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9-07-22 15:43:10

개연성



1. 개요2. 상세3. 예시
3.1. 데스노트의 예3.2. 도라에몽의 예3.3. 현실을 이야기 할 때의 예3.4. 그 외의 예3.5. 여담
4. 개연성이 깨지는 비교적 흔한 예시들5. 관련 문서

1. 개요

전통적인 논리학에서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정도를 수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하여, 이를 '개연성'이라고 정의하였다. 현대적으로 생각하면,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확률(確率), 또는 철학적인 의미에서의 확실성(確實性)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이 말은 문맥에 따라 '확률' 또는 '확실성'으로 해석해도 된다.

2. 상세

흔히 말도 안 되는 설정으로 비웃음거리가 되는 두고 "개연성이 없다"는 평가를 한다. 좀 더 가볍게 말하자면 독자가 받아들일 수 없는 설정이 갑자기 등장하여 이야기의 중요 요소를 차지하는가, 그리고 행동이나 인과관계가 앞뒤가 맞는가 아닌가라고 정의할 수 있다.

흔히 개연성이라는 단어를 작품을 평론할 때 많이 사용한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작중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인과가 들어맞으며 앞뒤가 이어지는지에 대한 것이다. 물론 작품에서의 개연성은 일반적인 성질의 개연성과는 의미가 약간 다르다. 일반적인 사건을 주체로 개연성을 이야기 할 경우 현실성만 고려해도 충분하다. 역사적 사실이나 뉴스등이 그러하다.

예를들어 판타지 세계에서 마물에게 가족을 잃은 복수귀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가족의 복수를 하겠다고 칼을 갈던 사람이 갑자기 뜬금없이 마물들의 편에 붙어버린다. 아니면 용사에게는 마왕을 죽일 수 있는 전설의 검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최강의 검을 놔두고 노송나무 봉을 들고 마왕과 싸우다가 패해서 죽어버린다. 행동이나 결과의 인과관계가 이상해져 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작품에서의 개연성은 독자의 시선이 주체가 된다. 작가가 어떻게 상상의 날개를 펼치든간에, 독자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이며 독자의 눈에 비추어지지 않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리 숨겨진 설정을 미리 준비해 놨다 하더라도 독자가 이야기를 보던 도중 이 실마리 자체를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면 개연성이 없다고 평론된다.

따라서 혼동하거나 착각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데[1], 기본적으로 개연성은 현실성과 전혀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애초에 현실에는 온갖 미친 일들이 일어날 정도로 개연성이 없다. 머리에 핵 떨어져도 말 되는 게 현실인데... 역사적 사실이나 뉴스, 다큐를 이야기 할 때도 개연성은 충분히 고려해야 할 요소다. 개연성은 설명하는 방법과 인과에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실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세계관이 전제하는 설정 안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으며 앞뒤가 맞기 때문에' 납득이 되는 묘사라면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며,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달 할 때에도 추후에 일어날 일을 설명하기 위해 그 일이 전제될만한 설명을 충실히 묘사해 주거나 인과가 맞아들어가야 한다.

개연성은 독자와의 약속이며, 암묵적으로 독자들에게 "다음 장면에 이러이러한 장면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라며 미리 약속하는 것과도 같다. 장르가 액션물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을 보여줘야 하고, 러브스토리라면 끝까지 러브스토리를 보여주어야만 한다. 물론 코믹액션러브스토리 같은 복합 장르라면 그러한 장르를 충실히 그려내야 한다. 사람들은 그런 기분을 구매하러 작품을 관람하기 때문에 개연성은 약속 안에서 독자에게 제공해 주기로 한 감정을 최대한 제공해 주어야만 한다. 만약 중간의 내용이 부실해 독자들이 감정이입하지 못했다거나, 결말이 사람들이 기대한 방향성이 아니어서 자신이 원하는 감정을 이입하지 못했다면 다음날 평론은 분명 개연성부터 언급하게 될 것이다. 개연성은 작품에 있어서 핵심 주제이며, 반드시 지켜져야 할 약속이다.

