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아메리카의 지역(섬)
티에라델푸에고 섬(칠레, 아르헨티나) |
스페인어: Tierra del Fuego
한자: 火地島
티에라델푸에고는 남아메리카 대륙 최남단, 마젤란 해협을 경계로 아르헨티나와 칠레 본토 남쪽에 위치한 큰 섬.[1] 혹은 그 섬과 주위 군도를 일컫는다. 지도상으로는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반씩 가르는 형상이지만, 칠레 쪽엔 마을 한두 곳만 있고 아르헨티나령에 주요도시들이 몰렸다. 섬의 크기는 47,992km²[2]이고 인구는 14만 명 정도인데, 서쪽 칠레령의 인구는 약 7천여명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대다수는 아르헨티나인이다. 가장 큰 도시는 우수아이아. '이슬라 그란데(큰 섬)'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라시아에서 베링 해협을 건너 아메리카에 진입한 인류가 이 섬에 도착한 때는 약 1만 년~8천 년 전으로 추정되며, 원주민은 셀크남(Selknam) 족과 야간(Yaghan) 족이다. 이 지역의 겨울 평균기온은 0도, 여름 평균기온은 10도 정도로 아이슬란드와 기후가 유사하다. 그러니까 1년 내내 남한의 초겨울 날씨를 보이는 추운 지역이었다. 원주민들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불에만 의존했는데[3], 원주민들이 피운 연기를 본 유럽인들이 이 섬을 연기의 땅이라 부르던 것이 불(fuego)의 땅(tierra)으로 와전되었다. 어차피 원주민들이 연기를 피우는 것도 불을 이용한 방식이니, 불의 땅이라 불렀어도 틀리지는 않았지만.
이 지역의 기후는 한랭하고 바다는 거칠며, 남미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이기 때문에 19세기까지 원주민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뒤에 보듯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1860년대부터 이 지역에 진출했다. 1879년 칠레의 사업가인 라몬 몬타네르가 이 섬에 금이 있다는 소문을 퍼트려 유럽인들과 칠레/아르헨티나 본토 지역의 칠레인, 아르헨티나인 개척민들이 몰려들었다.[4]
당시 이 섬에는 전술하였듯 원주민들인 셀크남족과 야간족 등이 살았는데, 유럽인들이 조직적으로 이들을 학살해[5][6] 현재 티에라델푸에고 원주민은 그 수가 많이 줄었다. 사실상 전멸했다고 믿는 사람이 많으나 전멸하지는 않았다. 일단 공식 통계를 봐도 2002년 칠레 통계에 의하면 야간족 1685명이 있고, 2001년 아르헨티나 통계에 의하면 셀크남족 505명이 있는데 그중 391명이 티에라델푸에고에 거주한다고 한다. 셀크남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80년대에 사라짐에 따라 사어가 되었고, 야간어 모어 화자 크리스티나 칼데론 또한 2022년 2월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야간어도 사어가 되었다.
이런 전멸 신화가 널리 퍼진 것은, 한국인이나 일본인 같은 강한 단일 혈통주의에, 국가가 있는 민족들과 달리 원주민을 무슨 개나 말의 품종 취급하듯 원주민이 아닌 사람들과 결혼하면 '순혈'이 아닌 '혼혈(메스티소)'이 되고 더 이상 원주민일 수 없다는 동화주의 담론('메스티소 담론') 때문이다. 하지만 원주민은 외계인이 아니라 인간이고, 개나 말의 '품종'이 아니라 정체성 집단이다.[7]
이후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이 일대에서 국경분쟁을 벌였고, 1978년부터 1984년까지 6년간 양국간 20여 번의 군사 충돌이 있었고 이 일대에 지뢰가 매설되었다. 이는 당시 집권했던 피노체트와 같은 인물이 벌였던 일이다. 국경은 서경 68도 후반대에 직선으로 그어졌다.
최남단엔 혼곶이 있다. 2023년 현재 혼곶은 칠레령인데, 네덜란드의 도시인 호른(Hoorn)에서 유래했다[8]. 이 곶은 대항해시대 때부터 대단히 위험한 곳으로 유명했는데, 해류가 빠르고 파도가 높은 데다 유빙도 떠다녀서 항해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은 혼곶 바로 남쪽이 그 유명한 드레이크 해협이다.
셀크남족에게는 자연의 재료로 온몸을 칠해 정령과 같은 모습으로 분장하고 육체와 영혼의 시험을 통과하여 대대로 전해오는 전통과 비밀을 배우는 '하인(hain)' 의식이 있었다. 이 의식은 짧으면 몇 달, 길면 1년에 걸쳐 지속되었고, 여성들에게 철저히 비밀로 치부되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언급 또한 금지되었다. 이 중 하이라이트는 성인식에 입회한 젊은이들이 남성 전용 오두막에서 신화 속 정령으로 분장한 마을 어른들을 쓰러뜨리는 것. 가면을 벗겨 어른들의 정체를 밝히면 모닥불 주위에 앉아 창조신화[9]를 배운다. 이 외에도 전통 춤, 정신력 테스트, 정령과의 싸움, 장기 교육 등의 과정이 있었다. 마지막 하인 의식은 20세기 초에 선교사들의 기록 목적으로 약식 진행되었다.
야간어 단어 중에는 세상에서 가장 긴 뜻을 지닌 단어로 기네스북에 오른 낱말이 있다. Mamihlapinatapai 문서 참고.
