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代筆 / Ghostwrite다른 사람이 글을 대신 써 주는걸 말한다. 글로 하는 대리제작. 돈이나 권력, 대리인만 있으면 분야에는 제한이 없다.
2. 특징
2.1. 윤리적인 경우
대필을 단어 그대로만 해석해서 병원에서 문맹 어르신을 위해 보호자가 인적 사항 등을 대신 적어주는 경우도 '대필'이라고 표현하며, 필기가 능숙하지 않거나 숙제를 수행할 지식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의 숙제를 대신 적어주기만 하는 것도 일종의 '대필'로 표현할 수 있기는 하다.[1]일반적으로는 정치인, 기업인, 운동선수 등 사회 유명인의 자서전, 회고록 등의 대필이 많다. 전문작가가 아닌 사람이 쓴 글은 문장력이 떨어져 가독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보통 주인공의 구술과 자료를 바탕으로 출판사에서 큰 틀을 잡고, 비밀엄수 계약을 한 전문 대필작가가 쓴 뒤에 주인공의 최종확인을 받는 식으로 만든다. 자서전이나 회고록은 기본적으로 문학의 한 장르이지만 이런 류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의 경우 경제적이거나 기능적인 목적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상 문학 취급을 받지 못하는 편이다. 그렇다보니 여타 다른 문학 작품이나 논문 장르의 글과 달리 대필이 딱히 흠으로 여겨지지도 않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직업적으로 활동을 하는 대필가(Ghostwriter)의 대부분은 이런 식의 기술적인 집필을 하는 작가들로, 작가 마크 트웨인도 율리시스 S. 그랜트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대필하는 등 이런 부류의 대필 작가 일을 한 적이 있다. 물론 후원액 모금을 근거로 한 출판기념회를 위한 대필은 별개의 문제다.
2.2. 비윤리적인 경우
범죄자들이 형량을 감경받기 위해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하는데[2], 일반인의 필력으로는 판사의 심금을 울릴 정도의 반성문을 쓰기 어렵다는 이유로 필력이 좋은 대필 전문가에게 돈을 주고 대필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사회적 인식이 매우 나쁜 성범죄자의 반성문 대필 사례가 많은 편이다.[3]학계의 경우 논문이나 논문에 준하는 중요한 글이 대필로 쓰였음이 밝혀지면 해당 학술적인 내용을 주창한 저자는 권위 자체를 상실하게 된다. 처음부터 공동저작이라고 발표한 저작이 아닌 이상 독자들이나 평론가들은 저자의 글로 인식하고 작품을 평가하기 마련인데 남이 썼다는 것이 밝혀지면 저자에 대한 신뢰가 깨어지고 당연히 저작이 가지는 가치도 하락하게 된다. 물론 병이나 장애 등 부득이한 이유로 단순히 '구술 대필'한 경우에는 상관이 없다.
학계의 일부인 대학교에서도 레포트, 논문을 대신 써주는 행위가 많으며 이는 학생과 교수를 구분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단어 선택만 적절하다면 학생 본인이 썼는지, 친구가 써줬는지, 혹은 전문업체에서 써줬는지 알아보기 힘들다. 이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벌어지고 있으며 많은 교수들이 대학원생, 시간강사를 부려 논문대필을 하는 경우가 심심하면 뉴스에 나오며, 제적이나 출학 사유가 될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큰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은 보기 힘든 모양. 대신 들키기만 하면 표절과 함께 연구 커리어는 박살나고 학계에서 완전히 퇴출된다.
