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05 13:32:18

명탐정 코난/비판/추리 및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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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트릭과 암호
2.1. 현실성이 없는 물리 트릭2.2. 독자에게 제시되는 증거의 빈약함2.3. 트릭 자체가 허구적인 경우2.4. 해석이 어려운 암호
3. 추리 과정
3.1. 획일화된 패턴3.2. 부족한 실마리 & 지식 의존3.3.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전개3.4. 범인의 특정 방식3.5. 범행 입증에 필요한 증거의 부족
4. 범행 동기
4.1. 어이가 없는 범행 이유
4.1.1. 원작 및 TVA4.1.2. 극장판
4.2. 동기의 패턴화4.3. 동기 묘사 부족4.4. 트릭과의 부조화4.5. 동기에 대한 무관심
5. SF 요소와의 충돌
5.1. 비현실적 요소와 융화한 다른 예
6. 문제의 원인

1. 개요

명탐정은 없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에선 어느 순간부터 추리 요소가 사라졌다.
송경원 (씨네21) 화염의 해바라기 평론 중 일부.
명탐정 코난의 추리 관련 문제점은 연재 초기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되는 명탐정 코난의 대표적인 비판점이다.[1] 때문에 추리물에 일가견 있는 사람들은 명탐정 코난을 정통 추리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2. 트릭과 암호

#1 수수께끼를 해결할 때 독자는 작중의 탐정과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모든 단서는 명확하게 기술되어야 한다.

#15 사건의 진상은 통찰력 있는 독자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것이 되어야 한다. 환언하면 사건의 종말을 알고 다음에 다시 읽어본다면 모든 단서는 분명히 제시되었고 모든 증거는 범인을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충분한 납득이 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탐정과 같은 정도의 지능을 가진 독자라면 마지막 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수수께끼를 혼자서 풀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실제로 혼자서 풀어보는 독자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반 다인의 20칙 中.

명탐정 코난은 추리물에서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인 '독자와 작중 탐정이 같은 위치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탐정의 입장과 별개로 독자로서도 진실을 알아낸다'는 기본적인 전제를 무시하는 사건이 매우 많다.

추리물에서는 기본적으로 작중 탐정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독자에게도 동일하게 설명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코난에서 추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설명되지 않고 '코난이 그 부분을 캐치했다'는 사실만 넘기고 해결 파트로 넘어간다. 따라서 독자들은 수동적인 위치에 놓은 채 탐정인 코난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다.[2]

2.1. 현실성이 없는 물리 트릭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독이나, 마지막에 과학적 설명을 길게 늘어놓아야 하는 장치는 사용해선 안 된다.
녹스의 10계 중 4계

추리 만화 장르로서 언제나 비교되는 대상인 소년탐정 김전일탐정학원 Q는 트릭 대부분이 착각을 이용한 심리 트릭이라 복잡하지 않고 비교적 현실적이다. 만화는 아니지만 역전재판 시리즈단간론파 시리즈 같은 추리 게임들도 차용하는 트릭 대부분은 인간의 인지 착각을 비틀어 범죄 행위, 목격 장면, 알리바이 등을 비트는 트릭이 매우 많이 나온다. 쉽게 말해 원래는 범죄와 관련된 요소인데 이걸 목격자가 전혀 다른 것으로 잘못 봤다거나 범인이 다른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나타났다거나, 실제 벌어진 사건 시각과 다른 연출 혹은 이를 속이기 위한 거짓 증거품 등을 이용해서 사건 시각, 장소 등을 꼬아버리는 것이 추리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흔한 트릭이다. 이러한 트릭은 그 현장에서 관찰할 수 없는 독자들을 배려하고 독자로 하여금 논리적 추론에 따라 거짓 알리바이, 거짓 증언을 간파하고 모순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명탐정 코난은 트릭 대부분이 기계나 도구를 이용하는 물리 트릭이며 대부분은 독자들이 단번에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다루어지는 많은 사건들이 범행 장치의 원리와 그 가능성에 대한 추리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등장인물들의 추리 또한, 범행 도구를 찾고 그 흔적과 연관된 범인을 지목하는 패턴이 많이 나온다.

물리 트릭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기타야마 다케쿠니처럼 물리 트릭 위주의 추리물만 20년 가까이 연재해오면서 큰 비판을 받지 않는 작가도 많다. 그러나 명탐정 코난 속의 물리 트릭들은 실제로 하고자 하는 행위의 규모를 지나치게 벗어나는, 쉽게 말해 골드버그 장치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이다. 단지 문 하나를 잠그기 위해 저택 전체를 감싸는 와이어 장치를 만드는 등 현실성이 크게 모자란 트릭이 너무 많다 보니 트릭 자체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며 직접 그 현장에 가서 체험하는게 아니라 서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받는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추론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독자로서는 추리물에서 핵심인 추리가 초장부터 막혀버리므로 추리물임에도 사건을 깊이 파고들 흥미를 잃게 된다. 그냥 책을 넘겨 범인이 누구인지만 보고 넘어가 버리는 식이다.

코난에 나오는 여러 트릭들 중 그나마 현실에서도 실현이 가능한 트릭 중 하나는 나이트바론 살인사건 때 열쇠 없이도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하여 호텔 현관문을 잠가서 밀실로 만드는 것 정도이며 실제로 아오야마 고쇼가 이 트릭을 직접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방영 당시에도 나왔듯이 현관문에 테이프를 사용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나오기에 조사만 꼼꼼히 했으면 금방 간파되었을 단서였다.

2.2. 독자에게 제시되는 증거의 빈약함

트릭의 규모가 너무 큰 장치가 많다보니 해당 트릭을 이해할만한 물리적 증거가 빈약하다. 예를 들어 물리 트릭이라고 해도 단순히 방이 움직이거나 비밀통로가 있는 정도의 간단한 트릭이라면, 방이 움직이는 기계음이 들리거나 특정 벽에만 먼지가 안 쌓여 있거나 정도의 간단한 증거를 통해 독자들에게 그 가능성을 암시할 수 있다. 그러나 명탐정 코난은 규모에 걸맞은 이해 가능한 증거를 제시했던 적이 극소수이며, 그마저도 트릭에 대한 직접적 암시가 아니라 '지나가는 캐릭터의 의미 없는 한 마디' 혹은 '그냥 우연히 트릭과 비슷한 장면을 연상하는 그림' 정도의 간접적 암시가 많아서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하술할 '부족한 실마리 & 지식 의존' 및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전개' 항목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상황이나 행동 묘사가 훨씬 세부적인 애니메이션에서도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서는 코난식 장치를 추리하기 어렵다. 추리해내더라도 이런 장치식 트릭은 현실에서 적용하기가 불가능한 사례들이 많아 독자로서는 되려 코난에게 엉터리 취급받는 코고로의 잘못된 추리가 그나마 상식적인 수준에서 낼 수 있는 논리적인 추리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2.3. 트릭 자체가 허구적인 경우

트릭의 핵심적인 요소 자체가 비현실적인 오류로 연결된 경우도 많다. 명탐정 코난/비판/비현실적인 요소 및 오류 항목 참조. 물론 추리물의 오류는 실제 그런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으므로 오류가 나올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다른 추리물에서도 이런 비현실적인 오류는 나온다.[3] 하지만 다른 작품에서 나오는 오류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거나, 현실과는 선을 어느 정도 긋기에 작품에 타격을 줄 만큼 심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코난은 아예 상식 외의 현상을 들고 와서는 실존하는 현상인 것처럼 서술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한 예시로 카마이타치의 여관 편에서는 다일레이턴시 현상을 이용해서 온천을 건너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오류다. 다일레이턴시 현상이란 비뉴턴 유체가 순간적으로 강한 압력을 받으면 잠시 점성이 높아져 고체처럼 되는 현상이다. 가만히 있으면 빠지지만 계속 움직이면 빠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문제는 다일레이턴시 현상이 일어날 수준의 현탁액을 만들려면 문서를 봐도 알겠지만 맨눈으로 봐도 온천물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얗고 찐득찐득해지도록 녹말을 때려 박아야 한다. 트릭에 그런 어마어마한 양의 녹말이 필요하다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2.4. 해석이 어려운 암호

암호, 특히 다잉메시지의 경우엔 트릭보다 훨씬 심각하다. 트릭은 최소한 어떻게든 사전지식을 알고 있다면 짐작이라도 가능하지만 메시지 해석은 아예 사전지식을 알아도 해석할 수 없을 수준으로 빙빙 꼬아놓는다.

다잉메시지는 문서에서 보듯 그 개념 자체가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추리물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은 독자와 함께 맞추어나가는 재미를 주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추리소설에 나오는 암호는 독자가 적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논리성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홈즈의 춤추는 인형 사건이 좋은 예이다. 또 다른 예로 책의 페이지 및 글자 위치를 암호로 이용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절대 착각할 일도 없으면서 직관적이고 책 제목만 숨기면 어지간해서는 찾을 수 없는 식이거나 말이다.

반면 코난에서는 코난이 말해주기 전까지 독자가 추리할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사전 지식을 알고 있어도, 아니면 사전 지식이 필요 없는 간단한 메시지라 하더라도 메시지에서 해석까지 가는 데에 비약이 지나치게 심해서 일부 에피소드의 암호는 푸는 게 불가능하다. 메시지 해독에 대해서는 독자가 먼저 해독할 여지는 하나도 안 남겨놓고, 갑자기 전혀 관련 없는 지식이 술술 튀어나오더니 문자가 해석되는 코난의 지식 자랑 코너로 전락해버린다.

예를 들면 탐정 사무소 농성 사건의 경우 사전 지식이 필요 없는 메시지를 어디까지 꼬아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아무리 일본어에서는 회색을 쥐색(鼠色), 갈색을 여우색(きつね色)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르긴 한다지만 하지만 직업을 색깔과 연결해서 빵집 주인을 여우라고 부르는 피해자부터 뭔가 나사가 뭉텅이로 빠졌다. 신임 교사의 해골 사건도 다른 예시인데, 암호 해독의 핵심 키워드는 이로하 노래[4] 일본인치고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사건 문서의 암호 해석 문단을 보면 그걸 안다고 해서 암호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5]

좀 더 구체적인 예시로 <겐타의 필살 슛>에서는 독일인 피해자가 과다출혈로 기절하기 직전의 메시지로 겐타를 향해 "범인..."이라 가리켜 놓고 "엘..."이라고 말했는데, 이 메시지에 겐타는 자신이 실수로 차버린 공에 피해자가 맞아 중상을 입은 것으로 착각해서 패닉에 빠졌다. 근데 사실 이 메시지의 진상은 이렇다.
  1. 범인은 등번호가 11번이 적힌 옷을 입었다.
  2. elf는 독일어로 11을 뜻함
  3. 겐타를 가리킨 것과 "엘..." 이라는 말은 개구쟁이 요정을 뜻하는 엘프임
  4. 일전에 피해자는 겐타가 지하주차장에서 멋대로 공을 차는 걸 보고 개구쟁이임을 알았음
  5. 고로 겐타는 범인과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 겐타를 가르켰다.

이 정도면 감성추리를 넘어서 음모론 수준이다. 결론적으로 겐타는 범인과 아무 관련도 공통점도 없었지만, 피해자의 메시지 탓에 다들 범인과 겐타의 공통점을 찾는답시고 실컷 삽질만 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사건 종결 후 아즈사와 모리 코고로조차 "메시지를 못 풀어서 겐타가 범인으로 몰렸으면 어쩌려고" 하면서 피해자를 깐다. 정작 응급처치를 받아서 살아난 피해자가 "이 아이들을 믿고 있었으니까요." 하면서 사과하고 케이크를 사 주며 모두 하하 호호 웃는 억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피해자가 독일인, 다잉메시지가 '엘프'라는 2가지 사실 정도면 독자가 충분히 11이라는 뜻을 유추할 수도 있지만, 11에서 엘프, 엘프에서 개구쟁이로 비약하여 '엘프'라는 단어를 유추시키기 위해서 겐타를 손가락으로 지목하는 부분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처음부터 "엘프"라고 말했으며 사건 관계자가 "엘프"는 개구쟁이 요정을 뜻한다는 설명을 덧붙여, 경찰이 피해자가 머리를 심하게 다쳐 몽롱한 상황에서 겐타를 보고 그저 "개구쟁이"란 말을 했을 뿐이고 범인을 지목하는 말이 아니라고 넘어갔지만, 코난이 추후 엘프가 독일어로 11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전개였다면 군더더기 없이 매우 자연스러웠을 것이다.[6]

또한 코난의 추리에 내로남불적인 요소도 있었다. 피해자가 남긴 엘이란 단어 때문에, 미츠히코와 아유미는 모자에 Love란 글자가 적힌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이는 당시로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그러나 코난은 모자에 관한 힌트라면 간단히 Love라고 말하지 굳이 빙빙 돌려 말 할 필요가 없다며 그 추리를 묵살했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추리를 할 때, 왜 피해자가 11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는 골롬보의 질문엔, 근처에 범인이 힌트를 듣고 아이들을 해코지하지 않도록 빙빙 돌려말했다고 이중적인 추리를 하는 등, 에피소드 자체에 허점이 많았다.

또 암호가 복잡하더라도 최소한 암호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개연성을 확보했더라면 비판을 덜 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암호 해독에서도 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개연성을 보완해주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으니 문제다. 암호가 복잡할수록 암호를 '어떻게' 해독했는지를 알려주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데 코난의 암호 해독은 정말 말 그대로 연상 퀴즈 푼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수준으로 암호를 해독했다고 통치고 넘어가는데다가 주변 인물도 '우와 신기하다.' 하는 반응만 보이니까 그래서 이걸 어떻게 연상했는지는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사실 코난도 처음부터 이렇게 다잉메시지로 막 나가는 작품은 아니었다. 월광 소나타 사건같이 억지스러운 암호도 있긴 있었으나 암호 자체가 핵심이 아니었고 단지 곁다리에 불과했다. 초창기 에피소드인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불협화음 에피소드를 예로 들면 알파벳 음계 정도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식이며, 독일식 음계를 모른다 하더라도 에피소드 초반부에 하가가 독일식 음계에 대한 복선을 던지기 때문에 추리가 어렵지 않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트릭의 소재와 아이디어가 떨어져가서 결국 막나가는 다잉메시지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니 메시지 추론은 물 건너가고 독자들은 코난이 해설해주기 전까지 그냥 보는 것이 전부. 심지어 메시지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메시지에 범인 정보를 다 집어넣느라 다른 추리적 요소는 상대적으로 빈약해지는 경우가 많아 독자의 개입은 더더욱 불가능해진다. 암호 메시지 추리로 가장 유명한 셜록 홈즈 시리즈의 춤추는 사람 인형이 암호 자체도 단순한 일대일 대응 암호이고, 해독하는 과정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던 것과 명백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코난과 항상 비교 받는 소년탐정 김전일에서도 다잉메시지나 보물찾기 암호 등에 관한 내용이 종종 나오긴 하지만, 구조가 단순하고 전체 추리에서 큰 비중도 아니라서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는 것(고쿠몬 학원 살인사건, 설령전설 살인사건 등), 다른 캐릭터의 힌트로 주인공이 해독하는 과정이 개연성있게 나오는 것(악마 조곡 살인사건, 하카바섬 살인사건, 마신 유적 살인사건 등), 현실성은 떨어지나 초반부터 복선을 깔고 등장하는 당위성을 만들어 독자가 추리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마견 숲의 살인, 이즈모 신화 살인사건 등) 등 코난의 다잉메시지보다는 훨씬 사정이 낫다.

