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18 00:46:08

테스토스테론 렉스

도서명 Testosterone Rex: Myths of Sex, Science, and Society
테스토스테론 렉스: 남성성 신화의 종말(韓)
발행일 2017년(원서)
2018년(역서)
저자 코델리아 파인
(C.Fine)
한지원 역
출판사 W.W.Norton & Company(원서)
중민출판사(역서)
ISBN 9791195588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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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1. 출간 배경
2. 목차 및 주요 내용
2.1. 챕터별 내용 정리2.2. 테스토스테론 렉스?2.3. '테스토스테론' 가설에 대한 대안들
2.3.1. 위험추구의 성차?
3. 논쟁: 진화생물학의 부정인가, 생물-사회 상호작용론인가4. 둘러보기

1. 개요

본서는 테스토스테론으로 대변되는 남녀 성생활의 생물학적 결정론을 비판하고, 생물학적 조건과 사회적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섹슈얼리티의 광범위한 다양성을 설명하는 도서이다. 본서는 "남자들은 다 바람둥이야, 남자들은 여자보다 다들 위험추구적이야, 남자들은 원래 지배적이야, 남자들은 원래 애 키우는 데 관심이 없어" 라는 통념을 비판한다. 특히, 이런 통념들이 섹슈얼리티에 대한 기존의 진화생물학적 이해에 기초하고 있지만, 실상 그 학문적 근거는 현대 생물학계의 인식론에 맞지 않는 것이며, 잘 해 봐야 낡고 진부한 학설이었고, 최신의 생물학뇌과학 연구들은 그런 오래 된 생각들을 교정해 왔다고 말한다. 즉, 인간과 동물의 성생활은 매우 다양하고, 환경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본서는 2017년영국왕립학회 과학도서상을 수상했다. 본서와 관점이 유사한 다른 생물학자 및 뇌과학자들로는 다프나 조엘(D.Joel), 앤 파우스토-스털링(A.Fausto-Sterling) 등이 있다.

1.1. 출간 배경

본서는 저자가 기존에 이미 출간했던 저서인 《젠더, 만들어진 성》(Delusions of Gender)의 후속 도서이다. 여기서는 일명 뉴로섹시즘(Neurosexism), 즉 "남성과 여성은 본질적으로 다르며, 그 원인은 뇌와 신경계 수준에서 불가변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라는 주장을 겨냥하여 비판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때 이런 '남자 뇌 & 여자 뇌' 생각이 정설로서 통용되기도 했지만 뇌라는 것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간에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의 모자이크에 가깝다는 것이다. 해당 도서에서 주로 뇌에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다면, 본서에서는 이를 일부 소개함과 함께 호르몬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 코델리아 파인(C.Fine)을 소개하자면, 캐나다 태생의 호주 심리학자로서, 전공분야는 신경과학이고, 출판사 소개를 참고하면 멜버른 대학교에서 페미니즘 과학철학 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홈페이지 저자는 우연히 자녀 양육에 관련된 책을 읽다가 '남자 뇌 & 여자 뇌' 에 입각한 주장을 접하게 되었고, 이것이 저자가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라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자로서 해당 주장에 의아함을 느끼고 근거 논문을 찾아보았는데, 논문에서 당초 이야기하는 요지가 대중적으로 전달될 때 엄청난 왜곡이 저질러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저자의 젠더심리학에 대한 기여는, 여러 심리학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The SAGE Handbook of Gender and Psychology》 의 한 챕터에 공헌하였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어떤 비판론자들은 저자가 철학을 가르친다는 점 때문에 "또 인문학이 주제넘게 생물학에 딴지를 건다!" 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사실 이것이야말로 그 사람이 기본적인 인터넷 검색조차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확인해 보면, 저자는 이미 젠더 문제 한편으로 편도체(amygdala)의 손상 소견에 관련해서도 다수의 신경과학적 연구를 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구글 스칼라 프로파일 그 외에도 한 문헌에서는[1] 뇌가소성이 신경과학계의 대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남자 뇌 & 여자 뇌' 통념이 학계에 존재하는지 비판하였으며, 다른 문헌에서는[2] 학술지 《Cerebrum》 에 래리 카힐(L.Cahill)이 뇌의 성차가 존재한다는 기고를 실은 것에 대해 반박 기고를 하기도 했다. 이를 확장하여 저자는 2014년에 《사이언스》 에도 자신의 주장을 알렸으며,[3] 2018년에는 유명한 의학 학술지인 《The Lancet》 에서도[4] "페미니즘이 과학적으로 의심스러운 여성 관련 가설들을 기각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고 기고하기도 했다. 사실 인문학자와 과학자, 혹은 '가치중립적 과학'와 '이념적 저자'라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특정 이해나 목적을 위해 프레임을 씌우는 것에 가깝다. 본 문서의 주제(성차)에 대해서만 해도 생물학자나 진화심리학자들 중에서 성차의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해 비판적, 회의적 주장을 한 사람이 무척 많으며, 그 중에는 권위자로 널리 알려진 인사도 있다.

본서가 생물학 및 제반 분야에 대해서 '진화론의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확립된 정설에 대해 이념적인 동기로 흠집을 내려는' 시도라는 비판들이 많이 나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진화심리학의 주류 성선택 이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반발을 많이 살 수밖에 없었다. 물론 페미니스트 뿐만 아니라 과학자 중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본 문서 후반부에서 내용과 참조문헌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2. 목차 및 주요 내용

  • 테스토스테론 렉스를 소개합니다
  • 용어에 관한 주의 사항
  • 1부: 과거
    • 멋쟁이 파리
    • 백 명의 아기라고?
    • 성에 대한 새로운 입장
  • 2부: 현재
    • 여자는 왜 좀 더 남자 같을 수 없는가?
    •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샌님
    • T-렉스의 호르몬적 본질
    • 리먼 시스터스 신화
  • 3부: 미래
    • 잘 가라, T-렉스!

책의 전체 내용을 세줄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한때 진화과학은 성 선택 이론을 통해 남녀의 행동을 설명하려 했으나, 이는 본질주의적이고 결정론적인 방식으로 대중에게 소비되었다.
  • 성 선택 이론은 방대한 생물학적 연구결과들을 통해 다듬어지고 교정되어 왔으며, 섹슈얼리티의 놀라운 적응성과 가소성, 다양성이 새로 반영되었다.
  • 위험추구 성향을 비롯한 연구주제들에서 나타나는 미미한 성차는, '테스토스테론 렉스' 의 이야기는 이제 그 효과가 다했음을 시사한다.

2.1. 챕터별 내용 정리

각 챕터의 내용들을 각각 세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책에서 전반적으로 논의하고자 하는 내용들은 하단에 간략히 정리할 것이다. 먼저 저자가 말하는 '테스토스테론 렉스' 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저자의 설명을 따라서 정리하겠다. 그 다음에는 본서 전체에서 제시되는 바, 남녀의 심리적~행동적 수준의 성차를 신경/호르몬/생리학적 수준 외에 사회문화적으로 풀어내는 대안적 설명들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더 위험추구적이며 이는 진화적 압력과 호르몬의 기능 때문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에 반대되는 연구성과들을 소개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저술활동과 관련하여 진화생물학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만과 반발에 대해서, 저자의 메시지가 이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었는지를 중점으로 하여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 1. 멋쟁이 파리
    성 선택 이론을 세운 베이트먼의 초파리 연구는, 이후의 재현성 실험에서 다수의 결함들이 밝혀져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자연 세계를 관찰해 보면, 많은 종의 동물들에서 생식 경쟁이나 짝짓기, 양육투자에 있어 통념보다 더 광범위한 성적 다양성이 발견된다. 이러한 생물학적 발견들은 기존에는 늘 논의에서 누락되어 왔지만, 이제는 성 선택에 있어서 근본적이고 변혁적인 설명이 요구되고 있다.
  • 2. 백 명의 아기라고?
    흔히들 여성이 난자 하나 만들 시간에 남성은 백 명의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여겨지지만, 이는 현실과는 맞지 않는 무리한 산술적 계산이다. 남성들은 언제든 유혹을 받으면 곧장 섹스에 돌입할 수 있다는 연구에 대해서도 많은 반박이 있어 왔으며, 여러 종류의 대안적 설명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건 동물이건 성생활과 섹슈얼리티는 생물학적으로 고정된 게 아니며, 환경과 상황에 맞는 폭넓은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 3. 성에 대한 새로운 입장
    남성들은 흔히 생식을 위한 섹스에 전념한다고 여겨지지만, 이들도 낭만적 관계를 중시하며 상대방 여성의 지위와 재력을 까다롭게 고려하기도 한다. 여성들도 흔히 관계를 위한 섹스에 전념한다고 여겨지지만, 이들도 주체적으로 성욕을 드러내며 매력적인 남성과의 원나잇 스탠드도 선호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 들어 많은 남녀들이 배우자를 찾을 때, 자신을 보완해 줄 '색다른 이성' 에게 끌리기보다는, 자신과 유사한 '비슷한 이성' 을 선호한다.
  • 4. 여자는 왜 좀 더 남자 같을 수 없는가?
    유전자, 염색체, 호르몬은 남녀구분에 있어 결정적인 것이 아니며, 젠더 이분법에 입각한 생물학적 결정론은 인터섹스의 존재 또한 간과한다. 뇌와 뉴런 수준의 성차 역시 그것이 사회적 성차와 인과관계를 갖는다는 보장이 없으며, 때로는 양육의 생태가 성차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생물학적 조건은 사회적 성차와 복잡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성적 측면과 여성적 측면을 모자이크처럼 갖고 있다.
  • 5.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샌님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더 위험을 추구하고 즐긴다는 통념이 있으나, 실상 위험추구 성향은 남녀 간의 본질적인 성차에 기원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위험추구가 다차원적 특질이며, 성 선택에 도움이 되지 않고, 과제의 맥락에 영향을 받으며, 상류층 백인 남성에만 해당됨을 발견해 왔다. 위험추구에 대해 남녀 공히 발견되는 놀라운 다양성을 고찰할 때, 위험추구를 남성의 본질로 이해하는 것은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 6. T-렉스의 호르몬적 본질
    다양한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생물학 연구들과 인간 참가자들의 심리실험 결과는, 테스토스테론이 일시적이고 상황적인 영향만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어떤 외적인 행동의 유일한 결정 요인이 될 수 없으며, 그보다는 다양한 요인들 중의 하나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교육이나 문화와 같은 사회구조적인 압력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고, 도발에 대한 보복 행동이나 공격성까지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 7. 리먼 시스터스 신화
    금융계의 위험추구 성향이 과도하다는 비판에 대응해 여성 경영자들을 임명하려는 '유리 절벽' 현상은 테스토스테론 신화의 또 다른 사례다. 사회심리학계의 오랜 연구들과 경제학계의 최근의 연구들에 따르면, 재정적 위험추구 성향은 개인의 젠더가 무엇인지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위험추구는 상황 여건이나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인식에 따라서 증가하거나 감소하지만, 학계의 출판 편향은 이를 잘 탐지하지 못하게 한다.
  • 8. 잘 가라, T-렉스!
    사람들은 젠더가 고정되어 있고 전형적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상수처럼 생각하지만, 실상 그것은 사회적 구성으로서 가변적이고 다양하다. 사회적 구성으로서의 젠더 고정관념은 유아용 장난감 시장에서조차 발견되며, 이런 소소한 것들이 누적되어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저해한다. 젠더 불평등을 혁파하는 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각자의 선택이지만, 적어도 테스토스테론을 들어 반대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테스토스테론' 을 지칭할 때, 그 이름이 지나치게 길기 때문에(…) 부득이 이를 대신하여 알파벳 T로 대체하기로 하겠다. 본서에서 말하는 '테스토스테론 렉스', 즉 테스토스테론에 대해 결정론적이고 본질주의적인 관점을 갖는 경향은 'T-렉스' 로 표기하겠다.