래퍼의 경우, 가사를 직접 써야만 하는 장르인데, 가끔 큰 돈을 지불하고 K-POP의 아이돌같이 대필한 가사를 녹음하여 발매하는 래퍼들이 있다고 한다.[4] 한국에서는 이러한 래퍼들의 대필 행위를 비윤리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2.3. 윤리와 비윤리의 중간지대의 경우
출판계에선 주로 자기개발서 등의 대필이 자주 이루어지며 과거 양산형 무협소설 시장에서도 대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5] 통상적으로 장르 가릴 것 없이 책이 엄청나게 빨리 나온다면 의심해봐야 하지만, 완성 자체에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오래 걸리는 만화와 달리 글은 작가가 속필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단순히 생산양 자체로만 대필을 판가름하기는 어렵다. 특히 무협소설의 경우 무협지로 불리며 문학으로 취급 자체가 되지 않았던 과거 시절에는 정상적인 작가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퇴고만 한 속필 출간이 일상적이었다.[6]상황에 따라 윤리와 비윤리의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소위 글공장이라고 불리며 기존 활동으로 세간에 이름 혹은 필명이 알려진 유명 작가 혹은 새로운 브랜드명이 될 필명을 가진 작가[7]가 여러 명의 대필 작가를 두고 자신은 기본적인 캐릭터 구성이나 플롯만 짜는 경우다. 이는 통상적으로 품위 없는 행위로 여겨지기는 하지만, 그나마 윤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경우도 이런 글공장에 속하는 작가였기 때문에 당대에 평가를 그리 높게 받지 못하는 편이었다. 반대로 비슷한 유형이지만 무명 작가들을 대필 작가삼아 그들의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만 하는 형식의 경우도 있다. 알렉상드르 뒤마 역시 본인이 모든 플롯과 캐릭터를 짠게 아니라 편집만 새로 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이런 경우에 속하기도 한다. 전자나 후자나 이름을 내거는 유명 작가가 나서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출판사 측에서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유명 작가에게 그런 제안을 해서 시스템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전자인 윤리적인 공장 시스템의 경우에는 문학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자주 쓰이는 방식이다.
실제 게임, 미국 영화, 미국 드라마 등의 대작을 다루는 업계들은 이런 식으로 메인라이터 밑에 서브라이터들을 여러명 고용하는 게 보편화되어있다. 덧붙이자면, 일견 공동창작을 했다면 공동작가로 표기하는게 맞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동작가는 통상적으로 작품에 대해 같은 수준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람으로 판단된다. 공동작가로 올리고 인세나 로열티 배분 비율만 조절하면 서로 기분이 좋고 세간의 인식에도 보기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공동 크레딧의 의미가 동등한 권리를 의미하는 만큼 계약서 상의 로열티 비율에 차등을 두는 것 만으로는 훗날 있을지도 모른 법적 분쟁 여지를 완벽히 막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미국 영화, 미국 드라마 등의 업계에서 직접적으로 창작을 한 서브라이터들을 단순히 창작의 비중만 따져서 책임자인 메인라이터와 같은 크레딧에 올리지 않는 것이다.
3. 관련 문서
[1] 당연히 숙제를 대신해주는 형식의 대필은 아래 비윤리적인 경우의 대필에 속한다.[2] 실제로 감형 기준에 진지한 반성이 포함되어 있다.[3] 전과가 남으면 사회에서 매장당할 수 있으니 어떻게든 전과가 남지 않게 하려고 대필을 의뢰하는 것이다.[4] 물론 아이돌은 공연과 춤, 외모와 자기관리, 보컬 역량 등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고 작사까지 스스로 해내는 아이돌은 별로 없다.[5] 애초에 이런 구무협 시절의 무협소설들은 '소설'로 취급받지 않고 '무협지'라고 불렸고, 당연히 저작권까지 통째로 넘기는 매절이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가수들도 마찬가지지만 20세기 과거 작가들이 작품 성공으로 돈을 번 경우는 출판사에서 인세를 차곡차곡 제대로 정산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작품의 성공 덕에 득을 본 회사 사장이 작가를 놓치지 않으려고 통크게 쏴주는 방식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6] 기본 퇴고만 한 속필 원고를 내는 게 무협소설이나 판타지소설 같은 양산 형태의 업계만이 지니는 특이한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문학 장르 작가들의 경우에도 그때그때 원고료를 벌기 위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 단편소설을 쓸 때에는 비슷한 경우가 많다.[7] 이 경우에는 처음부터 작가 출신이 아닌 그냥 사장인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