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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의미하는 쐐기 문자의 첨자 '딘기르(dingir, 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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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메소포타미아 신화는 인류 문명이 기록으로 남긴 가장 오래된 신화 체계이다.[1]메소포타미아 신화는 수메르, 아카드,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문명의 신화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이를 수메르 신화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후대 문명들의 신화가 수메르 신화의 기본 틀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들의 이름만 변경되고 이야기의 본질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를 그리스·로마 신화라고 부르듯이, '메소포타미아 신화'라는 용어가 수메르 이후 발전한 여러 문명의 신화적 전통을 포괄할 수 있는 더 적절한 표현이다.
의외로 메소포타미아 신화는 이슬람 제국 시대인 10세기까지도 하란과 이라크 남부 습지지역을 중심으로 명맥이 이어졌다. 이 당시 메소포타미아 신화는 영지주의, 그리스 신화와 혼합되어 원형이 그대로 보전된것은 아니었지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하란의 종교인과 습지지역 주민들이 자신을 쿠란에 나와있는 사비교인[2]이라고 주장하면서 메소포타미아 신앙을 보전한것이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세가 주는것은 피할도리가 없어서 서기 1000년대를 넘기면서 소멸하기는 했다.
1.1. 영향과 특징
메소포타미아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 유대교, 레반트 지역의 종교문화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더 나아가 인도유럽어족의 신화 전통과 융합하여 페르시아 신화의 형성에도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다른 다신교 신화들과 마찬가지로, 신들의 성격과 계보는 이야기마다 차이를 보이며, 서로 다른 신들이 하나로 통합되거나 동일시되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1.2. 이집트 신화와의 비교
동시대의 이집트 신화와 메소포타미아 신화는 여러 중요한 차이점을 보인다. 이집트 신화의 경우 사막, 홍해, 지중해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안정적인 체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메소포타미아 신화는 지배 세력의 잦은 교체로 인해 신들의 성격과 이름이 수시로 변화하는 특징을 보인다.또한 이집트는 풍부한 기록이 남아있어 신화의 내용이 비교적 온전히 보존된 반면, 수메르의 신화는 상당 부분이 소실되었다. 이로 인해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연구는 고고학적 발굴이나 주변 문화권 신화와의 비교 분석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1.2.1. 내용적 특성
메소포타미아 신화는 이집트 신화에 비해 현세적 가치를 더 강조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지리적, 역사적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옥한 토지'와 '개방된 지형'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이 지역은 끊임없는 외부 세력의 침략에 시달렸고, 이러한 역사적 경험이 신화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이러한 환경에서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에게는 사후 세계의 안식을 약속하는 신보다는 현실의 전쟁에서 승리를 보장하고 세속적 부귀영화를 가져다주는 신이 더 절실했다. 다만 이는 사후 세계를 특히 중시했던 이집트 신화와 비교했을 때의 상대적인 특징이다.
2. 신들
2.1. 신명 표기 원칙
- 수메르어에서 신명을 적을 때는 앞에 결정사 '딩기르(diŋir)'[3]를 붙이는데 읽을 때는 발음하지 않는다. 로마자 전사시에는 '위첨자 d(d )'로 표기한다. 신명 표기시에는 결정사를 붙이는 것이 원칙이나 여기서는 편의상 생략한다. 참고로 아카드어에선 '일루(ilu)'를 붙인다. 역시 표기 편의성을 위해 붙어있는 것으로 본다.
- 수메르 신화가 원전인 만큼 신명은 수메르어를 기준으로 작성하되, 아카드어를 병기한다.
- 로마자 전사 표기는 소문자를 원칙으로 한다. 이는 각 수메르 신 항목에서도 통일한다.
2.2. 수메르 일곱 지배 신
수메르의 신들은 엄격한 계급 체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상위 50명의 큰 신들인 아눈나(Anunna)와 그 아래의 하위 신들인 이기기(Igigi)로 구분되었다. 아눈나 중에서도 최고의 권력을 지닌 일곱 신들은 가장 번성한 일곱 도시의 주신들로서, '운명을 결정하는 일곱 신'이라 불렸다. 이들은 니푸르에 위치한 엔릴의 신전 에쿠르에서 모여 세상의 운명을 결정하는 회의를 진행했다.이들 일곱 지배 신은 다음과 같이 세대별로 구분된다.[4]
2.2.1. 제1세대 신
안(An) 혹은 아카드어로 아누는 천계의 최고신이며 하늘의 지배자이자 신들의 아버지이다. 모든 신들의 이름 앞에 붙이는 신성 표식 d를 유일하게 사용하지 않는데, 이는 '안/아누'라는 이름 자체가 '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2.3. 제2세대 신
닌투(Nintu)는 닌마흐, 닌후르쌍, 마미, 아루루 등 여러 이름으로도 불리는 출산의 여신이다. 쉬임티의 집에서 엔키와 함께 인간을 창조했으나, 후에 그 영향력이 약화되며 이쉬쿠르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엔키(Enki, 아카드어: 에아)는 안의 첫 번째 아들이자 서자로, 인간의 창조주이자 구세주이다. 하늘에서 최초로 내려온 아눈나키들의 지도자로서 최초의 정착지를 건설했다. 그는 물과 바다의 지배자로서 담수와 해수는 물론 심연[5]까지 다스렸다. 또한 의학, 생물학, 화학, 광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창조신이었으며, 수메르 초기에는 달까지 관장했다. 신들 중에서 가장 총명하고 지혜로운 신으로 알려져 있다.
