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14 21:49:49

교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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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오해
2.1. 오탈자, 맞춤법 검사?2.2. 문법 나치?2.3. 기본 맞춤법만 알면 누구나 한다?
3. 장점4. 문제점
4.1. 잘못 잡힌 업무 정체성과 업무의 변질4.2. 기술 발전으로 인한 업무 시스템의 변화4.3. 클라이언트의 문제4.4. 교육 방식의 문제
4.4.1.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교육4.4.2. 업무 현장의 특성과 동떨어진 교육4.4.3. 시사용어, 전문용어 교육을 안 함4.4.4. 획일화된 문장 주입4.4.5. 맥락에 소홀한 교육 방식4.4.6. 가스라이팅으로 변질
4.5.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4.6. 인력 미스매칭4.7. 보편적인 기준의 부재4.8. 기준의 애매함을 악용한 지능적인 똥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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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교열(校閱)이란 문서나 원고의 내용 가운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고치며 검열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교정, 교열'이라고 묶어서 말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둘은 서로 다른 작업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홍성호는 교열을 고도의 지적 작업을 수행하는 업무라고 설명했다. 링크 예를 들어 '장안의 화제가 되다'라는 표현이 우리나라 기사에 쓰였다면, 이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설명하고 바로잡는 것이 교열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장안은 중국의 옛 수도인데, 이런 표현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에 쓰는 것을 다산 정약용은 비판했다.

이처럼, 단순히 글의 문법만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글이 쓰여진 배경, 사실 여부, 지식까지 고려해야 하는 작업이다.

교열에 대한 더 자세한 것이 궁금하면 일본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2. 오해

2.1. 오탈자, 맞춤법 검사?

교열은 엄밀히 따지자면 팩트체크 업무이다. 단순히 오탈자와 맞춤법을 점검하는 것은 교정(校正)에 가깝다. 그런데 교정(校正)도 엄밀히 따지면, 단순히 문법적인 체크만 하는 업무가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교정쇄와 원고를 대조하여 오자, 오식, 배열, 색 따위를 바르게 고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페이지 수나 폰트를 확인하는 작업이 교정이다. 따라서 문장 자체에는 오류가 없는 인쇄물이라도, 잘못 들어간 폰트를 확인하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

그리고 교열은 여기서 더 나아가 글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문법, 인쇄물 디자인에는 오류가 없지만, 글의 내용에 잘못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저자가 이순신 장군에 대한 글을 썼는데,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해를 잘못 썼다면 이를 바로잡는 작업이 교열이다.

교열을 문법 체크로만 생각해서 이러한 참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가 그 예시이다.링크 이 경우는 차칸 남자처럼 의도한 것이 아니라, 뭐가 잘못인지도 몰라서 문제가 되었다.[1] 하지만, 차칸 남자 때와는 달리, 한글 단체에서 언론사를 통해 성명문까지 내며 문제 삼은 적이 없었다. 물리학자가 SNS로 자기 의견을 낸 것이 전부다.

일반 대중들은 이과가 또?라며 생트집으로 받아들였다.[2]

대중들은 실제로 시적 허용을 의도한 경우는 언어 파괴라 비난하면서, 무지에 의한 실수일 가능성이 높은 사례에선 정반대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3]

경제, 과학 관련 글은 숫자가 중요하다. 그래서 문법적 요소보다는 글에 나온 숫자가 정확한지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는 사전을 볼 게 아니라, 관련 문서를 따로 찾아서 교차검증해야 한다.

2.2. 문법 나치?

미국의 권위 있는 매체 더 뉴요커에서 교열 전문 직책인 '오케이어'로 근무한 메리 노리스는 “우리의 모토는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었다”며 “교열자는 무대 뒤편의 보이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가 주목받는 순간은 실수할 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케이어는 ‘자아(ego)’를 억누르면서 글의 세부 사항에 관심을 기울이며 자국어에 대한 헌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링크

따라서, 글을 수정하기 전에, 먼저 저자의 의도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노리스가 진정한 콤마퀸이라는 걸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있다. 오자나 군더더기를 찾아내기 힘든 최고의 문장가 제임스 설터의 소설을 읽을 때다. 설터의 ‘가벼운 나날’ 중 ‘방 저쪽에 서 있는 이브의 얇은, 버긴디 드레스는…’란 문장의 쉼표(콤마)가 불필요해 보였다. 결국 노리스는 설터에게 편지를 썼고 답장을 받는다. 설터는 ‘그 콤마는 드레스 속 배의 윤곽선을 강조하고 싶어서 썼어요. 교열자가 없애려 했던 것을 제가 남겼을 것’이라고 한다. 링크

메리 노리스는 문법을 중시하는 사람이지만 무엇보다도 저자의 관점, 독자의 관점을 먼저 생각했다.[4]

따라서 상대방이 실수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예단하고 흠을 잡으려 드는 문법 나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또한 후술하겠지만, 실제로는 오탈자 체크를 위해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탈자가 문서의 신뢰성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특히 중요한 거래처일 경우엔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오탈자 하면 카톡 창에 급하게 쓰는 글에서만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쉽고, 평균적인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잡아낼 수 있다고 여기지만, 의외로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 경우가 많다.
즉,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실수를 잡아내는 것이 교열 업무라고 할 수 있다.

2.3. 기본 맞춤법만 알면 누구나 한다?

