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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문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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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용어개념의 정립3. 국가별 사용 실태4. 고유명사 표기5. 관련 문서6. 관련 링크7.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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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파일:한자 문화권.svg
한자문화권()은 한자를 위시한 여러 문화적 공통점을 가지는 문화권을 말하며, 비슷한 개념으로는 동아시아 문화권, 유교 문화권 등이 있다. 공유하는 문화적 특징은 대표적으로 한자, 유교, 불교, 율령제의 네 가지를 꼽는다.[1] 한자문화권의 범위는 학술적 관심사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중국의 일부, 대만, 한반도, 일본, 베트남을 가리킨다. 위의 지도상 같은 색으로 되어 있어도 위구르 지역, 내몽골 지역, 티벳 지역은 포함되지 않는다.

몽골어는 한자문화권이 아니라 고유어가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한자어 유래 어휘는 적다. 그러나 자국어로서의 한자어가 아니라 한국의 영단어처럼 외래어로서 몽골에 들어왔으므로 한자를 사용한다고는 보기 어려우며, 그마저도 비교적 최근에 들어온 러시아어에 밀릴 정도.

2. 용어개념의 정립

'한자문화권'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고노 로쿠로(河野六郎)가 저술한 『문자와의 해후』(『文字とのめぐりあい』)[2]로 알려져 있다. 다만 고노가 단독으로 저술한 논문 등에서는 '한자문화권'이 아닌 '한문화권'(漢文化圏)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용어가 탄생한 공을 편수자인 가메이에게 돌리는 시각도 있다. 이후 도도 아키야스(藤堂明保)가 저술한 「한자문화권의 형성」(「漢字文化圏の形成」)[3] 및 『한자와 그 문화권』(『漢字とその文化圏』)[4]에 의해 용어가 널리 확산된 것으로 본다. 한편 한자를 매개로 하여 중국으로부터 주변 국가로 문화 등 전파되었다는 개념을 제창한 선구자 중 한 명으로는 니시지마 사다오(西嶋定生)가 있다. 1960년대에 니시지마에 의해 제기되었으며 70년대를 거쳐 체계화된 '동아시아세계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고대 한국, 일본, 베트남은 중국대륙으로부터 1. 한자 문화 2. 유교 3. 율령제 4. 불교 등을 수용하여 중국 문화를 중심으로 한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했으며, '책봉체제'라고 하는 국제적 정치 구조를 매개로 하여 중국 문화가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전근대부터 이미 문화권과 정치권이 일체화하며 구현된 자기완결적인 세계를 '동아시아세계'라고 불렀다. 이러한 주장은 사회적인 혼란이 극심했던 1950년대~60년대에 한중일월의 각국이 마주하게 된 국가모순 및 민족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것이라는 시대적인 배경을 안고 있다. 이렇게 니시지마가 제창한 '동아시아 세계론'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한자문화권'이라는 용어는 호응을 얻고 중국과 그 주변 국가 간의 관계를 정리하는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점 및 의문점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예를 들어, 책봉 체제 그 자체 안에 동아시아 국가의 국제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책봉 체제가 한자 문화 수용의 필수불가결한 계기가 될 수 있는가(선후 관계가 옳게 정립되었는가), 문자가 문화를 전파하는 매개체로서 얼마만큼의 역할을 수행했는가, 중국 중심의 역사·문화관이, 非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동아시아 문화권으로의, 혹은 동아시아 문화권 내의 '주변 국가'끼리 서로 미친 영향이나, 동아시아 문화권 내 각국이 전체적인 역사적 발전 안에서 맡은 주체적인 역할의 중요성을 가려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들이 있다. 용어에 대해서도, 애초에 '한자문화권'에서 강조되는 것이 문자 생활 혹은 더 여유롭게 잡아 언어 생활 전반에 관한 문화인지('한자문화-권'), 아니면 한자 문화와 연관된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전반적인 문화인지('한자-문화권'), 각국에서의 한자 운용 방법에 차이가 있었고 있음에도 '한자문화권'이라는 용어로 공통점에 기반하여 지역을 묶으려는 시도는 역설적으로 지역 간의 차이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닌지와 같은 의문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개념과 용어는 동아시아의 많은 부분을 유용하게 설명할 수 있어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오늘날에 '한자문화권'이라는 용어는 주로 문자학·언어학 분야에서, '동아시아 문화권'이라는 용어는 사회학·역사학 분야에서 사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분야에서는 '동아시아'라는 용어 자체가 암묵적으로 '동아시아 문화권'을 가리켜 지리학에서 사용되는 범주(즉 남북한, 중국, 일본, 대만, 몽골)와는 다른 범주를 가지고는 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중등 교육에서 가르치는 과목 중에는 '동아시아사'가 있는데, 여기서 '동아시아'를 규정하는 방식도 니시지마의 동아시아 세계론과 큰 틀에서 궤를 같이하며, 지리적 범주에 한자문화권과 물리적 거리가 가깝고 상호 영향이 컸던 몽골을 추가한 정도이다. 그 밖에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유교 문화권'이라는 표현도 있으며, 한국에서 이 용어는 '경북 유교문화권'(안동, 상주 등) 등 지역적으로 유교 문화가 발달한 곳을 이르기도 한다.