3. 추리 과정

3.1. 획일화된 패턴

코난에서 자주 나오는 패턴을 90초로 요약한 영상.
코난에 나오는 범인 얘기다 해. 사실 매번 보다 보면 뻔하다 해. 코난 범인 특유의 얼굴 있다 해.
- 은혼 55권 카구라

명탐정 코난은 다른 추리물에 비해서 에피소드의 전체 맥락이 지나치게 획일화되어 있기에 추리물의 요소 중 하나인 '추리 과정'을 통한 재미를 느낄 수 없다.

검은 조직 떡밥이 나오는 편, 본청의 형사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 편 정도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 코난 일행이 놀러 감 or 모리 코고로가 의뢰를 받아 의뢰인의 집으로 감.
  2. 미래의 피해자와 용의자가 될 사람들을 만남. 용의자는 무조건 거의 3명. 피해자까지 합해 4명과 만난다.
  3. 그 사람들이 하필이면 코난 앞에서 갑자기 그동안 말 안 한 사실들을 다 불음. 혹은 한 명이 나머지 세 명에게 시비를 걺.
  4. 당연히 사건 발생. 피해자는 거의 위의 사실들을 분 사람 혹은 시비를 건 사람.
  5. 범인 포함한 용의자들은 결백 주장. 모리 코고로가 범인이라고 한 사람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함.
  6. 모리 코고로가 범인이라고 한 사람은 자연스레 용의선상에서 제외됨.
  7. 누군가의 말에서 증거 발견. 에도가와 코난 스스로 물어본 것에 대한 대답, 혹은 소년 탐정단과 여행을 가면 소년 탐정단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누군가나 소년 탐정단의 말 한마디. 모리 코고로 일행과 여행을 갔을 땐 모리 란 혹은 경찰에 질문에 답한 누군가에 의해 영감을 얻는 게 대부분이다.
  8. 트릭과 범인은 알아챘는데 증거가 없음
  9. 범인의 행동에서 증거를 찾음머리 뒤에 빛이 파칭!
  10. 추리 셔틀을 이용해 범인 지목. 주로 모리 코고로, 아가사 히로시, 스즈키 소노코가 이 역할을 본의 아니게 떠맡는다. 핫토리 헤이지, 세라 마스미, 아무로 토오루 등이 있을 땐 추리 셔틀 없이 같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11. 범인은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함
  12. 코난이 증거를 보여줌. 가끔 코난이 튀어나와 어린아이처럼 "~이상하지 않아요?" 등의 질문을 하며 다른 경찰들과 주변인들을 유도하기도 한다. 아예 코난이 '아레레~?' 하며 증거를 유도하는 것 자체가 클리셰이며, 작가도 이걸 알고 있어서 신이치로 돌아간 코난이 자기도 모르게 아레레를 하는 방식으로 써먹기도 했다.
  13. 범인의 행동으로 증거 제시
  14. 범인이 자백함 or 미쳐서 날뛰다가 제압됨

전체 플롯도 그렇지만 세부적인 플롯조차도 자기복제가 지나치게 심하다. 밀실 살인은 "열쇠가 안에 있으니까 밀실 살인이네 → 이런 장치를 쓰면 문을 닫고 열쇠를 안으로 넣을 수 있어요" 전개는 필수요소 수준이며, 전설 속의 괴물, 과거의 괴담, 유령이나 폴터가이스트 같은 초자연 현상 같은 레퍼토리조차 밀실 살인 수준으로 우려먹었고, 당연히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들 입장에서 여러 번 보기에는 지긋지긋할 수준까지 왔다.

명탐정 코난을 오래 봤다면 사건 초반부터 범인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데 범인들의 언행 및 인상이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보통 범인처럼 생긴 사람은 범인이 아니며 심지어 이런 사람이 형사인 적도 있었다. 순하게 보이는 인상을 준 이들이 진범, 언행이 거만한 사람들이 피해자[7]인 경우가 많다. 또 사건에 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범인은 아니지만 이러저러하게 사건과 연관이 있으며, 연쇄살인일 경우에는 다음 표적이 될 가능성도 높다. 연쇄살인 사건일 경우, 제3자가 없는 상황에서 습격을 받아 다친 사람은 범인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신이 착용한 목걸이나 어떤 사진을 가리키며, “이건 우리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물건이야.”라고 하거나 “지금은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셔.”라고 말하는 사람이면 직빵으로 범인 확정이다. 범행(살인) 이유는 당연하게도, 그 죽은 사람의 원수를 갚기 위한 것. 반대로 작중 경찰&탐정의 눈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동기들은 대부분 가짜 떡밥일 가능성이 높다. 표면적 동기와 심층적 동기가 서로 연동되는 경우는 있어도, 충분히 납득 가는 정도의 표면 동기를 갖고 있음에도 전혀 생뚱맞은 진짜 동기가 항상 존재한다. 이쪽 관련 획일화에서는 후술할 동기 항목에서 자세히 서술한다.

김전일의 사건 관계자들도 이런 점은 비슷하지만 그래도 이쪽은 아예 낚시 수준의 가짜 떡밥도 많다. 예를 들어 용의자 중 한 명이 혼자 있을 때 손을 떨며 약을 먹거나, 다른 용의자와 뭔가를 모의하든 이 음흉한 밀회를 하는 장면이 나오거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너 예전에 이러이러한 짓 했잖아!"라고 할 때 움찔하거나 해서 독자들이 의심하게 하는데, 김전일이 진범을 다 밝혀내고 보면 그 사람들은 진범이 전혀 아닌 데다가 김전일과 진범은 자기들 얘기만 하므로, 진범이 아닌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안 나오고 끝날 때가 많은 전형적 독자 낚시용 떡밥 또한 뿌려놓는다. 그냥 진짜 건강이 나빠서 원래 먹던 약 먹은 거고, 밀회도 그냥 그들끼리 몰래 연애한 것뿐이었던 거고, 그 움찔한 일도 그냥 그 사람 개인사였다. 이런 걸 실제 진범의 첫 범행 전후, 즉 초반의 어색한 반응이나 과거사 이야기와 섞어버리기에, 김전일은 초반 태도로 한두 명만 진범으로 의심할 수가 없게 한다. 이미 과거 에피소드에서 의심스러운 개인 초점 장면이 나온 사람이 범인이 아닌 경우가 많이 있으니까. 심지어 의심의 대상도 안 되고 끝나는 일도 있으니 단정 지을 수가 없는 것. 그리고 적어도 외모나 심리 묘사만으로 범인을 찍기는 쉽지 않다. 김전일에서는 별 심리 묘사나 의심스러운 모습이 없었던 인물도, 대놓고 수상하거나 태도가 불량한 인물도 범인으로 등장하기에 최종적으로는 논리로만 범인을 찾아야 한다.

나름대로 '범인은 의외의 인물'라는 반전, 그리고 범인에게 단순한 악당이 아닌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부여하려는 의도인 듯하지만, 주구장창 같은 패턴만 반복하다보니 오히려 과유불급이 되었다. 그야말로 "반전이 없는 게 반전" 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 되어버렸다.[8]

특히 이 문제는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에피소드에서 극에 달한다. 코난을 좀 봤다는 사람이라면, 에피소드를 반 정도만 봐도 범인을 바로 찾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는 초대 감독인 코다마 켄지가 하차한 이후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독자로서는 용의자가 보이는 행동만으로 쉽게 범인을 유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트릭의 논리성이 모자라고 증거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다 보니 이런 방법 외로는 추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여 추리물로서의 가치를 크게 하락하게 한다. 추리물을 보는 처지에서는 작중의 탐정과 같이 사건의 경위와 범인을 찾아 나가는 것이 이상적인 루트인데, 명탐정 코난의 독자는 범인은 딱 드러나는데 경위는 하나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난이 하는 추리를 곧이곧대로 들을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위치가 많다.

그리고 그 기계장치나 도구도 '낚싯줄'이나 '와이어', '얼음' 같은 것이 줄기차게 많이 나온다. 현장 어딘가에 긁힌 자국이 있으면 와이어, 물기가 남아있으면 얼음 같은 방식으로 코난을 오래 봐온 독자들은 무슨 도구를 사용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3.2. 부족한 실마리 & 지식 의존

다른 추리물들은 독자도 추리하도록 단서를 제공한다. 간혹 소년탐정 김전일에도 홍콩 구룡 재보 살인사건처럼 기계를 이용한 비현실적인 트릭도 나오지만, 이때도 최소한 단서는 추리 전에 다 보여준 뒤 이를 근거로 트릭을 밝힌다. 범인을 추궁할 때에도 독자들에게 보여준 범인의 행적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내용 전개나 대사, 컷 안의 배경들 사이사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 범인을 추리해낼 수 있는 묘미가 있다.[9] 그러나 코난은 짐작할 수 있어도 정확히 어떤 장치를 만들었는지까지 추론은 불가능하다. 그냥 낚싯줄/와이어도 아니고 몇 개씩 묶고 고리를 만들고 잇고, 당기고 어디에 걸치고 해서 최종적으로 묘사나 전개조차 어려운 장치가 완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코난이 해설해주기 전까지는 어떻게 생긴 장치인지 추정조차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장치와 함께 '이 장치를 만들 수 있었던 사람이 범인'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져 버리니 처음부터 장치를 추론할 수 없는 독자로선 추리할 수 없다.

비단 밀실 살인의 탈출장치뿐 아니라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서 피해자를 죽이거나 운송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이런 부류에서는 그래도 미리 실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 예를 들어 다른 추리물에서 독약을 사용하는 트릭이 나오면 그 상황에 쓸 수 있는 성질을 모두 갖춘 가상의 독을 만들어서라도 개연성을 확보하고, 독약의 성질에 대해 처음부터 모든 독자에게 공개한 뒤에야 추리를 개시한다. 그런데 코난은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실존하는 독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거나 독의 성질을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한다. 예를 들면 평소엔 문제가 없으나 열을 받으면 독성 물질을 발생시키는 물감 혹은 식물이 있다고 하면, 갑자기 이런 식물은 이러이러하게 다루면 독성 물질이 발생합니다 하고 지식을 설명하더니 그걸 다루고 있던 사람이 범인으로 몰리는 그런 방식이다.

소년탐정 김전일전뇌산장 살인사건에서 저렇게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그 행동 자체는 추리의 메인이 되진 않는다. 살해 방법은 그냥 미리 가져온 독가스를 사용했다는 식으로만 나오고 그 이상의 흉기에 대한 설명은 없다. 사실 김전일은 살해방법 자체의 논의는 꽤 대충 넘어갈 때가 많다. 그냥 찔렀다, 때렸다, 독을 먹였다. 정도로 끝나고 흉기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에게 사인은 안 알려주는 시체도 나온다. 대부분은 누가 알리바이 공작을 하고 범행할 기회가 있었는가를 따지는 것이 중심 추리가 된다.[10] 하지만 명탐정 코난에서는 살해수단이 메인이 되는 상황이 흔하다.

게다가 몇몇 장치는 일반인 상식으로는 어렵거나 생소한 과학이나 공학 지식을 동원하는데, 이러면 사전에 모종의 복선을 깔아야 추리가 가능한 데도 그러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용의자인가, 쿄고쿠 마코토'의 등유를 이용해 기압 차로 화장실에 물을 빨아들여서 익사시키거나, '서먹서먹한 다과회'의 산화를 이용해 허브차의 색깔을 착각시키는 트릭이다. 사전지식을 알고 추리했다고 해도 복선이 사전지식을 알아야 한다는 조건으로 기능한다면 제대로 기능하는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코난의 추리에도 대부분 저런 어려운 트릭을 어떻게 해서 떠올렸는지가 빠져 완성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과학적 지식은 경찰의 영역이지 탐정의 영역이 아니다. 그런데 명탐정 코난에서는 심지어 이런 과학적 지식에서도 경찰이 탐정보다 못하다는 무능을 보여준다는 점도 비판의 요소 중 하나이다.

이 문제점을 다른 것과 비교해보자. 소년탐정 김전일의 사건 중 고쿠몬 학원 살인사건을 보자. 태양장의 간판이 저압 나트륨램프를 이용하여 월광장처럼 보이게 한 트릭은 사전에 김전일이 터널을 지나가던 중 모든 색이 똑같아 보이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복선을 깔았고[11] 김전일이 추리를 들려줄 때도 이를 언급한다. 이 작품의 초기 사건 중 나이트바론 살인사건 또한 코난이 베란다에서 떨어뜨린 만년필이 엉뚱한 곳까지 떨어져 있는 점에서 의문점을 느끼고 웨이트리스에게 공주 바람이란 정보를 얻어 트릭을 깨닫는 식으로 생소한 지식을 트릭에 이용해도 제대로 복선을 깔았다. 이런 식으로 생소한 지식을 사전에 복선으로 깔아둔다면 복잡한 장치 트릭이 아닌 이상 그걸 모르더라도 그 지식이 초반이나 중반에 나왔으니 독자 / 시청자는 '아, 그 현상을 쓴 트릭이구나.', '그 지식을 기반으로 한 다잉메시지구나.'라고 떠올릴 수 있어 문제없이 추리를 시도할 수 있는데, 코난은 어느 순간부터 이런 복선이 사라졌다.