오탈자 체크를 위해 교열자를 고용한다는 점 때문에 평균적인 학력의 소유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여기고, 실제로 진입장벽이 낮은 직종인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교열을 따로 거쳐서 내는 출판물에도 의외로 오타가 많기 때문에 일반 독자의 관점에서는 내가 알아 보는 오타를 왜 출판사에서 못 걸러냈을까?하고 출판사의 직무유기를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출판물도 실제로는 원문에 있는 심각한 오탈자를 이미 고친 상태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도저히 무슨 의도로 썼는지 알아보기 힘든 비문투성이 글을 바로잡아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는 말이 교열이지 실제로는 리라이팅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래 사람의 뇌는 오류를 자동으로 보정하게 되어 있어 오히려 글을 여러 번 정독할 수록 오탈자를 못 느끼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열을 업으로 하는 일반 독자의 눈에 오히려 오탈자가 더 쉽게 띌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장점

남의 글을 보는 직업이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글쓴이가 어느 정도 필력이 있다면 글을 잘 쓰는 법을 터득하는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글쓴이가 글을 너무 못 쓰는 경우에는 교열을 넘어서 사실상 윤문, 개작의 차원으로 나아가는데, 오히려 이 경우가 글쓰기 기술을 익히기 좋다.

다만, 저자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야 이러한 장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4. 문제점

사전에 정의된 내용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교열을 하는 사람은 메이저급 언론사에 몸 담은 극소수 교열부장들뿐이고, 대다수는 교정 업무를 볼 뿐이다.

사실, 제대로 교열을 하는 이들은 절대로 문법 나치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교열이란 업무의 개념 자체가 잘못 잡혔기 때문에 이 업무를 배우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문법 나치들에게 시달림을 당한다.
서구권에서 교열이란 앞서 언급한 메리 노리스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자와 소통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훈계를 하려든다.

앞서 언급된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홍성호 또한 문법에만 치중한 교열 업무를 비판했다. 팩트 확인, 지식의 오류 수정 등 콘텐츠에 집중하는 교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사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교열은 이러해야 한다.

하지만, 국어국문학과 출신들이 업무를 처음 배울 때 '교정, 교열' 업무부터 배우다 보니, 본래 학과 성격이 그렇지 않음에도, 자신도 모르게 세뇌를 당한다. [5] 국어국문학과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강화되는 것은 사실, 자격이 부족한 교열자들의 책임이 크다.[6]

게다가 아직도 교육 관련 행정을 담당하는 이들이 근거 없는 일본어 잔재설을 퍼트리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에서 제작한 자료도 있다. 당연히 절대 다수의 교열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7]

물론 외국에서도 교열자 하면 문장 부호로 트집이나 잡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문법 나치라는 표현도 영어권에서 나온 신조어이다. 위에서 예를 든 메리 노리스도 영어 원어민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까탈스런 사람이고, 본인도 자신을 바라보는 세간의 인식이 부정적임을 인식한다. 하지만, 적어도 메리 노리스는 저자에게 먼저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문법상으론 그른 것일지라도 작가의 의도가 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작가의 의도를 존중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열자 중에는 멀쩡한 글을 오타라고 생각해서, 저자에겐 묻지도 않고 틀리게 바꾸는 사람도 있다. 비유하자면 "오만에 일하러 간 아빠"라는 문장을 "오랜만에 일하러 간 아빠"라고 수정하는 식이다. 이는 유치원 교사의 사례였지만, 이와 매우 비슷한 체험담이 교열 업무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 숱하게 나온다.

4.1. 잘못 잡힌 업무 정체성과 업무의 변질

본래 개념대로라면 종합적인 교양을 갖춘 인간 백과사전과 같은 존재가 교열자이지만, 앞서 지적되었듯이, 교열이란 업무 자체가 단순 문법 체크로만 인식되다 보니, 다른 업무와 연관된 허드렛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교열 업무를 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케이스가 있다.

첫 번째는 출판 업무의 첫 단추로서 교열을 배우는 케이스다. 이 경우 교열에서 출발해 리라이팅, 기사 작성 등을 배운다.
두 번째는 교열을 전문적으로 하는 경우이다. 앞서 언급된 메리 노리스, 메이저 언론사의 교열 전문 기자가 이러한 케이스이다. 이 경우는 언어학자에 준하는 교양을 갖춘 먼치킨급 인재도 있다.

그런데, 후자의 케이스는 아주 희귀하며 전자가 일반적이다. 후자를 대표하는 메리 노리스의 경우, 더 뉴요커라는 매체 자체가 사진을 전혀 싣지 않고 필요할 경우 삽화만 조금 넣는 철저한 텍스트 중심 매체이다. 당연히 그만큼 문법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으므로 학자급 인재를 쓰는 것인데, 이러한 매체는 현 시대에는 찾아보기 힘드니 자연히 메리 노리스 같은 교열자도 희귀한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전자에 속하는 사람들이 저지른다.

다만, 전자라도 전문성을 갖춘 기자나 작가로 성장한 경우라면 자기 업무에 집중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남을 지적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즉 전자 중에서 전문성 없이 그냥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하는 애매한 부류가 후술할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러한 경우, 멀쩡한 글을 트집 잡아 일종의 과잉 진료를 하여 이득을 취하는 사람으로 흑화하기도 한다.
보통, 국어만 잘하고 다른 과목은 못해서 진로 변경이 어렵거나,[8] 괴팍한 성격으로 사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류가 이런 애매하고 어중간한 부류가 된다.[9]

이렇다 보니 사고의 폭이 좁아서 글을 종합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의사소통이 안 되어서 트러블을 빚는 경우가 잦은 것이다.

