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낙관주의(樂觀主義, optimism) 또는 낙천주의는 세계와 인생에 대한 밝은 관점, 또는 앞으로의 계획 등이 잘 이루어지리라고 보는(=낙관) 태도를 가리킨다.인지신경과학자 탈리 샤롯에 따르면, 인간의 약 8할은 낙관에 몰두하는 것을 방해하는 정보를 무시하거나 잊도록 유도하고, 도박적 행동[1]의 성공률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낙관 편향을 가지고 있다. 한편 낙관 편향이 나르시시즘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2. 긍정심리학과 낙관주의
긍정심리학의 중심 주제 중 하나가 바로 낙관주의이다. 긍정심리학에선 낙관주의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성공에 대한 더 높은 믿음
- 더 높은 능동성
- 더 강한 안전불감증(위험 경시)
3. 낙관주의자가 되는 법?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낙관주의자가 되는 법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이 제시된다.- 주변에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둔다.
- 긍정적인 경험을 떠올리려 노력한다.
- 부정적인 생각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려 노력한다.
4. 문제점
미래에 희망이 있다고 충고하는 놈들의 공통점은 지금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기타노 다케시
기타노 다케시
비관주의나 냉소주의와 마찬가지로 낙관주의 역시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다.
미국의 장교였던 제임스 B. 스톡데일(James Bond Stockdale)은 1965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베트콩에 사로잡혀 7년 6개월간 수용소에서 갖은 고문과 폭행을 당하며 포로 생활을 했다. 이때 스톡데일의 동료들의 대부분이 수용소에서 사망했지만 스톡데일은 끝까지 살아남았는데, 그는 생존의 비결로 낙관주의를 들면서도 그것이 철저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희망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재의 현실과 위험 상황을 인식하고 대비하는 사람은 끝까지 버틴 경우가 많았지만, 조금 있으면 바로 포로 수용소에서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지나친 낙관주의를 가졌던 사람은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린 후 오히려 극단적으로 비관화되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등의 안 좋은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2] 이후 스톡데일의 경험은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심리학 용어의 유래가 되었다. 대책없는 낙관주의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 특히 2020년의 전세계적인 코로나 확산 장기화로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만연한 세태에 다시금 주목받았다.
미국 작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저서 긍정의 배신에서 초대형 스테디셀러가 된 론다 번의 시크릿 열풍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전파된 '긍정적 사고'[3]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자기계발서, 동기유발 산업, 초대형 교회, 긍정심리학 등 사회 곳곳에 만연한 긍정주의에 대해,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내가 원하는 상황에 집중하고, 그 상황을 또렷이 그리며, 구체적으로 글로 쓰면, 무엇이든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주의는 도리어 힘든 현실을 외면하게 하고, 현실 개선을 위한 실천에 눈을 감게 한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개인의 실패가 긍정적 사고의 부족으로 생겨난 결과라고 주입함으로써 사회 구조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험이 끝나면 수험생들이 문제를 출제한 기관에 대해서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지면 높아진 대로, 평이해지면 평이해진 대로 볼멘소리를 토해 내지만, 눈앞의 시험 점수가 변한 것을 보고 "내 실력이 이렇게 향상되었다니! 역시 난 되는 인간이었어. 이거 앞으로도 이렇게만 가면 내 인생 완전 러키비키잖아" 이러면서 "앞으로도 이대로~!"라고 외치며 현실에 안주하는, 이른바 '행복회로를 돌리는 머릿속에 꽃밭만 들어찬 인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다음 시험에서 죽을 쑤기 일쑤다. 낙관주의의 부정적인 사례인 것이다. # 인터넷 강사 이지영도 "너희 나이 때에는 그런 냉소적, 비관적인 태도로 현실주의 운운하는 사람들이 냉철해 보이고 그런 애들이 '그게 되겠냐' 하는 게 멋있어 보이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바보다. 오히려 대책없이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이끌고 바꿔 나가는 것이다"라며 냉소주의에 대해 비난하고 동시에 낙관주의를 강조했지만, 대책없이 낙관적으로 제 좋을 대로만 상황을 판단하면서 머릿속에 긍정 회로만 돌리다가 인생을 오히려 말아먹는 인간들은 널리고 널렸다는 점에서 가진 놈의 뭣 모르는 헛소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세상에 존재하는 민폐, 안전불감증, 나아가 도박 중독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한 번만 더 하면 돼'라는 막연한 낙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괜찮아, 설마 불이 나겠어?’라고 낙관하다가 씨랜드 참사를 막지 못했고, ‘설마 그렇게 큰 배가 무슨 일 있겠어?’라고 낙관하다 타이타닉과 세월호가 침몰했듯이, 근거 없는 낙관에 기초한 안전 불감증이 수많은 사고를 불러왔다는 것은 이미 역사에 증명이 되어 있다. 긍정적 사고(속칭 원영적 사고)와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하면 그렇게 생각하고 집중한다면 분명히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져야 할 텐데, 사람들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고 악화되었다.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절대 빈곤에 시달렸으며, 가난한 사람의 숫자는 오히려 점점 늘어났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가 다종다양한 이름의 위기에 시달리는 동안 기업은 직원 및 인력 비용에 대한 절감을 위해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해 나갔고 그에 따른 직격탄은 화이트칼라의 중산층에게 떨어졌다. 그들마저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했던 것이다. 기업은 오히려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 강좌' 등을 통해 긍정심리학과 행복을 보장하는 이른바 '원영적 사고'를 전면에 내세워 사회적인 안전망과 복지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즉, 병 주고 약 주는 게 아니라 병 주고 해열제만 준 꼴이다.