2.2. 테스토스테론 렉스?

이 책에서 말하는 'T-렉스' 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페미니스트들이 말하는 생물학적 결정론(biological determinism)적인 발상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만약, 여러분이 어딘가에서 "유감이지만 남자들은 어쩔 수 없이 다 그래, 그게 다 남성 호르몬의 진화적 적응 때문이야" 라는 말을 듣는다면,[5] 여기에는 사실 특정한 기본 전제(basic assumption)가 깔려 있다. 물론, 남성 호르몬이 남성들을 특정한 행동 양식으로 이끌어 가는 힘은 지금까지 잘 연구되어 왔으며, 본서는 이를 전면 부정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남성 호르몬의 진화적 적응" 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것으로 설명되는 현상은 마치 본질적이고, 고정되어 있고, 불가변하며,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현상으로 전제된다는 것이다. 이건 "남성 호르몬이 특정한 방향으로 영향을 끼친다" 는 진술과는 명백히 다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성은 "어떤 행동도 '본질적인' 형질로 '고정' 시키지 않았다"(p.226). 여기에 완벽히 부합하는 사례는 남녀의 생식기 및 생식 체계밖에는 없으며, 다른 경우라면 어떤 성차는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게 되기도 하고, 모든 남성들에게 예외 없이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생물학 자체가 그런 본질주의적 주장을 하는 학문이라는 말은 아니다. 생물학자들이 흔히 항의하듯이 생물학은 기능(function)을 연구하지, 본질(essence)을 연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저 생물이 있었고 그 다음에 사회가 있었다면, 먼저 사회가 있었고 그 다음에 생물학적 지식의 수용이 나타난다. 대중적으로 생물학적 지식이 수용될 때, 사람들은 흔히 본질주의적으로 사고하게 된다. 남성에게는 '남자다운 본질' 이 있고, 여성에게는 '여자다운 본질' 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것은 수백, 수천만 년 동안 누적되어 온 유기체의 진화 과정에 이미 각인되었기 때문에 감히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기능보다는 본질에 입각해서 이야기하는 것에 가깝다.

위에서 말한 '남자다운 본질' 을 남성성, '여자다운 본질' 을 여성성이라고 한다면, 남성성과 여성성은 실제보다 더 본질적인 무언가로서 상호 대립하는 관계처럼 여겨지곤 한다. 왜 대중은 자꾸 생물학적 발견을 본질주의적으로 받아들이는가? 저자에 따르면, 이것은 생물학이 인간에 대해 설명할 때 흔히 일반론적인 형태의 문장으로 진술하기 때문이며, 사람들은 일반론적인 설명을 접하면 "그것이 일반론적이라면, 그것은 본질적이다" 의 편향적 사고를 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발달심리학계에서 어린이들의 사회성 발달에 관련된 논문 하나를 예로 들고 있다.[6] 연구자가 "남성들은 '퀴빙' 이라는 춤을 잘 춘다" 는 문장과 "이 남성은 '퀴빙' 이라는 춤을 잘 춘다" 는 문장을 실험군 아동들과 대조군 아동들에게 보여주자, 전자의 경우 "격렬하고 힘이 많이 들어서 원래 남성에게 더 적합한 춤" 이라는 본질주의적 추론을 한 반면, 후자의 경우 "개인적으로 많이 연습했기 때문일 것" 이라는 추론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본질주의적 설명은 사람들의 '생물학적 현실' 과는 서로 다르다는 게 문제다.

심리학계에는 남녀 간의 성차가 존재하긴 하되 당초 생각만큼은 크지 않으며, 단지 몇몇 주제들에서만 '괄목할 만한 차이점' 이 나타난다는 정도로 이해해 왔다. 그런데, 위에서 몇 번 언급했던 인물인 카힐은 일명 '볼보콜벳 논변' 을 들어서 "많은 심리적 성차들이 작을지라도, 결과적으로 남녀는 행동 수준에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를 주장했다. 볼보 공장에서 생산하는 SUV와 쉐보레 공장에서 생산하는 콜벳은 부품 하나하나만 따지고 본다면 생각만큼 큰 차이는 찾기 힘들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부품들이 모여서 한쪽은 온 가족이 나들이를 갈 때 쓰이는 반면, 한쪽은 멋들어진 스포츠카가 된다는 것이다. 이 직관적인 논변에 대해 저자는 "남성성과 여성성은 둘 다 동시에 높거나 낮아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콜벳처럼 권력과 지위를 과시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볼보처럼 식료품을 가득 실을 만큼 넓은 트렁크를 지닌 자동차가 존재할 수 있다" 고 반론한다. 이를 본래의 심리학 용어로 설명하면, 남성성과 여성성은 동일 스펙트럼에 놓이는 단일차원적(uni-dimensional)인 관계가 아니며, 오히려 2차원성(직교 관계)을 지닌 상호독립적인 구성 개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구보다도 터프한 상남자 같았던 사람이 알고보니 다정한 면도 동시에 드러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대 심리학계는 남/여성성에 대해 더 근본적인 회의를 하고 있어서, 어떤 남(여)성적 특징 'A' 를 지녔다는 사실이 곧바로 다른 남(여)성적 특징 'B' 를 당연히 지녔음을 보장할 수 없다고 의심하고 있다. 분명 남성성 점수는 높게 나왔는데 한편으로는 뜨개질을 취미로 할 수도 있고, 여성성 점수가 높게 나온 사람이 한편으로는 외모나 옷차림을 꾸미는 데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학술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남성성과 여성성이 각각 단일요인 구조(one factor structure)로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다프나 조엘에 따르면, '전형적 볼보' 와 '전형적 콜벳' 에 해당하는 뇌 사례는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현실에서 찾기 어려운 이상적 이미지일 뿐이며, 과반수의 사람들은 남성적인 측면과 여성적인 측면 모두가 적절하게 뒤섞여 있는 데이터 패턴을 보였다. 요컨대, 남녀 모두의 뇌는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의 모자이크로 이루어져 있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남성적인 자질과 여성적인 자질을 모두 요구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모자이크 같은 젠더 특성에 더해서 뛰어난 환경 적응력을 활용함으로써[7] 여기에 부응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처럼 다양한 남성들의 삶을 '콜벳' 의 이미지로 뭉뚱그려 정리한다. 실제로 그런 콜벳이 어울릴 만한 삶을 살아가는 남성들은 별로 없는데도 말이다.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다양한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도 '볼보' 의 가정적 이미지로 뭉뚱그려 정리한다. 정말로 판에 박힌 듯이 여성적인 여성들도 얼마 없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가상의 이미지를 만든 다음,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호르몬에서 찾는다. 즉, T가 높을수록 공격적이고 경쟁적이며 성욕이 왕성하지만, T가 낮을수록 안전하고 배려심 있으며 양육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자체로는 틀린 것이 아니다.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야말로 틀렸다는 것이다. T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흔히 과대평가되는 것에 대해, 이를 비꼬는 의미에서 내분비학자 리처드 프랜시스(R.C.Francis)는 처음으로 "테스토스테론 렉스" 라는 표현을 붙였다. 유기체는 T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조정받기도 하지만, T가 제왕의 자리에 올라서 맘껏 군림하는 이미지도 사실이 아니다. T는 본서 159페이지에서 난해하게 소개하는 것처럼 복잡한 형태로 에서 상호작용하며, 그 과정에서 함께 상호작용하는 에스트로겐이나 호르몬 수용체의 수와 성질 및 민감도 등등의 다른 혼입변인들도 마구 끼어들기 때문에 T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머리를 쥐어뜯게 만든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T는 종종 생태적 환경에 자신의 임무를 아웃소싱(?)하기도 한다. 생태적 환경이 재생산 전략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진화의 힘은 그 환경을 십분 이용할 수 있다. 환경이 알맞지 않을 때라면야 개체가 가진 내분비학적 조건이 생존에 요청되겠지만, 재생산에 딱 좋은 환경이라면 호르몬이 어찌 되건 중요한 문제는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훨씬 더 '진화론다운' 설명이 아닐까?