한 마디로, 애초에 업무 정체성이 잘못 잡혀 있다 보니, 귀중한 인재는 잘 오질 않고, 트러블 메이커들이 몰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교열이라기보다는 윤문에 가까운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글의 내용도 모르면서 글에 손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오역 문서에도 나오지만, 번역문을 교열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원문도 모르고, 배경 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감에 의존해 판단하다 보니, 그냥 자기가 읽어서 이해가 안 되면 번역투라 단정 짓고 황당한 내용으로 마개조하는 일도 있다.

4.2. 기술 발전으로 인한 업무 시스템의 변화

과거에는 납활자로 글자를 일일이 찍어냈다. 자연히 오탈자와 문법에 치중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교정과 교열이 사실은 다른 개념임에도 구분하지 않고 같은 업무인 것처럼 퉁치는 것은 이런 사정이 있다.

하지만, CTS로 신문을 제작하면서, 오탈자를 체크하는 교열 인력은 불필요한 잉여 인력으로 여겨져 자체적으로 교열 전문 기자를 두지 않고 외주로 돌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홍성호 기자가 지적했듯이, 메이저급 언론사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교열 담당 기자를 둔다.

이렇다 보니 자연히 교열 인력의 수준도 하향 평준화되면서 근거 없는 뇌피셜을 우기는 문법나치가 설치기 쉬운 환경이 된 것이다.

4.3. 클라이언트의 문제

정작 일을 맡기는 클라이언트도 교열이 정확히 뭔지를 모른다.
클라이언트가 교열을 의뢰하는 경우, 맞춤법이 틀렸거나 오타가 나서 망신을 당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함이지, 흔히 생각하듯이 고도의 문법 지식을 요구하는 경우는 잘 없다.

물론 업무를 맡은 사람 입장에서는 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간혹 클라이언트가 문법 지식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외부 필자의 글이 교열을 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글인데, 클라이언트가 문법 지식을 잘못 알고 과잉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반면 이중 피동 표현이라 수정했는데, 고친 글이 낯선 표현이라 클라이언트가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님 귀하같은 중복 존칭이나, 사물존칭을 요구하는 무식한 클라이언트가 있을 수 있다.

4.4. 교육 방식의 문제

앞 항목에서 언급했듯이, 콘텐츠 제작 방식이 디지털화되면서 이제는 단순히 오탈자를 체크하는 작업은 의미가 없어졌다.
그리고 이미지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이미지와 글의 관계도 고려해서 교열을 봐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교육 방식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4.4.1.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교육

예를 들면 사진 밑에 들어가는 설명을 의미하는 사진 캡션 체크가 그렇다.
사람 사진에 엉뚱한 이름이 들어가거나, 지역 사진에 엉뚱한 지명이 들어갔다면, 그건 대형 사고다. 이런 오류는 문법만 중시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절대로 못 걸러낸다. 사전에 인물에 대한 조사, 지역에 대한 조사를 해야만 알아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시중에 출간된 교열자를 위한 서적들은 문법에만 치중한다. 그중에는 저자의 독선이나 일본어 잔재설 같은 뇌피셜로 오염된 것도 있다.

또한, 종이책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는 시대인 만큼 편집 프로그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하는데, 출판 업무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아날로그 시대 인물이다 보니 이런 건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예를 들면 나무위키라는 단어가 페이지 하단에 있을 경우, 맨 마지막 글자인 자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그 부분을 체크하여, 디자이너에게 단어가 한 페이지 안에 다 들어가게 해 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문제는 텍스트의 양이 많을 경우, 디자이너가 최대한 애를 써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문장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조사를 빼서 글자 수를 조절해 주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이런 디지털 프로그램을 다루는 편집 디자이너와의 케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대다.

하지만, 교육 방식이 아날로그이다 보니, 편집 프로그램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교열자가 디자이너를 오해하고 쪼아 대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편집부에서 기자 및 교열자는 디자이너와 앙숙이란 말이 있다.[10]

4.4.2. 업무 현장의 특성과 동떨어진 교육

고용주가 교열자를 뽑는 이유는 문법 체크를 위함이 아니다
공문서 같은 데 오타가 있을 경우 그 문서의 신뢰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런 사소한 실수가 복병처럼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오탈자 체크를 위해서 교열자를 고용한다.

하지만, 교열자를 위한 도서를 보면 번역체 말살에 치중하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표현까지 뜯어고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흔히 오탈자 체크는 따로 교열자를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세간의 그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현직 교열자가 문법에 집착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하지만, 실제 업무 현장에서 문법에 집착하는 교열자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가는 오히려 중대한 실수를 하게 된다.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오탈자 체크는 결코 만만한 업무가 아니다.
흔히 글을 정독하면 본문 내용에만 신경을 써서 정작 큰 글씨 오타는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즉 잎사귀만 보다가 나무를 놓치고, 나무만 보다가 숲을 놓치는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교열자를 쓰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업무 현장에서 현직 교열자들이 강조하는 한국어 문법 지식이 통하는 것도 아니다. 업무 특성상 사전에 없는 외래어도 많이 쓰고, 특히 상품명이나 기업명에 알파벳이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한데, 문법 체크는 꼼꼼하게 했는데도 정작 상품명이나 기업명에 들어가는 알파벳 철자의 오타를 놓치는 경우도 많고, 외래어 오타로 인해 의미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클럽클립이라고 오타를 냈는데, 번역체 말살에 집착하는 교열자일 경우, 이런 실수는 놓치기 쉽다.

