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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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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다른 뜻 아이콘.svg   이 문서는 성을 공격하는 전투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른 의미에 관해서는 아래 문서를 참조하십시오.
1. 개요2. 명칭3. 상세4. 필요성5. 역사6. 공성전술
6.1. 항복을 요구한다
6.1.1. 기본6.1.2. 확장
6.2. 그냥 기다린다
6.2.1. 장점6.2.2. 단점6.2.3. 공격군의 방법6.2.4. 방어군의 대응6.2.5. 실제 사례
6.3. 성벽 기초를 깎아낸다
6.3.1. 공격군의 방법6.3.2. 방어군의 대응
6.4. 불을 동원한다
6.4.1. 장점6.4.2. 단점6.4.3. 공격군의 방법6.4.4. 방어군의 대응6.4.5. 실제 사례
6.5. 땅굴을 판다
6.5.1. 장점6.5.2. 단점6.5.3. 공격군의 방법6.5.4. 방어군의 대응6.5.5. 실제 사례
6.6. 기어오른다
6.6.1. 장점6.6.2. 단점6.6.3. 공격군의 방법6.6.4. 방어군의 대응6.6.5. 실제 사례
6.7. 성벽, 특히 성문을 파괴한다
6.7.1. 장점6.7.2. 단점6.7.3. 공격군의 방법6.7.4. 방어군의 대응
6.7.4.1. 성문
6.7.5. 실제 사례
6.8. 성벽 너머를 타격한다
6.8.1. 장점6.8.2. 단점6.8.3. 공격군의 방법6.8.4. 방어군의 대응
6.9. 첩자를 활용한다
6.9.1. 장점6.9.2. 단점6.9.3. 공격군의 방법6.9.4. 방어군의 대응6.9.5. 실제 사례
6.10. 물로 쓸어버린다
6.10.1. 장점6.10.2. 단점6.10.3. 공격군의 방법6.10.4. 방어군의 대응6.10.5. 실제 사례
6.11. 전염병을 퍼뜨린다
6.11.1. 장점6.11.2. 단점6.11.3. 공격군의 방법6.11.4. 방어군의 대응6.11.5. 실제 사례
6.12. 성을 건설한다
6.12.1. 장점6.12.2. 단점6.12.3. 공격군의 방법6.12.4. 방어군의 대응
6.13. 기타
7. 공성 병기8. 수성 병기9. 각종 공성전들
9.1. 국내9.2. 해외
10. 대중매체
10.1. 공성전을 잘 표현한 게임10.2. 미디어에 나온 공성전들
11. 비유적인 의미의 공성전들

1. 개요

공성전(, siege assault)은 하는 를 의미하는 용어로, 근대에 들어와서 요새가 등장하자 요새를 공격하는 전투도 역시 공성전이라고 부른다. 공격 측에서 성이나 요새를 공격하는 행위를 공성이라고 하며, 수비 측에서 성이나 요새에 틀어박혀 수비하는 행위를 수성 내지 농성[1]이라고 한다.

현대전의 경우 보통 참호요새에서 싸우는 경우도 많지만, 게릴라전이나 비정규군과 상대하거나 그냥 시간이 없거나 하는 경우에는 건물 속에서도 싸우기 때문에 건물을 함락시키는 것 역시 공성전으로 불렸으나, 도시의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이 개념이 확대되어 시가전으로 바뀌게 되었다.

2. 명칭

한국어로는 어느 상황이든 공성전이라고 불리나 영어는 경우에 따라 용어가 나뉜다. 상대가 농성이 가능한 지역을 공격하는 경우 전투의 명칭에 siege가 붙는다. 그리고 포위하고 상대가 지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 직접 공격을 시도하면 siege assault가 된다.

고대로부터 도시 자체가 일종의 방어진지로서도 사용가능해진지가 오래되었으므로 siege란 말은 비단 요새들만이 아니라 도시를 공격할 때도 쓸 수 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베를린 전투도 엄연히 농성하는 상대를 몰아내기 위한 전투였으므로 Siege of Stalingrad, Siege of Berlin이라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고전적인 전투/전쟁 명명법이 유명무실해진지라 그냥 battle이란 명칭도 자주 쓰인다. 더군다나 스탈린그라드베를린의 경우 단순히 농성하는 적과 싸우는 것만은 아니었으므로 야전의 요소도 상당수 들어가기 때문에 그냥 battle로 칭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보통은 아예 빼도 박도 못 하는 요새 점령전에만 siege란 명칭이 붙으며 그 외에는 battle이란 명칭도 곧잘 쓰인다.

3. 상세

성은 원래 공략당하지 않고 적의 공격을 보다 원활하게 방어하기 위해 축조한 건물들의 총집합체이니, 기본적으로 공성전을 제대로 해보려면 공격하는 측이 수비하는 측의 3배의 병력이 필요했으며, 그렇게 3배의 병력을 동원하더라도 병력의 막대한 손실을 각오해야 할 만큼 공성전은 힘든 싸움이다. 손자병법에서도 성을 공격하려면 최소한 3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공격자의 입장에서 많은 부담을 안는 전투가 바로 공성전이다.

이것도 그나마 비교적 기어오르기 쉽고 더불어 성벽을 높게 쌓기 힘든 토성(土城)을 기준으로 삼은 요구였다. 돌로 견고하게 쌓은 석성(石城)이나 벽돌로 쌓은 전축성일 경우는 토성을 공략하는 싸움보다 더 어렵다. 후술하는 콘스탄티노폴리스 공방전에서도 콘스탄티노플의 7천명에 불과한 수비대는 수비대의 인원이 적정한 수비인원 요구치에 한참이나 모자라는데다가 농성전 준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최소 10만명의 오스만군에 대항해서 2달에 가깝게 오랫동안 성을 지켜내었다. 게다가 이것도 평지에 쌓은 평지성의 경우며, 산에 축성한 산성(山城)의 경우에는 난이도가 추가로 크게 올라간다. 영국 내전 당시 코르페 성의 경우 왕당파 전투병력 5명이 의회파 300명의 공격을 몇 주간 버텨내기도 했을 정도다.

방어측은 아무리 지형에 숙달되지 않았어도 튼튼한 방어시설을 이용해서 전투를 수행하기 때문에 손해를 덜 입지만, 공격측은 방어측이 준비해뒀을 여러 장애물과 견고한 성벽, , 해자 등의 방어 시설을 극복하면서 공격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써야 했다. 야전과는 달리 전장 자체가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동력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없었고, 성이나 요새가 이미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투방식이나 공격로도 방어측이 충분히 예상한 몇 곳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야전에서 뛰어난 용병을 자랑하던 장군도 공성전에서는 어쩔 수 없이 병력을 엄청나게 소모하는 희생이 들어가는 무식한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애초에 일반적인 전장에서 쓸 수 있는 대부분의 전술을 쓸 수 없도록 지어놓은 것이 요새나 성이기 때문에, 공성전을 치르려면 전술적인 재능이 아니라 꾸준한 보급으로 아군의 피해를 관리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며, 적군의 현황을 파악하고 적의 지원군과 보급을 차단하는 등의 행정적인 능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몸을 보호할 튼튼한 건물 및 구조물을 갖추고 물자를 확보하는 등 충분히 준비를 마쳤다면 수비측이 유리한 편이지만, 수성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할 경우 병자호란남한산성처럼 오히려 수비측이 불리해지는 경우도 빈번하다. 물론 성벽 안에 들어갔기 때문에 불리해졌다는 말을 할 수나 있는 거지 평지에서 조선군이 수만의 청군과 붙었다고 상상해보면 불리고 뭐고 게임이 안 될 정도로 순식간에 박살나면서 전쟁이 청군 승리로 끝나버리기 때문에 수성전의 장점은 확실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남한산성이 원래의 방어력에 비해서 수성전 준비가 너무 부족해서 빨리 무너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애초에 공격측의 전력이 우세해야 공격측이 포위하고 수비측이 농성하는 상황이 성립할테니 수비측 입장에서도 성벽만 믿고 방심할 수는 없으며, 공격측 역시 견고한 성이나 요새 앞에서 며칠 혹은 몇 달씩 머무르면 식량부족이나 전염병 또는 사기저하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결국에 따지고 보면 양측 모두에게 피곤한 전투다.

농성측이 많은 식량을 보존하고 있다 하더라도 농성 시 병사뿐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거의 모든 백성(민간인)이 성으로 몰려서 식량이 엄청나게 빨리 소모되고 전염병이나 질서 통제 등의 위협도 매우 크다. 그리고 공격 측은 공격을 할 지 안 할지, 물러갈 지를 먼저 결정할 수 있으니 수성측의 증원이 오거나 수비측이 성의 이점을 포기하고 성문을 열어 추격하지 않는 이상 전장을 선택하는 건 공격측이다.

덧붙여서 큰 전장 판면에서 보면 통상적으로 공격자는 자신의 전력을 선택해서 원하는 곳으로 집중시킬 수 있지만, 수비자는 공격자가 언제/어디서 공격해올지 확실히 알 수 없기에 수많은 성으로 자신의 병력을 분산할 수밖에 없다. 물론 준비가 잘 되어있다면 수비자가 적은 병력으로도 더 많은 공격측의 병력을 상대할 수 있기에 이런 수비측의 약점을 상쇄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공격측의 최종 목표 자체가 콘스탄티노폴리스처럼 반드시 함락시켜야 하는 수도인 동시에 불패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던 철옹성급 요새일 경우라면? 꼼짝없이 공격측은 결국 공성전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4. 필요성

도시를 감싸고 있는 성벽이야 도시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공성전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도로만 봐서는 아무도 안 사는 허허벌판인데 거기에 일부러 요새를 짓거나 굳이 군사도시를 만드는 등의 일이 벌어졌고, 공격측에서도 우회하지 않고 굳이 공성전을 벌이며 병력과 보급을 대규모로 소비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병참 보급수단의 한계 때문이다. 그 시대에는 비행기라는 게 없었고, 보급품을 현대처럼 차량에 실을 수 없고, 수레가 완벽한 것도 아닌데다 수로를 통하면 인력이나 수레보다 더 많은 보급을 실을 수 있었고, 뭣보다 물이 너무 중요하다 보니 행군로가 사실상 정해져 있었다. 이 행군로가 아닌 곳을 택한다는 것은 엄청난 도박을 의미했고, 아주 소수의 별동대가 아닌 한 별다른 의미도 없었다.

전쟁의 역사에서 정상적인 행군로가 아닌 곳으로 주력을 통과시켜서 승리한 사례가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상황이 예외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실패하기 마련이며 성공하더라도 희생이 막대했다. 당장 로마 공화국에서 한니발 바르카가 알프스를 넘는다는 선택을 배제한 이유도 그것이 상식을 벗어난 행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니발도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며 절반이나 되는 병력을 잃었다. 등애촉한멸망전에서 길도 없는 험준한 산맥을 넘는 동안 전투력을 거의 상실해버렸고 만일 마막이 강유관을 어이없이 상실하지 않았거나 촉군이 부성에서 제대로 된 방어전을 수행했다면 그냥 무모한 실패로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국방을 하는 측에서도 이걸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진격로의 요충지마다 요새나 성을 지어 방비한 것이다. 실제로도 고구려-수 전쟁에서 수나라가 30만 별동대를 어처구니 없게 날려버린 이유도 보급로가 단절되기 때문에 보급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급 문제를 어찌어찌 해결해 다른 성을 모두 우회하고 도시에 다다랐다고 쳐도 결국 도시를 상대로 공성전을 벌여야 하는데, 이때 정리하지 않고 넘어온 성에서 지원군을 보내온다면 꼼짝없이 앞뒤로 포위당하게 된다. 위연자오곡 대책제갈량이 거부한 이유도 발상은 참신하지만 실제 실행시 온갖 문제점이 터져나올 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제2차 여요전쟁에서 거란의 전략이 어그러진것도, 양규가 살아남아 거란의 뒤통수를 계속 찔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전근대 시절에는 대규모 병력을 진군시킬 때, 행군로가 사실상 정해져 있었고, 그런 행군로에 적절한 기지를 지음으로써 방어측에서 공성전을 강요할 수 있었다. 요새나 성을 피해 우회기동하는 것은 소수 별동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지였다는 뜻이다.

5. 역사

신석기 시대가 끝나가고 농경이 시작되며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한 곳에 정착하여 모여 살게 되면서 도시국가가 등장했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재산과 그 자신들을 유목민들로부터 효과적으로 지킬 수단이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목책 혹은 성벽이 등장한 이래로 본격적인 인류의 문명의 시작부터 공성전이 존재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영박물관이 소장한 고대 작품인 아시리아의 라키슈(lachish) 포위공격을 묘사한 석판을 봐도 공성전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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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구를 쓰는 병사들과 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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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병 앞에서 방패엄호하는 창병들과 나무로 만든 비탈길 위를 올라가는 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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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을 필사적으로 지키는 유대 병사들과 아시리아공성추
왼쪽에 보이는 건 비가 아니라 성벽 위 병사들이 던지는 횃불들이다. 이 횃불은 나무로 만든 공성기구들과 나무 비탈을 태우기 위해서이다.

수성측은 화살 등을 쏘고 성벽 위와 보루 위에서 끓인 이나 불에 달군 모래 등을 붓거나 혹은 이나 나무를 떨어뜨려 성을 방어했고 성을 공격하는 자들은 각종 공성장비로 성벽과 성문을 파괴하거나 갈고리를 단 밧줄이나 사다리로 기어오르기도 하고 공성을 하기 위해 이동식 요새를 만들어 접근하기도 하고 아예 성 앞에 토성을 쌓아서 공성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해 공성전에 화포가 등장함으로서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었다. 화약무기는 기존 공성병기들에 비해 강하고 정확도가 높았기 때문에 당시의 성벽을 과거에 비해 쉽게 무너뜨릴 수 있어서 요새와 성벽의 양식이 완전히 달라질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천 년 동안 함락되지 않았던 테오도시우스 성벽이 대포에 의해 함락된 것을 패러다임의 전환기로 본다. 자세한 것은 제20차 콘스탄티노폴리스 공방전 항목을 참조하자.

물론 신무기의 등장에 방어측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아니다. 이후 베네치아로도스 기사단이슬람의 위협에 놓여있던 곳에서는 기술자들을 동원하여 신식 성벽을 쌓아올렸다. 기존의 직각에 가깝고 두께는 별로 두껍지 않고 높게만 쌓아올린 스타일의 성벽에서 포탄을 튕겨내고, 맞더라도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낮고 두껍게 짓는 방식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리고 성벽의 높이가 낮다라는 말은 과거보다 낮다는 거지 병력이 뛰어넘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치라서 공격자 입장에선 도긴개긴이다. 여기에 더해서 요새포를 채용하고, 방어의 중핵을 요새포가 설치된 포대가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공성의 난이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이런 대응방식은 17세기 말~18세기프랑스보방 후작이 건설한 요새가 그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탈리아에서 먼저 등장한 요새 양식인데 보방 후작은 단지 그것을 조금 다듬었을 뿐이다. 흔히 보방식 요새라고도 하는데 본고장 유럽에서 그렇게 부르는 나라는 보방의 고향 프랑스 뿐이다. 자세한 내용은 성형 요새를 참조하자.

이러한 낮고 두꺼운 방식의 신공법은 조선에도 전해졌는데, 그것이 수원 화성이다. 성형 요새와 같은 방법으로 만든 것이 아니지만 그 대신에 치성을 굉장히 많이 쌓았기 때문에 치성들이 뾰족한 보루 부분의 역할을 담당했으므로 과거의 조선의 성들보다는 방어력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100년에서 200년이 더 흐르자 점점 화포가 발전하게 되면서 이윽고 기존의 목표에 명중하여 물리적인 충격력만 주던 대포에서 목표에 명중하면 폭발하는 타입의 포탄이 개발되고, 암스트롱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다양한 화약과 포탄의 개발로 점점 성벽의 방어력이 대포의 공격력을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성벽도 이에 대응하여 강화를 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문제는 수많은 요새를 이렇게 만들었다가는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간다는 것.

지상전에서는 야전 축성술이 우수한 가격 대 성능비를 보이며 요새를 조금씩 대체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제1차 세계 대전에 이르면 극초반 벨기에 전선의 몇몇 요새 전투를 제외하면 공성전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빅 베르타 같은 구경 42cm가 넘는 거포들이 불을 뿜어대니 아무리 단단한 성벽이라도 무너진다.

공성전이 사장된 다른 이유로, 벽돌로 위로 쌓아낸 튼튼한 성보다 오히려 보병들이 삽으로 아래로 파서 만든 참호가 포격에 더 잘 견뎌내더라는 것이다. 성벽은 무너뜨릴 수 있어도, 땅 그 자체를 무너뜨릴 수는 없으니까. 지진폭탄이나 전함의 주포 포격이나 대구경 공성포의 포격 같은 거라면 참호 자체를 분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진폭탄은 큰 폭격기에서나 투하할 수 있는 거대한 폭탄이라 포격처럼 지속적이고 빠른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고, 전함 역시 바다에서만 떠다닐 수 있고 포각이 안나오면 공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으며 공성포도 참호를 박살내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진 대구경의 경우에는 운반해서 설치하기가 어렵고 연사속도도 매우 느려서 셋 다 모두 육군 포병의 일반적인 야포 포격에 비해서 사용이 까다롭다.