3.3.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전개

범인을 심문할 때, 또는 트릭을 밝혀내는 도중 증거를 보여주는 식의 전개가 자주 나온다. 문제는 코난이 따로 증거를 찾는 부분은 거의 없다. 대부분 상황에서 용의자가 발뺌할 때, 조사해봤는데 증거가 있었다는 식으로 넘어간다. 또한, 사건에 대한 실마리 제공도 부실해서, 독자들이 작중에서 제시된 증거를 보고 추리하기가 불가능하다. 사건 현장의 도구 몇 개만 코난이 보더니 바로 머리 뒤로 스파크가 튀는 연출과 함께 바로 추리를 시작해버려, 독자들 처지에서는 그냥 코난의 추리 쇼를 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12]

사건이 일어남 → 사건 현장을 관찰함 → 범행 과정과 관련된 것을 발견 → 머리에 스파크가 튀는 효과와 촤라창 효과음이 나오면서 범행 트릭을 알아냄 → 용의자들 앞에서 추리함 → 범인은 증거가 없다고 함 → 코난: "확인하니까 증거가 있었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코난이 물증을 발견하는 장면 자체는 꽤 자주 나온다. 문제는 코난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안 나온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했는지가 나오면 연관성이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 증거나 문제점을 찾았다면 그것이 사건과 어떠한 연관점이 있는지 설명, 혹은 묘사가 필요하다. 굳이 캐릭터의 입을 빌려 설명하지 않더라도 독자들이 전후 사정을 제대로 알고 상황이 어땠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면 추리할 수 있어야 한다. 증거를 찾으면 묘사가 없고, 묘사가 있다면 증거를 언제 찾았는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꽤 자주 주변인물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이 힌트가 돼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코난에서 줄기차게 우려 먹히는 낚싯줄 트릭을 보자.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알려면 그렇게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므로 현장과 주변 사물의 구조가 중요하다. 그런데 작중 코난이 주위를 둘러보는 과정은 아예 생략되거나, 있더라도 순식간에 지나가서 독자들이 제대로 분간하기 힘들거나, 때에 따라서 아예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범인이 팔에 증거가 될 만한 걸 묻힌 채라 병뚜껑을 이상하게 여는데, 애니라면 몰라도 만화로는 이미 뚜껑을 연 장면 하나만 딸랑 나오기 때문에 독자는 범인이 어떤 식으로 병뚜껑을 열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단지 직접 시뮬레이션할 때 "사실은 그런 트릭이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한 마디 하고 땡이라는 것. 예를 들어 낚싯줄이 마지막에는 베란다에 있는 하수구를 따라 흘러들어 가 증거를 은폐하는 트릭일 경우, 하수구가 있는지조차 묘사를 제대로 안 해준다. 그리고 코난이 마지막에 "제가 하수구를 봤는데 낚싯줄이 있었어요." 하고 증거를 내미는 것으로 난데없이 증거가 생겨나고 곧바로 엔딩으로 이어진다.

즉, 독자들 처지에서는 '설명이 막히는데 난데없이 증거를 들이미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전개를 본다. 증거를 보여주려면 적어도 상황 판단이 되도록 묘사가 필요한데, 그냥 코난이 뭐 하나 잠깐 보더니 스파크 튀고 추리하는 전개가 나온다. 게다가 그러한 전개가 사전설명도 없이 코난이 미리 준비해둔 증거를 꺼내거나 보여주는 식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더욱 엉성하다는 느낌이 든다.

3.4. 범인의 특정 방식

코난은 용의자들의 소지품이 이러이러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이 중 어떤 도구를 써서 트릭을 만들어냈는가를 추론하고 그를 통해 범인을 특정하는 에피소드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얼핏 보면 사건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만년필이 사실 트릭을 만들어낸 핵심 부분이고, 이 만년필을 가진 어떤 사람이 범인이다 하는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와키타 카네노리의 첫 등장 에피소드의 경우 작중 인물과 독자에게 각 용의자가 시킨 음식과 그 밑반찬들을 알려주고, 그중에 어떤 것을 활용해야 혈흔을 지울 수 있느냐를 통해 혈흔을 지울 수 있는 밑반찬을 가진 사람이 범인으로 특정된다.

이 과정이 다른 추리물과 코난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지만 동시에 가장 크게 비판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의도 자체는 '사건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핵심인 증거품이 있으며, 그 증거품이 있으면 사건을 만들 수 있다' 라는 추론을 의도한 부분이겠지만 문제는 거듭 언급되었듯이 독자들은 도구만으로 범행의 경위를 추측할 수 없을 정도로 사건을 꼬아놓을뿐더러, 범인의 특정이 오직 증거물의 소지 여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문제는 아무리 겉보기로는 사건과 연관이 없어 보이는 증거품이라 한들 그걸 처분조차 하지 않고 가지고 있으며, 처분할 수 없는 증거품일 경우 오히려 그 증거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자신을 범인으로 확정 지을 수 있음에도 그걸 활용한 트릭을 사용한다.

현실적으로 보면 이는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이다. 자신을 범인으로 특정할 수 있는 도구는 사용하지 않거나, 비슷한 대체재를 사용하거나, 빠르게 처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작품에서 나오는 범인 대부분은 자기가 사용한 범행 도구가 사건이랑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겠거니 하고 자기 소유의 물건을 쓴다. 쉽게 말해 트릭은 정교하게 짜놓고 정작 뒷공작은 허술하게 하는 경우가 번번이 나오고, 이 때문에 하나의 트릭을 푸는 순간 그냥 범인 특정 자체는 바로 가능할 정도로 후처리를 엉망으로 한다.

이와 정반대의 예시를 보여주는 것이 영화 대부이다. 대부에서 조직의 암살자가 주인공 마이클에게 암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데, 마이클은 참전용사라 총 쏘는 법에는 잔뼈가 굵다. 하지만 암살자가 가르치는 내용은 총 쏘는 법 따위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현장에서 의심받지 않고 나올 수 있는가이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나오는 것이 바로 '총을 쏘면 바로 그 자리에다 놓고 온다.'이다. 그렇게 총을 현장에 놓고 오면[13] 당연히 경찰은 살인흉기가 권총인 줄은 안다. 어차피 그런 정도는 부검만 해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점, 그 권총을 쏜 자가 누구인지는 오리무중이 된다. 즉 심증에 해당하는 트릭 및 수법을 드러내는 대신, 물증에 해당하는 발사자를 위장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을 영화에서는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코난에서는 심증에 불과한 살인 흉기 및 트릭을 감추고, 물증은 범인이 멀쩡하게 들고 다니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러다 보니 하술할 범인의 조건 없는 자백 건과 함께, 도발이라도 하는 듯 멀쩡하게 흉기를 지니고 결국 그게 들통 나서 지목당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빈번하다. 물론 '특정 범행이 가능한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은 추리물의 기본적인 추리방식이다. 하지만 보통은 그걸 빙빙 꼬아서 2개 이상 사건을 제시한 뒤 불가능한 사람을 역으로 지우는 소거법을 쓰거나, 얼핏 보면 사건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몇 단계 건너뛴 사람이 범인이라는 수법을 쓰지, 아예 심증이 드러나자마자 범인이 특정되는 경우는 손에 꼽도록 적다.

물론 작품 내부에서도 '처분할 시간이 or 방법이 or 경황이 없었다' 혹은 '부자연스럽게 처분하면 오히려 의심받는 계기가 된다' 같은 이유로 물증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나온다. 그래서 처분하지 않고 지니고 있어도 의심받지 않을 수단의 도구를 사용한다. 하지만 전자는 오히려 그런 한정된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르려는 이유가 이해 가게 나오는 경우가 드물고, 후자는 증거만 처분하면 물증이 완전히 사라져 의심은 받아도 결정적 입증은 안 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미스다.

게다가 해당 도구가 범행을 입증할 물증이라는 것도 엄밀히는 틀린 말이다. 코난의 추리와 그걸 성립시키는 도구의 존재, 그걸 가진 용의자의 존재는 어디까지나 그 용의자가 그 도구로 해당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 정도인 심증 시사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농담하지 마, 고작 그런 걸로 범인 취급이라니' 같은 대사가 코난에서 이미 클리셰화되었을 정도일까. 실제로 핫토리 헤이지의 첫 등장인 외교관 살인사건에서 이 심증 시사만으로 범인을 확정 지었다가 추리에 실패해버리는 상황이 나온다. 결국은 범인의 특정은 모조리 심증에 불과하므로 해당 범행을 입증하기 위한 물증은 따로 찾아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아래의 문제점으로 이어진다.

3.5. 범행 입증에 필요한 증거의 부족

범인 대부분은 묵비권을 행사하며 변호사만 불러도 무죄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하나같이 다 코난의 추리 쇼가 끝나면 순순히 자백한다.

코난이 제시하는 증거는 대부분이 정황 증거뿐인데 정황 증거, 속칭 심증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시사할 뿐 범인이라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이게 가장 중대한 허점이다. 그리고 범인이 순순히 자백했다고는 하지만 형사재판, 특히 살인사건 재판에서 피고인의 자백은 번복이나 거짓일 가능성 때문에 증명력이 무척 낮아 증거를 엄격하게 따진다. 이 때문에, 코난에 나오는 범인은 8할 정도는 법정까지 가면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금호강 살인 사건처럼 현실에서도 물적 증거가 없이 정황 증거뿐이라고 하더라도, 합리적 의심이 불가능할 정도로 증거가 충분하면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 일도 간혹 있지만, 코난 속 범행들은 합리적 의심은커녕 대부분 간접증거로서 역할조차 못할 정도로 미약한 것들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범인들이 너무 쉽게 포기해버린다.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기만 해도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증거만 몇 개 툭툭 던지고 약점을 찌르면 범인들이 알아서 얼굴이 새파래지더니 무릎 꿇고 살해 동기까지 줄줄이 설명해준다. 예시를 들자면 이렇다.
  • A가 B를 죽이고 싶어하고, 결국 직접 죽이기 위해 계획을 세워 특정 시각에 정전을 일으키는 장치를 만들어 계획적으로 소동을 일으키고, 정전으로 주변 사람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사이에 B를 살해한다.
  • 코난에서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정전을 일으킨 장치를 재현한 다음, 알리바이 상 그 장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A뿐이거나 A가 정전을 일으켰다는 증거만 제시하여 A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여기서 A는 반박 없이 자포자기하며 자백해버린다.

이게 문제인 점은 현실적으로 A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정전을 일으켰다고 자백은 할 수 있지만, 살인죄는 부정할 수 있다. 왜냐면 정전과 살인이 연결된다는 확증이 없으니까. 그렇기에 코난이 제시한 증거만으로 살인죄를 입증할 수 없다. 요컨대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라면 A가 "제가 정전을 일으킨 건 그냥 친구들을 놀려주려고 그랬을 뿐입니다. 그걸로 B를 죽이려 했다는 증거가 어딨어요?" 하며 억지라도 부리며 박박 우겨야 정상이다. 누가 봐도 수상한 행동이지만 살해 사건과 정전 사건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물적 증거가 없으면 당장 참고인으로 소환할 수는 있어도 법정까지 가서 유죄 판결을 내리기는 어렵다.

게다가 위에서 든 살인 - 정전 예시조차 사실 명탐정 코난 기준으로는 꽤 강력한 편에 속하는 심증이라는 것도 유머다. 저만큼의 심증도 없는 상황에서조차 자백하는 범인은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코난의 유도신문에 걸려 자백에 가까운 말실수를 하고 이것이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예를 들자면 범인이 피해자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첫 만남이라고 속이고 있으면 범인이 피해자의 과거에 대해 말하거나 혹은 사건 현장에 있는 특정 상황을 말하도록 자극해서 대답을 유도한 뒤 '그건 어떻게 알아요?' 라며 수상쩍음을 단정 짓는 것이다. 하지만 범행할 수 있다는 점과 피해자를 or 사건 현장을 알고 있었다는 점 2가지만으로는 살인죄를 묻는 증거로 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 추리물인 역전재판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범인의 대처 능력이 하늘과 땅 차이다. 역전재판 시리즈에서는 피고인이나 유력 용의자는 유력한 증거를 들이대도 위에서 말한 식으로 심문을 방어한다. 아무리 수상한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XX를 하긴 했지만 다른 이유 때문이다. or 그게 살인과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하는 식으로 방어한다.[14] 누가 봐도 수상한 행동을 했다는 게 입증되어도 재판장은 "증인의 행동은 수상쩍지만, 확실히 살인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못 됩니다." 하고 증인을 옹호해준다. 당연히 주인공 변호사는 해당 사건이 살인이 직접 관련이 있음을 증거로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사건을 암만 입증해도 살인사건 간의 연관 관계를 입증하지 못해서 마지막엔 지금껏 입증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결국 살인사건에 대한 증거만 입증하는 에피소드가 매우 많다. 이는 현실도 마찬가지라서, 실제 검사는 아무리 심증이 있어도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확실한 물적증거가 없으면 기소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15][16]

소년탐정 김전일에서도 지목당한 범인이 저런 식으로 빠져나가려 드는 건 흔하기에 김전일의 추리는 범행 트릭 이상으로 알리바이 격파의 비중이 큰 편이며, 역전재판 시리즈처럼 최후의 최후까지도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우까진 드물지만, 범인 대부분이 최소한 '코너에 몰린다'는 느낌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17]

심지어 아예 작가가 증거를 만들어 내는 것에 실패해 가해자의 양심에 맡기고 자수를 권유한다는 방식으로 대충 넘어간 <차이나타운, 비의 데자뷰> 같은 사건들도 존재한다. 범인이 어떤 방식으로 독을 먹였는지는 밝혀냈으나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지 못했고, 결국 (미리 독을 닦아놓은 뒤) 코난이 직접 범인과 똑같은 행동을 한 다음에 음식을 손에 집어 먹는 연기를 해서 그걸 막으려는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자기가 용의자가 될 걸 알면서도 독이 든 음식을 먹으려는 아이를 막으려 한 당신이라면 충분히 자백할 양심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라고 한다. 범인이 자기가 양심이 없어서 코난을 말리지 않았으면 어쩔 거였냐고 묻자,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을 꼼짝 못하게 할 다른 추궁 방식도 생각해놨다고 대꾸한다. 상식적으로 이런 연극 할 필요 없이 그 다른 추궁 방식을 보여주는 게 정상이다. 범인에게 이해할만한 안타까운 사정이 있거나 하면 자수를 유도하기 위해 이런 연극을 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준비해둔 두 번째 수를 몇 마디로라도, 간접적으로라도 제시하는 것이 보통이고, 추리물로써의 태도에 가깝다. 결국, 그 추궁 방식은 보여주지 않았다. 즉 작가가 다른 추궁 방식이 뭔지 생각을 안 해놓았다고 보는 편이 맞다.

이 사건과 완벽히 대비되는 것이 바로 김전일의 자살 학원 살인사건으로, 이때 김전일은 범인이 사건에 사용한 트릭의 내용으로 시험지를 만들어서 풀게 해, 트릭을 다 아는 범인이 일부러 틀릴 것을 예상해 0점을 받은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했는데, 이 방법은 범인이 그걸 눈치채서 마치 찍은 것처럼 20점대로 점수를 조정하면[18] 무용지물인 방법이었지만, 이미 그 전에 자신의 추리를 입증할 물증을 다 확보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극적인 장치로만 사용했을 뿐, 후에 자신의 추리를 들려주고 확보한 증거들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추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 문제 역시 애니메이션 오리지널에서는 더욱 심해지는데 834, 835화의 두 번 죽은 남자는 이보다 더한 전개를 보였다. 옆 건물에 살던 목격자의 진술로 범인의 진술이 거짓인 게 들통 났는데, 메구레 등의 형사들이 거짓진술을 했다는 게 살인했다는 증거인 건 아니지 않냐고 하고 추리 쇼를 하던 코난도 물증은 없다고 했는데 이 와중에 범인이 뜬금없이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백해버린다. 범인이 딱히 완벽주의자라는 설정이 있지도 않았는데, 이후 자신만만하게 추리 쇼를 했던 코난은 무슨 수로 범인을 옭아매려고 했는지도 나오지 않았으며, 차이나타운은 작위적이긴 하지만 최소한 범인이 자백이라도 하도록 장치를 꾸미기라도 했지 이쪽은 그런 묘사도 아예 없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자수라고 해서 증거주의를 무시하지 못한다. 당장 작중에서도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수하거나 시인했는데 알고 보니 범인을 지켜주기 위한 거짓말이었다거나 혹은 본인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착각해서 잘못 자수한 때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리지널 에피소드인 <네 번 살해당한 사내> 에피소드에서 세 사람이 각각 피해자와 시비가 붙어서 치고 기절시켰는데, 셋 모두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자신이 범인이라며 자수했으나 알고 보니 진범은 따로 있었다.