유감스럽게도, 고용주 입장에선 번역체 순화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품명이나 기업명의 영어 철자 오타 여부가 중요하다. 만약 이런 단어가 중요한 거래처의 상품명이나 기업명이라면 실례가 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업무 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현직 교열자들의 독선으로 인해 후배 교열자들을 민폐 덩어리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업무 특성을 고려한다면, 남이 쓴 글을 언어 파괴로 낙인 찍는 문법 위주의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을 전환해 숨은그림 찾기 훈련으로 커리큘럼을 바꾸어야 한다.
여기에는 시각적 피로를 줄이는 요령도 포함되어야 한다.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같은 글을 여러 번 정독하다 보면 눈이 익숙해서 오히려 오탈자를 못 잡게 된다. 사람의 두뇌는 오탈자도 자동변환하기 때문이다.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가 좋은 예라 할 수 있는데, 오히려 평소에 책을 한 줄도 안 읽는 사람일수록 저런 오탈자를 쉽게 발견한다. 즉,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많이 접하는 교열자일수록 정작 중요한 오탈자는 못 보기 쉽다는 것이다.

4.4.3. 시사용어, 전문용어 교육을 안 함

그래도 과거에는 한자어를 자주 사용하는 만큼 한자어 교육을 철저히 해서 두드러지지 않는 문제였다. 당시 사용하던 시사용어와 전문용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였기 때문에 한자어를 공부하면 이러한 용어도 저절로 공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21세기에 들어서 새롭게 등장한 한자어들이다. 이러한 용어는 알고 보면 영어를 한국식 한자어로 직역한 것이 많은데, 연로한 교열자의 경우 이게 전문용어인 줄 모르고 과잉수정을 하기도 한다.
일례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이란 단어가 있는데, 원문이 가치 제안을 강화한다이면 가치를 강화한다라고 잘못 고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문맥상으로는 어색하지 않아 보이지만, 본래 가치 제안은 '우리 회사의 제품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왜 우리 회사의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고객에게 알리면서 고객이 그 제품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이끈느 것을 말한다.링크 Proposition(제안)이란 단어로 짐작할 수 있듯이, 일방적으로 홍보를 때려붙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 이런 제품이 있는데 어떤가요?라고 정중히 제안하는 이미지이다.
따라서 가치 제안을 강화한다는 것은 고객 앞에서 조곤조곤하게 제품의 장점을 전달하여 고객이 자연스럽게 그 제품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그 제품이 가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큰 틀에서는 가치를 강화한다는 것도 포함되긴 하지만, 가치 제안은 고객을 설득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둔 것이다. 따라서 이걸 가지를 강화한다라고 고쳐 버리면 저자의 의도에 어긋나는 글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애초에 저자는 제품만 잘 만들라고 한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4.4.4. 획일화된 문장 주입

국문법은 학자들 간에도 견해가 다르다. 그래서 학교 문법은 애초 논란이 있는 부분은 다루지 않고 주술 호응 문제 등 기본적인 것만 다룬다.
하지만 교열 교재의 상당수는 본인의 생각을 주입한다. 게다가 그중에는 근거가 부족한 일본어 잔재설도 섞여 있다는 게 문제다.[11] 이는 심지어 교열을 지도하는 분들도 지적하는 문제다. 엄민용 씨가 '건방진 우리말' 시리즈를 통해 누차 지적했다.

또한 요즈음에는 국제화 시대이다 보니 번역문 교열을 봐야 하는 일도 많은데, 교열자가 번역가와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조사 나 적(的), 수동태 문장이 일본어의 잔재라는 주장에 혹하여 무조건 삭제하거나 고치려 들어서 읽기 거북한 문장을 만들거나, 내용을 반대로 왜곡해 버리기도 한다.
게다가 여러 업무를 겸하는 출판계 특성상 번역가가 자기가 번역한 문장을 교열 보기도 하기 때문에 교열자로서 입장이 충돌하기도 한다.
문제는 오로지 교열만 해 온 사람일 경우, 외국어 지식(X), 글에서 다루는 분야에 대한 지식(X)이고, 기계적으로 문법만 달달 외운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서 애초에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는 것이다.[12]

4.4.5. 맥락에 소홀한 교육 방식

매체를 편집하는 실무자들은 교열은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다루는 내용과 문맥에 따라 옭고 그름의 기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어는 고맥락 언어라서 기준 잡기가 더욱 까다롭다.
문제는 그 실무자 밑으로 들어오는 교열자나 편집부 신입 직원들이 그런 점을 고려한 융통성 있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애초에 매뉴얼로 정리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 문제점을 인식한 실무자들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한다.
게다가 실무자들은 원래 여러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쁜 사람들인데, 교열은 최종 마무리 작업이라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편이다. [13]
이렇다 보니 교열 업무를 맡는 사람들은 입사 전에 잘못 주입된 관념에 의존하여, 답정너식으로 글을 읽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황당한 왜곡이 발생하기도 한다. 과잉 수정은 애교이고, 자기 머릿속 상상으로 마개조하여 소설을 쓰는 사람까지 있다. 예를 들어 숫자가 중요한 경제, 과학 관련 글에 등장하는 숫자를 지레짐작으로 오타로 판단하고 바꾸는 경우도 있다. [14] [15]

4.4.6. 가스라이팅으로 변질

메리 노리스의 사례에서 보듯, 서구권의 교열은 철저히 실용적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한 마디로, 독자가 글을 쉽게 이해하고, 저자의 의중이 정확히 전달되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돕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교열이 정신 교육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말이 올라아 나라가 오른다라는 명언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물론,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그냥 글쓰기가 서툰 사람들이 쓴 서툰 문장을 이렇게 번역체로 오염된 글이 정신을 병들게 한다라면서 과하게 비난한다는 것이다.
이오덕이 대표적인 예시인데,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이 사람은 자신의 저서에서 번역체 문장을 비난하면서 병신 같은 말이라는 격한 비속어를 서슴없이 썼다.

