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3-21 10: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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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external/www.britishclubcentres.com/franklin.jpg
전형적인 영국 펍의 모습
파일:external/i.telegraph.co.uk/PrinceCHarlespub_2727344b.jpg
왕세자 시절 펍에 간 찰스 3세.

pub

1. 개요2. 상세3. 다른 나라에서4. 같이 보기

1. 개요

술집의 일종으로, 영국 버전의 라고 볼 수 있다. 주로 칵테일보다는 맥주 위주로 파는 경향이 흔하다. 소세지, 피시 앤드 칩스, 프라이드 치킨 같은 비교적 조리법이 간단한 음식도 적절히 곁들여 판다. 물론 스테이크와 같이 제대로 된 음식도 팔고 있고, 일요일 점심때는 로스트 비프 등의 전통 요리를 팔기도 한다.

어원은 '공공 집회장'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Public House'에서 앞의 세 글자만 따온 Pub이다. 보면 알겠지만 상류층이 아닌 서민층 특유의 줄임말 습관에서 비롯된 이름으로[1], 그 이름답게 서민층이 애용하는 장소라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2]

2. 상세

한국에 있는 호프집의 영국 버전으로 보면 될... 것 같지만, 한국의 호프집이나 술집보다는 훨씬 가벼운 곳이다. 이를테면 소주, 막걸리 대신에 생맥주를, 안주로는 동태전 대신에 피시앤칩스가 나오는데 한국으로 치면 술집이라기보다는 시골 동네마다 있는, 조그마한 수퍼마켓인데 옆에 테이블 있고 소주와 계란말이나 김치찌개 같은 간단한 안줏거리를 같이 파는 동네 막걸리 점빵집에 가깝다. 실제로 영국에는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한두곳 이상 존재하고 있으며, 대략 가볍게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덕분에 런던 중심가의 펍에 퇴근시간쯤 가보면 넥타이 매고 맥주잔을 에 든 직장인들이 바글바글하다.

각 지역마다 특색있는 현지 에일을 팔기 때문에 여행 중이라면 들러서 한잔 맛보는 것도 좋다. 또한 개방형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다른이에게 말걸기도 비교적 쉬운 곳이다. 100 ~ 200년 이상 전해져 내려오는 펍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래된 동네라면 14 ~ 15세기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건물에서 영업 중인 펍도 찾아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주막에서 술 한 잔 마시는 체험을 제대로 해볼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과 비슷하게 돌아간다. 고객이 매장 안에 들어오든 나가든 종업원은 기본적으로 신경쓰지 않는다. 종업원이 고객이 앉은 자리에 가서 주문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매대에 가서 직접 주문을 해야 한다. 여기서 음료를 받아가지고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스포츠 중계 등을 보며[3] 격식을 따지지 않고 편하게 음주하는 곳이다. 펍에 따라서는 음식을 주문할 경우 자리로 갖다주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축구보러 경기장이 아닌 펍에 간다 할 정도.

펍의 또 다른 특징은 이 곳에서 나오는 음식들은 그 퀄리티를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있다. 대략 싼 값에 사 먹을 만한 저렴한 음식들이 주를 이루며, 따라서 여기에서 주문하면 나오는 음식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애초에 가볍게 한 잔 하다 가는 장소이기 때문에 음식도 가볍게 나오기 때문. 영국을 포함한 서양 문화권은 별 일 없으면 저녁 식사는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푸짐하게 차려먹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4] 펍에서 나오는 음식들은 사실 술안주 수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격식 없는 가벼운 장소이기 때문에 정말로 펍에서 저녁 식사를 때우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고 아무도 딱히 이상하게 보지는 않는다. 반대로 안주 없이 딱 맥주 한 잔만 시켜놓고 홀짝이며 TV만 보다 가는 것도 문제가 없다. 물론 지역의 명소로 자리잡은 펍들은 레스토랑을 겸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는 특색있는 음식들이 나오며, 질 역시 양호한 편이다.

