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14 15:52:41

헤인 연대기

역대 로커스상 시상식
파일:로커스상.jpg
중편 부문
제24회
(1994년)
제25회
(1995년)
제26회
(1996년)
할란 엘리슨
《마노로 깎은 메피스토》
어슐러 K. 르 귄
〈용서의 날〉
코니 윌리스
《Remake》
SF 장편 부문
제30회
(2000년)
제31회
(2001년)
제32회
(2002년)
닐 스티븐슨
《크립토노미콘》
어슐러 K. 르 귄
《The Telling》
코니 윌리스
《Passage》

1. 개요2. 기본적 세계관3. 작품 목록4. 헤인 연대기의 행성들
4.1. 겨울 / 게센 Winter / Gethen4.2. 로카난 Rokanan4.3. 지구 / 테라 Earth / Terra4.4. 우라스, 아나레스 / 타우 세티 Urras, Anarres / Tau Ceti4.5. 웨렐(알테라) / 엘타닌 Werel(Alterra) / Eltanin4.6. 헤인 / 데이브넌트 Hain / Davenant

1. 개요

어슐러 K. 르 귄이 헤인 우주를 배경으로 쓴 SF소설들의 총칭. 다만 공식적으로 '헤인 연대기' 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간되는 시리즈는 아니고, 해당 세계관을 공유하는 르귄의 소설들을 임의로 분류한 개념이다.

세계관의 스케일이 꽤 크고 아름답다. 우주비행 한 번에 시간 지연으로 수십 년이 지나는 일이 다반사. 작품 간의 시간 간격은 기본 수백 년.

시공간 단위로야 스케일이 크다지만, 파운데이션 같은 대서사시는 아니며 각각 따로 읽어도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로 각각 분리된 이야기이고,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도 있긴 하지만 깜짝 출연의 재미 이상은 아니다.

구분상 SF소설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SF소설과는 상당히 다른 특징을 보인다. 세계관 내에서의 각각의 행성은 그야말로 '세계'.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외계문명과의 접촉은 극히 제한적인 방식으로만 이루어진다. 대신 그 세계 내에서 벌어지는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덕분에 SF의 탈을 쓰고 임의의 가상 세계를 설정한 후, 그 세계 내에서 인간 사회의 단면을 파헤치는 은유적 사변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고 해서 설정의 근거가 되는 과학적 논리가 약한 건 아니다. 노골적으로 읊지는 않지만, 간간히 제시되는 자연과학적, 사회과학적인 통찰력이 다른 SF 거장들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

초기에는 '중세 판타지 같은 세계의 초현대적 과학 기술이 개입되면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반한 중편 정도의 소품들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사회 체제에 관한 고도의 사고실험이라고 자평하고 있을 정도로 인문 사회 계열의 하드SF로 발전한다. 취향이 하드SF 쪽이라면 순서에 상관없이 빼앗긴 자들로 르귄에 입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런데 정작 소프트SF 항목에는 이 시리즈가 대표작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본래 소프트SF가 기존 하드SF계열 장르군에서 촌스럽거나 거칠게 다뤄져온 인문 사회 계열 사고실험을 주도하면서 분화된 장르이기 때문에 앞선 이야기는 수정이 필요하다. 인문 사회 계열 주제의 SF를 하드 SF라고 하려니까 앞뒤가 안 맞게 되는 거지

2. 기본적 세계관

수십만 년 전, 헤인 인들은 지구를 포함해 수많은 세계들을 식민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헤인 문명이 붕괴하면서 각각의 세계들은 서로 단절되었고, 그들은 외계 문명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잊어 갔다.

이후 성간 여행이 현실화되고 나아가 동시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앤서블이 발명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성간 연합이 대두할 희망이 나타나게 된다.