지금 MZ 세대라면 우리말을 바로 쓰자는 사람이 어떻게 비속어를 쓰느냐라며 황당해이뭐병 하겠지만, 이분 살아생전에는 저러한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분의 주장은 학술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거나, 틀린 것으로 밝혀진 것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분의 필력으로 인해, 이분의 주장은 교열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한 마디로, 전 국민을 상대로 가스라이팅을 해 온 것이다.

설령, 저러한 주장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는 실용적 측면에서 접근할 문제이다. 일본어의 잔재이거나 번역체라 할지라도 장점이 있다면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언어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번역체라고 지적받는 문장 중의 상당수는 문어체를 어설프게 구사한 비문이 많으며, 군더더기 표현도 많다. 비유하자면, 스타일링 감각 없는 사람이 해외 명품 브랜드를 잘못 코디해서 망신 당하는 거랑 비슷한 것이다.

즉, 진짜 문제는 괜히 있어 보이게 쓰려다 문장이 꼬이게 되는 것이지, 기원이 우리것이냐 남의 것이냐가 아니다.
따라서, 이게 영 거슬린다면, 그냥 이렇게 쓰면 문장이 깔끔해져 읽기가 편하다라고 조언하면 되는 것인데, 이오덕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네가 무심코 쓰는 외국식 표현이 나라를 병들게 한다라는 식으로 언중들을 갈라치기 하면서 죄책감을 심어 준다.

4.5.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

미국의 메이저급 매체는 기사를 12번이나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오탈자 확인도 안 거치고 기사를 내보낸다.
그래서 앞서 언급된 교열 인력 수준 하향 평준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뭐든지 서둘러 해결하려는 문화 탓에, 저자의 의도를 확인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다 보니, 교열자가 뇌피셜로 글을 마개조하기가 쉬워졌다.
게다가,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시간 관계상 생략되니, 애초에 업무를 배울 때 사회생활의 필수인 남을 배려하는 화법을 못 배운다.
우리나라에서 교열 담당자가 성격이 모나고 독선적으로 변하기 쉬운 것도, 결국은 커뮤니케이션을 생략하는 업무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4.6. 인력 미스매칭

과도 교정 문서에도 언급되는 사례이지만, 전문 분야를 다룬 글, 자신의 전공 분야와 동떨어진 글에서 교열자들이 유독 헛발질을 많이 한다.
사실, 전문 분야 글은 교열자에게 맡길 게 아니라, 그 분야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지나치게 전문적인 내용은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렵지만, 질문 리스트를 작성해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풀어달라고 저자에게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비용이나 시간 문제로 인해 그런 정석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교열자가 알아서 확인하라고 놔 두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을 맡긴 윗분들의 의도는 기본적인 오탈자 확인해서 망신 당할 일만 만들지 말라는 것이지만, 문제는 교열자가 지나치게 의욕을 부려 과도 교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사회 초년생 교열자이다. 이 경우, 고친 부분이 너무 없으면 일을 안 했다고 오해를 받을까 봐 글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니, 전문 용어를 보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되어 글을 황당하게 오해한다. 모르는 분야의 글을 억지로 집중해서 읽다 보면 내용은 전혀 안 들어오고, 겉껍데기인 문법적 요소만 들어오니 문법 나치가 아닐지라도 문법에만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16]

두 번째는 반대로 경력이 많은 교열자인 경우인데, 애초에 악의는 없었던 첫 번째 케이스와는 달리 일종의 과잉 진료를 시전하여 이득을 취하려 한다. 이런 경우는 본질적인 내용은 안 보고, 일반적인 기준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는 문장에 생트집을 잡으면서 기상천외한 내용으로 마개조를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든 간에 과도 교정은 어문 관련 전공자가 범하기 쉬운 실수이다. 국어국문학과 출신이 문법 나치인 것은 아니지만, 이과나 상경 계열에 비해 단어 하나, 토씨 하나에 꽂히는 경향이 강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신의 과도 교정을 인정하면, 그냥 직업병인 것이고, 죽어도 인정 못한다면 문법 나치인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애초에 어문 관련 전공자가 아니면 평소에 문법을 따질 일이 없다. 그래서 어문 관련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의 글을 접했을 때 '내 분야가 아니라서 모르겠네'라고 넘어 가지만, 어문 관련 전공자들은 어떻게든 단어 하나 하나에 집중해서 이해하려고 애를 쓴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글의 본질적인 내용은 안 들어오고, 지엽적인 부분에 꽂히게 된다는 것.[17]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차라리 그냥 실무자에게 교열을 보라고 하는 게 효율적이다. 다만 요즈음에는 금일, 사흘 논란처럼 기본적인 단어를 잘못 아는 사람도 의외로 많아서 이 방법도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

4.7. 보편적인 기준의 부재

위에서 예를 든 사례처럼, 교열은 문법이 전부가 아니다. 특히 전문적인 분야를 다룬 글이라면 내용의 정확성이 우선이고 문법은 그 다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화, 전문화하고, 새로운 문물이 시시각각 도입되면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글은 드물어졌다. 그렇다면, 분야에 따라 교열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 옳다. 하지만 분야별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게 문제다. 그나마 보편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는 것이 국립국어원 규정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교열자들은 부족한 전문성을 메꾸기 위해 문법에 집착하게 된다.

