가 생기게 된 이유는 이렇다. 본래 헨리 2세는 토마스 베켓와 나랏일을 의논할 정도로 그를 신뢰했기에, 테오발드 대주교가 죽자 헨리 왕은 베케트를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한다. 헌데 성직자의 특권 축소를 두고 토마스 베켓이 헨리 왕에게 대들며 반대하다가 헨리 왕을 노하게 했고, 결국 헨리 왕을 추종하는 기사들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이 사건으로 유럽 전체에서 난리가 났는데, 사건 3년 뒤인 1173년엔 교황청에서 베켓을 성인으로 시성하고, 이후 300년 동안 캔터베리 순례식이 잉글랜드 전역에서 성행하게 되었다. 심지어 국왕도 베케트의 시성을 적극 지원했다. 성역에서 사제를 죽였다는 오명도 씻고, 겸사겸사 몰려드는 순례객들을 통해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9. 둘러보기
[1] TED-Ed의 영상. 한국어 자막을 지원한다.[2] 2001년 도서출판 한울에서 일부역, 2007년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에서 완역으로 출간했다.[3] 2004년 한국고전중세르네상스영문학회에서 이뤄진 번역 검토에 따르면 1975년판까지는 탐구당 역처럼 정음사의 김진만 역을 운문 형태로 재배열한 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4] 캔터베리 이야기는 기사 일행이 여관에 들러 각계각층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듣는 방식이며, 가디언 테일즈는 월드마다 기사의 모험에 동행하는 주요 인물이 사실상 그 월드의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