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일본어에서 다른 사람을 부르는 호칭과 경칭은 친소나 상하 관계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일본어에서는 서로를 부르는 호칭에 따라서 어느 정도 사람 간의 관계성을 짐작할 수 있다.한국어처럼 일본어도 상황에 따른 경칭과 경어 사용 여부로 교양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일본은 아무리 동년배라도 초면이거나 친하지 않다면 반드시 경칭을 붙여줘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며, 함부로 이름만 말하면 예의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므로 주의하자.
2. 호칭과 경칭에 대한 한국-일본의 차이점
일단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부르는 방식은 개괄적으로 보면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특히 가까운 사회적 관계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문법이 한국어에 비해 세분화돼 있다. 상하에 따른 호칭법은 큰 차이가 없으나 친소에 따른 호칭법은 일본어가 압도적으로 발달되어서 한국어보다 어렵다. 사실 이건 현지인들도 자국어 호칭과 경칭의 사용이 쉽지 않아서 일일이 남에게 물어봐야 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다.2.1. 성씨
일본에서는 '성씨'가 갖고 있는 기능이 한국과 다르다. 한국에서는 성 자체가 개인을 대표해서 나타낼 수가 없는 반면 일본에서는 개인을 대표할 수 있다. 사실 다른 한자 문화권과도 매우 이질적이며 되려 서구권에 더 가깝다.특정 성씨[1]가 인구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는 10만 가지가 넘을 정도로 성씨가 매우 다양하다.[2] 그래서 일본에서는 서양과 비슷하게 호칭에서 성과 이름의 용도가 비슷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양국의 백성들이 성씨를 갖게 된 계기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원래 중세까지 평민 이하는 성이 없었고, 양국 모두 근대로 들어오기 직전쯤에 백성들이 성씨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봉건적 신분질서가 무너지면서 소속되었던 주인 가문의 성씨를 받거나, 명망가 양반의 성씨를 사거나 아예 족보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성씨를 갖게 되어서 일부 유력 가문 출신의 성씨를 베껴다 쓰는 일이 허다했고, 이전부터 명문 가문이었던 김, 이, 박, 최, 정 등의 성씨가 엄청나게 흔해졌다. 반면 일본에서는 근대적 행정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국가에서 나서서 백성들에게 사는 곳이나 직업 등의 특성을 가지고 성씨를 부여했다. 예를 들면 밭(하타케)을 일구며 사는 집의 다섯째(고)면 하타케 고로, 뒷산(우라야마) 옆에 있는 집의 첫째(이치)면 우라야마 이치로 등. 자연히 집집마다 차이가 많이 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성씨가 많아졌다. 물론 개중에도 흔한 성씨와 드문 성씨가 존재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그 편차가 덜하다.[3] 단, 한국의 성씨는 같은 발음이라도 한자가 다르고[4], 한자가 같아도 본관이 다르고, 본관이 같아도 시조와 중시조와 파를 따져 하나라도 다르면 남이다. 일본의 경우도 같은 성씨라 해도 저런 이유로 만들어놔서 전혀 친척이라 짐작할 근거가 없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다르지도 않지만, 한국인의 성씨가 모두 저런 예시로 생겼다고 착각하면 오류란 이야기. 그런 관계로 한국인과 일본인의 성씨를 말할 때 성씨의 발음만 따지는 것은 현대인의 착각이다. 괜히 족보와 사는 곳을 따진 게 아니다.