문제는 국립국어원/비판 및 논란 문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립국어원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도 비판을 수용해 세부 규정을 수정하긴 한다. 하지만 교열을 지도하는 사람들이 바뀐 규정을 몰라서 과도 교정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인명 규정이 있다. 1995년 규정으로는 잭 니클라우스의 외래어 표기법이 잭 니클로스였으나, 20년 후에 잭 니클라우스 본인이 등판하여 한국에서 관용적으로 굳어진 표기인 잭 니클라우스를 정식 표기로 해 달라고 요청하여 지금은 잭 니클라우스가 옳은 표기이다. 물론 골프계에서는 규정 변경 여부와는 상관없이 잭 니클라우스라고 통일해서 표기해 왔다. 이 사람 이름 자체가 하나의 상표인데, 상표에는 애초에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 입장에서 골퍼 잭 니클로스의 이름을 딴 잭 니클라우스 브랜드라는 식의 기사는 이상하게 보일 테니 당연하다. 이는 업종에 따라서 교열 규정도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 주는 예시이다.

그렇다면, '업계 용어를 제외한 나머지만 국립국어원 기준을 따르면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느냐'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업계 용어의 종류만 해도 매우 다양하여 일일이 매뉴얼 만들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이런 용어들은 사전에 아예 실려 있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기준점도 없다.

일례로, 호텔경영, 관광업 종사자들이라면 숱하게 들었을 Hospitality라는 단어가 있다. 실제로 이 단어를 한글로 적는 법을 문의한 사람이 있었는데, 국립국어원에서는 심의한 바가 없어서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라고 했다.링크 다만 영어 발음을 그대로 적는다면 호스피탤리티라고 적을 수 있다고는 했다. 하지만 저 답변은 영어사전도 확인하지 않은 틀린 답변이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미국 발음이냐, 영국 발음이냐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li부분은 공통적으로 lə(러)라고 발음한다. 링크 국립국어원은 철자를 되도록 그대로 읽은 것을 실제 영어 발음이라 착각하고 저렇게 답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다 보니, 해당 업계 관련 기사를 보면 기자 성향에 따라 표기법도 하스피탤러티, 호스피탤러티, 호스피탈리티, 호스피탤리티 등등 제각각이다.미국식 발음을 따르는 기자는 하스피탤러티라고 표기하고, 영국식 발음을 따르는 기자는 호스피탤러티로 표기하며, 국립국어원 답변을 따르는 사람은 호스피탤리티, 철자를 곧이 곧대로 읽는 사람은 호스피탈리티라고 적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문서를 담당하는 교열자들 간에도 기준을 못 정해서 이렇게 고쳤다, 저렇게 고쳤다 왔다갔다 하게 되며, 결국 이런 문제로 서로 감정이 상하기도 한다.

진짜 문제는 국립국어원이 이런 업계 전문 용어에 관심이 없으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억지 순화어를 남발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Hospitality라는 단어도 손님맞이로 순화하라고 했다(...) 분명 이 단어는 호텔경영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단어인데, 교열자가 국립국어원 지침대로 호텔경영학 기사를 손 봤다면 그 교열자는 당장 실직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립국어원은 교열 업계 종사자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국립국어원 기준도 법조문처럼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게 문제다. 그중 악명 높은 것이 띄어쓰기인데, 사실상 합성어로 쓰이는 단어임에도, 국립국어원에서는 '단어+단어=구'라고 해석하여 합성어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일반인이 보기엔 합성어로 인정하는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가 결정적인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게 문제다. 링크

그리고 업계 전문용어 중에 국립국어원에서 실수로 누락시킨 단어도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안 실린 단어라고 해서 합성어가 아니라는 건 공감하기 어렵다. 띄어쓰기 제50항 '전문 용어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다'는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업계에서 발간한 전문용어 사전이 실린 단어는 붙여 써도 된다.

문제는 이런 단어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안 실린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표준국어대사전은 업데이트가 잘 안 되는 것으로 악명 높은 사전이지만, 국립 기관에서 발간하는 사전이 가진 권위 때문에, 표준국어대사전을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는 교열자들이 있다. 그래서 교열자마다 성향이 다르면 교열 방침을 놓고 충돌하기 쉽다. 그리고 이렇게 성향이 다른 사람끼리 충돌할 경우, 그나마 기준점이 되는 게 국립국어원이니, 국립국어원이 일을 이상하게 한다고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적어도 없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교열자 본인도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 모짜렐라 치즈 같은 단어는 규정을 따르지 않고 관용적인 표기를 하면서도, 메리골드 꽃은 국립국어원 기준대로 마리골드라고 수정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메리골드마리골드로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규정이 그래야 하는 합리적인 근거도 없는데 말이다.[18]

쉼표 같은 문장부호도 우리나라에선 보편적인 기준이 없는 문제다. 앞서 예시로 든 콤마 퀸 메리 노리스의 경우는 그래도 콤마 사용 기준이 철저한 영어권의 이야기이므로, 왜 이 경우엔 콤마를 찍어야 하고, 왜 이 경우엔 찍어선 안 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 본래 영어는 콤마 하나로 문장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어는 문장 구조상 그런 일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액세서리 개념이다. 다만 접속어 다음에 반점을 쓰지 않는다는 규정은 있는데, 여기서 반점이 바로 쉼표를 말한다. 링크 그러나 이 경우를 제외하면 딱히 사용상의 제약이 없다. 그래서 문학인의 경우 쉼표를 자주 찍어서 문체의 리듬감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문학 작품이 아닌 기사문, 실용문에서 쉼표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는 정답이 없다. 나무위키의 쉼표 문서에도 이 문제로 유저들 간에 충돌이 잦았다고 나올 정도다.

