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9-01-14 21:19:24

공화제

공화국에서 넘어옴
파일:나무위키+넘겨주기.png   관련 문서: 정치, 정치 외교 관련 정보
국체 및 정체의 구분
{{{#!folding [ 펼치기 · 접기 ] 국체 파일:왕관.png
군주제
파일:프리기아 모자.png
공화제
정체 민주주의입헌군주제민주공화제
대통령중심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민주집중제
독재전제군주제귀족공화제
과두제
집단지도체제
참주정군정
}}}||
파일:프리기아 모자.png
프리기아 모자[1]
1. 개요2. 어원
2.1. 쓰임
3. 세부 내용4. 공화정은 단지 군주가 없는 체제를 일컫는 말인가?5. 유형6. 사례7. 어록8. 기타

1. 개요

共和制

군주제와는 상대되는 개념으로 국가의 주체를 시민 공동체 전체로 확대한 체제를 말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공화 정치를 하는 나라.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나라를 이른다고 정의되어 있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민국이 있다. 많이 오해되지만, 공화국이라는 말은 단순히 '군주가 없는 체제'를 일컫는 말은 아니다.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하는 행위에 사적인 것을 배제하는 체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자세한 건 후술.

2. 어원


라틴어에서 공화국을 일컫는 명칭인 Res publica는, 직역하면 '공공의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공화국은 공공재산이라는 의미에서 군주국(군주의 사유재산)과 구분된다. 그리고 res publica의 단수 탈격이 Republica인데, 이는 영어 republic의 어원이다. 영어 외에도 네덜란드어(Republiek), 독일어(Republik), 러시아어(Республика), 스페인어(República), 이탈리아어(Repubblica), 프랑스어(République) 등 많은 언어에서 라틴어 유래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몇몇 국가들에서는 Res publica를 직역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폴란드어의 경우 공화국을 뜻하는 말은 역시 라틴어 유래인 Republika이지만, 자국을 지칭할 때만 특별히 제치포스폴리타(Rzeczpospolita)라는 말을 사용한다. 헝가리어의 쾨즈타르셔샥(Köztársaság)이나 태국어의 사타라나랏(สาธารณรัฐ) 역시 같은 의미. 아랍어 줌후리야(جمهورية)도 Res publica를 직역한 명칭인데, 이 명칭은 스와힐리어(Jamhuri), 터키어(Cumhuriyet), 페르시아어(جمهوری) 등에서도 차용되어 쓰이고 있다. 영어에서 공화국을 일컫는 또 다른 표현은 Commonwealth 역시도 Res publica의 직역이다.

현재 한국에서 쓰고 있는 '共和'는 저 멀리 주나라 시대에 기원을 둔 말이다. 서주의 10대 왕인 여왕(厲王)이 간신을 가까이하는 등 악정을 펼치자 기원전 842년 반란이 일어나 여왕이 축출당하고 14년 동안 왕이 없었던 시대가 있었는데 이를 '공화' 시기라고 불렀다. 출처 죽서기년에 의하면 공(共)국의 후작인 화(和)가 천자의 업무를 대행했다고 하며, 사기에 의하면 소공과 주공(周公) 두 상(相)이 다스렸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국인(國人)은 세금과 병역을 담당하는 계층으로, 이들의 주도에 의해 왕이 물러났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의가 있는 사건이다. 다만 두 상(相)에 의한 통치이든 공백 화에 의한 통치이든, 서주의 공화시대는 태자 정(이후의 주선왕)을 위해 임시로 국정을 맡은 것에 가까워서 공화국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2] 근대 일본에서 왕이 없는 정치체를 번역할 말을 찾다가 왕이 없던 이 시기의 명칭을 가져온 것인데, 마침 한문의 뜻도 Res publica와 완전히 무관하지 않아 적절한 번역으로 굳어졌다.

비슷한 시기 중국에선 Republic을 '민국(民國)'으로 번역했다. 대만민국, 중화민국, 대한민국을 제외하면 거의 쓰지 않는 단어다. 이젠 원조마저도 '공화국'을 쓴다 한편으로는 몽골어의 북드 내람다흐 올스(бүгд найрамдах улс)도 직역하면 '모두가 조화로운 나라'로, '共和國'을 직역한 명칭. 사실 라틴어 Res publica를 키케로가 Res populi(국민의 것)[3] 뜻을 생각한다면 '민국' 역시도 매우 좋은 번역이라 할 수 있다.

