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06 12:53:34

민중 라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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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mo Vulgi
민중 라틴어
언어 기본 정보
주요 사용국 없음
원어민 없음
어족 인도유럽어족
이탈리아어파
라틴팔리스크어군
라틴어
문자 라틴 문자
Namuviki, illa arbor de cognoscentia que nos facimos crescere insemel.
나무위키, 여러분과 함께 가꾸어 나갈 지식의 나무.

1. 개요2. 역사3. 특징4. 고전 라틴어에서 민중 라틴어로의 어휘적 변화5. 고전 라틴어에서 민중 라틴어로의 문법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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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민중 라틴어(Sermo Vulgi) 혹은 속라틴어(Latina Vulgata)는 문어인 고전 라틴어[1]와 대비하여 민중들이 쓰던 구어의 라틴어를 일컫는 말로, 특히 로마 제국의 민중을 중심으로 서기 2세기에서 9세기 경에 쓰였던 구어체 라틴어를 말한다.[2]

2. 역사

로마 공화정 후기와 제정 시기는 교육받은 상류층이 사용하던 고전 라틴어와 로마가 소유한 영토 내부 각 지역의 민중들이 사용하던 민중 라틴어가 공존하던 시기였다. 고대 로마가 각종 정벌과 전쟁을 통해 영토 확장을 하면서 라틴어를 퍼뜨렸으나 이미 각 지역에서 쓰이던 켈트계 언어를 비롯한 여러 토속 언어들이 존재했다.

이들이 나중에 라틴어를 받아들이면서 본래의 라틴어와는 조금 다른 발음이나 문법적 특징들이 지역별로 생기기 시작했고 세월이 흐르면서 발화나 문법 면에서 고전 라틴어의 어려운 부분들을 생략하거나 변형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그것이 민중 라틴어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로망스어군에 속하는 모든 언어의 공통된 조상으로, 조어들 중에서는 실체가 명확히 밝혀져 기록에 남은 유일한 경우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민중 라틴어는 어휘, 문법, 발음 면에서 고전 라틴어와 차이가 많이 나게 되었고 현재의 로망스어군 언어들의 성립에 큰 영향을 주었다. 8세기 경까지는 화자가 유럽 전역에 널리 퍼져 있었으나 루마니아를 제외한 많은 라틴어 방언들이 라틴어와는 다른 언어로 분화되어 사라졌다. 이슬람에게 정복당한 북아프리카 지방에서 가장 먼저 소멸했고, 그 다음으로 프랑크족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북부에서 늦어도 9세기 초 즈음에는 고대 갈로-로망스어로, 이후 고대 프랑스어로 진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9세기 중후반 즈음에는 프랑스 남부에서도 민중 라틴어가 사멸하고 고대 갈로-로망스어를 통해 10세기 즈음에는 고대 오크어로 진화한 것으로 보이며, 이베리아 반도와 현대 루마니아어의 직계조상이 되는 다키아 민중 라틴어가 9세기 말엽까지 살아 있었으나 이마저도 10세기에는 고대 이베리아-로망스어와 루마니아어와 아로마니아어로 분화되어 사라졌다. 그래도 라틴어의 본진인 이탈리아에서는 10세기까지는 민중 라틴어가 버텼으나 이후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으로 말미암아 그 이후로는 각 지방의 방언으로 각기각기 찢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민중 라틴어는 중세 라틴어에도 영향을 주었다.

3. 특징

라틴어지만 라틴어가 아니다. 정확히는 속라틴어라는 어휘적으로는 말 그대로 라틴어의 속어와 은어가 집대성된 것이 본격적인 민중 라틴어로, 고전 라틴어 원어민은 글을 이해할 수 있겠으나 고전 라틴어 학습자는 글을 이해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오늘날 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bouche와 이탈리아어 bocca는 라틴어 bucca, 그러니까 '뺨따구'(cheek)에서 기원했고 머리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tête와 이탈리아어 testa는 라틴어 testa, 즉 뚝배기에서 기원했으며[3] 다리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jambe와 이탈리아어 gamba는 라틴어 gamba, 즉 '족발'(hock)에서 기원했다. 로망스어계는 아니지만 교황을 뜻하는 영어 pope는 속라틴어 papa, 즉 '아빠'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사전에선 고전 라틴어로 bucca는 뺨, testa는 도자기, gamba는 오금이니 얼핏 봐서는 이해가 어렵다. 고전 라틴어로 입은 os, 머리는 caput, 다리는 pes이다.

