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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의가작수 (依家作祟: 집에 들러 붙어 저주를 내린다는 뜻)는 사람의 집에 숨어서 살면서 갖가지 방법으로 사람을 괴롭히고 골탕먹이는 형체가 보이지 않는 인간 같은 것[1]이다. 죽은 줄 알았던, 유계량이 투명인간으로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어서 이렇게 부른다. 조선 때 기유가 자기 집에 나타나서 고생하다가 집을 버리고 이사를 가버렸다고 한다.2. 기록
우리 이웃에 기(奇) 재추(宰樞)가 있었는데, 당대의 명현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에 기의 손자 유(裕)와 더불어 어려서부터 사귀어왔다. 재추가 죽고 내가 유와 함께 벼슬을 하다가 유는 집안일을 맡아 집에 있더니, 얼마 안 되어 주택이 흉하여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유도 또한 다른 곳으로 떠났다. 내가 그 이웃으로부터 그 얘기를 들으니, 어떤 아이 종이 문 밖에 서 있었는데, 문득 아이의 등에 무슨 물건이 붙어 무거워 견딜 수 없으므로, 어리둥절하여 집 안으로 들어가 무엇이 붙어있나 찾아 보았으나 물건은 볼 수가 없고, 꽤 오래되어 무거운 것이 등에서 떨어져 나갔으나 아이의 온몸에 땀이 흘렀다고 한다. 이 뒤로도 괴상한 일이 많아서 사람이 밥을 짓고자 하면 솥 뚜껑은 그대로 있는데 똥이 그 속에 가득하며, 밥은 뜰에 흩어져 있고, 혹 소반과 바리를 집어서 공중에 던지며, 혹은 큰 솥을 들어 공중에 돌리다가 이를 치면 소리가 큰 종소리 같고, 혹은 남새밭8채소를 모두 파서 거꾸로 심어 잠깐 사이에 말라버리게 하고, 혹은 옷장을 자물쇠로 잠갔으나 옷을 모두 꺼내어 대들보 위에 늘어놓고 폭폭이 모두 제자(題字)를 붙여 과두문자(科斗文字)의 전자(篆字)와 같이 하고, 혹은 사람 없는 아궁이에서 불빛이 갑자기 일어나고, 만약 끄는 사람이 있으면 불이 문간방에 옮겨 붙어 다 태워버리니, 이런 까닭으로 집을 버리고 거처하지 않은 지가 이미 여러 해 되었다. 유가 분연히 말하기를, “선조가 살던 집을 오랫동안 수리하지 못하니 어찌 사람된 자로써 선조를 받드는 뜻이겠느냐. 대장부가 어찌 귀신을 두려워할 이가 있겠느냐.” 하고, 곧 들어가 거처하였더니, 괴상한 일이 또 다시 일어나 밥그릇을 옮기거나 똥으로 사람의 얼굴을 칠하기도 하였다. 유가 화나서 꾸짖으면 공중에서 외치기를, “기 도사(都事)가 어찌 이와 같이 하느냐.” 하니, 얼마 아니 되어 유도 병을 얻어 죽었다. 사람들이 모두, “유의 표제(表第)15 유계량(柳繼亮)이 난리를 음모하다가 사형당하더니 그 귀신이 집에 의지하여 빌미[崇]를 일으킨다.” 하였다.
- 용재총화
- 용재총화
[1] 귀신과 특징이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