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자치 문제 | ||||
웨스트 로디언 질의 | 그레이터런던 의회 신설 주민투표(1998) | 노스이스트 잉글랜드 의회 신설 주민투표(2004) | EVEL | 영국의 자치권 이양 |
1. 개요
BBC 뉴스 홈페이지에서 절차를 간략히 설명한 그림
실제로는 이 정도로 복잡한 절차이다(이미지 출처)
People will become increasingly resentful that decisions are being made in England by people from other parts of the UK on matters that English people did not have a say on elsewhere.
I think it is a dangerous thing to allow resentment to build up in a country. We have got to make the rules fair now.
잉글랜드가 다른 곳에 대해 발언권이 없이 영국의 다른 구성국에 의해 잉글랜드에 대해 결정하는 것에 사람들이 점점 분개할 것이다. 이 불만을 용납하는 것은 국가를 구성함에 있어 위험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
윌리엄 헤그 당시 보수당 당수(1999)
2015년 영국 국회 평민원(서민원, 하원)에 도입되었다가 2021년 7월에 폐지된 입법 절차. 간단히 EVEL 또는 Evel[1]이라고도 한다.I think it is a dangerous thing to allow resentment to build up in a country. We have got to make the rules fair now.
잉글랜드가 다른 곳에 대해 발언권이 없이 영국의 다른 구성국에 의해 잉글랜드에 대해 결정하는 것에 사람들이 점점 분개할 것이다. 이 불만을 용납하는 것은 국가를 구성함에 있어 위험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
윌리엄 헤그 당시 보수당 당수(1999)
이 제도의 요점은 잉글랜드(또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에만 적용되는 법안이 제출될 경우 잉글랜드(또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구 의원들만 따로 모아 놓고 해당 법안을 패스시킬지 말지 묻는 절차를 추가하는 것이다.
1997년부터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내각의 주도로 영국의 구성국인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에는 독자적인 입법권을 가진 자치의회가 생겼는데 잉글랜드에는 그런 게 없기 때문에 보수당을 중심으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일었다. 예를 들어 잉글랜드 정치인들은 스코틀랜드의 입법 과정 대부분[2]에 참여하지 못하는데 반해 잉글랜드만 적용되는 법률은 스코틀랜드 정치인들이 꼬박꼬박 참여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는 것.[3] 그런데 그렇다고 스코틀랜드와 똑같이 잉글랜드 자치의회를 만들기도 곤란하다. 잉글랜드는 영국 인구의 80%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자치 기구를 만들 경우 영국 국회·중앙정부와 맞먹게 돼 이중 정부가 돼 버릴 가능성이 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영국 국회·중앙정부를 권한과 조직을 외교와 안보 위주로 축소할 수 있지만 이것도 만만치 않다.[4]
이런 배경에서 나온 땜빵(...)이 국회의 하원[5]에서 잉글랜드 출신 의원들만 따로 잉글랜드 법안 제정에 참여시키자는 것이고 이 개념이 English votes for English laws라는 용어로 정리된다. 이 정책을 도입하는 게 보수당의 당론이 됐다. 결국 데이비드 캐머런 정권에서 2012년 2월 이 문제를 검토하기 위하여 외부 자문 위원회인 매케이 위원회(McKay Commission)[6]을 구성했고, 이 위원회에서 낸 최종 보고서[7]의 권고에 따라 본래의 EVEL 원칙에 다소 수정이 가해진 의정 절차가 공식적으로 도입되었다.