물론 법정에서 확실히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물적 증거를 제시하는 에피소드도 꽤 된다. 문제는 물적 증거가 쓰이는 사건의 경우엔 범인의 몸에 피가 묻어있거나, 어딘가에 지문이 묻어있다던가, 흉기를 몸이나 근처에 숨기고 있는 등 기본적인 경찰 조사에서 탄로 날 증거들이라는 점이다. 이러면 처음부터 현장에 관한 정밀조사만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탐정 없이도 해결되었을 경우가 많다. 그 중 압권은 오리지널 에피소드인 2기 전철 급정거 사건인데 흉기인 게 뻔한 철가방을 휘둘러 피해자를 죽였다는 내용이다. 그러다 가방에 범인이 손을 다쳐 혈흔이 묻은 게 증거가 됐는데 이걸로 형사가 한참을 헤매다가 코난의 도움으로 해결한다.

이건 지문, 혈흔검사만 했어도 순식간에 해결될 문제다. 쉽게 말해 원래라면 코난이 일절 개입 안 해도 일사천리로 해결될 사건이란 거다. 대부분의 물적 증거는 탐정이 클리셰처럼 "증거라면 거기에 있지 않습니까?" 하면서 여태껏 형사들이 찾아내지 못한 물적 증거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작중 형사들 대부분 기본적인 추리력과 사명감, 검거 능력을 갖춘 것으로 묘사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라 좀 의아하다. 대표적으로 핫토리 헤이지와의 3일간에 나온 라벤더 저택 사건이 있는데, 잘못된 트릭을 설명한 탐정만 믿고 제대로 조사도 안 한 채 가정부를 범인으로 몬 경찰들의 문제가 컸다. 범인 말마따나 못의 부식 상태만 조사했으면 끝날 일이었기 때문이다.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자주 나오는 클로즈드 서클처럼 경찰이 못 오거나 있더라도 제한적 조사만 할 수 있는 상황에서라면 그런 것이 말이 되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진범이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해 자폭할 만큼 충격을 받거나 흥분하는 등의 상황인 것도 아니다.

사실 이런 문제점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위에서 말한 패턴의 획일화 문제도 크다. 코난의 추리 에피소드의 경우 사건을 다방면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놓지 않고 대개 방을 어떻게 밀실로 만들었는지, 흉기가 뭔지, 다잉메시지가 가리키는 것이 뭔지 같은 핵심적인 난제 하나만 던져놓고 나머지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핵심 문제 하나만 어떻게 했는지 해결해내면 마치 사건 전체를 해결한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에 사건과 사건 간의 연결고리가 희미해진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클로즈드 서클류 추리물에서는 증거가 좀 엉성해도 최종적으로 범인은 인물 간의 다수결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런 묘사를 취해도 큰 문제는 없으나, 코난은 대부분 에피소드에서 경찰의 개입으로 범인을 체포해내는 것이 목적인 경우가 많아 이런 단점이 도드라진다.

가끔 범인을 초반에 미리 알려주고 어떻게 잡는지를 묘사하는 도치형 에피소드에서는 트릭의 허술함이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킨다. 이미 범인이 고정되어 있어 언뜻 보기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게 되지만 잘 생각해보면 실제로 다른 사람도 범행할 수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 경우는 범인을 찍어 맞힌 것이나 다름없다.

증거 확보와는 약간 별개의 이야기로, 정황 증거가 많은 데다 현장에 있는 경우가 많은 모리 코고로는 재판 출석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트릭에 대한 건 경찰이 정리해서 검찰에 넘기기 때문에 굳이 모리 코고로가 이것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고, 재판에 나오더라도 트릭 설명이 아니라 자신이 깨어있을 당시에 듣고 봤던 것을 증언하라는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별다른 문제가 되진 않지만, 행여라도 트릭 관련 증언을 해야 한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때에 따라 위증이나 업무방해가 될 수 있는 만큼 다소 어이없는 문제이다. 다만 이 부분은 코난이 사자에상 시공이라는 점을 이용한다면 흐지부지 넘어갈 수는 있다. 재판이라는 게 범인 잡았다고 즉시 치르는 게 아니고 이런저런 준비가 많이 필요하므로 시간이 꽤 오래 걸리므로 작중 시점에서는 아직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는 둥 변명할 수 있기 때문. 예를 들어, 아라이데가의 살인 사건이 24권쯤에서 발생하였는데 43권쯤에서 아직 재판 진행 중이라는 듯한 뉘앙스로 대사가 나오기도 했다.

4. 범행 동기

4.1. 어이가 없는 범행 이유

"그게 이유입니까? 그런 하찮은 이유로 한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빼앗은 거냐고요!"
메구레 쥬조

명색이 추리만화이니만큼 에피소드 말미마다 동기를 설명하긴 하지만 곱씹어보면 "굳이 그런 이유로 사람을 죽여야 했을까?", "이게 왜 피해자 잘못이지?"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어이없는 동기였던 살인 사건이 많다. 물론 사정을 듣고 보면 이해가 되는 사건도 있다. 가령 쌓이고 쌓인 해묵은 갈등이 사소한 계기로 폭발하는 건 충분히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코난에서는 이 '쌓이고 쌓인 갈등'을 묘사하지 않아 황당하게 보이는 때가 상당히 많다.

4.1.1. 원작 및 TVA

아래는 팬들 사이에서 동기가 어처구니 없다고 여겨지는 사건들이다. 정확한 내용은 문서 참고.
  • 홈즈 프리크 살인사건
    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에 나오는 아이린 애들러가 홈즈를 비웃었다고 써놓은 것에 분노해서.
    쉽게 말해 2차 창작팬픽이 원작과 다르다는 이유로 죽인 것. 당연한 소리지만 2차 창작이란 글쓴이의 입맛대로 바꿀 수 있으며, '만약 스토리가 이렇게 흘러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기반으로 쓰기 때문에 어떻게 쓰든지 그건 쓰는 사람 마음이다. 근데 여기 범인은 그것조차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다.
    다만 피해자는 몇년 간 주홍색 연구 초판본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홈즈 팬들을 기만했다. 그런 작자가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한 소설을 작성한 것. 그렇다고 범인이 잘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상기의 이유들로 피해자에게 분노하는 것 정도는 당연한 수준이다.
  • 사라진 흉기 수색 사건
    피해자가 자신에게 옷걸이를 던졌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코난 옷걸이라는 단어가 인기 검색어에 오른 적도 있다. 아직도 어이없는 살해 동기로 계속 회자할 정도. 해당 사건은 작중에서도 그런 가벼운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자체 비판을 하기도 했다. 바로 위에 나온 메구레 쥬조의 "그런 하찮은 이유로 한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빼앗은 거냐고요!"가 여기서 나왔다.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의도적으로 그렇게 구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범행동기를 본질적으로 살펴보면 그렇게 어이없다고 보기 어렵고 정확히는 사건의 방아쇠 역활을 맡은 옷걸이를 지나치게 강조해버린 제작진의 연출 미스가 문제였다. 범인은 피해자한테 자신을 버리고 가버렸다는 배신감이 있었는데, 그렇게 말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실수로 옷걸이를 범인에게 던지게 되었고, 범인은 키워준 은혜조차 잊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피해자에게 분노가 폭발해 범행을 저질렸다고 보는 게 맞다. 현실에서는 별 거 아닌 사소한 싸움이나 갈등에도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 뿐만 아니라 아예 그런 동기조차 없는 묻지마 범죄도 있으니 오히려 이 사건은 현실적인 사건이라고 봐야 한다.
  • 쿠도 신이치 뉴욕의 사건
    피해자가 맡았던 천사 배역을 좋아했는데, 그걸 피해자가 그만둬서.
    이것도 위의 것과 마찬가지로 그냥 정신병에 가깝다.[19] 범인은 초반에 갑옷이 떨어지는 사고로 죽을 뻔했으나 이를 란이 구해줬는데, 범행이 들통난 뒤에는 란이 자신을 구해준 덕분에 무사히 해냈다며 란을 비웃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 에피소드의 주제인 "사람을 살리는 것에 논리적인 이유는 필요없다"을 강조하기 위해 범인을 의도적으로 (그냥 사고로 죽게 버려두는 게 나았을 정도로) 악질로 묘사한 것 같다.
  • 살인범, 쿠도 신이치~정말로 묻고 싶은 것
    쿠도 신이치의 잘못된 추리로 양아버지의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오해해서.
    신이치는 범인의 양아버지가 아내를 죽이고 자살한 동기(아내의 불륜)를 대놓고 발표하기 꺼림칙해서 범인에게만 살짝 알려주고 공식적으론 적당히 거짓으로 꾸며내 발표했다. 그런데 범인은 양아버지가 양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에만 충격받아서 동기 부분은 그만 흘려들어 버렸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동기가 거짓이란 것만 알아버리는 바람에 신이치를 증오하게 되었다.
    다만 이 사건은 범인에게 동정의 여지가 있다. 이런 중요한 진실은 동네 순경이 아니라 사건의 담당 형사들이 "동기와 증거도 찾았고 인정하긴 싫겠지만 이게 진실이며, 마음이 많이 아프겠지만 너만 진실을 알아주길 바란다."는 식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거기다 범인은 신이치를 매우 신뢰했으니, 신이치가 경찰들과 함께 설명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신이치는 사건이 끝나자마자 바로 돌아갔다. 결국 신이치의 말 전달 방법이 잘못된 것.[20]
  • 점쟁이와 세 명의 손님
    점쟁이에게 사업운을 물어보고 창업했는데 망해서 그 점쟁이를 죽였다.
    만약에 점쟁이가 "대박이 날 것이다!"라 말했는데 망했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자기가 가게 컨셉을 이상하게[21] 잡아서 망한 것을 점쟁이가 대박나지 않을 것이라 했기 때문에 사업이 망한 것이라는 되도 않는 억까를 시전했으니 어이가 없을 수 밖에 없다.
  • 글램핑 괴사건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피해자가 자기가 준 게를 받아먹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헤어지자 해서. 괴사건이란 제목 그대로 옷걸이 사건을 따위로 만드는 희대의 막장 사건이다.
    스토리를 정확하게 풀자면 게 알레르기가 있는 피해자가 자신은 이걸 먹으면 안된다고 거절하자 내가 직접 먹여주는데 안 받아 먹냐는 이유로 삐친 범인이 게 다리를 피해자의 얼굴에다 냅다 투척하는 매우 무례한 행동을 했다. 피해자는 범인의 무례한 태도에 결별 통보를 하면서 [22] 뛰쳐나갔고, 이후 범인이 사과하고 재결합을 요청했지만 안 받아줬다고 한다. 이에 범인이 피해자를 글램핑장에서 죽인 것이다. 옷걸이 사건은 배신감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이 사건의 범인은 그저 본인이 알레르기에 대한 무지함으로 무례한 행동을 하고 그 일로 사람이 떠나갔다는 적반하장 태도에서 저지른 범행이라 어처구니가 없다.
    사실 범인 뿐만 아니라 다른 용의자 둘도 어이가 없다. 범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시체를 옮겼는데, 다른 용의자들이 시체를 보고는 '내가 범인으로 몰릴지도 모른다.' 싶어[23] 다른 이에게 덮어씌우려 시체유기를 저지른 것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당당하게 지껄이는가 하면, 마지막에 범인이 연행되는 것을 보고 멍청한 놈이라며 실실 쪼개다가, 메구레가 "당신들도 시체유기를 저질렀으니 경찰서에 같이 가야겠다."란 말을 듣자, 왜 우리도 잡혀가야 되냐는 식으로 놀라는 찌질함을 보여준다.[24]
  • 아내 찾기의 비밀
    피해자가 자기 마당의 나무를 멋대로 가지치기 해서.
    솔직히 여기까지는 싸움이 일어날 동기는 될 수 있고, 그러다 실수로 죽였다고 치면 황당한 동기는 아니었을 것이며, 차라리 '일부러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순순히 시인했다면 본인 죄도 가벼워졌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 범인은 반성은 커녕, 피해자의 시체를 유기하고 피해자의 남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뻔뻔한 행태를 보였는데, 그 이유가 피해자 부부가 행복하게 지내는게 꼴보기 싫어서란 기가 차는 이유다. 이 사건도 옷걸이 편보다 더 어이없는 동기다. 오죽하면 피해자의 남편이 분노로 눈이 돌아가서 경찰들이 옆에 있음에도 삽으로 범인을 때려죽이려 했다. 만약 메구레가 말리지 않았다면 이 남편도 살인범이 될 뻔 했다.
  • 증오의 프라이팬
    사장주임이 죽으면 회사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평소 피해자들이 직원들에게 하던 덕담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이런 짓을 저질렀다. 심지어 피해자 중 하나인 주임을 없애려고 가스 폭발을 일으키는 미친 짓을 저지른다.
  • 케이크를 사랑하는 여자의 발라드
    본인은 어릴 적부터 양과자를 좋아해서 양과자 전문점에 취직했는데, 사장이 양과자가 아닌 화과자를 도입하기 시작해서.
    사실 이 에피소드가 글램핑, 프라이팬 편보다 더 미친 사건인데, 작중 사장이 회사에서 양과자를 완전히 없애고 화과자를 도입하겠다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둘을 같이 팔자고 했던 것이다. 결국 범인은 사람 목숨보다 케이크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덤으로 경찰에게 연행되기 직전에 사람들이 케이크로 보이는 등, 범인이 진짜 정신병자다.
  • 변호사 키사키 에리의 증언
    피해자의 전속 미용사이자 전 여친인 범인은 피해자 새 여친의 취향에 맞춰 머리를 해줘야 하는 게 싫어서 죽였다.
    거절하면 되지 않았냐고 물으니 그의 머리는 자기가 평생 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이 말에 따르면 약속은 거절하기 싫고, 그 여자 마음대로 스타일 바꾸는 것 또한 싫어서 살인을 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약속 > 생명. 다만 이것도 실질적으로는 피해자의 현 여친에 의해 휘둘리는게 싫어서 이렇게 극단적인 짓을 했다고 하면 이해는 가지만, 문제는 이러한 묘사가 부족하다는 점과 이것도 정신상태가 정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제대로 헤어진 게 아니라 잠시 싸우고 냉각기일때 새 여친이 끼어들어 남친을 유혹해 채갔다고 하니 증오스러울 법 하다.
  • 소년 탐정단 조난사건
    계속 도련님으로 있고 싶어서, 더 자세히 말하면 가난한 자기 애인에게 돈 쓰는게 아까워서란 이유로 사고로 위장하여 살해하려 했다.
    이 사건은 다행히도 살해 직전에 피해자를 소년 탐정단이 구조에 성공한다. 더군다나 여기 범인은 최후의 발악으로 아유미를 인질로 잡은 것은 물론, 어디서 가져왔는지 권총까지 소유하고 있었다.
  • 말할 수 없는 목격자
    작중 범인은 요즘 젊은 것들은 노오력할 생각도 하질 않는 글러먹은 것들이란 꼰대스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본인을 목격한 피해자를 죽이기 직전에 "너희처럼 쓸모없는 것들 때문에 사회가 더러워지고, 내가 너희들을 청소하는 것이다!"는 궤변을 주장한다.
    결국 본인이 사회를 깨끗하게 만드는 정의로운 인간이란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것.
  • 베이카마을 번복되는 미스터리
    본인의 소설이 출판사에 퇴짜맞고 혹평까지 들어서.
    사실 이 사건도 동기만 보면 어이없긴 해도 본 세계관 내에서 흔히 볼법한 사건이라 생각할 수 있다. 애초에 코난은 그런 세계니까 그런데 진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범인이 원한을 갚기 위해 본인의 원한과 무관한 사람을 둘이나 죽였다는 것이다. 그 이유조차 실수나 입막음 같은 목적도 아니었고, 오로지 원한이 있는 대상에게 살인죄를 덮어씌우기 위해서 계획적으로 저지른 일이었다.[25] 그냥 원한이 있는 대상을 살해하면 끝나는 일을 더 치밀하게 만들고 싶다는 이유로 애먼 사람 둘을 죽였다.[26]
    게다가 해결 방식이 제일 어이가 없는데, 코난이 추리를 해냈지만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추리물에 추리가 있으면 됐지, 증거 같은 건 필요없다며[27] 범인이 알아서 자수한다. 심지어 본인도 자신이 지은 죄가 얼마나 큰지 안다고 인정했다. 이럴거면 처음부터 원한이 있는 인물만 죽이고 본인이 자수를 하든가... 본 문서에서 지적하는 어이없는 동기, 증거의 부족,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전개를 겸비한, 여러모로 엽기적인 에피소드.
  • 기적 소리가 들리는 고서점 2
    작중 범인은 병원에 입원한 남편의 오래된 책들을 멋대로 처분하려 했다. 그런데 이게 실패하자[28] 왠 양아치 하나를 불러서 책을 훔쳐주면 돈을 주겠다고 했는데, 양아치가 훔친 책의 가치를 알아내서 돈을 더 달라고 하자 골치 아프다 싶어 살해했다. 더군다나 책이 도난당한 직후에 북카페 사장을 불러서 당신이 책을 샀으면 도둑맞을 일이 있었냐며 뻔뻔하게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심지어는 북카페 사장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짓까지 했는데, 그 이유가 자신이 양아치를 고용한 것과 살인을 한 것도 북카페 사장이 책을 처분해주지 않아서니까 그 자에게 덮어씌우자란 가관스런 기적의 논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런 주제에 범행이 들통나자 눈물까지 흘리며 한탄하는 등, 마지막까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대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 제가 저질렀습니까?
    비록 우발적이고 피해자인 노인의 평소 행실이 좋게 묘사되진 않았으나,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조롱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여기에 더해 지나가던 취객[29]에게 누명을 뒤집어 씌울려고까지 했다. 그리고 범행이 들어난 이후 술 때문이라고 되도 않는 변명질을 했다가, 코난(코고로)에게 "술 핑계대지 마라. 그리고 당신이 누명을 씌우려고 한 취객은 사람을 구할려고 했다."고 일침만 듣는다.