더구나 제2차 세계 대전으로 넘어가자 폭격기가 등장하기 시작함으로써, 대세가 된 기동전과 화력전은 에반-에마엘 요새, 마지노선, 대서양 방벽, 지크프리트 선, 메탁사스 선 등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지은 요새들을 기껏해야 약간의 시간벌기 외에는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게 해 버렸다. 그렇게 해서 기존의 요새는 완전히 역사 속의 유물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특이하고 예외적인 사례로, 1945년 2월 경 서부전선에서는 중세시대에 세워진 고성인 블라이엔비크 성에서 단 15명의 독일군 팔슈름예거영국군 1개 연대를 이틀이나 저지했던 적이 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성 그 자체는 단순한 육상공격에 있어서는 여전히 악마적인 방어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3일째에 날씨가 풀리고 성을 건설한 중세인들은 상상도 못 해봤을 RAF가 폭격을 개시하자 이들은 바로 항복했다.

2차대전 종전 직전에는 역사상 최후의 공성전인 이터성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세계 대전이 종전된 후, 요새나 방어선의 주류가 이른바 지하요새로 지칭되는 거미줄 같은 땅굴 네트워크로 변화하고, 중요 시설물은 깊은 땅 속에 방어구조물까지 넣어서 건설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들 방어시설에 대해서는 기존의 화기들의 위력이 격감하기 때문에 지진폭탄으로 시작된 거대하고 관통력이 높은 벙커버스터 같은 폭탄을 쑤셔박거나, 아예 핵무기의 사용을 검토하게 될 수준이 되었다. 벙커버스터는 지하요새, 공성용도 '따위의' 땅굴과는 차원이 다른, 지하요새급 땅굴 등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만든 현대전 최고의 병기 중 하나이다. 단순 지하 파괴, 관통력은 지표에 명중하는 핵무기 이상의 능력을 가진다. 애초에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가 공고히 구축된 지하 시설 타격 용도였으니까. 또는 지하시설 공격 시에 소이탄이나 화염방사기 등으로 입구와 내부에 불을 질러 내부 산소를 싹 태워 질식사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규모 지하방어시설에 대해서는 정밀무기로 타격하는 것 외에도 보병을 침투시켜서 총격전을 벌이는 소탕작전이나, 불도저 등 중장비를 이용해서 입구를 파괴하는 파괴작전을 진행할 때가 많다. 시가전이나 대테러전을 할 때도 저격을 하는 경우나 건물채로 무너뜨리는 경우도 있지만 인질이 있는 등의 이유로 건물을 점거해야 할 때는 보병이나 경찰특공대, 특수부대를 침투시키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따라서 기존의 공성전이라고 불리는 전투는 거의 사라졌지만, 방어시설에 웅거한 적을 공격하는 임무 자체는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벙커버스터, PDW, 전자동 산탄총, 섬광탄, 특수전 권총 등 이에 대응한 무기도 계속 사용되고 발전 중이다.

6. 공성전술

야전에서 승리하더라도 적군이 지키는 성을 함락시켜야 해당 지역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다. 만일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면 그 때까지 이룩한 성과는 다 버리고 철수해야 하므로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성전술은 널리 연구되었으며, 다양한 종류와 수량을 자랑한다.

6.1. 항복을 요구한다

공성을 해야 하는 쪽에서 수성을 해야 하는 쪽에다가 항복요구를 먼저 한다. 공성을 하는 쪽이 압도적인 경우에 자주 발생하며 수성을 하는 쪽에서도 수성전을 해봤자 얼마 버티지 못하고 함락당해서 희생당하기 딱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열세라면 의외로 먹히는 수단이었다.

항복을 하려면 협상이 필요하고 서로 사신을 파견한다. 협상은 최대한 명예롭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지긴 했어도, 서로 협상을 위해 오가는 사절이 명예롭게 취급된다는 보장은 결코 없었다. 교섭하기로 한 상대 지휘관이 적당히 축객을 하는 정도라면 차라리 다행일 지경일 정도로 사신은 많이 죽어나갔다.

사신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전투 전에 항복 협상을 하는 경우에는 양자간에 자존심 대결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전투 끝에 항복 협상을 하려할 쯤이면 공격측이나 방어측이나 할 것 없이 극한 상황에 몰려있기 마련인지라 양측의 적대감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공격 측이 협상을 요청하는 방어 측 사절을 죽여버리는 일도 왕왕 일어났고, 방어 측 또한 공격 측 사절을 죽여버리는 일은 심심찮게 있었다. 심지어 방어측이 항복요구를 거절할 때 가끔 전령을 투석기에 태우고 던질 때도 있었다고 한다.

6.1.1. 기본

일단 명예로운 항복이라고 통칭되는 항복은 일단 협상이 타결된 후 방어측은 항복하고 공격측은 약탈이나 학살같은 행위를 하지 않으며 항복한 쪽을 고급 포로로 간주해서 명예롭게 대우해준다. 정복 전쟁의 경우에는 그냥 새로 들어온 백성으로 간주해서 기존 권력자의 지위를 인정하고 자국의 관직을 부여하며 이를 보좌할 새로운 행정기구를 설치해서 자국 영토로 편입시키기도 한다.

특히 유럽에서 전형적으로 진행된 사례가 많으며 항복 형식도 존재한다. 유럽은 대개 영주의 옷을 입어 대리인임을 표시하는 전령이 적진으로 가서 항복을 요구하고, 방어측이 이를 받아들이면 성 열쇠를 넘기는 것이 관례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백년전쟁 시절 영국에 항복한 칼레의 시민들이다.

그리고 빠른 항복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명예로운 항복을 할 경우에는 협상에 따라서 수비군이 자신의 장비와 무장을 유지하고 자신들의 군대가 수비하는 안전한 영역으로 행군해서 빠져나가는 것을 허용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공격측은 손쉽게 수비군의 방어진지를 얻고 수비군은 무의미한 전투로 희생당하지 않고 병력과 장비의 소모 없이 주력과 합류해서 좀 더 유용하게 병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대해서 '명예롭게'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끝까지 가서 함락 되는 경우에는 공격 측이 자비를 배풀어야 할 이유도 의무도 없었으며 약탈은 지극히 당연한 권리로 여겨지는 강제조항도 넣었다. 최후까지 항복을 거부했다면, 전투 패배 후 성 내는 무자비하게 약탈당하고 거주민은 살해당하는게 일반적이다. 보통, 공성추가 성문을 처음 때린 시점부터 방어측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권리가 박탈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무의미한 저항 끝에 모조리 개박살나느니 명예로운 항복을 하라는 것을 유도하게 된다.

6.1.2. 확장

물론 도시를 포함해 대부분의 봉토들은 "적에게 공격당하면 최소 며칠간은 방어할 의무"를 명시한 봉건 계약을 주군과 체결하고 있기에 마음대로 항복했다간 계약 파기에 대한 보복을 당하게 된다. 당장 주군의 지배 하에 있는 지역에 사는 가족들이 체포되어 던전에 처박히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므로 보복의 정도도 매우 끔찍하다. 이러한 보복이 정해져 있는 이유는 외곽 방어선이 순식간에 붕괴당하면 수비측이 주력을 집결시킬 여유가 없게 되므로 이길 수 있는 전쟁을 어이없이 패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약을 지키다 함락당하면 도시 전체가 몰살당하고 동시에 약탈 당하므로 방어측 책임자 입장에선 머리가 아프기 마련이다. 게다가 계약 기간 만큼 방어를 해냈더라도 주군이 함락의 책임을 물어 보복하려 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이것은 봉건 계약을 넘어선 월권 행위로써 명백한 폭정이니 봉신들이 좋게 여겨주진 않겠지만, 다른 봉신들이 폭정에 반발하거나 말거나, 당하는 입장에선 큰 위험이다.

위에 열거한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여 항복권고를 무시하고 전투가 벌어졌으나 공성추가 성문을 때릴 상황이면 사실상 함락이 확정된 것과 다름 없기에 여기까지 몰리면 항복할 수도 있다는 관습이 존재하였다. 원래 공성추는 나무 문짝 정도는 깨부술 수 있지만 추가적인 방어 대책을 마련한 제대로된 요새에는 큰 효과가 없었으므로, 실질적으론 방어 측에게 방어가 무너졌음을 경고하는 위력 시위 용도에 가까웠다. 당장 흔히 묘사되는 철창 문짝만 보조용으로 달아둬도 공성추로는 거의 부술 수가 없다.

물론 허접하기 그지없던 중세 초반 요새 수준으론 개나소나 공성추를 성문까지 끌고갈 수 있었으니 수성전을 하는 입장에서는 방어전에서 충분한 시간을 벌지 못했으므로 아군에게 처벌 받을 수 있어서 해당 관습만 가지고는 항복을 이끌어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방어 측이 더 견디지 못하고 뒤늦게 항복 하는 경우에도, 봉건 계약이 걸린 주군에게 마지막으로 도움을 탄원할 기회를 주는 것을 조건으로 거는 일이 많았으며 공격 측도 이를 대부분 허락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기어코 성벽을 직접 넘거나 무너진 성벽을 돌파하는 것에는 너무 많은 피해가 따르기 때문에, 늦게라도 항복을 받는 것은 충분히 타산이 서는 결정이었다. 애초에 성벽이 무너져있다 해봐야 엄연히 좁아터진 병목 지점이므로 여전히 방어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며, 무너진 자리는 결코 평탄하지 않고 잔해 더미로 막혀 있기 때문에 이 잔해를 넘어오는 것도 엄청난 고역이다. 게다가 방어측은 이 위기를 버티기 위해 한명 한명 직접 고른 최고의 정예 병력을 투입할 것이므로 공격 측도 그에 상응하는 정예 병력을 소모해야 한다. 게다가 조금만 시간이 끌려도 방어측이 목책이라도 쌓아서 구멍을 메꿔버릴 것이므로 무너진 성벽이란 기회가 영구적이지도 않다. 따라서, 무너진 틈새에 공격을 가하는 것은 돌파를 위한 것 보다는 방어측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크며, 너무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서 최고의 정예 병력에게 최고의 보너스를 지급해야 겨우 시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항복을 유도하기 위해서 명분 상으로도 상대의 봉건적 의무를 존중한다는 것이므로 큰 이점이 있다.

이렇게 '최후의 탄원'을 허락하면서 항복을 수락한 경우, 주어진 기간 동안 방어측은 마지막으로 주군에게 지원을 요청할 기회를 가짐과 함께 양측 모두 즉각 휴전에 들어가고, 기한 내에 지원이 도착하지 않거나 지원을 거부당한 경우 방어측이 성의 열쇠를 넘기는 것으로 '명예롭게' 항복할 수 있었다. 보통 이 지경까지 가면 주군이 방어측을 지원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 실질적으론 방어측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일 뿐, 공격측의 승리는 확정된 것이다.

최종적으로 항복이 결정되면, 대부분 방어자가 자신들의 깃발을 가지고 '명예롭게' 철수 할 수 있도록 허락되었고, 공격측이 약탈을 하지 않거나 그 수준을 줄여주는 일도 많았다. 예를 들자면 성내 전체가 약탈되지만, 그에 앞서 주민들을 철수 시키는 등 인명피해와 재산피래를 줄이거나 항복 조건으로 방어측이 공물을 바치게 하고, 그걸 공격 측의 병사들에게 분배하는 것으로 약탈을 대신하기도 한다.

또한, 항복을 하려는 것이 아니더라도, 주군의 의사를 묻기 위한 기간을 얻는 명목으로 휴전을 협상하는 경우도 많았다. 어이없어보이지만, 공격하는 입장에서도 휴전 기간 동안 요새에서 갑툭튀하는 출성공격인 소티를 두들겨 맞을 일이 없게되기 때문에 꽤 구미가 당길 수 있는 제안이다. 만약 방어측의 주군이나 동맹의 지원 의사가 희박하다면 그것을 계기로 방어측과 협상해 쉽게 항복을 받을 수도 있고. 물론, 휴전이 최상의 이익이 아니라 판단되면 얄짤없이 거부한다.

화포가 등장한 이후로는 공격자가 요새의 흉벽에 도달해 돌파 포대(Breaching Battery)를 설치하는 즉시 항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벽을 직접 부술 수 있는 돌파 포대가 설치되는 것을 소티로 막아낼 수 없는 지경까지 갔다면 요새가 함락되는 것은 확정된 것이기 때문. 중세가 한창일때 공성추가 성문을 때리려 다가올 쯤이면 희망이 사라졌다 보고 항복하던 관례와 비슷한 개념이다.

돌파 포대가 공성추와 비슷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돌파 포대가 설치 된 후 전투가 지속된다면 얼마 못가 돌파 포대가 설치된 지점의 성벽이 무너질 것이고, 공격측이 해자를 메꿔버리기만 하면 그대로 성 내로 돌파 공세가 들이닥치게 된다. 공격 측은 돌파 포대의 화력 지원을 받는데 방어 측은 사격각이 안 나오는 요새포를 쓰지 못하게 되니, 중세 때와 달리 방어측의 이점도 희박해져 습격을 견뎌낼 가능성은 극히 낮다. 설령 어떻게든 몰아내고 성벽을 보수하거나 뒤편 구획으로 후퇴하더라도, 돌파 포대가 계속 설치되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진다.

물론 이 시점에도 항복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며 이럴 경우 얄짤 없이 시타델까지 뚫어야만 했다. 실제로 요새 돌파는 쉬웠는데 시타델에서 죽쒀서 공성전이 질질 끌리는 일도 심심찮게 있었다.

6.2. 그냥 기다린다

성을 봉쇄하고 그대로 죽치고 앉아 방어측이 항복할 때까지 기다린다.

참 대책 없는 방식 같지만, 사실 모든 공성의 기본이다. 다른 모든 수단은 죽치고 앉아 기다리는 기간을 줄여주는 역할만을 수행할 뿐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외부 지원이 끊긴 상태에선 보급(식량, 식수)이 부족해져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고, 전염병이 돌기도 하며,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탈영이 일어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공격자가 무한정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방어자가 못 견디고 항복하게 된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하면서 기다리는 건 결코 아니고, 죽치고 눌러 앉아 있는 동안 공성병기를 조립하고 성을 포위하는 요새를 구축하는 등 여러 가지 조치를 통해 상대를 압박한다. 운이 좋아 성벽 일부가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상대는 그 손상을 수리하느라 더욱 큰 피로에 시달리게 되고 여차하면 돌격을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공성 기술과 수성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존버의 중요성이 증가하는데, 공성포 vs. 요새포 대결로 가는 성형 요새 시대로 가면 아예 공격 측이 방어 측을 역으로 둘러싸는 요새를 짓는 유사 참호전 양상으로 흐르게 된다. 이 시대부터는 공성 돌격을 실제로 시도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공성 돌격을 꼬라박을 수 있을 만큼 요새에 접근할 쯤에 방어자가 항복하거나 후방으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6.2.1. 장점

공성측 군대가 성을 제대로 포위하는데 성공했다면, 수성측 원군이 오지 않고, 공성측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며, 그 시간동안 공성측이 보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공격측의 승리가 거의 확정된다. 직접적인 희생이 가장 적은 상황에서 승리가 가능하므로 다른 전투나 전쟁에 대비할 수 있다.

직접적인 희생이라고 하면 감이 잘 안올 수 있는데 성이나 요새가 함락을 시도하기 위해서 돌격해오는 병력을 처리하기에 최적화된 경우가 많아서 빠른 함락을 위해 돌격을 시도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을 요구한다. 조금만이라도 신경써서 만든 요새라면, 그 성벽을 직접 넘기 위해 인력을 꼴아박았다간 그야말로 사람 목숨과 장비를 잡아먹는 인간 믹서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봉쇄하고 눌러 앉기 외의 선택지가 없다.

이에 비해서 수성측은 매우 불리해진다. 포위가 성립했다는 것부터가 성 내부의 수성측 군대만으로는 포위를 풀 수 없다는 뜻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갇히고 싶어하는 인간은 없으며, 승산이 충분했다면 포위당하기 전에 오히려 역공해서 적을 격퇴했을 것이다. 설령 포위당했다고 하더라도, 예컨대 성내 병력과 공성측 적군이 동수 정도만 되더라도 공성측은 모든 성문을 봉쇄하기 위해 분산배치되는 반면 수성측은 병력을 출구 한쪽으로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작정하고 수성측이 돌파를 시도하면 오히려 공성측이 각개격파당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위당했다는 건 이미 수성측의 전력이 공성측보다 훨씬 열세였다는 뜻이며, 따라서 외부 원군이 없다면, 갑자기 공성측 군대에 천재지변이나 본국의 변란 등 변수가 생기지 않고서야 수성측이 자력으로 포위를 풀 수 없다. 포위를 풀 수 없으면 전투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으니 수성측의 패배가 확정적이다.

여기에 더해서 수성전의 기간이 크게 늘어나므로 제대로 된 대비를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외부 보급을 받지 않으면, 수성측은 제한된 물자(특히 식량)을 다 쓸 때까지만 버틸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식량만 생각해서는 안되고 소금과 같은 생존 필수품이나 비타민같은 건강에 필요한 필수품이나 무기, 탄약, 장비같은 물자도 수성전이 길어질 수록 필요수량도 늘어나고 예비품도 필요해지며 소모품도 교체해야 하므로 결국 수성전이 길어질수록 내부 방어병력의 상태가 안좋아지게 된다.