경성 헌법·성문 헌법을 가진 다른 대부분의 나라 같으면 복잡한 헌법 개정 과정을 거쳐 이런 절차를 도입했겠지만, 영국은 연성 헌법·불문 헌법[8] 국가라서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에서 '헌법'으로 간주되는 사항들은 법률(Act)을 제·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과정을 거쳐 불문 헌법의 실질적인 개정을 이루는 게 일반적인데 English votes for English laws는 하원의 내부 규정(standing orders)만 개정하는 것으로 도입해 버렸다. 다른 나라라면 절대 이런 방식으로 특정 지역만을 위한 법률 제정 절차를 도입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의 EVEL은 원래 처음 구상했던 것에서 수정이 되었기 때문에 그 이름과 달리 완전히 잉글랜드 출신 국회의원만 잉글랜드 법의 입법 과정에 참여하는 건 아니다. 현재는 단지 잉글랜드에만 적용되는 법안은 잉글랜드 지역구 의원들로만 구성된 Legislative Grand Committee에 표결로 해당 법안을 수용할지 말지 묻는 절차를 추가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 절차에 따라 잉글랜드 지역구 다수의 반대에 부딪친 법안은 걸러지게 된다. 하지만 최종 결정을 하는 본회의 표결에는 영국 전국의 하원의원들이 전부 참여하기 때문에, 이론상 잉글랜드에서 통과를 원하는 법안이 스코틀랜드 등의 개입으로 저지되는 상황은 여전히 일어날 수는 있다. 다만 잉글랜드 지역구 의원 수가 압도적이어서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9]
한편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법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서[10] 아직도 많은 법안들이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웨일스에까지 적용된다. 그래서 이런 법안의 경우 잉글랜드 뿐만 아니라 웨일스의 지역구 하원의원까지 Legislative Grand Committee에 포함시켜서 법안을 통과시킬지 말지 결정하는 절차를 둔다. 만약에 어떤 법안의 일부 조항은 잉글랜드에만 적용되는데 다른 부분에서는 잉글랜드+웨일스에 적용되는 조항이 있는 경우, 두 종류의 Legislative Grand Committee를 구성한다. 즉 잉글랜드만의 Legislative Grand Committee와 잉글랜드+웨일스의 Legislative Grand Committee가 같이 구성되는 것.
그런데 이런 절차를 거치려면 사전에 영국 국회에 올라온 법안이 잉글랜드(또는 잉글랜드와 웨일스)만 적용되는지 아니면 그 범위를 벗어났는지 일일이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 2015년에 도입된 EVEL에 따르면 하원 의장(Speaker)이 다선 의원들의 조언을 얻어 법안마다 적용 범위에 대한 판정을 내리게 되었다. 물론 하원의장은 법안 개요만 살펴보고 의회사무처 직원들한테 내리갈굼을 하므로 고생은 의회사무처 직원들이 한다.(...)
2021년 7월 9일에 올라온 BBC의 기사에 의하면 비효율적인 점 때문에 EVEL의 폐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2021년 7월 14일에 폐지되었다.
2. 논란
- 잉글랜드와 비(非)잉글랜드 하원 의원이라는 두 종류의 의원을 만들어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모든 의원은 평등해야 하는데 불평등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 또한 이 때문에 잉글랜드 출신이 아닌 영국 총리가 나오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만약 스코틀랜드 출신 하원의원이 총리가 될 경우 현재 영국 국회의 주된 업무인 잉글랜드 법[11] 제정 과정에 불완전하게 참여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총리가 의원내각제에서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는 없게 되고 그럼 결국 잉글랜드가 총리를 독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 그리고 같은 논리로, 이미 사실상 잉글랜드만 담당하는 정부 부처(예를 들면 보건부[12])의 각료들도 잉글랜드 출신만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EVEL이 아니어도 그럴 판에 EVEL이 도입됐으니 더 그럴 것이라는 얘기.
- 스코틀랜드 독립 지지자들은 EVEL을 핑계삼아 "잉글랜드는 우리를 2등 시민 취급한다!"면서 독립 여론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 잉글랜드는 잉글랜드대로 불만이 있는데, 2015년에 도입된 EVEL이 여전히 스코틀랜드 등의 간섭을 받는 방식(본회의 표결, 법안 심사 과정 등에 참여 가능)으로 결정되었기 때문.
- EVEL의 도입 취지대로라면 잉글랜드 전체가 아닌 특정 지역만을 위한 법안의 경우 해당되는 지역구의 하원의원만 따로 가부를 물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다. 보통 노동당 텃밭인 잉글랜드 북부에서 이런 불만이 제기된다.
