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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도란스 기획 총서 2) |
발행일 | 2017년 5월 |
저자 | 권김현영 편저 (권김현영[1], 루인[2], 엄기호, 정희진, 준우, 한채윤) |
출판사 | 교양인 |
ISBN | 9791187064138 |
#교보문고 |
1. 개요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 정서에 맞게 통념에서 벗어난 젠더학적 인식론과 연구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책이다.이전 책인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와 마찬가지로 핸드북의 형태를 따르며, 이번에는 권김현영이 편집인이 되었다. "도란스 기획 총서" 의 둘째 서적으로서, 이 다음으로 출간된 서적으로는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미투의 정치학》이 있다. 저술에 참여한 저자들은 권김현영,[3] (필명) 루인,[4] 엄기호,[5] 정희진,[6] (필명) 준우,[7] 그리고 한채윤[8]이다.
이 책에서 2장,[9] 3장,[10] 5장[11]의 경우 기존에 출판되었던 《남성성과 젠더》(2011)의 각 장의 저자들이 기존에 저술했던 내용을 업데이트하여 다시 쓴 것이다.
2. 목차
- 들어가는 글
- 1장: 한국 남성의 식민성과 여성주의 이론 (정희진, 2017)
- 남성성, 식민지 남성성
- 남성성에 대한 여성주의 이론
- 패권적 남성성
- 주변적 남성성
- 식민지 남성성
- 2장: 근대 전환기 한국의 남성성 (권김현영, 2017)
- 한국 남자는 왜?
- 근대 전환기 식민지 남자들의 처지
- 차이로서 남성 주체는 가능한가
- 한국 남자의 남성성들을 위해
- 3장: 남성 신체의 근대적 발명 (루인, 2017)
- 근대 외과 의학의 발달과 남성성 규범 형성
- 외부 성기로 증명하는 남성 신체
- 징병 검사, '국민' 관리 제도, 그리고 남성성
- 남성/성이란 생물학
- 4장: 보편성의 정치와 한국의 남성성 (엄기호, 2017)
- 피해자 대 기득권자
- 남성의 위기, 노동에서 추방되고 국민권을 박탈당하다
- 평등의 문 앞에서 엎어지다 - 찌질이라는 속물
- 평등? 나 혼자 즐기련다 - 동물이 된 우아한 초식남
- 평등! 남녀 간의 평등 말고 남성들 간의 평등 - 괴물로 진화하는 사이버 마초
- 속물, 동물, 그리고 괴물을 넘어
- 5장: 이성애 제도와 여자의 남성성 (한채윤, 2017)
- 소녀는 어떻게 레즈비언이 되었는가
- 레즈비언의 남성성과 이성애주의
- 부치와 트랜스남성 - 남성성의 원본은 없다
- 이성애주의와 남성성
- 6장: 트랜스남성은 어떻게 한국 남자가 되는가 (준우, 2017)
- 트랜스남성이 이렇게 평범해도 되는 거야?
- 평범한 남자의 들킬 위험
- 남성 간 유대 관계에서 남자 되기란
- 남자의 몸은 낭만이자 권력이다
- 트랜스남성은 '한남'이 되고 싶은가
3. 작가의 주장
각 챕터의 내용들을 각각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들어가는 글
한국의 남성성에 대한 '위기' 담론이 증가하는 가운데, 학계에 본격적인 남성성 분석이 필요하다. 남성성의 분석을 위해서는 젠더학적 인식론과 방법론을 제안하는 담론적 실천이 필요하다. 남성성에 대한 기존의 접근은 남성성이 곧 보편성이라고 전제하고 있기에, 식민지 남성성을 시작으로 새로운 남성성의 목록을 만드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 1. 한국 남성의 식민성과 여성주의 이론 (남성성 연구에 필요한 탈식민주의 및 메타-젠더적 인식론의 적용)
남성성에 대한 페미니즘의 이해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나타나면서 본격화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서구에 제한되는 인식에 머물러 있었다. 서구적 인식에 따르면 남성성은 패권적 남성성을 선망하는 주변적 남성성의 관계로 설명되지만, 제3세계의 남성들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식민지 남성성은 강자로서의 외세와 약자로서의 자국을 상정하며, 한국의 남성성 분석 역시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 2. 근대 전환기 한국의 남성성 (역사적 배경을 통해 살펴보는 한국 남성들만의 남성성의 양상, 그리고 그 가능성)
한국 남성들은 보편성을 갖는 남성성을 증명하기 위해 유독 페니스에 집착하며, 이것이 보편적이라고 가정함으로써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받는다. 하지만 한국 남성들이 경험하는 삶의 양상들은 개화기부터 시작되어 온 식민지의 경험에 기초하는 남성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일견 여성적으로 보이는 식민지 남성성을 제시한다면, 남성성 간의 차이가 두드러짐으로써 기존의 남성성의 합의에 도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3. 남성 신체의 근대적 발명 (남성의 신체가 정상성을 획득하는 기준으로서의 페니스)
근대적 외과의학을 통해 형성된 의료 규범은 페니스의 존재유무만을 근거로 하여 남성성을 독단적이고 근원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군사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남성성의 본질을 정련하기 위해 페니스에 기초하는 복무 적격 심사를 실시하고 있다. 남성성을 페니스에만 연결짓는 젠더 실천을 극복함으로써, 우리는 성소수자 및 다수자를 포함한 모두가 자유로운 젠더 실천을 하도록 보장할 수 있다.