한편 성씨에 대한 자부심은 일본인이 더 갖고 있지만 집안 내력에 대한 자부심은 한국인이 더 강하다고 한다. 이는 한국인(혹은 한국계)들이 일본에 가더라도 마찬가지다. 앞집 훈이도, 뒷집 순이도 김씨인 동네에 살던 한국인 김철수도 일본에 가면 "김 군", "어이 김!"식으로 불리게 된다.[5]
그리고 경칭의 기능 때문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한국어의 경칭은 씨(호칭), 님의 존중 경칭, 선생님, 사장님 등의 직업 혹은 직책의 대명사를 사용하는데, 보면 알 수 있듯이 친할 경우에 사용하는 호칭은 따로 없으며, 대등한 위치의 사람을 지칭하는 것 또한 씨 정도 밖에 없다.[6] 반면 일본어에서 경칭은 상, 짱, 군 등의 일반적인 정중함의 접미사부터 사마, 도노, 경, 공, 폐하 등의 존경의 의미를 담은 경칭, 선생, 대사 등 직업 자체를 존중하는 대명사 경칭 등 다양하다. 따라서 일본어에서는 친소와 위계에 따라서 다양한 경칭이 마련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거의 항상 경칭을 붙일 수 있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경칭 없이 사람을 부르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한국어에서는 타인을 호칭하는 것이 성+이름, 성+이름+경칭, 성+경칭, 이름, 이름+경칭, 별명, 대명사의 7경우가 존재하는데, 보통 친하면 이름, 별명으로 부르고 공적인 관계에서는 성+이름+경칭 혹은 성+경칭으로 부른다. 친하지도 않고 공적이지도 않은 경우에 대한 호칭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에 따라 저기요 등의 간접적인 호칭이 생겨났다. 따라서 경칭이 붙는 것은 공적인 자리에 한정하므로, 일본어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중립적인 경칭들을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 힘들어진다. 반면 일본어에서 타인을 지칭할 때의 경우의 수는 성, 성+경칭, 이름+경칭, 이름, 별명, 대명사의 6가지가 있을 수 있다. 여기 나열한 가짓수로만 보면 일본어가 덜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이다. 위계에 따른 호칭, 즉 상하 호칭은 한국어와 일본어가 대동소이하므로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친소에 따른 호칭은 일본어가 훨씬 섬세하게 발달해 있기 때문에 한국인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특히 친소에 따른 호칭은 일상생활 속의 대인관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한국어의 친족 호칭처럼 사라져 가는 문화조차 아니다. 결과적으로 일상생활 속의 호칭 문제는 일본어가 한국어보다도 훨씬 까다롭다. 이 친소에 따른 호칭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요비스테'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요비스테 문서 참조.
3. 일본의 경칭 사용
일본에선 일반적으로 성+상 또는 성+직책으로 상대를 부르며 친밀한 상대인 경우에만 이름+경칭 혹은 이름을 부른다. 실제 일본인과 만날 때 별로 친하지 않으면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실례가 되므로 성+상 또는 성+직책으로 부르는 게 무난하다. 다만 이름+경칭이 필수적인 상황이 오는데 바로 가족들, 형제자매가 단체로 몰려다니며 이들 중 직책까지 똑같은 경우. 성+상 또는 성+직책으로 부르면 누구를 호칭하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이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심지어 원수사이여도 이름+경칭으로 불러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동생 쪽 (성)씨'라고 부르는 식의 우회법이 있기는 하다.예를 들어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는 두 일본인이 있다면, 그 두 사람은 무척 친한 친구거나 연인, 친인척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친밀한 사이라고 해도 성별이나 세대 간의 차이, 소속된 단체의 문화, 지역 문화, 부르는 사람의 성격에 따른 차이 등이 있어서 단정하기 어렵다. 성이 이름보다 부르기 좋은 경우에는 친한 사이라 해도 성으로만 부르기도 한다. 상술했듯 일본에서는 성이 이름과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년차이거나 동년배에 친한 사이임에도 상대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성+상(이에 대해 자세한 것은 다음 문단에서 서술), 성+직책 등으로 부르기도 하고, 2010년경 오사카 지역 고등학생들은 3번 이상 만난 또래는 친밀도와 무관하게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이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친한 친구가 아니라는 법은 없고, 이름으로 부른다고 무척이나 친한 친구일 거라는 확신을 할 수 없다. 실제로 호칭만으로 어떤 관계인지 확신할 수 있는 경우는 부부 사이거나 친인척 관계뿐이다.