- 그리고 잉글랜드 내에서는 이전보다 강한 자치권을 받는 지자체들이 속속 설치되고 있다. 이런 지자체에 권한이 넘어간 분야를 다룬 잉글랜드 법을 제정할 경우 이런 지역을 제외해야 하느냐는 비아냥도 있다. 예를 들어 그레이터맨체스터는 국영 건강보험(NHS) 관련 자치권도 얻었는데, EVEL 찬성론자들의 논리대로라면 잉글랜드의 NHS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때에는 그레이터맨체스터를 EVEL에서 제외해야 되는 거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 잉글랜드만을 위한 법안과 영국 전체에 적용되는 법안을 그렇게 무 자르듯이 구분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 만약 2012 런던 올림픽 때 EVEL 규정이 있었다면 올림픽 개최를 위한 법안들은 EVEL에 따랐어야 하는지(런던이 잉글랜드에 속하므로) 말았어야 하는지 애매하다. 국가 전체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EVEL에 적용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 이런 논란 때문에 결국 EVEL을 도입하되, 법안 심사와 본회의 표결 등에서 잉글랜드 이외 지역구의 의원들도 참여시키는 것으로 타협을 한 것으로 보인다.
- 그 밖에 EVEL에 반대하는 이들은 종종 EVEL과 evil이 발음과 철자가 비슷한 것에 착안해서 EVEL is evil이라고 욕하기도 한다.
2.1. 논란에 대한 해법
- 법을 고쳐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자치권을 회수하고 EVEL을 폐지하는 방법이 있다.
줬다 뺏기이론상으로만 가능하고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이다.
- 밸붕을 감수하고 잉글랜드 자치의회·자치정부 설립. 점점 이런 요구가 커지고는 있으나 왜 수용하기 어려운지는 개요 문단에 적어 놨다.
- 잉글랜드를 여러 개의 자치 지역으로 쪼개서 자치의회·자치정부 설치. 이를 위한 첫 단계로 2000년대 초반에 토니 블레어 내각의 존 프레스콧 부총리가 주도하여 잉글랜드의 9개 지역별로 고도의 자치권을 주는 것을 추진했었다. 물론 시작은 기존 자치단체보다 권한이 늘어난 정도였지만 장기적으로 자치를 시행하면 아예 이들 지역을 스코틀랜드 수준의 자치권을 갖는 지역으로 격상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런던을 제외하고는 여론이 시큰둥해서 실패했다. 이것도 시행하기 어렵다. 9개 권역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 자치권 수요가 있는 지역별로 나눠서 자치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13] 지역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에 정답이 없는 데다가 생각보다 자치 요구도 강하지 않은 상태라서 이 역시 실행하기 어렵다.[14] 그래서 실제로는 자발적으로 도시권으로 뭉치며 경계를 확장하는 점진적인 권한이양을 추진하고 있다.
- 잉글랜드의 반발을 무시하고 그냥 폐지. 어차피 잉글랜드가 영국에서 분리독립할 일도 없고(...) EVEL의 실익 자체가 모호하다는 주장에 따르면 가능한 해법. 결국 상술했듯 이 방안이 실행되었다.
3. 영국 정치권에 미친 영향
만약 영국 전체에서 다수당이 돼서 집권을 하더라도 잉글랜드 내 다수당이 아닐 경우 과거 같으면 별 문제가 없었으나 이제는 EVEL 때문에 굉장히 골치가 아파졌다. 그래서 이제는 노동당과 자유민주당 등 그동안 '잉글랜드'라는 단위를 소홀히 여겼던 정당들은 이를 어느 정도 의식하고 선거 전략을 짜게 되었다. 사실 잉글랜드에서는 보수당이 노동당보다 우위에 놓여 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15], 좌파 진영은 이를 보수당이 집권을 못할 때에 잉글랜드 단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고 비난하기도 한다.[16] 다만 여태까지 영국 총선에서 이렇게 영국 전체 다수당이 잉글랜드 다수당이 되지 못한 결과가 나온 경우는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영국이라는 나라 전체 인구의 86%를 잉글랜드가 차지하고, 9%만이 스코틀랜드에 나머지 인구를 다 합쳐도 5%이다. 원래부터 "영국 선거를 한다 = 잉글랜드 선거를 한다"였기에 잉글랜드 단위를 '특별히' 신경쓰지는 않은 것이다. 당장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때도 잉글랜드 표차만큼 결정나기도 했고.