한편 유사한 개념을 지칭하는 영어 표현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Sinosphere'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매티소프(James Matisoff)는 원래 동남아시아의 여러 언어에 중국어가 미친 영향(예: 성조의 발생)을 설명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했다. 라이샤워(Edwin O. Reischauer)는 한중일월을 'Sinic World'라고 불렀는데, 이 네 국가의 고급 문화가 고대 화베이 문명으로부터 파생되었으며, 유교 사상과 중앙집권체제에 수천 년간 영향을 받으면서 형태를 갖추었다고 말했다. 헌팅턴(Samuel P. Huntington) 역시 'Sinosphere'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그는 이 Sinosphere를 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문명의 하나로 보았고, 중국, 남북한, 몽골, 베트남, 동남아시아의 화교 문화를 여기에 포함시켰다(일본은 별도의 문명으로 간주하여 배제). '한자문화권'이라는 용어를 영어로 번역한 'Sinographic culture sphere' 또는 줄여서 'Sinographic Sphere'라는 용어도 사용되며, 데네케(Wiebke Denecke)의 저서에 이 용어가 등장한다. 한편 핸델(Zev Handel)은 본인의 저서에 'Sinographosphere'라는 표현과 'Sinographic cosmopolis'라는 표현을 구별해서 썼는데, 전자는 한자 사용에, 후자는 한문과 기타 문화에 더 초점을 맞춘 표현이다. 또 "동아시아 문화권"에 대응되는 'East Asian cultural sphere'이라는 용어도 사용된다.

서양에서는 한자문화권을 라틴문자를 사용하는 서유럽문화권과 비교하고는 한다. 예를 들어 라이샤워는 위에서 언급된 Sinic World의 체계를 서방 세계의 문화가 지중해 지역의 고대 그리스고대 로마 문명으로부터 파생되었고 기독교에 의해 재형성된 것에 빗댔으며, 네 나라 간에는 서방 세계 국가끼리만큼이나 많은 공통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Sinic World에서 한자가 미친 영향 역시 서방 세계에서 그리스 문자라틴 문자가 미친 영향과 유사하다고 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서방 문화권의 언어가 대부분 인도유럽어족[5], 그 중에서도 대개 로망스어군이나 서게르만어군에 있다면 한자문화권의 언어는 제각기 다른 어족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어는 고립어한국어족으로 취급되며, 일본어는 일본어족, 중국어는 중국티베트어족, 베트남어는 오스트로아시아어족으로 분류된다.

3. 국가별 사용 실태

파일:hanjabyeoncheon.jpg
사진 속 한자는 (정자), 広(신자체),[6] 广(간체자)이며 해당 예시는 한자문화권에 속한 각 나라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한자가 사용되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이다.
한자 문화권 국가들마다 사용되는 한자의 자형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대만·홍콩·마카오는 정체자, 일본은 신자체, 중국(대륙)은 간체자라는 각기 다른 자형의 한자를 사용한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자형이어도 필획 모양 등이 미세하게 다른 경우가 있어 이것까지 따지면 그 차이는 천차만별이며, 심지어 그 나라(언어)만이 가진 고유 한자(국자(한자), 방언자)나 이체자, 속자 같은 부류도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한자 문화권이라도 이처럼 한자 표기가 달라진다.

3.1. 중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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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본고장인만큼 고대 상고한어 시절 때부터 현대 표준 중국어에 이르기까지 자국 언어를 한자로 표기해 왔다. 현대에 이르러서 표준중국어를 표기할 때 중국 대륙간체자를 사용하며, 대만, 홍콩, 마카오정체자를 사용한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간체자정체자를 같이 쓴다.