이렇게 보면, T가 남성을 남자답게 하는 건 맞는데, 그렇다고 T-렉스인 것은 아닌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호르몬은 행동의 원인이 아니라 요인일 뿐이라고 하였으며, 유사한 맥락에서 엘리자베스 애드킨스-리건(E.Adkins-Regan) 역시 자신의 책 《Hormones and Animal Social Behavior》에서, 호르몬은 단지 다른 요인들의 역치(threshold)를 바꿀 수 있을 뿐, 유일한 반응 촉발 물질은 아니라고 하였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T는 명령을 내리는 왕이라기보다는 집단 의사 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는 하나의 구성원일 뿐이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p.163). 이것을 표현만 바꾼다면, 유기체가 짝짓기에 관련된 사회적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은 (호르몬 상태 역시 중요하지만) 그 사회적 자극이 가해지는 주변 상황과 맥락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할 수 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그 중에서 주로 '본성적인 면', 즉 생물학적 기능에 한정하여 연구할 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진화론의 후광을 등에 업고서 남성으로 태어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예외 없이 남자다운 특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예외 없이 여자다운 특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해 왔다. 만일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볼 때 "남(여)자는 남(여)자다울 수밖에 없다" 는 주장이 부당하게 본질주의적이라면, 마땅히 생각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물론 저자 역시 젠더라는 것이 사회적 구성(social construct)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사회적 구성이 생물학의 인식론적 관점에서 충분히 설명 가능하고 납득할 수 있는 개념임을 보여주려 한다. 8장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내용에 따르면, 인류는 다른 영장류와는 달리 사회적 적응에 있어 매우 민감하며, 규범적인 기준이 되고 영향력이 있는 다른 개체의 가치 체계와 행동 방침을 내면화한다. 개체의 발달에 기여하는 이러한 문화적 요소들은, 모든 개체가 자신의 유전정보와 함께 선조 세대로부터 물려받는 유산이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는 것 역시 진화론과 어긋나지 않을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생물학과 진화를 믿지 않는 젠더 학자들이 대충 지어낸 미심쩍은 개념이 아니라 생물학과 진화 둘 다의 일부인 것이다"(p.215). 오히려, '재생산 전략' 이라는 진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류의 성생활이야말로 우수한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남긴다는 목적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비효율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다. 심지어, 저마다 생각하는 자연의 섭리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문화마다 다 달라진다.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자연스러운 육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종 전체를 아우르는 합의를 이루는 데 현저히 실패했다"(p.210)고 판단한다.

이상의 내용들은 남녀의 성차에 대한 기존의 여러 인식들이 재고되어야 함을 글로 풀어 설명했을 뿐이며, 재고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는 최소화했다. 하단에서 '대안적 설명' 부분을 마련하였으므로, "하지만 지금까지의 과학적 연구는 실제로 남녀가 다름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라고 반박하고 싶다면 바로 아래로 내려가서 거기서 가리키는 문헌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우선적으로 저자의 핵심 메시지만을 정리하였다.