- 4. 보편성의 정치와 한국의 남성성 (양극화된 세계 속에서 주체성을 되찾기 위한 남성들의 연대 노력)
기존의 국민국가가 제공하는 주체성에 기대어 관성적으로 살아오던 남성들은 신자유주의가 도래함에 따라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들은 위기 상황에 대해 페미니즘에 동조하거나 피해의식을 드러내는데, 이는 주체적 시민권을 얻기 위한 남성 간 연대의 다양한 분화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시민권의 개념에 대해 남성의 임금노동에 근거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 5. 이성애 제도와 여자의 남성성 (이성애적인 것으로서 남성성을 이해하는 사회를 향한 부치들의 도전)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성이 결여된 존재로 이해되나, 레즈비언들 중 '부치' 는 여성에게도 남성성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부치들이 꾸미는 남성적인 외양은 여성의 시각에 입각한 것으로서, 남성성이 새롭게 재조정되는 사례에 해당한다. 부치들의 남성성은 늘 자신의 남자다움을 증명해야 하는 이성애자 남성들에게는 위협적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 6. 트랜스남성은 어떻게 한국 남자가 되는가 (FTM 트랜스남성이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남성성)
FTM 트랜스남성들은 평범한 남성이 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평범한 시스남성 '한남' 의 이미지를 추구한다. 이들이 갈망하는 남성 간 유대 관계의 참여, 이상적 성관계, 성범죄에 대한 시선에는, 시스남성 못지않게 지배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성이 반영되어 있다. 이 현상은 FTM 트랜스남성들이 주류 사회에서 수용되는 남성성을 바라기 때문이지만, 여기에는 더 많은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3.1. 정희진과 권김현영의 주장
정희진(2017)은 《여성과 여성시민의 권리 선언》 과 같은 리버럴 페미니즘이 보편적 인권의 언어로 페미니즘의 시작을 열었고, 《제2의 성》 을 필두로 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젠더 문제를 공적영역에서의 여성의 진출 이외에도 사적영역에서의 여성 억압 문제로까지 확장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논의는 남성의 시선에 주로 종속되어 있었다고 주장한다.1장에서는 남성성에 대한 기존 논의들을 검토하기 위해 먼저 "패권적 남성성" 과 "주변적 남성성" 으로 구분한다. '패권적 남성성'은 한 시대의 사회 전체를 주도하는 대세를 의미하며, 그것이 제시하는 남성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이미 "인간다움" 을 의미한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종종 이상적인 남성성이 변화하기도 하지만, 이는 남성성의 변화일 뿐 남성 권력의 감소나 여성상위 사회로의 진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이들과 대비되는 '주변적 남성'의 경우, 패권적 남성성을 선망하는 피지배 계급의 남성들로서 실생활에서는 오히려 더 강한 영향력을 끼친다. 이것은 남성에게는 약하고 여성에게는 강한 면모를 보이며, 정희진(2017)에 따르면 이들은 "패권적 남성성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이니, 우리 남성들 역시 피해자이다" 와 같은 주장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이 평소에는 남성 간 연대(homosocial)를 이용하다가 자기 아쉬울 때에만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강조하는 행태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들어 이를 거부한다. 