3. 작품 목록

출판 순서가 아닌, 세계관상의 연대순에 따른다. 한글제목은 국내에 정식출판된 작품들이다.
단편집
* 바람의 열두 방향 The Wind's Twelve Quarters
혁명 전날 The Day Before the Revolution / 셈레이의 목걸이 Semley's Necklace / 겨울의 왕 Winter's King /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 Vaster Than Empires and More Slow 등이 수록됨.
* 내해의 어부 A Fisherman of the Inland Sea
쇼비 이야기 The Shobies' Story, 가남에 맞춰 춤추기 Dancing to Ganam, 또 다른 이야기 혹은 내해의 어부 Another Story or A Fisherman of the Inland Sea 등이 수록됨.
* 세상의 생일 The Birthday of the World
세그리의 사정 The Matter of Seggri, 선택하지 않은 사랑 Unchosen Love, 고독 Solitude, 카르히데에서 성년이 되기 Coming of Age in Karhide, 산의 방식 Mountain Ways, 옛음악과 여자 노예들 Old Music and the Slave Women 등이 수록됨.
* 용서로 가는 네가지 길 Four Ways to Forgiveness
배신, 용서의 날 등이 수록됨.

4. 헤인 연대기의 행성들

앞쪽이 별칭, 뒤쪽은 항성계의 공식적 명칭이다.

4.1. 겨울 / 게센 Winter / Gethen

<어둠의 왼손>, <겨울의 왕>의 배경이 되는 행성. 외부에서는 겨울 행성이라고 불린다. 물론 굉장히 춥기 때문이다. 한여름이 되어야 적도 근처의 지역에서 얼음이 녹아 하천이 만들어지는 수준이다. 이외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은 연중 영하이고, 영하 수십 도까지 떨어지는 혹독한 날씨도 드물지 않다.

게센인들은 양성(兩性)이다, 달의 주기에 따른 발정기인 케머기간 외에는 완벽히 자웅동체. 성적 파트너가 있을 경우에만 케머에 돌입하게 되며, 파트너 중 하나는 남성, 다른 하나는 여성으로 성적 발현이 이루어진다. 케머 기간이 끝나면 원상 복귀된다.

테라(지구)인 겐리 아이와 게센인 에스트라벤의 경험에 따르면 지구인 남성의 존재도 게센인으로 하여금 케머에 돌입하게 할 수 있다. 이때 서로에게 성적으로 꽤 끌렸다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으로 보아, 게센인은 테라인과 외모가 비슷한 것 같다.

카르하이드 왕국의 왕 에르가벤 18세에 의하면, 그녀에게 주구장창 발정 상태인 외계인들은 다 성도착증 환자로 보였다. 물론 그녀[1] 역시 다른 사람에게 호모로 보였다(...).

외부 세계에 발견될 당시의 문명 수준은 지구의 봉건 시대 정도. 이후 제한적인 수준에서 외부 문물이 유입되면서 통신 시설, 석유 보트, 총기 등 초기 산업 문명이 전해졌다.

4.2. 로카난 Rokanan

포말하우트 성계의 제 2행성. <셈레이의 목걸이>와 <로캐넌의 세계>[2]의 무대이다.
로캐넌이라는 이름은 이 행성에서 공로(?)를 세운 주인공 로캐넌의 이름을 따 붙여졌다. 봉건 사회이며, 문명 발달은 청동기 시대 수준.[3] 본래 로캐넌은 Rocannon인데, 원주민들의 발음 때문에 Rokanan-로카난이라고 불린다.

네 종류의 지적 생명체가 있으며, 이 중 인간형은 셋.
  • 리우아르
    인종으로 나뉘어 있다. 지배 계층은 '안기야르'로 불리며, 갈색 피부금발이다. 평민 계층은 '올기요르'로 불리며, 흰 피부흑발이다.
  • 피아
    흰 피부에 작은 키. 안기야르를 섬긴다. 부족 내 텔레파시 능력.
  • 그데미어
    흰 피부에 작은 키. 동굴 및 지하에 거주하는 혈거인이다. 부족 내 텔레파시 능력. 기술 수준은 원래 철기시대 수준이었으나, 외계 문명과의 접촉 후 산업 사회로 급격히 발전했다.[4]

즉 지배계층인 안기야르가 아무 것도 모르는 무지렁이로 남아 쇠락하는 동안, 지하에 버로우하고 있던 그데미어들이 실질적으로 행성을 대표하고 있었던 것. 이 부분 역시 르귄 여사의 지적 유희 또는 일종의 지적 실험이다. 이 행성을 처음 발견한 연합의 탐사대는 햇빛을 싫어하는 지저종족이었고, 따라서 자신들과 유사한 생활습관을 가진 그데미어족에게 가장 큰 호감을 가지고, 그들이 이 행성의 대표종족으로써 연합의 일원이 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비해 지구인인 독자(그리고, 지구인과 유사한 미적 감각을 가진 주인공 로캐넌)은 지구인과 닮은 데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리우아르족에게[5] 가장 큰 호감을 가지게 되고, 이 때문에 독자는 리우아르를 두고 그데미어를 행성의 대표 종족으로 삼은 것이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지만, 사실은 이런 태도 자체가 (자신들과 생활 습관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데미어에게 부당한 특혜를 준) 행성 발견자들의 편견과 비슷한 종류의 편견인 것이다.