엔릴(Enlil, 아카드어: 엘릴 또는 벨)은 안의 두 번째 아들이자 적자로, 엔키의 이복형제이다. 대기의 신이자 땅의 지배자로서, 안이 하늘로 올라간 후 실질적인 주신이 되었다.[6] 대홍수를 일으켜 소수의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류를 멸망시킨 신으로, 후에 구티족의 침공은 이 대홍수에 비유되어 '엔릴의 저주'라 불렸다.
2.4. 제3세대 신
난나(Nanna, 아카드어: 씬)는 엔릴의 아들이자 달의 신이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는 달의 신이 태양신의 부모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신화와는 다른 특이점이다. 대부분의 신화에서는 태양신이 달의 신보다 상위에 위치한다. 참고로 그리스 신화의 경우 아르테미스가 아폴론의 누나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여동생으로 나오는 판본도 존재하는데, 이는 남성 우위였던 그리스 사회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2.5. 제4세대 신
우투(Utu, 아카드어: 샤마쉬)는 난나의 아들이자 자애롭고 위대한 태양의 신이다. 독수리들의 대장으로서 법을 수호하며,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인안나(Inanna) 또는 이르닌니(Irnini, 아카드어: 이슈타르)는 난나의 둘째 딸로, 하늘과 땅의 여왕이자 전쟁과 사랑의 여신이다. 초기에는 우아한 귀부인이자 사랑의 여신으로 묘사되었으나, 바빌론이 우르크의 에인나 신전을 파괴한 이후로는 갑옷을 입고 사자를 거느린 여전사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2.6. 고대의 신
- 남무(Nammu): 남무(Nammu)는 태초의 바다인 압수를 관장하는 여신이다. 세상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심연의 여신으로, 안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 아프수: 아프수는 에누마 엘리시 신화에 등장하는 단물의 신이다.
- 티아마트: 티아마트는 같은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여신이다.
- 뭄무(Mummu): 뭄무(Mummu)는 에누마 엘리시에서 안개를 다스리는 신으로 묘사된다. 압수의 보좌관이자 뛰어난 장인으로서 기술의 신이기도 하며, 몸무 또는 무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2.7. 그 밖의 신
- 키(Ki) 혹은 안툼(Antum): 키(Ki) 또는 안툼(Antum)은 땅의 여신이자 안의 배우자이며 엔릴의 어머니이다. 인안나가 그녀의 남편과 관계를 맺었으나, 이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 닌릴(Ninlil): 닌릴(Ninlil)은 슈루파크의 주신이자 곡식의 여신으로, 엔릴의 배우자이다. 원래는 '수드(Sud)'라는 이름을 가졌으나, 엔릴과의 혼인 이후 새로운 이름을 받고 곡식과 바람의 여신이 되었다.
- 누스쿠(Nusku) 혹은 누스카(Nuska): 누스쿠(Nusku) 또는 누스카(Nuska)는 등불을 다스리는 신이자 엔릴의 비서이다. 이기기 신들이 과중한 노동에 항의하러 엔릴의 신전을 찾았을 때, 큰 신들을 대표하여 그들의 뜻을 전달했다. 인간을 싫어하는 주인과는 달리 인간에게 우호적이었으며, 우투의 야간 근무 시 라마슈투로부터 인간을 보호했으나, 이것이 엔릴에게 발각된 후에는 열풍의 악마 파주주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 니다바(Nidaba) 혹은 니사바(Nisaba)[7]: 니다바(Nidaba) 또는 니사바(Nisaba)는 추수의 여신이며 문자와 회계를 관장했다. 신들의 서기관 역할을 수행했으며, 닌릴의 어머니이다.
- 다곤(Dagon)
- 두무지(Dumuzi) (아카드어: 탐무즈(Tammuz)): 인안나/이쉬타르의 젊은 시절 남편이었던 양치기.[8]
혹은 우루크의 왕 - 마르두크(Marduk, 마르둑이라고도 함): 바빌론의 수호신이다. 바빌로니아가 수메르 지역을 통일한 후 엔릴을 이어 주신의 지위를 차지했다. '에누마 엘리쉬' 신화에서는 엔키(에아)의 아들로 등장하며, 수메르의 구마사제들이 섬기던 '아살루히' 신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 엔킴두(Enkimdu): 엔킴두(Enkimdu)는 인안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두무지와 경쟁했던 농부신이다. 인안나가 두무지를 선택했을 때 담담히 패배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게슈틴안나(Geshtinanna): 게슈틴안나(Geshtinanna)는 포도주를 관장하는 여신이자 두무지의 누이이다. 두 신은 매우 가까운 관계였으며, 신화에서는 양들의 교미 장면을 보며 서로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밀했다고 전해진다. 동생 두무지가 저승행 운명에 처했을 때, 그를 불쌍히 여겨 1년의 절반을 대신 저승에서 보내기로 자원했다.
- 닌우르타(Ninurta) 혹은 닌기르수: 닌우르타(Ninurta) 또는 닌기르수는 엔릴과 그의 여동생 닌후르쌍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9] 용맹한 전쟁의 신이자 아눈나키의 의전관으로서, 바위괴물 아자그(Asag)와 '운명의 서판'을 도둑맞아 간 괴조 안주를 퇴치한 영웅적인 전사로 알려져 있다.
