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0-01-17 14:06:17

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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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ic Defense Initiative, 전략방위구상

1. 개요2. 원리3. 한계4. 전략적 의의5. 대중매체에서의 SDI

1. 개요

1983년 3월 24일 미국 백악관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TV 연설로 발표된, 인류 역사상 최대, 최고가의 무기체계.
냉전 당시 소련이 가지고 있던 ICBM으로 인한 위협에서부터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계획되었던 미사일 방어체계의 정식 이름이다.

소련의 ICBM을 착탄하기 전에 격추함으로서 핵전쟁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인해 시작된, 미국의 희대의 돈지랄이다.

SDI의 초기목표는 소련의 ICBM 2000발을 착탄하기 전에 격추하고, 그 사이에 핵보복을 가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미사일의 부스터 단계에서 재돌입 단계까지의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Multi-Layer Defense 전략이 채택되었다. 우주무기를 중요하게 본 계획이었기에 당시 신문들은 인기 영화 스타워즈에 이 계획을 빗대 SDI를 Star Wars(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렀다.

한편, 소련도 이러한 SDI 계획을 보고만 있지 않았으며 대응책으로 폴류스를 내 놓았...지만 SDI와 마찬가지로 예산만 잡아먹고 기술적 난제에 결국 불타는 스키프-DM과 함께 좌초되어버렸다. 물론 SDI에 비하면 들어간 비용은 훨씬 적다.

2. 원리

SDI는 크게 지상요격미사일과 궤도요격인공위성, 그리고 조기경보인공위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소련의 미사일발사가 탐지 되었을시 지상의 레이저발사기지에서 레이저 반사 인공위성으로 빔을 쏘아 올리고, 반사 인공위성은 빔을 ICBM에 조준하여 파괴한다는 구상이다. 자체 레이저 발사 가능 인공위성개발 계획도 이에 포함되어 있다.

자세한 원리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파일:external/www.globalsecurity.org/sdi-image02.jpg
  • 조기경보인공위성이 적국의 ICBM이나 SLBM 발사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 적국에서 ICBM이나 SLBM이 발사되었다면, 추적 인공위성이 이들 미사일이 궤도에 올라올 때까지 감시한다.
  • 1단계 요격용으로 지상에서 레이저 빔을 쏘아 올린다. 이 레이저 빔은 인공위성의 반사판으로 반사, 궤도로 올라오는 미사일에 명중시킨다.
  • 만약 1단계 요격에서 미사일이 격추되지 않고 재돌입체(Re-entry Vehicle) 분리 단계까지 갔다면, 인공위성에서 레이저 빔으로 요격하여 격추시킨다. 이 시점에서 디코이들은 모두 변별되어 제거된다. (2단계 요격)
  • 만약 2단계에서도 격추되지 않은 재돌입체가 남아서 여러 개의 탄두(MIRV)로 분리되어 목표를 향해 재돌입을 할 준비를 한다면, 지상 격추 단계로 들어간다. (3단계 요격)
  • 지상으로 돌입하는 탄두를 추적하는 인공위성과 지상 레이더로 경로를 추적하면서, 지상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 격추시킨다. 요격방식은 물리적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핵이나 재래식 폭발로 격추하려할 경우 폭발의 영향으로 SDI의 핵심 기반인 적외선 센서들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3. 한계