그 외에 중국어 방언들과 큰 관련이 없는 중국대만의 소수민족 언어는 소수민족의 고유 문자나 로마자, 아랍 문자 등으로 적으며, 간혹 중국어 방언들도 한자 표기가 확립되지 않아 로마자로 적는 경우가 있다. 물론 중국어 방언의 경우 이체자를 사용하고 소수민족의 언어도 한자로 번역하기도 한다.

다만 한자는 발음기호 없이 쓰면 처음 배우는 사람 혹은 해당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읽는데에 애로사항이 생기기에 각자 발음기호를 정하였다. 중국 대륙의 경우 한어병음을 사용하며, 홍콩마카오광동어를 사용하므로 월어의 발음표기인 월병을 사용하고 대만, 싱가포르주음부호, 국어 주음부호 제2식, 통용병음 중 본인이 원하는 것을 골라 사용하며 전체적으로 주음부호의 사용빈도가 가장 높다.

이 외에도 각 방언마다 독자적인 발음기호가 존재하며, 월어의 월병 외에도 민남어대라병음(臺羅拼音/대만식) 및 민남화병음방안(闽南话拼音方案/대륙식), 객가어의 대만객가어병음방안(臺灣客家語拼音方案/대만식) 및 객가어병음방안(客家话拼音方案/대륙식)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민북어의 구닝라마자(建宁罗马字), 보선어의 힝화평화자(兴化平话字), 민동어의 혹추병음방안(福州话拼音方案), 오어의 오어라틴화방안(吴话拉丁化方案), 감어의 감어병음(赣语拼音) 등, 각 방언들에게도 자신들만의 발음표기법이 존재한다.

사실 중국에서 한자폐지운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문화운동 당시 루쉰과 같은 일부 지식층을 중심으로 한자를 구시대의 유물로 여기는 시각이 대두되어, 한자를 폐지하자는 문자개혁운동이 일어났었다. 이런 주장은 주음부호로 나타나기도 하고, 소련의 지지에 힘입어 라틴화 신문자(拉丁化新文字)로 구체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과 소련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러한 운동은 힘을 잃었다. 한자로 적힌 방대한 문헌을 가진 중국에서 한자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중국어 각 방언들이 말이 방언이지 실제로 외국어 수준으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한자를 완전히 폐지하면 지역간 교류나 의사소통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기도 했다.

중국 대륙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라틴화신문자를 폐지했지만, 라틴화신문자와 비슷한 아이디어로 자국 한자음을 로마자로 표기하는 방법인 한어병음방안을 고안하였고, 더불어 자국의 문맹 퇴치를 위해 중화민국 국민정부 시절부터 연구 해 온 한자 간략화를 기반으로 하여 기존 한자를 간략화하여 만든 한자인 간화자를 도입하였고 중국 국가언어문자공작위원회를 설립하여 상당히 복잡한 발음체제를 가지고 있었던 중국어를 대대적으로 수정하여 표준 중국어를 탄생시킨다.

반면 특별행정구홍콩마카오, 중국 대륙과 별개의 국체인 대만은 지금도 한국처럼 정체자를 쓰며, 홍콩과 마카오는 월어를 사용하므로 월어의 방언자도 사용한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전에 해외로 건너간 화교들도 대체로 정체자를 쓴다.

인구의 다수가 화교 출신인 싱가포르와 상류층 말레이시아 사회의 경우, 언어 생활에서 중국어가 타 공용어인 말레이어와 영어에 비해 딱히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만약 중국어를 사용하거나 표기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공식적으로는 간체자를 쓰나 정체자도 많이 쓴다.

중국어에서는 한 글자가 여러 개의 한자음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이유가 있지만 많은 경우는 두 가지 이유로 설명된다. 첫 번째 이유는 고대에는 본래 단어와 파생된 단어를 같은 한자를 이용해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두 단어는 성조만 다르다.

예를 들어 (좋을 호) 자는 '좋다'라는 뜻의 형용사로 쓰일 때는 상성으로, '좋아하다'라는 뜻의 동사로 쓰일 때는 거성으로 읽는다. 그러나 간혹 음운 변화로 인해 발음이 많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는데, (악할 악, 미워할 오) 자가 그런 경우다. 또 원래 같은 글자를 썼지만 발음에 따라 한자가 분화되는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나타날 현) 자는 (볼 견) 자에서 분화된 글자이다.