개연성은 단순히 작품 내에서의 논리를 따지지 않는다. 작품이 어떻게 보여지는가를 따진다. 앞뒤 이야기가 맞고 나름대로 흥미로울법한 구성으로 가득 차 있지만 재미없는 작품이 존재한다거나, 비현실적인 묘사로 가득 차 있지만 재미있는 작품이 존재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독자가 아닌 작가의 입장에서 따진 경우고, 후자는 독자들의 시선에서의 논리를 따진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작가가 창작을 할 때 개연성을 너무 공들여 신경 쓸 필요 없이 독자의 눈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논리를 맞추면 되겠다. 하지만 큰 줄기에서까지 개연성의 법칙을 간과한다면 깊이를 내기 힘들어 독자들에게 혼란이 오고 이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작가 스스로 만들어 둔 큰 줄기상의 개연성이 무엇인지 신경 쓸 필요는 있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앞뒤가 다소 맞지 않지 않다 하더라도 그것이 스토리텔링 기법에 전제하여 논리의 중요성을 감추면 작품의 질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흔히 클리셰라 부르는 것들은 이러한 기법이 수도 없이 노출된 것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다만 너무 남발하면 진부함만큼은 감추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각종 창작물에서는 비현실적인 일들이 많이 나오지만, 작가의 설명과 독자들의 이입을 방해하지 않는 개연성이 충분하다면, 기본적으로 독자들이 수긍을 한다.

3. 예시

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개연성에 대한 몇 가지 예시들이다.

3.1. 데스노트의 예

데스노트의 핵심 요소인 데스노트는 완전히 비현실적인 존재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를 수긍한다. 만일 라이토가 L을 총으로 쏴죽이거나 때려 죽인다면 그 방법 자체는 현실적이겠지만, 개연성이 별로 없기에 이를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을 죽이는 노트로부터 이야기가 출발하기 때문에 그 전제를 받아들인 독자는 이야기가 끝날 때 까지 이 비현실적인 전제에 의구심을 품지 않는다.[2] 그러나 라이토는 작중에서 매우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으로 묘사되기에 비 이성적이고 과격한 방식을 동원하는데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게되고 수긍하지 않는 것이다. 굳이 뒤끝없이 죽일 수 있는 노트가 있는데 총이나 둔기를 쓸 이유가 없는 것. 물론 노트를 쓸 수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 총이나 둔기를 쓴다거나 역으로 총이나 둔기로 죽여버림으로서 자신이 용의선상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간계라면 문제는 없다. 오히려 작 중 더 큰 인상을 줄 수 있고,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라이토의 심경 변화나 후회하는 모습을 그릴 수도 있을것이다. 이런 캐릭터의 심경 변화를 약속하는 연출이라 볼 수 있는데, 만약 연출하지 않고 그냥 지나갈 경우 개연성이 깨지게 된다.

이번엔 데스노트에서 데스 만년필 같은 비현실적인 요소가 개연성을 해친다고 가정하자. 작품 특성상 이런 물건이 충분히 있을 법 하다. 그러나 만약 이 물건의 존재로 개연성이 깨지게 된다면 데스 만년필에 대한 설명이 독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상황으로 이해해보자. 가령, 류크가 1권에서 라이토 옆에서서 라이토의 정의 집행을 구경하던 도중 갑자기 아무 종이에다 이름을 써서 사람을 죽이고 데스 만년필에 대해 설명을 하고, 도중도중 데스 만년필의 존재가 드문드문 언급이 된 다음 마지막 최후의 장면에서 라이토가 죽기 직전 류크로부터 훔쳐낸 데스 만년필로 땅바닥에 경찰들의 이름을 적어 죽여버린다면 개연성이 깨지는 일이 아니다. "아, 데스 만년필을 갖고 있었구나!"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 할 테니까. 독자에 따라 반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묘사 하나도 없이 최후의 장면에서 데스 만년필을 꺼내 경찰들을 일벌백계하고 갑자기 라이토가 데스 만년필에 대해 설명한다면? 독자들은 그 설정을 받아들일수도 없을 뿐더러 터무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는 편의주의적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고 봐야할 것이다.그리고 비슷한 예로 갑툭튀인간 복사기가 있다.

역설적인 경우를 생각해 볼 수 도 있다. 만약, 1권에서 류크가 한번 데스노트 이외의 사람을 살해할 수 있는 사신의 물건은 없다.라고 공언해 둔다면? 이는 작가가 독자들에게 앞 이야기를 위해 미리 던져놓는 정보로 작용이 되어 한번 이렇게 설정되었다면 끝까지 이 설정은 지켜야만 한다. 스토리 라인에 영향을 미치는 물건이 부정될법한 설정이나 묘사의 존재감이 클수록 개연성도 크게 깨지게 된다.