피아/그데미어 간의 관계는 타임머신의 오마쥬인 것으로 보인다.

바람말이 안기야르들의 주요 교통 수단. 하늘을 나는 거대 고양이다!

로캐넌의 세계 이후 시점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또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텔레파시와 유사한 능력을 쓸 수 있는데, 이는 로캐넌이라 불리는 세계에서 배운 기술이라고 한다. 주인공인 로캐넌이 작중 이 기술을 배워 쓴다. 이는 물론 정보를 얻는 유용한 기술이기도 했지만, 이로 인해 그중 텔레파시에 민감한 적을 자신에게 끌어들이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4.3. 지구 / 테라 Earth / Terra

지구. <환영의 도시>의 무대이다.
작품 내의 배경에서는, '에스 토치'라는 단 하나의 도시를 제외하고는 전 지구상의 모든 도시들이 폐허가 되어 묻힌 상태. 소수의 인류들이 씨족 수준의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외부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꺼리며, 통신을 위한 설비는 외부 노출의 가능성이 있기에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인류에게 레이저 총이나 호버 보트 등 과학 기술의 유산이 남아 있기는 하나, 신품을 제조할 정도의 산업 기반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남아 있는 골동품 유산을 사용하는 수준.
이렇게 인류가 몰락한 것은 '싱'이라는 씽? 미지의 적이 감행한 공격 때문이었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불살의 원칙을 전파하며 또한 고수하는 싱은 남아 있는 인류에게 물리력을 행사하지는 않고 있으나, 지구를 항상 속속들이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
이제까지 텔레파시로는 진실만을 말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에스 토치인들과 만났을 때는 텔레파시로도 거짓을 말할 수 있는가? 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한 이슈가 제기되었던 것을 연상시킨다.[7]

작가의 편애에 의해 노자도덕경이 아직까지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환영의 도시>보다 이전 시점인 <빼앗긴 자들>에서 언급된 바로는, 지구인들끼리의 전쟁으로 인구가 크게 줄고 문명이 크게 퇴보했다고 한다.[8] <환영의 도시>엔 그런 묘사가 별로 없지만 이후로도 오랫동안 공해로 크게 고생을 했다고 한다. 정식 연도는 아니지만, 빼앗긴 자들의 시대는 24세기 즈음이다.

<가남에 맞춰 춤추기>[9]와 <The Telling>에서는 웨렐(알테라)인들의 도움으로 싱이 축출되고 에큐멘의 도움으로 지구 문명[10]을 재건하려고 했으나, 사이비 종교가 발흥해 위에 언급된 85억 인구가 죽은 것과 비견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고 나온다. 덤으로 문화대혁명반달리즘도 일어나 그나마 남아 있던 역사 자료 중 많은 수가 파괴되었다. 상대적으로 상세한 지구의 묘사도 나오는데, 북아메리카의 많은 지역이 사막화가 되어 있고 밴쿠버는 물에 잠겼다고 한다. 아니, 애초에 <환영의 도시>에서 보면 샌 앤드리어스 단층 서쪽 전체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작중 내내, 로캐넌의 세계나 The Telling 등을 보면 지구의 기술문명 자체는 여전히 압도적인 수준으로 많은 호전적인 문명들이 지구 기술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캐넌의 세계에서는 패러데이라는 이름의 행성이 지구의 기술로 발전해 포말하우트 II(훗날의 로카난)를 정복하려 하고, The Telling의 아카도 지구 기술로 큰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 발전된 기술과 사상으로 문화대혁명을 일으킨게 문제.(...)