<나쁜 돈>의 저자 케빈 필리스는 금융 위기를 설명하는 데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속기 쉬운 속성과 낙천성이 주된 이유이며 또한 모든 경제, 특히 금융에 대한 열광의 핵심에는 자기기만이라는 전염병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긍정’이라는 말은 밝고 따뜻한 느낌과 더불어 그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라도 타개하고 앞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동기 부여(Get Motivated)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이 긍정적인 사고가 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만들기보다는 자칫 상황에 수긍하고 적응하도록 만든다는 점도 지적된다.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대신 체제와 환경에 순응하도록 만들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과잉된 긍정과 미래에 대한 환상적 기대의 부정적 결과가 한편으로는 소진과 우울로, 또 다른 형태로는 맹목적인 활기와 몰두에 빠지는 '잔혹한 낙관'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
이러한 긍정적인 사고가 신자유주의적 시장근본주의 아래 위세를 떨치면서, 결국 시장은 모든 것을 알아서 하기 때문에 금융 기관을 염려하거나 감시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의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논리와 합쳐졌다. '영끌'로 투자한 아파트 집값이 폭락하고 주식이 깡통이 될 위험이 예측되는 판에도 규제당국, 감시기관, 기업의 평가기관들만 믿으며 '안 내려간다'는 그들의 말을 절대로 불신 않도록 만든다. 인류의 역사에 존재했던 경제 위기, 금융 위기, 재정 위기들의 원인에는 집단적 환상과 열광, 근거 없는 낙관과 긍정이라는 집단 사고의 지적 유행이 만연한 결과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위기는 기회라고도 하지만, 절대로 기회가 될 수 없는 위기도 존재한다는 점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
흔히 '항상 위험을 생각하고 예방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자기가 잘 나갈 때 이런 생각을 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도 하고, 아무리 철저하게 대비한다고 한들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져서 낭패를 보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사업이 잘 되거나 경기가 좋을 때 조금씩 저축하거나 보험을 들어 어려운 상황을 미리 대비하는 것은 당연함에도 대개 그 위험이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맥을 놓고 있다가 낭패를 당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지 않는 마음은 늘 지금처럼 잘 될 것이라는 낙관주의에 기인한 점이 없지 않다. 자산 관리의 가장 큰 이슈인 가계부채의 경우, 불가피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자신이 벌고 있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아 적자가 나고 적자가 누적되면 부채가 는다. 점점 부채가 늘어가고 자신이 쓰는 돈이 줄지 않는 이유는 ‘지금 좀 마이너스가 되어도 괜찮을 거야’, ‘이 정도는 곧 갚을 수 있을 거야’, ‘곧 더 많이 벌 수 있을 거야’, ‘경기도 회복되면 우리도 좋아질 거야’라는 낙관주의에 기인한 바가 적지 않다. 그렇게 낙관만 하다가 카드 연체 되고, 사채까지 쓰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패턴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이러한 무차별적 낙관주의, 긍정적 사고보다는 ‘주의 깊은 현실주의’, 그러니까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긍정적인 뉴스만을 듣고 긍정적인 사람들만을 만나고 내면적으로 긍정적이기만 하면 자기 주변의 모든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은 그저 망상적 현실도피이고 맹목적 낙관주의일 뿐이라고 말이다. 이 세상엔 위험과 기회가, 죽음과 행복이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진정으로 삶을 긍정할 수 있고, 긍정은 좋고, 부정은 나쁘다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니라 거대한 긍정과 궁극적 낙관을 지향하되 부정의 미학을 끊임없이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
5. 관련 문서
[1] 사행성 산업부터 결혼(아예 대표적 예시로 설명한다.)까지 다 포함된다.[2] 빅토르 프랑클의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 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3] 현대에는 원영적 사고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