2.3. '테스토스테론' 가설에 대한 대안들

※ 이하의 서술은 "기존의 설명에 대한 대안적 설명" 으로서 제시된 것으로, 만일 "오해와 진실" 내지는 "거짓말에 대한 반박" 으로 표제어가 바뀌게 되면 학문적으로 매우 심각한 오도와 왜곡을 초래한다. 사회과학에서, 특히 심리학에서 대안적 설명(alternative explanation)이라는 표현은 기본적으로 반론(counterargument)의 뉘앙스를 가지면서도, 그 강도는 거의 "기존 주장의 재고 요청", "추가적 요인의 고려 필요" 수준으로 약하다.
  • 생식 경쟁에 있어서 수컷이 더 문란하고, 암컷은 불륜을 잘 저지르지 않는다?
    • 위의 베이트먼이 실시한 실험의 연구 패러다임을 통해 도출된 전체 데이터를 정확하게 다시 분석한 결과, 암컷과 수컷 모두 짝짓기 상대방의 수가 증가할수록 생식 성공 가능성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에는 생물학계에 DNA 친자확인 기술이 증가하면서, "불륜을 저지르는 암컷" 현상은 초파리를 넘어 다른 동물종으로까지 확대되었는데,[10] 저자의 예를 빌리면 누른도요, 혹등고래, 사자, 사바나 개코원숭이, 회색 랑구르원숭이 등에서 품행 방정치 못한 암컷들(…)이 발견되었다.
    • 이미 30년 전에 새라 허디(S.B.Hrdy)는 암컷 간의 생식 경쟁이 생식능력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 암컷의 불륜이 암컷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는 암컷의 집단 내 지위로, 지위 높은 지배적 암컷의 생식력은 그렇지 못한 암컷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 생식 경쟁에 있어서 수컷은 암컷에 비해 파트너를 까다롭게 고르지 않으며, 이는 정자가 난자보다 값싼 것이기 때문이다?
    • 도널드 두스버리(D.A.Dewsbury)에 따르면 '까다롭게 제공되는 난자 & 아무데나 뿌려대는 정자' 가설은 사실이 아니다.[11] 물론 정자 하나는 난자 하나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값싼 생물학적 단가이긴 하지만, 수컷은 정자 하나만 건네고 끝이 아니라, 그 정자를 어마어마하게 생산하여 (인간의 경우 2억) 암컷에게 한꺼번에 건네야 하는 비싼 거래를 해야 한다. 인간 사회에 이를 비유하자면, 납품업체가 계약을 할 때 개별 상품의 가격은 단위도 모자라서 심지어 단위로까지 내려가게 되지만, 총 계약금액은 수억 원을 넘나드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 생물학계에서 이 통념에 반대되는 관찰적 근거들은 그야말로 숱하게 찾을 수 있다! 저자의 예시를 들자면, 어떤 거미는 단 한 번의 교미 때 자신이 평생 생산하는 정자를 전부 소비하기도 하며, 적잖은 종에서 수컷들이 교미 직후 별도의 영양분 덩어리 선물이나 따로 포획한 먹이, 심지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암컷에게 먹이로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슨 허니문 베이비마냥 한번 사정해서 곧바로 수정된다는 보장도 없으므로, 그 비용은 몇 배로 증가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수컷들도 교미 상대방만큼은 까다롭게 고를 수밖에 없다.
  • 원래 수컷들은 암컷들보다 자녀 양육과 육아에 관심이 덜하다?
    • 동물의 세계에서는 다양한 성 역할이 나타난다. 듀크 대학교의 생물학 연구실에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12] 영장류를 비롯하여 조류, 어류 등에서 예상보다 많은 부성투자가 나타났다. 특히 영장류는 대개의 포유류처럼 암컷 쪽에게 엄청난 초기비용이 발생하므로, 부성투자가 큰 도움이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모든 종에서 생물학적 성은 생식세포의 크기에 의해 정의되지만, 그것이 짝짓기나 양육의 방식까지 결정하지는 않는다"(p.48)고 설명했다.
    • 이런 성 역할의 다양성은 T보다는 오히려 환경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여치들은 먹이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수컷에게 오히려 매달리며, 먹이가 충분할수록 까다로운 태도를 견지한다. 어떤 종의 물고기들은 번식기 초반에는 수컷이 구혼자가 되었다가 후반에는 암컷이 구혼자가 되고, 바위종다리는 각자의 영역의 크기나 싸움 능력의 여하에 근거해서 일부일처제가 아닌 폴리아모리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일본 마카크원숭이는 기본적으로 부성투자가 많지 않지만, 그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서 필요하다 싶으면 수컷이 대신 새끼를 보호하고 털을 손질해 주기도 한다고.
    • 서구의 영향을 약하게 받은 인류학적 부족사회일수록 아버지의 육아 참여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부성투자가 규범화되어 있는가 아닌가의 문화적 조건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문헌적 근거가 있다.[13] 탄자니아에서 두 부족사회를 대상으로 수행된 이 연구에서는, 아버지의 육아 참여가 규범화된 부족의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부족의 남성에 비해서 더 낮은 T 수치를 나타냈다. 단순히 '원래 아빠들도 애 키우는 것' 이라는 인식이 있다면, 소위 '라떼파파' 가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라면, 높은 T 수치에 의해 사회 풍조가 그렇지 않은 쪽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도리어 그 사회 풍조 때문에 남성들의 T 수치가 반응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이다.
    • 한 연구에서는[14] 남성 참가자들을 셋으로 나누고, 집단 1(대조집단)은 가만히 앉아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는 역할, 집단 2(비교집단)는 참가자가 아무리 애를 써도 무조건 울기만 하는 아기 인형을 달래는 역할, 집단 3(실험집단)은 참가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곧 진정될 수 있는 아기 인형을 달래는 역할에 할당되었다. 연구 결과, 예상대로 집단 1과 집단 2의 남성들은 T 수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특히 첫째 집단에서 증가폭이 더욱 컸다. 놀라운 것은 집단 3이었는데, 남성이 노력해서 애를 달래는 데 성공하게 되면 T 수치가 감소하더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남성들에게는 아기를 적절히 다룰 수 있는 호르몬이 없다" 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 엄격한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남성보다, 백 명의 여성들과 무차별적으로 동침하는 남성이 유전자 전달에 훨씬 더 효과적이다?
    • 저자에 따르면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가정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남자들이 자신의 씨를 마음껏 뿌릴 수 있는 풍요롭고 비옥한 땅이 끝없이 펼쳐져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은 셈이다"(p.56). 농경사회는 고사하고 수렵채집 사회, 석기시대의 남성들도 1년에 백 명의 아기를 낳는다는 목표에 한참 못 미치게 되며, 농경 이후 경제적 양극화가 커지면서 소수의 남성들이 하렘을 만들긴 했지만 여전히 한참 못 미친다고 한다.
    • 도로시 에이넌(D.Einon)이 제시한 필터링에 따르면, 남성은 백 명의 여성으로부터 백 명의 자녀를 만들 수가 없다. 일단 남성은 임신/수유중이 아닌 가임기 여성을 찾고, 그녀에게 섹스를 요청해야 하며, 그녀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외모와 재력, 지위수준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한번 섹스가 임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평균 3.1%에 지나지 않는다는 데이터가 있으므로, 난교를 꿈꾸는 남성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라는 것이다.
    • 이를 실제로 수치화하여 계산해 본 과학자도 있다(…). 2001년에 출판된 어떤 피임학(…) 논문에 따르면,[15] 남성이 1년 동안 백 명의 여성과 관계를 가져서 백 명의 자녀를 만들 확률은 0.363×1/10155 에 불과하며, 이는 한 사람이 운석에 맞아 죽을 가능성보다 비교할 수 없이 낮은 확률이라고 한다. 참고로 이 숫자, 본서에서 직접 찾아보면 155개에 달하는 숫자 0을 전부 나열해 놓았다(…). 이 문헌에서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여성이 난자 하나 만들 시간에 남성은 백 번의 사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남성은 바람기가 심할 수밖에 없다" 는 주장이 얼마나 나이브하고 비현실적인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 남성들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 어디서든 씨를 뿌릴 준비가 되어 있다?
    실험 문서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러셀 클라크(R.Clark)의 '라면 먹고 갈래?' 실험은 남성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섹스 파트너만 구한다면 망설임 없이 섹스에 돌입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반면, 이 실험에 참여한 여성들 중에 "정말 매력적이시군요, 저랑 같이 모텔 갈래요?" 라는 제안을 받고 그 자리에서 OK를 외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 이 유명한 실험은 심리학자들에 의해서 현대에까지도 후속 재현 실험이 이루어져 왔으나, 그 결과들은 잘 소개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연구에서는[16] 클라크의 실험의 내용을 똑같이 하되 시나리오 기법으로 연구 패러다임만 살짝 변형하자 여성이나 남성이나 똑같이 내켜하지 않았으며 의심스러워하는 등 재현성 확인에 실패했으며, 심지어 제안자가 점잖은 대화 이후에 호감을 표시하며 같이 자자고 요청하는 경우에도 남성들은 제안을 거부했다. 클라크의 연구에서 여성들의 반응은 '여성들은 늘 살인, 강도, 강간 등의 범죄의 위험을 느끼기 때문에 그런 제안을 받으면 일단 의심부터 한다' 고 해석되었는데, 흥미롭게도 이 연구에서 남성들이 내키지 않아하는 현상 역시 똑같은 이유였다는 것(…). 남성들도 라면 먹고 가라는 여성의 제안을 받으면 범죄의 냄새를 맡는다는 것이다.
    • 다른 후속 연구에서는[17] 유혹자에 대해 남성 참가자와 여성 참가자가 서로 다르게 유혹자의 성격을 인식했다고 보면서, 여성 참가자들은 유혹자가 자신에게 긍정적인 성적 경험을 제공해 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문제를 통제하기 위해 유혹자 역할을 유명인이나 가까운 친구로 설정했을 때, 비로소 여성들도 유명인과의 원나잇 스탠드를 선호했다. 요컨대, 강동원이나 송중기 같은 남성이 유혹하면 여성도 얼마든지 OK를 할 수도 있다(…). 이쯤에서 눈물 좀 닦자.
    • 여성들의 이러한 경향은, 저자에 따르면 진화심리학에서 말하는 "단기적 성 전략" 으로 설명될 수 있다. 즉, 좋은 유전자를 자신의 신체로 표시하는 남성들과의 원나잇 스탠드에는 여성들도 동의할 거라는 얘기다. 저자는 남성들도 생식 목적의 섹스만큼이나 관계 목적의 섹스를 똑같이 추구하고, 여성들도 관계 목적의 섹스만큼이나 생식 목적의 섹스를 똑같이 추구한다고 언급한다. 여기서 남성들이 주로 생식 목적에, 여성들이 주로 관계 목적에 더 기울어지게 만드는 원인은 '개인이 자신의 신체적 매력을 얼마나 가꾸느냐' 에 있는데, 서구권+고학력+선진국+고소득+민주사회 배경의 응답자일수록 그 성차가 커진다고 한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제3세계나 인류학적 부족사회와 같은 환경에서는 남성들도 관계적 섹스를 추구하고, 여성들도 생식적 섹스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남성들은 소위 "여자여자한" 여성을 신붓감으로 선호한다?
    • 결혼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들은 "다르기에 끌린다" 가설이 아니라 "비슷하기에 끌린다", 즉 유유상종의 원리가 성립함을 발견했다. 즉, 구혼자는 이성에게서 자신에게는 없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게 아닌, 이성에게서 자신과 같은 특성을 찾기를 바란다.[18] 특히 이 경향은 현대에 들어서 더욱 강해지고 있어서,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 고학력 남성들은 '조신한 저학력의 미녀' 이미지를 이상형으로 갖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만큼 야망 있고 잘 배워서 말이 통하는 여성을 선호한다. 소위 '스피드 데이트' 의 경우에는 여성성에 매료된다는 결과도 도출되지만, 실제로 성사된 결혼을 연구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유유상종이 나타났다.
    • 저자에 따르면,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배우자의 가치는 남성의 재력이나 여성의 생식 능력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사람 사이의 천생연분은 서로간의 신뢰, 정서적 안정, 호감형 성격, 그리고 사랑에 의해 더 잘 설명된다. 서로를 믿을 수 있고, 신경성 수치가 낮으며,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고, 상대방에게 우애와 열정과 헌신을 베푸는 관계라면, 이들 남녀는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 인간의 섹슈얼리티는 성염색체XXXY냐 두 가지뿐이다?
    • 이런 기초적인 이분법에 대해서는 성소수자 운동이나 퀴어학 분야에서도 많이 비판되어 왔지만, 굳이 한번 더 비판하자면 이는 전체 인구의 0.05%~1.7%를 차지하는 인터섹스를 설명하지 못한다. 남녀구분에 있어서 그나마 Y염색체의 역할이 항상 결정적인 것이 아니며, 인간의 성 결정에 있어 게놈 도처에 있는 수많은 염색체들이 관여한다는 것이 최신 생물학계의 연구를 통해 밝혀져서, 상황은 훨씬 더 미묘하고 복잡해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학계의 발견들에 자극된 파우스토-스털링은[19] 심지어 남녀구분을 할 게 아니라 성을 다섯 가지로 나누는 게 어떻겠느냐고 주장했을 정도였다.
  • T의 태내기 생성이 뇌를 남성적이게 만든다면, 남성의 뇌와 여성의 뇌는 구분될 수 있다?
    이 주장은 2011년에 《네이처》 자매지에 발표된, 짝짓기 행동에서 T가 끼치는 영향을 다룬 논문을 근거로 한다.[20]
    • 위의 논의를 잘 따라왔다면, 인간의 뇌는 T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T 하나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으로 반론할 수 있을 것이다. 텔아비브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다프나 조엘에 따르면, 여기에는 그 외에도 출생 전후 스트레스, 양육환경, 모성박탈 등의 환경적이고 후성적인 변화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한다.[21] 즉, T가 기껏 뇌를 남성적으로 만들었어도, 다른 환경적 요인에 의해 그 뇌가 다시 중성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심지어 뇌의 아주 작은 부위의 신경 구조에서 나타나는 성차조차, 단지 십수 분 정도의 사회적 자극(ex. 스트레스)에 의해 이쪽은 이렇게, 저쪽은 저렇게 복잡한 방식으로 뒤바뀌기 때문에, 도저히 간단하게 설명할 수가 없다고 한다.
    • 더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22] 뇌 구조 상 무조건 여성적이거나 무조건 남성적인 특징만을 보이는 뇌 소견은 전체 인구의 0~8%에 불과하며, 따라서 세상엔 남성 뇌와 여성 뇌가 있는 게 아니라, 남녀 모두 남성적 측면과 여성적 측면의 모자이크로 수놓인 뇌가 있다는 결론밖에는 이끌어낼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 다프나 조엘의 연구에서 제기한 더 큰 비판은, 수많은 신경학적 성차들 중에서 (생식에 관련된 기능을 하는 신경을 제외하면) 절대 다수는 그것이 어떻게 사회적 수준의 성차와 연결되는지 알지 못하며, 정확히 말하자면 신경학적 성차가 각각 어떤 기능을 하는지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한 사례로 에스트로겐 등은 뇌세포의 성장이나 뉴런 연결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알려져 있으나, 한편으로 성인 여성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정적/부적 기분의 상태와는 거의 상관관계가 없었다. 요컨대, 여성의 기분은 소위 생리 중인지 아닌지, 히스테리 때문인지와는 무관하게, 스트레스, 사회적 지지, 신체적 건강 등에 의해 예측되었다. 사실 이 요인들은 매우 일반적인 수준에서 심리학자들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는 특징이기도 하다. 여성들 역시 그 '상식' 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 체내 T 수치는 무조건 유전적 수준에서 생득적으로 타고 태어나는 것이다?
    • 이미 1984년에 수행된 옛날 옛적의 연구에서 이것이 반론되었다.[23] 수컷 쥐의 높은 T수치는 유전적으로 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출생 이후 어미 쥐가 수컷 쥐의 항문 및 회음부를 지속적으로 핥아주는 양육적 자극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물론 세대 간에 이런 양육방식 역시 함께 전수되는 요소들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조건" 유전적 수준에서 프로그래밍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기체는 유전적 지도만 물려받는 게 아니라, 발달에 필요한 생태적 유산까지도 함께 물려받는다.
  • 여성이 남성보다 T 수치가 낮은 것은 오직 성 선택의 진화적 압력 때문이다?
    • 한 연구에서는[24] 남녀 참가자들에게 가상으로 종업원을 해고하는 역할의 연극을 시킨 다음 T 수치를 측정해 보았다. 연구 결과, "자네는 해고야!" 라고 외치는 '권력과시적 행동' 을 한 이후, 남성들의 T 수치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여성들의 T 수치가 매우 높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T 수치가 낮은 원인 중에는 "여성들이 평소에 권력을 과시하는 행동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는 사회적 요인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 남성과 여성의 성차는 매우 크며, 이런 현실적 차이를 억지로 숨기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이념적인 왜곡이다?
    • 심리학계의 판단은 정반대다. 학계에서 젠더 유사성 가설(gender similarities hypothesis)을 제창하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는 재닛 하이드(J.Hyde)는, 어마어마한 양의 문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메타 분석을 통해서 남녀 간의 성차가 대개는 크지 않은 편임을 확인했다.[25] 이 분석에 따르면, 전체 연구대상이 된 성차의 3/4 이상은 그 효과 크기가 d<.35 정도로 작은 편에 속했다. 많은 경우, 계산된 값들은 오히려 하나의 스펙트럼 상에서 여기저기에 흩뿌려지듯이 나타났으며, 남성은 무조건 이렇고 여성은 무조건 저렇다는 식으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 이후 2014년, 재닛 하이드가 다시 106건의 성차 메타 분석에 대한 메타-메타분석(?)을 시행했는데,[26] 여기서도 여전히 젠더 유사성 가설은 다시금 재확인되었다. 그리고 이 연구결과는 심리학계에서 충분히 확립된 사실들만 실어 주는, 거의 준-교과서급의 리뷰 저널에 실렸다.
  • 남녀의 성차는 우열의 성차가 아니라, 단지 무엇을 선호하고 무엇에 동기화되는가에 대한 성차로서 나타난다?
    • 바우마이스터의 제안과는 달리, 실제 사회조사 데이터는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 퓨 리서치 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고소득 직종에서의 성공에 대해 남성보다 도리어 여성이 더 선호했으며, 남녀 모두 "좋은 부모가 되는 것" 이 "직장에서 성공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 가치 차원에 대한 성차를 확인하는 연구도 이미 2005년에 진행되어서, 마찬가지로 사회심리학계의 최상급 저널에 실렸던 적이 있다.[27] 77,528명의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연구자들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적 가치(지위, 명성, 통제, 지배, 성공)와 여성적 가치(돌봄, 사랑) 등에서 성차는 존재하긴 했으나 낮은 편이었고, 다양한 공격성에 있어서도 성차는 작았으며, 특히 그 중에서 언어적/간접적 공격성은 여성이 오히려 더 높았다. 따라서 이것만으로 어떤 확신을 갖고 말하기에는 다소 모자라는 수준의 성차에 가깝다. d-값의 중앙값은 대략 d=.15 정도였는데, 이 정도라면 해당 응답자의 개인적 생애사나 성격, 질문이 주어지는 맥락, 연구 응답 전후의 상황 등에 의해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고 하니, 남녀를 아무나 한 명씩 뽑아서 바우마이스터가 예측한 '동기화의 성차' 가 그대로 유의하게 나타날 확률이 얼추 55% 정도라는 얘기다.
  • T 수치가 높을수록 예외 없이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흔히 시클리드 물고기의 생태가 제시되곤 한다. 시클리드 수컷들은 영역 침입자들을 쫓아내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며, 일단 암컷과의 수정이 성공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른 암컷을 찾아 떠난다. 그런데 자신의 영역을 확고하게 지키기 위해 위협적 태도를 보이는 수컷들을 관찰해 보면, T를 생산하는 부위인 정소의 크기도 더 크고 혈중 T 수치도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 그런 경향은 있지만 늘 예외란 있는 법이고, 사회적인 조건 역시 충분히 영향을 끼친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어지간히 공격적인 사람이더라도 검사와 함께 조서를 쓰는 상황에서까지 난동(…)을 부리기는 힘들다.) 이는 물고기들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1992년에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28] 이런 공격적이고 T 수치가 높은 시클리드 수컷들을 거세한 후(…) 거세하지 않은 온순한 수컷들이 있는 수조에 다시금 넣었을 때, 공격성이 감소하긴 했지만 침입자를 쫓아내거나 암컷에게 구애하기 위한 모든 짝짓기 행동에는 변화가 없었다.
    • 이 연구에서, 연구진이 사나운 수컷들을 자신보다 더 덩치 크고 위협적인 수컷들과 함께 수조에 넣자, 오히려 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온순해지고, 정소도 작아졌으며, 생식선 관련 뉴런 활동도 약해졌다. 연구자들은 이번에는 정반대로 온순한 수컷들을 자신보다 더 덩치가 작고 약한 수컷들의 수조에 넣어 보았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정소가 확장되고 T 수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T 수치가 공격적이고 지배적인 짝짓기 전략을 이끄는 게 아니라, 주변의 사회적 조건이 T 수치의 증감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 이미 1977년에 탈라포인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29] 연구자들은 수컷 원숭이들의 절반을 거세한 후, 이들의 감소한 T 수준을 회복시키기 위해 주기적으로 대량의 T 호르몬을 주사했다. 연구 결과, 이들의 공격성이 다시금 회복되기는 했는데, 그 공격 대상은 늘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원숭이들에 그쳤으며, 정작 호르몬 주사를 통해 자신의 집단 내 지위를 끌어올린 개체는 하나도 없었다!
    • 또 다른 연구로서,[30] 에모리 대학교의 킴 월렌(K.Wallen)은 수컷 레서스 원숭이들에게 T를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하고 이후의 짝짓기 행동을 관찰해 보았다. 연구 결과, 서열이 낮은 원숭이들은 예측대로 짝짓기 행동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서열이 높은 원숭이들은 상황이 달랐다. 이들은 T가 억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짝짓기 행동이 줄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T 수치가 문제가 아니라, 그 개체가 어떤 사회적 지위를 점유하고 있었는가가 문제였던 것이다.
    • 인간을 대상으로 할 때에도 T는 환경에 반응하여 증감한다. 일군의 심리학자들은[31]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인해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 거친 소년들에게 10년에 걸쳐 집중 관리 교육을 하게 되면 20대 중반이 되어서 타인의 도발을 경험하더라도 공격성이 낮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놀라운 것은, 이때 이들의 T 수치 역시 교육 미수료자들에 비해서 더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 위와 유사한 다른 연구를 하나 더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32] 소위 '바이블벨트' 라고 여겨지는 미국 남부 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 공화당의 텃밭으로 불리는데, 이 지역에는 명예 문화가 확산되어 있어서 남성들은 자신의 명예가 도전받는 것을 극도로 불쾌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미국 북부 출신 대학생들과 남부 출신 대학생들로 나누어서, 사전에 공모된 연기자에 의해 의도적으로 도발을 당하게 해 보았다. 연구 결과, 북부 출신의 남성들에 비해 남부 출신의 남성들은 과연 더 강한 공격성을 드러내 보였는데, 놀랍게도 이들의 T 수치 역시 북부 출신보다 더 높았다. 문화적 조건이 생리적 데이터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두 연구를 종합하자면, 공격성을 억제시키면, 남성의 T 수치 역시 이에 응답하여 감소한다.
    • 실제로 T뿐만 아니라 호르몬 수치라는 것은 외적 환경에 대응하여 변동하는 것에 가깝지, 외적 환경에 비-반응적인 상수로서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33] T의 경우, 그 수치가 높기 때문에 지배적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지배적 지위에 도달했을 때 그 결과로 T가 높은 수치로 분비되는 것이다. 이는 유기체가 외적 세계를 인식했을 때 그에 맞게 행동이 조정될 수 있도록 호르몬의 분비 수치를 적응적으로 변경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2.3.1. 위험추구의 성차?