위와 같은 어휘의 차이는 한국어로 비유하자면 21세기에는 속어나 다름없는 '뚝배기(머리)'나 '족발(다리)'이 점점 넓은 용도로 쓰이게 됨에 따라 수백년 뒤, 대략 서기 24세기경이 되면 원래의 한국어 단어 '머리', '다리'란 말은 고문서에서나 볼 법한 단어가 되어 완전히 사라지고 일반인들의 일상어휘에서 '머리'란 단어는 뚝배기로, '다리'란 단어는 족발로 완전히 대체된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민중의 의미가 카라칼라 황제의 안토니누스 칙령 이후 이탈리아반도 밖까지 확장되면서 민중언어가 원어민인 라틴인보다는 과거 속주민인 켈트족 중심으로 음운이 변화하였고 서로마 제국 붕괴와 프랑크족의 지배권 확립 이후 중세 라틴어의 프랑크어 어휘가 섞여서 민중 라틴어 말기 쯤 되면 이미 고전 라틴어와는 말로 통하지 않게 된다.

4. 고전 라틴어에서 민중 라틴어로의 어휘적 변화

  • 불규칙 명사 및 동사의 규칙화 혹은 기타 규칙 동사로의 대체
    예: 고전 라틴어 동사 esse는 대표적 불규칙 동사로 영어의 'be'와 'eat'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지만[4][5] 민중 라틴어에서는 'eat'의 의미는 사라지고 대신 같은 의미의 규칙 동사인 comedere를 해당 의미로 쓰게 되었다.[6] 이 단어는 스페인어 comer(먹다) 등으로 이어진다.[7]
  • 의미의 변화
    예: 고전 라틴어에서 난로를 의미하던 focus는 민중 라틴어에서 불(火)로 의미가 바뀌었는데 스페인어 fuego(불), 프랑스어의 feu(불) 등으로 이어진다. 고전 라틴어에서 생각하다라는 동사는 cogitare라고 썼지만 민중 라틴어에서는 원래 무게가 나가다(to weigh)라는 의미였던 동사인 pensare를 대신 사용하였다. 이 단어는 cogitare 및 pensare 모두 직계 후손으로 이어졌는데 스페인어를 예로 들자면 pensare는 pensar(생각하다)가 되었고 cogitare는 cuidar(관심을 가지다)가 되었다.[8]
  • 하위 개념 단어의 상위 개념 단어 흡수[9]
    예: 원래 고전 라틴어에서 말(馬)은 equus였으나 민중 라틴어에서는 원래 짐말을 의미하던 caballus가 상위 계급 단어인 equus의 의미를 흡수하였는데 이 단어는 스페인어 caballo(말/기사), 프랑스어 cheval(수말), 이탈리아어 cavallo(말/기사) 등으로 이어진다.[10]
  • 짧은 형태의 단어 소멸[11]
    예: 고전 라틴어 단어 auris(耳) 및 agnus(새끼양)은 민중 라틴어에서 '너무 짧다는 이유로' 지소사가 붙은 형태인 auricula 및 agnellus의 형태로만 사용되게 되었다. 이 단어는 옥시탄어 aurelha(귀) 및 anhèl(새끼양), 갈리시아어 ourella(귀), 프랑스어 oreille(귀), agneau(새끼양) 등으로 이어진다.
  • 대다수 소사(小辭)[12]의 소멸
    예: 고전 라틴어에서 활발히 사용되던 소사 an, at, autem, donec, enim 등은 문법의 간편화 과정에서 소멸되었다.
  • 여러 전치사의 합성
    예: 고전 라틴어 단어 ante(영어의 before)는 민중 라틴어에서 ab ante(직역하면 from before, 즉 의미의 중복)의 형태로 자리잡았다.
  • 접미사를 이용한 동사 형성
    예: 형용사 어미 -icus에서 유래한 -icare, 지소사 -ul-에서 유래한 -ulare,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izare. 이 중 -izare는 영어의 -ise/-ize의 유래가 되었다.

5. 고전 라틴어에서 민중 라틴어로의 문법적 변화

  • 명사의 격변화가 소실 또는 극도로 단순화되었다. 고전 라틴어에는 주격, 속격, 여격, 대격, 탈격의 5격이 있었는데 주격을 제외한 나머지 격들은 모두 전치사 + 대격 형태가 대신하게 되었고[14] 종국에는 주격마저 대격이 대체하게 되면서 현재 로망스어군 언어들의 어휘는 라틴어 대격에서 유래하였다. 이탈리아어로 키케로가 Cicerone(치체로네)인 이유도 Cicero의 대격인 Ciceronem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15]
  • 관사의 문법화가 시작되었다. 본래 고전 라틴어에는 관사가 없었으나[16] 영어 the가 that에서 나왔듯 '그것'을 뜻하는 지시 대명사가 정관사로 쓰이기 시작했고 영어 a가 one에서 나왔듯[17] '하나'를 뜻하는 unus가 부정관사로 쓰이기 시작했다.[18] 문서 상단의 문장에서도 'illa arbor'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는데 여기서 illa가 정관사로 쓰인 것이다.[19]
  • 라틴어 동사의 미완료 미래 형태가 사라지고 '부정사 + habere(가지다)'의 분석적 방식로 대체되었다. 예를 들어 '나는 사랑하겠다'를 고전 라틴어에서는 동사 amare(사랑하다)를 직접 변화시켜 'amabo'라고 하지만 민중 라틴어에서는 'amare habeo'와 같이 쓴다. 이 형태는 나중에 부정사와 뒤의 habere가 축약되어 다시 단순 시제처럼 변한다.[20]
  • 부정사 구문이 quod절로 대체되었다. 본래 고전 라틴어에서는 간접화법을 사용할 때 '대격 + 부정사' 구조를 이용하였는데 민중 라틴어에서는 quod절로 대체되었다. '그는 마르쿠스가 율리아를 사랑한다고 말한다.'를 고전 라틴어로 옮겨보자면 'Is marcum juliam amare dicit.'처럼 쓴다. Is(그)가 문장의 주어이고 dixit(말했다)가 동사이며 'marcum juliam amare'가 dixit의 목적어인데 대격으로 쓰인 marcum(마르쿠스)가 부정사 amare(사랑하다)의 주어이다. 같은 문장을 민중 라틴어로 옮기면 'Ille dicit quod marcus amat juliam'처럼 영어 that절과 유사한 구조가 된다.