그리스어에서는 공화국을 뜻하는 말이 민주주의와 같은 디모크라티아(Δημοκρατία)이며, 아이슬란드어(Lýðveldi)나 아일랜드어(Poblacht)로 공화국을 뜻하는 말도 '민중에 의한 지배', '민중의 나라' 등으로 민국과 비슷한 유래를 가지고 있다. 그 외의 경우 핀란드어 타사발타(Tasavalta)는 평등한 나라라는 뜻이고, 에스토니아어 바바리크(Vabariik)는 자유로운 나라라는 뜻이다. 힌디어 가나라자(गणराज्य)는 공동체의 나라라는 뜻.

2.1. 쓰임

대한민국헌법 제1조 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선언하였다. 그래서인지 광복 이후 대한민국 현대사를 서술할 때 헌정체제 변화를 기준으로, 제5공화국처럼 '제n공화국'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은 공화국이다.

한국어에서는 무언가가 한국의 대부분을 대표한다는 뉘앙스로 쓰이거나 너무 비중이 높아 아예 다른 나라로 쳐줘야한다는 비아냥스러운 의미를 내포할 때 '○○공화국'이라는 표현을 즐겨쓴다. 사고공화국, 과외공화국, 경제공화국, 삼성공화국, 서울공화국 등등.

북한 사람들이 자국(북한)을 가리킬 때 흔히 '공화국'이라고 한다.현실은...

러시아의 최상위 행정구역 단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연방국가인 러시아에서는 공화국이 연방제의 주에 준하는 자치권한을 가진다.

소련, 유고슬라비아,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공화국이 최상위 행정구역 단위였다. 이들은 모두 연방국가였고 공화국이 영국의 홈 네이션(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등) 정도의 자치지역으로 보았지만, 명목만 그랬고 실제로는 사회주의 국가답게 중앙집권제가 강한 나라였다. 현재는 사회주의 정권이 무너지면서 당시에 공화국으로 지정되었던 곳이 전부 독립했다. 나름대로 선견지명(?). 그러나 소련에서 한때 공화국이었다가 폐지된 지역은 여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있다.

3. 세부 내용

공화제의 유래는 선출된 대표자가 국가원수가 된다는 맥락에서는 고대 그리스로 추정되지만 직접적으로 고대 로마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학술적인 용어로는 르네상스 시기의 정치가였던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저서 중 하나로 공화정에 대해 자세히 다룬 로마서 논고에서 언급되었으며 그는 그리스의 민주정과 로마의 공화정을 확실히 구분했고 나아가 공화정에 대한 고찰까지 했다.

특히 마키아벨리는 헬레니즘 시대의 그리스 역사가 폴리비오스가 주장한 이론인 정체순환론을 거론하며 좋은 정치체제 3가지와 나쁜 정치체제 3가지를 언급했다.[4] 일찍이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주장된 이론으로 좋은 정치는 왕이 지배하는 군주정, 귀족이 통치하는 귀족정, 그 다음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시행된 민주정을 포함하고 있으며 나쁜 정치체제는 좋은 정치체제들이 타락한 형태로 폭군이나 암군이 지배하는 참주정, 극소수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과두정, 중우 정치가 만연하는 중우정으로 분류된다.

일단 정체순환론에선 정치체제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타락해 다른 정치체제로 교체되는지 언급하고 있다. 우선 맨 처음 군주제로 출발한다면 언젠가 필연적으로 폭군이나 암군이 등장하는 참주정으로 타락해 결국 귀족들이 통치하는 귀족정이 들어서게 된다. 허나 얼마 지나서 귀족정 또한 세습에 세습을 거듭하며 자격 없는 자들의 폭주로 이어져서 과두정으로 타락한다. 그리고 결국 다수가 지배하는 민주정이 들어서게 된다. 허나 이민주정마저 소수의 포퓰리즘 정치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중우정으로 타락하게 되고 다시 군주정으로 돌아가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지금처럼 3권분립과 헌법재판소 같은 권력 상호 견제가 부재하니 이렇게 되는 거 당연하다.

