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5 21:40:00

앙망

1. 전통 서간문에 흔히 쓰이는 어구2. 김대중의 탄원서에서 파생된 인터넷 은어
2.1. 탄원서 전문2.2. 작성 배경2.3. 사용2.4. 용례

1. 전통 서간문에 흔히 쓰이는 어구



학식있는 사람들이 쓰는 말투로, 직역하면 '~을(를) 우러러 바라다' 쯤의 뜻이 된다. '~을(를) 바랍니다'라고 해도 되지만 (우러를 앙)을 써서 겸손의 뜻을 나타내었다. 전통 서간문(편지)에서는 인삿말에서 쓰인다. 예를 들자면 '[ruby(時下, ruby=시하)] [ruby(立春之節, ruby=입춘지절)](또는 다른 계절을 나타내는 말)에 [ruby(氣體候 一向萬康, ruby=기체후 일향만강)]하옵시며 [ruby(高體, ruby=고체)] [ruby(健安, ruby=건안)]하시기를 [ruby(仰望, ruby=앙망)]하옵나이다...' 같은 식.

현대에는 이렇게 어려운 한자말로 편지를 쓰지 않기 때문에 용례를 자주 보기는 어렵다. 다만 옛 말투를 고수하는 개신교의 개역성경에는 가끔 나오며,[1] 간혹 나이 든 의사들이 상급병원에 제출할 진료의뢰서를 끊어줄 때 "고진선처 앙망합니다"라는 어구를 말미에 적어주는 경우가 있고, 아래 김대중 탄원서의 용례에서 보듯 변호사들이 작성하는 법률서면에서도 종종 쓰이고 있다. 재판부나 수사기관을 상대로 “선처를 앙망”한다거나 “~~한 점을 살펴봐 주시기를 앙망”한다는 취지로 쓰는 경우가 그 예. 고우영 십팔사략에서도 진나라명장 왕전초나라를 정벌할 때 보상을 요구하며 '앙망하옵니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 확인된다. 문명 5 브라질 문명을 플레이할 때도 '폐하가 브라질 백성을 다스리셨던 평화로운 시대가 돌아와 백성의 소리를 듣고 밝은 미래를 약속하시기를 앙망하나이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아기공룡 둘리에도 둘리고길동 앞에서 새해문안이라면서 "사업다망하시고 건강하시기를 원망하나이다."라고 어쭙잖게 문자를 쓰다가 "'공사다망”에 “앙망하나이다'겠지."라고 핀잔을 받는다.

중국어에서는 '고개를 들어서 보다'라는 뜻으로 굉장히 흔하게 쓰이는 단어이다. 대만에서 제작한 CD게임, 풍색환상 4편의 노멀 엔딩에서도 앙망(仰望, yǎngwàng)이라는 단어가 쓰인다.
而我依然呆坐在廣場·仰望著遙遠的天空...
여전히 광장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본다...

2. 김대중의 탄원서에서 파생된 인터넷 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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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탄원서 전문

김대중전두환에게 총 두 개의 서약서를 작성했는데, 첫 번째[2]는 1981년 1월 18일에, 두 번째는 1982년 12월 13일에 쓴 것이다. # 김대중이 출국하자 5공은 김대중을 망신주기 위해 이 서약서를 공개했다.

아래는 두 번째 서약서이다.

파일:attachment/앙망하옵니다/ang.jpg
원문[3]한글 전용 표기
全斗煥大統領 閣下

國事에 軫念하신 가운데 閣下의 尊體 더욱 健勝하심을
仰祝하나이다.

閣下게서도[4] 아시다싶이 本人은 矯導所生活이 二年半에
이르렀아온데 本來의 持病인 股關節變型[5]症과 耳鳴등
으로 苦楚를 겪고 있으며 專門醫에 依한 充分한 治療를 받고
자 渴望하고 있읍니다.

