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중화민족(中华民族, Zhonghua Minzu)은 중국공산당이 주장하는 국가 정체성의 한 개념으로, '중국 국적을 지닌 사람'을 가리키는 중국인과는 다른 정치적 개념이다.2. 배경
중화민족을 최초로 주장한 학자는 량치차오이다. 량치차오 이전 유사 사례로 청말 평남국을 세운 후이족 두문수가 한족과 후이족 및 여타 근방의 소수민족들을 아우르는 "중원인"이라는 개념을 내세우기도 했으나, 해당 개념은 소수민족인 후이족이 한족과 평등을 주장하면서 내세운 개념이라 묻혔다. 량치차오는 변법파 캉유웨이의 영향으로 대일통을 주장하였으나, 실제로는 쑨원의 신해혁명과 멸만흥한[1]에 가담하였다. 이후의 쑨원의 후계자인 중국국민당은 대한족주의를 외치면서 중화민족이라는 이름의 한족만을 위한 민족주의와 다름이 없었다.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 중국을 차지한 중국공산당 입장은 소련의 영향력이 강했을 당시에는, 소련의 눈치 때문에 레닌주의의 영향으로 언어와 영토에 기반한 소수민족의 자치권을 명목상이나마 보장하던 편이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위구르나 티베트, 만주 등에 한족을 이주시켜 중국 본토와 소수민족 지역들을 통합하는데 몰두하였고, 동북공정[2] 등의 역사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인들의 일체감을 강화하려고 하였다. 이런 중화민족이란 개념이 전격 재등장하였다.
요약하자면 그동안 중국 대륙에서 살았던 한족, 만주족, 티베트, 위구르 등 그외 수많은 중국의 소수민족 등이 겪었던 역사는 모두 내전이었고, 이제는 중화인민공화국 공민이자 중화민족의 일원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의 무협이나 삼국지, 열혈강호에서 등장하는 일명 새외무림이 이들로, 동이, 서융, 남만, 북적 등 중원 바깥에 있는 한족과 다른 이민족들로 이들은 청나라 때까지 단 한 번도 중국 역사에서 이들을 중화로 받아들인 적이 없다. 그런데 청나라가 멸망하고 티베트와 몽골 민족주의 측에서 자신들은 청나라 황실과 연계되어 있었지 한족과는 관계가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한족 제국주의에 저항한다. 신해혁명 이후 오족공화 등의 개념이 나오며 중국인이란 공민(公民)적인 개념으로 접근했지만 민족 간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자 장제스가 정권을 잡은 이후부터 족군을 초월해 중국 영토 내 모든 중국 국적자는 전부 하나의 민족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시진핑 정권 치하에서는 장제스 시절 벌어진 영토 내셔널리즘과 강제 한화 정책이 부활했다. 하나의 중국을 추진하면서 나온 전략이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운동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동북공정이다. 중국공산당은 소수민족의 존재 자체는 공인하나, 소수민족으로서의 독자 정체성보다 중화민족이란 국가 정체성을 우선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3. 56개의 중화민족 구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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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판
그러나 저 사관은 중화인민공화국 관변의 일부 사학이라 중국 내부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까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현실적으로 중국인의 다수는 한족이고 소수민족을 이민족으로써 다른 존재로 보았던 역사도 유구한데 이제 와서 다른 민족을 한족과 엮어 하나의 민족이라 하기가 쉬울 리가 없다. 좋은 예가 현재진행형인 악비와 진회에 대한 논란이다. 중화민족이란 관점을 통해서 진회는 중화민족의 평화와 통합을 위한 영웅으로, 악비는 분열과 분쟁을 조장한 인물로 재평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악비를 한족의 절대적인 영웅으로 인식했던 기존 중국인들의 인식과는 아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물론 악비에 대한 재평가에 대해서는 공산당의 역사왜곡 때문에 문제가 되긴 하지만, 사실 전통적인 한족 우월주의가 아닌 소수민족을 포함한 모든 중국인을 하나의 민족(nation)정체성으로 포용하는, 어떻게 보면 일종의 시빅 내셔널리즘에 기반한 네이션 빌딩을 구축하는 것이다. 때문에 의외로 중국 민주화 운동 지지자들 중 일부 한족계 화교들이 중국 공산당보다 에스닉 내셔널리즘(=한족 내셔널리즘)이 더 두드러지는 경우도 꽤 있다. 게다가 중화인민공화국 내의 한족 민족주의자들도 악비에 대한 공산당의 부정적 평가에 불만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한족 민족주의자들 입장에선 중국에서 전통적인 '중화'라는 개념은 결국 한족이 중추가 되는 것인데 공산당은 (이렇게 역사왜곡까지 하면서까지) 근대적인 '중화민족'을 내세워 한족을 중화 그 자체가 아닌 일개 하나의 족군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폄훼해 오랑캐들에 불과한 소수 족군들과 한족을 동등한 '중화'의 일부로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실 중국 공산당조차도 자칭 시민 내셔널리즘이지, 현실은 한족의 다수성을 앞세워서 사실상 다른 민족들을 한족으로 강제 동화시키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까지 받고 있다. 2009년 위구르인들이 한족과 평등한 대우를 원한다는 의미로 오성홍기를 들고 시위하였으나 오히려 유혈 진압을 당했던 2009년 우루무치 유혈사태, 2022년 프랑스에서 티베트인 이주노동자가 중국인 고용주에게 살해당하자 한족 네티즌들이 티베트인 따위 죽으면 새로 고용하면 된다고 비웃는 악플을 집단으로 달아 프랑스 내 티베트인 난민들 수천여 명이 시위까지 나섰던 사례#에서 보듯, 중화민족이라는 주장은 일제강점기 당시 내선일체 이론이 일본인과 조선인 사이에서 서로 다르게 이해되었던 것 비슷하게 양측으로부터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내선일체 개념과 마찬가지로 중화민족이라는 표현 자체가 한족 민족주의자와 중국 소수민족계 민족주의자들에게 모두 거부감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가끔 대만 관련 내용을 '하나의 중국'으로 합치고자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노래 제목, 가사 등에서 원래 '중화민국'이 들어갔던 부분을 중화민족으로 바꿔 쓰는 식. 예를 들면 중화민국송(頌)이란 곡이 이렇게 중화민족송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대만의 경우 대륙 시절부터 이어져 온 한족 민족주의 자체는 존재하고 있지만, 이 쪽은 기존의 대만 원주민, 본성인과의 관계 문제도 있고 타이완 독립운동도 겹쳐서 복잡하다.