적어도 본인이 남성중심적 문화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면 하소연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12] 물론 저자의 주장은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논거와 억지주장성을 띄는데, 군역에 대해 조금만 저항해도 무자비하게 징역형을 때려버리는데다 이 모두가 합헌 판결이 나온 현실 속에서는 개개인이 저항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정희진(2017)이 구분한 바 패권적 & 주변적 남성성의 구분은 《남성성/들》 의 저자 래윈 코넬(R.Connell)이 분류했던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코넬에 따르면, 패권적 남성성에 의해 거부당한 모든 속성들이 집약된 "종속적 남성성", 패권적 남성성을 어정쩡하게 묵인하면서도 그 '배당금' 만큼은 꼬박꼬박 받아 챙기는 "공모적 남성성", 패권적 남성성을 거부하려 하지만 실상은 그것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고 어떤 '배당금' 도 받아 챙기지 못하는 "주변화된 남성성" 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정희진(2017)의 구분은 이보다는 좀 더 단순한 것으로, 마치 "이상적 남성성과 현실적 남성성" 의 간략한 구도를 연상하게 한다. 전후맥락을 고려하면 코넬의 분류법은 다분히 '서구적' 인 것이어서 국내의 남성성을 설명하기에는 자신의 분류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상의 남성성의 분류는 제3세계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의식의 출발점이 된다. 한국을 포함하여 제3세계에 속하는 지역에서는 젠더 의제의 복잡성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역사적 배경과 국제정치적 맥락을 고려할 때, 이들의 남성성에는 피해자로서의 위치를 자처하는 약자로서의 남성성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13] 식민지 남성성에서 남성은 약자의 위치에 있다. 그러나 자신의 약함으로 인해 여성이 강자에게 종속당하는 것에 대한 통렬한 자성이 없다. 여성을 외세에게 빼앗겼다면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니, 결국 여성은 그런 자신의 자존심을 세워 주어야 한다는 것. 이들은 매사를 외세(강자)와 자국(약자)의 관계로 환원하는 바람에, 어떤 경우에든 결국 외세 탓을 할 수 있어서 자국 내의 이슈는 사소한 것이 되고 만다. 이는 제국주의의 경험이 있는 서구의 남성성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는 것.
2장에서 권김현영(2017)은 개화기 남성들은 남성다움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이 오이디푸스적으로 동일시해야 하는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저자에 따르면 이광수 같은 경우 일본인 남성에 대한 동성애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근대성에 대한 동경을 꿈꾸었다고 한다.
3.2. 루인과 엄기호의 주장
3장에서 루인(2017)은 우리 사회가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페니스의 존재를 근거로 남성성의 여부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병무청 신체검사를 들어서 주장하고 있다. 신검이라는 행위에 대해 저자는 굉장히 기괴하고 뒤틀린 분석을 내놓는다. 근대의 외과의학이 단순히 남성성을 품별하고 엄격하게 선별하는 도구로 쓰였으며 또한 그렇게 엄선되어 선별된 남성(군필자)에게 권력을 쥐어주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해나갔다고 주장한다.그러면서 저자는 외부 생식기의 존재 여부에 따라 인터섹스와 비-인터섹스를 포괄하는 모든 남성들이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 뿐만 아니라 페니스를 근거로 하는 복무적격 기준은 결국 국가가 특정한 몸으로 남성성을 정의함으로써 섹슈얼리티를 관리하려는 시도이며 이렇게 "가공된" 남성성은 어떻게 보면 트랜스젠더[14] 같은 사람들보다도 더욱 인위적인 인조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남성-페니스-군대의 연결고리는 남성성을 가장 명확하게 정의내리려는 노력의 산물이지만, 여성들은 끊임없이 이런 합의된 남성성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엄기호(2017)는 주체로서의 자리를 박탈당한 한국 남성들이 인터넷과 같은 공간에서 상호 연대함으로써 주체성을 재확인한다고 분석한다.