- 이쉬쿠르(Ishkur) 또는 아다드(Adad): 이쉬쿠르(Ishkur) 또는 아다드(Adad)는 폭풍과 번개를 다스리는 신으로, 난나의 아들이다.[10] 특히 아시리아에서 널리 숭배되었다.[11]
- 닌갈(Ningal): 갈대를 다스리는 여신으로, 난나의 부인이다. 엔키와 닌기쿠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샤마쉬(우투), 이슈타르(인안나), 에레시키갈의 어머니이다.
- 닌기쿠가(Ningikuga): '갈대부인'으로 알려진 여신으로, 엔키의 자매이자 닌갈의 어머니이다.
- 에레쉬키갈(Ereshkigal) 혹은 에레쉬키갈라(Ereshkigala), 이르칼라(Irkalla): 저승을 다스리는 여주인이며 인안나/이쉬타르의 언니이다. 저승의 권력을 차지하려 했던 인안나의 시도를 좌절시켜 그녀를 되돌려 보낸 일화로 유명하다.
- 구갈안나(Gugalanna): 쿠살리쿠라고도 불리는 하늘의 황소이다. 이쉬타르의 요청으로 안/아누가 우루크에 보낸 황소자리의 괴수이며, 에레쉬키갈의 배우자였다. 티아마트의 자식들 중 날개 달린 숫소로 묘사되는 이름 모를 괴물과의 연관성은 확실치 않다.
- 네르갈(Nergal) 혹은 에라(Erra), 에라갈(Erragal, Errakal): 저승과 질병을 관장하는 신이다. 에레쉬키갈의 유혹으로 저승의 주인이 된 무자비한 악마신으로 알려져 있다.[12]
- 닌아주(Ninazu): 에레쉬키갈의 아들로, 땅속 깊이 스며드는 봄비를 관장하는 신이다.[13]
- 닌카시(Ninkasi): 맥주를 관장하는 여신으로, 엔키와 닌후르쌍의 자녀로 알려져 있다. 현대에는 그녀의 이름을 딴 맥주 브랜드가 존재한다.
- 남타르(Namtar): 운명을 주관하고 저승사자 역할을 하는 신으로, 에레쉬키갈의 사절이자 일부 전승에서는 그녀의 아들로 기록된다.
- 아슈르(Ashur): 아시리아의 주신으로, 도시 아수르가 신격화된 존재이다. 바빌로니아의 마르두크와 대응되는 위치에 있는 신이다.
- 아쉬난: 아쉬난은 곡식을 관장하는 여신이다. 유목의 여신 라하르와 경쟁 관계에 있었으며, 엔키로부터 라하르보다 높은 서열임을 인정받았다.
- 라하르: 라하르는 양털과 유목민을 보호하는 여신이다. 곡식의 여신 아쉬난과 대립 관계였으나, 엔키의 판결로 아쉬난보다 낮은 서열임이 밝혀졌다.
- 두르트 : 두르트는 엔키의 배우자인 암양의 여신으로, 두무지와 게슈틴안나의 어머니이다.
- 벨릴리(Belili): 벨릴리(Belili)는 복잡한 신격을 가진 여신이다. 두무지의 죽음과 관련된 문헌에서는 그의 여동생으로, 또 다른 기록에서는 알랄루의 배우자이자 아누의 조상신으로 언급된다.[14] 이슈타르 하강 신화에서만 두무지의 여동생으로 등장하지만, 다른 문헌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두무지의 다른 친족으로는 여동생이자 지하세계의 여신인 게쉬티난나와 어머니 두투르가 있으며, 슈르푸 주문집에서는 두무지를 애도하는 자로 묘사된다. 아누의 계보에서는 주로 알랄루의 배우자로 기록되며, 대개 신들의 목록 마지막에 위치한다.
- 굴라(Gula): 개의 귀를 가진 치유의 여신. 닌우르타의 아내.
- 칵카 : 고위 신들의 명을 전하는 신들의 사절인 중급 신들의 대표. 보통 안의 명을 전한다.
- 아야(Aja/Aya): 아카드의 새벽의 여신. 태양신 샤마쉬(우투)의 아내.
2.8. 주의 신화
- 안주 (Anzu): 안주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등장하는 괴조로, <주의 신화(The Myth of Zu)>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이 신화에서 안주는 신 엔릴의 ‘운명의 서판’을 훔치는데, 이 서판은 신들의 운명과 세계의 질서를 담고 있는 중요한 물건이다. 안주가 서판을 훔침으로써 신들의 질서와 권위가 위협받게 되며, 이야기는 이를 해결하려는 신들의 노력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안주는 괴조, 즉 상상 속의 두려움을 주는 새로 묘사되며, 보통의 새와는 다른 강력한 신성한 존재로 여겨진다. 이와 같은 안주의 범죄 행위가 드러난 이후, 다양한 신들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개입하게 된다. - 안주가 용의자로 지목된 이유:
일부 학자들은 안주가 운명의 서판을 훔친 행위가 달의 신 난나(신)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추측한다. 이 달의 신은 ‘씬’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2.9. 길가메시 서사시
- 길가메시: 우루크의 왕으로서 신과 인간 사이의 모험을 통해 불사의 비밀을 찾고자 하는 영웅. 그의 이야기인 <길가메시 서사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서사시 중 하나이다.
- 엔키두: 길가메시의 친구이자 동료로, 원래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야생의 인간이었다. 신들이 길가메시를 견제하기 위해 창조한 존재로, 길가메시와의 우정을 통해 인간성을 배우게 된다.