4.4. 우라스, 아나레스 / 타우 세티 Urras, Anarres / Tau Ceti

<빼앗긴 자들>의 무대가 되는 행성들. 타우 세티 항성계의 이중행성이다. 즉, 쌍성처럼 서로가 서로를 돌고 있다. 아나레스를 우라스의 달처럼 취급하고 있다.
우라스가 다양한 정치 체계의 나라들로 나뉘어 있는 반면, 아나레스에는 여성 혁명가인 '오도'의 주장을 따르기에 '오도니안'이라 불리는 무정부주의자들의 사회가 구성되어 있다. 우라스 쪽이 고향 행성이며, 여기서 일부 혁명 세력들이 아나레스로 이주한 것. 물(담수)이 많고 풍요로운 우라스에 비해 아나레스는 건조하고 척박한 것으로 묘사되지만, 오도니안들이 정착하여 사는 것을 보면 아나레스 역시 인간이 무리없이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은 가지고 있다.

우라스/아나레스인은 온몸에 이 수북하다. 거의 설인이나 예티에 필적하는 수준인 듯. 작중에서는 세티인의 관점에서 서술되기 때문에 특별히 털에 대한 묘사가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로맨틱한 장면들을 머릿속에 그리다가 털 묘사가 갑툭튀 나오면(...) 충격과 공포. 우라스의 상류층 귀부인 여성들은 섹스 어필을 위해 상반신 털을 밀어 매끈한 피부를 드러내는 게 유행. 인간(지구인)들에게 익숙하고 당연한 사실을 살짝만 비틀어서 묘한 위화감을 자아내는 르귄 여사가 잘 쓰는 지적유희이다.

앤서블의 원천 이론 개발로 전 우주적 공헌을 한 쉐백이란 학자가 아나레스 출신이다. 인류 연맹의 문명은 세티 기반의 수학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엔 쉐벡의 공헌이 컸을 것이다.

4.5. 웨렐(알테라) / 엘타닌 Werel(Alterra) / Eltanin

감마 드라코니스의 세번째 행성. <유배 행성>의 무대이다. <환영의 도시>에서는 유배 행성 이후의 역사가 개략적으로 언급된다. 감마 드라코니스의 웨렐과 <용서로 가는 네가지 길>에서 나오는 웨렐은 실은 서로 다른 행성이니 착각하지 말 것.[11] 웨렐은 '세계'라는 뜻으로, <어둠의 왼손>과 <용서로 가는 네가지 길>에서는 알테라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1년이 극단적으로 길다. 지구의 1일과 비슷한 400일이 1월기가 되면, 60월기가 1년이다. 즉 1년이 24,000일, 대략 65년(...). 때문에 같은 계절을 두 번 보는 이는 장수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감마 드라코니스의 엘타닌은 우리 태양계태양보다 훨씬 더 큰 별(항성)이어서 더 큰 공전궤도를 가지고 더 긴 1년을 갖는 것은 과학적으로 올바르다고 한다.

<유배 행성>의 시점에서, 웨렐에는 두 종족이 살고 있다. 둘 모두 헤인 인의 후손임이 분명하지만, 유전적으로 크게 달라 이종간의 출산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12]
  • 웨렐 원주민인 힐프. 물론 힐프들은 자신들을 '인간'이라고 부르니 이건 지구인 쪽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사실 HILF는 Highly Intelligent Life Form, 즉 '고도로 지적인 생명체' 의 준말이었으나, 그 어원은 잊혀진 상태인 듯하다. 밝은 피부색을 하고 있고, 눈은 호박색. 지적 능력으론 사실 동등한 인간이지만, 바퀴조차 발명되지 않았을 만큼 기술 수준이 낮다. 작중 등장하는 주요 세력인 테바인은 반 정주민으로 몽골 분위기가 나는 수렵 사회인데, 정작 유목을 하지는 않고 흙벽으로 지어진 큰 도시 안에서 산다. 이전까진 밖에서 지내다가 기나긴 겨울이 오면 모아둔 식량을 가지고 도시안에서 지낸다. 모든 출산은 봄과 가을의 특정 시기에만 이루어진다. 봄에 태어난 아이들이 가을에 장성하여 결혼하고, 다시 아이를 낳는 식. 이런 시스템 때문에, 가뭄에 콩 나듯 여름이나 겨울에 태어나는 아이는 솔로부대 확정(...).[13] 작품 내에서는 히로인 롤레리가 여름에 태어났다.다행히 히로인 보정으로 끝까지 솔로부대로 남지는 않았다. 적대 세력인 가알은 계절에 따라 이주하며 사는 민족으로서 작품 내내 등장 인물들에 의해 야만인으로 그려지는데, 테바-랜딘의 연합과 가알의 대립을 정착민과 유목민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지구(테라)인의 후손. 원주민과의 교류를 위해 웨렐에 정착했다가, 바깥 우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쟁이 발발해 지구와의 교류가 단절되었다. 그 이후 600년(웨렐 기준으론 10년)이란 기나긴 세월이 흐른 상태. 검은 피부와 하얀 바탕의 검고 둥근 눈동자를 가지고 있어 외견상 웨렐 원주민과 구분된다. 원주민들로부턴 외인 또는 거짓 인간이라 불린다. 모든 것이 구전으로만 전해지는 힐프들보다 과거의 것을 더 잘 기억하고, 마음 전하기 같은 미스테리한 기술을 쓰는 탓에 원주민들에겐 경외 내지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토착 생명체에게 감염되는 병에 걸리지 않는 대신,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드물어[14] 가뜩이나 적은 수의 인구가 심각한 수준의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작중 시점에선 도시 하나(랜딘) 유지할 정도의 적은 인구만이 남았다. 지구와 교류가 가능하던 시절의 규정을 따르기 위해 작은 섬 안에 자신들을 감금하고, 그 구역 안에서만 살아간다. 힐프에게 과학 기술을 전수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들끼리도 기술의 사용을 최소화했다.[15][16] 그 때문에 지식과 과학의 실전(失傳)이 심각한 상태이다. 대략 20세기의 문명 수준으로 퇴보한 것으로 묘사된다.[17][스포일러]

