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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영국 제국관의 모습 |
15세기 이래 영국 국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대관보기(戴冠寶器)[1]로 사용되어 왔으며, 현재의 왕관은 1937년에 처음 만들어진 것이다. 역대 국왕들은 대관식장에서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썼지만 대관식이 끝난 이후에는 이 제국관을 착용했다. 현 국왕인 찰스 3세도 의회 개회식 때마다 이 제국관을 쓰고 개회 연설을 하고있다.
성 에드워드 왕관은 순금으로 만들어진데다 이런저런 장식물이 엄청 붙어 있어서 무게가 2.2kg에 달해, 대관식할 때를 제외하면 국왕도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국관 또한 성 에드워드 왕관에 비해 가벼운 거지 1kg이 넘어가기 때문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의회 개회 연설 시 고개를 숙이고 연설문을 읽을 수가 없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회고했다. 거기에 덧붙인 말로는 "만약 고개를 숙이고 연설문을 읽는다면, 아마 제국관이 떨어지거나 목이 부러지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고령 때문인지 2016년 의회 개회식을 마지막으로 여왕은 제국관을 착용하고 연설하지 않고, 자리 옆에 제국관을 놓고 연설했다.
2. 역사
원래 영국을 상징하던 공식적인 왕관은 성 에드워드 왕관이었다. 그러나 이 왕관은 성유물로 간주되어서 대관식 때를 제외하면 항상 웨스트민스터 성당의 지하실에 굳게 보관되어 있었기에[2] 영국 국왕들은 평소에 착용할 수 있는 왕관이 필요했다. 중세 시대의 영국 국왕들은 백합과 십자가 문양이 들어간 단순한 띠 형태의 왕관들을 주로 쓰고 다녔지만, 헨리 5세 시대부터 띠 형태의 관 위에 금속 홍예 장식을 덧붙인 형태의 왕관들이 등장하면서 현재 우리가 보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왕관들이 탄생했다.헨리 5세가 자신의 왕관에 홍예 장식을 덧붙인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신성 로마 제국 황제관의 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홍예 장식은 오직 황제에게만 허락된 장식이었고, 유럽 대륙 국가들은 신성 로마 제국의 눈치를 보느라 함부로 이런 장식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은 섬나라였기에 상대적으로 눈치를 볼 필요가 적었기에 스스로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홍예 장식을 왕관에 넣었다.
헨리 5세의 뒤를 이은 헨리 7세와 헨리 8세는 계속 새로운 왕관들을 주문했고, 1521년, 1532년, 1550년, 1574년, 1597년에 꾸준하게 왕관들을 바꾸어가면서 썼다. 이들 중 가장 유명한 게 바로 현재 찰스 3세 시대에 영국 왕실 문장에 도안되는 '튜더 왕관'인데, 진주와 보석들이 이전의 왕관들보다 훨씬 많았고 예수, 성모 마리아 등 모습을 새겨 넣었다. 워낙 장식이 화려해서 진주 168개 루비 58개, 다이아몬드 28개와 사파이어 19개, 에메랄드 2개가 박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튜더 왕관은 1649년에 찰스 1세가 폐위당해 왕정이 일시적으로 폐지당할 적에 올리버 크롬웰이 깨뜨려버렸고, 그 부속품들은 도합 1100파운드 정도에 팔아치웠다.
1660년에 찰스 2세가 왕정복고에 성공하면서 사라진 튜더 왕관을 대신할 새로운 왕관을 만들었다. 이때 이래로 대략 10개 정도의 왕관들이 만들어졌고, 개중 가장 유명한 것은 빅토리아 여왕의 왕관이다. 1838년에 만들어져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3] 1363개, 로즈 컷 다이아몬드 1273개, 테이블 컷 다이아몬드 147개, 진주 277개, 사파이어 17개, 에메랄드 11개, 루비 2개가 주렁주렁 달렸고, 흑태자의 루비가 떡 하니 가운데에 박혔다. # 그런데 화려하기 그지없는 이 왕관은 1845년 의회 개회식 때에 7대 아가일(Argyll) 공작[4]이 여왕에게 왕관을 쿠션에 얹어서 전달하다가 실수로 떨어뜨려 작살이 나버렸다. 왕관에 부착되었던 보석들을 따로 모아 보관했다가 1937년 조지 6세의 즉위식 때에 지금의 영국 제국관을 만들면서 재사용했다.[5]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영국 제국관은 1937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1953년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때에 다시 한번 손질했다. 이때 여성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체형을 고려해서 크기를 조금 줄이고 왕관의 아치 부분의 높이 역시 조금 하향 조정했다. 맏아들인 찰스 3세가 즉위하고 대관식을 거행한 이후에도 조정된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장례식 당시의 모습 |
3. 모습
제국관을 쓴 찰스 3세 |
제국관을 쓴 엘리자베스 2세 | 옮길 때 |
왕관 맨 꼭대기의 십자가에 박힌 푸른 보석은 '성 에드워드의 사파이어'이다. 참회왕 에드워드가 대관식에서 끼었던 반지에서 빼낸 사파이어로 굉장히 역사가 깊은 보석이다. 참회왕 에드워드가 사망했을 때 반지와 함께 묻혔다가, 사망한 지 약 100년 후인 1163년에 재안장하면서 반지를 뺐다. 맨 앞쪽에 박힌 거대한 붉은 보석은 흑태자의 루비로 흑태자 에드워드가 카스티야의 국왕에게 선물받은 170캐럿짜리 보석이다. 붉은 색깔 때문에 루비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루비가 아니라 스피넬이다. 또한 원래 왕관 앞쪽에는 104캐럿짜리 '스튜어트 사파이어'[9]를 부착했는데, 1909년에 그보다 더 가치가 높은 '컬리넌 II'가 정면에 박히면서 뒤쪽으로 위치가 조정되었다. 참고로 이 컬리넌 II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다이아몬드 단결정이던 컬리넌에서 세공한 보석으로, 317캐럿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로 유명하다.[10] 또한 왕관 홍예 장식 위에 얹힌 오브에는 진주 4개가 있는데, "이 진주들은 엘리자베스 1세의 귀걸이였다"고 엘리자베스 2세가 BBC와 한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1] 대관식에서 사용되는 보물들을 일컫는 단어로, 왕관과 검, 오브 등이 있다.[2] 1399년 이후부터는 런던 탑의 왕실 보물실에 보관된다.[3] 흔히 다이아몬드하면 떠올리는 모습의 보석 세공법. 아래가 뾰족하고 윗부분이 평평한 모습이다. 빛의 굴절과 반사를 극대화해서 보석이 반짝거리도록 만든다.[4] 빅토리아 여왕의 4녀 루이즈 공주의 남편 9대 아가일 공작의 할아버지다.[5] 훗날 빅토리아 여왕은 '마치 푸딩처럼 왕관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라고 회고했다. 다만 보석들이 모두 제거된 프레임만은 보존되어 있다. #[6] 단, 스코틀랜드에서 장례식을 치를 때는 스코틀랜드 왕관을 사용한다. #[7] 프랑스의 백합 문양[8] 왕관 위에 있는 구형 물체. 영어로는 '몬드'라고 부른다.[9] 아프가니스탄에서 채굴한 최고급 사파이어[10] 이 컬리넌 II의 형제보석이자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다이아몬드이던 '컬리넌 I'은 국왕의 왕홀에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