허나 로마는 건국 이후부터 에트루리아 출신의 왕들의 지배와 이후 귀족정에 의한 억압적인 정치로 평민들의 반발과 파업으로 민주정을 채택하기 전 그리스로 사람을 파견해 민주정에 대해 알려고 했으나 돌아온 이들이 그리스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전해주자 결국 기존의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이 결합한 자신들만의 정치체제를 구상했다. 바로 왕을 대체했던 집정관과 건국 당시부터 존재했던 원로원, 평민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민회가 그것이었다.

로마의 공화정은 붕괴되었으나, 중세의 베네치아 공화국, 제노바 공화국 등 이탈리아 도시국가에서 공화정은 명맥을 이어가고,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체계화하면서 비로소 정치학적 의미의 '고전적 공화주의'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는 루소 등에 의해 근대적 의미에서 이론화되고 미국 혁명, 프랑스 대혁명 등을 거치며 현대국가까지 계승되게 된다.

고대 그리스식 민주주의는 현대 민주주의와는 달리 '단순 다수정'의 의미이다. 말 그대로 집단지성 데모스(다수)가 다스린다는 의미일 뿐이다. 따라서 '다수당의 폭정' 같은 개념은 그리스식 민주정에서는 나올 수가 없고, 로마식 공화정과 이를 계승한 공화주의에서 나온 개념이다.[5] 현대 민주주의는 그리스식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수정하여 '단순 다수정'을 옹호하지 않으며, 권력 분립이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면, 행정부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입법부는 민회의 성격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사법부는 엄선된 엘리트들이 이끈다. 물론 로마로 비유하자면 집정관에 해당하는 대통령이 국민의 선거로 뽑힌다는 점에서, 다수의 의견을 더욱 강조한 체제이기는 하다.

4. 공화정은 단지 군주가 없는 체제를 일컫는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공화 정치를 하는 나라.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나라를 이른다
- 표준국어대사전, '공화국' 항목

흔히들 공화국이라고 하면 단순히 '군주가 없는 체제'로 오해하지만, 군주의 부재는 공화국의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다. Re publica(공화국)라는 표현부터가 '공공의 것'이라는 의미이다. 북한처럼 '공화국'의 간판을 걸어놓고 이를 실천하지 않는 국가는 많았지만, 그럼에도 공화국이라는 체제 자체는 Res publica의 뜻을 간직한 체제이다.

고대 로마의 공화정에서 로마의 주인은 시민들이라는 것이 이념적으로는 결코 포기되지 않았고, 집정관과 원로원과 민회의 균형에 의하여 체제가 유지되었다.[6] 비록 편의상 현대에는 아우구스투스부터 군인 황제 시대까지를 원수정(Principatus), 디오클레티아누스부터를 전제정(Dominatus)라고 부르긴 하지만 로마의 주인이 시민들이라는 것은 1453년에 멸망할 때까지 결코 부정된 적도 없고, 실질적으로도 어느 정도 유지되었다. 비록 오늘날의 서구 국가들과 비교한다면 시민들의 권리가 미미해보일 수 있지만 '자유로운 시민 공동체'를 로마 공화국이 지향했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고대는 물론, 동로마 제국에서도 이 사상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에 대한 분석으로 나온 것이 현대의 "비잔티움 공화국", 즉 공화제국 이론.[7]

이탈리아의 도시 공화국들도 비슷하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공화국들은 소수의 가문이 통치하는 과두정적 요소가 많지만 어디까지나 오늘날 기준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언급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의 공화국들이 궁극적으로는 많은 시민들의(최소한 당시의 기준으로는 '많은') 정부 및 주권에 대한 참여를 지향하는 시대를 앞선 선진적인 체제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구체적 예시를 들어보겠다. 중세 이탈리아 도시 공화국들은 공회(consiglio)에 기반을 둔 대의제 정부였고, 공회는 국민 또는 도시를 대표했다. 이러한 성격의 대표성은 특히 대공회(consiglio grande 혹은 consiglio maggior), 즉 대규모 회의체일수록 더욱 강했다. 정부를 이끌 인원을 뽑는 임무는 공직선출위원회들에 맡겨졌는데, 이 공직선출위원회들은 모든 후보들이 공직에 선출될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했다. 13세기 말 시에나 공화국에서는 전체 시민 4만 내지 5만 명 내에서 2천 내지 3천 명의 시민들이 공직을 담당했다. 그리고 이러한 참여가 이탈리아 공화국들에서는 성문법에 의해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있었다. 게다가 시에나에서는 최고위직인 9인위원회에 선출되는 정치인은 임기 2개월이 끝나면 20개월의 쿨타임을 기다려야 다시 선출될 수 있었다. 심지어 이건 추첨으로 선출되는 거라서 한 명이 수십 년간 계속 해먹는 게 불가능했고, 혈족이나 사업 관계자가 다른 공직을 맡고 있다면 9인 위원회 선출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게다가 임기가 끝나면 감사위원회(마지오르 신다코, Maggior Sindaco)에게 심사를 받아야 했고, 제노바의 경우에도 감사 조직(신다코)이 있었다. 또한 1542년 루카 공화국의 최고위 집정관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민중에 기반을 둔 정치체제, 100명 가량의 대표들 앞에서가 아니면 결코 정치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라고 자랑스럽게 선언했다. 즉 실제 역사상의 공화국들은 결코 '군주의 부재' 수준으로만 이 체제를 이해한 게 결코 아니다.

