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을 그린 삽화[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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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영화감독(映畫監督, film director)은 영화의 연출을 총괄하는 책임자다.감독을 지칭하는 단어는 상당히 많다. 보편적으로 '감독'이라고는 불리고 있지만, 좀 더 격식을 차려서 '연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어권에서는 연기를 지도한다는 뜻에서 도연(導演, 导演)이라고 지칭한다.
명칭이 매우 포괄적이다. 통상의 실사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은 물론이고 제작하는 영상이 실사가 아니라도 영화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면 영화 감독으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다. 애니메이션 감독도 감독하는 애니들이 주로 극장판이라면 영화감독으로 불리기도 한다.[2]
한편 2020년대부터는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가 발달하며 영화감독이 시리즈 드라마를 연출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3] 드라마 연출가와 영화감독 간의 경계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2. 역할
2.1. 연출의 총책임자
작품을 직접적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총책임자는 바로 감독이다. 그래서 영화감독의 다른 명칭이 '연출가'이다. 영화 오프닝 크레딧에서 'A Steven Spielberg Film'이라든가 '봉준호 감독 작품'과 같은 자막이 나오고, 다시 마지막에 'Directed by Steven Spielberg', '감독 봉준호' 하는 자막이 나오는 이유다. 먼저 나오는 '누구누구 감독 작품'이라는 자막은 이 영화에 대해서 책임과 공을 모두 받을 단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이고, 마지막에 나오는 자막은 영화의 수많은 스태프 중에서 연출을 맡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그 두 사람은 언제나 같은 사람이겠지만, 영화와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인지가 개념상 구분되는 것이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책 표지에 나와있는 저자 이름은 '누구누구 감독 작품'에 해당하고, 뒤표지 안쪽에 출판사, 인쇄소, 그 직원들 이름이 나와 있는 것은 '조연출 누구누구', '촬영 누구누구', '음악 누구누구'에 해당한다고 보면 되겠다.영화의 연출이란 영화 촬영 현장을 통제하여, 각본을 실제 영상물로 구현화시키는 일이다. 영화감독은 배우의 연기와 동선, 카메라 위치, 화면의 구성, 조명, 음향, 음악, 미술 등, 영화의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또 구현해 내야 한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영화라는 예술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역할이 얼마나 큰지 잘 나타내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라는 예술에서는 촬영이나 시나리오적 요소보다 감독의 연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단적으로 똑같은 시나리오를 토대로 영화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어느 감독이 연출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작품이 나오게 된다. 그냥 시나리오 하나와 그 시나리오가 영상으로 구현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이며, 심지어 영화화 과정에서 이야기의 구조나 시나리오의 세부적 내용이 감독이 의도하는 영화적 방향에 맞게 바뀌는 경우 또한 매우 흔하다.[4] 또한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 중에서도 시나리오를 직접 쓰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으며, 이러한 경우에도 감독 특유의 시각이 담긴 연출을 통해서 영화적 작품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5]
영화에서와는 달리, 분업화가 더욱 뚜렷한 TV 드라마에서의 연출 직함의 역할은 사뭇 다른데, 이쪽은 PD(Program Director, '프로듀서'의 줄임말이 아니다.)와 연출이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연출 담당은 PD의 일을 지원하면서 연기자들의 섭외, 지도, 개성 안배 등을 담당하는 보조적 파트라는 인상이 짙다.
2.2. 감독이 제작, 각본, 편집을 하는가?
감독은 분명 영화의 최고 책임자 중 한 명이지만, 영화 감독이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산업에서의 제작 단계별 구분과 책임은 크게 제작(기획) - 각본 - 연출 - 편집 - 배급(퍼블리싱) - 상영으로 나뉜다.- 제작(기획): 영화 프로젝트의 운영.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을 기획자, 제작자 등으로 부른다.
- 재무: 투자자를 모으고 예산을 관리한다.
- 인사: 영화 스태프와 연기자들을 고용한다.
- 각본, 원안 선정: 원안을 구매하거나 각본가에게 집필을 맡긴다.
- 마케팅
- 배급사 선정
- 각본, 극본, 대본, 시나리오 : 영화의 인물, 배경, 대사 등의 영화적 구성 요소를 계획하는 작업으로써, 기본적 이야기 구조를 가공하여 영화적 문법에 맞게 탈바꿈시키는 작업이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각본가, 시나리오 라이터, 스토리 작가, 극작가라고 부른다.
- 연출 : 섭외된 배우 및 여러 영화 스태프, 그리고 준비된 각본을 가지고 촬영, 배우들의 연기, 조명, 미술 등의 '영화적 부품'을 완성시키는 단계이다. 영화감독이라는 직군이 주도적으로 담당한다.