4.1.2. 극장판

극장판에서도 어이없는 동기가 나온다.
  • 1기: 시한장치의 마천루
    자신이 설계한 건물이 설계도대로 설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접 설계한 건물에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 2기: 14번째 표적
    연쇄 살인인데 일부 피해자에 대한 동기가 비싼 와인을 사놓고 제대로 관리를 안 해서 / 책에다가 와인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써놓아서이다. 다만 이 경우는 근본적인 동기가 스트레스로 인한 소믈리에의 미각 상실인지라, 조금이라도 자신을 빡치게 했으면 전부 표적으로 삼은 것이긴 하다.
  • 5기: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
    범인은 후지산 전망이 잘 보이는 곳까지 등산하여 그림을 그렸는데, 늙어서 등산할 체력이 달리자 아예 애용하던 전망 포인트에 집을 지어 살았다. 그런데, 거대한 빌딩이 들어서 후지산의 전망이 가려지자 더 이상 사랑하던 후지산을 그릴 수 없게 된 것. 이에 빌딩 관계자들에게 큰 증오를 품고 연쇄 살인을 벌였다.
    언뜻 공감이 될 만한 동기 같지만 어느 부분이 어이없는지는 동기 묘사 부족 문단에서 후술.
  • 6기: 베이커가의 망령
    살인범의 후손이라는 것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서. 일본에서 범죄자 가족과 지인 등을 보는 시선을 생각하면 범죄자의 피를 이은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럼에도 이곳에 있는 이유는 그 살인범이 백수십 년 전의 인물인 잭 더 리퍼이기 때문. 여기에 살인마의 피를 두려워한다면서 이미 본인은 죄 없는 사람을 두 사람이나 죽음으로 몰아넣는 모순을 보여준다. 이에 유사쿠는 "살인범의 피가 어때서요! 세상의 눈이 어떻다고요? 어째서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일갈한다.
  • 10기: 탐정들의 진혼가(중간보스)
    비밀(범죄)를 공유하는것으로 사랑이 깊어진다고 생각해서. 또 다른 범인이자 최종보스의 동기는 현금 수송차에서 턴 돈을 본인 혼자 독차지하기 위해서라는 개인적인 욕심인지라 그나마 나은셈.
  • 19기: 화염의 해바라기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 중 진짜 그림이 모조품인 2번째, 5번째 그림들이랑 같이 전시되는 게 싫어서 그 2점을 없애버리려고 했다. 일단 본인이 그린 그림도 아니고 고흐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소유주가 따로 있는 그림을 없애려 한 것도 어이없지만 그 계획은 더더욱 황당한데, 키드를 통해 빼돌리려고 하는 나름 정상적인 계획도 있었지만 본인도 타고 있던 비행기에 폭탄을 설치한다거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던 미술관에 방화를 저지르는 등, 도가 너무 심했다. 대형사고가 될 것은 둘째 치더라도 그렇게 고흐의 해바라기를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이 진짜 그림도 말려들 위험이 있는 계획을 짠 것이 이해가 안 간다.

4.2. 동기의 패턴화

특히 위의 동기들을 보면 알겠지만, 범인이 배우, 화가, 소믈리에 등의 예술가일 경우 십중팔구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손실을 보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예술을 더럽혔다거나 예술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경우가 많아 예술가를 자기 예술관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광인처럼 그려놓는다.

코난에 무고하거나 양심 있는 예술가 캐릭터들도 얼마든지 등장하고 있으며 매드 사이언티스트매드 아티스트 캐릭터는 작품 속 세계에서 수도 없이 다뤄지는 소재인 건 맞지만, 문제는 코난에서 나온 예술가 범인들 중 실질적 손해 때문에 범행을 벌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코난을 보는 일부 예술계열(음악, 미술 등) 종사자, 전공자, 전공하는 학생들은 이 부분에 대하여 공감할 수 없다. 범인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왜 예술인을 그렇게 묘사하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나마 14번째 표적의 범인 정도가 실질적 손해 때문에 범행을 일으킨 사례지만 이쪽은 범행을 저지르는 김에 자신의 예술을 모욕하거나 모욕했다고 범인이 생각하는 사람과 무고하거나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까지 싸잡아 죽이려고 했다. 사실 이는 후술할 '알려진 동기가 아닌 새로운 동기가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또 다른 문제점에서 파생된 부분이기도 한데, 일반적일 때에는 그나마 '사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이런 속사정이 있었다' 정도가 밝혀지는데 예술가는 이런 속사연보다는 비뚤어진 예술관이 실제 동기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것들보다 많이 나오는데 잘 언급되지 않는게 교수와 학생관계. 작중 에피소드에서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이 등장하면 100% 교수가 학생의 성과를 훔친 상황이다. 교수를 무슨 학생의 아이디어를 훔쳐 자기 커리어에 반영하는 탐욕스런 사람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애초에 그런 거 없어도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은 충분히 웬수 관계이며(...) 어지간하면 대학원생에게 교수가 눈독 들일 정도의 아이디어 나오는 경우 자체가 손에 꼽는다. 나온다 치더라도 학술 성과는 실전 검증까지 년 단위는 걸리고 그 사이 반례가 튀어나와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학생의 성과를 낼름한다고 교수가 얻을 이득은 거의 없다. 하지만 명탐정 코난의 연구실들은 동기의 패턴화로 인해 "실리와 탐욕에 미친 교수와 세계사에 실릴 아이디어를 밥먹듯 뽑아내는 굴지의 젊은이들"로 드글드글한 괴상한 세계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오해에서 비롯한 동기가 지나치게 많다. 피의자가 살인 동기를 밝힐 때 피해자의 지인이 "그건 오해였으며 피해자는 언제나 피의자를 위해주었다."라고 고백하면 피의자는 범행을 후회하고 오열한다. 대표적으로 오해로 생긴 사건은 외딴섬의 공주와 용궁성이나 톳토리 거미 저택의 괴이 등이 있다. 두 사건은 '오해'가 아니었다면 처절한 동기였다. 이런 전개가 자주 나오는 이유는 일본의 혼네/다테마에 심리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목숨을 대수롭지 않게 논하는 생명경시와 죄에 대한 윤리의식 결여는 물론이거니와, 돌이킬 수도 용서받을 수도 없는 잘못을 너무나도 쉽게 저질러버린다. 이러한 범인들의 행동은 분노조절장애와 흡사하며 이는 이 작품을 보는 대중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실제 분노조절장애는 폭행에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살인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복잡한 트릭을 사용한 계획 살인은 말할 것도 없다.

4.3. 동기 묘사 부족

범인들의 뒷사정과 살해 동기를 설명이 부족하다. 김전일과 탐정학원은 장편 사건은 1~2화, 단편 사건들도 과거 회상에 상당 부분을 할애해서 범인들의 뒷사정과 동기를 설명한다. 추리소설들도 몇 장 정도는 범행동기 설명으로 쓴다. 반면 명탐정 코난은 장편 사건조차 한두 페이지, 그마저도 대사 몇 줄로 설명하며 세부설명은 간략하게 때우는 경향이 심하다. 그래서 팬들이 동기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끼워 맞추는 일도 있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말이 된다 해도, 독자들이 원하는 동기에 대한 설명을 작품 내에서 직접 다루지 않는다는 것은 비판점이 될 수밖에 없다.

만화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자 하기보다는 극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며, 그래야 독자들을 만족하게 할 수 있다. 범인의 동기가 처절하기로 유명한 김전일에서도 비이성적인 범죄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이유로 사람을 죽인 사건이 여럿 등장하긴 하지만, 이런 사건들도 나름대로 인간의 불안, 광기나 나약함 등 여러 가지 심리적, 윤리적 측면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주며 강렬한 심리 묘사 연출로 독자들에게 강한 충격과 반전을 주어 그 후에도 자주 회자한다. 또한, 범인의 발상 자체는 비이성적일지라도 그러한 극단적인 행동에 이르게 된 최소한의 개연성은 가지고 있다. 쿠치나시촌 살인사건, 학교 7대 불가사의 살인사건, 히렌호 전설 살인사건등의 범행의 동기는 비합리적이다 못해 악질적이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과정이나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인간의 나약함과 양심의 실종 및 거기서 파생되는 광기 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서 동기의 비합리성을 보충해 준다. 모든 범인이 독자들에게 동정받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극적으로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것이며 이는 제작 측에서도 의도한 바이다. 하지만 코난은 그런 식의 연출조차 되어 있지 않은 사건들이 대부분이라 황당한 동기가 드러나면서 위에 나온 것처럼 놀림거리가 되는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작품의 전체적으로 가벼운 분위기와 맞물려서 동기 측면을 너무 부실하고 단순하게 다루고 있다. 상기된 이상한 동기들이라도 과거 회상을 강화하거나, 범인의 심리 묘사를 더 치밀하게 한다면 이해할 수 있거나, 적어도 충격적이고 무섭기라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상당수의 사건이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이는 작중에서 살인을 가볍게 다루는 문제와도 연결되는 비판점이다.