'공화정'이라는 말은 '민주정'이라는 말과 굉장히 그 뜻이 비슷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데모스(다수)가 다스린다는 아테네 민주정과는 달리, 오늘날의 민주정은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비판을 수용했으며, 르네상스 시대에 활발히 논의된 고전적 공화주의는 '아테네 민주정'과 '로마 공화정'을 모조리 참조한 사상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수렴 진화를 했다는 소리. 그래서 Merriam-Webster 사전에서는[8] 공화정과 민주정의 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민주정(Democracy)에 대한 질문 중 가장 흔한 것은, 맞춤법이나 발음이나 단어 자체의 의미와는 관련이 없다. 그 질문은 "미국은 민주정인가? 공화정(Republic)인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의미에 관한 많은 질문처럼 "상황에 따라서" 정도가 된다.
어떤 사람들은 민주정이라고 불리는 나라는, 대표자를 뽑기보다는 주(state) 또는 지역의 사람들이 정책에 직접 투표하는 순수한 의미의 민주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추론을 따르는 사람들은 미국이 공화정으로 더 적절하게 묘사된다고 생각하고, 공화정의 다음 정의를 사용한다. "최고 권력이 투표권이 있는 시민들에게 있으며, 그들과 법치를 책임지는 대표자 및 선출직 공무원에 의해 행사되는 정부"
하지만 민주정과 공화정은 하나의 의미만을 가지지는 않으며, 우리가 민주정에 대해 내린 "최고 권력이 인민에게 있으며, 정기적인 자유선거를 흔히 수반하는 대표자 시스템에 의해 인민들이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행사되는 정부"라는 정의는 공화정에 대한 정의와 매우 흡사하다.
따라서 누가 미국이 민주정인지 공화정인지 묻는다면, "둘 다" 혹은 "상황에 따라서"라고 대답할 수 있다.
- 출처

그리고 이러한 말에 따르면, 현대의 민주주의+입헌군주국들도 공화국적 요소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비록 민주 입헌군주국에는 세습되는 왕이 존재하지만, 이런 나라의 왕은 자기가 속한 나라를 사적으로 소유한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주권은 엄연히 각국 국민에게 있다.

5. 유형

6. 사례

7. 어록

시작하겠습니다. 공화국은 국민의 것입니다. 국민이란 대중의 아무 연합이나 일컫는 것이 아니고 법정의(法正義)에 대한 동의와 이익의 공유에 의해 결속된 연합입니다. 한편 인간이 결속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인간들의 연약함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어떤 것, 마치 군집성(congregatio) 같은 것입니다. 사실상 인간은 홀로 떠도는 종류가 아니라, 모든 것의 풍부함을 부여받았어도 사회 속에서 사는 것이 자연에 의해서 강제되도록 태어난 것입니다.