- 편집 : 연출 단계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영화적 부품들을 조립하고 가공하며, 영화 음악, 영화 음향, 영상 보정 작업 등과 융합시켜 상영 가능한 영화적 완성품의 형태로 만드는 것이 '편집'이다. 보통 제작자, 감독, 퍼블리셔 등이 주도적으로 수행하지만, 전문 편집 책임자가 별도로 존재하기도 하며, 특히 영미권에서는 편집자의 영역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최근에는 한국 영화에서도 전문 편집 책임자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추세이다.
- 배급 : 편집을 통해 완성된 형태의 영화를 극장, IPTV, DVD/블루레이, OTT 서비스 등의 다양한 경로로 가공하여 유통시키는 역할이 '배급'이다. 일종의 물류업, 또는 중간 도매업이다. 거대 영화사들의 경우에는 투자와 배급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 상영 : 배급된 영화를 가지고 최종적으로 실제 관객들을 상대하는 일이 '상영'이다. 극장이나 방송사의 역할이다. 최근의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의 경우에는 배급과 상영의 기능이 합쳐진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단계에서 연출 단계만 영화 감독의 기본 역할이다. 나머지는 영화 기획사, 배급사, 투자자 등과 어떻게 계약을 맺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의 경우 제작 과정에서부터 최종 편집까지 영화 감독이 담당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투자자들의 간섭을 많이 받는 미국의 영화사들은 철저하게 권한을 나누어 가지는 편이다. 이 모든 과정에 주도적으로 간섭할 수 있는 영화 감독은 세계적인 거장이나 자본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독립 영화의 감독뿐이다.
드물게 감독의 돈 안 되는 개성(...)에 반한 나머지 제작비를 팬심으로 때려 부어 주는 대인배적인 일도 있는데, 한국의 홍상수가 그렇게 초기 커리어를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초갑부 집안인 메건 엘리슨이 만든 '안나푸르나 픽처스'는 상업화된 미국의 영화판 속에서도 작가주의적 감독들의 구원 투수가 되어주고 있다.[6]
일반인들에게는 제작자(producer)와 혼동되는 경향도 있다. 제작자는 투자자와 제작 인력을 모집하여 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기획하는 사람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영화감독이 제작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본과 노동이 분리되어 있고, 영화 산업에서의 각자 고유 역할이 철저히 분업화된 영미권에선 제작자가 완전히 별개의 영역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편집자라는 역할이 별도로 존재하기도 한다. 한국에선 감독이 최종 편집권을 부여받아 작품의 모든 것을 지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제작자가 편집권을 갖고 전문 편집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가끔 능력 없는 제작자의 횡포로 인해 잘 만들어 놓고도 괴상한 물건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7] 그래서 제작자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개봉판 편집본이 아닌, 철저히 감독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편집본을 '감독판(director's cut)'이라고 따로 지칭한다. 그래서 본편이 개봉한 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발표된 감독판을 보면, 감독의 영화적 의도를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때론 신인이나 무명 감독을 명목상으로 앉혀두고, 실제로는 제작자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제임스 카메론의 데뷔작이자 괴작인(제작 중간에 제임스 카메론을 해임시키고 제작자가 감독으로 나섰다.) 피라냐 2. 영화가 괴작으로 잊히고 나서 얼마 뒤, 터미네이터로 카메론 감독이 뜨게 되자 '터미네이터 감독 데뷔작!'이라고 비디오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후 다시 타이타닉이 세계적으로 초대박을 거두자 이번엔 타이타닉을 크게 내세우며 DVD로 팔아먹었다. 덕분에 나중에는 아바타를 내세우며 블루레이로 낼 거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제작자 측에서 맡은 편집이 워낙 엉망이라 감독이 본인의 이름 등재를 거부하여 앨런 스미시라는 가명으로 개봉한 일도 있다. 다만 앨런 스미시란 이름이 유명해지다 보니 다른 예명으로 개봉하는 경우도 있는데, 유명 감독[8] 3명이 맡았던 슈퍼노바는 토머스 리라는 가명으로 개봉되었고 망작으로 잊히고 말았다.
2.3. 영화감독은 예술가인가?