이원복 교수의 현대문명진단에서 꽤 오래전에 다룬 적이 있었다. 다만 30년 전의 이야기라 현재와는 많이 다른데, 대표적인 것이 라스트 오더(last order)에 관한 내용이다. 같은 작가의 먼나라 이웃나라 영국편 컬러 개정판에서 추가로 다루기도 했다. 라스트 오더는 2차대전 당시 생겨난 규제로, 2차대전 이후에도 과도한 음주를 막기 위한 법안으로 존석되어졌다. 이 때문에 9시 30분 즈음에 문자 그대로 '마지막 주문(last order)'을 받고 심야에는 주문을 받을 수 없거나 문을 닫아야 했지만, 2005년이 바뀌면서 이제는 심야에도 영업을 하는 펍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3. 다른 나라에서

한국에는 비교적 근래에 들어온 개념인데, 1980년대는 영국식 펍이 아니라 독일식 브로이하우스를 '호프(hof)'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볼 수 있었다.[5] 이후 1980년대 영국으로 직무연수를 갔던 어느 공무원이 영국식 펍을 보고 "이런 음주문화가 한국에도 필요하다!"라고 해서[6] 제도적으로 시도했던 것이 바로 단란주점인데, 그 실체와 관계없이 '단란'이란 글자가 들어간 게 바로 단란(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영국식 펍을 표방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한국에서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그 의미는 아주 변질되어 그냥 방석집이 양지로 기어나온 것에 불과하게 되었다. 단란주점의 실패와 별도로 영국식 펍 스타일의 음주 문화가 정착된 것은 이보다도 십수 년 후의 일로, 스포츠를 즐기는 음주 문화는 얄궃게도 야구장에서, 담소를 나누는 공간은 2000년대 초반 이태원이나 강남의 펍을 시작으로 젊은 층에게 서서히 퍼져나갔고 이들이 현재는 중장년층을 이루었으며 과거처럼 "먹고 죽자"식 음주문화는 서울 등 대도시 한정으로는 많이 사라졌다.

다만 음주문화는 바뀌었어도 여전히 영국식 '펍'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2020년대 들어서는 주로 수입 맥주를 팔던 맥주 전문점에서 많은 집들이 점점 '펍'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기는 하나 그 실체는 그냥 감자튀김에 생선 튀김도 제공해주는, 영국풍 인테리어로 꾸민 조금 더 고급진 호프집일 뿐이다. 일례로 팝송(사실 영국 본토에서는 매장 음악이 아예 없는 곳이 더 많다. 축구 중계 보는데 방해 되기 때문...)과 축구 중계가 구비되어있는 진짜 본토의 펍과는 달리 K-POP 아이돌 뮤비음악이 나온다. 게다가 젊은층이 많은 곳은 APT.로 널리 알려진 술 게임도 왕왕 하는지라, 옆 테이블의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무진장 시끄러운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맥주집 손님들 중 술게임 하는 테이블과 조용히 이야기 나누는 테이블 손님들간에 시비붙는 경우는 생각보다 매우 많다.

이 때문에 간판만 보고 런던의 펍을 기대했다가 너무나 다른 분위기 때문에 실망하는 영국인이 제법 많다. 이는 상술했듯 양 국가 간 음주 문화 차이 때문인데, 삼삼오오 친한 사람끼리 와서 취하지 않을 정도로, 기분 낼 정도로만 간단히 맥주 한 두잔 하며 조용히 담소를 나누다 가는 영국과는 달리 한국은 진탕 먹고 마시고 실컷 떠들다 가는 음주 문화가 만연했기 때문. 상술한 것처럼 막 4차, 5차까지 먹고 달리는 건 덜하지만 술자리가 시끄러운 건 여전한데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더하다. 홍대 등 외국인들이 모이는 곳에는 젊은이들도 모이게 마련. 때문에 한국 내에서 정통 영국식 펍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충무로 인쇄골목 등에서 중년 노동자들이 퇴근 후 즐기는 치킨집, 그리고 이들이 프랜차이즈화된 둘둘치긴이나 봉구비어 등이 분위기상으로는 더 영국식 펍에 가깝다.