- 훔바바 (Humbaba) 혹은 후와와 (Huwawa): 삼목산을 지키는 산지기이며, 엘람의 신 훔반(Humban)과 관련된 신이다. 신 엔릴이 임명하여 길가메시와 엔키두의 모험에서 주요한 적으로 등장한다.
- 닌순 (Ninsun): 들소의 여신으로, 길가메시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지혜와 통찰력을 가진 존재로, 아들의 모험에 대한 예언을 하고, 그의 안전을 기원하는 인물이다.
- 시두리 (Siduri): 여인숙의 주인으로, 포도주의 여신이다. 길가메시가 모험 중 지친 상태로 찾아왔을 때 인생과 운명에 대한 조언을 건네며, 그의 여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우트나피쉬팀 (Utnapishtim): 딜문에 거주하는 불사의 인간으로, 신들로부터 영생을 부여받았다. 길가메시가 불사의 비밀을 찾기 위해 그를 찾아가며,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중요한 지혜의 인물로 등장한다.
3. 장소
3.1. 성역
- 딜문 (Dilmun): 신들만을 위한 신들의 낙원으로, 전설적인 에덴 평원이 이곳에 있다. 인간 중에서 이곳에 들어간 자는 길가메시가 유일하다. [15]
- 마슈 산: 딜문에 들어가기 위한 길목에 위치한 산으로, 전갈부부가 이곳을 지키고 있다. 이 산 내부에는 끝없는 어둠이 가득하며, 계속 걷다 보면 '무언가'가 나타난다고 전해지지만, 이 부분을 묘사한 석판이 깨져서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 삼목산: 높은 삼목 나무들이 자라는 산으로, 엘릴의 명령에 따라 훔바바가 이곳을 지키고 있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한 땅이다. 그러나 길가메시가 엔키두와 함께 들어가 훔바바를 처치하고 삼목을 얻어낸다.
- 쿠르 및 이르칼라 및 에르세투: 사후세계를 뜻하는 장소들이다.
3.2. 도시
- 대홍수 이전의 5도시
- 에리두 (Eridu): 기원전 5400년에 창건된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주신은 엔키이다.
- 바드티비라 (Bad-tibira): 두 번째로 세워진 도시이며, 주신은 인안나이다.
- 라라크 (LA.RA.AK): 주신은 목신 파빌쌍(PA.BIL₂.SAG)과 닌우르타이다.
- 시파르 (Sippar): 주신은 '독수리의 주인' 우투로, '새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바빌론 북쪽 약 60km 지점에 위치한 이중도시이다.
- 슈루파크 (Shuruppak): 니푸르 남쪽 약 56km 지점에 있는 도시로, 수메르에서 가장 많은 곡물창고를 가진 도시이다. 주신은 닌릴이다.
- 다른 도시
- 키쉬 (Kish): 주신은 자바바이다.
- 우루크 (Uruk): 수메르 최대의 도시로, 기원전 2900년경 인구가 약 5만~8만 명에 달했다. 주신은 인안나이다.
- 우르 (Ur): 나시리야에서 약 16km 거리의 도시로, 기원전 21세기경 수메르 통일왕조의 수도가 되어 인구가 약 6만 5천 명으로 증가하여 당시 세계 최대 도시가 되었다. 주신은 난나이다.
- 니푸르 (Nippur): 주신은 엔릴이며, 바그다드 동남쪽 약 160km 지점에 위치한 도시로, 수메르의 영적인 중심 도시로 여겨진다.
- 마리 (Mari): 2만 5천 개 이상의 태블릿이 발견되어[16] 그 역사가 상세히 알려진 도시로, 기원전 1759년에 함무라비에 의해 파괴되어 역사에서 사라졌다. 시민들의 정교한 패션으로도 유명한 수메르인의 시리아 무역 도시이다.
- 라가시 (Lagash): 주신은 닌기르수(닌우르타)로, 3만 개 이상의 진흙 태블릿이 발견되었다. 기원전 2075~2030년경 최대 도시로 성장하며 1600km²의 땅과 17개 도시를 지배했다.
- 움마 (Umma): 라가쉬의 북쪽에 위치한 도시로, 유명한 왕은 루갈자게시이다.
