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5-14 20:58:52

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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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관련 설화3. 대중매체

1. 개요

신라의 귀신이며 불의 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삼국유사 제4권 의해'에 지귀에 대한 기록이 있다. 혜공이 영묘사의 몇몇 곳에 새끼줄을 둘러치고 3일 후에 풀라고 하였다. 과연 3일 만에 선덕여왕이 영묘사에 방문했을 때 지귀가 탑을 불태웠으나 혜공이 새끼줄로 맨 곳은 타지 않았다. 삼국유사에서는 '지귀'라는 귀신과 영묘사 탑의 화재 사건만 살짝 언급할 뿐이다.

본래는 신이담(神異譚)의 일종으로, 《수이전(殊異傳)》에 실려 전하고 있었으나 이는 소실되었고 이후 권문해가 저술한 《대동운부군옥》 권20에 대강의 줄거리의 형태로 실렸으며 이외에도 이야기의 파편 정도가 삼국유사에 실려 지금까지 전한다고 한다. 한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심화요탑설화'로 표기하고 있으며 중국의 불교설화집에 실려있는 '술파가설화(術波伽說話)'와 기본 얼개가 유사함을 근거로 들어 종교적 계도 목적이 강한 불교 설화가 신라로 전래되면서 종교색은 다소 빠지고 신라 고유의 풍토에 맞는 이야기로 변했다고 보기도 한다.#

똑같이 삼국유사에 나오는 양지(良志)와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있는데 일단 이름인 志 성분을 포함해 음운적으로 유사한 데다 이 인물이 선덕여왕 시기 영묘사의 현판을 제작하고 그 절의 불상을 조각하였기 때문이다.

2. 관련 설화

지귀는 활리역(活里驛) 사람인데 하루는 서라벌에 나왔다가 지나가는 선덕여왕을 보았다. 그런데 여왕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그는 단번에 여왕을 사모하게 되었고 끝내 미쳐 버렸다.[1]

어느 날 여왕이 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지귀가 자신을 사모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귀를 불렀다. 여왕이 절 안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동안 지귀는 바깥 탑 아래에서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었는데 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여왕은 지귀의 잠자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금팔찌를 뽑아서 자고 있는 지귀의 가슴에 놓고 갔다.

잠에서 깬 지귀는 여왕의 금팔찌를 발견하고 너무 기쁘고 아쉬운 나머지 더욱 더 사모의 정이 불타올라 몸에도 불이 붙어 불귀신으로 변해버렸고[2][3] 지귀가 불귀신이 되어 온 세상을 떠돌아 다니자 사람들은 두려워하게 되었다. 이에 선덕여왕이 백성들에게 주문을 지어 주어 대문에 붙이게 하니 이후 백성들은 화재를 당하지 않게 되었다. 이때 여왕이 지어준 주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志鬼心中火 - 지귀가 마음에 불이 나
燒身變火神 - 몸을 태워 화신이 되었네.
流移滄海外 - 마땅히 창해 밖에 내쫓아
不見不相親 - 다시는 돌보지 않겠노라.

서두에도 언급되었듯 이것이 구전으로 내려오다가 문자로 정착된 설화다 보니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이 지귀라는 인물의 행보와 결말이 다르게 나오는 이본(異本도 몇몇 존재하는 모양. 일례로 최래옥 교수가 수집하여 정리한 민담설화집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 열린다》의 4권 사랑 편에 실린 지귀 설화에서는 선덕여왕을 흠모한 끝에 화신(火神)이 되어 선덕여왕이 다스리는 신라에서 화재가 나지 않도록 공을 들였다고 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원통한 불귀신이 되어 신라에 화재를 일으키고 다녔다는 결말의 설화와 대비되는 또 다른 결말이다.[4]

한편 그가 잠들었던 영묘사는 삼국사기 기준으로 문무왕 재위 초반부에 집중적으로 화재 사고가 일어났던 곳인지라 그와 연관성이 주목된다.