모든 것이 규격화, 분할화되어 가는 현대 자본 사회에서 유독 독특한 직업이기도 하다. 현대 산업 구조의 핵심인 '기업'은 개개인의 책임을 극소화시키면서 이윤의 추구는 극대화시킨 결과물이다. 하지만 영화는 본질적으로 돈이 필요하고, 기업화가 된 산업이면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기이한 운명을 타고났다(...). 다른 예술 분야들은 예술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대신, 거대한 자본이나 스태프들을 규격화된 시스템으로 끌고 갈 책임이 덜한 데 비해, 현대 예술 중 가장 자본화된 영화 예술 분야에서 감독이란 직장인도, 개인 예술가도 아닌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는 것. 이는 동서양이 모두 마찬가지라서 이미 전설로 남은 세계의 거장들이 아닌 이상 가난하게 독립 영화를 찍어가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거나, 대중적인 취향의 영화를 히트시켜 자신의 상업성을 인정받은 후 거대 스튜디오와 작업을 시작하는 케이스는 모두 똑같다.한국에서는 유난히 영화감독의 삶에 대한 환상이 강한데, 예술가 개인의 재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는 음악, 연기, 미술 등의 예술 분야에 비해 그 책임 기준이 모호하면서 대중들의 주목은 크게 받는 직업군이기 때문이다. 의외로 영화 감독의 삶은 순간적인 영감과 자유로운 광기로 대단한 결과물을 뽑아내는, 통념적인 예술가의 삶과는 거리가 굉장히 멀다. 오히려 개인 사업가의 삶에 가까운 모습들이 많다. 끝없는 미팅과 컨택들 속에서 자신의 아이템을 어떻게든 어필해야 하며, 배우들과 제작자들, 스태프들을 꾸려모으고 어찌저찌 투자를 받았다 쳐도, 현장에 나가서는 또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 속에서 팀을 이끌고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대중들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는 것도 사업자의 삶과 유사하다. 당장 대한민국에서 거대 자본에 타협하지 않고 활동하면서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영화감독은 홍상수 단 한 명뿐이고, 그 홍상수마저도 대학교수를 겸업하며 생활하고 있다.
자신의 직업으로 영화감독을 선택할 것이라면 예술가 코스프레는 일찍이 때려치우고, 어떻게 자신의 예술적 비전과 상업성을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 사람들을 다루는 힘,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완성되는 과정까지의 지리고난한 일 처리들을 어떻게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인지를 고민하는 게 좋다. 자신의 이름이 고정 팬층을 끌어낼 수 있는, 이른바 하나의 브랜드가 된 연출자라면 예술가라는 직함에 걸맞은 굉장한 인기와 명성을 얻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자의식 과잉으로 삶과 커리어 모두를 망치는 이들이 가장 많은 판이기도 하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문화 산업이 점점 거대화, 독점화되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다양한 연출적 비전을 감상하기도, 보여주기도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도 폭주하는 감독을 제어해 줄 제작자의 중요성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전적으로 권한을 위임하면 폭주해 버리는 감독들도 있다. 감독이 특정 분야의 덕후거나 작가주의 성향이 아주 강하면 작품이 프로파간다로 변신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경규의 경우 영화에 대한 뜻은 있었으나 감독으로서는 스스로 역량이 부족함을 통감했는지, 《복면달호》에서는 감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제작자로 물러났다. 몇 편 정도는 제작만 하면서 여러 감독들에게 연출 기법을 배워서 나중에 재도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세원의 《조폭마누라》 같은 경우도 비슷한 경우다.
수행하는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큰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지만, 그만큼 책임도 크기에 이래저래 고생이 심한 직책이다. 특히 투자를 제대로 받지 못한 감독들은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대표적으로, 자살한 곽지균도 생활고 때문에 힘들어했다. 더 황당한 건 장 클로드 다그로, 그는 영화를 몇 편 만들었지만 결국 흥행에 실패해서 빈털터리가 되고 만다. 그런데 그는 다음 작품의 제작비 마련을 위해 은행을 털었다. 당시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 외에도 영화를 만들기 위해 사비를 동원했다가 집안 재산을 거덜내는 감독도 있다.
3. 목록
자세한 내용은 영화감독/목록 문서 참고하십시오.[1] (앞줄 왼쪽부터) 길리엄, 히치콕, 큐브릭, 웨스 앤더슨, 자머시, 코엔 형제, 애슈비, 우디 앨런, 폴 토머스 앤더슨, 헤어초크, 공드리, 스코세이지, 린치, 죄네, 트뤼포, 루멧.[2] 대표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 하라 케이이치, 호소다 마모루 등이 있다.[3] 박찬욱, 황동혁, 정지우, 연상호, 허진호, 김지운, 윤종빈, 팀 버튼, 데이비드 핀처 등이 그 예시이다. 원래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왔다 갔다 하던 이재규 같은 사례도 있고.[4] 제작사에서 어느 정도 감독이 의도하는 연출 방향성에 동의한 경우라면 이렇지만, 반대로 제작자나 투자사에서 그야말로 감독을 쥐고 흔들며 영화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럴 때는 영화감독은 단순한 연출 직능 스태프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없게 된다.[5] 일례로 전설적인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 마틴 스코세이지, 리들리 스콧 등도 자신이 연출한 작품 중에 직접 시나리오까지 쓴 경우가 그리 많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작품에 감독 특유의 예술관과 영화적 시각이 진하게 묻어나게 된다.[6] 참고로 이 사람의 아버지가 오라클의 창업주이자 회장인 래리 엘리슨이다. 래리 엘리슨의 현재 자산 가치는 70조 원에 육박한다.[7]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특히 감독의 의사를 무시한 무자비한 편집으로 유명했다.[8] 거기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