4. 구약 성서와의 연관성
구약성서의 도입부는 바빌로니아 유배 시절에 알게 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거대한 홍수는 남부 메소포타미아인들의 집단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아네테 그로스본가르트,요하네스 잘츠베델 (저자), 이승희(번역), <성서, 인류의 영원한 고전 >, 21세기북스, 2019, P. 74
아네테 그로스본가르트,요하네스 잘츠베델 (저자), 이승희(번역), <성서, 인류의 영원한 고전 >, 21세기북스, 2019, P. 74
앞에서 사무엘 크레이머의 말을 인용했듯이 앗시리아와 바빌론, 히타이트 등 고대 근동의 많은 민족들이 수메르의 홍수 설화를 연구하고 각색하여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주동주, <수메르 문명과 역사>, 종합출판사범우, 2018, P.229
주동주, <수메르 문명과 역사>, 종합출판사범우, 2018, P.229
유대교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유대교가 직접 파생되었다고 보는 것은 과장된 해석이다. 두 전통은 기원과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두 전통이 영향을 받지 않은 완전히 독립적인 것으로 설명하는 것도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언어적, 시기적 자료를 통해 보면, 고대 근동 지역에서 다양한 신화와 전통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 주장1
티아마트라는 단어는 에누마 엘리쉬의 1번째 토판 4행에서 처음 등장하며, 동 셈어(East Semitic)로 혼돈 또는 바다를 의미하는 “ti'am(-at)”이라고 기록되었다. 비슷하게, 같은 셈어 계열인 히브리어 성서의 창세기에서는 ‘혼돈’을 “테홈(tehom, תהום)”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두 단어는 모두 원 셈어(Proto-Semitic)의 단어 “티함(tiha'm)”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공통된 언어 조상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사실은 인터넷상에서 일부만 알려져 있으며, “테홈과 의미가 같은 단어가 에누마 엘리쉬에서 발견되었으니, 성경이 에누마 엘리쉬를 베꼈다”는 왜곡된 결론이 자주 퍼져 있다. (이에 덧붙여 학자들이 충격을 받았다거나 기독교가 붕괴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의 배철현 교수에 따르면, 이 발견은 두 문서 중 하나가 다른 문서에서 직접 유래했다는 증거라기보다는, 고대 근동 사회에 공통된 신화적 관점이 있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또한, 음운론적 측면에서 아카드어의 알레프(ʾ)를 히브리어의 헤(h)로 변환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히브리어의 ‘테홈’이 원형에 더 가까운 표현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에누마 엘리쉬에서 창세기로 직접 단어가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결국, 에누마 엘리쉬와 창세기는 고대 오리엔트 세계에서 공통된 창세 신화를 표현한 두 갈래의 문서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연구는 종교학적, 역사학적으로 기반을 더욱 강화하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문제점
어원 연구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고대 오리엔트 세계의 공통된 창세 신화’라는 표현은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이 표현만으로는 당시 고대 오리엔트 지방에 셈어족 신화가 널리 퍼진 유일한 창세 신화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메르인들의 신화와 그들의 창세 설화에 대한 정보가 누락되어 있어, 독자가 이를 간과하거나 오해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왜곡된 주장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주장1-1
언어학적으로 나중에 쓰여진 히브리어 문서에서, 더 오래된 수메르 기록보다 더 원시적인 제3의 언어의 흔적이 보인다는 이유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학계의 입장은 우리가 "와! 고대문서! 최초의 기록!"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실제로는 '남아있는'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것들이며, 홍수 설화나 신화 체계 자체는 고대 근동지방의 공통된 문화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이 쓰여진 시점이나 에누마 엘리쉬가 기록된 시점이 ‘최초 창작’이라거나 ‘신화가 정립된 순간’이라는 명확한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학계의 연구는 남아 있는 고대 기록들을 언어학적으로 분석하여 특정 단어나 표현이 어느 언어에서 비롯되어 어떻게 변천했는지를 추정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는 당연히 빈틈이 많다. 나중에 쓰여진 문서 B가 이전 문서 A보다 더 원시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A와 B보다 앞선 언어 C에서 분화된 흔적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점
주장이 에누마 엘리쉬와 티아마트에만 집중되다 보니,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수메르를 기반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무시하거나, 수메르와 셈족인 아카드 문화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 주장대로라면 에누마 엘리쉬가 수메르어로 기록된 것이고, 수메르어가 셈어족이므로 히브리어와 수메르어가 같은 조상인 원 셈어에서 유래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데, 이는 완전히 잘못된 해석이다. 실제로 수메르어는 고립어로 분류되며, 셈어족과는 관련이 없다.
또한 티아마트가 등장하는 에누마 엘리쉬는 메소포타미아 신화 중 수메르 신화가 아닌, 바빌로니아 신화라는 점도 간과하면 안 된다. [* 바빌로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창조 서사시로 여겨진다. 출처
- 주장 2
수메르 신화가 원형이고 창세기가 후대에 쓰여졌다는 사실만으로 차용이나 표절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으나, 에누마 엘리쉬와 같은 문서는 점토판이라는 물리적인 고고학 증거가 남아 있어 연대를 추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에 히브리 성서는 사본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사본의 전승 과정에서 어떤 첨삭이 있었는지 정확히 밝혀내기는 어렵다. 이로 인해, 고대 문서들이 언제부터 현재와 같은 형태와 내용으로 고정되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따라서 이 문서들 간의 선후관계 역시 확정하기 어렵다. 선후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면, 한 문서가 다른 문서에서 직접적으로 차용하거나 표절했다는 주장도 힘을 잃게 된다. 바빌론 유수기 동안 히브리인들이 성서를 기록했다는 것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다양한 이야기를 모아 기록했다는 의미일 뿐, 그 시기에 모든 이야기를 새롭게 창작했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점
수메르 시대에는 '야붸'[17]라는 신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히브리어'도 없었으며, '히브리족'도 없었다.
김산해, <수메르, 최초의 사랑을 외치다>, 휴머니스트, 2007, P. 336
[18]
김산해, <수메르, 최초의 사랑을 외치다>, 휴머니스트, 2007, P.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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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관계는 명확하다. 유일신 야훼를 숭배하는 종교는 수메르와 비교했을 때 훨씬 뒤에 등장했다. 이 주장의 가장 큰 오류는 문서와 문서 간의 비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문화가 다른 문화에 영향을 주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각 문화권이 서로 미친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따라서, 이 주장에서는 문화적 영향과 관련된 서술이 빠져 있어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
유일신교 야훼를 숭배하는 유대교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기원전 700년 무렵이다.[19] 오늘날 유대교가 그 이전 가나안 종교와 구분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유일신교라는 것이다. 성서가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는 바로 유일신 사상이 확립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신 중에 섬겨야 할 신이 야훼이든, 오로지 신은 야훼밖에 없다는 사상이든 간에 성서에 이 점은 무척 중요하다. 이는 야훼 유일신론을 정립한 사람들이 성서를 집필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성서는 야훼 유일신론이 나오기 이전의 물건이 될 수 없다.