그래서 수성전이 길어지면 수성전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공급해야 하므로 공격자의 세력이 방어자의 세력 보다 경제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면 방어자가 먼저 파산해서 망한다. 공성에는 엄청난 비용이 소모되지만, 방어측이 소모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공격자가 경제적으로 방어자를 압도한다면 요새는 결국 무의미한 시설이 되어버린다.

설상가상으로 성 안에 수비군뿐만 아니라 인근에서 피난온 주민까지 있는데, 그만큼 물자가 빨리 소모되기 때문에 수성측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주민들은 수비에 보탬이 될 수 있긴 하지만, 그만큼 식량을 소모한다. 사람이 모여있고 각종 분변 등의 오염물질이 끊임없이 발생하니 전염병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포위당한 후 수성측에서 상황을 유리하게 변화시키지 못하면 공성전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6.2.2. 단점

포위하고 기다리는 방법이 직접적인 희생이 적은 상태에서 공성전에서의 승리를 가져오지만 대부분은 다른 방법으로 공성전을 시도해보는 일이 많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안그래도 전쟁이 길어져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게 사실인데 공성전을 한답시고 포위망을 구성하고 시간을 낭비하면 성 1개 함락시키고 전쟁에서 패배할 수 있다. 설령 빠른 진격을 위해서 저항하는 성마다 적절한 포위병력만 배치해놓고 주력은 전진한다고 해도 병력과 물자가 분산되는 것은 피할 수 없기에 전황이 점점 불리해지며 포위당한 수성측이 출성공격이라도 감행한다면 전황이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전략적인 입장에서 시간이 오래 소모된다는 것 자체가 불리해진다는 소리며 제2차 여요전쟁이 그런 식으로 흘러간 전쟁이었다.

전술적으로 봐도 포위에는 시간과 물자를 포함한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성 안에 있는 물자가 소모될때까지 기다리면, 당연히 공성측도 그만큼의 물자를 소비해야 한다. 공성측은 외부 보급을 받을 수 있으나, 보급선을 유지하는 건 비용도 만만치 않고 보급선을 노리는 적의 공격도 신경써서 막아야 한다. 공성측 병력은 수성측보다 최소 두 배는 많아야 하기 때문에 공급받아야 하는 물자의 양도 막대하다. 총력전 등장 이전의 전쟁에서 대부분의 군대들은 현지 구입, 징발, 약탈 따위로 상당량의 보급을 충당했는데, 현지에서 물자를 사들이는 것은 항상 구입이 가능하다는 보장이 없고 돈이 많이 들며, 징발은 계속 하다보면 징발 거부가 발생하고, 약탈은 적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이를 오래 계속하면 주민들이 적대성이 오히려 증가, 게릴라전 등 불필요한 전투를 늘릴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방어자가 극대화하는 극단적 조치가 청야 전술이다.

포위하는 동안 군대를 먹여 살리는 것도 문제지만, 포위를 위해 야전 축성물과 공성장비를 설치하고 유지하는 것 또한 막대한 비용을 요구한다. 공성 기술자들은 고급 인력으로 엄청나게 비싼 비용을 위험 수당까지 붙여서 받으며, 이들이 다룰 크고 아름다운 장비들도 당연히 매우 비싸다. 게다가 공성을 위한 야전 축성물을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어자의 반격을 감수해야 하므로 아무 어중이 떠중이 촌놈이나 징발해서 쓸 수 없고, 반드시 전문 공성 전문 공병대를 동원해야 하는데, 국가가 이런 부대를 상비하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무니 초호화 용병대 개념으로 영입해서 써야 하는데 급료가 얼마나 비쌀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간혹 공병대를 상비하고 있어도 유지비용이 비싸긴 마찬가지. 물론, 성벽에 무모하게 꼬라박으려 하더라도 반드시 포위하고 눌러 앉기는 병행되어야 하고, 공성 돌격을 시도할 때마다 인력과 장비가 갈려나가는데 이게 포위 "따위"보다 훨씬 비싸므로 포위하고 기다리는 전법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포위 자체가 공격자도 인원이 밀집한다는 뜻이므로, 이쪽도 주도권 면에서 나을 뿐, 전염병 발생에 취약하긴 마찬가지다. 그리고 장기간의 포위가 발생하면 나중에는 그냥 그런 상태에 익숙해져 군기를 망각하고 있다가 군대가 나태해져서 정작 성을 공격하거나 수성측 구원병력을 격퇴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공격자는 애초에 방어자보다 돈이든 뭐든 뭔가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어야 공성을 시작할까 말까 고민이라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간도 돈도 인력도 무한정 공격자의 편은 아니기 때문에 실패한 공성 시도들이 가끔 존재하며, 따라서 죽치고 앉아서 기다리면서 어떻게 해야 저 망할 요새를 더 빠르고 싸게 뚫을 수 있을까 온갖 고민을 하게 된다.

공성측이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문제가 커지는 동안 수성측은 점점 유리해진다. 물론 성 안의 수성측 병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지만, 반대로 성 밖의 수성측 본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해진다. 시간이 흘러가도 수성측이 유리해지지 않는 경우는 도시국가, 부족국가, 소규모 봉건영주 사이의 전쟁, 몰락한 국가의 마지막 거점 등 상황에 따라 지원해줄 '본국'이랄 게 딱히 없을 수도 있는 경우인데 이건 이미 전략적으로는 공성측이 승리했으며 그 후의 잔적 소탕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이라서 일반적인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런 경우라도 잔적 소탕 같은 공성전에 너무 집중하다가 타국에게 뒷치기를 맞을 수도 있으니 공성측이 시간이 흘러갈수록 불리해지는 경향이 강해진다.

공성측 입장에서 가장 최악의 상황은, 공성측 병력이 성 하나에 붙잡혀있는 동안 수비측 본국이 원군을 편성하거나, 타국의 지원을 받아내어 농성하는 병력과 함께 공성측 군대를 양면공격해버리는 것이다. 그 이외에도 뻔하게 고정된 공성측 보급로를 찔러대며 지속적인 피해를 입히거나, 공성측의 병력 공백을 노려 다른 곳에 전선을 열어버리거나, 하다못해 포위당한 성은 포기해버리고 다른 지역의 방어를 굳혀 공격자가 더이상 진격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성 하나에 과도한 시간과 예산을 들이는 것 자체가 수성측 본국의 이익에 부합하므로 (물론 성 안에 갇힌 수성군은 죽을 맛이겠지만) 공성측은 최대한 빨리, 눈 앞의 성을 함락시키고 다른 곳의 목표를 노려야 이익이다.

그리고 흔치는 않지만, 완전포위가 불가능한 요새도 종종 있다. 산맥이나 바다 같이 우회할 수 없는 지형 사이에 놓인 관문이라던가, 혹은 해군이 부족해 항만을 봉쇄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항구도시를 포위하는 경우 등이다. 전자의 경우 산해관, 후자의 경우 콘스탄티노플이 대표적이며, 난공불락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요새들이 대개 이런 식이었다. 당연히 외부보급을 차단할 수 없으므로, 이런 요새들을 상대로 그냥 기다리는 것은 식량 축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6.2.3. 공격군의 방법

애초부터 포위하고 기다리는 선택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수단을 병행하는 것이 기본이 된다. 정말 성벽 앞에 눌러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는 경우는 드물고 보통은 뭐라도 쏴대거나 견제 전투를 걸고 첩자를 활용하는 등 적에게 피해를 누적시키는 여러가지 수단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포위하고 기다리는 것을 빠르게 포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격자에게 기다릴 시간이 없다면, 무수한 전사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방법들을 총동원해서 빠르게 성을 함락시키려 시도해야 한다. 그게 안된다면 공성전은 포기하고 신속하게 후퇴해서 후일을 기약해야 한다.
  • 외부 보급을 적극적으로 차단한다.
    바다나 강과 통해있는 성이라면 해군을 동원하고, 강에 둑을 쌓거나 오염물질을 풀어 식수 공급을 끊는다. 극단적인 경우로는 해군 전투선을 인력으로 호수까지 끌고 오거나 아예 호수에서 즉석 전함을 건조해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즈니크테노치티틀란이 이렇게 함락되었다. 물론 그만큼 인력과 자금이 더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 적이 대비하지 못한 시점을 노린다.
    군량과 병장기를 비축하고 성을 유지·보수하며 보급품을 관리하고 손실분을 채워놓는 모든 행위가 무시하지 못할 비용을 필요로 한다. 수비자가 전쟁 위협을 받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면 대비 태세가 흐트러지기 마련이고, 그 시점을 노려 포위하면 포위 기간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공격자가 능동적으로 수비자의 대비 태세를 약화할 방법이 거의 없어서 문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돗토리 성을 공략할 때 정석적인 방법으로는 아군의 희생이 너무 크다고 생각해서, 공성전 3개월 전부터 치밀한 공작을 통해 상인들을 고용하여 돗토리 성에 쌓여 있는 쌀을 투기해서 사들였다. 돗토리 성의 사람들은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쌀이 팔리자 쌀을 더 팔았는데, 이때 히데요시가 공성전을 걸고 포위를 하자 성 안에는 수성 병력들을 먹일 식량이 금방 떨어졌다. 그러자 돗토리 성 안에는 먹을 게 없어서 영양실조가 발생하고, 말과 소는 물론 인육까지 먹는 처참한 상황까지 벌어져, 결국 제대로 싸움 한 번 못 해보고 성이 함락되었다. 지구전을 만들기 위해 쓰는 포위 전술로 오히려 전투를 더 빨리 끝낸 기이한 사례.
  • 원군이 올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공성전은 애초에 공격자가 수비자보다 우세할 때 거는 것이므로, 원군이 오지 못한다면 수성측은 말라죽거나 항복하는 수밖에 없다. 외교적인 고립, 대규모 회전에서의 승리, 다른 전선에서의 견제 등으로 원군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들면 공격자의 리스크와 수비자의 항전 의지를 같이 줄일 수 있다. 물론 그만큼 공격자의 국력이나 군사력이 수비자보다 강력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 포위하여 수성측을 잡아두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
    침공군이 수비자에 비해 병력이 매우 많은 경우, 일부 병력을 나누어 적의 방어거점을 포위하고 주력군은 그대로 적의 수도로 진군하는 방식을 쓸 때가 있다. 이때 방어거점을 포위한 병력들은 해당 거점을 점령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방어거점을 포위만 해놓아서 해당 거점의 적군이 주력군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다. 해당 거점 자체는 뚫리지 않겠지만 더 중요한 수도가 함락당하니 방어거점을 세운 의미가 사라진다. 물론 그만큼 공격자가 압도적인 병력을 보유해야 가능한 전술이고, 콘스탄티노플처럼 수도 자체가 강력한 요새라면 의미가 없다.

6.2.4. 방어군의 대응

기본적으로는 대비를 철저히 하고 농성한다가 정답이다. 공격자가 공성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공성을 포기하고 물러날 수도 있지만, 외부 지원군에 의해 구원 받는 경우를 빼면 일반적으로 모든 공성전은 언젠가는 공격자의 승리로 끝난다. 하지만, 요새의 목적은 공격을 막는 것이 아니라 공략 비용을 천정부지로 증가시켜 공격자의 전쟁 수행 역량을 갉아먹는 것에 있있다. 따라서, 오래 버틸수록 방어측의 세력이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 충분한 물자를 비축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자를 충분히 비축하는 것이다. 인간은 식량 없이는 30일을 버티지 못하며 물 없이는 3일 이상 생존하지 못한다. 설령 식량 문제는 난공불락을 노릴 만한 상황이 아니라 어느 정도 버티고 항복한다 쳐서 넘어가더라도 물 만큼은 절대적으로 사수할 수 있어야 한다. 물 자체가 공격자의 경로를 차단하는 방해물로 기능하는 건 덤. 물과 식량만 중요한게 아니라 군수품도 중요하다. 먹고 마실 게 아무리 많아도 군수품이 바닥나면 공격자가 방어자를 직접 때려 부숴서 요새를 점거해버리게 된다. 특히, 화포가 동원되는 시대라면 화약이 치명적인 요소로, 화약을 농성 중인 방어자가 충당할 방법은 근처에 초석 광산이라도 있는 게 아닌 한 사실상 외부 보급 외에는 없다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무지막지한 양의 화약 비축이 필요하다.
  • 충분한 지휘 역량을 갖춘다.
    공격자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며 가만히 앉아만 있다간 별의 별 기상천외한 계책에 당해 어이없게 함락당할 수 있다. 또한, 방어측은 극한 상황에 몰리게 되므로 온갖 우발 사태에 시달리기 쉽다. 농성을 위해 공격자의 계략을 요격하고 효과적인 방어 대책을 구성할 지휘력 없이는 공성전을 방어할 수 없다. 당장 물자 관리만 해도 어떤 물자를 어떻게 비축하고 소모하고 절약할지 판단하지 못하면, 물은 넘치는데 식량이 없거나, 식량은 넘치는데 물이 없거나, 다른거 다 넘치는데 화약이 없는 등 어딘가서 구멍이 발생해 큰 피해를 입기 십상이다. 게다가 방어자는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게 아니라 외부와 연락 하기 위해 정보를 밀수하기도 해야 하며, 공격자의 진군을 늦추기 위해 소티를 계획하기도 해야 하므로 공격자 이상으로 머리를 써야만 한다.
  • 외부 구원을 받을 경로를 구축하고 사수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것은 수상, 해상 지원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난공불락의 요새들은 바다를 끼고 있거나 주변 도시와 연계되는 강을 끼고 있고, 이러한 수상 경로를 차단할 수 없게 설계되었다. 따라서, 공성전에서 오래 버티려면 당연히 수운 경로를 지켜야 하며, 이를 위하여 반드시 충분한 수상 전력, 그것도 공격자를 압도하는 수상 전력을 갖춰 수상 보급을 유지해야만 한다. 어떤 요새는 마땅한 수상 경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대신 차단이 거의 불가능한 육상 경로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요새는 산이나 강 따위의 험지에 둘러 싸여있어 공격자는 들어가지 못하면서 방어자가 오가기엔 편리한 지형에 위치했다. 이런 지형이 존재할 가능성은 0에 가깝지만, 존재한다면 수상 경로 못지않게 큰 도움이 된다. 혹, 마땅한 지형적 보급로 이점을 구할 수 없다면 수시로 외부 구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마땅한 보급로도 없고 물자 비축량도 크게 제한되어 있더라도 외부 지원을 순식간에, 그리고 수시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면 공격자는 농성하는 수비군 이전에 외부에서 들쑤시는 지원군 부터 격파해야 하게 된다. 다만, 이 경우 전장을 성에서 외부로 옮기는 꼼수인지라, 지형적 이점보다도 확보하기 힘든 환경인게 문제다.
  • 성 내부에 둔전과 농장을 두어 자급자족을 가능케 한다.
    이런 성의 경우에는 성 내부 인력을 먹여살려야 하니 성의 크기가 엄청나게 커진다. 그러면 그 큰 성을 다 지켜야 하니 병사가 더 늘어나며 그러자니 또 더 넓은 땅이 필요해지는 일종의 딜레마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실현시키면 이런 성은 그냥 답이 없다. 이런 성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기에 손에 꼽을 정도로 사례가 적긴 하지만, 수년씩 끌었던 공성전은 대부분 이런 성들이었다. 대표적으로 트로이 전쟁[2] 마사다 요새 공방전이 있다. 조선의 수원화성 또한 이 케이스였다. 실제로 공성전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 동맹을 준비한다.
    외부 구원을 받을 경로를 갖추어도 그 외부 구원을 보낼 주체가 존재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방어자는 반드시 자신들을 도우러 손을 펴줄 대상을 가져야 하며 이것은 방어자의 세력만으로 국한 시킬 수 없는 문제이다. 방어자를 혼쾌히 도우러 올 것이며 방어자를 구출하는 데 전력을 다할 충실한 동맹의 존재는 매우 절실한 요소이다. 대표적으로, 빈 공방전이나 크레타 공방전의 한 부분인 칸디아 공방전에서 방어자가 성공한 것은 오스만 제국에 맞서 기독교 세력을 동원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준비가 부실하면 되려 공격자의 손실만 줄여주는 꼴이 된다. 앞서 썼듯 공격자는 전투를 회피하고 포위만 하므로 비전투손실만 조심하면 되기 때문이다.

6.2.5. 실제 사례

  • 알레시아 전투: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공격자가 방어 태세로 전환한 후 방어자의 양면공격을 이겨낸 전투이다.
  • 삼전도의 굴욕: 외부군의 구원을 기다리며 농성했지만 물자도 부족하고 날씨가 추워 동사자가 속출해서 결국 항복했다.
  • 콘스탄티노플 - 해안을 끼고 있고 강력한 방어시설을 갖추고 있어 포위 후 기다리기가 사실상 먹히지 않았다. 거기다가 황궁이 있는 수도이기까지 한 탓에, 몇 달이건 몇 년이건 항구와 해군을 통해 식량과 병력을 보급받아 방어군이 죽을 때까지 언제까지고 버틸 수 있었다. 해군을 동원한 4차 십자군 정도가 예외.
  • 티루스 외에 해안을 끼고 있던 성채도시들
  • 1차 십자군의 니케아: 호수로 보급받자 공격자인 십자군은 육로로 군함을 수송해서 항복시켰다.
  • 원나라는 양양 공방전에서 무려 5년간 존버하여 양양을 함락시켰다.