많은 사람들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위험을 추구하지만, 여성은 좀 더 안전을 선호한다" 고 믿고 있다. 사실, 이런 주장은 사회적으로 결코 소수가 아니며, 페미니즘에 우호적이건 중립적이건 적대적이건 간에 일리 있는 설명이라고 여겨지곤 한다. 저자가 리먼 브라더스에 관련하여 언급한 사례로, 많은 논객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으로서 '호르몬 다양성' 을 제시했던 적이 있었다. 금융계에 남성들의 비중이 너무 높다 보니 자꾸 위험하고 무모한 '묻지마 투자' 가 나타나는 것이니, 여성들을 많이 배치한다면 금융계가 좀 더 안전한 선택을 많이 하게 될 거라는 얘기였다. (이는 물론 이 분야에 진출하기를 원하는 직업여성들에게는 호감을 살 만한 주장일 것이다.) 2010년 5월에 《타임》 지는 '남자들이 벌여 놓은 난장판' 을 수습하기 위해 임명된 금융규제 위원 여성들의 모습을 표지에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엉망진창이 된 조직을 청소하는 '어머니' 역할"(p.199)은 페미니즘 분야에서 흔히 유리절벽(glass cliff)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종래의 진화생물학은 이것이 동성 간 경쟁에서 이익이 되고, 이성에게도 더 많이 선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왔다. 즉, 경쟁이 심하고 위험이 큰 주제일수록 여성들보다 남성들이 기꺼이 참여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설명이 진부한 이론적 해석이라고 생각하며, 현대 사회의 여러 사회적 현상들을 제대로 설명해 내지 못한다고 본다. 예를 들자면, 현대 영국 사회에서는 의대 및 치의대가 여초가 될 정도로 여학생들의 입학 경쟁에 불이 붙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학생들의 진학 의욕은 조금도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의 이론대로라면 여성들은 극심한 경쟁이 존재해서 탈락의 위험이 큰 곳을 꺼려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에 관련된 문헌에서도[34] 대부분의 영역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경쟁의식을 드러냈고, 남성의 경쟁이 더 심한 경우는 스포츠뿐이었으며, 여성의 경쟁이 더 심한 경우는 외모뿐이었다고 한다. 특히 그 경쟁의 맥락 역시 중요해서, 일반적으로 (양동이 속에 공 던져넣기 등의) 남성들이 자신 있어 하는 것에는 남성들이 더 큰 경쟁심을 드러냈지만, (패션 상식 퀴즈, 외국어 단어 암기 퀴즈 등의) 여성들이 자신 있어 하는 것에는 여성들이 더 많은 경쟁심을 드러냈다고.