4.6. 헤인 / 데이브넌트 Hain / Davenant

<용서로 가는 네가지 길>의 무대이다.
헤인-데이브넌트는 세계들의 연맹과 에큐맨의 가장 오래된 문명으로, 테라, 세티, 웨렐(알테라) 등과 함께 중심 세력의 역할을 하고 있다. 헤인은 궁극적으로 모든 인류 문명의 기원인 세계라 여겨지고 있다. 고대 헤인의 발전된 문명이 지구를 포함한 여러 세계들에 인류와 생명체들을 퍼뜨렸다. 수천번의 천년기라 일컬어지는 헤인인의 역사는 3백만년이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헤인의 발달된 문명은 깨어졌지만 헤인인들은 다시 그들을 찾기 시작한다. 헤인의 주도로 각 세계의 인류는 연맹과 외계인의 침략 이후엔 새 연맹인 에큐맨을 결성한다.

헤인인들은 생식 능력을 자의적인 능력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임신은 남녀 모두 동의해야 이뤄질 수 있다. 풍경 중 오래된 유적의 잔해가 보이는 것은 헤인에선 아주 흔한 일상적인 모습이다.


[1] 물론 자웅동체. 르 귄은 지위명에는 남성명사를, 대명사에는 여성명사를 사용함으로써 양성성을 나타냈다.[2] <샘레이의 목걸이>에 후반부를 덧붙인 장편이다.[3] 이것은 철저히 안기야르 계층을 기준으로 해 알려진 내용이다. 그데미어의 기술력은 넘사벽 수준.[4] 그것도 거의 20세기 초반 수준이다.[5] 로캐넌은 안기야르 숙녀였던 미녀 셈레이와 만난 뒤 이 행성에 왔고, 이곳에서 셈레이의 후손을 친구로 사귀면서 친구가 '내 할머니이신 아름다운 셈레이...' 라고 말을 꺼낼때마다 '그토록 아름다운 숙녀는 숱한 세계를 돌아다녀도 본 적이 없었다' 고 맞장구를 쳤을 정도로 셈레이에게 깊이 반해 있었다.[6] 단 싱 공격 이전에도 지구가 나무가 없어질 정도로 황폐한 상태이긴 했다.[7] 어스시 연대기에서, 용은 진정한 언어로도 거짓을 말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8] 빼앗긴 자들의 묘사에 다르면 헤인인들이 도착해서 최소한의 도움을 주기 전까지는 공해와 전쟁, 자원부족으로 인하여 생존 자체가 극히 여러운 상황에 처하여 의무적인 안락사나 출산 조절까지 시행해야 할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이었다고 한다. 90억 인구가 5억으로 줄어들기도 했으며, <세상을 가리키는 말은 숲>에서 언급된 바로는 지구상에서 나무가 사라졌다. 해당 작품이 쓰여진 시기가 냉전기였음을 생각할 때, 냉전 시대을 얽죄던 핵전쟁과 이로 인한 인류 멸망에 대한 공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9] 까마득한 미래이다. 에큐멘이 등장하는데, 비슷한 시기인 어둠의 왼손은 최소 36세기이며 4천년대로 보는 의견도 있다.[10] <The Telling> 내에서 지구 정부는 테라 연맹 - Terran Confederacy라고 지칭된다[11] 르 귄 여사님께서 웨렐이란 이름을 이전에 썼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다시 썼다고 한다.[12] 그러나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렇지 않음이 확인되었다.[13] 한 계절이 대략 15년 정도이므로, 태어난 아이가 장성하는 데 한 계절이 소모되고, 이후 대략 한 계절 정도 청년기가 유지되는 청년기가 실질적으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시기인 것. 