두 번째 이유는 다른 지역(주로 영향력이 큰 지역)의 한자음이 유입되어 외래 방언의 한자음과 본 방언의 기존 한자음이 공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문백이독이라고 하며, 표준 중국어에서는 그 사례가 많지 않지만 대만어 같은 민어 계열 언어나 일부 다른 방언에서는 흔하게 나타난다.

한국이나 일본에 저마다 국자(國字)가 있는 것처럼 중국에도 저마다의 방언에 존재하는 고유 단어를 표기하기 위한 한자가 있다. 이를 방언자라고 하며, 전통 한문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글자들이다. 북방 관화에서는 甭, 嫑, 甭, 咱, 啥 등의 글자가 이에 해당하고, 광동어에서는 啲, 嘅, 喺, 嘢, 嚟 등의 글자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한자들은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한자이기에 유니코드에 등록되지 않았거나 등록되었어도 폰트가 깨져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표준중국어 발음이 정립되지 않은 글자도 존재한다.

3.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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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한민국에서 한국어는 한자의 표기 시 직접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한자어의 뜻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한글 표기 다음에 괄호 등으로 별도로 표기하거나, 동음이의어나 낯선 용어 표기, 신문 기사의 제목, 법조계에서의 법률 용어 표기, 학술 논문이나 저작 활동, 긴 내용을 압축하여 적거나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곳에서는 한자가 보조적인 용도로 사용된다.

고대에는 주로 글을 한문으로 적었고, 한국어 고유의 단어나 문장을 표기할 때는 이두, 향찰, 구결 같이 한자를 빌려 적는 방식이 발달했었으나 그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15세기에는 한글이 만들어졌으나, 여전히 공식 문서에서는 한문을 사용하였다. 이후로 구한말부터 한글이 공문서에 쓰이기 시작했고, 순한글신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때는 한글 사용이 장려되지는 않았지만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 한글을 장려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해방 직후에 타자기가 보급되면서 공문서는 대부분이 순한글로 작성되었지만 그럼에도 상당 기간 동안 한자를 많이 아는 것이 교양의 척도로 여겨졌기 때문에 신문과 시사잡지를 비롯한 언론이나 학술 분야, 법조계에서는 한자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았다. 그러다가 1990년대 전산화 바람과 함께 신문사들 역시 속속 한글전용으로 돌아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한국도 원래는 일본처럼 한자를 읽는 방법에 음독과 훈독이 따로 존재했으며 적어도 고려 초기까진 둘 다 보편적으로 쓰였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며 훈독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었고, 결정적으로 한글이 등장하면서 현재는 거의 음독으로 일원화되었다.

다른 언어의 한자음과 다르게 한국 한자음은 대다수가 1자 1음이다.[7] 이는 한국 한자음이 중국 한자음처럼 성조에 따라 뜻이 달라지지도 않으며, 일본 한자음처럼 한 글자에 여러 시대의 한자음이 공존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징은 한국이 일본과 중국과 달리 큰 걸림돌 없이 한자 표기를 모두 한글로 대체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한자음이 어느 시대 또는 지역의 한자음에서 유래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여러 시대의 한자음이 오랜 시간에 걸쳐 유입되어 다양한 층위가 존재한다는 것이 현대의 중론이다.

3.3. 북한

남한과 같이 역시 한자한글을 사용했지만, 북한은 1946년에 한자 표기를 공식적으로 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먼저 한자 과목을 폐지했고, 1949년에 공문서의 한자 표기도 대부분 없앴다. 이는 언어적 문제보다는 사회개혁의 일환에 가깝다고 한다. 다만 실상을 따져보면 한자 폐지 선포를 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한자의 영향력이 아예 뿌리뽑힌 것은 아니라서, 남한과 마찬가지로 일부 공문서와 고서적 번역본, 역사책, 학술서적 등에서는 한자 표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었고, 이 때문에 1950년대까지도 북한 원 지폐에 한자가 나왔다거나 또는 개인적으로 있어보이기 위한 용도, 혹은 1950년대 이전에 발행된 서적을 읽기 위한 용도로 한자를 쓰는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일제시대에는 문맹률이 높았기 때문에 한자를 아는 비율은 낮았고, 그나마도 북한에서 의무교육을 받은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쏟아져 나오면서 한자의 사용은 남한보다 훨씬 일찍 위축되었으며 그것이 현재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한자 표기보다는 대부분 한글로 표기한다. '말다듬기사업'이라고 하여 1960년대 중반에 한자어를 순우리말 단어로 바꾸는 사업을 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치적으로 해석한 연구는 많은데 실제 단어 교체의 양상이 언어학적으로는 자세히 연구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남한은 '높새바람', '본모습', '사다리꼴' 등으로 쓰는 데에 반해, 북한은 각각 '높새풍(-風)', '본태(本態)', '사다리형(-形)'을 즐겨쓰는 모습도 있다. 정치, 사회 등 공식적인 분야에서는 한자 표기는 하지 않으나 한자어를 굳이 고유어로 바꾸지는 않는다(예를 들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한자를 안 쓴다고 해서 교육을 안 하는 것은 아니고 1964년에 한자 과목을 부활시킨 뒤에 중학교에서 2,000자, 대학에서 1,000자 총 3,000자를 교육시키고 있다. 주로 학술적인 용도로 공부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1990년대 이후로는 중국과의 교역이 매우 중요해지면서 주로 중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한자를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 대다수는 남한 주민들의 한자 실력에도 이르지 못한다.[8]