위험추구에 대한 저자의 비판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이번에도 먼저 심리학적인 개념화(conceptualization)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기존에는 모든 사람들이 일관되게 위험추구적이거나 혹은 일관되게 위험회피적일 거라고 생각되었으나, 이미 이것이 (위에서 남/여성성에 대한 학문적 논의에서 보았듯) 단일차원적 연속선이 아닐 거라는 새로운 생각이 1960년대부터 피어오르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 "무엇이" 위험하다는 것인가? 사람들은 때로는 위험추구적이다가 때로는 위험회피적이게 되기도 한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5장의 제목처럼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샌님" 도 존재할 수 있고, 보험에 가입한 도박꾼도 존재할 수 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주제에 대해서는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저 주제에 대해서는 위험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안전 불감증이라는 대중적 표현은 의외로 그 실용성이 별로 없는 것이다.

많은 과학적 연구들이 사람들의 위험지각(risk perception) 및 위험추구 성향을 주제로 해 왔다. (특히 이 문제는 산업재해와도 밀접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연구비가 투입되어 온 주제다.) 한 연구에서는[35] 도박에 관해 위험추구적인 집단인 도박꾼들은, 건강에 대해 위험회피적인 헬스클럽 회원들에 비해서, 주식투자에 관해 더 높은 위험추구 성향을 보이지 않았다. 이를 일반화하자면, 사람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수준으로 위험을 감수하며, 한 영역의 위험추구 정도가 다른 영역의 위험추구 정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저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소위 더블 디핑(double dipping), 즉 "한번 소스를 찍어 베어먹은 감자칩 조각을 다시 소스에 찍는 행동" 을 위생 상 위험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은 한편으로는 극도로 개척자적이고 모험가적인 도전의 문화를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무위키에 한하여 생각건대, 이는 국내에서도 몇 가지 상반되는 사례를 언급할 수 있다. 예컨대, 한때 광우병 대란이 벌어졌을 때 2030 여성들은 '유모차 부대' 라고 불릴 정도로 건강 이슈에 과민하리만치 강하게 반응했으나, 5060 남성들은 축산물 상가 앞에 길게 줄지어 서서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려 할 정도로 위험을 작게 지각하는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와 대북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2030 남성들은 북한에 대해 더욱 강한 안보 불안과 위험을 느끼지만, 동년배의 여성들은 심지어 2018 남북정상회담 당시 SNS에서 김정은에 대해 "귀엽다" 고 말했을 정도로 그가 위험한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기존의 통념대로라면 여성보다는 남성이 김정은을 더 우습게(?) 보았어야 했다. 한편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 고평가하는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산업현장에서 일하기도 하며, 유기농 분유만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한편으로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는 둔감한 경우도 있다. 요컨대, 위험추구라는 개념은 결코 뭉뚱그려 말할 만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일반론적으로 말하자면,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은 약간 위험회피에 가까운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가장 위험추구적일 것 같은 사람들조차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1974년구 WTC 쌍둥이 빌딩에서 외줄타기 곡예를 펼쳤던 인물인 필리프 프티(P.Petit) 역시 자신은 결코 위험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단언한 적이 있었다고. 이제 이를 다시 젠더에 따라 나누어 보자. 한 메타 분석에 따르면,[36] 남성들은 전체 주제의 절반에 해당하는 위험 영역에서 미미한 차이로 위험을 더 선호했으며, 20% 정도의 영역에서는 거꾸로 여성들보다 안전을 더 추구했다. 이들의 위험추구 수준은 연령이나 위험의 맥락 등에서도 크게 영향을 받아서, 위험추구를 남성만의 특징이라 보기에는 어려웠다. 한편으로, 여성들도 특정 영역들에서는 많은 위험을 감수한다. 임신부터가 스카이다이빙보다 사망 가능성이 20배 더 높고, 하이힐 역시 근골격계에 큰 손상을 초래하며, 어떤 주부들은 중요한 손님 접대를 위해서 만들기 어려운 요리에 도전하기도 하고, 2차 가해를 각오하고 성폭행 피해 사실을 밝히기도 하며, 남친을 위해서 콘돔 없는 섹스에 동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남녀가 위험을 추구하게 되는 전후상황이 서로 달라질 뿐, 남성이고 여성이고 딱히 더 위험을 추구하는 성향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위의 발견은 심리학계뿐만 아니라 경제학계에서의 메타 분석에서도 학제를 넘어서 다시금 확인되었다.[37] 이 연구에서는 복권 과제를 활용했을 때 성차의 효과 크기는 일반적으로 작은 편이었고, 성차가 없거나 역전되는 사례도 몇 차례 발견되었으며, 이런 애매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굳이 성차를 강조한다는 것은 확증편향의 사례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결론을 도출했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깔때기도표(funnel plot)를 활용하여 출판편향의 존재를 파악했는데,[38] 분석 결과는 남성의 위험추구 성향이 과소평가된 표본은 아예 출판되지 못하는 관행이 존재함을 나타냈다. 가장 표본규모가 큰 8개 연구만으로 한정했을 때 나타난 효과크기는 d=.13인데, 이는 위에서 설명했던 '선호와 동기의 성차' 에서 나타난 효과크기와 거의 비슷한 것이다. 나름대로 차이가 있긴 하나, 절대 강하게 주장할 수는 없으며 다른 변인들에 의해 얼마든지 상쇄될 수 있는 수준인 셈. 실제로 경제학계의 많은 후속연구들은 인류학적 부족사회, 중국과 같은 비서구 사회, 모계사회, 사회의 성 평등 수준, 판돈의 규모 증가에 따라 성차가 달라짐을 보여주었다.

남성의 남성성을 쉽고 빠르게 판단하기 위한 척도 중 하나는 일명 '손가락 길이 비율' 척도인데, 이는 약지에 대한 검지의 상대적 길이에 있어서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그 비율이 더 작다는 점에 근거한다. 이는 태내기의 T 노출 수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노이즈가 심하고 한계가 명확한 척도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이 비율이 과연 그 사람의 재정적 위험추구 성향을 예측할 수 있을지를 두고 고민해 왔다. 이에 대한 어떤 리뷰 논문의 결론은,[39] 손가락 길이 비율과 재정적 위험추구 성향 사이에는 단지 "애매한" 관계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리뷰에서는, 비율을 측정할 때 왼손의 비율로 할지, 오른손의 비율로 할지, 두 손을 다 재고 평균을 낼지 연구 패러다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자는 자신의 가설을 지지하는 방향의 데이터를 취사선택하는 파일 서랍장 문제(file-drawer problem)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기존의 질문이 "남성과 여성 중 어느 쪽이 더 위험추구적인가?" 였다면, 이제는 남녀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어떨 경우에 유독 위험을 추구하게 되는가? 이 분야에서 확인되는 주요 예측 요인으로는[40] 위험 영역에 대한 지식과 친숙도가 있다. 즉, 그 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주제가 익숙하다면, 사람들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간에 위험을 기꺼이 무릅쓴다.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위험한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토토를 즐기는 것 역시,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그런 것에 대한 지식이 많고 친숙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들에게 위험은 '좋아하는 대상' 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원하는 가치 있는 '보상' 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릅써야 하는 가능성' 일 뿐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위험에 뛰어들 때, 이들은 위험이 작아서가 아니라 이득이 그 이상으로 크다고 느껴서 뛰어든다. 결국, 특정한 보상의 주관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상, 다른 종류의 보상에 대해서까지 주관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는 않는 것이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샌님" 이 성립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위험추구의 다른 예측요인으로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이 있다. 이는 사회심리학계에서 잘 확립된 이론적 조망인데, 간략히 설명하자면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 중에 자신이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포함시킨다" 라고 할 수 있다. 위험추구의 성차라는 주제에 이를 적용한다면, 사회적 정체성 이론은 "자신이 남성이라는 사실을 중시하거나 그것이 자신을 잘 설명한다고 믿는 경우,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더 위험추구 성향을 드러낼 수 있다" 는 설명을 도출한다. 이와 관련한 몇 가지 문헌들도 존재한다. 프레임 효과를 활용한 어느 연구에서는[41] 임금협상에 있어서 '협상' 이라는 단어를 '요청' 이라는 부드럽고 온화한 프레임으로 바꾸자, 남성들의 공격적이고 무모한 수준의 임금 제시 수준이 약해졌고, 결과적으로 여성 참가자들과의 평균 차이가 사라지기도 했다. 다른 연구에서는[42] 남성 참가자들이 패션 퀴즈나 화장품 퀴즈 등 '여성성 관련 과제' 에 실패했다고 안내되면 직후 이어진 가상의 도박 과제에 "싸나이답게" 더 큰 판돈을 거는 경향을 보였다. 호르몬이 위험추구를 이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사회적 성 역할이 위험추구를 이끌어올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위험을 추구하게 되는 예측 요인 중에는 인구학적 변인도 존재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한 대규모 가구조사에 따르면,[43] 전세계적으로 특정한 인구집단이 종래에 남성의 성향이라고 흔히 여겨져 왔던 위험추구의 통념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일 수 있었다. 이들은 바로 남성 중에서도 백인 남성, 그 중에서도 미국 국적이고 고소득 고학력자이면서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며 지배적 성격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렇다, 흔한 음모론자들이 상상하는 일명 '숨겨진 실세' 들의 이미지다. 보다 대중적으로는, 중후한 양복을 차려입고 이브닝 파티에서 칵테일을 기울이는 멋들어진 엘리트들을 떠올려 볼 수 있겠다. 이 연구자들은 다른 모든 것이 동일한 상태에서 국적만 스웨덴으로 바뀔 경우에는 여성과의 위험추구 성차가 마법처럼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는 위의 발견에 대해, "이 사람들은 세상의 많은 것들을 실제로 지배하고, 통제하고, 이끄는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매사 의사결정에 낙관적이며 위험하다는 생각 자체를 잘 하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뭐든간에 자신이 탕탕 호령만 하면 세상이 설설 기면서 움직여 주는데, 이들이 무릅써야 할 위험이 어디 있겠는가? 반면, 여기에 해당사항이 없는 남성일수록 그런 사회적 권력이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매사 처신을 조심하게 되고 여러 위협과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존의 통념은 기껏해야 이런 '강자들의 심리', '지배층의 심리' 만을 설명할 수 있었지만, 그런 한계 많은 발견만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일반화를 시도했던 셈이다. 심지어 저자는 이들조차 엄밀한 의미에서 위험추구적인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저자의 확인에 따르면, 이들의 무책임한 금융상품 투자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비용은 결국 납세자들이 짊어졌으며,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해 풍비박산이 나서 거리에 나앉은 금수저는 없었다는 것이다.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남이 싸놓은 치우는 놈이 따로 있다" 는 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리턴' 은 자신이 가져가고 '하이리스크' 는 타인이 책임지게 되는 구조 속에서 나타나는 위험추구를 정말 '위험추구' 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런 건 차라리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3. 논쟁: 진화생물학의 부정인가, 생물-사회 상호작용론인가