몇몇 용법은 사전적인 뜻만 비슷할 뿐 뉘앙스가 정반대인 경우도 흔하다. 아마추어 역자나 일본어 이해도가 떨어지는 초보 역자가 일본에서 ~상이라 부르는 것을 한국어 매체로 들여올 때 ~씨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으나, 상과 씨의 기능이 비슷한 영역이 있지만 근본적인 존칭에서 의미는 두 개가 다소 다르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일괄적으로 상을 씨로 이해하는 것은 그리 권할 만한 일이 아니다.[7]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은 한국의 씨보다 존경의 의미 그 자체에 더 가깝다. 두 호칭 모두 화자와 청자의 사이의 거리감을 표현하는 용도가 일정 부분 있지만, 한국의 씨가 존경보다는 거리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고, 일본의 상은 거리감도 분명 있지만 존경의 의미 혹은 존중의 의미가 한국의 씨에 비해 거리감보다 더 비중이 크다.[8] 위 문단에서 얘기한 나이 차가 적거나 심지어 같은 동갑내기임에도 상을 쓰는 경우가 있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를테면 한국에선 김 씨, 이 씨 등의 성+씨로 부르는 건 친한 사이가 아닐 경우 상당히 실례가 되는 용법이지만 일본에선 상이 '사마(님)' 다음으로 격식을 가려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지칭할 때 가장 잘 쓰이는 표현이다.[9] 성+직책으로 부르는 건 한국에서도 직장 생활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양상이 다르다. 일본에선 님이 극존칭이기에 메일이나 문서 등에서는 많이 사용되지만 구어적으로는 사용되지 않고,[10] 직책으로 부를 경우에는 직책명에 경칭의 의미가 담겨있기에 중복해서 사용하지 않는다.[11] 굳이 님을 붙이고 싶으면 ~직책의 OOO님[12] 이런 식으로 호칭하는 것이 옳다. 예외적으로 이름을 모르는 특정 직책에게 우편물 등을 보내는 경우에는 허용된다(OO주식회사 인사부장님 같은 표현). 이 경우에는 "님"을 뜻하는 경칭으로 '사마'가 아니라 '도노'가 사용된다. 한국에선 일반적으로 상대를 높여 부를 때 성+직책+님을 쓰며 그렇지 않는 경우는 비슷한 직책에 있는 사람들끼리 부를 때나,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를 때 반말투로 쓰이는 경우다.
성+군도 있는데, 이건 두 나라에게 다 있는 용법이다. 한국에선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 사용되었던 표현이었다. 일제의 영향으로 개화기나 일제강점기, 광복 직후엔 꽤 흔한 표현이었지만, 1980년대 이후로는 60대 이상의 노인층이 아니면 구어체에선 거의 쓰이지 않으며, 근대풍을 재현한 한국소설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쓰인다. 일본에서 쓰이는 성+군은 성+상보다 낮고 그냥 성으로 부르는 것보다는 높은 격식의 용법으로,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존중하는 표현으로 쓰거나, 친구 사이일 경우 성+상보다는 친밀한 사이일 때 쓰는 표현이다. 주로 젊은 나이의 남성을 부를 때 성+군 호칭을 사용하며, 비슷한 거리감이나 위치의 여성에게는 대개 성+상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학급에서 동급생들을 호칭할 때 남학생은 성+군, 여학생은 성+상으로 부르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정중한 호칭이다. 여성에게도 군을 붙여 부를 수 있지만, 상관이나 선배, 교수 등 비교적 높은 지위의 남성이 공식적인 관계에서 그보다 낮은 지위의 젊은 여성을 부를 때 등의 상황에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한국에서 성+군 호칭이 생기고 난뒤 약간 시간이 지난뒤 성+형이란 용법이 발생했는데,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과 가까운 사이에서 친근함을 나타낼 때 쓰이는 용법으로 사용했다.[13] 성+형, 즉 박형, 김형, 이형 등의 호칭은 현대에도 중장년층이 많이 애용하며, 10대, 20대에서도 적지만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 편이다. 손아랫사람, 즉 화자가 다소 고풍스러운 환경에서 자란 경우이거나 성+형을 자주쓰는 보호자 밑에서 성장한 경우.