다만 진짜로 야구나 해외축구 등 스포츠 중계를 틀어주는 펍들도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를 스포츠 펍이라는 별도의 명칭으로 부른다. 진짜 커피는 원두 커피라는 괴상한 명칭으로 불리고 인스턴트 커피가 커피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처럼 오리지널이 오히려 비주류 취급이 된 케이스. 사실상 그냥 '호프집'이라고 하면 경쟁에서 이득을 보기 어려우니 있어보이도록 외국식 이름을 써먹는 과정[7]에서 갖다 붙인 이름이라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스낵바캬바쿠라의 중간형태에 가까운 형태를 펍이라고 부르는데,[8] 왜 펍이라는 명칭이 됐는지는 불명이다. 스낵바가 펍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거기서 파생된 듯. 물론 현재는 오리지널 영국식의 펍도 일본에서 영업중인데, 엉뚱한 업종이 명칭을 선점해버린 탓에 구분하기 위해서 '잉글리쉬 펍' 또는 '아일리쉬 펍'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9]

4. 같이 보기


[1] 가령 '귀족'을 뜻하는 Noble을 앞의 세글자만 줄여서 Nob(놉)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2] 퍼블릭 하우스 외에도 이런 부류의 공간이 "~ 하우스"식으로 불린 사례가 더 있다. 중세에는 영국은 물론 유럽대륙에서도 지역마다 수도원이나 조합 양조장 등에서 공급받은 주류로 운영되었던 에일하우스(Alehouse)나 비어하우스(Beerhouse) 등이 있었고, 퍼블릭 하우스가 탄생하고 유행하던 동시기인 근대 빅토리아 시대 상류층은 커피하우스에서 술 대신 커피를 마시며 여가와 사교 활동을 하였다.[3] 축구 등 스포츠 경기의 TV 중계료가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펍에서 한 잔 하면서 보는 게 더 싸다고 한다. BBC의 공영 기능 중 스포츠 중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4] 영어 표현부터 저녁 식사를 사전적으로는 supper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다 '정찬'이라는 뜻인 dinner라고 표현한다.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대부분의 유럽권 언어도 사정은 비슷하다.[5] hof란 단어 자체는 그냥 '건물'이란 뜻이다. 예컨대 bahnhof는 기차역을 말한다.[6] 당시 한국의 음주 문화는 심하면 4차, 5차까지도 가면서 만취는 일상이었고 직장인들의 간 건강을 작살내기 아주 좋았다. 당시 한국인 40대 사망률 1위는 간암이었을 정도다. 거기에 룸살롱이나 방석집 등 쪽으로는 성매매까지 결합해서 아주 개판 오분 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맥주잔 하나 갖다놓고 홀짝거리며 담소를 나누거나 스포츠 중계를 보는 영국식 펍 문화는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법하다.[7] 이와 마찬가지로 김치볶음밥을 재료 한두개 더 추가해놓고는 김치 필라프라고 붙이는 경우도 있고, 이보다 한술 더 뜨면 1인식 고기구이집을 굳이 야키니쿠라고 부른다던가, 갈비살 대신 일본화된 발음인 '가루비살'이라고 써놓는 사례까지 나오는데 특히 홍대에서 이런 곳들을 찾아볼 수 있다.심지어는 일본에도 그리스에도 그 외 다른 국가에도 없는 생소한 복숭아 디저트 메뉴를 만들어놓은 뒤 그릭모모라는 그릭인데 그리스와는 관계도 없고 모모인데 일본과도 관계가 없는 허세형 이름을 창조하는 경우도 있다.[8] 물론 사전에서 펍(パブ)을 찾아보면 영국식 펍에 대한 설명이 써있다. 하지만 일본인에게 펍이라고 하면 대부분 영국식 펍이 아닌 이쪽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으며, 간판에 パブ이라고 써있는 업소에 들어가보면 십중팔구 이쪽이다.[9] 일본 역시 그 유명한 나폴리탄 스파게티의 나라인 만큼 한국과 유사하게 뭔가 있어보이는 외국어를 쓰며 과장해서 표현하는 경향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