위 원리 설명을 보면 상당히 그럴듯한 계획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일단 개별적인 기술들은 대부분 근미래에 구현 가능했고 80년대 중반에 이미 실험에 성공한 것들도 많이 있었다. 가령 과연 레이저가 미사일 발사체 본체를 파괴할 수 있느냐 하는 것들과 같은 것들. 그러나 문제는 현대의 무기체계란 개별적 기술이 가능하다고 해서 실현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수백 가지의 부속 기술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동되어야 했는데 SDI는 여기에 실패하고 만 것. SDI를 포기할 당시 한 과학 잡지에서 밝힌 바로는, 미사일이 탄도 궤도로 상승하고 있을 때 레이저로 추진체를 가열해서 파괴하려면 수천 킬로미터 거리에서 몇 초 동안 정확히 미사일의 궤적을 따라가며 수 초간 레이저를 주사해야 했는데, 당시 기술 수준으로 레이저의 출력은 수천 배, 지속적으로 조준을 유지할 정확성은 수만 배 부족했기 때문에 계획이 성공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편, SDI의 기술적 한계 외에도 부처들간의 불협화음이 존재했다. SDI가 발표되기 전후에 NASA우주왕복선이 테스트 비행을 비로소 마치고 위성 포획 후 수리, EVA 같은 나름대로 제대로 된 우주 임무에 동원되기 시작한 것. 문제는 이 과정에서 예산에 목 말라하던 NASA가, 공군의 타이탄 개량 사업에 들 돈을 끊고[1] 우리한테 주면 "그깟 위성들, 셔틀 갖다가 있는대로 쏴줄게!" 하는 근자감을 뿜어냈고, 연방 의원들부터가 우리도 우주 내보내달라는 조건으로 낚여주신 것(...)[2] 그렇다고 작살나게 멋진 우주선으로 콧대가 높아진 NASA를 까기도 좀 그런게, SDI의 책임자인 제임스 앨런 에이브러햄슨 장군이 SDI 이전에 NASA에서 우주왕복선 테스트 비행과 초기 미션 시절에 크게 관여했던 양반이라서... 결국 공군은 NASA의 셔틀에다 자기네 위성을 싣고 경우에 따라 자기네 관계자도 페이로드 스페셜리스트로 태워서 보냈는데, NASA는 그렇게 공군의 타이탄 예산을 뺏어간 뒤 대중 홍보에만 열을 올리며 이상한 짓거리를 많이 했다. 전술한 정치인 우주비행이라든지... 어디 아랍 왕자 우주에 보내준다든지...[3] 대민 홍보는 어떻게 좀 될지 몰라도, 매달 몇 번씩 셔틀로 위성 쏴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것이 몇년간 꼴랑 두번이나 쐈던가?


첫번째 STS-51-C 발사 영상. 이 미션은 사실 펜타곤 기밀 페이로드보다도 다른 이유로 유명하다. 이 당시 부스터가 추운 날씨로 인한 O-링의 이상이 발생하여 개발살나기 직전까지 갔던 것. 좀만 늦게 분리되었더라면... 부스터 엔지니어들이 이후 부스터를 뜯어보다 충공깽에 빠져 NASA에 프로그램 중단을 요청했지만 씹혔고, 이로부터 1년 4일 후 정확히 같은 원인으로 우주왕복선이 발사 중 폭발했다. 1년 전 죽을 위기를 넘긴 승무원을 태운 채로.


STS-51-J. 꼴랑 두번째(...) 아틀란티스의 데뷔전이다.
[4]

물론 NASA가 SDI를 국방부 전담 미션 외에도 신경써주긴 했는데 그것은 오히려 산만하기만 했다.

파일:external/www.nasa.gov/crew_sts51_g.jpg
51G 디스커버리 승무원 사진을 보자. 저 아랍왕자 낚아서 우주 보내준 미션에서 SDI 페이로드를 쐈다.[5] SDI 관계자(즉 군인)가 아닌 외부인 출신 우주인은 SDI 위성에 대해 전혀 교육/고지받지 못했다. 심지어 어느 SDI 관계자가 어떤 위성을 임의로 발사하더라도 다른 승무원들이 너 뭔 짓 한거냐고 묻지도 못했으니 위기가 발생할 때 SDI 페이로드의 정보를 쉬이 공유할 수도 없었다. 공군이 화딱지가 안 날리가 없다.

이렇게 NASA가 이상한 데에 정신이 팔려놓으니 공군은 속이 뒤집어졌다. 결국 이런 공군 측의 불만은 NASA의 창렬한 병크들과 함께 쌓이고 쌓이다 STS-51-L 챌린저 참사를 계기로 터져나왔고, 미국공군우주사령부는 새 로켓 개발에 다시 착수하며 NASA와 일정 수준으로 거리를 두게 되었다. 이 때 NASA 챌린저 조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도널드 쿠티나 장군의 주도로 공군이 1989년 완성한 로켓이 델타 Ⅱ. 쿠티나가 우주사령부의 수장에 오른 뒤 발족한 EELV 프로그램으로 미 공군은 델타, 타이탄을 개량하여 신명나게 쏴제꼈다. NASA보다 훨씬 저렴하게, 훨씬 안전하게, 훨씬 많이.