6.3. 성벽 기초를 깎아낸다

기초를 깎아내면 성벽이 불안정해진다는 점을 이용한 전술이다. 구조물의 기초가 손상되면 자체 하중으로 인해 구조물이 무너진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으로 성벽 기초에 손상을 줄 수록 성공확률이 높아지므로 하단에 서술된 땅굴 작전과 같이 시행하기도 한다.

장점은 수성측이 알고도 대응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손상부위가 성벽 바깥 하단부에 있으므로 수성측이 제대로 수리하려면 출성공격을 통해 손상부위 주변을 일시적으로라도 확보한 후에 긴급하게 수리공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이 가능하기가 어려우므로 보통은 성벽 자체를 수리한다기보다는 성벽 뒤에 구조물을 만들거나 추가 성벽을 쌓아서 성벽이 붕괴되더라도 후속피해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게 될 수밖에 없어서 점점 성벽 전체의 방어력이 낮아지게 된다.

단점은 공성을 하는 측이 직접 성벽 아래까지 초근접해서 수작업을 해야 하므로 방어자가 작업병들을 방해하기 때문에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어자는 이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성곽 주위에 해자를 파놓거나 성 위 수비병력, 별동대를 운용해 처음부터 작업을 방해했다.

6.3.1. 공격군의 방법

기본적으로 공성측이 성벽 하단에 초근접하도록 모든 공격을 퍼부으면서 엄호하는 가운데 작업병이 투입되는 것이 기본이다.
  • 가능하다면 토목공사가 가능한 장비들과 같이 성벽 기초에 초근접한다. 수성측의 방어공격에 장비가 파괴될 확률이 높지만 일단 성공적으로 토목공사 장비가 성벽 기초를 공력할 수 있다면 빠른 시간내에 성벽 기초를 박살낼 수 있다.
  • 수작업을 해야 한다면 곡괭이 등 공구를 최대한 휴대하고 현장에 접근해서 성벽 밑돌을 빼내거나 부순다.
  • 나무구조물이 있으면 버팀목을 불태운다. 의외로 성벽중 상당수가 나무로 된 구조물로 뼈대를 만든 후에 돌이나 벽돌을 쌓아서 만든 경우가 많아서 화재가 발생하면 쉽게 붕괴되는 사례가 많다.
  • 작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바퀴를 씌운 이동식 지붕을 설치한 귀갑거같은 보호 구조물을 만든 후 그 밑에서 작업한다.
  • 폐석(廢石)처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주변에 흩어놓으면 성벽 붕괴시 공성측이 진입할 통로에 장애물을 깔아놓는 사태가 일어나며 수성측이 일시적으로라도 해당 구역을 탈환하면 근처에 있는 돌을 다시 끌어와서 성벽을 재조립한다. 따라서 돌을 멀리 가져다가 버릴 준비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개박살내서 성벽으로 못쓰게 만들어야 한다.

6.3.2. 방어군의 대응

적이 성벽 기초에 근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기본적인 조치가 된다. 적이 성벽 기초에 근접하면 요격하는 것도 사각의 문제상 쉽지가 않다.
  • 화공, 모래, 화살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작업자를 저지한다.
  • 이동식 지붕을 불태우거나 공성무기로 부순다.
  • 성벽에 불을 지르는 것에 대비해서 물을 뿌리거나 목재구조물에는 생가죽을 덮어서 내화성을 강화한다.
  • 기초를 더 옆으로 넓게 쌓아 내구력을 강화하고 붕괴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게 한다. 굳이 보방식 요새처럼 벽 전체를 경사지게 만들지 않아도 충분하다.
  • 해자를 깊고 넓게 파고 흐르는 물을 대량으로 끌어들여서 개천같이 만들어놓으면 공성측이 작전을 진행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이용해서 흐르는 강을 천연 해자로 사용하는 성이 많았다.
  • 살인구멍을 만들어놓는다. 살인구멍은 구조상 공격측은 수비측을 공격할수 없으면서 수비측은 성벽 기초에 달라붙은 공격군을 일방적으로 살상할수 있는 구조물이다.

6.4. 불을 동원한다

전쟁 수행 시 역사와 전통의 친구인 불을 내는 방법. 현대에도 화염방사기소이탄을 비롯해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무기들이 일부 남아 있다.

6.4.1. 장점

성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거주하는 건축물이기 때문에 흙으로 만든 토성이든, 돌로 만든 석성이든 간에 불에 탈 만한 부분이 항상 존재한다. 이런 곳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크게 번지며, 화재로 인해 병력이나 물자 손실이 발생하고 유독가스와 연기로 인해 작전 수행이 힘들어지며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인원을 따로 차출해야 하는 등 내부적으로 난리가 난다. 덤으로 불이 크게 나면 집단적인 패닉이나 사기 저하가 발생할 수도 있고, 반대로 공격자 입장에서는 목표물이 불에 타는 것이 확실하게 보이므로 사기가 올라간다.

수공에 비하면 비용이 훨씬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수공은 기본적으로 대규모의 댐과 제방을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 기간도 길고 많은 인원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에 비해 화공은 그냥 불을 붙일 만한 물건만 준비해서 성벽 너머로 던져넣기만 하면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6.4.2. 단점

불은 피아를 가리지 않는다. 역풍이 불 때 화공을 사용하는 것은 자살에 팀킬까지 들어가는 역대박이 날 수 있다. 따라서 화공을 사용하려면 불이 역으로 아군을 덮치지 못하도록 바람의 방향을 파악하고, 불의 세기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은 노련한 경험이 쌓여야 가능하다.

그리고 불이 너무 크게 나면 성 안에 남는 게 없어진다는 것도 문제. 당장 눈앞의 적을 없앨 수는 있겠지만 성 내부의 시설이나 물자 등이 전부 불타버리기 때문에 점령하더라도 한동안 방어 거점으로 활용할 수가 없어진다. 그나마 인간이 컨트롤할 수 없는 수준인 수공에 비하면 어느 정도 진압 가능하다는 것이 다행.

또한 우기에는 사용하기가 힘들다. 날씨가 매우 건조한 건기에는 한번 불이 나면 크게 번지지만, 비가 내리는 우기에는 구조물이 축축하게 젖어있어 불이 잘 붙지도 않고 어쩌다 불이 나더라도 쉽게 꺼진다.

6.4.3. 공격군의 방법

현대전에서도 불을 내는 방법은 현역으로 사용중이므로 여기서는 현대 이전의 수단을 짚어본다.
  • 투사체에 불을 붙여 던진다. 보통 투석기를 많이 사용했으나 구식 수류탄 같이 손으로 직접 던지는 것도 다수 사용하였다. 보통은 성벽보다는 성벽 너머 성 내부에 있는 가옥 같은 구조물에 불을 내서 성 전체가 불타오르도록 하는 전법으로 자주 사용했다.
  • 불화살을 쏜다. 사실 불화살은 생각보다 극적인 화공에 적합하지는 않다. 화살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에 다수의 불은 발사 순간, 혹은 비행 중에 꺼지게 되고, 설령 어딘가에 박혔다 하더라도 보통 불을 화살촉보다 조금 뒤쪽의 살대에 달아놓는게 보통이고 화력이 약하기 때문에 불이 옮겨붙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불화살을 퍼부우면 살아남는 불씨의 수도 어마어마하고, 화살 하나하나가 잠재적 화재 요소이기 때문에 절대 무시할 수 없다.[3] 방어군 측은 불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하면 화재를 대비해 병력을 분산시켜야 하며, 이는 방어 인력을 낭비하게 한다. 방어군의 사기가 꺾이는 것은 덤.
  • 토성, 석성이 아닌 목성일 경우, 직접 적 구조물에 불을 놓는다. 석성도 대규모 화재에는 목재 구조물이 불타면서 석벽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서 자주 시행되었다. 다만 성벽에 불을 직접 붙이는 것이므로 불 붙일 기름이나 불씨를 나르는 최일선의 공병들은 말 그대로 목숨을 내놔야 한다.
  • 화염방사기를 쓴다(!). 그리스의 불이니 맹화유궤 등에서 보듯 중세시대에도 화염방사기는 이미 있었다. 다만 전근대 기술 수준으로는 제조와 보관이 어려우므로 대량 동원하기도 어렵고 날씨의 영향을 화살보다 더 많이 받는 단점이 있다. 현대에도 화염방사기는 사거리와 함께 바람에 따라 안 쓰니만 못한 물건이 되는 등등의 문제가 있어 명중하면 화염방사 효과도 있는 열압력화기같은 상위 단계의 무기가 나오면서 거의 도태되었다.
  • 탄약고나 식량고같은 화재취약시설을 노린다. 특히 전장식 대포머스킷이 사용되던 시기의 공성전에서 유리했는데 탄약고에 불이 붙으면 대폭발하면서 순식간에 성이나 요새가 폐허가 되고 성벽이 붕괴되며 내부 시설이 박살나서 공성측이 이 때를 노려서 진입하면 순식간에 성이 함락되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전투에 쓸 화약이 고갈되므로 더 이상 전투가 불가능해져서 수성측이 항복에 동의하게 된다.

6.4.4. 방어군의 대응

화재 발생 확률이 줄어들게 만들고 화재가 발생하면 즉시 소화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인 조치다.
  • 곳곳에 큰 대야나 항아리를 비치하고 물을 받아놓는다. 장기전이 되거나 가뭄이 되면 식수로도 쓸 수 있다. 다만 오래 고인 물은 쉬이 상하므로 식수로 쓸거면 빠르게 소모하는게 더 나을듯하다. 이런 수법의 문제는 겨울에 혹한지대가 되는 곳인데, 불을 꺼야 할 물이 항아리나 대야 안에서 얼어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
  • 취약점에 생가죽을 씌운다. 털을 제거한 생가죽은 두껍고 그 자체가 수분을 머금고 있어 쉽사리 불붙지 않는다. 물에 불리면 더욱 좋다.
  • 탄약고의 탄약 관리를 엄중하게 하고 일정량 이상의 화약을 모아두지 않으며 탄약고를 여러 곳으로 분산시키고 신속하게 병력에게 화약을 분배하고 화약분배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없도록 한다. 이러면 탄약고가 폭발하더라도 국소적인 손상만 가져오며 화약 고갈을 막는다. 식량고도 동일한 조치를 취하면 좋다.

6.4.5. 실제 사례

기본적으로 공성전 중에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고 화재가 발생하면 공성전 진행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압도적이라서 화공을 사용해서 효과가 있는 경우는 압도적으로 많지만 화공만으로 성이 함락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나폴레옹 전쟁 시기까지는 탄약고 직격탄으로 유폭이 발생하여 수비군의 탄약이 고갈됨으로서 항복을 하는 경우가 의의로 많았고 그 이후의 현대전에서도 탄약고 유폭은 순식간에 전투의 향방을 가를 정도로 위력적이라서 화공은 항시 존재한다.
  • 적벽대전: 조조의 함대 뿐 아니라 육상에 있는 오림의 수군기지 및 요새도 불길이 옮겨붙으면서 불바다가 되었기 때문에 현지에서 방어전이 불가능해서 조조가 소수의 병력만 데리고 먼 길을 후퇴해야 했다.
  • 연안성 전투: 공격측이 화공을 시전했지만 역풍으로 전부 실패했다.
  • 이베리아 반도 전쟁: 공성전에서 탄약고 폭발이 화약 고갈로 이어져서 수성전 실패의 결정적 사유가 된 경우가 많았다.

6.5. 땅굴을 판다

성 밑으로 굴을 파고 들어간 후 몰래 안으로 들어가서 기습하거나, 벽 자체를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땅굴을 파서 소수의 병력을 성 내부로 진입시키는 방법이 더 유용했으나 수성측에서도 대비를 하자 땅굴을 파지만 성벽 기초를 무너뜨리도록 넓게 파면서 목재 받침대를 설치했다가 땅굴에 불을 지르면 받침대가 불타면서 땅이 꺼지게 되므로 성벽이 기초부터 붕괴되는 효과를 노리는 방법을 자주 사용했다.

땅굴 전술은 공성전의 시대를 지나 현대전까지도 이어졌는데, 영국군은 제1차 세계 대전60고지 전투에서 독일군의 참호선 아래까지 땅굴을 파고 폭약을 묻어서 날려버리기도 했다. 전술적으로는 승리를 거두었지만 전쟁의 규모가 규모인지라 전체 전황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현대전에서도 땅굴/북한과 같이 남아있고 구찌 땅굴처럼 공성전 용도가 아니라 지하요새의 개념으로 건설하는 경우도 있어서 공성전술이기도 하지만 수성전술이기도 하다는 양자의 특성을 동시에 가진다.

그래서인지 공성전술로서의 땅굴은 중국에서는 혈공(穴攻)[4]이라 한다.

6.5.1. 장점

일단 성공만 한다면 공성전을 바로 승리로 끝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심각한 타격을 수성측에게 입힐 수 있다. 성벽이 기초부터 무너지거나 주요 시설이 폭파되거나 주요 인원이 암살당하기라도 한다면 수성전을 제대로 진행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성벽을 손상시키지 않고 정예부대를 잠입시키는 경우에는 경우에 따라서는 성 자체의 방어력은 거의 손상되지 않은 채로 성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함락된 성을 쉽게 아군의 거점으로 삼을 수 있어서 차후의 전황에도 도움이 된다.

6.5.2. 단점

일단 지형을 심각하게 가린다. 파고 보니 돌덩이 천지면 진입도 못 한다. 한반도의 경우 화강암이 많아서 근대 이전에는 단기간에 굴 파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리고 수성측이 성을 건설할 때 해자를 깊숙하게 파거나 하는 경우같이 대책을 세워놓았다면 땅굴 파는 일이 어렵거나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땅굴 파는 것을 언제까지나 수성측에게 비밀로 할 수 없다. 땅에 이나 물그릇을 놓아서 진동을 보고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지 않더라도 공성측 후방에 이상하게 폐석이 증가하거나 하는 것을 관측하는 방법등으로 땅굴을 파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덤으로 작전 실패의 댓가가 크다. 성 내부로 병력을 침투시킬 경우 방어자는 안전한 벽 뒤에서 계속 병사들을 투입하지만, 공격자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맨 앞과 맨 뒤를 제외하고 전부 막혀있어 일이 잘못되면 도망을 못 간다. 성벽 붕괴 작전의 경우에도 미리 수성측이 대비를 하고 있다면 해당 지점까지 땅굴도 못하고 대응책에 걸릴 수 있다.

6.5.3. 공격군의 방법

기본적으로 은밀하게 진행해야 하며 가급적 빠른 시간내에 진행해야 한다. 인력과 시간이 대량 소모되는 일이므로 방어자가 빨리 알아차릴수록 효용이 급격도로 떨어진다.
  • 성벽 기초를 무너뜨리는 땅굴의 경우에는 성벽 아래까지 파고 멈춘 다음 폭을 넓히면서 버팀목을 세운다. 그 다음에 버팀목을 불태우거나, 화약이 있으면 폭약을 터뜨려서 버팀목을 제거하고 지반을 무너뜨려서 성벽을 붕괴시킨다.
  • 성벽 내부로 병력을 잠입시키는 경우에는 몰래 적진 안까지 파는 데 성공하면, 여기다 특공대를 투입하고 성벽 안팎으로 동시에 방어자를 공격한다.
  • 땅굴 특성상 장비 투입이 어려운데다가 몰래 파야 하고 시간도 촉박하므로 전문가를 투입해야 하며 땅굴의 방향이 어긋나지 않도록 측량도 잘 해야 한다. 물론 땅굴의 길이도 제대로 측정해서 무의미한 굴착도 막아야 한다.

6.5.4. 방어군의 대응

땅굴을 파는 일이 힘들거나 불가능해지도록 사전조치를 취해놓고 땅굴을 파는 것을 신속하게 알아채고 대응책을 시전하는 것이 기본적인 조치가 된다.
  • 앞서 썼듯 물그릇의 진동으로 알아차리고 맞굴을 파고 백병전을 벌인다. 중국에서는 지청(地聽)이라 하여 가죽으로 주둥이를 항아리를 땅에 대거나 아니면 물을 채운 항아리를 땅에 묻고 소리를 감지한다는 기록이 있는데 재현해 본 결과 실제로 감지할 수 있었다. 땅을 파면 진동이 발생할 테고, 그게 항아리에 찬 물에 파장을 일으키므로 땅을 파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다.
  • 백병전이 곤란하면 쇳물을 붓는다. 적이 땅굴을 판다는 것 자체가 지반이 흙이라 취약하다는 소리인데, 쇳물을 부으면 적도 죽이고 쇠로 지반을 단단하게 한다는 소리므로 일석이조. 다만 이 방법은 제철소가 있는 성에서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 아예 못 파게 성 건설 때부터 해자를 설치한다. 해자는 땅위의 적의 진격로도 막지만, 지반을 낮춰 땅굴을 파기 어렵게 만드는 기능도 있다. 해자를 피하려면 땅굴을 더 깊숙하게 파야 하는데 그러면 암반에 걸려버리거나 땅굴의 깊이가 너무 깊고 길어져서 굴착이 불가능해지거나 공사기간과 비용이 폭증할 수 있다. 덤으로 해자에 물을 주입해놓거나 하면 땅굴 파다가 천장에서 물이 쏟아져서 자동으로 수몰당하는 이점도 가질 수 있다.

