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5 15:33:26

면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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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external/www.bestarmour.com/bascinet_16k.jpg
베서닛 헬름에 부착된 면갑.
1. 개요2. 문화별
2.1. 유럽2.2. 동아시아
2.2.1. 일본
2.3. 중동
3. 현대전에서4. 대중매체에서
4.1. 관련 캐릭터

1. 개요

면갑(面甲)은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방어구로, 보통은 면갑 자체가 독립적인 장비로 존재하기보다는 투구에 달아서 바이저 형태로 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가면 혹은 목도리에 가까운 형태임에도, 투구의 일종으로 취급된다.

투구의 사용 목적처럼, 면갑 또한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한다. 주로 공격을 많이 받는 이마와 턱 부분을 특히 중점적으로 보호하도록 만들어지며, 기선제압이나 공포심 유발을 위해 기괴하고 무서운 형태로 조각해놓기도 한다. 얼굴은 머리나 배만큼 취약한 부위이기에 생각보다 중요한 방어구이지만, 둔기 공격을 받아 면갑이 찌그러지면 시야를 가리는 역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2. 문화별

2.1. 유럽

유럽은 장시간 갑옷 착용에 부담되지 않는 기후 덕분에 타 문화권에 비해 갑주 문화가 발전한 곳이었다. 따라서 일찍이 면갑의 필요성을 깨닫고 착용해왔는데. 일례로 고대 그리스의 코린토스식 투구나 로마의 검투사 헬멧착용자의 시야를 방해할 정도로 안면 방어에 충실했다.
파일:EOW3LMNDYBNYNIUV3G3LD75BWE.jpg
벤델 헬름(Vendel helm)을 쓰고 있는 바이킹 전사
이후 고대 로마군은 사람의 얼굴을 그대로 본뜬 금속제 면갑을 장교나 기수에게 지급했고, 바이킹을 비롯한 게르만족 전사들은 자신들의 투구인 스팡겐헬름에 위 사진과 같이 커다란 눈가리개를 달아서 면갑 용도로 사용했다[1]. 또한 동방에서 전래된 사슬 갑옷 형태의 면갑이 유럽 전체에 퍼졌는데, 유연하고 호흡이 비교적 쉬워서 동유럽과 구 동로마 지역[2]에선 근세 직전까지 쓰였다.

파일:external/www.ageofarmour.com/armet.jpg
트랜지셔널 아머, 퀴레이스 아머, 맥시밀리언 아머, 풀 플레이트 아머로 대표되는 중후기 서유럽 기사들의 갑주에는 바이저 형태의 열고 닫을 수 있는 면갑이 사용되었다. 원래 기사들은 십자군 시절까지만 해도 그레이트 헬름이라 불리는 원통 모양 폐쇄형 투구나, 노르만 기사들에게서 유래된 코가리개가 달린 나살 헬름(Nasal helm)을 썼었다. 그러나 전자는 너무 답답하고 후자는 너무 개방되어 안면을 잘 보호해주지 못했기에, 절충안으로 이런 바이저형 면갑이 유행하게 된 것이다. 이런 바이저형 면갑은 콩키스타도르가 활동했던 17세기 즈음 까지 쓰였다.

상술한 바이저형 면갑 덕분에 생긴 전인류적 관습이 있는데, 바로 거수경례다. 중세 말기에 보편화된 바이저형 면갑이 기사들의 얼굴을 가리자, 성주는 멀리서 말을 타고 돌아오는 병사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식별하기 위해 바이저를 올리라고 명했고, 이에 손을 이마 위로 올려 바이저를 들어올리는 동작이 경례의 시초이다.