(중략)

그러므로 한 사람의 잔인함에 의해서 전체가 억압받고, 또 하나의 법적인 유대나 합의나 계약된 결속, 즉 국민이 존재하지 않을 때에 누가 그것을 국민의 것, 즉 공화국이라 하겠습니까?
-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9]
로마인을 연구하는 사람은 4백 년 동안 로마인이 왕이라는 호칭을 아주 싫어했고 고향 도시의 영광과 안녕을 열정적으로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또 로마의 역사에서 로마인들이 이 두 가지(왕정에 대한 증오와 공화정에 대한 사랑)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많은 사례들을 발견한다. 만약 누군가가 로마 군중이 스키피오에게 내보인 배은망덕에 대해서 거론한다면, 나는 이 주제에 관련하여 위에서 개진한 논증을 가지고 답변을 삼으려 한다. 나는 위에서 군중은 군주보다 덜 배은망덕하다고 누누이 말했던 것이다. 또 신중함과 안정성에 대해서도, 인민이 군주보다 더 신중하고, 더 안정적이고, 더 잘 판단을 내린다고 말하고 싶다. 인민의 목소리를 하느님의 목소리에 비유하는 것은 결코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인민의 의견은 그 예측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그래서 인민은 어떤 신비한 힘의 지원을 받아 그 자신의 좋은 운명과 나쁜 운명을 미리 예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서도 인민은 탁월하다. 그들은 똑같은 능력을 가진 연설자가 서로 다른 편을 위해 찬반 연설을 하는 것을 들으면, 거의 언제나 그중에서 제일 좋은 의견을 선택하며 또 그들이 듣는 연설의 진실을 곧바로 알아본다. 인민이 이렇게 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다. 물론 진정한 용기와 외면적 유용성의 문제와 관련하여,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인민도 실수를 한다. 그러나 이에 비하여 군주는 그의 흥분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에 인민들에 비하여 실수의 빈도가 훨씬 높다. 행정관을 선출하는 데 있어서도 인민은 군주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한다. 타락한 습관을 가진 악명 높은 인사를 공직에 추천할 때, 인민은 결코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반면에 군주는 아주 손쉽게 그것도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그런 부패한 인사의 임명에 동의한다. 인민은 어떤 것을 싫어하면 몇 백 년이 흘러가도 동일한 의견을 유지하는 데 비하여 군주는 그렇지가 못하다. 이 두 가지 사항에 대하여 로마인들은 아주 훌륭한 증인이다. 4백 년 동안 4백 번에 달하는 집정관과 호민관의 선거가 있었지만 로마인들이 나중에 후회한 선택은 불과 네 번 미만이다.

내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로마인은 왕이라는 직위를 너무나 싫어했다. 그래서 어떤 시민이 아무리 큰 공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그걸 빌미로 왕위에 오르려 하는 자에게는 정당한 징벌을 내렸다. 이외에도 인민이 권력을 잡고 있는 도시들은 엄청난 정벌전을 재빨리 감행할 수 있으며 늘 군주의 통치 아래 있었던 도시들보다 더 위대한 정복전을 성사시킬 수 있다. 가령 왕들을 쫓아낸 후의 로마와, 페이시스트라토스로부터 자유롭게 된 아테네가 그러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인민에 의한 정부가 군주에 의한 정부보다 훨씬 좋기 때문이다. 위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 인용된 역사가들의 논평을 가지고 나의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삼지 말기 바란다. 왜냐하면 우리가 인민들 치하의 무질서와 군주 치하의 무질서, 인민들 치하의 영광과 군주 치하의 영광을 모두 검토해 본다면, 선량함에 있어서 인민이 훨씬 우월하다는 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중략)

사악한 군주는 말로 설득하기가 어렵고, 그를 제거하는 데에는 칼 아니고는 다른 대응책이 없다. 이로 미루어 우리는 인민과 군주의 사악함에는 질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민의 질병은 말로써 고칠 수가 있지만 군주의 병은 칼을 써야 고칠 수가 있다. 따라서 말이 아니라 칼을 써야 고칠 수 있는 질병이 훨씬 더 위중한 상태라는 것은 누구나 미루어 판단할 수 있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로마사 논고>, I, 58 中