개연성은 늘 앞으로 이어져 나아갈 이야기를 약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설정의 존재감이 작다면, 스쳐지나 갈 정도로 별 의미가 없다면 약속도 그만큼 작은 것이며, 독자들도 잊어버릴 확률이 크기 때문에 개연성은 그렇게 크게 깨지지 않는다. 데스 만년필이란 설정 때문에 독자는 쓸모없는 정보를 얻은 셈이긴 하지만 말이다.

3.2. 도라에몽의 예

온갖 판타지한 일은 다 일어나는 도라에몽에서도 어디로든지 문이나 대나무 헬리콥터처럼 뚱딴지 같고 참 말도 안 되는 물건 같더라도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도구가 나오고 진구와 친구들 얘기가 나오며, 가족과 친구들간의 갈등을 그려내고 어린이를 위한 교훈을 담아준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개연성을 해치는 일이 아니다.

그러니 이번엔 현실적인 상황 설정으로 개연성이 깨지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평소처럼 진구가 사고를 치고, 울며불며 도라에몽에게 달려간다. 도라에몽은 어떤 도구를 꺼내고, 진구는 그 도구로 장난을 친다. 이후 진구가 자신이 친 이 장난으로 인해 골탕을 먹고 돌아온다면 그건 충분히 도라에몽스러운 일일 테니 진구가 장난을 치고 있는 장면부터 끊어서 설명을 해보자.

진구가 도구를 사용하며 장난을 치던 도중 미래의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만으로 시간경찰에게 잡혀간다. 미래의 판사는 진구 앞에서 도라에몽이 들고 다니는 미래 도구가 법률적으로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특정 상황에 어떻게 위배되는가를 읊조리면서 진구를 변호하는 미래의 변호사 나루호도 류이치가 나오고, 그리고 진구를 고발한 검사 미츠루기 레이지가 등장해 역전재판보다도 현실적인 재판 상황을 만들어 나아간다고 설정해보자. 이건 전혀 도라에몽스럽지 않다.

물론 이런 팬아트들이나 외전적인 시도는 있을 수 있다. 어른들을 위한 도라에몽이 새롭게 그려지고, 해당 물건을 진지하게 고찰하는 법정 드라마를 그린다면 스핀오프 개념으로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위의 예시를 이미 아동용임이 약속된 도라에몽이라는 프렌차이즈에선 약속되지 않은 전개다. 따라서 이 작품을 보는 그 누구도 뒷 내용이 법률이야기등 처럼 딱딱하고 무거운 이야기일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구 사용으로 인한 오용이 설정중 등장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어린이를 타겟으로 한 가족&친구관계에 촛점을 맞춘 드라마 요소를 뒷받침 해주는 선에서 끝나야 한다. 현실적으로 충분히 있을만한 이야기를 했음에도, 작풍의 분위기를 꾸준히 이어나간다는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개연성이 깨진것이다.

이는 초보들이 설정놀음을 해선 안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독자들의 시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섣불리 "독자들이 이 부분을 이해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빠져 가볍게 넘어가도 될 법한 설정에 이야기를 달고 늘어트려 버리면서 이야기 스타일과 화법이 바뀌어버리게 되는 실수다. 사람들은 이야기 그 자체가 말하는 주제와 스타일에 관심이 있지 작가들의 치밀한 설정놀음엔 별 관심이 없다. 설명이 안되더라도 이야기 전반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요소가 아니면 설명을 생략해야 한다.

3.3. 현실을 이야기 할 때의 예

현실은 때때로 개연성이라곤 눈큼만치도 없을법한 일들이 곧잘 일어난다.아니 오히려 개연성 있는 일이 일어난 적이 단 1도 없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해당 사건의 당사자, 혹은 이야기를 관찰하는 사람 관점에서 느낄 수도 있는 감정이지 보통 특정 사건 자체는 그 사건이 일어날만한 확률을 충분히 충족할 만한 상황은 뒷받침 해주고 있다. 아무리 일어나기 힘들어 보여도, 최소한의 가능성은 충족시킨다는 것.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친다면 번개를 관찰한 사람 시점에선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일이겠지만, 이미 하늘에서는 수 시간 전부터 번개 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고, 갑자기 유성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유성을 본 사람에게 있어선 갑작스럽지만 유성 자체가 날아온 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즉, 캐릭터에게 일어나는 일은 갑작스러워도 독자가 읽을 때 그 일이 개연성이 깨지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게 하지 않으려면 이런 전지적 시점에서의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복권을 산 남자의 이야기로 예를 들어보자. 만약 현실에서 A라는 남자가 재미삼아 복권을 하나 산다면 보통 당첨될 확률은 없다고 봐야 한다. 복권은 앞으로 올 현실을 확실하지 못하며, 가능성만 남겨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남자가 당첨이 된다는 현실은 반드시 존재한다.