6.5.5. 실제 사례

  • 한닥스 공방전: 공성병기를 동원하여 정석적인 공성전에 돌입하는 것처럼 가장한 뒤 실제로는 땅굴을 파서 성벽을 무너트렸다.
  • 여몽전쟁귀주성: 쇳물로 대응해 막았다.
  • 홍경래의 난의 정주성: 성벽까지 땅굴을 파고 그 아래 폭약을 설치후 터트러 벽을 무너뜨리고 진입하였다.
  • 1865년 7월 30일 피터스버그 공방전: 남북전쟁 당시 북군이 남군의 참호선을 뚫기 위해 참호선 아래에 폭약을 매설해 폭파시키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후속 병력의 투입에 문제가 생겨[5] 돌파에는 실패하였다.

6.6. 기어오른다

가장 단순하고 무식하며 전면적인 공격법. 결국 성이란 것은 벽에 둘러싸인 방어진지이므로, 넘어가서 점령해버리면 땡이라는 논리.

당연히 공격하는 병사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일이고, 그래서 여러 매체에서 묘사되는 공성전을 보면 성벽 위에 맨 먼저 올라가거나 심할 경우에는 성벽에 접근조차 안 되겠다 싶으면 성벽 밑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병사에게 문자 그대로 파격적인 포상과 함께 당사자가 전사할 때 해당 포상을 가족이 물려받을 권리라는 안전장치까지 거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 약속을 실제로 지켰다. 이렇게 해야 동기부여가 될 정도로 죽기 딱 좋은 짓이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고대 로마군은 성벽을 가장 먼저 넘은 후 살아남은 병사에게 성벽관(Corona Muralis)이라는 황금관까지 씌워줬고, 레드 코트는 첫 성벽 돌파자가 살아남으면 그 이전 신분이 어쨌든 소위 자리는 일단 깔아놓고 시작했으며, 일본 전국시대 때도 성벽을 제일 먼저 넘는 이치반노리(一番乗)를 영광으로 여겼다.

또 공성전을 통해 성이나 도시를 점령하면 병사들에게 보상으로 하루에서 며칠 정도 약탈·강간 등을 허가해주기도 했다.

6.6.1. 장점

성공만 한다면 시간소모가 가장 적다. 안그래도 시간이 흘러갈수록 전황이 공격측에 안좋게 돌아가는 일이 많은 상황에서 성 하나에 발목을 잡혀서 시간을 끌며 이후 전황을 망치는 사태를 없앨 수 있다. 물론 성공했을 때 이야기다.

그리고 제파 전술의 특성도 가지고 있어서 수성측이 압도적인 공성측의 병력과 화력을 경험하게 되면 위축되기 마련이고 수성측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혼란이 발생하면서 컨트롤 미스가 발생하기 딱 좋기 때문에 다른 공략법에 잘 버티던 성이 어이없게 함락당하기도 한다. 제20차 콘스탄티노폴리스 공방전에서도 2달간 콘스탄티노플이 여러가지 공세를 막으면서 버텼지만 최후의 대공세때 수비대장 조반니 주스티니아니가 복부에 심한 중상을 입고 후송되면서 빈 틈이 생기고 시민들의 출입구로 이용되던 비밀 쪽문 케르카포르타(Kerkaporta)가 열리는 일이 발생하면서 5월 29일 자정부터 일출까지의 짧은 전투시간만에 성이 함락된다.

6.6.2. 단점

시간소모가 적은 만큼 반대급부로 막대한 병력소모를 감내해야 한다. 사실상 공격 측 지휘관이 함부로 못 쓰는 가장 큰 이유. 적들이 잠들었거나 내통자/첩자를 동원하면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전면전에선 방어측도 벽에 달라붙기 전에 온갖 투사체로 공격자를 사살하려 들 것이다. 특히 1차 투입대는 거의 무조건 그냥 죽는다. 손자병법에서는 "성을 공략하기 위해 각종 무기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기다리지 못한 지휘관이 병사를 나방 떼처럼 성에 기어오르게 하여 3분의 1이나 죽게 하니 이는 공격하는 측의 재앙이다"라고 언급한다.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사다리를 비롯한 공성장비는 현지에서 조립하거나 조달해야했는데. 제대로된 측정장비도 없던시절에 주먹구구식으로 성벽 높이등을 측정했다가 공성도구가 짧거나 너무 길어서 피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전쟁중에 성벽길이같은걸 측정하게 해줄리가 없으니... 이베리아 반도 전쟁중 영국군이 사다리가 짧아서 진짜 손으로 성벽을 기어올라간적이 있었다. 워낙 유리했던상황이라 이기긴 했지만. 열이 제대로 받은 영국군 병사들이 민간인들을 죄다 죽이고 강간해버렸다고...

그리고 해당 전술만 쓴다면 당연하게도 실패힌다. 그냥 사다리만 쓰거나 기어오른다면 실패 확률이 높다. 성벽이라는 것 자체가 공격자들의 진입을 막는 건데 일부러 벽밑까지 와준다? 방어측은 올라올 때 동안 기다렸다가 사다리를 살짝 밀기만 하면 된다. 이처럼 전면전은 방어 측이 당연히 훨씬 유리하다. 그러므로 여러가지 전술을 복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을 압도해야 한다. 중과부적상황을 만들거나 최소한 수성측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압도적인 병력을 일시에 파도처럼 밀어붙여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설령 전면에서 밀어붙이면서 후방의 낡은 성벽으로 별동대를 보내서 성벽을 쉽게 넘는다는 식의 작전을 쓰더라도 최소한 전면의 대공세가 수비군이 다른 곳으로 신경을 돌리지 못하도록 강력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대규모 병력을 한번에 퍼부을 능력이 있어야 한다.

6.6.3. 공격군의 방법

기어오른다는 방식은 단순하지만 실제로 그걸 실행하려면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 요구된다.
  • 전면적인 공격이다. 병력을 최대한 동원해서 벽에 접근할 때까지 병사들이 많이 살아남아야 한다. 벽 밑까지 못 오고 전멸하면 아무 의미없는 투입이다. 그래서 대규모 병력의 집중투입이 요구된다.
  • 성벽의 높이를 알아낸다. 이하 모든 방법은 높이를 정확히 안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하다. 높이를 알아내는 건 보통 그림자를 이용해 직각삼각형의 비례를 이용한 원리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대략적인 높이만 알 수 있으므로 첩자를 쓰던지 다른 전투중에 알아내던지 해서 성벽의 실제 높이를 최대한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 토산을 쌓는다. 어차피 공격자라면 인력이 방어자보다 우월하므로 빨리 쌓을 수 있다. 토산은 적 성벽과 비슷하게 쌓으며, 이렇게 되면 높이차이에 의한 페널티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성 주변이 바다라서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 알렉산더 대왕의 티레 공방전처럼 바다를 그냥 매립해서 접근 경로를 만들기도 한다.
  • 사다리를 올린다. 사다리는 가볍게 만들어야 빠르게 병사들이 지고가서 걸칠 수 있다. 특히 이 방법은 타 방법에 비해 간편하고 기습이 가능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사다리를 설치할 수 있는 수레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를 동아시아권에서는 운제(雲梯)라고 한다.
  • 성벽 높이와 비슷한 공성탑을 만들어 거기다 병사들을 넣고 벽을 넘어가게 한다. 그냥 탑은 올라가서 적진을 관찰하는 데에 그치지만, 사다리에 바퀴까지 달리면 그 자체로 담을 넘는 훌륭한 기구가 된다. 이런 공성탑을 더 크게 만드는 경우 공성탑 자체에도 공성무기를 장착하여 적을 화력으로 제압하며 접근하기도 한다. 디아도코이 전쟁 때는 헬레폴리스라는 당시 기준으로 이동 요새/전함급 크기의 공성탑까지 나왔다.
  • 성벽과 성문을 공격하는 것 같은 다른 방법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방어자가 막아내야 할 범위가 더 커져서 부담이 강요된다.

6.6.4. 방어군의 대응

성벽을 기어오르는 전술은 대공세가 일반적이므로 그에 대응한 준비를 잘 해야 한다.
  • 대공세에 대응한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고 실제 상황이 닥치면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 장시간의 전투에 대비한 예비 병력의 확보와 투입도 중요하다.
  • 벽을 높고 곧게 쌓는다. 물론 지나치면 무너지기도 쉽고 건설비용도 무지막지하게 올라간다. 특히 화포가 일반화된 이후부터는 지나치게 높고 곧은 성벽은 대포에 맞아 무너졌기 때문에, 화포에 잘 버티도록 약간 경사지고 낮더라도 두텁게 성벽을 쌓게 되었다.
  • 각종 투사무기로 적의 수를 줄인다. 높이 차이와 엄폐물 덕분에 똑같이 활을 쏴도 숫자가 똑같다면 수비측이 공격측보다 훨씬 강하며, 특히 사다리를 타고 오르거나 공성장비를 끌고 오는 적들은 느리면서도 양손이 묶이기 때문에 쏘면 쏘는대로 맞을 수밖에 없다. 언제나 활과 총은 수비측의 든든한 친구였으며, 조금 더 본격적으로 가면 성벽 위에 포대를 쌓고 투석기나 발리스타, 대포 등을 올리기도 했다. 하다못해 맨손으로 던지는 돌조차도 '시석(矢石)이 빗발친다'는 관용구가 있을 정도로 유용하게 쓰였으며, 끓는 물[6]도 벽 바로 밑의 적에게는 치명적이다.
  • 사다리를 밀어버린다. 끝이 갈라진 장대를 대고 밀어버리면 다 올라온 놈은 추락사, 밑에 있던 적도 사다리에 압사당하든가 부상당하든가 최소한 다시 사다리를 걸치느라 무방비 상태가 된다. 하지만 사다리가 수레형 같은 견고한 구조로 되어있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공격측에서도 이를 대비해 사다리 아래에서 병력들이 사다리를 붙들어주곤 했다.
  • 화공으로 물리친다. 전근대 공성무기들은 공통적으로 대부분 목재인 만큼 화재에 매우 취약했으며 특히 여러 명이 올라가야 하는 사다리나 공성탑의 경우, 화공의 효과가 매우 뛰어났다.
  • 미리 가짜 성벽을 만들고 적이 기어오르면 넘어뜨리거나 철거한다. 적의 입장에서는 당황을 하게 되며 이 틈을 노려서 수성측이 반격을 하기 쉽고 가짜 성벽에 올라탄 적군은 추락해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게 된다.
  • 토산을 못 쌓도록 최대한 방해하거나 공성무기로 파괴한다. 토산 건축에는 시간과 인력이 대량으로 필요하며 건설현장을 감출 수 없으므로 대응공격이 잘 먹힌다.
  • 예비대를 투입한다. 벽을 죽어라 넘어와도 그 앞에 썡쌩한 수비대가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 벽으로의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숲을 조성하고, 물을 채운 해자를 만든다. 마름쇠나 끝을 깎아낸 목책 등의 장애물은 보너스.

6.6.5. 실제 사례

공성전의 대다수가 최후의 대공세로 함락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성벽을 기어오르는 전술을 사용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래서 대공세로 함락당하거나 대공세를 이겨낸 경우 중 성벽을 기어오르는 전술이 집중적으로 사용된 사례를 기록한다.

6.7. 성벽, 특히 성문을 파괴한다

수성전에 유리하게 제대로 만들어진 성이라면 성문을 뚫어버리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함락방법이다. 기어오르든 땅굴을 파든, 공격자의 투입로는 매우 제한적이기에 공격측 병력이 간신히 성 안에 진입한다고 해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수비측의 예비대에게 포위되어 순식간에 몰살당하거나 도로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격측의 공성전술은 성문의 장악을 전제로 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다른 방법, 예를 들어서 성벽을 타고 오르거나 땅굴을 파는데 성공하더라도 보통은 곧바로 성문으로 달려가 성문을 장악하고 성문을 열어서 후속병력을 성 안으로 투입하게 하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방어측 또한 마찬가지로 성문의 사수를 제 1순위로 하고 대응하게 된다.

참고로 성문을 뚫는 것은 고대에서, 특히 고대 로마에서는 끝장을 보자는 의미였다. Murum aries attigit는 '충각이 벽을 쳤다'라는 뜻으로 충각을 사용하는 순간에는 항복을 받아주지 않고 무관용으로 대응하는 것이 고대 로마의 관례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에서 언급된 바 있바 있다.

6.7.1. 장점

성이 아무리 좋아도 성문이 없으면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그리고 문은 열려고 만드는 것이다. 성벽에 비해 내구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수성측 입장에서는 숨길 수 없는 약점을 찌르는 것이다.

그리고 성문은 성 안으로 진입하는 통로 중에서 가장 넓고 큰 통로다. 일단 돌파당하기라도 하면 수성측에서 제대로 된 방어책을 쓸 틈도 없이 성 내부가 장악당해서 끝장난다는 것이다. 이걸 공성측도 알기에 모든 수단을 성문에 집중적으로 동원한다. 일단 어디 한 군데 뚫리는 순간 분위기가 급격하게 공격측으로 기운다. 공격측이 뚫린 통로로만 공격하는 것도 아니며, 내부 진입을 허용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기가 급격히 떨어진다. 어찌저찌 몰아냈더라도 취약점이 생겼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당연히 생기고, 거기다 그 생고생을 하며 간신히 문짝을 열어놨는데 성문을 다시 달 정도로 공격 측이 느긋하게 대응할리는 없다. 결국 공격자가 다시금 해당 지점으로 집중공격을 퍼부어, 방어자의 포위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오면 공성전이 끝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전술과 복합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땅굴을 뚫던지 성벽을 기어오르던지 간에 목표를 성문으로 해도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면서 성과가 더 많을 수 있다. 덤으로 애초부터 성문을 박살낼 용도로 해당 전술들을 사용하면 쓸만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19세기 이후에는 무연화약, 고폭탄의 발달로 두껍고 단단한 방벽으로 적을 막는다는 개념 자체가 쇠퇴하게 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현대적인 요새를 공략하는 임무가 추가되었으므로 지금도 성문에 해당하는 요새 출입구를 공격하는 방법이나 요새 벽면을 박살내고 들어가는 식의 시가전에 가까운 공략방식은 현존하며 발전중이다.

6.7.2. 단점

성문이 약점이라는 것을 수성측이 제대로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성을 건축할 때부터 이런 점을 생각해서 각종 대책을 세운다. 애초에 대문이나 벽을 좀 부순다고 집이 무너지면 그건 부실공사 수준이다. 성도 똑같으며, 당연히 그걸 지은 건축가는 바보가 아니다.

당장 성문을 돌파하기 위해 투입해야 할 화력이 너무 많다. 전투용 성문은 벽보다 약할 뿐이지, 기본적으로 매우 견고하다. 일반 건물의 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래서 생각보다 많은 화력을 잡아먹는다. 정작 성문을 깨고 나면 예상보다 훨씬 부실한 전투력으로 그 이후 싸워야 한다.

그리고 성문 공략과정에서 벽 넘어가기 이상의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한다. 방어측도 성문이 가장 약한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성문 주변은 밀집된 방어군과 다양한 방어시설의 조합으로 가장 저항이 격렬한 장소이다. 멀리서는 화살과 화포, 가까이서는 돌과 끓는 물/모래 등이 쏟아지는데 공격측이 성문을 뚫으려고 준비한 것이 망치든 파성추든 폭약이든간에 제대로 성문을 공격하기 위해선 말 그대로 사람을 갈아넣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성문이나 성벽의 일부를 부수고 돌파에 성공하더라도 이론적으로 적 전멸까지 축차투입이 강요된다. 성문을 뚫거나 성벽을 부순다고 해도 공격 측은 좁은 통로에 병력을 밀집해서 밀어넣어야 하는데, 자연스레 한정된 인원만 전투하게 되는 축차투입이 이루어진다. 거기에 성벽 위의 방어 병력이 놀고 있을 리는 없기 때문에 기각지세(埼角之勢)의 구도가 이루어진다. 물론 대부분의 성은 해당 시점에서 함락이 기정사실화되고 심리적 충격을 받은 수성측이 항복하게 되지만 말 그대로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이렇게 된다면 성문 돌파 후 돌파구를 줄이려는 수성측과 한 판 붙고 성 내부에서 시가전을 벌이는 막장상황까지 돌입하게 된다.