8. 기타

픽션에서는 공화국이라는 것이 강조되는 경우는 주로 제국, 왕국 등 전제군주정 국가와 대립하는 구도의 작품들이다. 그런데 왕국보다는 제국이 스케일이 크고 멋있어 보이기 때문인지(?) 적대 세력의 칭호는 대부분 제국이다. 공화국과 제국의 싸움의 문화적 모티프는 프랑스 공화국독일 제국제1차 세계 대전이며, 이후 프랑스 측에서 가담했던 영국과 미국 (특히 미국)의 문화계에서 이 모티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기 때문에 주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선한 공화국 대 전제정치의 악한 제국"의 형태로 문화계에 전파되었다. 이와 같은 레토릭은 이후 (적어도 유럽과 서구권 문화 안에서는) 전제적 파시즘을 내세운 추축국과 영국, 프랑스, 미국이라는 세 민주주의 국가를 주축으로 한 연합국과의 전쟁인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며 더욱 강화되었다. 후에 이 국가들(특히 미국)이 세계의 문화시장을 석권했기 때문에 이 모티프는 문화권을 막론하고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스타워즈. 현대 시민들은 대부분 공화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쓸데없이 강하고 무섭게 나오는 제국과는 정반대로 공화국은 현대인들이 이입하기 쉽도록 상대적으로 약한 선역으로 나오는 일이 많다. 물론 에선 최강대국 공화국에게 덤볐다가 쳐발리는 제국이 여럿 있었지만(...) 미국이 공격해오자 수비 하다가 개털린 제국도 있다(...) 이런 작품들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공화국 vs 제국 문서 참고. 다만 룬의 아이들에 나오는 트라바체스 공화국의 경우, 매우 국정이 혼란스러우며 주위엔 죄다 왕국들인데도 아무도 트라바체스를 정복하려 하지 않는다.[10]

한국 판타지 소설에서는 어떤 나라가 혼자 공화국이 되는 혁명을 벌였다가, 사방에서 다굴당해서 나라가 망해서 전설이 된다는 이야기가 클리셰처럼 재탕된다. 실제 현실에서 있던 최초의 그 사례는 기본적으로 프랑스 혁명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모티브인 프랑스는 주변국들에게 집단으로 다구리를 당하면서도 끝내 주변국들을 모두 다 쳐바르고 점령하고 강제로 지배까지 해냈다(...). 사실 공화국의 최후는 프랑스가 그러했듯 외부의 적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독재자가 나타나서 "혁명은 끝났다."라고 선언하면서 찾아온다. 토탈 워: 쇼군2/사무라이의 몰락에서는 다들 천황 or 막부를 지지하는 가운데 혼자 공화국을 선포할 수가 있는데, 페널티가 꽤 심해서 높은 확률로 다굴당해서 위의 문장을 실현할 수 있다. 또, 토탈 워: 엠파이어에서도 고의적으로 혁명을 일으켜 공화정으로 정치 체제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왕정 팩션과의 심각한 외교 패널티가 있어 다굴당할 확률이 높으니 주의.[11]

북한에서는 스스로를 일컫는 약칭으로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은 기다란 공식국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줄여 부를 때 조선, 북조선, 인민공화국, 공화국 등을 쓴다.

[1] 고대 로마에서 노예가 자유인이 될 때 썼던 모자로, 현대에는 자유해방, 공화정의 상징으로 쓰인다. 니카라과의 국기와 국장 및 아르헨티나의 국장에도 이 모자가 그려져 있다. 미국 상원의 상징이기도 하다.[2] 사마천사기의 연표를 공화 원년부터 작성했는데, 이때의 반란으로 기록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3] populi는 국민보다는 인민에 가까운 어휘이지만, 키케로는 이를 법정의에 대한 동의를 전제한 결속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기에선 국민에 더 가깝다.[4] 이 두 가지의 정치체제는 공통점으로 왕과 귀족, 민중의 3가지 요소를 뜻한다.[5]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최정욱 교수의 논문 <‘Democracy’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다수정이다: 공화주의와의 차이를 논하며>를 참조.[6] 이는 오늘날의 삼권분립에 힌트를 준 획기적 개념이였다.[7] 통사가 아니라 이 주제에만 집중해서 펴낸 책으로는, 최근 학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동로마 학자 Anthony Kaldellis의 <The Byzantine Republic>이라는 2015년작 저서가 있다.[8] 미국 영어계의 본좌급 영어사전이다.[9]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그분 맞다. 이 표현은 키케로의 <국가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용된 표현이다.[10] 딱히 이득이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그런 듯하다. 추운 기후에 산업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허구헌날 자기끼리 싸워대니 정복 후에도 안정시키기도 까다로울 듯하니 쳐들어가봤자 좋을 일은 별로 없을 듯하다. 거기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공격하기도 꽤 애매하기도 하고.[11] 메이저 팩션들은 네덜란드빼고 다 왕정이다!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