일본어에서 짱을 붙이는 건 일반적인 호칭 중 하나지만, 발음의 특성상 애칭이나 별명을 만들 때 쓰이는 경우가 잦다. 사실, 일본인도 특징적인 부분으로 사람을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어느 정도 격의 없는 사이가 되면 거의 애칭이나 별명으로 부른다. 오히려 이 부분은 한국어보다 더 다양한 경우도 있다. 이름이나 성을 이용해 별명을 만드는 경우는 풀네임을 줄여서 부르거나, 성이나 이름 중에서도 한 글자만 따로 빼서 부르는 게 가장 흔한 경우다. 이런 상태에서 짱이나 땅을 붙이기도 한다.
'군'에 관해서 흥미있는 변용이 오타쿠 문화에 존재하는데, 쇼타콘이나 오토코노코 애호가들은 くん이라고 표현해도 될걸 きゅん이라고 해서 손아랫사람(사실상 남자아이)에 대한 애칭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14]
성과 이름을 구별하는 특성상 일본에서는 성과 이름을 모아서 부를 때가 매우 드물다. 통성명이나 누군가를 콕 집어서 따로 부를 때, 자기 소개, 공식 석상에서 누군가를 부를 때 정도다. 하지만 성과 이름 둘 다 흔한데, 붙여서 말하니 발음하기 좋고 뭔가 좀 강렬하다면 이렇게도 부른다.
추가로 말하자면 드물게 경어가 호칭에 영향을 줘서, 한국인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든 호칭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한국어는 절대경어지만 일본어는 상대경어라서다. 예를 들어 자식이 자신의 부모를 부를 때 부모의 이름을 변형한 애칭을 사용하는 경우 등. 다만 현실에선 거의 없으며, 일본의 서브컬처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은 아니다. 아무래도 한국이나 일본이나 부모는 부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3촌, 5촌으로 넘어가면 또 이야기가 달라져서, 한국에서는 부모의 형제자매/사촌형제자매와 그 배우자는 위계서열상 부모와 동렬이기 때문에 나이 차이가 적더라도 친척관계의 호칭[15]을 꼬박꼬박 사용하는 한편[16], 일본은 부모의 형제자매/사촌형제자매와 그 배우자에 대해 호칭이 아닌 이름+상이나 이름+짱으로 부르는 경우도 아주 드물지는 않다. 실제로 일본은 서양권처럼 부모의 형제자매를 이르는 호칭이 따로 없으며 영어 uncle, aunty에 해당하는 오지상, 오바상으로 부른다. 물론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더라도 숙부, 숙모와 백부, 백모와 같이 공문서나 가계도 등에 공식적으로 쓸 수 있는 명칭 자체는 존재한다. 쉽게 말해 한국어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가족인 사람과 가족이 아닌 사람 모두 쓸 수 있는 말이며 조모, 조부가 호칭으로 쓰지 않지만 가족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로 쓸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일본은 아저씨(오지상), 아줌마(오바상)가 가족인 사람과 가족이 아닌 사람 모두 해당한다는 것이다.
4. 호칭과 작품 이해와 관련한 문제
일본에는 이런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일본 문화 매체를 볼 때 어느 두 인물의 친밀도를 판단하려면 호칭과 작품 진행에 따른 호칭의 변화에 대해서도 잘 관찰해야 한다.