여기서 이야기를 좀 더 황당무계하게 이어보자. 이 A라는 남자는 원체 소심해서 돈을 어디에 쓸지 고민했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국 집을 사기로 했다. A는 높은 산 위 홀로자란 나무 옆 작고 아담한 집을 원했다. 그런데 A가 처음 이사 간 날 하필이면 날씨가 매우 좋지 않아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했다. 비가 심하게 쏟아지자 A는 이사도중 급하게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려 뛰어가는데 하필이면 남자는 저 멀리서 들리는 번개 소리에 놀라 넘어져 돌부리에 머리가 부딪혀 죽었다고 해보자. 결국 현실성이 매우 낮은 일화가 되겠지만 현실에 존재한다면 충분히 존재하는 이야기가 된다.

이 이야기는 확률 없는 일화를 겪은 남자의 이야기이며,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들을 때 확률성을 주제로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이 설명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몇가지 단서를 듣고 이 남자가 번개맞아 죽을 것을 기대하며 들을것이다. 날씨도 안좋고, 하필이면 남자가 높은 산 위 홀로자란 나무 옆이란 단서를 들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여기까지만 듣고도 복권과 더불어 확률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번개를 연상하기 쉽다. 그 반면 비가 오고 있어서 땅이 미끄러웠고, 소심한 남자라는 단서도 있었기 때문에 번개소리에 놀라 넘어져 머리에 돌이 부딪혔다는 결말도 충분히 가능해 사람들은 이 반전을 받아들이기도 어렵지 않다. A 입장에서는 갑작스레 150억 복권에 우연찮게 당첨되었다가, 갑작스레 친 번개에 넘어져 죽어 굉장히 황당무계하다 느끼겠지만, 이 이야기 전체를 보는 전지적 시점에서는 약속된 주제가 있기 때문에 황당한 이야기로 볼 수는 있어도 앞뒤가 안맞는 얘기라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만약 이 일화를 이렇게 요약해보자. "150억을 가진 남자가 번개소리에 놀라 자빠져 죽은 이야기". 몇몇가지 설명이 빠진 상황이다. 하지만 이렇게 짧게 축약한 설명은 전혀 개운하지 않다. 한 남자가 번개소리에 놀라 자빠져 죽은 이야기인데 왜 150억을 가진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확률이란 주제도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복권이란 정보가 150억이란 정보로 바뀌어 버리니 개연성에 전혀 도움 안되는 정보로 변질된 것이다.

현실 그 자체는 그 형태가 얼마든지 유동적이다. 그러나 최소한 특정 현실의 이야기를 상대에게 전달해야 할 때에는 관심 가져야 할 만한 이유를 화자가 충분히 파악한 뒤에 듣는 상대방에게 들려줘야 하는 주제를 파악하고, 그 주제에 합당한 정보들로 짜 맞춰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현실성과 개연성의 차이며, 현실의 있는 일을 이야기 할 때에도 개연성을 신경써 줘야 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3.4. 그 외의 예

또 다른 좋은 예시 중 하나가 대털적외선 굴절기이다. 대털은 철저히 수긍 가능한 기술적 한도 내에서의 발상과 털이법을 전제로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전개해나갔으나 갑작스레 SF적 장비인 적외선 굴절기인 등장으로 인해 독자들이 매우 뜬금없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 때문에 작중의 논리, 개연성이 흐려지며 몰입도가 저하되는 결과를 낳았다. 만약 처음부터 적외선 굴절과 같은 비현실적 설정을 전제로서 깔고 중요시 다루었다면 논란은 없었을 것인데 말이다.

