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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한지(韓紙)는 대한민국 전통 방식으로 제조한, 닥나무로 만든 종이이며, 닥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니 예전부터 교류를 통해 중국의 제지 기술이 기원후 2-6세기 삼국시기 때 만주 및 한반도로 유입되었다고 본다.종이를 최초로 개발한 나라가 중국이고 고대로부터 중국으로부터 문물을 받아들인 게 많았으므로 이것을 사실상 정설로 본다. 그 이후 문헌에서 신라지, 고려지 등으로 불리며 품질이 뛰어났다고 문헌에 기록되어 전하며, 남아있는 유물은 적지만 신라에서 작성한 민정문서, 제2신라문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처럼 한지 실물도 일부 남아있다. 조선시대 말에서 일제강점기 때 서양식 종이가 들어오고 일본식 제지법이 퍼져 전통 한지 제조가 쇠퇴한 이후로 현대에 이른다. 현대사회에서는 싸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종이가 당연히 압도적으로 많이 필요하므로, 앞으로도 한지가 대세가 될 일은 없을 듯하다. 그래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한지의 명맥을 이어가는 장인들이 있기 때문에 맥이 끊기지는 않았다.#1 #2 #3 다만 기술을 전수받을 젊은 사람이 없어 걱정한다고..
2010년대 들어 서양에서 문화재 복원에 한지가 쓰이기 시작했다. 원래 갈라진 캔버스를 정면에서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닥종이인데 서양에서는 보통 일본 닥종이인 화지를 많이 사용했다. 그런데 한국의 닥종이인 한지가 서양의 주요 박물관에서 새로이 조명받은 것이다.
이탈리아의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는 2016년과 2018년에 한지가 종이 따위로 만든 문화재 복원에 매우 탁월하다며 자국의 문화재 5점을 한지를 이용해 복원했다. 루브르박물관에서도 문화재 복원에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위해 문경과 전주의 한지제조공장을 견학하기도 했다. 중국, 일본도 비슷한 전통 종이를 생산하지만 한지가 훨씬 강하고 질기며 오래간다는 것이 박물관 측의 평가. 한지를 만드는 재료인 닥나무는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단단하게 자라는 데 비해, 중국이나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닥나무는 섬유질이 약해 품질이 떨어지며, 일본 닥나무는 석회질에서 자라서 한지처럼 질기지 않고 오래가지도 않는다고 한다. 또한 한지는 통풍이 되어 습도를 어느 정도 조절하기 때문에 썩지 않는 장점이 있어 문화재 복원에 많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2024년 아직까지는 일본 닥종이인 화지가 압도적으로 문화재 복원에 많이 쓰이긴 한다. 유튜브에 Painting Restoration을 치면 복원 과정들을 확인할 수 있다.
2. 종류
2.1. 원료에 따라
- 저와지 : 닥나무 껍질
- 고정지 : 귀릿짚, 보리짚
- 상지 : 뽕나무 껍질
- 송피지 : 소나무 껍질
- 송엽지 : 솔잎
- 백택지 : 닥나무 껍질 + 이끼
- 백면지 : 닥나무 껍질 + 목화
- 노화지 : 갈대
- 마골지 : 마의 목피
2.2. 색상에 따라
- 운화지 : 구름처럼 흰 종이
- 황지: 누런 빛 종이
- 죽청지 : 대나무 속 같이 흰종이
2.3. 용도에 따라
표전지, 편지지, 혼서지, 창호지, 벽지, 온돌지 등3. 제조법
닥나무 한지의 대략적인 제조법은 다음과 같다.- 닥나무를 잘라 찐 후에 껍질을 벗겨낸 후 다듬고 말려 준비한다.(백피)
- 백피를 물에 불려 솥에 넣어 잿물에 삶아낸다.
- 삶은 것을 일광표백 혹은 화학표백한다.