동기가 어이없기로 유명한 에피소드인 옷걸이 사건 역시 묘사가 잘못된 것이 더 문제다. 이 사건의 근본적인 동기는 말이 안 되는 정도는 아니며 오히려 매우 현실적이다. 사건의 동기는 자신과 동고동락해온 직원이 자길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간다는 배신감 때문이었고, 옷걸이는 이런 배신감이 폭발하게 만든 방아쇠였을 뿐이다. 살인이 벌어지기엔 과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서로간에 싸움이 일어나기에는 충분한 동기고, 몸싸움이 격해진 나머지 계단 밑으로 굴렀다든지 해서 죽어버렸다는 식으로 설명한다면 충분히 현실적이고 자연스럽게 묘사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실질적인 분노가 피의자의 대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자꾸 자기한테 옷걸이를 던졌다는 말만 너무 강조해서 말하는 바람에 옷걸이 때문에 죽인 것처럼 느껴지도록 묘사했다. 그렇게 다른 일은 다 참아도 옷걸이를 던지는 것만은 용서할 수 없다는 뉘앙스의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그 던진 옷걸이도 피해자가 일부러 던진 게 아니라 실수로 튕긴 거라서 옷걸이 자체에 분노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부 독자들이 부분만 따와서 왜곡한 것이 아니라, 사정을 알고 찬찬히 봐도 너무 지나치게 옷걸이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 다음으로 유명한 변호사 키사키 에리의 증언 또한 피의자의 발언을 저렇게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건 문제가 있고, 자신의 전 애인에게서 새 연인의 흔적인 변해가는 머리 모양을 보는 것이 극도로 싫었던 피의자가, 삐뚤어진 애증과 집착을 못 이겨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다만 이것도 정상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게 문제지. 어찌 되었든 작품에서의 묘사가 미진하여 독자의 오해를 산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천국으로의 카운트다운의 동기 역시 겉보기에는 좀 그럴듯해 보일지 몰라도 큰 허점이 있는데, 바로 빌딩이 지어질 동안에는 대체 뭘 했냐는 것이다. 빌딩 때문에 후지산이 가려지는게 싫었다면 빌딩 건설사 측에 가서 항의하거나, 관청에 찾아가서 건축 허가 취소를 요청하거나 하는 식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그 조치가 죄다 실패해서 절망한 나머지 그만 살인을 저질렀다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동기가 되겠지만,[30] 빌딩 완공식에 초대될 정도면 정말로 빌딩이 다 지어질 때까지 아무 말도 없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빌딩 건설 도중에 불화를 일으킨 상대를 초대할 리는 없으니까... 건설 도중엔 아무말도 안하다가 완공된 빌딩 때문에 열 받는다고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매우 공감하기 어렵다. 정 안 되면 그냥 해당 빌딩에 작업실 대여를 문의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그저 후지산을 가려서 화났다라는 것만 강조해서 황당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31]

장기 프로그램에 무르기를 넣을지에 대한 피해자의 질문이 살인 동기가 된 단행본 37권, TVA 307~8화 "남겨진 소리 없는 증언" 역시 잘만 설명했으면 설득력 있게 전달됐을 동기를 미흡한 묘사로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린 사례이다. 20년 전에 게임 회사에 갓 입사한 범인은 역시 무명 게임 제작자였던 피해자와 장기라는 코드가 맞아떨어져서 술친구로까지 발전했고, 출세하면 명인들도 못 당하는 장기 소프트웨어를 만들자고 꿈을 키웠다. 하지만 범인이 20년 동안 장기의 온갖 명승부 기보는 물론이고 거액의 빚까지 져가면서 투자했건만, 피해자는 그 와중에 영화 CG로 성공해 돈맛을 봐서 장기 소프트웨어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져 그대로 놀고 먹었다. 그런 와중에 피해자가 범인을 만났을 때 쳤던 소리가 바로 "무르기는 몇 번으로 할까?"였던 것이다. 범인 입장에서는 이런 반문은 20년의 시간과 돈을 들여 투자했는데, 정작 개발은 시작조차 안 했다라고 비춰질 수밖에 없으며,[32] 오히려 폭발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즉 범인의 동기는 꽤나 설득력이 있었고 무르기는 어디까지나 분노를 폭발시킨 방아쇠였을 뿐인데, 대사의 초점을 잘못 맞춰서 무르기 때문에 죽인 것처럼 보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피해자가 돈을 들고 튀려고 한 이유가 검은 조직인데, 검은 조직의 존재를 작중의 가해자는 모르는 데다 독자들도 검은 조직에 비중을 두다 보니 가해자에 감정 이입하기 힘든 구성이 되어버렸다.

불길 속의 붉은 말(39권, TVA 325~7화)도 오해할 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병원을 짓고 싶었다는 것은 방화의 동기이지 살인의 동기가 아니다. 살인의 동기는 아내에게 방화범임을 들켜 이혼과 집에서 나가줄 것을 협박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걸 병원을 짓고 싶었다는 대사를 강조해버리니 병원 건립을 살인의 동기로 생각하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동기가 처절한 사건들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톳토리 거미 저택의 괴이 편만 해도 매우 슬프고 처절한 사건이었는데도 사건의 진상을 문장 몇 줄로 때워버려 황당하다는 평을 적잖게 들었다.

4.4. 트릭과의 부조화

우발적이고 어처구니없는 동기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하고, 이를 참지 못하여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명탐정 코난의 문제는 '우발적 범죄임에도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이를 하나도 빠짐없이 실천했다'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트릭이 정교하고 복잡해질수록 거기에 따르는 사전 준비나 준비물은 당연히 많아지는데, 범죄가 계획적이 되면 될수록 당연히 그런 계획범죄를 짜게 될 만큼 범인을 자극하는 동기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동기는 날림인 주제에 트릭이 정교하니 독자들에게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느냐?' 하는 점을 이해시키지 못하고 있다. 위에서 다루었듯이 트릭의 종류가 복잡한 물리 트릭에 국한되는 것과 결부되는 문제이다.

예를 들면 File 988의 '불타는 텐트의 불가사의' 사건은 그 이전까지 범인이 피해자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있던 것은 사실이나 실질적 범행 동기는 폭음한 피해자의 폭언에 의한 우발적 살해였는데, 그렇게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겠다고 마음먹은 범인은 즉석에서 양초랑 책으로 시한장치를 만들어서 텐트를 발화시킨다는 계획적인 트릭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차라리 즉석에서 욱해서 피해자를 때려죽이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화재를 트릭으로 발생시킨 것이면 모를까, 동기와 트릭이 따로 놀고 있으니 범인에 대해 전혀 공감할 수가 없는 것.

단행본 90권 File.10- 91권 File 3의 코난과 헤이지의 누에 전설 사건의 경우에는 트릭이 엄청난 사전 준비가 필요하고, 범인은 그 사전 준비를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퍼부었다. 일본에서는 손이 가장 많이 가는 코난 트릭 중 3위로 뽑혔을 정도이다. 대충 정리한 글. 그런데 범인은 피해자들이 만약 양심이 있어서 보물이라는 미끼에도 자신들이 범인의 소중한 사람을 죽인 곳에 찾아오지 않았다면 살인 계획을 취소할 생각이었다는 이상한 말을 한다. 거의 병적인 수준으로 사전 준비를 할 정도로 범인의 트릭엔 '반드시 피해자들을 전부 죽이겠다'란 강렬한 살의가 보이는데, 정작 범인이 동기를 설명할 때의 대사는 피해자들이 반성하는 듯하면 용서할 생각이었다는 식의 연출이다. 살인 트릭이 단순하고 손이 덜 가는 식이었다면 범인의 대사는 이상할 게 없으나, 그게 아니니 대사의 연출이 이상해졌다.

코난의 트릭은 대체로 알리바이 형성에 주목적을 두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피해자를 죽이고서 무사히 빠져나가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면피할 생각이 없다면 그런 복잡한 트릭을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다짜고짜 칼로 찔러 죽이는 것이 더 간단할 것이다. 그런데 코난의 사건 중에서는 범행 동기 중에서 피해자를 죽이고서 면피할 생각이 없는 사건들도 많다. 이러면 위의 복잡한 트릭을 짠 이유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

극장판에서는, 특히 시즈노 코분 총괄 하에서는 액션을 살리려고 사건의 크기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 보니 평범한 사건이었다면 잘 어울렸을 동기가 규모 때문에 잘 안 어울리게 되기도 한다. 2기, 11기, 12기, 16기, 21기, 22기가 그 예시이다.

4.5. 동기에 대한 무관심

인간은 자기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충동에 따라, 급기야 살인에까지 이를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결코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진실을 비추죠.... 우리가 아직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그것.... 그게 바로 동기에요.
Q.E.D. 증명종료토마 소, 미즈하라 가나가 '성실하고 착한' 지인을 편들자 '심증으로 사물을 판단하고 싶지 않다'면서 한 말.
Every action needs to be prompted by a motive.
동기 없이 행동할 수는 없다.[33]
- 레오나르도 다 빈치

Q.E.D. 증명종료는 용의자들이 표면적인 동기를 털어놓다가 결말에서 진짜 동기가 드러난다. 소년탐정 김전일은 다른 용의자들도 동기가 없지는 않다는 연출을 통해 범인 떡밥을 적절히 깔아둔다.[34] 다른 추리 만화들은 절대다수의 에피소드가 1회 내로 끝나는 만큼(ex. 절대미각 식탐정) 용의자의 수도 한정되어 있어서 동기를 설명할 틈조차 없다는 나름의 사정이 있는 편이다. 용의자가 여러 명일 경우 서로 "너라면 피해자를 죽일 만하잖아!"라면서 서로 트집을 잡는 연출은 거의 추리물의 공식이다.

반면 명탐정 코난은 셜록 홈즈 시리즈 같은 고전 추리물에 가깝지만, 홈즈 시리즈는 코난에 비하면 복선을 제법 많이 넣는 편이고 동기도 현실적이다. 주로 전기 시리즈는 치정 문제 등 개인적인 동기를, 후기 시리즈는 조직폭력이나 국제관계 등 무거운 사안들을 다룬다. 다소 괴팍해 보이는 피해자나 범인들도 나름대로 사정과 목적이 있고,[35] 가짜 범인 같은 것도 경찰의 무능한 모습을 강조하려는 경우가 아니면 나오지도 않는다.

명탐정 코난에서 "동기"란 그저 문자 그대로 "범인이 그런 행동을 한 이유"에 불과할 뿐이지 그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는지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아서, 개연성은 있되 핍진성은 굉장히 부족해 보인다. 얼마나 동기가 부실한지는 위의 "어이가 없는 범행 이유" 문단에서 인용된 사건들을 짚어보면 알 수 있다. 원작 수록 에피소드 기준으로 서술.
  • 제트코스터 살인사건
    영광스런 명탐정 코난 최초의 사건. 그러나 범행 동기인 "자신을 차고 다른 여자와 사귀어서"를 뒷받침할 만한 인물 묘사는 보이지 않는다. 범인이 괜찮은 척 연기를 했다고 볼 수는 있지만 그게 연기인지는 티가 나지 않는다.[36] 뭐 이 에피소드는 에도가와 코난의 탄생에 초점이 맞춰진 첫 에피소드인지라 분량이 너무 적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볼 여지는 있다.
  • 홈즈 프리크 살인사건
    동기가 "자칭 홈즈광(狂)이라는 인간들이 '아이린이 홈즈를 비웃는다'는 개소리를 책으로 써내는 걸 참을 수 없어서"이다. 즉, 범인의 동기는 "홈즈가 인정한 그녀(아이린)가 홈즈를 비웃을 리 없다."인데, 여성이 꽤 수동적이고 정형화된 인상으로 나오는 홈즈 시리즈에서 아이린은 홈즈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한 방 먹인 여성이다. 물론 홈즈에게 잡힐 뻔했으나 간발의 차로 도망갔으니 어느 한 쪽이 특별히 못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 홈즈에 대한 애착은 별로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죽은 와중 '홈즈 의상이 불쌍하다'고 할 정도의 오타쿠 기질을 보였던 시미즈 나나코가 더 범인처럼 보일 정도. 뭐 훈제 청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비약이 너무 심하다. 그렇게 치면 다른 용의자들은 뭐란 말인가.[37] 그리고 명색이 주인공에게 코난이란 이름을 붙일 정도로 홈즈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면서 이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짚지 않고 넘어간 것은 확실히 오류.[38] 이때의 설욕인지는 몰라도 훗날 홈즈의 묵시록에서는 엄청난 양의 홈즈 레퍼런스를 사용한다.
  • 마술 애호가 살인사건
    범인의 할아버지인 사망한 노마술사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채팅에서 안 좋은 소리를 했다'는 언급과 위장해서 동시 접속한 범인의 존재가 사건 도중에 나오긴 하는데, 범인과 연관지을 방법이 전혀 없다. 오히려 코난 특유의 '일단 부정하고 본다(…)'의 법칙이 적용되긴 하지만 이건 작가의 매너리즘이지 진짜 좋은 연출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나마 동기 자체는 할아버지를 죽게만든 사람들에 대한 복수였으니 처절한편이긴 하다.
  • 쿠도 신이치 뉴욕의 사건
    여기도 동기의 막장성으로 치면 못지않다. 실질적인 동기는 '피해자가 양다리를 걸쳐서'인데, 이걸 무슨 '피해자 외에 다른 사람이 천사 역할을 맡는 건 꼴 보기 싫어서'라고 했으니 더더욱 괴악해 보이는 것.

범인을 먼저 만들고 동기를 나중에 붙인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인지 위의 사례들 외에도 범인과 피해자 사이에 뭔가 감정의 골은 충분히 묘사되어 있으면서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는 드러나지 않은 사건도 많다.

이렇듯 동기에 대해 근본적으로 무관심하다 보니 상황을 잘 따져보면 사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아도 상대를 응징할 수 있는 때도 있다. 현실적으로 살인하면 사형에까지 이른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살인 자체를 즐기는 쾌락살인이 아니고서야 살인은 최대한 피하려고 할 것이기에 이러한 전개가 나오면 독자는 이입하기가 어렵다. 위의 동기의 패턴화에서 "미친 예술가"가 자주 나오는 것은 이러한 이유일 수도 있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해버리면 적어도 사소한 계기로 살인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해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살인사건을 퍼즐에 가깝게 여기는 경향 때문일 수도 있다. 퍼즐이라고 보면 문제의 대상이 되는 트릭을 푸는 게 중요할 뿐 동기는 부차적일 뿐이다. 이러한 관점은 고전적인 탐정 소설의 클리셰이면서 흔히 서점 한쪽에서 파는 추리 문제집 같은 경량화의 영향이 큰데, 이에 대해서는 스토리 관련 비판에 해당 문단이 마련되어 있다. 아울러 유독 코난이 더 비판을 받는 이유도 나와 있으니 참고.

5. SF 요소와의 충돌

#2. All supernatural or preternatural agencies are ruled out as a matter of course.
#2. 초자연적이거나 불가사의한 수단은 당연히 안 된다.
- 녹스의 10계
살인 방법과 이에 대한 수사방법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한다. 공상적이고 비과학적인 방법은 탐정소설에서의 살인일 수 없다. 만약에 환상적인 세계에서의 범행이고 수사가 된다면 이는 모험소설이 되어버린다.
- 반 다인의 20칙
명탐정 코난이라는 만화가 추리물이기에 생기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있다. 명탐정 코난은 시작부터 초과학적인 물건이 등장하는 등 SF적 면모가 상당하다. 그런데 이런 SF적, 초자연적 세계관은 추리물과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SF나 판타지에서는 현실의 과학기술이나 물리법칙으로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핍진성만 맞으면 작가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해도 된다. 하지만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작가 설정대로'라면, 트릭을 설정하고 그걸 추리로 간파해내는 추리물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추리란 "불가능한 것을 빼고 나면, 남은 것이 얼마나 황당할지라도, 진실임이 틀림없다."라는 네 사람의 서명의 유명한 말처럼 이 세상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 중에서 불가능한 것을 추려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가가 무한정 상상하여 불가능한 것이란 게 없는 세상이라면 이를 추려내는 작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망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1,000km밖에 떨어져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치자. 그렇다면 탐정은 '용의자를 돕는 공범이 있었다.', 'CCTV에 찍힌 용의자는 그가 돈을 주고 고용한 변장한 연기자였다.', '과학적 트릭을 통해 사망 추정 시각을 잘못 계산하도록 조작한 것이다.', '옛날에 찍힌 CCTV 기록을 해킹하여 그날 당시의 것으로 조작했다.' 등과 같이, 그 세계에서 가능할 법한 사건 구조를 상상하고 증거에 위배되는 가능성들을 지워나갈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제약을 따르지 않는다면 이런 식으로 추려내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피해자가 있는 곳으로 순간이동을 한 뒤 피해자를 죽이고 달아났다", "피해자를 죽인 뒤 시간을 정지시키고 달아났다", "데스노트 같은 원격 살해가 가능한 도구로 살인을 저질렀다" 등등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사건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전개한다면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할 수야 있겠지만 그런 스토리를 추리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되면 "독자도 함께 추리해 나간다"라는 추리물의 기본적인 향유 요소 중 하나가 소멸해버린다. 제아무리 추리해봤자 작가가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는지까지는 추리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39]

그렇기 때문에 SF와 추리를 결합하려면 SF 요소의 한계를 명확히 조절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래야지만 탐정은 그 한계 속에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 추리를 진행할 수 있으며 독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령 앞선 예에서 든 그런 비현실적인 트릭들이 등장한다고 한다면 적어도 '이 세계에는 순간이동 능력이 있다', '시간 정지 능력이 있다', '원격 살해 능력이 있다' (그리고 명시된 초능력 이외의 다른 비현실적인 능력은 없다) 라는 단서 정도는 주어져야 한다.[40] 예상치 못한 무한한 상상력은 이능력 배틀물 같은 장르에서는 매우 매력적이지만[41] 추리물에서는 오히려 독이 된다.