3.3. 한채윤과 준우의 주장
5장에서 한채윤(2017)은 레즈비언 중 부치(butch)가 갖고 있는 남성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이성애중심적 사회는 레즈비언의 연애에 대해서 "여성은 반드시 남성과 이성애적 연애를 해야 하며, 이는 여성들이 자신의 결핍된 남성성으로 인해 남성을 갈구하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 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 결과 레즈비언들 중 펨(femme)은 "남성에게 학대받은 경험 때문에 그런 갈구가 억압된 여성", 부치는 "그런 상처받은 여성들만 노려서 레즈비언으로 만드는 여성" 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저자는 부치를 통해 여성에게도 남성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여기서 한채윤(2017)은 여성성이란 곧 남성성을 숨기고 부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여성 역시 여장을 해야만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여성은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화장을 하고, 생머리를 기르며, 하늘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핑크빛 핸드백을 메야 한다. 반면 부치는 남성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려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치가 드러내 보여주려고 하는 대상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것. 이들은 남성들이 선호하는 남성적 매력이 아닌, 여성들이 선호하는 남성적 매력을 추구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부치의 남성성은 여성을 남성성이 결핍된 존재로서 정의하는 경향에 도전한다.
준우(2017)가 인터뷰한 다섯 명의 FTM들을 토대로[15] 저자는 FTM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여성이 아님을 입증하고, 그와 동시에 특수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남성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늘상 "들킬 위험" 에 대한 불안을 강조하는데, 여기서 들키는 것은 자신의 과거가 발각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남성성을 실천하는 것이 불가능한 처지임을 발각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준우(2017)는 이들이 생물학적으로 페니스를 갖고 있지 않다고는 하더라도, 사회적인 페니스만큼은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남성성의 이상을 드러내기 위해 이들은 적지 않은 경우 마초적인 폭력성을 드러내어 자기 자신을 증명받아야 한다. 이들은 자신이 남성 사회의 일원으로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합류하기 위해, 그 수단으로서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력까지도 기꺼이 추구하게 된다. 여기서 준우(2017)는 이런 심리가 "전형적인 한국 남성들의 심리와 똑같다" 고 주장한다. 남성성의 완벽한 실천에 실패하는 것은 비단 FTM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막연히 동경하는 '평범한' 한국 남성들 모두에게도 해당된다. 시스-남성들과 FTM들을 이끄는 욕망은 우리 사회의 지배적 남성 문화에 의해 결정되지만, 저자는 FTM들부터라도 생각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주문한다.
4. 비평
탈식민주의를 남성성 분석에 활용했다고 공언하는 본서인 만큼, 인문학계에서 즉각 반응이 나온 것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본서에서 언급하는 식민지 남성성에 대해서는 결국 "식민지" 와 "근대성" 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가지고 씨름할 수밖에 없는데, 인문학에 대해 개론 수준에서라도 개관한 사람이라면 이 두 개념이 인문학계에서 얼마나 초대형 떡밥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단어 각각을 주제로 나온 논문만 모아 보면 그야말로 산을 쌓을 수 있으며 두 단어를 합친 "식민지 근대성"에 대한 논문 역시 산을 쌓을 수 있을 정도이다.이런 배경에서 오혜진(2017)[16]은 인문학자들이 그간 식민지 근대성을 놓고 머리를 쥐어뜯은 끝에 얻어진 통찰들을 활용하여 본서의 논의에 도움을 주려 하였다. 그는 식민지 남성성에 대해 탈식민지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정희진(2017)과 권김현영(2017)의 시도가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호평하면서도, 식민지의 경험을 특수화하는 또 다른 식민주의적 사고를 보여주었다는 점, 개념의 확장성 및 설명력이 부족하다는 점[17]에서 프란츠 파농 등의 한계를 답습하고 있다는 점, 식민지라는 단어가 '식민화된 상태' 로 간단히 개념화되는 것은 단순한 지배-피지배 관계 이상의 사유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비판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민지인의 심리는 제국인의 심리와 다르다, 전자는 후자에 비해 뭔가가 결핍되어 있다" 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결국 식민지 근대성에 대한 논의를 할 때 이미 식민주의적 사고에 빠져 있는 사례라는 것이다.