이런 미묘한 관계 변화는 주로 러브 코미디와 연애물에서 클리셰로 사용된다. 상대를 "성씨"로 부르다가 "이름"으로 부르게 된 순간에서 플래그가 꽂힌 경우가 많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서 《풀 메탈 패닉!》에서는 치도리 카나메가 처음에는 사가라 소스케를 "사가라" 라고 부르다가 어느 순간부터 "소스케"라고 부르게 된다.[17] 《아마가미 SS》에서 보면 모리시마 하루카가 타치바나 준이치를 줄곧 '타치바나 군'이라고 부르고 준이치는 하루카를 '모리시마 선배'라고 부르는데, SS+ 12화 졸업식 장면에서 준이치가 청혼을 하면서 '하루카'라고 부르게 되고, 하루카 역시 '준이치'라고 부르면서 키스를 하게 된다. 《후르츠 바스켓》의 소마 유키는 어느 순간 혼다 토오루에게 유키라고 불리자 놀라서 즉시 쥐로 변신하는 등 이성관계의 큰 진전을 뜻하는 클리셰가 되었다. 반대로 스페셜 에이에서 여주인공 하나조노 히카리는 자기 자신을 포함한 SA 멤버 전원이 서로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는 가운데 유일하게 남주인공인 타키시마 케이만큼은 성씨로 불렀고, 그에 대한 연심을 자각한 후 뒤늦게 이름으로 바꿔보려고 했지만 부끄러워서 바꾸지 못했다.[18]
동성이라고 다르지 않아서 《러키☆스타》의 코바야카와 유타카와 이와사키 미나미도 친밀도가 높음에도 호칭 바꾸는 게 쉽지 않다. 물론 모종의 이유로 아예 생판 초면인 사람에게까지 이름으로 부르라는 경우도 있으나[19][20] 이런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
문제는 이것을 고려하지 않아서 또는 번역에서 이러한 변화가 반영되어 있지 않아서 인간 관계를 완전히 다르게 보고 작품을 잘못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플래그가 꽂혀서 한쪽은 성에서 이름으로 부르는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반대편 히로인을 응원한다든가 하는 것이 그러한 예다. 위에 언급한 예시 중 스페셜 에이도 번역 관행 때문에 호칭을 전부 이름으로 통일했다가 뒤늦게 호칭 관련 에피소드가 나오면서 사죄 각주를 달고 표기를 바꾸는 해프닝이 있었다.
유명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아야나미 레이는 극중 대부분의 인물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지만 이카리 신지는 레이 외의 다른 캐릭터들은 대부분 이름으로 부른다. 이카리 겐도는 대부분의 인물을 성으로 부르지만, 자기 아들인 신지 그리고 레이는 이름으로 부른다. 원작에선 신지가 레이를 이름 '레이'가 아닌 '아야나미'로 부르고, 레이는 신지를 '이카리 군'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이 둘은 서로를 성으로만 부르는 공적인 관계로, 아직 서로 간에 상당한 거리감을 가진 관계임을 호칭을 통해 알 수가 있다. 이런 식으로 호칭이 작품 간 캐릭터들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상당히 많다.