예를 들어 글쓴이가 문학인 출신이면, 기사문을 쓰더라도 문장의 맛을 살리기 위해 쉼표를 좀 많이 쓸 수 있다. 그런데, 기사문, 실용문 작성 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쉼표 사용을 절제하라고 교육받은 교열자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무위키는, 지식의 나무라는 문장에 쓰인 쉼표가 교열자의 눈에는 군더더기로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쓴이 입장에서는 이게 문법상으로 틀린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면서 교열자를 못마땅하게 볼 수 있다.[19]

4.8. 기준의 애매함을 악용한 지능적인 똥군기

의외로 국어학자나 메이저급 언론사의 교열 부장들은 유연한 면이 있다. 이분들은 왜 현행 기준이 이렇게 정해졌는지를 설명하지, 언중들이 그 기준을 못 지킨다고 쉽게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기준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를 고민한다. 최근 국립국어원에서 세부적인 규정을 유연하게 손 보는 것도 이분들의 건의 덕분이다.

문제는 이론과 실무가 다르다는 것이다. 실무는 분명한 기준과 신속함이 핵심이므로 교열 알바나 출판사의 신입에겐 고민할 시간을 허용치 않는다. 게다가 작은 회사들은 OJT 시스템이 부재하여 초짜들을 지도하는 직원도 업계의 원로가 아닌 초짜들이다. 그래서 좆문가의 태도로 신입 직원이나 알바를 쪼아 대며 잘못된 지식을 심어 주는 가스라이팅을 일삼기 쉽다.[20][21]

문제는 이게 그렇다고 윗분들이 원하는 방향도 아니란 것이다. 의외로 윗분들은 세세한 어문 규정엔 관심이 없다. 즉, 업무의 정확한 방향도 모르는 사람이 그냥 갑질을 하는 것인데, 저런 사람들한테 지도를 받은 사람들은 그게 잘못인지도 모르고 원래 교열 업무가 그런 것인 줄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애초에 선량하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녔을지라도 작은 회사들만 전전하면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흑화하기 쉽다.