명탐정 코난 세계관이 정확히 그런 SF 세계관이다. 당장 이야기의 시작부터가 APTX4869라는, 현대 과학으로는 절대 구현 불가능하며 심지어는 '이론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영역'일지도 모르는 약물이 아니면 성립하지 않는다. 게다가 천재적인 과학자라는 설정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민간인아가사 히로시 같은 인물마저 현실의 과학기술을 초월한 물건을 만들어댈 수 있는 세계관이다. 비록 아가사 히로시의 발명품이 '요새는 스마트폰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연재 당시에는 엄연히 당시의 과학기술력을 초월한 물건이었다.

작가도 이런 문제점을 깨달은 것인지 적어도 범인을 추리하는 장면에서는 SF 요소를 개입시키지 않는 등 선을 지키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SF 요소의 한계를 정해둔 것이다. 그러나 가끔 등장하는 SF 요소가 오로지 주인공의 편의에 맞춰져 있어 개연성을 해치고 있다. 가령 코난이 사건을 해결할 때에는 초강력 킥 운동화 같은 SF 도구들이 상당히 자주 쓰이는데, 범인은 그러한 기술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당히 자의적인 제한이다. 특히나 주요 적 세력 중 하나인 검은 조직아가사 히로시만한, 혹은 그를 능가할 만한 기술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설정과도 맞지 않는 전개가 된다.

예를 들어 검은 조직은 왜 SF적 장비를 만들어서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가? 가령 진이 쿠도 신이치를 발견해 처치할 때 그냥 평범한 방법이 아니라 아직 연구도 덜 된 APTX4869를 먹인 것처럼 APTX4869를 먹여서 피해자를 어리게 만든 뒤 죽여버리면 원래의 그 사람은 어디론가 실종되고 신원을 알 수 없는 아이의 시체만 남은, 완전범죄가 가능할 것이다.[42] 하다못해 검은 조직의 기술력이라면 경찰 등의 과학수사를 교란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면 앞서 말한 대로 추리물로서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기에, 이런 기술력은 검은 조직과 아가사 히로시 박사에게만 한정된 식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SF적인 초과학적인 기술력이 있다는 세계관을 만들어 놓고 그런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건 개연성에 어긋난다. 명탐정 코난이라는 만화의 기본 세계관을 잘못 설정한 탓이다.

때문에 가벼운 추리물이었던 작품 초반에는 온갖 기발한 아가사 박사의 발명품이 나와서 사건을 해결하는 전개가 종종 나오곤 했지만, 100권이 훌쩍 지난 후반에는 아무리 검은 조직이 위협을 해와도 아가사 박사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새로운 발명품을 개발했다" 라는 전개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로 명탐정 코난/특수장비에서 후반부에 새로 등장한 장비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것은 물론 추리물 독자들이 그런 식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같은 해결법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5.1. 비현실적 요소와 융화한 다른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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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작 아시모프 - 강철도시
  • 랜달 개릿 - '마술사가 너무 많다'로 대표되는 다아시 경 시리즈
    마술이 존재하는 대체역사 배경의 소설이다.
  • 요네자와 호노부 - 부러진 용골[43]
    사건의 범인으로 추측되는 암살기사들은 피를 얻어낸 상대를 조종하면서도 상대는 조종당했다는 것을 기억하지도 못하게 하는 술법을 쓰고 있다. 정말 자기자신이 진심으로 결백하다고 믿는 사람들도 자기도 모르게 조종당했을 수 있기 때문에 용의자 선상에서 제쳐둘 수 없다는 점이 현실의 사건과 매우 다르다. 작품의 선역 측 인물들도 굳이 독자들에게 서술 트릭을 일으킬 생각은 없지만 이런 술법이 있기 때문에 자기자신 또한 자기도 모르게 범인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저버리지 못한다. 이러한 술법은 이들 암살기사를 쫓는 팔크 피츠존이라는 인물을 통해 초반부터 이야기되기 때문에 독자와 작중 인물들은 이 사실을 통해 추리를 해나갈 수 있다.
  • 미쓰다 신조 - 사상학 탐정 시리즈
  • 야마구치 마사야 -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가장 추리물과 상극일 것 같은 죽은 자의 부활이라는 요소를 십분 활용하여 멋지게 추리물로 완성했다.
  • 니들리스 원작의 학원 편
    여기선 아예 크루스의 대사로 니들리스의 능력으로 저지른 범죄라면 추리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그럼에도 크루스는 범인의 언행의 위화감과 과거 자료의 모순점, 의문점 등을 토대로 범인을 정확하게 특정해냄으로써 초자연적인 현상이 포함된 세계관에서도 추리가 성립한다는 것을 보였다. 범인도 능력을 숨기고 있었기에 찾기 어려웠을 뿐, 능력이 공개되어 있었다면 충분히 추리가 가능한 레벨이었다. 결정적인 물증이 없고 대부분이 정황증거라는 것은 코난과 비슷하지만, 애초에 크루스는 마지막의 살인&살인미수건 외에는 본 적도 없고 1년 이상 이전의 사건이라 물증을 찾을 수조차 없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처지라 현장이 그대로 보존된 사건을 추리하는 코난과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본래 추리물조차 아닌 이능력 배틀물에 단 한 번 나온 추리 에피소드가 추리물을 표방하는 작품보다 훨씬 질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 데스노트
    세계관의 제한이 명확하다. 데스노트에서 초현실적인 물건은 데스노트뿐이고 그 데스노트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아니라 이런저런 규칙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이 데스노트의 제약 조건을 서로 이용하며 1화부터 제시되었기에 두뇌 배틀이 성립한다. 사신의 눈이 중간에 추가되긴 했으나 제약이 충분히 갖춰졌다. 가짜 규칙(며칠간 사람 이름을 적지 않으면 노트 사용자가 죽는다.)을 추가해 수사를 혼란에 빠뜨리는 공작도 나오지만 이 역시 작중에서 실험을 통해 검증해나간다.
    가능성으로만 치자면 죽음을 취소시킬 수 있는 데스 지우개 따위가 등장해 사건이 해결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노트에 사람 이름을 적으면 죽는 노트가 있으니, 지우면 되살아나는 지우개가 있다 해도 작품 세계의 핍진성을 그렇게 해칠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게 갑자기 나타나서 사건을 해결한다면 추리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44]
  • 역전재판 시리즈
    죽은 자의 영혼을 실제로 불러올 수 있는 판타지 요소가 존재하지만, 작가가 '영매로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면 되지 않느냐는 점에 대해서만은 지적하지 말아달라'라고 발언하며 선을 그었고, 첫 작품에서부터 아예 죽은 자와 소통했으나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알아낼 수 없는 상황들이 등장하며 추리 과정 자체에 판타지 요소를 도입하는 것을 배제했다. 또한, 실제로 영매가 개입한 사건을 추리할 때에도 작중에서 이미 설명한 영매의 규칙에 기반을 두어 추리가 이루어진다.
  • 아스란영웅전
    대놓고 마법이 존재하는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추리물을 표방하고 있으며, 첫 번째 에피소드의 트릭부터가 '피해자를 살해하고 축소 마법을 건 뒤 플라스크에 집어넣고 숨겨나갔다' 같은 현실적으로 어이없는 트릭을 사용한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피해자의 시반, 물약으로 젖어있는 옷, 신발에 찢겨 죽은 쥐 같은 증거 자체는 충실하게 깔아놓는다.
  • 소년탐정 김전일흑사접 살인사건
    흑사접과 야광접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나비가 등장하며, 이들의 존재가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런 가공의 나비의 특성은 제대로 알려주기 때문에[45] 추리물로서의 완성도에 문제를 끼치지 않았다.
  • 이마무라 마사히로 - 겐자키 히루코 시리즈
    '마다라메 기관'이라는 조직에서 남겨둔 오컬트적인 실험물들이 존재하는 세계관으로, 특수설정 미스터리의 효시라고 할 만한 시리즈이다. 첫 작품인 시인장의 살인은 좀비가 등장하는데, 본격 미스터리 대상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명실상부한 본격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6. 문제의 원인

이는 명탐정 코난이 정통 추리물로 구상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난의 시놉시스를 잘보면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물'보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의 공작으로 비현실적인 미지의 약을 먹고 어려진 소년이 다시 원래의 몸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에 가깝다. 즉 애초부터 코난은 정통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서스펜스 장르에 가까운 작품이다. 연재 분량을 늘리기 위해 옴니버스 식으로 전개되는 단일 사건들을 제외하고 검은 조직과 엮이는 작품 전개의 큰 줄기를 따라가 보면 대략 이렇다.
  1. 검은 조직의 정체불명의 새 인물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2. 그 인물을 둘러싼 여러 사건이나 제3의 인물의 개입, 반전 등이 일어난다.
  3. 그 인물이 누구인지 대략 3명의 후보로 압축된다.
  4. 마침내 그 인물이 공개되고 작품의 전개가 이루어진다.

실제로, 베르무트, 버번, 등 미지의 검은 조직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정확히 이 패턴을 그대로 따라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코난이나 하이바라 같이 표면적인 정체가 숨겨진 캐릭터의 정체가 들키는건 아닌지 쫄깃해 하며, 그 인물이 어떻게 독자를 속였고 주변 사람들은 정체를 밝히기 위해 어떤 수를 썼는지를 추측하고 공개되는 반전을 즐긴다. 여기까지 보면 알겠지만 코난 작품의 전개는 오히려 증거 수집과 범죄 행위에 대한 추리보다는 정통 서스펜스물의 왕도를 따라가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추리 영역은 빈약할 수밖에 없는 것.

그래서 작가도 '코난'은 단순한 추리물이 아니라 '미스터리' '로맨스' '코미디'가 한데 뒤섞인 복합 장르라고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작가도 태생이 추리 만화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으므로 추리가 빈약하면 혹평을 피하기 어렵다.

장기연재의 폐해라는 견해도 있다. 본래 명탐정 코난은 이렇게까지 오래 연재할 생각으로 진지하게 구상하고 만든 작품이 아니었다. 추리물로써 높게 평가할 만한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초반에 몰려있으며[46] 연재 15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추리는 구색 맞추기 수준밖에 안 된다. 그러나 그것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초기 에피소드도 추리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1회인 제트코스터 살인사건부터 말이 안되고, 루미놀 반응 조사만 했어도 바로 잡았을 사건인 사라진 시체 살인사건이 6권으로 초반 사건이다.