6.7.3. 공격군의 방법

성문과 성벽을 무력화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동원된다. 성벽을 기어오르는 방법과의 차이는 성문이나 성벽의 특정 부분같은 좁은 부위에 집중공격을 할 수 있도록 배치와 투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 각종 공성무기를 사용한다. 통나무 망치[7] 또는 투석기, 노포로 투사체를 쏴서 문을 파괴한다. 전투 코끼리같은 대형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동물로 돌격시켜도 된다.
  • 성벽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노후되어 균열이 생기기에 공성측에서 여기를 노려서 충차를 동원해 부수거나 아예 개인 연장으로 후벼파는 식의 전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제2차 진주성 전투때 왜군도 이런 전술을 사용했다.
  • 화약 개발 이후로는 화포를 쏜다. 폭음과 위력 모두 방어측에 공포감을 주기 충분하다. 만일 해안이나 섬에 위치힌 성채여서 육군 대포를 끌고 오기 곤란하면 박격포함 함대로 날려버린다.
  • 16~17세기에는 페타드(Petard)라는 원시적인 접착 폭약을 사용하기도 했다. 페타드는 폭약을 가득 채운 철제 양동이에 널찍한 판자를 뚜껑으로 붙인 물건으로, 무게 20~30kg 가량이라 두 사람이 운반하는 형태였다. 운용병은 Petardier라고 불렸으며, 사용법은 페타드를 성문에 대고 나무판에 못질을 해 고정한 다음 도화선에 불을 붙여 터뜨리는 식이다. 1639년 에든버러 성 공성전에서는 수성측의 방심을 틈타 페타드로 성문을 부수고 한 명의 손실도 없이 성을 점령한 기록도 있을 정도로 위력은 확실했으나, 도수운반을 해야 하는 30kg짜리 쇳덩어리를 성문에 못질해서 고정해야 하기에 단점도 매우 커서 30년 전쟁을 마지막으로 거의 사장되었다.예시

6.7.4. 방어군의 대응

좁은 지역에 집중되는 공격에 대비한 각종 조치를 준비하고 진행한다.
  • 공성병기를 무력화시킨다. 통나무 망치는 갈고리를 걸어 낚아채고, 집어던진 투사체의 충격완화를 위해 성벽 바깥에 짚더미나 매트리스를 늘어뜨린다. 또한 거의 모든 공성병기는 편의를 위해 목재로 만들었으므로 상황이 좋다면 기름병을 던지고 불화살 등을 쏴서 방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8] 물론 아래로 돌을 던지고 뜨거운 액체를 뿌리는 등의 공격을 가해서 공성병기를 운용하는 적들도 사살한다.
  • 방어측도 똑같이 투석기나 노포, 대포 따위를 쏜다. 적의 공성기구를 파괴하기 위해서이다. 숫적으로는 불리할지 몰라도, 고지대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사거리나 파괴력에서는 우세하다.
  • 벽이 무너지면 나무, 흙, 자갈 등으로 메워서 임시 수리한다. 정상적으로 설계된 성벽은 구멍 한두 개로 쉽사리 전체가 와르르 무너지지 않는다.
  • 적이 화포를 쏜다면, 이쪽도 화포를 설치해 응사한다. 보통 공성포는 파괴력 강화를 목적으로 커지므로 방어측도 겨냥하기 쉽다. 대전기 요새에서는 한술 더 떠서 비교적 멀리 있는 공격군을 접근하기도 전에 이것으로 때리기도 했다.
  • 대포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벽 높이를 낮추는 대신 두껍게 만들고 앞에 토벽을 쌓는다. 흙은 돌벽과 달리 쉽게 보수할 수 있고, 화약무기가 등장한 후로는 포탄의 충격을 훨씬 잘 견디며 파편이 튀지 않는다는 장점까지 부각되었다.
  • 화포가 대중화된 이후로 축성된 요새들은 어지간한 돌벽으론 지속적인 공성포의 포격을 견디기 어려우니 자연석보다 유지보수가 쉽고 포탄에 잘 버티는 벽돌과 흙을 이용하여 낮고, 두껍고, 경사지게 성벽을 만드는 형태가 많이 보인다. 또한 성벽 앞에 낮은 제방을 만들어서 공성측의 포탄이 성벽을 바로 때리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도 쓰였다. 성형 요새 참조.
  • 바위산, 종상화산 등 지형지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을 쌓는다. 성문이나 성벽으로 적이 근접하기 어렵게 만들면 공성의 난이도가 폭증한다. 산에 성을 쌓는 산성이 대표적인 사례다.
6.7.4.1. 성문
성문은 상식적으로 당연히 가장 취약하므로 설계부터 방어력을 극대화한다.
  • 당연히 문 자체도 두껍게 만들고 쇠로 강화하면 방어력이 올라간다. 성문 강화의 기초적인 방법이다.
  • 내리닫이 살문에 쇠를 씌워 내화력을 강화한다. 화공에도 상당기간 버틸 수 있다.
  • 문루를 양옆에 설치해 수비대가 화살을 숨어서 쏘게 한다. 성문을 공격하는 병력에게 측면공격을 하는 셈이라 타격력이 높아진다.
  • 내민 다락/돌출총안을 설치해서 적병의 접근을 제한한다. 접근하면 뚫린 구멍으로 끓는 물, 생석회, 달군 모래, 돌 등을 투하한다. 공격군 입장에서는 머리 위에서 공격이 날아오므로 대응이 어렵다.
  • '살인 구멍(Murder Hole)'을 문 위쪽 천장에 뚫어서 성문을 공격하는 적에게 달군 돌, 끓는 물, 생석회 등을 퍼부어서 진입을 지연시킨다. 성문에 근접하거나 1차 성문을 뚫은 적에게 불의의 기습이 된다.
  • 해자를 만들고, 성문 앞에는 도르래식 다리를 설치했다가 전시에 올려버린다. 올려진 다리는 그 자체로 매우 성가신 장애물이 된다. 그리고 해자를 건너야만 성문에 근접할 수 있으므로 공성 난이도가 더 올라간다.
  • 문 주변은 기초를 펑퍼짐하게 펼쳐서 쌓는다. 이렇게 하면 깎아내는 공격에 더 잘 견딜 수 있다.
  • 마른 해자를 문앞에 파고 말뚝을 박는다. 말뚝은 표적지 역할을 하여 아군 궁수가 더 쉽게 겨냥할 수있도록 돕는다.
  • 문 주위에 수비대 막사를 설치한다.이렇게 하면 불의의 기습을 당하여 문이 뚫리더라도 예비 병력을 빠르게 투입할 수 있고 수비대 막사 자체가 방어 거점으로 작용하므로 더욱 빠르게 적을 쫓아낼 수 있다.
  • 아예 문 자체, 또는 성벽을 이중 삼중으로 설치한다. 실제로도 축성술이 발달함에 따라 성벽과 성문은 늘어나서 어떤 성들은 3겹에 이르기도 했다. 물론 문제는 축성비용.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이런 건 그놈의 돈이 문제다.
  • 동아시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옹성, 관성, 치 등 상당수 시설은 문을 방어하기 위해 설치된 것들이다. 옹성을 문 앞에 쌓으면 공격측은 공성구를 문에 밀고 갈 때까지 성문과 옹성 양쪽에서 퍼붓는 공격을 맞아야 하고, 공성병기로 성문을 타격하려 해도 성문까지 스피드있게 일직선으로 밀고 갈 수 없으므로 타격하는 에너지량 자체가 확 줄어들어 버린다.
  • 치성과 옹성의 강화판으로, 본성과 독립된 별개의 성채를 성문 옆이나 앞에 건축한다. 당연히 부가 시설물이 아닌 좀더 작은 규모긴 해도 성 하나를 올리는 것이라 비용은 더 들지만, 제대로 쌓았다는 전제 하에서는 공성군이 노려야 할 성이 두곳이 되는 셈이다. 전자의 경우로는 파리 도성의 생 앙투안 관문바스티유 요새[9], 후자로는 크라쿠프 성의 생 플로리안 문과 바르비칸 요새가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후자의 경우 해자와 함께 써서 교두보라는 이름으로 절찬리에 애용되는 축성 기법이다.
  • 아예 성문을 바닥에서 몇미터 높게 설치한다. 평시에는 반대쪽에 위치한 다른 성문으로 출입하거나 성 안에서 사다리/경사로 등을 내려줘서 출입하게 한다. 이러면 성문을 뚫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뿐더러, 성문을 부쉈다 해도 성문 자체가 낮은 성이나 다름없게 된다. 게다가 공성추같은 병기는 어느정도의 크기가 있어야하거나 인력을 동원할 경우엔 충격력을 위해 돌진할 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를 운용할 평지를 쌓아올려야 하며, 자연스럽게 수성측의 공격에 노출된다.
  • 뒤에 벽이 있는 가짜 성문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이러면 가짜 성문을 의도적으로 약하게 보이도록 꾸며서 공격측을 속일 수도 있다.
  • 뒷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방어측이 성문 뒤를 돌이나 토사 등으로 막아버렸다면 성문을 뚫겠다고 밀어넣은 장비와 인력이 전부 허사가 된다. 물론 이 경우엔 방어측도 성문을 통한 역공을 포기해야 하지만, 방어측이 소티를 편성할 수 없거나 공격측의 전력이 막강하다거나 하면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1607년에 토스카나 공국 함대가 오스만 제국 치하의 키프로스 파마구스타를 공격했을 때에도 페타드로 성문을 부수는데 성공했으나 성문 뒤가 토사로 막혀 있어서 결국 공략에 실패한 기록이 있다.
  • 암문(暗門)을 설치하여 유사시에 비밀리에 보급하거나 출성공격을 하는 방법도 있다. 암문은 위치가 발각될 것 같으면 신속하게 메꿔서 좀 더 튼튼한 성벽으로 사용가능하므로 원래 성문은 막아버리고 암문을 이용하는 방법도 사용할만 하다. 수원화성등 암문을 가진 성이 많다.

6.7.5. 실제 사례

성문이나 성벽을 파괴하는 전술이 쓰이지 않은 적이 없다시피 하므로 사례가 다양하다.
  • 콘스탄티노폴리스 함락: 5월 29일 자정 무렵부터 해가 뜰 때까지 이어진 대규모의 최후 공세로 인해 장시간 전투에 지친 수비대의 실책으로 쪽문을 잠그지 못했고, 오스만 제국은 3차 공격대였던 예니체리를 동원해 해당 지점을 끝끝내 뚫어, 성을 함락해버린다.

6.8. 성벽 너머를 타격한다

성을 함락시키기 힘든 이유는 성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성 안에 방어병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성 안의 방어병력에게 어떻게든 타격을 준다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이다.

화약의 시대 이전에는 투석기로 불덩어리를 던져서 화재를 일으키거나 시체나 감염물 정도를 던져넣은 뒤 전염병이 돌기를 기대하는 게 전부였으나, 곡사포가 발전하면서 성벽 너머의 적을 타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물론 반대로, 성 안의 적이 성벽 너머 공성측 병력을 타격하는 것도 가능해졌으나, 언제나 그렇듯 공성측의 포병은 수성측보다 우월하기 마련이다.

6.8.1. 장점

성벽이나 성문을 정확하게 타격해야 하는 공성방법보다 명중 난이도가 낮다. 일단 성 안은 좁고 시설이 밀집했으므로 어디에 맞아도 타격이 약간이라도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점을 노려서 화재가 일어나라고 가연물질에 불을 붙여서 던져넣거나 하는 공성방법이 자주 사용되었다.

특히 탄약고라던지 식량창고라던지 하는 취약시설에 투석기로 화염탄을 발사해서 명중시킴으로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박을 노릴 수 있다. 탄약고 유폭은 매우 위험한 현상이며 순식간에 수성측이 항복을 결심할 정도의 파괴와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며 화약이 사라지고 식량이 불타게 되면 화약과 식량 부족으로 수성측이 저항할 수 있는 시간이 엄청나게 줄어들게 된다.

덤으로 민간인의 희생도 많아지고 수비병력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도 사라지며 화재 위험과 전염병 발생 위험도 높아지므로 수성측의 전투진행에 점점 방해가 발생하게 된다. 도트 데미지처럼 점점 수성측을 갉아먹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곡사공격에 대응책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에는 성벽 너머를 타격하는 방식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당장 현대적인 곡사포 포격에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던 19세기식 요새는 브레스트 요새 방어전에서처럼 전투 시작과 동시에 집중포격으로 반파되고 수성측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방어전을 시작하며 오래 버티지도 못한다. 해당 전투에서 공격측인 독일군은 17000명, 소련군은 9000명 정도로 병력비는 2:1이였으나, 소련군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투 시작 7일만에 약 8800명 가량이 전사, 부상, 또는 포로가 되면서 사실상 전원이 전투불능이 된 반면 독일군은 400명 가량의 전사자와 600명 가량의 부상자를 내는데 그쳤다. 전근대의 공성전이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한 결과다.

6.8.2. 단점

애초부터 곡사와 원거리 사격 자체가 쉽지 않다. 투석기는 자체 위력 부족으로 성벽에 상당히 근접해서야 성벽을 타격할 수 있어서 성 내부의 구조물을 파괴하기에는 답이 없었다. 물론 화재를 발생시키거나 전염병을 퍼뜨리는 목적으로 아무거나 살짝 날려서 성 내부로 집어 넣는 것은 쉽지만 화재나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냥 물건 하나 넣고 끝난 셈으로 위력이 격하된다.

화약을 사용하는 화포가 전장에 도입된 후에는 위력은 쓸만해졌으나 일반적인 대포의 사격각을 높이는 것도 초기에는 쉽지 않았고, 고각사격을 위해 구포가 개발되긴 하였으나 일반적인 포에 비해 사거리와 위력이 다소 아쉬운 편이었다. 무엇보다, 조준도 힘들고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원하는 지점을 정확히 맞추기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구포같은 경우 고폭탄을 쓰지 않으면 신나게 탄만 쏴놓고 정작 유효타는 날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술의 발전으로 곡사포가 흔해진 이후부터는, 당연하게도 요새 자체가 쇠퇴기에 들어간데다 곡사포 대응책으로 대부분의 요새들이 지하화 또는 콘크리트 떡칠이 되었기 때문에 결국 콘크리트 방벽을 때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당연하게도 공성포 등급을 받을 정도로 거대한 거포중포를 동원해서 두들기지 않으면 성과도 없으며 콘크리트 방벽을 돌파하지 않으면 내부 손상을 못주니 결국 요새의 방어력을 전면에서 상대해야 했다.

생화학무기의 경우, 전근대적인 오염물 던지기는 앞서 이야기한대로 행운을 노려야 전염병이 퍼지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는 쓸만하지가 않고, 대포로 쏠 수 없기 때문에 중세 이후에는 도태되었다. 나중의 기술발전으로 만들어진 생물학 무기는 반대로 너무 강력한데다 세균/바이러스 특성상 통제할 수도 없는 것이 증식하므로, 사용시 공성측도 추가적으로 당하는 것이 시간문제이므로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화학병기의 경우에는 누구나 독가스를 쓰던 1차대전기까지만 해도 유효한 수단이었으나 2차대전기에는 적이 보복으로 다른 전선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할수 있다는 점, 또 화학무기 사용 자체에 대한 여론이 좋지 못했으므로 거의 사용된 적이 없다. 또한 항공기와 장갑 차량의 발달로 전선은 1차대전보다 훨씬 유동적으로 변하는데 화학무기가 사용된 지대는 아군 병력 또한 자유롭게 활용할 수가 없으므로 사장되었다. 독일군의 경우 보급부대가 사용하는 대량의 군마에 모두 방독면을 지급하기가 어려워서 화학무기를 쓰지 않았다고 전후에 밝힌 적이 있다.

6.8.3. 공격군의 방법

성벽 너머를 타격할 수 있는 곡사병기와 제대로 된 조준이 가능한 포격술이 요구되며 기술 및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 직사화기는 당연히 성벽에 막히기 때문에, 박격포 등 곡사화기를 사용한다. 19세기 이전까지는 공성용 박격포 정도가 대부분이었지만 이후 화기가 발전하며 19세기 말부터는 상당수의 대포가 곡사포로 바뀌었기 때문에 선택지가 많아졌다.
  • 가급적이면 폭발하지 않는 라운드 샷보다는 고폭탄을 사용한다. 기술력 부족으로 고폭탄 발사시 포신 내부에서 유폭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서 근대시절의 곡사화기는 포신이 극단적으로 짧은 구포 형식이 많았다.
  • 1~2차대전의 요새 상대로는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오소비에츠 요새가 그 예시. 좀비들이 역공을 할수 있으니 주의할것
  • 항공병기를 동원한다. 물론 항공기가 있던 시절의 요새들은 당연히 대공포도 있지만 대공포의 방공능력은 너무나도 저열해서 전문적인 대공포탑이 아니고서야 제대로 된 타격은 커녕 방해조차 어려웠고. 대공포탄이 거의 안닿는 초고고도에서 퍼붓는 전략폭격엔 답이 없었다. 대전기 사례 중에서도 다소 특이한 경우지만, 대공방어가 허술한 요새를 상대로 공수부대가 강하해 제압한 사례가 있다. 에반-에마엘 요새가 그 사례이다.