어쨌든 미국 우주개발의 갑 중 갑이었던 NASA가 병림픽을 일삼던 시기인지라 미국은 SDI의 폐기 전까지 700억 달러를 투입하고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전혀 얻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MD의 기초가 되는 레이저무기, 레일건, 코일건 같은 운동에너지무기의 기초연구가 이루어졌다. 1989년에는 첫 레이저무기 프로토타입 '알파'의 실험이 성공했고, SDI가 폐기된 이후에도 레인건과 코일건의 연구는 계속되어 코일건은 1990년대에 성과를 보았으나, 레일건은 개발이 꽤 늦어져 2007년에야 첫 프로토타입이 공개되었다.

레이건 시절 미국 고위관리도 "나는 이계획이 20세기가 끝나기전에 끝낼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고 말할 정도였는데, 부시 행정부때 GPALS로 축소, 클린턴때 잠시 폐기되었다가 BMDI로 부활했고, 부시(아들) 정부 아래에서 MD로 완전히 부활함으로서 결국 21세기까지 계속되었으나…… 오바마 정권에서는 2009년 동유럽 MD를 포기하였다...였는데 어느새 다시 부활해서 동유럽에 MD기지를 짓고있다.

대한민국 공군은 항공우주군 건설이라는 장기 발전의 일환으로 2015년 7월 2040년대까지 한국판 스타워즈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2040년으로 충분할까[6]


4. 전략적 의의

기술적 의미는 그렇지만, 우선 SDI의 가장 큰 의미는 소위 '상호확증파괴'를 깬다는 것이었다. 레이건 행정부 이전까지 냉전이란 영구적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한마디로 어느 한 쪽이 자멸하기 전까지 수십, 수백년동안 서로를 완전히 파괴할만한 능력을 보유한채 전략적 균형을 이루며 공존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는 SDI를 발표하면서 이 개념을 위협했다.

소련이 쏘는 미사일들을 미국이 모두 격추해버릴 수 있다고 이론적으로 가정하면 상호확증파괴는 더이상 확증적이지 않게 된다. 그 순간 전략적 균형은 붕괴되고 그에 기반한 패권적 대립은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SDI는 다시말해 미국이 소련을 도발한 사건이었고, 실제로 미국에 완전무결한 우주방패를 마련한다는 의미보다도 다분히 홍보적 측면이 강했다는게 냉전사에서의 정론이다. 소련의 낙후된 컴퓨터 기술과 깊어가는 경제적 고충, 거기에 기존의 문 레이스를 넘어서는 우주에서의 군비경쟁까지 심화될 경우 소련이 버틸 수 있겠는가 하는 측면이 골자였다.

실제로 소련도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을 공공연히 개발하고 배치하고 있었지만 워낙 SDI에 대한 공포가 강한 나머지 아예 서로 핵을 내려놓자는 제안까지 할 정도였으니...

다만 전략적 균형의 붕괴는 SALT[7]의 유명무실화, 더 나아가서 적극적인 핵전쟁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고[8], 예산 문제도 말미암아 SDI는 모라토리엄 논란도 나왔고 사실상 중단되었다. 그러나 현상유지를 원하던 소련에게 전략적 균형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켰고, 계속 소련을 협상장으로 끌어오는 도구로 유용하게 써먹었다는 점에서 전략방위구상은 다른 의미로의 전략적 역할을 다하게 되었다.

5. 대중매체에서의 SDI

삼국지 천명1편에서는 조조군과 손권군이 슈퍼무기(스타로 비유하자면 핵미사일)로 갖고 있는데 분명 SDI는 핵무기 방어 체계인데 어째선지 공격무기인데다가 성능도 잉여다(....) 이상한데 쓰니까 그렇지 조조군의 것은 이름이 SDI 고 손권군은 RLASS로 다르다.
조조군은 스타의 고스트처럼 SDI 보병만 보유하지만 손권군은 보병과 탱크 두 발사지정유닛을 보유.