김성모 작품에는 전반적으로 개연성 깨지는 설정들이 별다른 전제설명 없이 도중도중 많이 등장하는 편이다. 사실, 상당히 흔한 사례다. 한국에서 작품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큐 사인 들어가는 경우가 좀처럼 없고, 일단 저질러보고 나니까 인기가 있어서 연재가 시작되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작가가 이전 설정을 잊어먹거나, 혹은 사건을 좀처럼 해결할 수 없어서 무리하게 전개하면서 생기는 일이다.

또한 작가가 미리 설명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너무 오래지나면 개연성 없다고 받아들여지는 일도 종종 있다. 가령 1권에서 나온 설정이 한번의 언급 없이 현실시간 10년후 쯤 4~50권 쯤에 다시 등장하는데, 무척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 치자. 만약 이 작품의 팬덤이 충분하고, 팬들이 1권에 나온 그 설정을 계속 언급했다면 별 상관이 없지만 그리 운이 좋은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그 설정을 독자들이 잊어먹고 개연성 없이 받아들이기 좋다. 나중에 가서 1권을 다시 보면 "아, 여기서 나오기는 했구나"이럴 순 있겠지만 말이다.

3.5. 여담

독자, 시청자, 관객처럼 작품을 보고 즐기는 사람들은 작품을 보면서 추론, 공감한다. 사람들은 작품을 볼 때 이야,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이런걸 이렇게 해볼 텐데. 어? 내 생각이 그대로 나오네. 공감되네 혹은 이야,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일이 진행이 되지? 놀랍고, 갑작스럽긴 해도 설명이 딱딱 들어맞잖아? 난 왜 이런 추론을 하지 못한 거지? 재밌다!!라는 생각을 곧 잘 한다. 그러한 마음을 속 시원하게 잘 긁어주면 개연성이 높은 작품, 그러한 마음을 작품이 방해하면 개연성이 망한 작품이 되는 것이다.물론 방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라 개연성이 있어도 정말로 중요한 정보를 보는 이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편집과 구성이 엉망이라면 개연성이 있어도 망한 작품이 되기 좋지만 말이다.

'내러티브(narrative)'[3]의 주된 정의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개연성은 반드시 갖추어야할 주된 요소 중에 하나인데, 이런 개연성을 효과적으로 확립시키기 위해선 복선이 중요하다. "술 마시고 운전하다가 결국 일을 내버렸다."라는 전개를 예로 들자면, "술 마시고 운전하다가"라는 행동들이 훗날 일을 내는 복선으로 작용되어 결국 일을 내고야 마는 것이고, 이를 통해 이 전개의 개연성은 확립이 되는 것이다.

소설뿐만 아니라 만화나 영화를 비롯, 스토리(서사)를 다루는 그 어떤 창작물에서도 개연성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고,[4] 또 보다 높게 평가 받는다. 개연성은 곧 논리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그 논리적인 부분의 차이가 차원이 다른 몰입감과 감정이입 등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물론 개연성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장르도 존재한다. 바로 코미디인데 개연성을 잘 파괴하면 그 부조리함이 사람들에게 희극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개그는 개연성을 파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렇기에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개연성을 미리부터 파괴한다는 약속이나 다름이 없어서 역설적으로 개연성을 성사시키는 셈이며, 따라서 장르가 코메디가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관객들은 별다른 설명 없이 매우 쉽게 받아들인다. 재미만 있다면 말이다.

반대로 너무 개연성이 딱딱 맞아 들어가면 읽는 독자들 입장에서 약간의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사실 어느 사건이나 전개에서 온전히 논리적으로만 얘기가 진행되게 만드는 것도 쉽지 않으며, 상기한 대로 개연성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개연성의 척도가 작품의 매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진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작품은 때때로 독자와의 약속을 참신하게 깨트리고, 독자들은 그러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니 어떻게 기발하게 개연성을 깨어 아이러니를 선물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개연성을 챙기지 않고 극적인 묘사에만 치중하다 보면 욕을 먹게 되는건 마찬가 겠지만.

일부 아마추어 평론가와 언론의 오용 탓인지 관련성, 연관성의 동의어로 오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확률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성질'은 가능성(possibility)을 말한다.