3.4. 일본

파일:hiragana_2.png
히라가나를 설명하는 니코니코 대백과의 한 문서. 한자와 가나가 섞여 있다.[한국어번역]
파일:hiragana_1.png
같은 내용을 가나로만 표기하고 띄어쓰기를 도입한 글.
일본어에 능통한 이들에게 이런 글은 가독성이 확 떨어진다.
일본은 언어 표기에 있어 한자를 매우 비중있게 사용하고 있다. 일본어히라가나, 가타카나와 함께 한자를 병행하여 표기한다. 2,136자라는 신자체와 잘 쓰이지 않는 인명, 지명용 한자까지 총 3000~4000자의 한자가 사용되고 있다. 한자를 과반에 달하는 수준으로 매우 빈번히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한자를 모르고 생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일본에서는 헤이안 시대에 한자를 변형하여 독자적인 문자인 가나 문자를 만든 이래 한자와 가나를 섞어 썼다. 1923년 이래로 2000자 내외의 상용한자를 지정해서 사용하며, 그 밖의 한자는 보통 가타카나히라가나로 대체한다. 또 일부 한자의 자형을 간소화한 신자체를 사용하며, 같은 한자가 연속으로 쓰일 때는 라는 반복문자를 사용한다.[10]

일본에서 한자를 읽는 방법은 크게 음독과 훈독으로 나뉜다. 음독은 일본 한자음으로 한자를 읽는 것이며, 일본 한자음은 유입된 시기별로 한음, 오음, 당음 등으로 나뉜다. 훈독은 한자를 읽는 법이라기보다는, 의미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서 한자어가 아닌 순 일본어를 같은 의미의 한자로 빌려 적고 읽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훈차가 보편화된 것이다. 그러한 연유로 한 단어에 유의 한자들을 대응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や라는 단어는 屋(집 옥)과 家(집 가) 둘 다 쓰이고, とき라는 단어는 보통 時(때 시)로 쓰지만 한자어 時間(じかん)으로도 쓸 수 있다. 즉 한국에서는 사라진 이두향찰 같은 방식을 일본에서는 아직도 쓰고 있는 것.

예를 들어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라는 문장은 일본어로 食堂で飯を食べた라고 적고, しょくどうでめしをたべた라고 읽는다. 여기서 食堂를 しょくどう라고 읽는 것은 음독이고, 飯를 めし라고, 食べた를 たべた라고 읽는 것은 훈독이다.[11][12]

일본어에서 대부분의 한자는 음독과 훈독이 모두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 중 어떻게 읽을지는 확고한 원칙이 없이 원어민들도 그때그때 경험과 감으로 맞춰야 한다. 하지만 (キク)처럼 음독밖에 없는 한자도 일부 있다.

그 외에도 한자 한 글자가 아닌 두 글자 이상의 한자어에 대해 한 고유어를 대응하는 방법인 숙자훈(예를 들면 大人를 だいじん[13]이 아닌 おとな[14]라고 읽는 것 등)도 있고, A라고 쓰고 B라고 읽는다의 사례처럼 문학적 용법이 그대로 독음으로 정착된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飛鳥가 아스카(あすか)로 읽히고 황혼(黄昏)이 たそがれ로 읽히는 것을 들 수 있다. 지명과 인명 등의 고유명사는 이런 용법이 뒤섞이거나 옛날에 쓰던 독음이 오늘날에는 사장되는 등의 이유로 인해 한자만 보고는 독음을 짐작하기 어렵다.