삼국지 천명2에서는 유비군의 테크니션이 쏜다. 그 잉여성은 천명2 항목참조.

월드 인 컨플릭트에서는 SDI가 중요소재로 등장한다. 문제는. 대체역사임에도 이쪽의 SDI도 물건너 갔다는거 (...) 물건너간게 왜 중요소재냐면 작중 배경이 되는 전투가 SDI를 무력화 하려고 강습해오는 정예 소련군과 SDI통제소를 모든걸 걸고 지키려는 오합지졸 주 방위군의 사투를 다루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월컨 세계에서도 SDI는 물건너 갔다. SDI는 그냥 뻥카라는 소리.. 그러니까 서로 뻥카를 때려잡으려고 미국으로 쳐들어오고 뻥카를 지키려고 모든걸 바쳐가며 싸우는 꼴.. 심지어 미국은 뻥카를 지키고 지키다가 결국 병력 열세에 밀려 위기에 몰리자 자기 머리 위에 핵무기까지 떨어뜨리며 악으로 깡으로 지켰고 그때문에 소련은 SDI가 실존한다고 굳게 믿어버렸다. 그런데 이 뻘짓이 확실히 도움은 됐던게, 소련이 이걸 보고 '와 저 새끼들 자기네 나라에 핵도 터트리는데 또 못할게 뭐 있겠어?'하고 겁을 잔뜩 먹었다. 그 때문에 핵카드를 들고 협상장에서 우위에 서보려던 소련의 계획은 완전히 물건너가버렸다. 그리고 미국은 진짜 더 하려고 했다.(...)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에서는 솔라 시스템이라는 우주 병기가 등장한다. 우주에 엄청난 면적에다 무수한 거울을 늘어놓고 통제선에서 그 각도를 모두 컨트롤해서 태양열을 한 곳에 집중하여 공격하는 일종의 빔 무기. 작중에서는 지구로 쇄도하는 콜로니를 증발시키기 위해 사용했으나 데라즈 플리트의 공격으로 통제선이 파괴되는 바람에 콜로니를 막지 못하게 된다. 위력은 화끈하나 지구상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막는 SDI의 용도로 쓰기에는 곤란할 듯.
[1] 모름지기 스타워즈를 찍자고 궤도에 군사위성을 쫙 깔아보려면 크고 아름다운 로켓이 많이 필요할텐데, 괜히 재활용한다고 지랄 떨지 말고 불곰네 소유즈마냥 일회용으로 싸게싸게 써먹자는 계획. 도널드 쿠티나가 이 타이탄 개량 사업의 책임자였다.[2] 실제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상/하원 의원이 한 명씩 페이로드 스페셜리스트로 우주에 올라갔다 귀환했다. 오오 미국식 세금낭비 오오 백번 양보해서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우주인 출신으로 정치를 했던 해리슨 슈미트존 글렌이 뽑힌 거라면 그나마 이해가 가겠는데, 전혀 다른 양반들이었다(...) 심지어 두번째로 이뤄진 정치인 우주비행은 STS-61-C, 즉 STS-51-L 챌린저 참사의 바로 전 미션이었다...[3] STS-51-G.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삼남 술탄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자가 페이로드 스페셜리스트로 참가했다.[4] 본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이들 국방부 미션은 통신 프로토콜도 100% 암호화되어 있다. 비슷한 시기 다른 셔틀 미션의 발사 장면과 달리 승무원들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이 미션의 진행조차도 찔끔 보도자료 내놓은것 외에는 전혀 알려진 것이 없어서, EVA 횟수조차 불명이고, 승무원들도 기밀 미션의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끽해야 우리가 그때 쏜 위성 아직도 잘 써먹고 있음ㅋ 정도밖에는...[5] SDI 페이로드를 쏜 미션들은 승무원들이 따로 군복만 입고 찍은 사진이 있다. 저 미션은 동맹국이긴 하지만 외국 군인(프랑스 출신 파트리크 보드리, 사우디아라비아 살만 왕자)까지 둘이나 끼워넣었던 것이다. 차라리 군대 간 적 없는 저 아줌마(섀넌 루시드)가 덜 어색할 지경.[6] 개발 비용, 운용 능력, 그리고 주변국들과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본다면 그냥 이론에만 끝날 가능성도 있다. 당장 나로호 발사 당시 겪어야 했던 일들을 생각하면..[7] 미소간의 군비제한협정.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에 대한 거부를 담고 있음.