이 지역의 원주민들은 특이하게도 개가 아니라 토착 개과 동물인 안데스여우를 길들여 가축으로 데리고 다녔다. 푸에지안 도그 참조. 안데스여우는 여전히 번성하며 살고 있지만 푸에지안 도그는 유럽인들의 학살로 없어져서 더 이상 볼 수 없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 별도의 허가 없이 갈 수 있는 사실상 최남단 지역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는 남위 60도선 이남의 지역은 남극으로 규정해서 별도의 허가가 있어야만 방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사우스 조지아 섬이 있는 사우스조지아 사우스샌드위치 제도가 이 티에라델푸에고보다 더 남쪽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우스조지아 사우스샌드위치 제도는 앞서 말한 남극 방문 허가를 받지 않으면 교통편을 구하기가 대단히 어려우므로 실질적으로 이곳이 최남단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저가형 훈제연어 제품들은 대개 이곳이나 파타고니아 근해에서 양식되며, 원산지는 보통 칠레로 표기된다.
2021년 스페인 영화 화이트 온 화이트가 티에라델푸에고의 역사, 특히 원주민 학살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2. 아르헨티나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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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라델푸에고 (아르헨티나) Provincia de Tierra del Fuego | ||
아르헨티나 최남단에 위치한 주. 정식 명칭은 티에라델푸에고 안타르티다 에 이슬라스델아틀란티코수르(Provincia de Tierra del Fuego, Antártida e Islas del Atlántico Sur)[10]. 주도는 섬 남서부 우수아이아(Ushuaia)로 이 곳에 살던 야간(Yaghan)족 원주민 언어로 '깊숙한 만(灣)'[11]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 밖에 북중부에 위치한 '리오그란데'(Río Grande)가 인구면에서 최대 도시 기능을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다른 지역과는 육로 연결이 되어 있지 않으며, 마젤란 해협을 건너가야 한다. 그런데, 마젤란 해협을 건너는 곳은 칠레 영토이므로 육로로 아르헨티나의 다른 지역을 오가려면 국경을 두 번 넘어야 할 뿐더러 도중에 페리도 타고 가야 한다. 사실상 월경지나 마찬가지. 바로 옆 칠레의 푼타아레나스와도 가깝긴 하지만 그 가깝다는 게 버스로 12시간이다.
아르헨티나는 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말비나스 제도[12]와 아르헨티나령 남극을 이 주에 소속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지사는 구스타보 멜레야(Gustavo Melella)이다.
3. 관련 문서
[1] 거의 운하를 뚫은 듯 본토와 거의 붙었다.[2] 혹은 48,100 km²라는 자료도 있다.[3] 그 날씨에 옷을 입지 않았다. 기후 때문에 직물의 재료가 될 식물이 자라지 않고, 털가죽옷을 만들 만한 큰 동물도 없어서 그런 듯하다. 과나코 가죽옷을 외출복이나 의식복으로 입었고, 로인클로스 정도는 입고 다니긴 했다.[4] 그러나 실제론 금이 없다. 하여튼 이 때문인지 티에라델푸에고는 상당한 남초 지역이다.[5] 개척민들과 농장주들이 원주민들의 영토에 침범하여 양떼를 방목했는데, '영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만으로 유럽인들이 고용한 농장주들과 원주민들 간의 충돌이 벌어졌다. 무기라고는 활과 화살밖에 없었던 원주민들은 유럽인들과의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패배했다. 인권 보호와 선교사들의 노력으로 원주민들과 그들의 문화를 보존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이 일로 티에라델푸에고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원주민들은 소수민족으로 전락했다.[6] 특히 줄리어스 포퍼(Julius Popper)라는 유럽인은 원주민, 그 중에서도 셀크남(오나)들을 학살한 인물로 유명하며, 사냥한 셀크남족의 귀나 손을 잘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심지어 남자보다 여자의 값을 더 쳐줬다고... 남아있던 셀크남족도 유럽의 인간 동물원으로 팔려가 전시당하는 등 수모를 겪어야 했다. 마지막 순혈 셀크남인은 1974년 사망했다.[7] 메스티소조차도 사실은 정체성에 가까운 집단이며, one drop rule 운운하는 미국을 제외하고 아메리카에서의 백인의 기준은 엄격하지 않다. 미국 기준이 엄격할 뿐이며, 중남미 일부지역은 외모로는 흑인이나 메스티소같아 보여도 백인의 피가 섞여들어가면 정체성 기준으로 백인이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그리고 그 미국도 요새는 외견상 백인이면 그냥 백인으로 인식하고, one drop rule 드립을 쳤다간 백인 우월주의자로 몰려서 사회적으로 생매장당하기 일쑤다.[8] '케이프 혼'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혼곶을 뜻하는 Cape Horn을 영어 그대로 읽은 것이다.[9] 과거 여자들이 남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정령으로 분장했는데 남자들이 이걸 알고 반란을 일으켰고, 여자들은 놀라 도망가거나 동물의 형태로 숨어버렸다는 이야기. 성인 여자가 모두 사라지고 여자라고는 아이들만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여자들은 이 의식을 모르며, 남자들은 이를 기념하여 의식을 계승하는 것. 하인 의식을 소개하는 애니메이션[10] '티에라델푸에고, 남극 및 남대서양 도서 주'라는 뜻이다.[11] 야간어로 'ush'는 '안쪽, 깊숙히', 'waia'는 '만'으로, 이 둘이 합쳐서 생긴 지명.[12] 이 경우 수도인 '스탠리'(Stanley)를 '푸에르토 아르헨티노'(Puerto Argentino)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