일본의 한자 사용은 과거와 비교하면 조금은 줄어든 추세다. 이전에 한자로 쓰이던 단어들 중 평소에 많이 쓰는 표현인데도 획순이 너무 많은 경우는 한자 대신 히라가나나 가타카나로 표현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예를 들어 有難う를 ありがとう로 쓰는 것을 들 수 있다. 일본 안에서도 한자 학습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메이지 유신 이래 한자를 아예 폐지하고 히라가나, 가타카나로만 일본어를 표기하자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주장은 소수였고 지금도 일본어에서는 한자를 많이 쓰고 있다. 한자가 없으면 가독성과 압축성[15]이 떨어지고 일본어의 음소가 100여개 안팎으로 매우 적은데다가 사용되는 한자음 또한 오음, 한음, 당음 3가지에 훈독도 존재하여 가나로만 표기하면 많은 동음이의어들을 구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많이 거론된다.

또한 같은 단어라도 한자가 아닌 히라가나로만 적으면 어린 학생이 썼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연령층이 올라갈수록 히라가나 한 글자로 처리 가능한 단어도 한자를 쓰고(예를 들어 うるさい를 五月蠅い나 煩い로), 반대로 이를 활용하여 귀여움을 어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에서 한국 고유의 한자를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 고유의 한자도 있다. (쌀)이나 㘒(씻)처럼 훈독적 요소가 있는 한국 고유의 이두자가 생긴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대체로 훈독만 있는 경우가 많은데, [ruby(畑, ruby=はたけ)], (さかき), [ruby(辻, ruby=つじ)], [ruby(込, ruby=こむ)] 같은 것이 주된 예이다. 가끔씩 [ruby(腺, ruby=セン)]처럼 음독만 있는 경우도 있다. 일본 고유의 한자 중 음독과 훈독이 모두 있는 한자는 [ruby(働, ruby=ドウ, はたらく)]뿐이다. 자세한 건 국자(한자) 문서 참조.

오키나와 지역은 원래 독립국가였던 류큐 왕국이 다스렸으며, 때문에 여러모로 본토 일본과 구분되는 문화를 가졌다. 하지만 조공 무역을 비롯하여 중국과 밀접한 교류를 해 왔기 때문에 역시 한자문화권에 포함된다. 류큐 왕국에서 예로부터 오키나와어(사실상의 표준 류큐어)를 표기하는데 일본에서 온 문자 체계를 사용하였고 때문에 가나와 함께 한자가 유입되어 많이 사용되었다. 일본처럼 한자를 훈독으로 읽기도 하고 음독으로 읽기도 한다. 물론 발음은 일본 한자음과 다르다. 덕분에 일본어에 능숙한 사람도 오키나와의 인명이나 지명을 읽을 때는 종종 애로사항이 꽃피게 된다. [ruby(城, ruby=グスク)][16], [ruby(親雲上, ruby=ペーチン)][17], [ruby(御獄, ruby=ウタキ)][18] 등이 그 예이다.

3.5. 베트남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Vietnamese_chu_nom_example.png
베트남에서 매우 유명한 서사시 『전교』(傳翹, Truyện Kiều)[19]의 첫 구절.
『전교』는 쯔놈으로 적혔다.
베트남은 지리적으로는 동남아시아 국가이지만 과거 중화제국들의 직간접적인 영향하에 있었던 역사적인 이유로 문화가 동남아가 아닌 동북아와 유사하여 다른 한자문화권 국가와 마찬가지로 근대까지만 해도 주로 한문으로 글을 적었다. 13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는 베트남어를 적기 위해 쯔놈이라는 문자 체계를 사용했는데, 이는 기존의 한자와 완전히 독립된 문자 체계라기보다는 기존의 한자에 베트남어 고유의 한자를 더한 것이다. 일부는 기존의 한자를 그대로 차용하고, 기존의 한자로 나타내지 못하는 말은 베트남 고유의 쯔놈 한자를 이용해서 표기하는 식이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각 국가 고유의 한자를 만든 것과 같은 이치이지만 쯔놈은 그 수가 매우 많다.