관대하게 보아, 아브라함까지 따져봐도 마찬가지이다.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에서 믿음의 아버지라고 볼 수 있는 아브라함은 기원전 2000년쯤 인물로 추측된다.[20] 반면 수메르 신화에 기록된 홍수는 언제쯤 일어났는가? 기원전 3000년~2900년 사이다.[21] 즉, 중동 대홍수 이야기는 히브리인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절, 수메르인들이 겪고, 수메르인들이 의미를 부여하고, 수메르인들이 기록한 것이다.
수메르인들이 활동하던 당시 중동 종교에서 유대교라는 분류가 가능했는가? 물론 아브라함 전에도 엘은 가나안 종교에 있었다. 하지만 이 엘은 유대교 유일신으로서 엘이라기 보다는 가나안 다신교의 최고신으로서 엘이었다. 빠르게 홍수 이야기가 가나안의 셈족에게 퍼지고, 그게 지금의 예루살렘에 살던 사람들에게 퍼졌다고 해도 그건 가나안 종교로 분류해야지 유대교로 분류할 수 없다. 알라의 예를 봐도 그렇다. 사실 '알라'는 무함마드 이전에도 아랍 전통종교의 주신이자, 또한 '신'이라는 뜻인 보통명사로도 쓰인 단어였다. 허나 그렇다고 이슬람 이전의 알라와 이슬람의 알라를 동일시하지는 않는다.
메소포타미아와 비교할 때 부정직한 서술 방법 중 하나가 마치, 히브리인들, 특히 유일신교 사상을 확립한 유대교인들과 수메르인들이 동일한 시대를 동등하게 산 것처럼 서술 하는 것이다.
애당초 복잡한 설명 필요없이 성경에 써져있는 내용만 따져도 유대교와 유대인이 주장하는 조상인 아브라함부터가 유대인이 아닌 수메르[22]인이고 아브라함의 한참 후손인 모세까지도 유대인이 아닌 히브리인이었는데다, 구약성경의 원어인 히브리어는 최소 통합 이스라엘 왕국 시기에나 등장하며[23] 유대교와 유대인이라는 개념은 그보다도 한참 뒤인 페르시아 통치기에는 가야 등장하니 그러한 아브라함보다 한참 위인 대홍수를 직접 겪은 노아는 당연히 유대인이 아니고 유대인들은 대홍수를 겪어본 적이 없다. 유대인들이 조상이라고 믿는 인물인 아브라함의 10대 조상이라고 구전되는 전설 속 인물 노아가 대홍수를 직접 겪어본 것이지.[24][25]
게다가 여호수아서에 나오는 너희 조상이 강 건너 섬기던 신들은 수메르의 신들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수메르 땅 갈대아 우르에서 살던 아브라함이 그 조상이 섬기던 종교를 버리고 유프라테스 강을 건너 헤브론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은 것이 유대교의 뿌리가 되는 야훼 신앙의 시작[26]이기 때문. 너희 조상은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 시대의 사람들, 강 건너는 유프라테스 강 건너 메소포타미아 지역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4.1. 기독교 성서학의 관점
이와 같은 설화들은 인류 역사의 연대를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신화’로 규정할 수 있다. 이 설화들은 인류에 관한 주요 문제들, 예를 들어 인류의 기원, 성, 죽음, 자유, 폭력, 세상의 종말 등과 같은 문제에 해답을 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성경 저자들은 고대 근동 지방의 이웃 민족들과 이 문제들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들의 전승들을 주저 없이 받아들여 인용하고 있다. 19세기의 고고학적 발굴 결과, 창세기의 첫 장들과 고대 근동 지방, 특히 메소포타미아의 서정적이며 지혜 문학적인 문헌들 사이에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2─8장과 매우 가까운 문헌들로는 에누마 엘리쉬라 불리는 마르둑 신의 바빌론 창조 설화, 영웅 길가메시의 모험담 속에 합쳐진 메소포타미아의 홍수 이야기, 창세기처럼 창조 설화와 홍수 설화를 자연스럽게 결합시킨 아트라 하시스(‘뛰어난 현자’)의 서사시가 있다. 세상의 기원에 관한 성경의 첫 전승들은 대략 기원전 7세기경 등장한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연대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성경 본문은, 염세주의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인간 실존의 난제들을 숨김없이 기술하는 현실주의적 문체에서 그 중요성이 드러난다. 성경 저자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자유를 선물로 주셨으며,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인간과 맺으신 관계를 끊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이야기에 이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의 기원을 설명하고자 하는 바벨탑 설화가 덧붙여진다. 이 설화는, 메소포타미아의 성읍 주민들이 그들의 신들을 숭배하려고 세운 거대한 탑들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이나, 기원전 705년에 아시리아 임금 사르곤이 전개한 새 수도 건설 작업 또한 참조했을 것으로 본다.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이 작업은 갑자기 중단되었다.