전열보병의 시대가 오자, 면갑은 유럽의 전장에서 잠시 퇴장한다. 화포와 밀집해 발사되는 머스킷 앞에선 얼굴을 아무리 감싸도 소용없으니, 숨이라도 편히 쉬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나 1차 대전기에 면갑은 다시 부활한다. 당시 병사들은 시도때도 없이 몰아치는 포탄 파편에서 안면을 보호하기 위해 철모에 사슬로 된 면갑을 달고 다녔으며, 특히 전차병들이 면갑을 애용했다. 당시 전차들은 장갑 수준이 굉장히 떨어져서 약간의 기관총 피격에도 전차 내부에 파편들이 막 날아다녔고, 날아다니는 파편에 얼굴을 다치지 않도록 면갑을 썼던 것이다. 이후 1차 대전기의 면갑들은 발전을 거쳐서 현대의 방탄 마스크로 계보가 이어진다.

2.2.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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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지역은 목도리와 유사한 형태의 면갑이 발전했다.[3] 우리나라에선 '지킬 호'(護)에 '목 항'(吭) 자를 써서 호항이라고 부른다. 이름에 걸맞게 원래 목 부분을 지키는 갑주였지만, 차츰 크기가 커져서 타 문화권의 면갑과 같은 역할도 겸하게 된 케이스.

거란과 여진을 비롯한 북방 민족들이 목 부위를 보호하고자, 길게 엮은 찰갑을 두르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이후 세계의 절반을 휩쓴 몽골군도 호항을 착용했으며, 송나라와 고려도 마찬가지로 호항을 받아들여 사용했다. 고려식 호항은 타국에 비해 작은 사이즈가 특징이며, 조선 중기까지 애용되었다.

이후 호항은 한국에선 임진왜란이 끝난 후에, 대륙에선 명청교체기 시기에 퇴출된다. 이 시기에는 투구의 양 옆 귀덮개(드림)를 서로 연결해서 목과 빰을 지키는 것이 시대적 유행이었고, 따라서 호항의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2.2.1.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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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갑옷의 경우, 다른 동아시아 갑주와 다르게 가면 형태의 면갑이 발달했다. 일본식 가면형 면갑은 '면구(멘구)'라고 불린다.

일본은 장수가 직접 최전방에 나와서 자신의 신분과 정당성을 밝히는 나노리 문화가 오래 지속되었기에, 장수(무사)들이 전장에 얼굴에 비추는 일이 잦았다. 이때 나이나[4] 장애로 얼굴에 흠이 있는 걸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쓴 것이 면구의 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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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의 조선군이 일본 사무라이에 맥을 못 맞춘 이유 중 하나로 이 면구가 지목되는데, 백병전 상황에서 사무라이를 마주친 조선 병졸들이 면구를 보고 공포에 빠져 전의를 상실했다고 한다. 면구 자체가 상대에게 겁을 주기 위해 기괴하고 소름끼치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탓도 있고, 혼란스러운 전장에서[5] 적이 면구를 쓴 것인지, 아니면 조선인들을 토막치고는 즐겁게 웃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던 것도 한 몫 했다.

이외에도 핫부리나 하치가네[6] 같은 면구도 등장해 쓰였다. 전자는 주로 센코쿠 시대와 임진왜란 시기에, 후자는 에도 막부 말기에 애용되었다.

2.3. 중동

중동 지역은 사슬 갑옷 형태의 면갑을 주로 사용해왔다. 더운 사막 기후다 보니, 통풍이 그나마 잘 되는 사슬 형태가 제일 적합했던 것이다.

파일:cumans.png
이와 별개로 이란(페르시아) 지역의 경우, 파르티아 시대부터 수염난 남성을 묘사한 면갑이 유행했다. 이것이 튀르크 족의 일파인 쿠만인들에게 전해져 사용되었고, 쿠만인들과 접촉한 서유럽인들에 의해 쿠만 마스크라 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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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 튀르크의 경우, 투구의 코가리개를 극단적으로 키워서 면갑으로 사용했다. 이를 시샤크(Shishak) 투구라 부르는데, 유럽에도 지젝 투구란 이름으로 전해져서 폴란드의 윙드 후사르 등이 애용하게 된다.