6.8.4. 방어군의 대응

사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는다면 전투 돌입시 방어자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의외로 한정적이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공격에 대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요새포로 맞사격을 할 수 있으나, 완벽한 대응은 아니고 그저 반격 정도에 불과하다. 근대 시절에 지그재그로 참호를 파면서 접근해오는 공성포에도 대응이 어려웠으며 특히 탄착관측이 어려운 언덕 너머의 후사면에 포병진지를 건설하고 포격하는 방식에는 대응이 더 어려웠다.
  • 포격 방향에 제한이 없는 곡사 방식의 요새포와 진지를 확보해야 한다. 미군이 필리핀 만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섬 요새들은 바다 쪽에서 일본 제국 해군의 군함이 올 것을 대비하고 해안포를 배치하였으나 막상 실제로 벌어진 전투는 일본 제국 육군이 주변 지역을 점령하고 폭격과 포격을 가하는 것이었으므로 상당수의 거포가 사격 각도와 포각 한계 문제로 무용지물화되었다. 그런 와중에서 적에게 위협이 된 화포는 305mm 대구경 박격포였으며 일본군은 해당 박격포를 하나씩 집중공격하여 모두 파괴하기 전까지는 섬 요새들을 함락시키지 못했다. 반면 드럼 요새는 360도 선회가 가능한 14인치 연장 주포탑을 두개나 설치한데다가 요새 자체도 콘크리트 전함이라 불릴정도로 전방위에 아주 튼튼한 방호력을 갖춘데다 해자 대신 바다를 해자로 삼고 있어서 일본 육군이 역으로 화력에 압도되어 아무것도 못하고 미군이 필리핀 전역의 전병력에게 항복을 명할때까지 굳건하게 지켜낼수 있었다.
  • 화포의 시대에 더 성벽을 높게 쌓을 수도 없으므로, 요새를 지하화하거나 단단한 콘크리트 등으로 덮는다. 전부를 덮을 수 없다면 가급적 요새포나 주요 시설부터 포탑과 콘크리트로 보강한다. 드럼 요새가 대표적인 사례다.
  • 제공권을 확보하던지 최소한 대공포등을 사용해서 폭격과 관측을 방해하던지 해야 수성전을 최대한 길게 이어나갈 수 있다. 일본군이 남방작전을 하면서 필리핀을 침공할 때 필리판 만에 있던 코레이도르 섬을 비롯한 4개 섬의 요새들은 막강한 공격력과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제공권을 빼앗기고 탄착관측을 당하면서 집중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결국 대부분은 콘크리트 파편 더미로 전락하고 말았다.
  • 아예 외부 방벽을 포기하고 지하화하고, 노출을 최소화하며 화생방 방호대책도 갖춘다. 다만 여기서부턴 적의 진격을 저지하는 요새라기보다는, 내부 인원이나 장비를 보호하기만 하는 방공호 성격의 기지가 된다.

6.9. 첩자를 활용한다

공성측과 내통하는 자를 만들어서 공성전에 다양하게 써먹는 방법을 말한다. 일종의 비정규전이라 할 수 있다.

6.9.1. 장점

손자병법같은 고대의 병법서에도 나오듯이 공성전 능력이 약했던 고대부터 유용했던 방식이며 다른 방법보다는 상대적으로 공격자의 병력손실이 적다.

일단 제대로 작동하기만 해도 효과는 탁월하다. 난공불락이라고 알려진 성들의 상당수가 첩자 같은 내부 혼란으로 인해 함락되었다. 동로마 제국이 정공법으로는 함락이 불가능에 가까웠던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수도로 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로마 내전에서 쉽게 반란자가 성 내부로 진입하여 황제 자리를 찬탈하는 일이 많았던 것도 성 내부에 내응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담도 적다. 직접적인 손해는 성 내부의 내통자로 국한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적의 함정에 걸렸다고 해도 함정에 걸린 병력 정도만 손해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6.9.2. 단점

군사서적마다 첩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리 양성해놓아야 하며 배치도 잘 해놓아야 한다는 대목이 들어가고 첩자의 능력에 너무 기대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다 있다.

일단 첩자 자체가 양성하기 어렵다. 적에게 눈에 띄지 않거나 최소한 아군인 척 할줄 아는 능력 자체가 얻기 쉽지 않다. 특히 민족과 언어까지 다르다면 난이도가 기하급수로 올라간다.

현지인을 포섭하려고 해도 적이 쉽게 넘어오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다. 공포에 빠져서 일시적으로 내응자가 되도록 하려고 해도 적어도 압도적인 병력으로 공성전을 해서 적에게 위압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식의 내응자는 급조된 것이라 실력도 좋지 않아서 수성측의 단속에 걸려서 무의미하게 죽거나 단신으로 탈출하므로 별로 쓸모가 없다.

덤으로 첩자에게 역배신을 당하면 골치 아프다. 첩자 노릇을 하는 척 하면서 계략에 걸리게 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함정에 빠져서 다수의 정예병력을 날려먹는 일이 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공성측 타격이 너무 심해서 공성전이 실패로 돌아가기도 한다.

앞서 말한 로마 내전에서도 반란세력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첩자를 사용해서 쉽게 공략하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현임 황제에게 제압당하는 일이 발생한 사례가 더 많다. 이처럼 첩자를 만들기도 어렵고 활용하기도 힘든 것이다.

6.9.3. 공격군의 방법

첩자의 사용방법은 매우 다양하나 일반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사용한다.
  • 설계도를 손에 넣거나, 내통자를 포섭하여 성의 약점을 알아낸다. 아예 통 크게 문을 열어버리기도 한다.
  • 거짓 정보를 흘려 방어 병력을 성에서 빼내거나 군대를 나누게 만든다.
  • 첩자가 군납비리를 저지른다. 군량이나 무기 등 물자를 다른 사람에게 계속 팔아먹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써먹은 방법으로 첩자를 이용해 적의 쌀을 몽땅 사들여서 성을 함락시킨 적이 있다.[11]

6.9.4. 방어군의 대응

사전에 민심을 제대로 살피고 방첩망을 강화해서 조기에 내통자와 첩자를 때려잡는 게 기본이다.
  • 사기와 정신교육을 강화한다.
  • 경계력을 강화한다. 성의 약점을 쉽게 알아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
  • 물자 창고에 자물쇠를 채워놓고 성주가 직접 관리한다.

6.9.5. 실제 사례

  • 이나바 산성 함락
  • 돗토리 성 공략 -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첩자를 심어두고 그 첩자에게 적의 군량을 모조리 엄청 비싼 값에 사들였다.

6.10. 물로 쓸어버린다

근처에 적절한 강이나 호수 등이 있을 경우 제방이나 수로를 만들어 물을 끌어들여 쓸어버리게 하는 전략. 주변의 강이나 하천 혹은 운하를 자연 해자로 활용하는 성이 수공의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6.10.1. 장점

대량의 물은 그 자체로 파괴력이 흉악하다. 한꺼번에 밀집한 방어자를 전멸시킬 수 있다. 빠른 물살은 발목 깊이 정도의 수심만 되어도 성인 남성을 넘어뜨려서 말 그대로 물살에 휩쓸리게 만들 수 있다. 해안가에 있다가 파도에 휩쓸리는 것이 바로 그런 현상 때문이다.

그리고 수공이 들어가게 되면 물살을 피하더라도 주변의 땅이 침수된다. 이렇게 되면 병력이동, 장비관리가 어려워지고 전염병, 동상, 식량 부패가 방어자를 괴롭힌다. 멀쩡한 지역이 늪지대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오래 버틸 수가 없다.

6.10.2. 단점

지형지물의 조건이 맞추어져야 한다. 수공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강이나 호수처럼 물이 옆에 낀 성에서만 쓸 수 있으며 주변에 대량의 물을 가두어두었다가 쏟아낼만한 댐을 건설할 지형도 있어야 한다. 수량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서 토목공사 기술도 좋아야 하며 자금력도 좋아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채와 도시는 고지대에 세워진다. 상식적으로 설계자도 호수, 바다, 강을 진입 제한으로 인한 방어력 강화에 쓰지 누가 제방이 터지면 바로 물난리가 나도록 두며, 홍수의 위험이 상시 도사리는 곳에서 누가 살겠는가? 따라서 재수없으면 공격자가 역으로 쓸려버린다. 실제로 징기스칸이 서하 공략 중에 수공을 써서 외성을 돌파하는데 성공했지만, 유목민 특성상 부족한 토목기술력 때문에 아군 진영 역시 쓸려나간 바람에 퇴각을 했던 적이 있다.

수공의 결과물도 좋지 않다. 당장 성 내부를 쓸 수 없다. 건물이 망가지고 물자가 다 쓸려가므로 그 성은 더이상 방어거점으로 역할을 못한다. 성을 함락시켜도 얻는 이익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다. 따라서 방어자의 일방적인 전멸 자체만 필요할 때 쓰는 방법이다.

6.10.3. 공격군의 방법

지형지물도 맞아야 하고 돈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므로 다른 방법이 마땅하지 않을 때에나 사용했다.
  • 수공을 할 목표의 높이를 정확히 측정한 후 해당 지역을 수몰할 수준의 수량이 얼마나 필요할 지 예측한 후에 댐을 건설할 적당한 지역을 선정하고 공사기간 및 금액등을 산정한다. 고도의 기술력과 경제공학이 요구된다.
  • 보통 성의 상류지역에 거대한 수량의 물을 가둘 수 있는 지역을 찾아서 댐을 건설하며 성의 하류 지역에는 수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물이 잘 빠지지 않도록 제방을 건설한다. 그래서 상류에서 대량의 물을 한번에 쏟아내서 성과 주변을 휩쓸고 내려간 후 후속조치로 성 주변을 늪지대같이 만든다.
  • 지형지물의 문제로 상류에서 쏟아지는 물로 홍수가 불가능하다면 하류에 건설하는 제방을 더 크고 넓게 건설해서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함으로서 성 주변의 수위를 계속 상승시켜서 성 자체가 침수되는 방법으로 수공을 한다.

6.10.4. 방어군의 대응

미리 성 주변의 지형지물을 파악해놓고 적이 대규모 토목공사를 한다면 수공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대처에 나서야 한다.
  • 공격 측의 댐이나 제방이 완성되기 전에 소수의 특공대를 보내 파괴한다. 공격 측에서 수공을 위해 들이는 인력은 수비 측에서 그것을 방해하기 위해 들이는 인력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다.
  • 댐과 제방을 건설하는 데에는 엄청난 인력이 요구되어 포위망이 허술해지기 쉬우므로, 여차하면 이쪽에서 치고 나가서 포위망을 돌파한다.
  • 정 수공을 막을 길이 없다면 중요 물자나 병력 등을 최대한 고지대로 이동시켜 피해를 최소화한다.

6.10.5. 실제 사례

  • 관우번성 공략: 이 경우는 의도적인 수공이 아닌 때마침 닥친 홍수를 이용한 것.
  • 이시다 미츠나리의 오시성 공략: 2012년 무사 노보우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미츠나리는 다카마쓰 성 공략을 참조했으나 오시성은 원래도 늪지대를 천연 해자로 쓰는 평지성이라서 큰 효과가 없었다. 되려 수공을 위해 쌓은 제방이 터지는 바람에 공성군이 역으로 물을 뒤집어쓰고 큰 피해를 본다.
  • 지백의 진양성 공략: 지, 위, 한씨 연합군이 조양자가 농성 중인 진양성을 상대로 수공을 썼으나 조씨의 설득으로 위, 한씨가 배신하여 역으로 지씨의 진영을 물로 휩쓸어 승리했다.

6.11. 전염병을 퍼뜨린다

초보적인 세균전. 아무래도 수비자가 상대적으로 좁은 성에 밀집해서 생활하므로 전염에 더 취약하다는 걸 이용하는 방법이다. 전염병의 발생원인이 뭔지 정확히는 몰랐던 옛 사람들도 경험적으로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중세 시대에 한창 흑사병이 돌던 시절에는 투석기에 다른 무기가 아닌 흑사병에 걸려서 사망한 병사의 시체를 넣고 쏴서 성 안으로 던지기도 했다.

6.11.1. 장점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더라도 무력화를 달성할 수 있다. 전염병이 퍼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성전은 불가능하며 출성공격도 어렵게 되므로 그냥 놔두어도 공격군을 막아낼만한 여력이 없게 된다.

그리고 공성전이 길어져서 포위전이 늘어나게 되면 어차피 공성측에서도 전염병이 퍼지기가 쉽기 때문에 차라리 수성측에 전염병이 빨리 퍼지는 편이 경우에 따라서는 공성측 손해가 줄어드는 방법이기도 했다.

시행방법도 단순했다. 시체나 동물의 사체를 투석기로 날려서 성벽 안에 넣기만 하면 해결되기 때문이다. 1차 시도에서 실패하더라도 여러 번 반복하면 되며 시체도 아군 중에서 전염병에 걸려 죽은 시체를 사용하거나 하면 된다. 현대에는 인권 문제로 시행이 어렵지만 전근대의 군대는 가만 있어도 위생문제로 병에 걸려죽는 병사가 많고 인권의식이 바닥상태라서 시행에 별 문제가 없었다.

6.11.2. 단점

전염병 앞에선 아군이고 적군이고 없다는 게 가장 문제다. 특히 아군이 백신을 갖추고 면역이 없는 적만을 노린다는 개념이 없던 과거에는 더욱 역관광이 위험하다. 몽골-금 전쟁 초반에 몽골군이 거용관을 함락시키고 금나라의 수도인 중도 대흥부를 1차로 포위했을 때 잠깐 포위를 푼 이유는 중도 대흥부에 존재하던 전염병에 몽골군이 감염되었기 때문에 급하게 일시적으로 후퇴한 것이었다.

전염병 창궐로 적을 무력화시켰지만, 전염병의 기운이 아직 남아있는 성을 나중에 접수하고 이용하기 어렵다. 또한 전염병이 퍼진다고 해도 병사가 약해지는 것이지 바로 죽는것이 아니라서 성 내부의 적들이 싸울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약해지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 싸그리 불태우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도 해결이 난다고 보기가 어렵고 성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불태운 후에 청소 및 방역작업을 하고 다시 성을 재건설해야만 이용이 가능해지므로 사실상 화공보다 더한 후처리 노동력과 시간이 소요되고 전시에는 사실상 해당 성은 이용할 수 없다고 보면 된다.

6.11.3. 공격군의 방법

방법이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 그냥 어떤 수단을 쓰던 간에 성 내에 전염병이 돌면 된다.
  • 오물이나 동물의 시체를 던진다.
  • 오염된 를 성안에 퍼뜨린다.
  • 종기 등으로 오염된 옷가지나 담요 등을 성 안으로 던진다.

6.11.4. 방어군의 대응

전근대 시절의 의학수준으로는 사실상 효과가 큰 대응이 어려웠다. 수성전 자체가 인구 밀집으로 인해 자체적인 전염병이 잘 퍼지는 상황이었으니...
  • 위생을 강화한다. 두건 (마스크)을 두르거나, 성 안에서 죽었거나 세균전의 목적으로 던져진 사람의 시신을 신속히 수습해 소각한다. 아무리 현대만큼 발병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더라도, 이 정도까지는 먼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경험을 토대로 위생을 강화할 수 있었다.

6.11.5. 실제 사례

  • 1098년 니케아 공방전: 질병에 감염되어 죽은 사람의 머리를 성안으로 던졌다.
  • 1300년대 몽골군의 흑해 카파 항구 공격: 페스트 감염 시신을 던졌다. 이것 때문에 전 유럽에 흑사병이 유행했다는 주장도 있다(...). 전염방식은 제노바령 카파 공격 - 카파를 들렀던 제노바 국적 상선단 선원 대다수가 죽어가는 와중에 시칠리아 메시나에 정박 - 시칠리아 섬 전역으로 퍼지자 주민들이 이탈리아 반도 곳곳으로 이동 - 대륙에 상륙한 페스트가 삽시간에 퍼지고 종말론까지 유행하여 채찍 고행단의 순례까지 더해 더더욱 창궐.
  • 18세기 러시아-스웨덴 전쟁: 러시아가 역시 시신을 활용했다.
  • 1700년대 캐나다 지역 북아메리카: 영국인들이 나눠준 천연두에 오염된 담요로 원주민들이 전멸했다.

6.12. 성을 건설한다

공성전이 상대방의 성을 빼앗는 것인데 성을 건설한다는 것은 뭔가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사례가 매우 많다.

우선 성을 함락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격군도 적의 습격을 막기 위해 영채나 진지를 일반적인 야전용보다 탄탄하게 건설하는 경우가 많고, 알레시아 전투의 로마군 진지처럼 거의 성(城)의 방어도를 가질 수준으로 강화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쿠빌라이 칸의 양양성 공략 때처럼 성 주변의 요지마다 장성, 요새를 쌓아서 목표가 된 성을 이중삼중으로 강력한 포위망을 형성해서 감싸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공격군이 공성전을 하기 위해 성벽을 축조한다는 뭔가 모순적인 상황이 의외로 많이 일어난다.

6.12.1. 장점

기본적으로 성이나 요새는 주변 지역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동급의 성이나 요새가 존재한다면 당연하게도 영향력을 차단하거나 경감할 수 있다. 그래서 성을 빼앗기 위해서 공성전이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해당 지역의 가장 적당한 위치에 성이나 요새가 존재하겠지만 성이나 요새를 건설하는 것에도 돈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므로 해당 지역 내의 모든 적합한 장소마다 성이나 요새가 존재하는 않는다. 이 점을 노려서 공성측이 공성전 진행을 위한 아군 거점 확보의 목적으로 성이나 요새를 쌓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성이나 요새를 만들다가 공성하는 측 국가의 역량이 충실하다면 공성전의 목표가 된 성은 함락시키지 못했지만, 공성전 준비를 위해 성벽을 쌓다보니 목표가 된 성 근처에 다른 성을 만든 상태까지 도달한 경우가 있다.