중국에서 그대로 들어온 한자를 '한뜨'라 부르며 거기서 베트남식 어휘를 표현하기 위해 추가로 만든것이 쯔놈이라고 부른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한자 및 국자(國字)의 관계와 비슷하다

이후 20세기 초에 프랑스의 식민지배의 영향을 받으면서 라틴 문자를 기반으로 한 쯔꾸옥응으가 도입되어 한자를 대체했다. 따라서 베트남은 현대에 와서는 한자를 그리 잘 사용하지 않으며[20] 학술적인 용도로 쓰거나 중국어, 일본어를 배울 때, 장식용으로 활용할 때 제한적으로 쓰는 정도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처럼 베트남어 역시 많은 단어가 한자어이며, 사람 이름도 한국처럼 한자어 이름인 경우가 많다.

다만 이는 베트남 본토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한정으로, 중국에 거주중인 베트남인 디아스포라인 징족의 경우 아직도 쯔놈이 보편적이며# 쯔꾸옥응으는 중국어한어병음과 비슷한 형태로 사용된다.

4. 고유명사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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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외에도 젓가락, 대두를 가공해 먹는 문화(장류, 두부 등), 작명 방식(성+이름 구조에 한자로 작명) 등의 특징을 공유한다.[2] 『일본어의 역사』(『日本語の歴史』, 1963, 平凡社) 시리즈의 제2권, 가메이 다카시(亀井孝)·오토 도키히코(大藤時彦)·야마다 도시오(山田俊雄) 편수[3] 『이와나미 강좌 세계역사 6 - 동아시아 세계의 형성 III』(『岩波講座世界歴史6 - 東アジア世界の形成III』, 1971, 岩波書店) 수록[4] 1971, 光生館[5] 국가 공용어 중에서 예외는 헝가리어, 핀란드어, 에스토니아어 정도밖에 없다.[6] 이미지의 ひろい는 훈독으로, 음독은 こう이다.[7] , 과 같은 다음자도 일부 존재한다.[8] 8급 한자도 거의 모르는 정도고, 베트남과 비슷한 수준이다.[한국어번역] 일본에서는 늦어도 5세기 경부터 일본어를 음으로 표기하는 데 한자를 빌리는 방법이 사용되어 왔다. 특히 8세기 후반에 완성한 '만요슈'에서 와카(和歌)를 기록하기 위해서 많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만요가나(万葉仮名)'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표기에 사용하는 한자가 초체화하여 히라가나의 근원이 되는 문자가 탄생했다. 10세기에 이르러 『고금화가집(古今和歌集)』등에서 일본어를 표기하기 위한 한자와는 독립된 문자체계로서 히라가나가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상대 일본어에서는 모음이 8개가 존재했고, 'や행え단'이라는 음소가 있는 등의 특징들이 있는데, 만요가나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지만 히라가나가 탄생했을 무렵에는 이미 소멸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 그 때문에 만요가나에는 히라가나로 나타낼 수 없는 음소도 존재한다.
[10] 단 같은 한자가 반복되더라도 읽은 법이 다르면 々를 붙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日日의 경우 'hibi'로 읽을 때는 日々로 쓰지만 'hinichi'로 읽을 때는 日日로 써야한다.[11] 이 문장을 한국어로 설명하자면, '食堂에서 飯을 食었다.'라고 표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飯과 食은 여기서 각각 '반'과 '식'이 아닌, '밥'과 '먹'으로 읽는 것이다.[12] 그리고 주의해야 할 사항은 국한문혼용체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보이겠지만 한국어는 무조건 한자어만 한정되었고 두 국가의 언어도 다르기 때문에 음훈독도 절대 1대1로 매치하면 안 된다.[13] 유교의 '대인'이라는 뜻[14] '어른', '성인'이라는 뜻[15] 1자 1음절 고정인 한국 한자음과 달리 일본 한자음은 한자 하나가 2음절인 경우도 흔하고, 폐음절 발음인 ん과 촉음, 장음표기도 별개의 문자로 구분한다. 거기에 훈독은 기본적으로 2음절 이상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나로 풀어쓰면 한자로 쓴 것에 비해 길어진다.[16] 오키나와의 성 또는 요새를 말한다.[17] 류큐 왕국사대부를 의미한다.[18] 오키나와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는 성소(聖所)[19] 청나라의 통속소설 《금운교(金雲翹)》를 서사시로 옮긴 것이다.[20] 베트남에서의 한자의 위치는 그래도 신문,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영상 자막 등에 강조 표시를 위해 간간히 사용하는 한국에서의 한자의 위상보다도 훨씬 마이너한 위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