보수당보다 노동당이 '잉글랜드'라는 단위에 무관심했던 경향이 강하며, 영국 유권자들도 잉글랜드 정체성이 강할수록 노동당보다 보수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노동당 일각에서는 선제적으로 잉글랜드 정체성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영국 주요 3당(보수당, 노동당, 자민당)은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 지역당을 두어 강력한 당내 자치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노동당에서는 잉글랜드에서 불리함을 타파하기 위하여 그와 비슷한 형태로 선제적으로 '잉글랜드 노동당'을 설치하자는 주장이 있다. 다만 아직은 '그런 주장이 있다'는 정도이지 당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다.
4. 유사품
- Legislative Grand Committee라는 개념은 영국 국회 하원에 기존에 있던 Grand Committee라는 제도를 응용한 것이다.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는 각각 자기 지역구 의원들만으로 구성된 Grand Committee를 구성해서 해당 구성국의 여론과 동떨어진 입법을 방지하는 기능을 했었다. 현재는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 자치의회가 생겨 웬만한 입법 권한이 자치의회로 이양되었기 때문에 Grand Committee를 소집하는 경우가 없어졌다. 하지만 아직 Grand Committee는 제도적으로 존치되고 있어서 때에 따라서는 향후 소집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 English votes for English laws가 도입되면서 생성된 Legislative Grand Committee는 잉글랜드, 잉글랜드+웨일스(이 2개가 EVEL 절차를 밟을 때 활용됨), 잉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EVEL 절차를 밟지는 않음) 3종류로 구성할 수 있다. 잉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의 Legislative Grand Committee를 소집할 수 있게 한 이유는 이론상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한꺼번에 적용되는 법안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는 자치권이 가장 강력하기 때문에 영국 국회가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만 적용되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가 있다. 다만 잉글랜드나 잉글랜드+웨일스에만 적용되는 법을 만들 때는 Legislative Grand Committee를 구성해서 해당 법안에 찬성하는지 여부를 묻는 게 EVEL 절차에 따라 의무화돼 있는데 반해, 잉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에 적용되는 법을 만들 때는 유사한 절차를 밟는 게 의무화되지는 않았다.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동일 법역에 속하지만 북아일랜드는 이들과 별도의 법역을 구성하기 때문인 듯.
- 벨기에의 플란데런 의회는 플란데런 지방과 플란데런어(네덜란드어) 공동체[17]의 기능을 병합한 의회인데, 플란데런 지방에는 브뤼셀 수도권이 빠지지만 플란데런어 공동체에는 브뤼셀 수도권(정확히는 브뤼셀 수도권 거주자 중 플란데런어 공동체 소속으로 등록된 유권자)이 포함된다. 그래서 브뤼셀 수도권에서 선출된 의원들은 플란데런 의회에서 플란데런어 공동체의 법안을 표결할 때만 투표할 수 있고 플란데런 지방의 법안을 표결할 때는 투표할 수 없다. 최종적인 본회의 표결 때는 아무 제약이 없는 EVEL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의원이 선출된 지역에 따라 권한에 차등을 둔다는 점은 동일하다.
- 미국 연방의회 하원에는 50개 주가 아닌 지역(수도 워싱턴 D.C.나 해외 속령 중 상주 주민이 있어 자치정부가 구성돼 있는 곳들)에서 선거로 뽑아 올린 대표자(delegate, 또는 푸에르토리코의 경우 resident commissioner)들이 있다. 이들도 일반적인 연방의회 의원들처럼 congress(wo)man/congress(wo)men 취급을 받고 입법 과정에 참여할 수는 있으나 결정적으로 법안 표결에는 참여 못한다. 이 역시 의원 누구든 본회의 표결에 참여할 수 있는 EVEL과는 다른 접근법이지만, 의원이 선출된 지역에 따라 권한에 차등을 둔다는 점은 동일하다.