이런 상황에서 제한된 식량과 물자로 도시 안에서 버텨야 하는 겨울에 아이를 낳고 인구를 증가시키는 것은 곤란할 수 밖에 없고, 여름 출산 역시 그 아이가 장성하여 청년이 되는 시기가 겨울이 되므로 피할 수 밖에 없다.(환경적 특성상 겨울 출산은 당사자들 스스로 알아서 피하기 쉽겠지만, 생산기인 여름 출산은 그보다는 자주 일어나기 쉬울 것이다.)[14] 많은 수가 유산되거나 기형이라고 한다. 테바인들은 여러 처를 거느리지만 랜딘의 유배자들은 일부일처제를 고수하는 탓에 아이의 유산은 상대적으로 더 큰 문제이다.[15] 이는 지구 및 연맹이 건재하던 상황에서 기술적 발전 수준이 낮은 외행성 원주민과 접촉했을 때 원주민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교류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으로 추정된다. 간단히 말해, (인류의 역사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기술력이 낮은 원주민에게 함부로 문명의 이기를 전해줘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더 심하게는 기술력 우위를 이용하여 원주민들을 착취하지 말고, 서로 적응될 때 까지는 따로 살면서 통제 가능한 수준의 접촉만 가지면서 서로에게 천천히 적응해 나가라는 것. 그리고 자신들 역시 기술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이유는 작중에 설명된다. 특히 무기기술 같은 경우 해당 행성의 원주민들이 이미 쓰고 있는 기술 이외의 기술은 쓸 수 없고, 이 때문에 테바인과 연합하여 가알의 공격을 막을 때도 화기나 광선병기등은 쓰지 못하고 대신 이미 원주민 중 사용하는 이들이 있는 독을 사용하여(물론 화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상 원주민들에 비해 강력한 독을 양산할 수는 있다.) 냉병기에 발라서 사용하지만, 전투중 적에게 노획된 무기에 의해 아군이 살상당한다. 즉, 섵불리 기술을 사용했다가는 기술 수준이 낮은 원주민과의 관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는 것.[16] 이주 당시의 계획대로라면 잠시 이런 상태로 서로에게 적응한 뒤 기술을 전수하여 힐프들도 연맹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와의 연락 두절로 더 이상의 계획 진전이 불가능해지면서 과도기를 위한 일시적 체제가 계속 유지된 것.[17] 작중 묘사를 보면, 테라인의 후손들이 사는 렌딘은 원주민들의 거주지에 비해 훨씬 문화적인 수준이 높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이지만, 인구의 감소로 인해 도시가 황량해진 상태이고, 이주 당시의 사회 구조는 명목상 유지하고 있으나 상당 부분 유명무실 해 진 것으로 나온다.[스포일러] <환영의 도시>의 시점에서, 융화에 성공한 웨렐인들은 화려한 혼혈 문화를 꽃피웠고 문화 금제에 기반한 문명과 문화를 만들었으며 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앤서블을 제외한 과거의 기술 문명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그리고 웨렐(알테라)인을 주축으로 침략자인 '싱'을 축출해낸 것으로 여겨진다. 단, 환영의 도시에서 언급된 내용을 보면, 이 융화된 웨렐 문화는 본래 긴 겨울을 견뎌내기 위해 엄격한 가부장적 부족질서를 가졌던 웨렐 원주민 문화의 영향을 받아 상당히 위계적인 특성을 가진 것으로 추정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