[1] 저 제목만 봐서는 493km가 시속인지, 분속인지, 초속인지 모른다. 물론 시속 493km도 엄청 빠르지만, 뒤에 /s(퍼세크)를 붙였으면 1초에 493km 속력으로 도달했다는 뜻이니 과장법의 묘미가 더 살아났을 것이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오히려 단위를 정확하게 표기함이 시적 허용이다.[2] 그런데 90년대까지면 해도 이런 경우는 시속 몇 Km 같은 식으로 표현했다. 지금처럼 속도 몇 km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속=속도라고 인식하니까 저게 뭐가 잘못인지 모르는 것이다.[3] 그만큼 이과적 지식에 문외한인 대중들이 많다는 의미다. 그래서 절대 다수가 문과 출신인 교열자들은 이런 중대한 오류는 바로잡지 못한다. 과학 서적 출판사에서 애초 비전공자는 안 뽑는 게 다 이유가 있다.[4] 메리 노리스의 선배 교열자 중에는 문법을 중시하는 사람과 저자의 의도를 중시하는 사람이 있었고 양쪽의 입장에 대립했다 한다. 그래서 메리 노리스는 양쪽을 절충하는 나름의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5] 나무위키에 기재된 국어국문학과 관련 내용은 2020년대 기준으로 서술된 것이므로, 외국어에 대해 개방적인 사례도 많이 서술되었지만,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에는 많이 보수적이었다. 그래서 70~80년대생들이 이런 학풍에 자신도 모르게 세뇌되는 경향이 있었다. 일례로, 언어가 생각을 규정한다는 식으로 가르치는 강사는 일본어에 수동태 표현이 많아서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 행세를 한다고, 수동태 문장은 그런 점에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국문과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문학 청년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타인의 주장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같이 공감해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진로를 출판 계통으로 정한다는 것 자체가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선 선택이다 보니, 순진한 사회초년생들이 잘못된 관념을 받곤 한다.[6] 심지어 교열자 중에는 국어국문학과 출신이 아닌 경우도 있다. 특히 전공이 종교 계통이면 해당 종교의 성향과 맞물려서 업무 스타일도 교조적인 성향을 띤다.[7] 그래서 현직 교열 기자인 엄민용 씨가 이런 점을 자주 지적하지만, 아직은 널리 알려져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8] 사실, 한 가지만 잘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9] 이러한 사람들 중에는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사회적 의사소통장애가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경우는 악의는 없다지만, 이런 사람이 나의 업무를 지도하는 교열계 선배라면? 그런 점에서 다른 직종에 비해 직장 생활이 험난할 수 있다.[10] 출판계에서는 여러 업무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자가 교열자를 겸하기도 하는데, 기자 또한 교열 업무를 맡으면 교열자의 나쁜 점을 그대로 답습하기 쉽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경우는 자기가 취재 하는 전문 분야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은 어중간한 기자가 그냥 있어 보이는 척하려고 디자이너 상대로 갑질 하는 케이스라고 봐야 한다.[11] 이오덕 선생이 저술한 책에서 이런 문제가 드러난다. 사실 이분은 언어학자나 국문학자가 아니므로, 아마추어식 넘겨짚기를 하기 쉽다는 약점이 있다. 문제는 이분이 워낙 술술 잘 읽히는 글을 쓴 탓에 글 잘쓰려고 이분의 책을 사서 읽은 독자들이 이분의 잘못된 생각까지 고스란히 흡수했다는 것이다. 여담으로 이오덕 선생은 진보 진영의 김지하 시인 배척을 동조하여 비판받기도 하는데, 이런 점이 언어관에도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12] 여러 업무를 겸하게 하면서 교열자를 여럿 두는 건 비효율적이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회사에서 한 사람에게 여러 업무를 맡기는 것은 그 사람이 업무 전반을 파악할 기회를 주기 위함인 것이고, 교열자를 여럿 두는 것은 보통 외국어로 쓴 글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생소한 분야인 경우가 많아서, 그 생소함을 없애기 위함이다. 그런데 윗분들 의도와는 달리, 교열만 한 사람의 언어 감각은 일반인들과 달라서,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문장을 못 쓰는 경우도 있다. 애초에 자연스럽게 글을 고치려면, 글에서 다루는 분야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걸 자기식으로 소화해서, 아예 처음부터 글을 새로 쓸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평생 인간 맞춤법 검사기로 길들여진 교열자에겐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13] 제조업으로 치면 물건 다 만들어 놓고 때 빼고 광내는 작업 정도이다.[14] 업무 특성상 편집증이나 강박장애가 생기기 쉽기도 하지만, 원래 그런 성향이라 일반적인 업무에 부적합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교열만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완장을 차게 되면 똥군기를 부리게 되고, 그 밑에서 일을 배운 사람들이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그런 사람들이 양산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15] 후술하겠지만, 교열 업무를 배우는 사람들 중에 순진한 문학 청년 스타일이 많아서 가스라이팅 대상이 되기 쉽다. 다만 교열은 편집부의 여러 업무 중 하나일 뿐이라, 연차가 쌓이면서 다른 업무도 배우면 금방 세뇌에서 빠져나온다. 문제는 일부 순진한 척하는 직원인데, 이 경우는 애초 미디어계로 들어온 목적이 글빨로 인맥 쌓아서 출세하려는 것이라, 부수적인 업무인 교열을 알바생이나 프리랜서에게 갑질하기 위해 악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나는 소심하고 별 능력도 없어서 교열 말고는 아무 것도 못한다라고 자기 자신을 섣불리 규정지어서는 안 된다. 되도록이면 눈과 귀를 열고 다양한 분야를 배우려는 자세를 윗선 실무자들에게 어필하면, 그 적극성을 보고 기회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어차피 상당수는 인력이 부족한 회사들이라, 배우려는 의지만 있으면 기회는 준다.[16] 예를 들면 골프에 대해 전혀 모르는 국문과 출신이 골프의 스코어 개념을 점수 개념으로 오해하고, 언어 순화 차원에서 스코어 100을 100점이라고 바꾸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스코어 100은 100타를 의미한다. 이건 기준 타수인 72타보다 무려 28타를 더 많이 친 거라서 백돌이라고 놀림감이 된다. 또한 수소 이온 농도 지수 기호도 문과 출신들은 십중팔구 두문자어로 오해해서 애초에 pH라고 바르게 표기한 걸 Ph라고 틀리게 바꿔 놓기 쉽다.[17] 예를 들어 일반적인 사람이면 스코어 100이랑 단어를 봤을 때, 아 골프 용어인가 보다하고 넘어가지만, 어문 관련 전공자들은 스코어라는 단어에 꽂혀 상상의 나래를 펴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애초에 골프 용어집을 찾아봤다면 생기지 않을 문제였겠지만 말이다.[18] 애초에 단어 자체가 영어이며, 실제 발음은 매리골드이다. 참고로 마릴린 먼로는 영어 발음 기준으로 매릴린 먼로라고 표기하도록 했다. 이처럼 기준에 일관성이 없는 것은 국립국어원에 영어 무식자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배우 Meg Ryan을 한글로 어떻게 표기하냐는 질문에 발음 기호 몰라서 답변을 못 드린다라고 하기도 했다.[19] 과거에는 호흡이 긴 문장을 문장력의 척도로 보았기 때문에 쉼표를 자주 써서 호흡을 끊는 것을 좋지 않게 본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를 지도하는 분이 되도록이면 쉼표를 자주 쓰지 말라고 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서구권에서 유학하신 분의 경우, 콤마 사용법을 철저히 지키는 언어 습관이 우리말로 글을 쓸 때도 반영되었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호흡을 짧은 문장을 선호하는 추세다. 특히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 싸이월드 감성글, 트위터 글 같은 스타일이 은연 중에 영향을 미쳐서 젊은 세대로 갈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20] 앞서도 언급했듯이, 국문학과 출신이나 출판 계통 지원자 중에 문학 청년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많아서 남을 쉽게 의심하지 않다 보니, 말도 안 되는 똥군기를 부려도 내가 부족한가 보다하고 자책하거나, 몸에 좋은 약은 쓰다면서 애써 좋게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21] 그런데 그렇다고 교열 분야에 진출하는 사람들이 모두 문학 청년들은 아니다. 우리나라 교육 제도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문과이과를 엄격히 구분하는 경향이 강한데, 90년대까지만 해도 교차 지원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종합학문적인 성격을 띠는 학과도 무리하게 이과로 분류하여 문과가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가사 과목 성적이 우수하더라도, 식품영양학과, 의류의상학과처럼 이 과목과 밀접한 학과는 이과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문과 학생은 지원하지 못했다. 또한 수능 시험 도입 이전에는 교차 지원 자체가 없어서 한 곳에만 원서를 써야 했기 때문에, 순간의 실수로 적성에도 안 맞는 학과에 지원한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학생들의 진로를 융통성 없이 제한한 교육 제도 탓에 애초에 적성에 안 맞는 학과에 잘못 지원하고, 취업 길이 막히니까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교열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고문헌에 해박한 진짜 전문가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학문적 깊이가 딸리니,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똥군기를 부리게 되는 것이고, 이런 사람들 밑으로 들어오는 신입들 중에 순진한 부류가 많다 보니, 만만한 가스라이팅 대상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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