本人은 閣下게서 出國許可만 해주신다면 美國에서 二 三年
間 滯留하면서 完全한 治療를 받고자 希望하온데 許可
하여 주시면 感謝千萬이겠읍니다.

아울러 말씀드릴것은 本人은 앞으로 國內外를 莫論하고 一切
政治活動을 하지 않겠으며 一方 國家의 安保와 政治의 安定
을 害하는 行爲를 하지 않겠음을 約束드리면서 閣下의 善處를
仰望하옵니다.

1982年 12月 13日
金 大 中
전두환대통령 각하

국사에 진념[6]하신 가운데 각하의 존체 더욱 건승하심을
앙축하나이다.

각하게서도 아시다싶이 본인은 교도소생활이 이년반에
이르렀사온데 본래의 지병인 고관절변형증과 이명 등
으로 고초를 겪고 있으며 전문의에 의한 충분한 치료를 받고
자 갈망하고 있읍니다.

본인은 각하게서 출국허가만 해주신다면 미국에서 이 삼년
간 체류하면서 완전한 치료를 받고자 희망하온데 허가
하여 주시면 감사천만이겠읍니다.

아울러 말씀드릴것은 본인은 앞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일절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으며 일방 국가의 안보와 정치의 안정
을 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음을 약속드리면서 각하의 선처를
앙망하옵니다.

1982년 12월 13일
김 대 중
현대어 해석 - 사멸된 극존칭인 하소서체하십시오체로 내렸다. 때문에 어감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나랏일을 걱정스레 살피신 가운데 각하께서도 높으신 몸이 건강하시어 우러러 축하드립니다.
각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는 교도소 생활이 2년 반에 이르렀는데 원래 갖고 있던 지병인 고관절변형증과 이명 등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으며 전문의에게 충분한 치료를 받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각하께서 출국 허가만 해 주신다면 미국에서 2~3년간 머물면서 완전한 치료를 받고 싶습니다만 허가해 주시면 크게 감사드리겠습니다.
아울러 저는 앞으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절대로 정치 활동을 하지 않겠으며 어떤 나라의 안보와 정치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않겠음을 약속드리면서 각하의 선처를 우러러 부탁드립니다.
1982년 12월 13일
김 대 중

2.2. 작성 배경

12.12 군사반란으로 집권한 전두환신군부는 1980년 하반기에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김대중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가 국내외의 압박으로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이후 노신영 당시 안기부장이 김대중의 처 이희호를 찾아가 김대중을 설득해 미국에 망명할 것을 요구했다.

김대중 사후의 회고에 따르면 이때 이희호가 김대중에게 망명을 설득하자 김대중은 처음에는 거절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자 이희호가 망명을 해야만 감옥에서 고생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석방될 수 있다고 설득했고, 결국 망명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 때 안기부 직원이 서약서를 요구했고, 그에 따라 김대중이 제출한 탄원서가 바로 이 내용이다.[7]

당시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자신을 최대한 낮추는 문구로 작성되어 있으며, 김대중은 이런 글을 두 번에 걸쳐 썼다. 전두환은 삼청교육대를 만들어 조직폭력배와 정치인들을 수감하는 중이었으므로 망명하는 본인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군부가 최대한 압박하지 않도록 부탁하고, 본인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썼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원래는 내란음모 조작 사건에서도 설명하는 것처럼 이 서약서는 전두환 측이 반강제로 쓰게 한 내용으로, 비공개 조건을 걸고 받아내놓고는 곧바로 공개하기까지 했다.