참고 자료


[1] Lingua Latina 혹은 sermo latinus[2] 동아시아로 비유하자면 한문의 근간을 이룬 상고한어와 이후 구어가 분리된 중고한어로 비견할 수 있다.[3] 단순히 비속어라서 번역을 저렇게 한 게 아니고 실제로 testa는 진흙으로 빚은 도기, 즉 뚝배기를 의미하는 단어다.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 생각하는 건 다 똑같나 보다.[4] 단, 변화형은 완전히 다르다. 계사로서의 esse는 sum, esse, fui로 변화하지만(불규칙) '먹다'라는 의미로서의 esse는 edo, esse/edere, edi, esum으로 변화한다(3변화).[5] 해당 단어는 러시아어 есть와 동계어인데 есть도 원래 'be'와 'eat'의 의미를 동시에 지녔다가 현재는 'be'의 의미만 살아남았다. 재미있게도 동음이의어 구분을 위해서인지 'eat'을 의미할 때는 ѣсть라고 썼다.[6] 전술한 esse에 접두사 com-이 붙은 형태다. '먹다'라는 의미의 esse는 3변화로, 불규칙적인 esse 뿐 아니라 규칙을 따른 edere의 형태도 쓰인다. 즉, com- + edere(esse)다.[7] 프랑스어 manger, 이탈리아어 mangiare 등은 어원이 다르다. 이쪽은 고전 라틴어 단어인 manducāre(씹다, 갉다)가 후기 라틴어 구어체에서 의미가 '먹다'로 확장된 후 자리잡은 케이스다.[8] 여담으로 스페인어는 pensare를 to weigh라는 의미로도, to think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였다. 즉, 스페인어에는 pesar(무게가 나가다)와 pensar(생각하다)가 공존한다. 이런 동계어의 분화와 형성은 여러 언어에서 드물지 않게 등장하는 케이스다.[9] 여기서 상위/하위 개념은 포괄 정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코트'는 '옷'의 범위 내에 들어가므로 '코트'는 '옷'의 하위 개념이고 '포도'는 '과일'의 범위 내에 들어가므로 '포도'는 '과일'의 하위 개념이다.[10] 여기서 한 번 더 파생된 단어가 chevalier(프:기사), cavalry(영:기병)이다.[11] 좀 애매한 표현이긴 하지만 단어 자체로서 혹은 음운론적으로 너무 짧은 경우 구어에서 식별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보다 더 긴 유의어로 대체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어떤 경우에는 짧은 단어에 지소사(diminutive)가 붙은 형태가 정식 단어로 자리잡기도 했다. 중국어 백화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12] particle. 동사와 함께 구동사를 이루는 부사나 전치사[13] 주로 약학, 요리 및 크리스트교 관련 단어들[14] 단어 끝의 m이 탈락하는 발음 변화로, 탈격이 대격에 흡수되었고 이후 속격은 'de + 탈격', 여격은 'ad + 대격'으로 대체되었다.[15] 예외는 있다. 프랑스어의 on(우리, 사람들), sœur(자매)는 주격에서 유래하였다.[16] 한국어에는 관사가 없어 한국인들에게는 오히려 관사가 없는 것이 편하지만 서양인들은 라틴어에 관사가 없음을 꽤 불편해한다.[17] 본래 고대 영어에서는 두 단어가 an으로 형태가 같았다.[18] 프랑스어의 un/une, 에스파냐어의 un/una, 이탈리아어의 un(o)/una 등[19] 프랑스어의 le/la, 에스파냐어의 el/la, 이탈리아어의 il, lo/la 등등. 다만 사르데냐어에서는 라틴어 ipse(그 자체)에서 유래한 어휘가 정관사로 사용된다.[20] 예를 들어 amare habeo > aimerai(프랑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