[8] SDI 자체는 공격적인 성격을 거의 갖지 않은, 거의 순수한 방어용 무기체계로써 평화주의자들의 관점에서도 그나마 거부감이 덜할법한 무기체계였는데도 불구하고 서방진영이나 미국 내부에서도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냉전기의 평화는 기본적으로 상호확증파괴의 공포에 기반한 평화, 즉 한 쪽이 다른 한쪽을 핵공격하면 반대쪽도 총력으로 핵반격할것이고, 결국 양쪽 모두 멸망과 파멸을 피하지는 못할 것이니 (아무리 상대방이 싫다 한들) 자기 자신이 멸망당하기 싫은 이상 상대를 선제공격할수는 없고, 상대 역시 자신들의 파멸을 각오하지 않은 이상 이쪽을 선제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아슬아슬한 균형으로 유지되어 오던 평화였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상대방의 핵공격을 무력화 할 수 있는 방어체계가 개발된다면? 상호확증파괴상황에서 벗어나 승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즉 이전까지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가 유일하게 합리적인 선택지였던데 비해, SDI의 개발이 성공하면 '전쟁을 한다' 역시 선택 가능한 선택지로 등장하게 되는 것. 그래서 만약 전쟁이 벌어진다면... 일단 미국 입장에서 최선의 상황은 SDI가 완벽하게 작동하여 소련이 발사하는 모든 핵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하면서 소련(또는 동구권 전역)에 일방적인 핵공격을 가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겠지만, 이 경우 아무리 적국의 국민이라도 최소 수천만에서 수억, 심하면 수십억의 인명이 몰살당하는 상황을 인간이라면 결코 즐거워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이런 (미국 입장에서) 그나마 최선의 상황이 꼭 실현된다는 보장도 없다. 예를 들어 SDI 체계가 정말 순조롭게 개발되어 완성 직전에 이른다면? 소련 입장에서는 '어차피 SDI가 개발 완료되면 패배를 피할 길이 없다. 차라리 완성되기 전에 선제공격하는게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즉, 방어 체계가 없으면 안 받을 공격을 방어 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이정도는 아니더라도, SDI 체계가 개발 완료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100% 성공적으로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다.(오히려 현실의 한계상 어느 정도의 한계나 오류는 있는쪽이 훨씬 일반적이다.) 심하면 의외로 효과가 별로 없어서 SDI를 뚫고 미국을 멸망까지 몰아넣을 정도의 핵공격을 당할수도 있는 것이고, 설령 상당히 효과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상대 국가 전체에 대한 섬멸전인 핵전쟁의 특성상 '완벽히 방어하지 못한 약간의 공격'만 하더라도 충분히 고통스러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측 모두 모든 핵전력을 투사한 상황에서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소련은 99%의 인구와 국력을 상실하고, 어느 정도 방어력을 갖춘 미국은 50~70%정도의 인구와 국력만 상실했다면 이건 분명 미국의 승리이다. 하지만 이런 승리가 과연 달콤할까?(...) 설령 정말 방어체계가 잘 작동해서 대도시 한두곳을 상실하는 정도로 방어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건 정상적인 경우라면 '결코 감당할 수 없는' 피해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군비제한협정에서도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체계의 거부'가 포함되어 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냉전 당시 서로를 극단적으로 적대시하던 미소 양국이 서로 동의한 단 하나의 평화의 기반은 '만약 우리가 싸우면 우리 둘 다 파멸할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었다는 것. 이 상황에서 어설픈 방어는 이 유일한 기반의 확실성을 무너트린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여겨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