또한 그렇게 가깝지 않은데도 상대방을 쉽게 이름으로 부른다면 성격이 털털한 캐릭터라고 알 수 있고, 그 반대라면 정중하거나 소심한 캐릭터라고 알 수 있다. 이런 점은 《개구리 중사 케로로》에서 니시자와 모모카가 히나타 후유키를 '히나타 군'이라고 부르다가 '후유키 군'이라고 부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에피소드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러브라보》의 쿠라하시 리코는 마키 나츠오를 사이가 가까워진 후에도 부르기 편하다는 이유로 성으로 부르는 등 예외도 있긴 하다.[21]
다만 애니메이션에서의 묘사는 다소 과장이 있어서, '익숙해졌다'는 정도이지[22] 호감의 표현까지는 아니다. 가령 비슷한 또래에 자주 볼 사이면, 동성이성 관계없이 몇개월 정도 지나고 서로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는 흔하디 흔하다.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 ~천재들의 연애 두뇌전~에서 시로가네 미유키의 학생회가 한 번 끝난 후 뒤풀이 때 후지와라 치카가 서슴없이 미유키를 미유키 군이라고 부른 것과 같다.[23]
5. 한국어로 번역할 때
작중에서 호칭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에, 호칭(상, 짱, 군 등)을 떼어내고 성과 이름만으로 부르는 것으로 통일하는 경우가 많다. 상이 붙은 경우엔 상황에 따라 그대로 '씨'로 번역하거나 변형시키기(오빠, 언니, 누나, 형과 같은 호칭으로 바꾼다거나)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름으로 관련된 호칭으로 통일하는 게 관행이 되었다.그러나 작중에서 인물들의 관계에서 호칭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 의도치 않은 오역이 발생하거나 내용이 어색해지거나 아예 일본어 원작의 설정을 한국의 정서에 맞게 옮기는 경우가 발생한다. 가장 흔한 케이스는 상이라는 호칭의 복잡미묘한 어감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 배경으로 현지화된《디지몬 어드벤처》의 장한솔은 자신보다 손윗사람에게는 상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예의바른 범생이 캐릭터인 반면, 한국어판에서는 해체 사용자로 바뀌었다. 전형적인 모범생이라기 보다는 좀 더 친근한 동생 이미지로 변신한 것. 이것 때문에 당시 오타쿠 1~2세대에 해당하는 이들 중 원작빠들과 정식 수입판이니 현지화는 당연하다 현지화지지파, 이것도 괜찮다/난 둘 다 좋다 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호칭을 통일해 번역하는 것은, 작중에서 인물들의 호칭이 변하지 않을 경우 일반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이런 호칭이 작중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경우 각 인물 간의 거리감이나 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작품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타 국가와 일본에서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는 독자층이 이런 일본의 호칭을 인식하고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발음을 한국어로 그대로 옮기는 음역 수준으로만 번역하기도 한다. 케이온!!의 톤쨩 같은 경우 그냥 '톤'으로 번역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같은 경우 한국어 번역본에서도 그냥 '상'을 그대로 썼다. 후르츠 바스켓 한국어 더빙판 번역은 약간 특이한 케이스였다. 소마 유키의 호칭을 직함인 '반장'으로 통일해서 호칭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어색하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꽤 드문 경우로, 작중에서 성으로 더 자주 호칭되기에 호칭을 성으로 통일해 번역한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엔 부모자식 간, 형제자매 간에도 성으로 호칭하는 등 시청자 입장에서 굉장히 머쓱해지는 상황이 가끔씩 생긴다.(...) 예를 들어 용자왕 가오가이가 FINAL의 카이도 이쿠미는 한국판에서 '카이도'라 불리기만 한다. 이로 인해 그의 어머니가 그를 '카이도'라 부르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이하루 카자리, 니부타니 신카[24]도 성으로 통일. 쿠로코의 농구 또한 이런 케이스에 들어간다. 그 반대로, 원본에서는 성을 부르는데 정발판에서는 이름으로 부르는 케이스가 있다. 엠X제로의 히로인 히이라기 아이카는 주인공 쿠즈미를 비롯해서 보통 히이라기라고 부르지만 정발본에서는 또 다른 히이라기(=아버지)와 구분하기 위해서였는지 모두 아이카라고 이름으로 부르는 걸로 바뀌었다.