또한 오혜진(2017)은 식민지 남성성의 개념화에 대한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첫째로, 식민지 남성성이 그 자체로서 여성을 자원화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식민지 남성성 자체가 원래 복수의 것이고 그 중 가장 패권적인 방식이 여성을 자원화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낫지 않느냐고 반론하였다. 즉, 모든 식민지 남성들이 여성을 자원화할 수 있을 정도로 처지가 좋았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로, 식민지 근대성을 논의할 때 우리는 식민지적 주체 역시 다양한 탈식민적 기획 및 실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긍정적 시각을 열어두어야 한다. 그러나 본서의 논의에서는 식민지 남성성을 이야기할 때 이들이 식민지 경험을 가진 남성으로서 보여주는 저항적 효과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오혜진(2017)은 비판하였다. 해당 문헌의 각주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페미니스트들은 무조건 남성성이면 다 나쁜 것이라는 식의 흔한 통념이 있는데, 여기서도 이런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고 의심하고 있다. 식민지 남성성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이 마땅히 제시되는 것이 올바른 식민지 담론임에도, 본서에서는 일말의 그런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상의 반론을 바탕으로, 저자는 식민지 남성성을 고려할 때 이를 다양한 남성성들 중의 한 흐름으로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식민지 남성성은 이미 그 자체로도 (식민지 경험을 가진 남성들 사이의) 복수의 남성성들을 포괄하는 용어라는 점을 차후 이론화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위에서 언급했듯, 본서에서 이미 권김현영(2017)은 "남성성은 여러 종류로서 존재하나, 박노자 등의 논자들은 패권적 남성성 하나만을 논의에 반영하였다" 고 비판한 바 있는데, 식민지 남성성에 대해서도 동일한 반론을 고스란히 돌려받은 모양새가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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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똥녀 사건을 비판한 네티즌들을 잠재적 성폭력자로 단정짓고 개똥녀를 옹호하는 등 논란이 있다.[2] 본인이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트랜스젠더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내가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 서사는 매우 간단하다. 어릴 땐 집이 가난해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게 다행이었고 다른 군것질 같은 건 불가능했다. 이런 배경에서 10대 시절 난 채식을 선택했고 채식이 몸에 안 좋다는 당시의 인식에서 나는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채식을 하는 건 내게 중요한 투쟁의 순간이고 채식이 얼마나 정치적 행위인지 그때부터 확인했다. 20대 시절에도 나는 여전히 채식으로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했고 많은 것을 채식 경험을 경유해서 이해했다. 그리하여 20대 중반 즈음 트랜스젠더로 나를 설명하기 시작했고 설명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에겐 당혹스러울 수 있겠지만 내겐 매우 '자연'스러운 정체화 과정. 그리하여 음식은 채식주의자라는 정체성 말고 다른 정체성/범주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뭔가 조현병스러운 주장이고 본인도 헷갈려 하는듯#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주장한다.[3]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다수의 대학에 출강하며 다수의 저술활동 경력이 있다.[4]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소속. 다수의 저술활동 경력이 있으며 홈페이지를 운영중이다.[5] 사회학자이며 다수의 저술활동 경력이 있다. 교육공동체 '벗' 편집위원.[6] 여성학, 젠더학, 평화학자. 다수의 저술활동 및 언론 인터뷰.[7] 인권운동가이자 여성학자. 바이섹슈얼과 폴리아모리에 관심을 갖고 있다.[8] 성소수자 인권운동가.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장이며, 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9] 권김현영 (2011). 남장 여자/남자/남자 인간의 의미와 남성성 연구 방법. 권김현영 역, 남성성과 젠더. 자음과모음.[10] 루인 (2011). 의료기술 기획과 근대적 남성성의 발명. 권김현영 역, 남성성과 젠더. 자음과모음.[11] 한채윤 (2011). 레즈비언의 남성성: 공존, 반전, 경쟁, 갈등하는 젠더. 권김현영 역, 남성성과 젠더. 자음과모음.[12] 이처럼 "저항하지 않은 한 연대책임을 진다" 는 논리는 《맨박스》 의 저자 토니 포터(T.Porter)와도 상통하는 부분이다.[13] 이와 관련하여 식민지 남성성의 개념화의 기초가 된 문헌들이 필요하다면, 본서 1장 각주 20번에 제시되는 문헌들을 참고할 수 있다.[14] 참고로 저자는 자신의 문헌에서 항상 "트랜스젠더퀴어" 라는 단어를 고집하고 있다.[15] 피면접자에 대한 정보는 본서의 p.217을 참고할 것.[16] 오혜진 (2017). '식민지 남성성'은 무엇의 이름인가, 황해문화, 96, 392-401.[17] 오혜진(2017)에 따르면, 식민지 경험은 그 자체로 반드시 한국 남성이 경험하는 그 '식민지 남성성' 을 야기한다고 자신할 수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