3. 대중매체

  • 지귀 설화는 20세기에서도 다루어졌는데 전설의 고향삼국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70년대 한국의 전설을 이야기해 주는 라디오 '전설 따라 삼천리'에서도 이 이야기를 다루었다.
  • 전설의 고향에서는 지귀에 여러 가지 설정을 더해 몽환적인 연애 이야기로 고쳐썼다. 지귀는 선덕여왕에 대한 애정이 깊어 밤마다 꿈 속에서 선덕여왕과 만났으며 그 때마다 위기에 대한 예언과 해결책을 알려주었다. 선덕여왕은 이 꿈에서 만나는 지귀-아름다운 미남으로 변해 나타난 화랑-의 조력 덕에 많은 위기를 이겨낸다. 그리고 선덕여왕 역시 이 꿈속의 남자를 그리워하게 되고 그를 찾아 절로 가 보지만 그곳에서 본 것은 잠들어 있는 거지뿐이었다. 당연히 그가 꿈속의 남자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고 안쓰런 마음에 팔찌를 주고 떠난다. 이후 깨어나 팔찌를 발견한 지귀의 가슴에서 뜨거운 사랑이 불로 변하고 비가 내리며 가뭄이 끝나고 지귀는 신라의 수호신이 된다는 결말로 끝맺는다.
  • 정통사극을 표방한 삼국기는 삼국시대의 기록이 많지 않아 정사(삼국사기)와 야사(삼국유사와 기타 설화들)를 적절하게 섞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지귀 설화도 극중에 등장한다. 당시 거지였던 지귀가 여왕을 사모해서 여왕이 불공을 드리는 절에 몰래 숨어서 훔쳐보고 있었는데 그만 불단 밑에서 잠이 들어 버렸고 여왕이 그에게 자신의 팔찌를 주고 떠난다. 이후 나라에 가뭄이 들어 선덕여왕이 비를 바라는 기도를 올릴 때 소신공양하면 비가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귀가 사모하는 여왕을 위해 장작더미 위에 앉아서 몸에 송진을 바르고 장작에 불을 질러 스스로의 몸을 소신공양했다. 이 때 선덕여왕은 부처가 불에 타는 환각을 보고 그 순간 비가 내리면서 내레이션으로 지귀 설화가 소개된다. 역사적 사실을 잘 믹스해서 소개했는데 드라마 자체가 워낙 알려지지 않아서 이러한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 대원씨아이의 브랜드인 이슈노벨즈에서 발간된 라이트 노벨 월하의 동사무소에 이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그냥 도 닦던 중이었으나 고아 출신이라 선덕여왕을 어머니처럼 생각하였지만 다른 중들이 선덕여왕을 비난하는 것에 분노해 덤볐다가 맞아죽어 그 원망이 화로 바뀌어 화재를 일으킨 것이며 주문도 선덕여왕이 아니라 다른 이가 선덕여왕을 사칭해 지었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야 알 길이 없지만 현대에도 한민족의 정서와 전통 주술 문화가 잘 어우러져 있는 이야기로 꼽히고 있다.
  • 50mang쏘망의 곡 중 하나인 지귀가 해당 설화를 바탕으로 한 곡이다. 이 곡에선 지귀가 스스로 불귀신이 되어 여왕에게 처단당하는 것으로 왕의 위상을 높여 주기 위해 희생된다.
  • 네이버 웹툰 갓핑크에서 이 귀신의 이름을 딴 인물이 등장했다.
  • 작가 정하연의 사극 주인공 캐릭터[5]들은 대개 극중 지귀의 환생들이다. 항상 '나는 천년을 땅속에 묻혔다가 환생한 지귀'임을 강조한다.

[1] 또 다른 버젼에 따르면 미쳐버린 지귀가 날마다 여왕을 부르며 사랑한다는 고백을 외쳐 대니 마을 사람들이 이를 듣고 미친 사람이 여왕의 이름을 욕되게 한다고 두려워해서 그가 말하지 못하도록 때렸다. 그래도 지귀는 여왕을 향한 사랑을 고백하고 외치면서 돌아다녀서 그의 소문이 널리 퍼졌다.[2] 또는 자신이 깜박 잠이 들어 여왕을 만나지 못한 것을 안타깝고 원통하게 여겨 불귀신이 되었다고도 한다. 좀 깨워주지 깨워봤자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으니 지귀가 불귀신이 된 건 어쩔 수 없는 결과이다[3] 불귀신으로 변해 버린 지귀가 본격적으로 세상을 떠돌기 전에 이 절을 불살라 버렸는데 이 절은 영묘사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 역사 속에서도 화재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4] 출전 - 최래옥,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 열린다 4』, 「불타 버린 사랑」, 미투, 1993. 6, p. 165 ~ p. 170[5] 세조, 인수대비(왕과비 한정), 명성황후, 신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