타협 안으로 극중 인물들이 서로의 호칭이 성에서 이름으로 바뀌어 친밀한 관계가 되었을 때, 호칭은 번역계의 관행대로 이름으로 유지하더라도 어투를 기존보다 친근하게 바꿈으로서 작품 이해를 돕는다. 일본의 문화를 잘 아는 오타쿠를 독자층으로 상정하는 라이트 노벨에선 간단히 주석을 다는 걸로 해결하기도 한다. 이런 케이스가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미즈노 요코의 중학교 1학년 시절을 다룬 과거편에서, 릴리안 여학원은 친소관계를 막론하고 이름으로 부르는 풍습이 있는 걸 외부 초등학교 출신인지라 몰랐던 요코가 '원래부터 친한 사이이거나, 붙임성이 좋은 아이들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쭉 성으로 부르다 결국 유치원부터 릴리안 출신인 사토 세이에게 직접 듣고서야 아는 묘사가 있는데, '일본에서는 주로 친한 사이일 때 이름을 부른다'는 간단한 주석을 달아 해결했다. 또는 연인들끼리 쓰는 호칭을 쓰게 함으로써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신세기 GPX 사이버 포뮬러의 신죠 나오키와 죠노우치 미키 커플[25]이 그 예. 이 경우 심히 닭살스러워지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처음 등장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시 원래 호칭(이름)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6. 관련 문서
[1] 김, 이, 박, 최, 정. 김씨는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말할 필요도 없고, 이씨 역시 "남산에서 돌을 던지면 김씨나 이씨 집 마당에 떨어진다" 와 같은 말이 있을 정도로 흔하다.[2] 반면, 한국은 이보다 훨씬 적은 286가지 정도에 불과하다. 아울러 286이라는 숫자도 발음은 같아도 한자가 다른 성씨(예: 조씨 - 趙,曺)를 따로 집계한 것이고, 성씨를 한글로만 적었을 때는 100가지를 조금 넘는 정도다.[3] 예를 들어 사토(佐藤)의 경우 일본 전국에 193만 명이 있을 정도로 가장 흔한 성씨지만 일본의 인구가 1억 2000만 명이 넘는 걸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2%가 채 안 되는 비중이다. 영미권의 스미스와 비슷한 셈. 반면 1100만 명이 사용하는 한국의 김씨는 인구의 21%를 차지한다.[4] 柳가 유씨와 류씨로 , 金이 김씨와 금씨로 나누어지는 예외를 제외하면, 표기하는 한자가 같아도 성씨마다 읽는 법이 따로 있다고 가정해야 하는 일본과는 전혀 다르다.[5] 일본인과 이야기하다보면 한국인은 전부 김, 이, 박 이라서 헷갈린다라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위와 같이 성으로 호칭하는 관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중요한 이유는 한국식 이름이 어렵다는 것이다(성만 해도 정, 전, 종이 일본어 음가로는 전부 같은 발음으로 불린다). 대부분의 한국인 이름은 일본인에게 발음이 어렵고, 외우기 힘들어서 한 글자이고 많이 들어본 성만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혹시 일본인에게 이름을 잘 어필하고 싶다면 닉네임이나 이름의 가운데 혹은 끝 글자로(ex> 배용준의 경우 '용'인데 일본어 발음이 욘이라 별명이 욘사마가 됐다.)만 불러달라고 요청하자. 돌림자를 쓰는 경우에는 돌림자가 아닌 글자로 불러달라고 하는 것도 이름을 어필하는데 도움이 된다.[6] 한국어의 경칭이 줄어든 이유는 신분제가 폐지되고 얼마 안 돼 한국인 전체가 피지배민족이 되어 그 호칭이 사용될 문화 자체가 뿌리뽑히고 일본을 구성하는 가장 하층 계급으로 전락해버린 탓이 크다. 고전문학을 보면 정말 다양한 호칭이 등장하는데, 음식 문화든 예절 문화든 원래 상류에서 하류로 전파되는 것임을 생각하면 머리가 잘려버린 상황에서 어떻게 됐을지는..