4. 개연성이 깨지는 비교적 흔한 예시들

  • 정의감으로 마왕에 맞서던 주인공이 마왕에게 죽을 위기를 맞았는데 갑자기 내리친 번개에 마왕이 맞아 죽고, 주인공은 살아나며 갑툭튀한 번개에 여정 의미를 부여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 고전적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예로, 주로 반공만화라든지 프로파간다 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형식이다. 이런 경우 번개의 포지션은 특정 정치인이나 종교인이 되어 작품 내 정의를 상징하게 된다. 한국에선 김청기의 똘이장군이 대표적인 케이스.
    전지전능한 캐릭터나 설정을 함부로 등장시키면 안 되는 이유인데 전지전능이 워낙 초월적인 개념이라 이야기에서 단순히 언급만 됐던 존재가 사실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하고 있었다거나 모든 등장인물이 전지전능의 놀이감에 불과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져서 개연성에 엄청난 혼란을 주기 때문.
  • 이야기 내내 사람들을 괴롭혀 오던 빌런과, 그 빌런 세력에 심판을 내리던 주인공이 도시의 운명을 걸고 최후의 한판승부를 벌이는데 갑자기 등장한 히로인이 이 싸움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외치면서 빌런과 히어로가 화해하며 작품 내내 말해오던 의미와는 전혀다른 의미가 스토리에 부여되고 끝이 난다. - 라스트 제다이 이야기 스스로 보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결말과 전혀 다른 의미와 상황을 부여하며 스토리가 갑자기 끝나는 상황. 초중반과 다르게 후반부에 과하게 의미 부여하려다 이도저도 아닌 결말이 나는 상황이다. 어른의 사정으로 검열 때문에 후반부 상황이 짤려서 이렇게 되어 당대에 평가받지 못한 명작들도 꽤 된다. 물론 아예 대놓고 이런 작품이 없는 건 아니다.[5]
  • 이야기 중반까지 계속 코믹스러운 일만 벌어지다 인물이나 사건의 성질 및 성격이 갑자기 바뀌고 점차 현실적인 시련이 닥치면서 엔딩 종장에선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있다. - 주로 희극성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영화에서 드라마틱하게 전개하려다 만들어지는 상황으로, 중반까지는 말도 안되는 재밌는 상황만 나오다 나중에 갑자기 극 전체의 의미가 전환되는 상황이다. 선생 김봉두인생은 아름다워에서처럼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을 이야기 할지가 분명하고, 캐릭터성과 배경도 일관되게 연출되면 독자들이 작품과 함께 천천히 걸어가면서 비극을 받아들이며 명작이 될 수 있지만, 영웅 강철남처럼 계속 재미있는 이야기만 계속되다 뜬금없이 캐릭터성이 바뀌며 비극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더 많다. 안좋은 작품들은 이 뜬금없는 순간이 반드시 있다. 현실적인 상황에선 감독이 교체되었다든가 제작진이 교체되었다든가, 배급사의 요청 등을 이유로 이런 경우가 많다.[6]
  •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두 남녀 주인공. 알고보니 이복 남매였고, 그를 극복하여 사랑을 택하려 하나 더 자세히 알고보니 서로 배 다른 부모의 원수였다. - 매 편 부여되는 의미가 달라지는 막장 드라마가 만드는 상황. 이야기의 중점적인 부분이 계속 바뀌어 매 편 궁금하고 자극적이기는 하나, 개연성이 존재할 리 만무하다. 개연성은 주제와도 큰 연관성이 있다.

5. 관련 문서




[1] 당장에 이 나무위키에서도 '개연성'이라는 단어를 써야 할 부분과 '현실성'이라는 단어를 써야 할 부분을 구별 못하는 서술이 상당히 많이 발견된다.[2] 게다가 데스노트라고 해서 완전한 무적의 물건은 아니고, 적인 L에게도 대항할 여지가 충분히 있기에 이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한다. 만약에 데스노트가 무적이었고, 라이토가 L이고 니아고 간단하게 이기는 전개가 나왔다면, 독자들은 어이가 없어서 읽는걸 그만뒀을 것이다.[3] '서술' 혹은 '서사'로 번역한다.[4] 문학뿐만 아니라 다른 법학이나 의학 기타 다른 분야에서도 개연성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개연성'은 그 자체로 '논리'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5] 대표적으로 위에서도 나온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알드노아 제로. 반대로 기동전사 건담 W같은 작품은 작중 히로인의 행동이 일관적이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6] 위의 영웅 강철남 외에도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나는 친구가 적다같은 라이트 노벨이 이런 예에 해당된다.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