1,1─2,3의 사제계 창조 설화 역시 메소포타미아 전승들에서 영감을 받았으나 그대로 본뜨지는 않는다. 성경의 첫 장에서 창조는 더 이상 메소포타미아의 설화들이 말하듯 창조주 하느님과 혼돈의 괴물 사이에 펼쳐진 전투의 결과가 아니라 유일하신 하느님의 위업으로 기술되기 때문이다.
- <주석 성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창세기 입문
1,1─2,3의 사제계 창조 설화 역시 메소포타미아 전승들에서 영감을 받았으나 그대로 본뜨지는 않는다. 성경의 첫 장에서 창조는 더 이상 메소포타미아의 설화들이 말하듯 창조주 하느님과 혼돈의 괴물 사이에 펼쳐진 전투의 결과가 아니라 유일하신 하느님의 위업으로 기술되기 때문이다.
- <주석 성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창세기 입문
결론부터 말하면 기독교 성서학계에서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와 구약 성경의 연관성을, 즉 전자가 후자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히브리인들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영향권 아래에서 살았고 야훼의 현존을 상징하는 성전의 파괴와 [[바빌론 유수]]라는 사건을 겪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히브리인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뛰어난 종교와 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고대 근동의 세계관에 따르면 민족, 국가 간의 전쟁은 그들의 신들 또한 서로 전쟁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였고 인간의 패배는 곧 그들이 섬기던 신들의 패배를 의미하였다. 때문에 이스라엘이 메소포타미아 국가들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더 나아가 그들의 지배를 받았다는 것은 히브리인들의 신인 야훼가 메소포타미아 신들에게 굴복했다는 것을 뜻했고 이는 히브리인들의 종교관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자신들을 이집트의 압제에서 해방시킨 위대한 신인 야훼가 이방 신들에게 패배했다고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받아들일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야훼 신앙은 히브리인들의 민족 정체성 그 자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27] [28]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히브리인들은 야훼가 메소포타미아 신들에게 패배했다거나 야훼가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야훼와 맺은 영원한 계약을 어겼기 때문에 야훼가 이민족들을 통하여 이스라엘을 벌한 것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모세오경이 성립된 때는 바빌론 유배 시대와 그 이후인데,[29] 오경에서는 이스라엘이 계약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야훼가 그들을 벌하고 다른 민족들의 땅으로 유배보낼 것이라는 선언이 끊임없이 강조되며 반복된다. 이는 추측컨대 아직 오경의 배경 시대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실제 사건이, 오경이 정립된 바빌론 유배 시대로부터 소급되어 적용된 것에 가깝다.[30]
또한 성경 저자들은 야훼가 결코 메소포타미아의 신들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주기 위해서 주저 없이 히브리인들에게도 익숙한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인용하고, 메소포타미아인들이 신으로 여기며 숭배하던 태양, 달, 별과 같은 천체나 그 밖의 모든 자연물이 유일한 신인 야훼의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창세기의 창조 설화에서 저자가 의도한 것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탈신화화(脫神話化)임과 동시에 야훼 신앙으로의 재신화화인 것이다. 실제로 근동의 언어 습관에서 자연물의 이름은 그것을 관장하는 신의 이름과 동일한데 구약 성경의 문체는 이런 식으로 자연물이 신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극도로 경계하며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
창세기를 비롯한 히브리 성경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안티테제로서 히브리인들이 자신들의 민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당시 유행하던 다신교 신앙을 배격하고 유일신 신앙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5. 창작물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신화이다 보니 여러 매체에서 많이 다루는 편이다. 하우스 오브 애쉬처럼 이라크 전쟁과 엮이는 경우가 있다.- 두르안키[31]
- 바빌로니안 캐슬 사가
- 이터널스
- 전희절창 심포기어 시리즈
- 칼람의 신들 : 당신을 위한 수메르 신화
- 코믹 메이플스토리 오프라인 RPG[32] - 에아, 아루루
- 클로저스 - 티어매트, 루시 플라티니
- 하우스 오브 애쉬
- 홍끼의 메소포타미아 신화
- 황금숲
- ABZÛ
- Axiom Verge
- Fate 시리즈 - 절대마수전선 바빌로니아
- Spelunky 2
- 신화 속 여신의 남편이 되었다
6. 관련 문서