- 방망이 등으로 잘 두드려 섬유가 부드럽게 분산되도록 만든다.[1]
- 닥풀(황촉규액)을 물에 넣고 섬유소를 풀어준 후 발로 종이를 떠[2]말리면 종이가 완성된다.
4. 장단점
- 내구성이 매우 강해 천 년 이상 된 고문서들도 굉장히 좋은 보존 상태로 발굴되고 있다. 당장 현존 최고(最古)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역시 700년대의 물건이지만 여태까지 남아있으며, 그보다 오래된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 같은 다른 신라시대 고문서들도 최근 출토되고 있을 정도. 특히 다른 종이보다 수분에 굉장히 강해서 이미 쓴 내용이 필요없어지거나 더러워지면 물로 씻어 글씨나 얼룩을 지우고 그걸 햇볕에 말려서 다시 쓸 수 있을 정도이다.[3] 또한 한지는 산성을 띠는 서양 종이와는 다르게 중성을 띠고 있어서 변색에도 매우 강하다.
- 단점은 몇 가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가성비. 만드는 데 손이 더 많이 가고 비싸다. 일반 종이, 그러니까 양지의 효율성은 따라가기 힘들다. 조선시대에 한지를 물로 씻어 말린 다음 재사용하는 관습이 일반적이었던 이유다.
5. 문구 외 활용
- 익히 알려진 대로 한옥의 문과 창에 창호지로 쓰였는데, 미세한 구멍이 통풍을 돕고 온습도를 조절해서 겨울에 오히려 따뜻한 효과가 났다.#
6. 여담
- 제조 공정상 섬유가 균일하게 퍼져 있지 않은 특징이 있다.[5] 색이 있는 한지의 경우는 채 염색되지 않은 흰색 섬유가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이건 이거대로 디자인적인 면에서 차별화되는 장점이 되기도 하다.
- 한지는 가공 방법에 따라 가죽을 대체하는 소재로 만들 수 있기도 하다. G20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영부인 김정숙은 한지 가죽으로 만들어진 비건 핸드백을 가지고 있었는데, 베고냐 고메즈 스페인 총리 부인이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기사로 소개되기도 했다.#
- 종이접기에 자주 사용되는 종이 중 하나인데 다른 종이에 비해 구하기 쉬운 편이고 얇은데다 질겨서 잘 찢어지지 않아 종이접기 매니아들에겐 사실상 거의 필수품이나 다름 없을 정도. 단점은 접었을 때 고정력이 좋지 않다는 점과 보풀이 심하다는 점인데 이는 한지에 풀을 먹여서 보완한다.
[1] 여기서 일반 종이와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일반종이는 펄프를 사용해 만들지만, 한지는 닥나무처럼 셀룰로오스를 통해 만든다. 중국의 종이와도 다른 것이 중국은 맷돌을 이용해 갈아서 섬유소의 길이가 짧다.[2] 전통 방식은 손잡이가 하나인 발로 종이를 뜨는 외발뜨기 방식이나, 일제강점기 때 일본 종이인 화지의 제조법에 쓰이는 손잡이가 두 개인 발로 종이를 뜨는 쌍발뜨기가 보급되었다. 쌍발뜨기는 외발뜨기보다 편리하지만 종이의 질은 외발뜨기로 뜬 종이가 더 좋다고 한다. 관련 기사 한지 체험 행사 등에서는 초보자들도 발을 뜨기 편한 쌍발뜨기를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3] 그래서 종이가 귀하던 조선 시대에는 많은 공문서를 씻어서 다시 사용하곤 했다. 대표적인 것이 사초이고 그 사초를 씻던 곳이 세검정 근처이며, 세검정은 한지를 만드는 조지서와도 가까웠다. 세검정 명칭 자체는 세초와는 관계가 없으며 여러 설이 있지만 인조반정 때 반정인사들이 칼을 갈았던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4] 현재는 아마인유를 사용한다.[5] 디스플레이의 밝기가 일정치 아니한 현상을 한지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6] 신문지로도 대체 가능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