- 유럽연합에서 유로화 위기를 겪고 유로화 정책을 집행할 강력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근데 이런 강력한 권한을 민주적으로 뒷받침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입법권도 필요하므로 유로존만의 의회를 유럽의회와 별도로 신설하든지 아니면 유럽의회 안에서 유로존 국가들만 따로 모여 유로존 법안 심사를 하게 하든지 하는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후자는 완전히 English votes for English laws와 판박이인 Eurozone votes for Eurozone laws[18]라고 볼 수 있는데[19], 당연히 이 방향으로 가게 되면 English votes for English laws을 둘러싼 논란이 고스란히 EU 내에서 재현될 것이다. 아니 전자로 가도 비슷한 논쟁은 일어난다. 어느 쪽이든 이런 식으로 가면 결과적으로 EU 회원국들을 유로존과 비(非)유로존으로 나눠 버리게 된다는 우려가 벌써 들어오고 있을 지경... 참고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존 의회 신설을 지지하고 있다.
- 영국 국회의 상원 개혁안 중에 미국처럼 지역별로 주민들이 상원 의원을 선출하게 하자는 주장이 있다. 보통은 상원의 총 수를 대폭 축소하고 의석 대부분 또는 전체를 선출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 방식대로 상원이 개혁되면 상원에도 지역구 개념이 생기므로, 하원에서 EVEL이 폐지되지 않았다면 상원 나름의 EVEL 규칙을 도입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 아울러, 영국 상원의 개혁안 중에 전체 의석을 감축하고 의석의 다수를 선출직으로 바꾸되 소수의 비선출직(대부분이 임명직) 의석을 존치시키자는 제안이 있다. 이 경우 선출되지 않은 의원들에게는 최종 표결 권한을 주지 말자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벨기에의 플란데런 의회나 미국 연방 하원처럼 일부 의원에게 권한의 차등을 두는 것과 비슷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1] 대문자가 많이 쓰이면 눈에 피곤하기 때문에 글자 수가 많은 약어는 첫 글자만 대문자로 쓰는 경우도 있는데, 근래 영국의 경우 그 기준을 네 글자 이상으로 하는 추세이다.[2] '대부분'이 붙은 이유는 스코틀랜드 자치의회에 권한이 넘어가지 않은 분야에 대한 법률을 제정할 경우는 제외되기 때문이다.[3] 스코틀랜드 자치의회 설치가 논의되던 1970년대에 이 문제점을 처음 지적한 정치인이 스코틀랜드 웨스트 로디언(West Lothian) 지역구의 하원 의원이었던 탬 디엘(Tam Dalyell·노동당)이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영국에서는 West Lothian question이라고 부른다. 탬 디엘은 스코틀랜드인이자 노동당원으로 스코틀랜드 자치의회와 자치정부를 만드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 인물로, 스코틀랜드 자치의회에 대해 "독립으로 가는 출구 없는 고속도로"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반면 이후에 같은 당 소속으로 정권을 장악하는 토니 블레어 내각에서는 스코틀랜드 자치를 강력히 추진해서 성사시킨다. 블레어측 반박 논리는 "스코틀랜드 자치를 시행하면 독립의 필요성이 사라져서 즉사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치의회 설립 이후 스코틀랜드 독립운동 열기가 강해져 탬 디엘의 통찰이 사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런 종류의 역차별 떡밥은 아일랜드섬 전체가 영국의 일부였던 시절인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아일랜드 자치 운동이 벌어지자 아일랜드 자치의회 설치에 반대하던 측이 비슷한 논리를 내세웠고, 결국 아일랜드는 거의 대부분이 독립해 나갔다.[4] 비슷한 문제가 대만에도 있었다. 중화민국 정부가 국부천대를 한 이후 타이완성(당시 실효 지배 영토/인구의 90% 이상) 정부가 중앙 정부와 맞먹게 되었는데, 결국 1990년대에 타이완성을 형식화하는 것으로 해결.[5] 영국 상원인 귀족원은 현재 지역구 개념이 없기 때문에 상원을 위한 English votes for English laws 절차를 도입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양원제 국회에서는 모든 법안이 양원을 모두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하원에만 이 절차를 마련해도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영국의 상원은 선출직이 아니다보니 하원보다 권한이 아주 약해서 어지간하면 하원의 결정을 뒤집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쩌다 가끔 상원이 하원의 결정을 뒤집는 경우가 있어서 논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6] 공식 명칭은 Commission on the consequences of devolution for the House of Commons. 