[1] 원시 인도유럽 신화 등 선사 시대의 신화들이 더 오래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이는 직접적인 기록이 아닌 언어학자들이 고대 민족의 언어를 비교언어학적 방법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함께 복원된 것이다. 따라서 실제 기록물로는 메소포타미아 신화가 가장 오래되었다.[2] 이 사비교라는 종교는 엄연히 쿠란에 보호해야 할 '책의 백성'으로서 그리스도인, 유대인과 함께 거론되지만 이게 무슨 종교인지 설명이 없어 이슬람 지배 아래 있던 종교들이 '사실 쿠란에 우리도 책의 백성이라고 나와 있어요'라고 주장할 때 요긴히 써먹었다.[3] 별개의 단어로 사용되면 '신'이라는 뜻.[4] 김산해 저의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58쪽의 내용을 참조한 것이다.[5] 엔키의 신전명 에-압주는 '심연의 집'이라는 의미를 가진다.[6] 안은 긴급한 일이 있을 때만 잠시 내려왔으며, 엔릴은 하늘에서 내려온 순간부터 이미 지상에서 아눈나키의 수장 역할을 했다.[7] 눈바르쉐구누(Nunbarshegunu)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8] 신화 중에는 지옥정복하러 가겠다고 했다가 겨우 살아 돌아온 인인나 앞에서 잔치벌였다라는 죄목으로 저승에 끌려갔다.[9] 엔릴의 후계자로 지정되었다.[10] 일부 판본에서는 안의 아들 또는 엔릴의 아들로 기록되어 있다.[11] 실제로는 수메르와 아카드 북서쪽의 고산지역(지중해 연안의 가나안에서 히타이트까지)을 관장했으며, 이 지역들의 최고신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수메르 본토의 신화에서는 그의 이야기가 많지 않다.[12] 일부 계보에서는 엔릴의 아들로 기록되어 있으나, 다른 판본에서는 엔키의 아들이며 에레쉬키갈은 엔릴의 손녀라고 전한다.[13] 일부 판본에서는 닌릴이 저승에서 낳은 세 신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14] 벨릴리라는 이름은 수메르어나 셈족어에서 명확한 어원을 찾을 수 없다. 알랄루, 아루루, 부네네, 자바바처럼 기원이 불분명한 신들의 이름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며, 메소포타미아의 엘람 지역에서는 일반적인 이름으로도 사용되었다. 이러한 이름들은 후에 누지로 알려진 가수르의 초기 아카드 문서에서 자주 발견된다. 일부에서는 이를 '원시-유프테라스어'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는 가설이다.[15] 우트나피쉬팀은 신의 자리에 오른 후 들어갔다.[16]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사용된 점토판을 의미한다.[17] 오타가 아니라 원서 표기다. 야훼를 뜻한다.[18] 사실, 야훼는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수메르 시대의 야훼는 유대교의 유일신 야훼와는 거리가 멀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십자가는 기독교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그 당시에는 기독교의 상징이 아니었던 것과 비슷하다.[19] 유대인들이 믿는 신들의 세계도 외면적으로 다양해졌다. 야훼 이외에도, 바다의 여신 아세라Asherra 같은 많은 다른 신들이 숭배되었다. 민족을 중시하던 제사장들과 예언자들은 이런 상황에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기원전 700년 즈음에 새로운 종교운동이 점점 더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 새로운 종교운동은 다음을 요구했다. 오직 야훼 홀로 숭배받을 수 있다! 출처: 아네테 그로스본가르트,요하네스 잘츠베델 (저자), 이승희(번역), <성서, 인류의 영원한 고전 >, 21세기북스, 2019[20] 앞선 시대의 역사는 200년 전까지 거슬로 올라가는데 이는 바로 아브라함이 하란으로 이주하던 때, 즉 B.C.E. 2000~1800년이 된다. 출처: 장-피에르 이즈부츠(저자) , 이상원(역자), <성서 그리고 역사 - 고고학과 유물, 사진과 지도로 복원해낸 성서의 세계>, 황소자리, 첫판 2010, P. 49[21] '두 강 사이의 땅' 메소포타미아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홍수에 시달렸던 것이다. B.C.E. 3000~2900년 사이에 일어난 홍수는 특히 피해가 커서 수메르 신화에 기록되기도 했다. 출처: 장-피에르 이즈부츠(저자) , 이상원(역자), <성서 그리고 역사 - 고고학과 유물, 사진과 지도로 복원해낸 성서의 세계>, 황소자리, 첫판4쇄 2010, P. 35[22] 개역개정에선 시날로 표기[23] 즉, 십계명과 토라의 원본은 히브리어로 쓰여있을 수가 없다[24] 여담으로 성경의 인물연대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아브라함은 노아의 10대손쯤 되는데, 정작 노아는 대홍수 이전 사람이라 매우 장수해서 아브라함이 태어날 때까지도 노아가 살아있었다는 결과가 나온다. 성경에서는 노아의 죽음을 아브라함의 등장 이전에 이미 서술했기에 대홍수 이후 노아가 얼마를 더 살았는지 계산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실이다.[25] 이는 노아가 죽고 그 뒤 아브라함이 태어났다~가 아닌 노아는 홍수 이후로 얼마를 더 살다 죽었는데 그 계보를 살펴보자면 노아의 아들 셈이 아르박삿을 낳고 아르박삿은 셀라를 낳고... 데라가 아브라함을 낳았다~의 식으로 노아의 죽음을 아브라함의 탄생보다 앞에 서술했다는 의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노아가 대홍수 이후로 살았다는 얼마의 시간이 셈부터 데라까지의 시간보다 긴 것이다.[26] 실질적인 시작은 이집트 탈출기로 여긴다. 야훼라는 신명자체가 출애굽기에서 처음 나오기도하고[27] 단, 이스라엘이 다신교 국가였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28] 이스라엘은 사사기때에도 보이듯 여호수아에게 당한 몇몇 성읍 말고는 다양한 종족과 공존하게 되었는데 그로인해 바알과 결합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유일신앙이 뚝 떨어졌다기 보다는 그전부터 소수집단으로 보존해왔다가 어느시점에서 힘을 입었다는게 더 개연성이 있다.[29] 오경이 그때 처음 만들어졌다기보단 전해져 내려오던 전승들을 한 데 묶어 비로소 지금의 형태로 완성시켰다에 가깝다.[30] 그런데 당시에는 이미 예레미야가 멸망을 경고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지배층은 이를 무시했으며, 히브리인들을 억압한 이집트의 손을 빌리고 있었다. 바빌론을 적으로 둔 상황에서 예레미야의 예언을 긍정할 리 없었고, 그 결과 남유다는 멸망했다.[31] 전체적으로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졌지만 메소포타미아 신화도 상당수 섞여있다.[32] 캐릭터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