조선족과 내몽골, 태족, 카자흐인 등등 나라가 있는 민족들 또한 또한 이 중화민족에 집어넣고 있으며, 중국이 종종 한국이나 몽골의 문화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 또한 이 일환에 속한다. '중화민족에 속해서 하나의 중국에 있어야 하는 두 소수민족이 왜 대국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국으로 있으려고 하는가?'란 주장을 하는 것도 중화민족이란 단어가 만든 폐해라고 볼 수 있다.
5. 영어 번역 관련
영어로 번역하기 굉장히 어려운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민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 Chinese ethnicity나 심지어 Chinese race##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이지 않다. 중화민족 개념은 한민족, 한족 같은 전통적인 에스니시티(민족, 종족, 족군)의 의미가 아니라 다민족 국가인 중국인들의 정체성을 하나로 묶기 위해 근대에 와서 창조된 개념이기 때문에 혈통적인 민족 개념과 차이가 있다.일단 중국 내에서는 한족 혈통이 아닌 중국 국적을 가지거나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즉 중국 국민(=중국 공민) 전체가 모두 중화민족의 일원이라고 주장하긴 한다. 반대로 타국 국적을 가지고 중국 영토 외에 거주하며 중국인 정체성조차 없는 이들은 아무리 혈통상 중국계여도 중화민족으로 보지 않는다. 이는 한국에서 말하는 '민족' 개념과 결정적 차이점이다. 한국/북한에서 민족은 혈통적인 의미를 지닌다. 즉, 한민족/조선민족은 ethnic Korean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화민족의 민족 개념과 의미가 다르다. 즉 코리안 혈통을 가진 교포는 한민족의 일부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한민족에 포함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대한민국 국민인 왕서방은 중국계 한국인일 뿐 한민족(ethnic Korean)에 포함 안되지만, 조선족(ethnic Korean) 김철수는 중국 국민(=중국 공민)이기때문에 곧 중화민족(Chinese nation)에 포함된다는 얘기이다. 반대로 대한민국 국민이며 자신을 한국인으로 정의해 중화 정체성을 인식하지 않는 왕서방은 혈통상으로는 ethnic Chinese나 Chinese race에 포함되더라도 중화민족(Chinese nation)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국민주의'(nationalism)와 '민족주의'(ethnic nationalism)는 다른 의미이지만 중국에서 '국민주의'는 '민족주의'와 동의어이다.
이러한 중국의 중화민족 개념은 (일단 명목상으로는) 시민 내셔널리즘 개념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데, 중국어에서 주로 '민족'이란 단어는 한국/북한/일본에서 사용하는 '민족'이라는 단어와 달리 하나의 에스니시티에 기반한 네이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3] ethnic group는 '민족'보다는 '족군'으로 번역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족군'이라는 단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민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중국의 '민족'보다는 중국의 '족군' 개념과 더 비슷하다.[4]
일반적으로는 Chinese nation 또는 Chinese people로 번역하지만, 민족이라는 용어 자체가 영어권의 nation보다 독일의 volk에 더 가까운 개념이기 때문에, 2010년대 들어서는 영어권 학술 자료에서도 아예 노골적으로 Chinese Volk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따라서 영어 위키백과에서는 명제를 Chinese nation이 아니라 아예 Zhonghua minzu라고 하면서 고유명사화 했다.[5]
6. 같이 보기
7. 둘러보기
[1] 만주족을 내쫓고 한족의 나라를 세우자는 뜻이다.[2] 참고로 동북공정의 시작은 중국이 한국이나 북한을 경계하기 앞서 만주 일대에서 소련과 국경 분쟁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역사 해석 및 공정 작업에 있다.[3] 가령 한족(Han people/Han race)을 한민족이라 하지 않고, 만주족(Manchu people/Manchu race)을 만주민족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한민족(Korean people/Korean race), 일본에서는 야마토 민족(Yamato people/Yamato race)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민족이라는 용어가 한국/일본의 민족이라는 용어와 그 의미가 같지 않다.[4] 한국 민족주의/한민족주의는 하나의 혈통적 민족 즉 하나의 에스니시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서구권에서 말하는 에스닉 내셔널리즘으로 분류되지만 중국 민족주의/중화민족주의는 혈통보다 국적/문화를 중시하며 '다양한 족군'(한국식 표현으로 '다민족')을 포함하는 이념이기에 서구권에서 말하는 맥락의 에스닉 내셔널리즘으로 보기 어렵다.[5] 다만 번역문은 Chinese natio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