[7] 광랜 시대 이후의 세대는 오히려 이런 초보적인 역자들의 번역물을 더 많이 접한 이들이 많아지면서, 비교적 일어 실력이 좋은 이라 할지라도 상-씨 일괄 치환이 옳은 번역이라고 오인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 올바른 원작 이해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8] 한국은 호칭보다는 어휘와 어체가 존칭 및 경칭에 더 발전해있으므로, 상을 정확하게 번역하려면 이쪽 부분을 활용하는 게 좋다.[9] ~씨 보다는 한국의 사장님, 선생님 등의 표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초면일 때 김 씨, 민수 씨 등으로 부르는 건 실례이니 대부분 김 사장님, 김 선생님으로 부르는 것처럼[10] 손님이나 거래처 등 외부 조직의 사람에 대한 경칭으로 사용된다. ex)ㅇㅇ무역의 xx yy 과장 → xx yy 사마. 또한 아이돌(우상)의 팬덤 내에서는 제법 많이 사용된다. ex)욘사마.[11] ex) xx yy 사마, 혹은 xx yy 과장. xx yy 과장사마는 원칙적으로는 틀린 표현이다. 서브컬처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예가 바로 학교의 선생. 우리나라는 선생님이라고 하지만 일본은 님을 빼고 선생이라고만 하는데, 의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선생님과 비슷하다.[12] ㅇㅇ무역 과장 xx yy사마.[13] 비슷한 형태의 용법으로 이름+군이 있다. 이 용법 역시 2010년대 시점에선 노인층 외에는 사용하는 경우를 보기 힘든 편.[14] 다만 한국에서는 きゅん이라는 표현이 번역하기가 애매해서 그냥 다른 남성에 대한 일본어 손아랫 호칭처럼 ~쿤이라고 퉁치는 경우도 많다.[15] 큰아버지/큰어머니, 작은아버지/작은어머니, 고모/고모부, 삼촌, 외삼촌/외숙모, 이모/이모부, 당숙/당숙모 등[16] 예외가 있다면 조카 항렬쪽이 나이가 많고 양쪽 다 어린이인 경우 정도인데 이 경우에도 대개 나이를 먹으면서 호칭을 붙이는 쪽으로 고치게 된다.[17] 프랑스나 독일에서도 비슷한 게 있다고 한다. '당신'을 '너'라고 바꿔 부르게 되는 경우.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끼리 친밀한 관계라면 tu, 그렇지 않기에 존칭을 쓴다면 vous를 쓴다. 이것은 한국이나 일본의 경어와는 약간 다른 개념인데, 나이나 직책에 따른 상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친밀도를 나타낸다. 부모자식간에도 tu를 쓰고, 신을 믿는 사람이라면 신도 tu로 지칭한다. 그리고 요즘은 초면이라도 연배가 비슷하면 tu를 쓰기도 한다고 하지만 혹시 실례가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하자. 독일어는 du(너)/Sie(귀하-항상 대문자로 시작)[18] 여담이지만 이 소녀는 결국 완결까지 케이를 제대로 이름으로 부르지 못했다(...)[19] 이분이 성으로 불릴 때는 대부분 야가미 코우가 놀려먹으려고 의도적으로 부르는 것.[20] 현실에도 이런 사람이 없진 않다. 실제로 성씨로 부르는 것 자체를 지나치게 딱딱하게 느껴 무조건 이름으로 불러줄 것을 고수하는 일본인도 있다. 다른 작품 사례로 러브 라이브!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 아이돌 동호회에서는 타카사키 유우가 나카스 카스미를 "나카스 양"이라고 부르자 좀 친근하게 부르라고 싫어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퍼센티지로 본다면 꽤 레어 케이스.[21] 참고로 마키는 리코를 이름으로 부른다.[22] 때문에 현실에서도 처음 본 사람을 다짜고짜 이름으로 부르지는 않는다.[23] 다만 얼마 후 시로가네가 재선되어 다시 이전 호칭인 회장으로 돌아갔으며 본편 최종회에 따르면 두번째 임기가 끝난 후에도 계속 회장으로 부른다.[24] 이쪽은 이름이 과거 행적에 대해 스포일러라서 성으로 부르는 듯.[25] SAGA 4화에서 서로를 이름으로(나오키/미키)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이 부분을 "우리 자기", "우리 허니"라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