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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intersectionality / 상호교차성 / 교차성계급, '인종'/민족, 젠더, 장애, 섹슈얼리티 등을 포함한 사회 불평등의 요소들을 상호교차시킴으로써 단차원적 개념화에 비해 보다 복합적인 차별의 유형을 산출하는 것.[1]
상호교차하는 억압의 특정한 형태. 예를 들어, 인종과 젠더, 혹은 섹슈얼리티와 민족의 상호교차.[2]
상호교차성 이론에서는 개인, 상호작용, 제도, 문화, 구조 등의 다양한 차원에서 분석이 이루어지며 개인들은 다차원적이고 유동적인 제도적, 문화적, 구조적 맥락 하에 배태(embedded)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상호교차하는 억압의 특정한 형태. 예를 들어, 인종과 젠더, 혹은 섹슈얼리티와 민족의 상호교차.[2]
법학자이자 철학자인 킴벌리 크렌쇼가 처음 제기한 이론으로. '흑인',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노동계급' 등의 포괄적 범주에 대해 논의하는 모든 이론이 과도하게 일반화되었음을 함의한다. 첫째, (예를 들어) 노동계급은 대부분의 노동계급의 1차적인 정체성 인식이 아닐 수 있다.[3] 만일 그렇다면 '노동계급의 경험'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둘째, (예를 들어) 같은 여성이라도 부유한 이성애 백인 여성의 삶과 가난한 동성애 유색인종 여성의 삶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사실, 이 두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서로 관련이 있으며, 후자의 사회적 지위는 전자의 사회적 지위에 의존한다.
상호교차성 이론가들은 다차원적인 접근을 통해 여성과 남성 사이뿐만 아니라 같은 젠더 사이에서도 상대적인 권력 차이(권력관계)가 발생하는 원인, 그리고 이러한 상대적인 권력 차이(권력관계)가 불평등의 원천이 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여러 억압 메커니즘은 서로 고립되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차하면서 함께 작동한다. 그러므로 (예를 들어) '노동계급'이라는 범주를 이해하려면 '여성'이라는 범주를 이해해야 하며, 그 역도 성립한다.
상호교차성 연구는 아카데미아에서 정교하게 발전한 이론이 아니며 다양한 범주가 실제 사례 내에서 얽혀 있는 방식을 탐구하는 경험적 연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연구방법론으로는 질적 연구와 생애과정에 걸친 불평등의 효과를 재구성하는 생애사연구가 선호되는데 이는 설문조사 및 양적 방법론이 중심이 되어온 기존의 계급 연구와는 차별화된다.
2. 역사
마르크스 이래의 계급론은 사회계급을 억압과 불평등의 원인으로 파악해 왔다. 그러나 사회적 억압과 불평등에는 다양한 차원이 있다는 입장이 20세기 이후 점점 더 힘을 얻게 되었다. '상호교차성' 개념을 사용해 다양한 차원의 관계를 최초로 이론화한 사람은 법학자 킴벌리 크렌쇼[4][5]로 알려져 있다.오늘날에는 이러한 교차성이 사실상 당연하게 대두되고 있지만 크렌쇼의 주장 이전까지 사회적 불평등이 교차적이고 다차원적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했다. 사실 정확히는 크렌쇼 본인도 재차 얘기했으나 해당 주장에 대한 말이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에 가깝다. 크렌쇼 역시 이를 파악하고 있었고 TED 강연에서 교차로 효과라는 말을 만든 예시를 들었는데 '엠마 디그레핀리' 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의 예시를 들었다. 엠마 디그레핀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며 맞벌이 부부이자 어머니 였는데 엠마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특별한 취직 과정이 필요 없는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에 지원했으나 지원한 공장에 엠마는 어떠한 사유도 없이 취직에 실패했다. 그랬기에 엠마는 이를 성과 인종에 대한 차별이라 생각했고 이를 법원에 진정을 제기했으나 판사는 엠마의 주장을 기각했다. 판사는 기각의 논거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고용한 적이 있으며, 여성 또한 고용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고용된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모두 생산직으로 배정되었고 남성이었으며 고용된 여성은 모두 비서직으로 배정됐으며 백인이었다. 즉, 보통 여성으로 대변되는 ‘성차별’ 혹은 흑인으로 대변되는 ‘인종차별'의 이분법으로 인해 중첩적 차별의 특수성이 지워졌던 것이다. 법정이 이 두가지 관계가 어떻게 성립되어 있는지 봐야만 중첩된 차별을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 크렌쇼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교차적 차별에 대해서 당시에는 명칭이 없었기에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킴벌리 크렌쇼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명칭인 상호교차성을 창시했다.
크렌쇼는 미국 사례를 통해 페미니즘 이론과 반인종주의 정치가 각각 '젠더'와 '인종'이라는 단일한 축을 사용한 결과 흑인 여성이 주변화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어서 사회학자 패트리샤 힐 콜린스와 마가렛 안데르센이 사람들의 정체성과 생활 기회 형성에서 계급,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의 상호교차를 탐구하였다. 힐 콜린스는 억압이 하나의 근본적인 유형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여러 억압이 함께 불평등을 산출해낸다고 지적하였다.
상호교차성 개념은 여러 사상적 조류의 영향을 받았다. 사회주의 페미니즘, 인종 연구,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등이 그것이다. 상호교차성 개념의 발달에는 미국의 흑인 페미니스트 진영이 큰 역할을 했고 제3세계 출신의 유색인 페미니스트들 역시 많은 기여를 했다. 현재 상호교차성 개념은 흑인 페미니즘, 우머니즘, 다인종 페미니즘, 제3세계 페미니즘, 원주민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다문화 페미니즘 등 여러 분야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상호교차성이론은 계급, 젠더 등을 다른 불평등 요소들과 연결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관점이다.