영국 국회 사무처 관료 출신인 윌리엄 매케이 경(Sir William Robert McKay, KCB)이 의장이었기 때문에 비공식 명칭이 매케이 위원회였다. 전체 위원 명단과 상세 정보는 링크한 홈페이지와 영어 위키백과의 해당 문서를 참고할 것.[7] Report of the Commission on the Consequences of Devolution for the House of Commons(원문 PDF 파일; 요약문 PDF 파일).[8] 불문 헌법이라는 용어 때문에 관습헌법 같은 불문법이라고 오해를 살 수 있는데, 불문 헌법이란 용어는 단지 체계상 법률과 별도로 독립된 헌법전이 없다는 뜻일 뿐이다. 따라서 영국 불문 헌법에 성문법도 상당히 포함돼 있다.[9] EVEL 비판론자들은 같은 논리로 어차피 잉글랜드에서 반대하는 잉글랜드 법안이 스코틀랜드 등의 개입으로 강제 가결되는 경우도 실제로 거의 없으니 EVEL 같은 걸 도입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EVEL로 잉글랜드가 얻을 효과는 별로 없으며 오히려 구성국 간 갈등 등 부작용만 일으킬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10] 이것은 역사적으로 웨일스가 오래 전에 잉글랜드 왕국에 병합되어 아주 오래 전에 잉글랜드 법 체계에 포섭됐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웨일스는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보다 자치권이 약하다. 물론 웨일스의 자치권을 늘리고 잉글랜드와 법역을 완전히 분리시키자는 얘기도 있긴 하다.[11] 스코틀랜드 등은 자치권을 얻어서 자치의회에서 법을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연히 현재 영국 국회의 주 업무는 잉글랜드 법을 제정하는 것이 되었다.[12] 현재는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에 건강 보험을 비롯해 보건·의료 정책에 관한 권한이 거의 다 이양됐기 때문에 영국 중앙정부의 보건부는 사실상 잉글랜드만 담당하고 있다.[13] 자유민주당은 잉글랜드를 여러 지역으로 쪼개 고도의 자치권을 주고 영국을 그 지방들과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를 구성체로 하는 연방 국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자민당이 잉글랜드 자치 도입을 위해 구체화한 개념이 devolution on demand, 일본의 성인물 제작사가 생각나면 지는 거다. video on demand도 아니다. 즉 수요에 따른 권력 이양(지방 분권)이라는 건데, 실제론 수요도 그다지 많지 않고 자민당의 당세도 위축돼서 현실은 시궁창이다.[14] 정확히는 잉글랜드 자치를 요구하는 여론은 커지고 있는데 분할 자치에 대한 지지 여론이 여전히 낮다.[15]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수당이 영국 전국 단위보다 잉글랜드 단위에서 우위에 놓이거나 잉글랜드에서 노동당에 밀리더라도 전국 단위에서보다 격차가 줄어든다든지 등등 보수당이 EVEL로 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16] 하지만 동일한 논리에서 스코틀랜드·웨일스 자치의회 설치는 노동당이 중앙정부를 내주더라도 스코틀랜드·웨일스에서는 계속 집권하려는 꼼수였다고도 비판할 여지가 있다. 물론 근래 노동당은 스코틀랜드 자치의회에서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에 완전히 정권을 내줬고 이제는 스코틀랜드에서 절대 부활하지 못할 것 같았던 보수당마저 노동당을 밀어내고 2등을 하는 상황이 됐다. 반면 웨일스 자치의회는 설치 당시부터 지금까지 노동당이 계속 1당을 차지해 왔다. 웨일스 현지의 노동당에 반대하는 유권자들 중에는 차라리 자치의회와 자치정부를 폐지하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노동당 천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아일랜드의 경우 옛날부터 현지 정당들이 세력을 꽉 잡고 있었으므로 논외로 한다.[17] 벨기에는 전국이 지방과 언어공동체라는 두 종류의 연방 구성체의 영역에 동시에 들어간다.[18] 실제로 English votes for English laws와 Eurozone votes for Eurozone laws를 비교한 글.[19] 하필 우연의 일치로 둘 다 이니셜이 EVEL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