2.3.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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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용은 김대중이 살아있던 2007년 중반부터 2008년 초의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였으며, (구)정치, 사회 갤러리에 퍼지면서 유행을 타기 시작하여 이후 일베저장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뜻으로 사용한다. 인터넷상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 대부분 이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가끔 위 원문에서 필요한 부분의 단어만 바꿔 패러디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물론 김대중에 대한 비하의 의도가 짙게 들어가있다. 흔히 고인드립으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있으나 김대중이 살아있을 때부터 구 정사갤 내에서는 해당 편지를 가지고 마치 김대중이 전두환에게 구차하게 생명을 빈 것처럼 왜곡하여 비하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이었다. 즉 고인드립으로 시작된 건 아니고, 사후에도 고인드립으로 계속 쓰이게 된 것이다. # #

이후로도 디시인사이드일베저장소에서는 '앙망'과 '앙망문' 양쪽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앙망의 경우 어원대로 무언가 부탁할 때 사용하는 것은 같지만, 앙망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진중함은 전혀 없고 보통 인터넷 상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가벼운 부탁들이다. 스크린샷 등의 사진을 올려놓고 사진의 원작을 알려달라고 부탁하거나,[8] 추천을 구걸할 때 쓰는 식. 앙망문의 경우는 반성문 내지는 탄원서과 동의어로 쓰이는데, 이를테면 디시인사이드에서 알바한테 차단을 당한 경우, 차단 해제를 위해 신고게시판에 쓰는 문구 역시 앙망문이라고 한다.

앙망이라는 단어는 엄연히 비속어도 아니고 사어도 아닌 제대로 된 표준어라, 이를 사용하는 것이 딱히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고 사용한다고 해서 제재를 하긴 힘들다. 하지만 젊은 사람이 사실상 옥편이나 법정에서나 나올 법한 이런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현대사회에선 드문 일이다. 또한 비하 목적으로 아예 새로운 뜻을 붙여쓰고 있는 운지와는 다르게 앙망은 엄연히 언중에서 쓰였던 말이지만 잘못된 용례로 변질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야 쓸 일이 없지만 형사사건에서 범죄자가 미결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쓰는 일종의 반성문 편지에는[9] 앙망이라는 표현이 현재에도 종종 쓰인다.

2.4. 용례

주로 사과글을 앙망문이라고 부르거나 글 끝에 '앙망하옵니다'를 붙이는 형태였다. 뭔가를 요청할 때 요청한다는 말 대신에 "번역 앙망", "AV 품번 앙망함" 같은 식으로 계속 쓰이고 있다.

정치인의 말에서 유행한 점, 사실상 사어였던 단어가 다시 재조명된 점, 잠깐의 유행 후 제한적인 용법으로 돌아간 점 등 '몽니'라는 단어의 유행과 비슷한 면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앙망'이라는 단어는 김대중이 쓴 당시에 꽤나 대중적인 단어였던 반면 '몽니'는 김종필이 발언한 당시에도 생소한 단어였다.

김기춘도 마지막 결심공판에서 "나이가 80이 넘었고 심장병으로 건강도 좋지 않은데 여러 정상을 참작해 관대한 처분을 내려주길 앙망한다."라고 최후진술을 했다.#


[1] 현대식 번역판에서는 앙모(仰慕)로 나온다.[2]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 각하 본인은 국가보안법 반공법 내란예비음모 계엄포고 위반 등 사건으로 1,2 심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현재 상고 중에 있읍니다. 본인은 그 간 본인의 행동으로 국내외에 물의를 일으켰고 이로 인하여 국가안보에 누를 끼친데 대하여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국민 앞에 미안하게 생각해 마지 않습니다. 본인은 앞으론 자중자숙하면서 정치에는 일절 관여하지 아니할 것이며 오직 새 시대의 조국의 민주발전과 국가안보를 위하여 적극 협혁할 것을 다짐하는 바입니다. 본인은 본인과 특히 본인의 사건에 연루되어 현재 투옥 중에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특별한 아량와 너그러운 선처 있으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1981년 1월 18일 김 대 중'[3] 이체자(약자)는 정자로 표기하였다.[4] 께서도[5] 形을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6] 전념이 아니다.[7] 삼김시대에 나왔다.[8] 돌려 말했지만 보통 야동의 품번을 물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일명 '품번앙망'.[9] 성실히 쓸 경우 판사 재량에 따라 감형의 요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