3. 기본 주장
Beca Zinn과 Thornton Dill은 상호교차성 접근의 5가지 기본 주장을 정리한 바 있다.첫째, 젠더와 인종을 단순한 개인적 특성이 아닌 구조로 개념화하는 것.
둘째, 여성이 단일한 범주를 구성한다는 선험적인 가정에 대한 거부.
셋째, 서로 연동되는 불평등 체계(interlocking systems of inequalities)가 존재한다는 주장.
넷째, 사회 구조와 인간 행위자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주목.
다섯째, 서로 연동되는 불평등 체계를 이해하기 위한, 특정한 시기 및 장소(historically specific and local)에 대한 분석의 필요성.
첫번째 주장은 젠더와 인종에 대한 본질주의적인 접근을 거부하는 것이다. 사실, 이 주장은 비단 상호교차성 이론가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사회이론과 페미니스트 이론가 대부분이 동의하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젠더나 인종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며, 시대와 장소에 따라 유동적으로 그 의미가 변화한다. 젠더나 인종은 고정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자연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사회정치적 갈등의 상징이다. 샌드라 하딩은 "오직 계급, 인종, 문화에 의해/사이에 (by and between) 형성된 젠더 관계만이 존재한다"고 말한 바 있다.
두번째 주장은 '여성'이 공통적인 억압을 경험하는 단일하고 통합된 집단이 아니라는 것이다.[6] 그러므로 상호교차성 이론은 '노동계급'이나 '여성'이라는 공통적인 구조적 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는 계급불평등이나 젠더불평등 해소를 위한 운동의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경험적 연구를 실제로 수행하기 이전에 선험적으로 '여성'이라는 분석적 범주를 설정해서는 안된다. 이런 맥락에서, 찬드라 탈파드 모한티 등은 젠더의 기반에 '자매애'가 있다고 가정해서는 안되며, 젠더는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실천과 분석 속에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번째 주장은 개인별로 소수자성과 약자성이 있다는 것으로, 예를 들면 여성계에서 대표적으로 사회적으로 여성이 차별받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부장제 아래에서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 또한 '남성이 남성다울 것'을 강요 받는 약자이며 이 과정에서 남성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집합적 사회화 때문에 여성을 타자화 하며 또다른 불평등을 낳는다는 것이다.
네번째와 다섯번째 주장은, 단순히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 그리고 역사적 맥락에서 유래된다는 것이다. 일부다처제와 같은 경우 현대 사회에서는 당연히 불평등한 제도지만, 과거에는 전쟁으로 남성들이 많이 죽었을 때 그 과정에서 전쟁으로 과부가 되어서 먹고 살 길이 도저히 없던 과부들을 거둬서 먹고 살게끔 하는 목적도 가지고 있는 마냥 불평등 하지만은 않은 제도였다. 물론 시대가 바뀌어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러한 불평등한 제도를 사회가 불평등한 것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현대에 와서도 일부다처제가 유지되면서 그 사정이 달라진 것이고 현재에는 불평등한 것으로 여겨지며 일부다처제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란은 이란 혁명으로 기존의 여성 참정권, 교육권 보장을 보장하던 세속주의 정책이 오히려 부정되고 이슬람 근본주의로 회귀한 바가 있었는데 상호교차성 이론에선 왜 이런 불평등한 체계가 시대가 지나며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심화되었는가에 대해서 분석하고자 한다.
3.1. 서로 연동되는 불평등 체계
세번째 주장인 서로 연동되는 불평등 체계야말로 상호교차성 개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구조적 피해자인 한 집단은 같은 집단끼리의 동질성을 가지게 되고 그 결과 다른 집단을 배척하게 되며, 이것은 사회 내의 다른 집단에게 자신들이 당하고 있는 불평등을 다른 형태로 겪도록 만든다. 이렇게 특정 대상을 차별하거나 타자화하는 대부분의 사회 구조는 그것이 타자화하는 대상에게까지 학습되고 내면화되어진다. 즉, 타자화된 대상은 곧 사회 구조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또 다른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4. 같이 보기
[1] 앤서니 기든스, 필립 W. 서튼(2015), 『사회학의 기본 개념들』, 동녘. 이하의 내용에도 이 책이 참고됨.[2] Collins, P. H. (2000) Black Feminist Thought: Knowledge, Consciousness and the Politics of Empowerment, Routelege:New York, p.15.[7] Pelak, C. F. (2007), 'intersectionality', George Ritzer (ed.), Blackwell Encyclopedia of Sociology, Blackwell Publishing:Oxford, pp.2395-2398에서 재인용. 이하의 내용에도 해당 항목이 참고됨.[3]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는 오직 경험적 연구를 통해서만 밝혀질 수 있다.[4] Crenshaw, K. (1989) Demarginalizing the Intersection of Race and Sex: A Black Feminist Critique of Antidiscrimination Doctrine, Feminist Theory and Antiracist Politics. University of Chicago Legal Forum: 139-67[5] Crenshaw, K. (1991) Mapping the Margins: Intersectionality, Identity Politics and Violence against Women of Color, Stanford Law Review 43(6): 1241-99[6] 이는 위에서 말했듯 '노동계급' 등 다른 범주에도 해당된다.
[7] 패트리샤 힐 콜린스(2009), 박미선, 주해영 역,《흑인 페미니즘 사상》, 여성문화이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