저자의 의견이 어떻건 간에, 본서는 많은 진화생물학자들과 진화심리학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들은 저자가 사회 구성주의와 정치적 올바름의 전통을 따라서 자신들의 평등주의 사상에 어긋나는 '과학적 사실' 들까지도 부정하려 한다면서 발끈했다. 실제로 이들의 반응을 이해하려면 다소간의 전후사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당초 성 선택에 관련된 대중서들이 《도덕적 동물》 이나 《욕망의 진화》 같은 책에서 암시되듯이 여성에게 유해한 젠더 관련 고정관념들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샌드라 하딩(S.Harding)의 《누구의 과학이며 누구의 지식인가》 나 마리 루티(M.Ruti)의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같은 인문학적, 지식사회학적 관점에서의 비판서들도 다수 출간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진화생물학자들은 다시금 "과학적 방법이라는 것은 결국 관찰결과를 보고(reporting)하는 데 있는데 과학자가 남성이건 여성이건 뭐가 중요한가, 여성이 연구하면 데이터가 달라지기라도 한다는 말이냐" 고 반박했고, SJW들이 엄밀하게 합의된 과학적 연구결과조차 이념적으로 왜곡하려 한다면서 개탄했다. 그러나 여전히, 페미니스트들은 "관찰결과를 보고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해석(intepreting)하는 것이 편향된다는 것" 이라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심지어 이 대립구도는 아직도 현재진행중이다.

2013년에 《Psychological Inquiry》 에서 진행된 바 있는 논쟁은 진화론의 관점으로 인간의 성차를 설명하면 과장을 피할 수 없는가를 주제로 하였다. 여기에 긍정하는 입장으로서 스티브 스튜어트-윌리엄스(S.Stewart-Williams)와 앤드루 토머스(A.G.Thomas)는 그들의 논문에서[44] 어떻게 인간의 성생활을 공작의 성생활과 등치할 수 있겠느냐면서 소위 인간 예외주의(human exceptionalism)로 보일 만한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동물들의 성 선택 전략은 "수컷이 경쟁하고 암컷이 선택하는" 모형으로 잘 설명될지 몰라도, 인간은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자신이 사랑할 사람을 똑같이 선택하는" 모형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인간은 유독 성차가 없다' 고 예외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은 다른 영장류나 동물들에 비해 성차가 작은 편' 이라는 것인데, 이것이 잘 전달되지 않아서 답변 논문에서 한번 더 언급하기도 했다.[45] 흥미로운 것은 진화심리학자 조프리 밀러(G.F.Miller)가 여기에 조심스레 찬동하면서 "교수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유독 양성 간의 급간분산(성차)은 과장해서 강조하고 급내분산은 생략하는 식으로 진화심리학을 가르치는 경향이 있긴 하다" 고 말했다는 점.

진화심리학 문서에서도 설명되지만, 진화심리학의 옹호자든 비판자든 간에 절대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자연주의의 오류다. 진화의 과정이 그러했다고 해서 "남자들이 바람 좀 피우는 게 어때서? 남자들은 원래 그래!" 라고 말한다면 당장 진화심리학자들부터 뒷목을 잡을 것이다. 인간은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공익을 위해서라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진화론을 연구하는 학자들 역시 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 본서의 저자 역시 생물학적 결정론을 들어서 그것을 마치 자연의 섭리처럼 다루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다. 단지 본서에서는 사회적 요인(social factors)을 포함시켜서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 변주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먼 길을 돌아왔지만, 진화심리학적 지식이 대중적으로 소비될 때에는 그 오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서는 제리 코인(J.Coyne)과 같은 유명 생물학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창조설 사냥꾼이자 무신론자로서 더욱 유명세를 얻고 있는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기고문에서 본서가 "영국 왕립학회 과학도서상을 수상한 이유"는 과학도서 수상 기준을 과학자들이 선정하는 게 아니라 소설가언론인 같은 비전문가들끼리 선정하기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저자가 본서에서 내세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조잡한 연구조차 제시할 수 없었다(can’t bring herself to call out shoddy research that supports her book’s hypothesis)고 비판했으며, 저자가 젠더의 '빈 서판' 이라는 편견에 빠져 있다고 공격했다. 코인은 저자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각각 "(WRONG)" 이라고 달아두었는데, 한편으로는 저자가 '남녀 간에는 호르몬에 의해 발생하는 생물학적 성차가 없다' 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어조로, 교육심리학자인 앤드루 사비스키(A.Sabisky)는 종합 교양지 《Areo》 에 기고한 서평에서, 본서가 영국 왕립학회 과학도서상을 수상한 이유는 그것이 과학적으로 유의미한 연구를 실어서라기보다는 신좌파적 가치와 비전을 지키기 위해 대안 우파에게 맞설 토대를 정초했기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시대가 변하고 미래에는 인간의 가치에 대한 새롭고 심도 있는 중요한 고민들이 산적해 있는데, 아직 우리는 '양성 간의 생물학적 평등' 같은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류의 시도는 "의도는 좋았다"고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응용심리학자 로버트 킹(R.King)은 자신의 기고문에서, 본서가 베이트먼의 실험에 대해 대중적으로 잘 설명했다고 호평하면서도 그것이 생물학계에서 17세기에 이미 사장된 떡밥인 본질주의를 들어 생물학계를 잘못 공격한다고 비판했다. 계몽주의가 시작되고 과학적 방법이 정립되면서, 플로지스톤이나 엘랑 비탈 같은 것들은 이미 진작에 폐기 처분되었고, 현대에는 더 이상 본질 같은 철 지난 담론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 선택에 대해서 공격할 때 본질주의를 들어서 공격한다면 단지 허수아비를 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본서가 클라크의 유명한 실험을 비판하는 것은 고작해야 사고실험에 불과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본서에서 언급하듯이 현대 생물학계에서 생물 종의 성 다양성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맞는데, 그것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도 본서보다는 차라리 《Dr. Tartiana's Sex Advice to All Creation》 이라는 책이 더 추천할 만하다고 한다.

가장 비판적으로 반응하는 서평으로서 위의 제리 코인 역시 소개한 것으로는 웹사이트 "YayoCorner" 라는 곳에 게시된 것이 있다. 해당 글은 아카이브 없이 삭제된 상태이며 위의 제리 코인의 웹사이트 및 기타 사이트에 그 일부가 남아있을 뿐이다. 여기서는 본서의 논지에 대해 더더욱 비관적인데, 저자가 소표본과 신뢰할 수 없는 척도를 활용한 수많은 열악한 연구들을 제시했다(there are lot of bad studies with small samples and unreliable measures)고까지 말하고 있으며, 저자의 주장은 어디까지나Ad Hoc 가설에 불과하고, 페미니즘은 성차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늘 오컴의 면도날을 피해가는 예외적 위치에 있다고 비판한다. 물론 이 잔여 글타래에서 글의 전체를 확인할 수 없으니만큼, 어째서 오컴의 면도날이 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곧바로 짐작하기란 어렵다. 이미 Yayo라는 필명의 누군가가 자기 기고문의 서두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이것들은 오히려 창조설이나 지적설계를 비판하기 위해 진화론 진영에서 더 흔히 동원되곤 하는 수사들에 가깝다.

나무위키에 한하여 생각건대, 본서에서 저자의 메시지는 2010년 즈음의 olleh 광고인 '다 그래를 뒤집어라' 에 가까워 보인다. "남자들은 다 그래" 로는 자연 세계와 인간 사회에서 관찰되는 놀라울 정도의 성적 다양성을 설명해 내지 못한다. 세상은 복잡하고, 삶의 양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일부 사회 지도층, 즉 '고소득 고학력 보수주의자 백인 남성 미국인' 들은 그런 다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남성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형성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의 학술적 근거를 위해서 20세기 중엽에 확립된 진화론의 성 선택 관점에만 매달렸고, 그 이후로 생물과 생태의 다양성을 보고하는 최신의 보고들, 인간의 심리의 다양성을 보고하는 심리학계의 문헌들에 귀를 닫았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깊이 파고들어 가 보면 테스토스테론 렉스 관점을 거부하는 것이 진화나 차이 혹은 생물학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런 것들을 고려하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 렉스를 거부하는 것이다...