[1] 명탐정 코난/비판/스토리, 명탐정 코난/비판/캐릭터에서 보듯 현 시점에서는 로맨스나 줄거리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으나 이것들은 초반부에는 문제가 그렇게 두드러지진 않았다. 액션은 극장판에서 열심히 추구하고 있는데 현실성을 깎아 먹고 있어서 다른 면에서 문제가 된다.[2] 당장 어린 시절의 쿠도 신이치가 추리 소설을 읽으며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추리의 놀라움이 극대화된다는 대목에서 감탄하는 장면이 존재한다. 이런 전개 방식이 연출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독자가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3] 역전재판 시리즈에도 수많은 모순점들이 문서를 할애해서 설명해야 할 만큼 방대하며, 추리 소설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셜록 홈즈 시리즈 역시 얼룩 띠의 비밀에서 뱀의 생태를 잘 몰라 트릭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례가 있다.[4] 한국 방영시에는 훈민정음으로 현지화되었다. 현지화된 암호도 난이도는 원본과 유사하다.[5] 물론 신임 교사의 해골 사건에서 나왔던 암호는 범죄자들끼리 서로 소통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라 어느 정도 당위성을 가진다. 다만 독자가 추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면 아쉬운 부분. 이후 검은 조직의 모략 에피소드에서는 독자가 해독하기에 어렵지 않은 암호가 등장했다. 다만 이쪽은 FBI 내부 통신 용도로 만들어진 암호인데 너무 허술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신임 교사의 해골 사건의 암호는 추리의 주가 되는 암호였지만, 검은 조직의 모략 에피소드의 암호는 메인 스토리의 곁다리 수준의 암호였다. 즉 오히려 해골 사건 암호가 독자가 해독하기에 어렵지 않은 암호이고 검은 조직의 모략 에피소드의 암호가 독자가 해독하기에 어려운 암호였다면 괜찮았을 거라는 것.[6] 해당 에피소드는 암호 해석 외에도 문제가 많다. 저 해석 이후 범인은 메시지 해석에 이해할 수 없다고 역정을 내다가 코난의 "내가 당신이 가격하는 걸 봤다. 내가 최초 목격자이니까."란 말에 범인은 "할아버지 옹호하려고 거짓말하는 거냐? 최초 목격자는 저 뚱뚱한 애잖니."라는 말실수를 한다. 경찰은 용의자에게 최초 발견자가 누군지 말하지 않았기에 범인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그 뒤 범인은 "라디오로 경마 중계를 크게 듣느라 사건이 일어났는지 모르셨다고 하는데 경마의 결과는 말할 수 있나요?"란 말을 듣지만, 그는 겐타가 오자 도주할 생각밖에 안 들었기에 라디오는 제대로 듣지 않았다. 대답하지 못한 범인은 도망치려다가 결국 잡혔다. 즉, 증거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코난이 겨우 유도 신문이 떠올라 실행했다고 전개할 수 있었다.[7] 원한으로 인한 살인이 대부분인 코난 특성상, 이러한 사람은 여러모로 어그로를 끌고 원한을 사는지라 다수의 용의자가 생겨 어느 한 사람을 범인으로 특정하기 어렵게 된다.[8] 반대로 만화 Q.E.D. 증명종료에서 여주인공 가나의 아버지인 미즈하라 경감은 유능한 경찰로 토마 소도 만약 미즈하라 경감이 의심했다고 하면 거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으며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서 문제지 미즈하라 경감의 감은 대부분 맞는다.[9] 게다가 김전일에서는 타카토 요이치라는 마술사이자 살인 장치나 트릭을 설계해주는 살인 코디네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장치가 있더라도 개연성은 둘째치고 핍진성을 크게 해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코난의 경우는 그냥 일반인이 김전일보다 훨씬 더 복잡한 트릭을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만드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10] 단, 김전일에서는 이게 역으로 문제점이 되기도 했다. 바로 혈류실 살인사건(원작 한정)이다. 해당 사건의 설화를 본떠 피해자 시신이 목이 잘린 채로 바둑판에 올려져 있었는데, 이 때문에 피해자의 목을 자를 때 쓴 흉기가 필수적으로 언급되어야 하는데도 작중 사건에서는 단 한 번도 흉기가 언급되지 않으며, 당연히 범인이 흉기를 어떻게 은닉했는가 역시 나오지 않는다. 시체 절단을 하면서 자연히 발생했을 혈흔 역시 언급이 일절 없다. 오로지 누가 알리바이 공작을 하고 범행할 기회가 있었는가만 따지며, 이 때문에 코난과 비슷한 문제점이 발생했다. 살해 방식의 잔인함 때문에 애니에서는 시체 절단 없이 살해된 것으로 나와 이 문제점이 없다.[11] 원작 한정. 원작은 김전일이 시간 내에 철벽의 알리바이 트릭을 풀지 못하고 돌아가려고 버스를 탔을 때 터널의 빛에 의자의 색이 달라진 걸 보고 '의자의 색이 원래 이랬나?' 하고 대놓고 뭔가 이상한지 짚어주며, 뭔가 생각해낸 듯 버스를 다시 사건현장으로 돌아가게 해 터널의 빛이 복선임을 대놓고 강조했으나, 애니와 실사판은 터널의 빛 복선이 처음 사건의 무대로 향하는 길에 본 것으로 바뀌었고 딱히 강조되지 않아서 복선인지 눈치 채기 어렵다. 하지만 아예 복선도 없는 코난보단 훨씬 낫다.[12] 추리물은 독자가 단서들을 가지고 범인을 잡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그런 장르에서 독자가 얻는 실마리 자체를 봉쇄하고 제한을 둔다는 것은 한 마디로 당신은 풀지 말고 구경만 하면 우리 척척박사 만능 주인공이 뭐든 다 해결해줄 겁니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13] 물론 특수한 처리가 되어서 지문이 검출되지 않는다.[14] 예를 들면 역전검사 2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것이 확실한 탈것이 범인 소유인 데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 그 탈것을 봤다는 증인이 나와서 주인공은 그 범인에게 그 오밤중에 뭐하러 탈것 타고 나갔느냐고 추궁하지만 범인은 "그냥 가볍게 드라이브하러 간 건데?" 라고 방어하고, 당연히 주인공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고 하지만 "아니라는 증거 있어?" 라고 주인공을 물 먹이는 장면이 나온다.[15] 다만 역전재판은 모든 상황과 물증이 범인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에서조차도 변호사가 범인의 동기까지 입증하지 않으면 수포로 돌아가는 등 범인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점이 역으로 문제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동기는 정말로 탐정이나 밝힐 일이고 탐정이라고 꼭 밝힐 필요는 없다. 변호사로서는 진범의 동기야 알 바도 아니다. 실제 법정대로라면 변호사는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한 순간 자기 할 일 다 한 거고, 진범의 정체 규명은 경찰과 검사의 임무이다. 시리즈 내에서는 이런 이질적인 풍경을 해명하고자 서심법정이라는 매우 촉박한 기한의 재판 제도를 묘사하고 있다. 피고를 기소하고 3일 안에 다른 진범을 찾거나 무죄를 입증하지 않으면 그대로 유죄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시작선상부터 변호사는 불리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16] 역전재판 시리즈의 범인들이 특히 끈질긴 이유는 게임의 구성 때문이다. 게임 구성상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현장이 아닌 법정이 메인이 되고, 범죄가 일어난 당일이 아니기 때문에 1차적으로 준비된 자료를 활용하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2~3차 조사까지만 가도 누가 범인인지까지는 플레이어로서 심증으로 명백하게 드러나며, 3번째 법정은 심증으로 드러난 범인을 추궁 및 물증 제시를 통해 못 박는 것이 대부분이다. 즉, 다른 추리물에 비해 현장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범인과 1대1을 하게 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범인이 단번에 인정한다면 게임의 긴장감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쨌건 역전재판 시리즈는 추리물 전체를 통틀어봐도 범인이 지나치게 끈질긴 편에 속하는 작품인 건 맞다. 그래도 역전재판 시리즈는 그만큼 범인이 들통 나고 붕괴하는 장면 자체를 하나의 밈으로 삼을 정도로 카타르시스는 있다.[17] 사실 소년탐정 김전일도 증거가 부실한 적이 꽤 많다. 예시로 하야미 레이카 유괴 살인사건, 타로 산장 살인사건, 흑사접 살인사건이 있다. 세 사건 다 결국 정황 증거밖에 없어 법정에선 범인을 이기지 못한다. 다만 저 세 사건 한해서는 문제가 없는 게, 범인이 각각 암살, 사고사, 자살로 인해 법정에 서기는 커녕 체포되기도 전에 죽어버렸다.[18] 사실 범인이 학원 교사라는 인텔리 직업을 가진 인물인데다가 전공이 수학이였음을 감안하면 이런 확률 정도는 간파하는건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다. 여기에 낚여 들어간 것은 자기만 알아야 하는 사건의 내용이 시험지에 떡하니 나와있으니 놀라서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19] 피해자 그 자체를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그가 맡았던 천사 배역만 좋아했다. 쉽게 말해 캐릭터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럼 다른 사람이 그 캐릭터를 연기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싶지만, 범인은 다른 사람은 의미가 없으며, 오직 피해자가 맡은 천사 배역만 미칠 만큼 사랑한다고 했다. 진짜 정신 상태가 이상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20] 만약에라도 신이치가 처음부터 경찰들과 함께 설명을 했거나, 끝난 후에 범인에게 따뜻한 위로, 진실을 잘 들었는지 확인만 했다면 이 사건은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어떻게 본다면 신이치의 사건을 흥미로 접근 + 범인을 위한 진실 은폐폐해다. 결국 절반은 신이치 때문이다[21] 우주처럼 꾸며놓고, 종업원들에게 외계인 분장을 시킨 가게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상할 것이 없지만, 손님이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종업원이 별 모양으로 만든 단무지를 수리검처럼 던지며 "별똥별이다!"라 외치면 그 때에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누가 봐도 정신나간 컨셉의 가게다.[22] 알레르기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알레르기로 인해 못 먹는 식품은 절대 먹어서도 접촉해서도 안 된다. 실제로 피해자의 얼굴을 보면 알러지 반응이 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로 보아 알러지가 심한 듯.[23] 이 용의자들도 피해자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살해할 동기가 있었기 때문. 그런데 그 동기를 보면 피해자가 아니라 자기들이 잘못한 것 뿐이다.[24] 현실에서 시체유기는 자의든 타의든, 명백한 범죄다. 그것도 국가를 막론하고 수년의 징역이 선고되는 중죄에 속한다. 그런 짓을 당당히 행하여 떠벌리고도 자신들은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을 보면, 멍청한 정도를 넘어서 생각할 머리조차 없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수준.[25] 즉 흔히 볼 수 있는 원한(동기) → 원한 대상을 살해(범행)가 아니라, 원한(근본적 동기) → 원한 대상을 모함(직접적 동기) → 무관한 사람을 살해(범행)라는 것이다.[26] 그나마 작품 내적으로 봤을 때, 범인 중 하나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부모 유산으로 놀고먹는 주제에 이웃에 소음공해 민폐를 끼치며, 이를 사람들이 따지면 연장부터 휘두른 인간 쓰레기였기 때문. 하지만 다른 피해자는 답답하고 소극적인 면모만 제외하면 나쁜 사람도 아니었고, 죽을 이유조차 없었다.[27] 사실 이 말 자체는 아주 틀린 게 아니다. 하지만 추리물에 증거가 없는 경우는 괴도 키드, 괴인이십면상, 빨간 머리 연맹처럼 이미 세계관 내에서 범죄자로 확인된 인물을 잡는 전개로 가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증거가 필요없는 것이다.[28] 코난과 소년 탐정단이 알고 지내던 북카페 사장이 '남편의 의견도 묻지 않고 책을 처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구입하는 것을 거절했다. 이때 범인이 벌레 씹은 표정을 지으며, 무슨 짓을 벌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29] 참고로 이 취객은 직장에서 데인 것과 여친에게 차인 것에 대한 분풀이로 과음을 해 전날 기억이 없었으며, 술에서 깬 뒤 자신의 몸에 타인의 피가 있는 것을 보고 전날 밤의 행적을 찾도록 도와달라고 모리 탐정에게 의뢰를 했다.[30] 비슷한 사례가 현실에도 있다. 미국의 한 남자가 자기 가게를 둘러싼 공장 부지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다 전부 실패하고 절망한 나머지 불도저를 사들여 장갑차로 개조해서 날뛴 킬도저 사건이 그것.[31] 그나마 먹물을 묻힌 대걸레로 후지산 그림에 위아래로 길게 먹칠을 하는 장면을 통해 해당 인물의 분노만큼은 시각적으로 잘 표현된 편이다.[32] 생각해보자. 장기 승부에서 '무르기'란 "지금 상황으로는 도저히 못 이기겠으니 한 수만 봐줘"라는, 사실상의 항복 선언이다. 즉 기보를 학습해서 상대를 이기기 이전에, 상황 판단만 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작동할 수 있는 초급 기능이란 뜻이다. 그런데 그게 구현은 고사하고 기획 단계라는 건 실질적인 소프트웨어는 거의 백지 상태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사무직으로 비유를 들자면 급한 서류를 써 오라고 시켜놓고 다 썼냐고 물어봤더니 "폰트는 뭐로 할까요?"라고 반문한 격이다. 네 모가지 굴림체다 이놈아[33] 직역하면 '모든 행동은 동기에 의해 자극받아야 이루어진다'로, 어느 쪽이든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원문은 '생각하고 의지를 품을 수 있는 인간의 정신을 찬미하는 말이기 때문.[34] 스토리상 정말로 뒤가 켕긴 인물의 의심스러운 행동에는 "?!" 같은 글자를 붙여서 차이점을 주지만 '물증'이 아니라 '심증'이라, 범인이 아니면 이 '심증' 떡밥들이 어영부영 넘어가기도 한다.[35] 신랑의 정체증권 거래소 직원처럼 뒷정리가 부실해서 인기가 낮은 단편들도 범인 그 자체로서는 동기가 충분하다.[36] 그나마 범인은 피해자를 죽인 뒤 자신도 자살하려고 수면제를 들고 있었다 정도로 실질적인 상태는 굉장히 불안정하다는 게 언급되긴 한다. 문제는 이게 나레이션용 네모박스 딱 하나로 언급만 되고 끝난다는게 문제.[37] 용의자들 중에서 범인 토가노는 살인 동기에서 홈즈에 대한 애정이 드러났고, 그 토가노에게 죽었던 카나야 그리고 죽을 뻔했던 후지사와는 (뇌피셜이긴 했지만) 홈즈에 대해서 책을 썼으나 그게 사망 이유가 됐으며, 시미즈는 본문에서 적었듯이 무심한 듯하면서 강렬한 팬심을 표현했다. 하지만 다른 피해자인 오키나 기타 용의자 토다와 카와츠, 이와이는 특별히 홈즈에 대해 잘 아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머릿수 늘리기 위한 병풍이 아닌가 싶을 정도.[38] 셜로키언들은 홈즈가 마지막 사건에서 '죽었을' 때 진짜로 장례식을 올렸고 코난 도일에게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압박을 가했다. 지금은 홈즈 시리즈가 (저작권이 만료됐다보니) 공공재 취급을 받아서 덜하긴 하지만, 아직도 경우에 따라서는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이 꽤 있다.[39] 예외적으로 매우 열렬한 독자라서 작가의 경향성까지 파악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는 추리가 가능할 수 있다. "이 작가는 시간여행 소재를 좋아하니까 갑툭튀 시간여행 트릭을 또 썼을지도 모른다." 식이다. 다만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이는 작품 외적인 단서(작가의 성향)를 통해 추리한 것이므로 작품의 내재적 작품성과는 무관하다.[40] 때문에 데스노트에서도 린드 L. 테일러를 통해 원격 살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힌 다음에야 추리가 전개된다. 그 전까지는 제아무리 똑똑한 L이라 해도 현실의 상식을 통해서는 '원격 살인이 가능한 데스노트'라는 도구가 실제로 존재함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의 우연한 심장마비 사망을 통해 낌새는 느꼈지만 결정적 증거가 없다면 '그런 도구가 현실에 있을 리 없다'라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인 추리일 수밖에 없다.[41] 이능력 배틀물에서도 이전에 소개되지 않았던 능력이 갑자기 등장하여 전개를 바꾸면 비판의 대상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갑툭튀를 통해 전개를 작가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는 편의주의의 위험, 밸런스가 붕괴될 위험 등의 이유로 비판받을 뿐이다. 갑자기 등장하더라도 능력의 구현 방식이나 전투 방식 등이 충분히 참신하고 재미있으면 독자들은 환영한다. 이능력 배틀물은 추리물과는 정반대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즐기는 것이 장르의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틀물을 그리는 이들에게는 "설정에 너무 얽매이지 마라"라는 조언도 이루어지곤 한다. 설정이나 이전 에피소드에서 언급되지 않은 쌩뚱맞은 거라도 재밌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본 문서에서 언급하는 추리물에서 설정하지도 않은 것이 튀어나와서 엔딩으로 이어지면 변호할 여지 없이 욕을 먹는다.[42] 애당초 진이 쿠도 신이치를 발견해 처치할 때 그냥 평범한 방법이 아니라 아직 연구도 덜 된 APTX4869를 먹인 것부터 이러한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에 APTX4869는 어린아이로 변하는 예측불허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알려져있지 않았지만, 혈중에 검출이 되지 않아 완전범죄가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작중 전개에서 이미 범죄를 들키지 않기 위해 신기술을 활용하는 예가 등장한 것이다.[43] 해당 작품의 저자 후기에서 작품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앞서 언급한 "마술사가 너무 많다"도 언급한다.[44] 실제로 보너스 모음집에 작가가 데스 지우개로 1화 만에 사건을 마무리한 단편이 있는데 이는 서스펜스물인 본편과는 달리 일상물이었다.[45] 흑사접은 시체에 몰려드는 특성이고, 야광접은 어두운 곳에서 야광으로 변한다. 흑사접의 특성의 경우, 범인의 알리바이 트릭 때 방해되는 요소라 흑사접을 어떻게 해야 했다.[46] 이마저도 정통 추리라기보다는 서스펜스가 매력적인 에피소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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