3. 현대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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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자체가 급소 중에 급소다 보니, 투구와 함께 현대에도 살아남은 몇 없는 갑옷이다. 다만 이전처럼 전면전 상황에서 쓰이지는 않고[7], 시위 및 테러 진압용이나 소방용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전자든 후자든 시야 확보가 중요하다 보니, 현대의 면갑은 주로 투명한 재질로 만드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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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장이란 곳이 기본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곳인 만큼, 전근대적인 면갑처럼 전면전 상황을 상정한 물건도 존재한다. 자잘한 파편 정도는 확실히 막을 수 있고, 제품에 따라서 9mm 권총탄까지 막을 수도 있다. 목으로 무게를 지탱해야 하니 가벼운 소재를 많이 사용해서 상당히 두툼하다. 또한 호흡의 편의와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얼굴에서 약간 떨어져 착용되는 경우가 많고, 착용 사진을 찾아보면 인간의 취향은 고대나 지금이나 그대로인지 시뻘건 입과 날카로운 이빨을 그려놓은 사진도 종종 발견된다.

현대의 면갑들은 위 사진들처럼 방탄모에 결합하는 식으로 자주 착용되지만,[8] 가면 형태의 현대식 면갑도 있다. 대만의 특수부대인 고공특공근무중대(高空特種勤務中隊)가 가면형 방탄 마스크로 유명하다.

파일:HGU-56P.jpg
지상 병력들의 경우, 상술한 것처럼 전면전 상황에선 면갑을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항공 병과, 특히 군용 헬기 조종사들의 경우에는 좀 다르다. 저고도로 비행하는 일이 많은 헬기 조종사들은 저격과 폭발 파편의 위험이 있어서 면갑을 종종 착용한다. 일례로 미 육군항공대 헬기 승무원에게 지급되는 HGU-56P 헬멧에는 방탄 안면보호구가 사용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장병들이 괴물이나 해골 그림을 그려 장식하고 있다.

4. 대중매체에서

대중매체에서는 투구와 함께 캐릭터의 얼굴을 가려 개성을 망친다는 이유로 주인공 캐릭터에게는 자주 착용시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얼굴을 가린 캐릭터 특유의 위압감 때문에 악역 보스 캐릭터들이 쓰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악당 사무라이 캐릭터는 백이면 백 쓰고 나오며[9] 현대식 작품에서도 정체를 가리고싶은 캐릭터들에 의해 자주 사용된다.

최근에는 동아시아권이나 북방유목민족의 찰갑형 갑옷에도 고증에 맞춰 투구 얼굴과 목둘레에 찰갑으로 된 면갑을 고증하는 추세다.

4.1. 관련 캐릭터


[1] 이렇게 눈가리개가 달린 투구를 '벤델 헬름(Vendel helm)'이라 부른다.[2] 튀르키예를 포함한 남유럽과 근동.[3] 가면 형태의 면갑도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에선 주로 의장용으로나 쓰였다.[4] 얼굴이 앳되거나, 너무 겉늙은 무사는 상대에게 업신여겨지기 일쑤였다. 전자의 경우, 노련해 보이기 위해서 면구에 가짜 수염을 달았다고 한다.[5] 전근대의 전장 자체가 화재와 흑색 화약으로 연기가 자욱하고, 피칠갑을 잔뜩한 적과 아군이 돌아다니는 아비규환이었다.[6] 나루토에서 닌자들이 이마에 차고 다니는 그거.[7] 현대의 전면전은 미사일과 각종 집속탄이 난무하는 상황이라, 면갑이 의미가 없다.[8] 멀리서 보면 오토바이 마스크처럼 생겼다. 실제로 몇몇 해외 특수부대들이 이걸 쓰고 오프로드 바이크나 ATV를 이용한 기동전을 펼친 사례가 있다.[9] 이런 면갑을 면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