가령 콘스탄티노플을 공략하기 위해 오스만 제국이 쌓았던 아나돌루 히사르와 루멜리 히사르, 스컨데르베우 휘하 알바니아 저항군의 본거지인 크루여를 공략하기 위해 쌓은 엘바산 요새 등이 이에 해당. 이렇게 되면 공성전에서 실패했지만 적어도 적을 방해할 거점은 마련한 셈이라서 전술적 패배지만 전략적 무승부나 전략적인 승리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존재한다.

그리고 고대의 경우에는 공성장비와 공성기술이 크게 모자라서 공성전 자체가 쉽지 않으므로 공성 대상인 성 근처에 성벽을 쌓기 시작헤서 성벽 축조가 공성전 기술이 되는 사례가 존재한다. 겉으로만 본다면 매우 웃기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수성측의 방어기술도 거기서 거기인지라 자기네들 성에 점점 다가오는 공성측 성벽 축조를 제대로 방해하지 못한 끝에 공성측 성벽이 수비측 성벽과 거의 근접한 후 널빤지 같은 것을 놓고 공성측 병력이 수성측 성벽으로 밀고 들어가는 공격법이 존재했다.

근현대에는 기다리기 문단에서 잠시 언급한 돌파 포대의 규모가 간혹 야전 축성 구조물 수준을 넘어 초미니 요새의 수준까지도 가는 경우도 존재했다. 포대를 쌓고나니 보호해야할 수단이 필요한 경우 이렇게 임시용 돌파 포대가 간이 요새급으로 빙어력이 증강 된 것이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툴롱 탈환전에서 쌓은 포대들이 이러한 경우다.

이러한 방식이 조금 더 발전한 것이 수성측 성벽 바로 바깥에 쌓는 토산으로 토산의 활용법 중 하나도 널빤지 놓고 수성측 성벽에다가 공성병력을 쏟아붙는 것이라 본질적으로는 마찬가지였다.

6.12.2. 단점

일단 공성측 국가의 국력이 좋아야 한다. 성이나 요새를 건설하는 시간동안 목표의 포위망을 단단하게 유지하면서 수성측 구원군도 제대로 격퇴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공성측 국가의 역량이 충실하지 못하면 오히려 수성측의 군대가 공성전에서 패배한 군대를 공격하면서 이런 진지들을 접수해버리는 바람에 다음 공성전의 난이도가 더 올라가버리는 역대박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애초에 공성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굳이 옆에다가 성을 쌓을 이유가 없다. 여러가지 방법이 다 막히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성벽 축조였던 것이다.

6.12.3. 공격군의 방법

성이나 요새를 건설하기 전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드는 지 미리 잘 정해야 한다.
  • 보통 공성측 병력의 보급을 확보하고 수성측 성의 포위망을 영구적으로 구성하며 수성측 구원군을 격퇴하는 3가지 목적을 모두 수행할 목적으로 성이나 요새를 건설한다.
  • 목적의 달성을 위해 성, 요새, 장성, 목책, 방어물들을 적절하게 조합해서 건설 및 배치한다.
  • 방법의 응용으로 왕기보협에게 쓴 방법이 있다. 보협이 이릉성 안에 틀어박혀서 수성전을 전개하자 이릉성 자체가 길목에 설치된 관문같은 위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왕기가 이릉성은 무시하고 주변 지역을 약탈해서 30만석의 군량을 탈취하고 항복한 수천명의 백성을 모아서 이릉성에서 얼마 안떨어진 곳에 성을 쌓고 이릉현을 만들어서 정착시켰다. 결국 이릉성 옆에 이릉현이 생김으로서 공성전은 진행도 안되었는데 왕기가 사실상 승리했다.

6.12.4. 방어군의 대응

사전에 미리 준비해야 하며 실전에서 여기까지 진행할 경우에는 대응이 어렵다.
  • 쓸만한 위치에 미리 성과 요새를 깔아놓는다. 하지만 국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너무 자잘하게 성과 요새를 깔아놓게 되면 각 지역의 방어군 숫자가 너무 적어서 각개격파 당한 후 적의 거점이나 되는 역대박이 발생한다.
  • 토산이나 성을 쌓고 있으면 주시하고 있다가 정예군을 동원해서 빼앗는다. 성공확률이 엄청나게 적긴 하지만 일단 성공하면 원래 지키던 성과 함께 서로를 돕는 구조가 되므로 방어전이 유리해진다. 안시성 전투에서 당나라군이 쌓은 토산이 고구려군에게 넘어간 것이 공성전 실패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 적의 토산이나 이쪽으로 다가오는 방식으로 쌓는 성벽에 대응하여 아군의 성벽도 높인다. 대응법으로 자주 하는 방식이지만 실제 실행이 좀 힘들고 성벽 붕괴의 위험성이 있으며 별로 효과적이지도 않다. 안시성 전투에서도 이런 방식이 불가능해서 목숨걸고 토산을 빼앗은 것이다.

6.13. 기타

임진왜란 당시 벌어진 울산성 전투에서 울산왜성내에 있는 일본군을 제대로 말려죽이기 위해 성 주변의 태화강 수로를 전부 차단해서 성내 일본군을 정말로 말려죽일 뻔 했다. 울산왜성이 완공되자마자 전투가 벌어져서 농성전 준비를 거의 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 내에 우물도 없고 성을 축조할 때 동원한 인부들도 아직 해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내에 갖혀버리는 바람에 울산왜성 내부에서 식량과 식수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가토 기요마사도 이때 그냥 죽을 뻔 했다. 이 울산성 전투의 트라우마가 제대로 작용되어 훗날 축조한 성이 바로 일본의 3대 성이라 불리는 구마모토 성이다. 엄청난 수의 우물덩굴박, 그리고 다다미 바닥에 토란 줄기까지 심어놓은 가토 기요마사의 울산성 전투 트라우마가 반영되어 만든 성이다. 정작 그 기요마사의 아들이 오래 못 가 에도 막부에 의해 숙청당해서 자손들은 전혀 써먹지 못했고 먼 훗날 세이난 전쟁때 비로소 신정부군이 써먹는다. 공성에 실패한 사이고 다카모리 측도 우리는 기요마사 공에게 패배한 거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

스리랑카시기리야 천연요새처럼 주변 환경까지 도와주는 요새들은 거의 난공불락이었다. 그 요새는 특수한 자연환경 덕에 저 바위 꼭대기까지 바람을 이용한 급수가 가능했다고 한다. 더구나 적정 방어 인원에 한해서는 식량도 자급자족이 가능해 무적의 요새였다.

7. 공성 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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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수성 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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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각종 공성전들

분류:공성전도 참조할 것.

9.1. 국내

9.2. 해외

10. 대중매체

10.1. 공성전을 잘 표현한 게임

분쟁을 막기위해 가나다-ABC-123순으로 배치한다. MMORPG의 공성전도 참조해보자.
  • 검은사막: 오픈 월드 게임이고 길드 간의 대립 컨텐츠가 엔드 컨텐츠인만큼 공성전이 충실하게 잘 묘사되어 있다. 자세한 것은 검은사막/PVP 컨텐츠 참조.
  • 리니지 시리즈: MMORPG 역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게임으로, 사실상 최초로 공성전의 개념을 만든 온라인 게임이다.
  • 레인보우 식스 시즈: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아예 게임 자체가 온갖 폭발물과 도구를 동원하여 목표물을 두고 벌어지는 특수부대간의 5:5 공성전이다.
  • 마운트 앤 블레이드 : 성문을 부수거나 열지도 못하고 투석기는 그냥 맵의 장식일 뿐이며 타고 올라가는 사다리도 1개 내지는 2개 밖에 없어서 야전에 비해 공성전은 상당히 허술하게 제작된 편이다. with fire & sword에서는 화약으로 성벽을 무너트릴 수 있으니 좀 낫지만 이 역시도 전투전에 미리 하는 것이므로 전투중에 성벽을 부수거나 사다리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의 행위는 불가능하다. 그나마 멀티플레이 맵중 사다리 무너뜨리기, 성문 부수기, 투석기 심지어는 발리스타까지 구현된 맵이 있긴 하다.
  • 마운트 앤 블레이드 2: 배너로드 : 전작과 달리 공성전의 디테일을 더했는데, 수성측엔 성문, 성벽, 발리스타, 투석기, 투척용 돌, 기름단지 등의 방어 수단이 추가되어 적군에게 쏘거나 던져서 즉사 시킬 수 있다. 공성측 역시 발리스타, 투석기, 공성추, 공성탑 등이 추가됐으나 수성측보단 공성 준비의 시간이 더 들고 포위 준비를 하는동안 포기하고 도망가는 것 빼고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적 지원군대가 동원 되어 역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14] 포위 당했을 때 1차적으로 공수성 측이 공성병기를 세워 캠페인 맵 내에서 공방전을 펼치는데 이 때 성벽도 공성측의 투석기 공격에 무너뜨릴 수 있으며, 무너뜨린 성벽은 전투를 시작 했을 때 그대로 적용되어 인게임 내 맵 성벽에 생긴 틈새로 조건없이 진격할 수 있게 된다. 여담으로 공성측의 투석기 공격은 피아구분이 없어서 투석한 돌을 아군이 맞으면 스플뎀을 맞으며 단체로 쓰러진다.
  • 바람의 나라(게임): 바람의 나라의 가장 거대한 컨텐츠 중 하나이며 주작성(화), 현무성(수), 청룡성(목), 백호성(금)을 두고 오후 7시 55분에 시작된다. 문파끼리 PK가 가능하다.
  • 스트롱홀드: 이쪽은 아예 공성전이 메인이다. 자원을 모아 성을 짓고 그 성을 방어하고 공략해야 되는지라 성볍과 탑 뿐만 아니라 병종 등도 공성 고증에 맞춰 제작되었다. 덕분에 수성이 공성보다 유리하다는 고증도 맞춰졌지만 문제는 압도적으로 수성이 유리하기에 밸런스상으로는 맞지 않는다는 거.[15] 그나마 공성 병기로 성을 까버릴 수도 있고 익스트림에서는 물량전으로 밀어버릴 수 있게 되었기에 얼추 밸런스가 맞아 떨어진다.
  •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 거점을 얻기 위해선 공성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 아이온: 리니지를 이어받아 '요새전'이라는 이름으로 개편된 공성전을 메인 컨텐츠로 한다. 비행이라는 아이온의 특징과 어우러져 공성전이 더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했다. 후에는 요새 뿐만 아니라 지역 자체를 놓고 벌이는 지역 쟁탈전이 등장하기도 했다.
  • 컨커러스 블레이드: 게임의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부대를 이끌고 싸우는 15vs15 공성전이다. 일반적 매칭에서보단 영토전에서 더 공성전 다운 게임을 할수있는데 전투자체는 15vs15로 이루워지지만 대기인원들과 야전인원들 지원인원들 등 사실상의 운용 병력의 폭이 대폭늘고 1차 방어선의 설정, 2차 방어선의 설정, 방어구역별 각 지휘관별 역할의 분배, 공성병기의 설치위치 등, 전략의 폭이 대폭늘면서 상당히 높은수준의 공성전 체험을 해볼수있다.
  • 토탈 워 시리즈: 성 디자인이 지역 혹은 지명과 상관없이 똑같은 클론인건 그렇다 치고 구버전에서는 성 주변의 지형도 무조건 평지라 같은 테크 같은 병력이면 모든 성이 지역과 상관없이 난이도가 같았던 적도 있었고 어쨌든 아주 잘 표현했다고 보긴 힘들다. 멀티플레이에서도 야전보다 공성전이 더 인기가 없다. 그러나 멀플에서 인기 없는건 오히려 그만큼 공성전을 잘 구현해놨다는 점으로 실제 전쟁에서도 명장들은 야전을 선호했다. 애초에 공성전이 되면 토탈 워 시리즈에서 써먹을 수 있는 숱한 전략들이 죄다 무용지물이 되는 것도 나름 현실재현이고. 물론 이런 부분은 재미를 추구해야하는 게임으로서는 문제가 크지만. 그러나 공성구를 이만큼 잘 표현한 게임도 없으므로 최소한 평지의 성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양상은 이만큼 잘 표현한 게임이 없다.

10.2. 미디어에 나온 공성전들

이 문서를 보면 알 수 있듯 공성전을 현실에서 재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위험하기 때문에 영화나 게임, 드라마에서 나온 유명한 공성전은 죄다 CG다.

11. 비유적인 의미의 공성전들

  • EVE 온라인: 요새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 있고 이 구조물 안에 있으면 유저는 공격을 받지 않지만, 구조물 안에 있는 유저는 밖으로 공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갇혀버리는 모양새가 된다. 달 기지(POS)는 연료가 떨어지면 보호 기능이 사라져 안에 갇힌 유저는 끔살을 당한다. 스테이션 안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일단 소유권이 뒤바뀌면 다시 탈환하기 전까지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스테이션 안의 전략 자원을 조금이라도 건지려면 진을 치고 있는 적을 뚫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해아 한다.

[1] 이쪽은 '목적 달성을 위해 한 곳에 틀어박혀 시위하는 것'이라는 뜻도 있다.[2] 다만 10년을 끌었다는 소리는 과장이고, 현대 사학자들은 길어봐야 2년이었을 거라고 추정한다.[3] 그래서 불화살을 사용할 때에는 첩자 혹은 전쟁 이전에 확보한 설계도 같은 정보와 기후 상황(바람, 비, 습도)에 따라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엄청 많은 불화살을 날려 화재를 발생시키며, 공성전에도 쓰이지만 매복에 더 많이 쓰인다. 인화성 물질이나 불 붙으면 터지는 화약 등등의 폭발물들을 잔뜩 매설해놓고 불화살을 기폭 장치로 사용해 함정에 빠진 적군을 불태우는 것.[4] 구멍 혈(穴)에 칠 공(攻) 해서 혈공. 말 그대로 구멍으로 친다 / 공격용 구멍이라는 뜻.[5] 원래는 폭파 직후 신속하게 구덩이를 우회하는 것이었는데, 작전 직전에 다른 부대로 교체되면서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병사들이 구덩이 가운데로 들어갔다. 그 결과 대량의 병력이 좁은 장소에 갇히면서 막대한 사상자만 내고 실패했다.[6] 창작물에서는 끓는 기름을 붓지만 실제로는 기름을 썼다는 기록이 없다. 중동에서 타르를 썼다는 기록은 있다. 이 시절 기름이 귀한 걸 감안하면 그런 걸 막 부어댈 리는 없다. 어차피 물이나 기름이나 뜨겁다.[7] 공성전을 묘사한 매체에서 성문을 공격할 용도로 여러 사람이 들고 가거나 커다란 수레에 실어져 움직이는 크고 길다란 통나무가 바로 이 통나무 망치이다. 공성추, 파성추(성 깨부수는 추)라고도 불리며 이를 동원해 문을 파괴한다.[8] 기름과 불화살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측에선 공성병기에 가죽을 씌우고 물을 계속 뿌리는 등의 방법으로 방화를 막았다.[9] 프랑스 혁명에서의 그 바스티유 감옥이다. 본디 위 목적대로 파리 도성의 방어 보조용 요새로 지어졌으나 전쟁이 줄어들어 감옥으로 용도가 변한 것.[10] 암문은 지형상 구덩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흙과 돌로 메꿔버리면 그냥 성벽이 된다.[11] 돈이 엄청나게 들어간다는 단점은 있지만 첩자가 절대 배신을 못 한다는 장점이 있다. 적의 물자를 시세의 최소 2배 이상의 비싼 값에 사들이는 것이다.[12] 행주산성은 성곽보다 야전 구조물에 더 가깝지만 왜군이 병력을 축차투입시킨데다 온갖 공성병기가 동원되었기 때문에 공성전의 양상으로 진행되었다.[13] 참고로 이 부족 했다는 폭약의 무게는 무려 다이너마이트 25t이다. 일반적인 건물을 철거 하는데 드는 폭약의 양을 생각하면 경이로운 수치인데 이걸 버텼다는 것. 저게 어느 정도냐면 영국의 특제 건물 철거 병기인 그랜드슬램 3~5발어치의 폭약이다.[14] 공성 캠프를 세워야 공격이 가능해 지는데 이 때 준비 시간동안 수성측은 발리스타를 미리 세워 적 공성병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후술할 성벽을 부수는 전술도 이에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데 공성측보다 먼저 3개 이상의 발리스타를 세운다면 수성측 대응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진다.[15] 수비쪽이 방어를 잘 갖추고 있으면 공격 쪽이 수비의 10배 정도 되는 병력을 가지고 와도 힘들다. 그야말로 우주방어 게임.[16] 해당 작품의 여타 공성전들과 달리 전투가 직접 묘사되는게 아니라 노래 뒤의 속사정으로만 공개되는 레인 가문 + 타벡 가문 VS 라니스터 가문의 공성전이지만 요새 공략 중 수공의 무서움을 매우 잘 살린 공성전이다. 카스타미르의 비레인 가문, 레인-타벡 반란 문서 참고.[17] 13권 겨울 전쟁 일기에서 윗동네 아이들이 윗동네에서 썰매를 타려는 아랫동네 아이들을 막기 위해 눈으로 길을 가로막는 방벽을 만들어 아랫동네 아이들과 공성전을 벌인다[18] 테란의 모든 지상 유닛들이 시즈 탱크에게 상성상 열세이기 때문에, 테테전은 기본적으로 맵을 반으로 가르고 탱크 전선을 유지하며 이득을 취하는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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