...자연선택이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뇌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혹여 페미니스트 창조론자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더라도─매우 있음직하지 않은 세계관의 조합이지만─나는 그쪽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
- p.22 (일부 구문은 자체 강조)

본서의 전체 참고문헌 수가 총 510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비판론자들의 불만은 의아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단순히 참고문헌이 방대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며, 어쩌면 본서는 과학자들의 엄밀한 연구논문이 아니라 페미니스트들의 사회 구성주의에 입각한 사변적 논문이나 무작정 찍어내는 단행본에만 잔뜩 의지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단 사회학이나 여성학, 인류학은 전부 제외하자. 본서는 심리학 논문을 인용하는 비중이 가장 높지만, 심리학계가 '좌편향' 되어 있다는 학계 내적인 논란을 받아들여서 (진화심리학과 생물심리학을 제외한) 모든 심리학 논문도 제외하자. 본서는 경제학 논문도 다수 포함하지만, 학문적 거리를 고려하여 이들도 전부 제외하자. 그리고 핸드북이나 단행본은 동료평가가 약하기 때문에 미심쩍으니, 이것들도 전부 제외하자.

이렇게 필터링하면 비판론자들이 인정할 만한 수준의 '진짜 과학' 논문의 수는 총 151건이 남는다.[46]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네이처》 에서 7건, 《사이언스》 에서 5건이 인용되었고, IF가 무려 51에 달하는 미국의학협회지(JAMA)에서 1건이 인용된 것이 보인다. 이들을 제외하고 다시 나누면 신경과학뇌과학 분야에서 29건, 생물학 및 유관분야에서 109건의 논문이 인용된 것을 볼 수 있다. 생물학 논문들을 저널의 주제별로 나누자면 내분비학 5건, 진화생물학 15건, 진화심리학 2건, 진화인류학 2건, 동물행동학 3건, 생리학 5건, 호르몬학 14건, 생식의학 2건, 유전학 3건, 환경생물학 1건, 인간생물학 10건, 실험생물학 1건, 비교생물학 4건, 성생물학 3건, 생태학 7건, 동물학 3건, 영장류학 2건, 생물심리학 4건, 비뇨기학 1건, 약학 3건, 고생물학 1건, 임상화학 1건이며, 프로시딩류 매체 중에서는 18건이 있다.[47] 따라서, 몇 건의 "불확실한 보고들" 만을 갖고 "진화과학의 상식을 뒤집으려" 하는 것이라는 비판론자들의 주장에 반발할 생물학자들과 뇌과학자들은 꽤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혹시, 학계 변두리에서 도발적으로 제기되는 인기 없는 주장들을 제시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본서에서 인용하는 리뷰 저널 문헌의 수는 총 22건으로, 어떤 학문분야이든지 저자는 가급적이면 웬만큼 입지적인 주장을 소개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최소한, 저자의 문헌고찰이 불성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처럼 "그래서 진화과학을 인정한다는 겁니까, 아니면 부정한다는 겁니까?" 식의 과열된 반응은, 일정 부분은 본서의 저술 방식에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테스토스테론' 과 '성적 행동' 사이에 → 의 우향하는 화살표만을 긋는 것을 비판하면서, '사회문화적 요인' 을 새로 추가하고 여기서 '성적 행동' 으로 이어지는 화살표를 추가로 그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에서 보았듯이, 그 과정에서 저자는 오히려 '사회문화적 요인' 에서 '테스토스테론' 으로 이어지는 화살표까지 함께 그려 놓았고, 반대로 테스토스테론이 사회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정리하면 테스토스테론은 저자의 논리에서 간접매개변인의 위치에 놓일 뿐이며, 반대로 사회문화적 요인이 테스토스테론의 간접매개효과를 보일 가능성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당장 데이비드 라이머 같은, 호르몬이 아예 사회화를 압도해 버린 사례도 있는 마당에 말이다. 그 외에도 호르몬에 관련된 연구는 아니지만 광범위하게 진화적 압력에 대해 연구한 사례로서, 예컨대 진화심리학자 카를로스 나바레테(C.D.Navarrete)는 여성이 세균 감염에 취약해지는 임신 초기일수록 무의식적으로 외국인 차별자문화중심주의적 태도가 강해짐을 발견했고, 특히 백인 여성들은 자신의 월경 주기에 의거하여 임신 가능성이 높아질 때마다 인종차별적 태도가 심해진다는 것도 발견했다. 이런 흥미로운 연구들은 거꾸로, 진화적 압력이 우리 사회의 풍조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그 사회화를 통해 개인의 행동까지도 이끌 수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제기하기에 적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의 초점을 흐리지 않으려 해서인지, 본서에는 이런 흥미로운 진화심리학적 연구사례들이 없다. 이러한 가능성까지 고려되어야 저자가 의도한 생물-사회 상호작용론의 '상식' 이 모형적으로 성립한다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를 생략함으로써 진화생물학자들을 분노하게 한 셈이다. 《The Guardian》 지의 서평 부제목이 "불평등은 자연적인 게 아니라 문화적인 것이다"(inequality ... is cultural, not natural)라고 오해받기 딱 좋게 뽑혀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진 않아 보인다.

또한 많은 진화 이론가들은 평등주의가 진화에 합치되지 않으므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단지 과학적 지식에 이념이 섞여들어서는 안 된다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본서의 비판의 방향은, 앞에서 몇 차례 언급되었지만, 과학자들을 향해야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지식을 소비하는 일반 대중을 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본서는 그 독자층과 직접적 비판의 대상에 대해서는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음으로 인해 마치 과학자들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여지를 남겼다. 많은 비판들이 본서가 허수아비 논증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정작 진화생물학자들 본인들은 과학적 발견의 과정을 왜곡하지 못하도록 애쓰는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아마도 '윤리적인 과학자는 이때 어느 쪽을 골라야 하는가?' 에 대한 최종적인 답변은 사람마다 달라지게 될 것이며, 여기서 확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서에서 예측한 것과는 다른 연구결과를 내놓은 논문이 존재함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본서가 출판되던 시점인 2016년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실린 한 논문에서[48] 성 평등이 정착된 북유럽 국가들일수록 이공계 여성 진학률과 같은 주제에서 성차가 작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커진다는 것이 알려져서 학계에 충격을 주었다. 이것은 젠더 평등의 역설(gender-equality paradox)이라고 이름붙여졌는데, 본서에서 2년 전에 제시했던 것과는 상충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본서에서는 사회적 성 평등이 정착될수록 성 역할의 사회적 압력도 작아져서 여러 성차들이 더 작아질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논문에서는 비-북유럽 국가들에서 여성들의 이공계적 학구열이 비교적 높은 이유에 대해서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추가적 압력을 받기 때문" 이라는 요지의 매개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어찌 보면 사회, 문화적 압력은 저자의 생각처럼 성차가 커지는 방향으로 개인을 몰아가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성차를 억지로 줄이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화적 압력이 어떤 경우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직 알지 못하며, 학계의 더 많은 연구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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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ine, C., Jordan-Young, R., Kaiser, A., & Rippon, G. (2013). Plasticity, plasticity, plasticity... and the rigid problem of sex.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7(11), 550-551.[2] Fine, C., Joel, D., Jordan-Young, R., Kaiser, A., & Rippon, G. (2014, December 15) Why Males≠ Corvettes, Females≠ Volvos, and Scientific Criticism≠ Ideology. Cerebrum. Retrieved from http://dana.org/Cerebrum/2014/Reaction_to_%E2%80%9CEqual_%E2%89%A0_The_Same__Sex_Differences_in_the_Human_Brain%E2%80%9D[3] Fine, C. (2014). His brain, her brain? Science, 346(6212), 915-916.[4] Fine, C. (2018). Feminist science: Who needs it? The Lancet, 392(10155), 1302-1303.[5] 이런 주장을 펼치는 유명한 인물로서 크리스티나 호프 소머즈(C.H.Sommers), 그리고 《소모되는 남자》 의 저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R.F.Baumeister) 등이 있다.[6] Cimpian A., & Markman, E. M. (2011). The generic/nongeneric distinction influences how children interpret new information about social others. Child development, 82(2), 471-492.[7] 저자에 따르면, 인간 아기는 자신이 태어난 이후에 어느 환경으로 내던져지게 될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태어나 보니 이누이트 족의 이글루일 수도 있고, 히말라야산맥셰르파 집일 수도 있고, 사하라 사막을 오가는 캐러밴 일행이 반기고 있을 수도 있고, 아마조니아 열대우림 속에서 태어날 수도 있으며, 어떤 이들은 선진국에서, 어떤 이들은 후진국에서, 도시에서, 농촌에서, 산에서, 섬에서, 부권사회에서, 모권사회에서, 추장사회에서, 국가사회에서 태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8] Snyder, B. F., & Gowaty, P. A. (2007). A reappraisal of Bateman's classic study of intrasexual selection. Evolu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Organic Evolution, 61(11), 2457-2468.[9] Gowaty, P. A., Kim, Y.-K., & Anderson, W. W. (2012). No evidence of sexual selection in a repetition of Bateman's classic study of Drosophila melanogaster.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9(29), 11740-11745.[10] Gerlach, N. M., McGlothlin, J. W., Parker, P. G., & Ketterson, E. D. (2011). Promiscuous mating produces offspring with higher lifetime fitnes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79(1730), 860-866.[11] Dewsbury, D.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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