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은 프랑스어 menu de repas("식사 스케줄")이다. menu는 "줄어들다"를 의미하는 동사 minuere의 과거 분사형이다.[1] 영어에서 처음 차림표의 의미로 쓴 것은 1837년부터라고 한다. 이후 "세부 사항"이라는 뜻으로 의미가 보편화되었다. 아래 컴퓨터 메뉴는 1967년에 처음 나타난다.#
매뉴얼(manual)을 '메뉴얼'로 잘못 적는 데에는 이 단어와의 혼동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식당에서 파는 음식의 품목을 나열한 표를 흔히 메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차림표'라고 하고 70~80년대엔 식당에서도 종종 이 표현을 썼는데, 요즘에는 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메뉴의 구성은 식당의 주요 영업 포인트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메뉴의 가격이다. 가격과 맛의 비율, 즉 가성비가 중요하다. 맛에 비해서 가격이 높다면 반응이 좋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맛에 비해 가격이 싸다면 반응이 좋을 것이다.
백종원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강조하듯 메뉴의 수도 가게 영업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많은 가게들이 여러 입맛을 잡고자 많은 메뉴를 만들지만, 재고 관리와 요리 실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통은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이 백종원이 늘 강조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늘 특정 음식의 개성을 만들어서 메뉴를 소수로 줄이는 전략을 취하는 편이다.[2] 실제로 오래된 맛집은 한두 가지 메뉴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고 손님들도 메뉴판 메뉴가 적으면 '요리 실력이 없어서 많이 못 만드는구나' 하기보다는(...) '메뉴가 적어도 손님을 끌 자신이 있나 보다' 하고 한 번쯤 기대하는 편이다. 한편 중국 음식점은 메뉴 수가 매우 많으며 중국인들도 메뉴가 많은 집들을 선호한다고 한다.#김밥천국 같은 저렴한 식당에서는 맛의 기대치가 그다지 높지 않고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메뉴의 수가 매우 많은 것이 보통이다.
메뉴간의 관련성도 중요하다. 전혀 동떨어진 메뉴를 판다면 유행에만 편승하는 것처럼 보여 전문성이 떨어져보일 수 있다. 단, 돈가스는 식당의 주 메뉴와 상관이 없더라도 들어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어른 입맛의 가게에 같이 따라온 아이들을 배려한 것이다.
메뉴 이름은 보통 한글로 된 한국어이되 간혹 영어가 써져있기도 하다. 특정 국가 음식을 파는 곳에서는 해당 국가의 언어를 부기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많은 가게에는 한글 없이 영어만이 로마자로 적혀져있어 비판받기도 한다.# 사실 이렇게 한글이 없는 표기는 현행 옥외광고물 시행령에 따라 불법이지만 메뉴판에는 적용이 안 된다고 한다.#
외국 손님을 위해 다른 언어(주로 영어)로 된 메뉴판이 따로 있는 곳도 있다. 초고급 레스토랑은 마치 고급 의류점처럼 가격이 적혀져 있지 않아 처음 오는 손님을 당황케 하기도 한다. 몇몇 가게들은 '싯가'라고 해서 그때그때 다른 가격을 받기도 한다.
몇몇 카페의 메뉴판에서는 가격을 1000으로 나눈 값을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3000원이면 3.0 , 5500원이면 5.5 식으로. 0이 차지하는 부분을 줄임으로써 좀 더 간결한 느낌을 주곤 한다. 단, 어떤 가게들은 10000으로 나눈 값을 써 혼동을 주기도 한다.
메뉴는 보통 식사류와 음료수(+주류)는 구별해서 써놓는다. 단독으로 주문할 수 없는 사이드 메뉴가 있다면 그것도 따로 분류해서 표시해두는 편이다.
메뉴판은 벽에 붙어있기도 하지만 종이로 나눠주기도 한다. 종이 메뉴판은 가끔 그림이 실려있기도 한 등 좀 더 자세한 편이다. 메뉴가 적은 곳은 종이 메뉴판 없이 벽 메뉴판만 있기도 하다. 더 나아가 정말 메뉴가 하나인 곳은 아예 벽 메뉴판도 없고 손님이 앉으면 그냥 주문이 들어가는 곳도 있긴 있다(...). 한편 메뉴가 많고 파는 음식이 생소해 그림이 필요한 것(중국집 등)에는 종이 메뉴판이 나오는 편이다.
종이 메뉴판은 보통 테이블 수보다는 약간 더 적다. 모든 손님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게 아니니 테이블 수보다 적어도 어찌저찌 돌려가면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문을 마치고 나면 종이 메뉴판을 점원이 가져가는 때가 많다. 그렇지 않고 테이블마다 메뉴판이 있는 곳들도 있다. 테이블 수보다 메뉴판 수가 적은 곳은 테이블에 메뉴판이 비치되어 있지 않으므로 손님이 오면 보통 메뉴판을 가져다 준다. 바쁠 땐 이게 조금 늦어질 때가 있는데 그러면 손님 쪽에서 "저기요! 메뉴판 좀 갖다주세요!" 라고 말하곤 한다.
종이 메뉴판은 보통 두꺼운 종이 혹은 코팅지로 되어있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쓰는 것이다 보니 손상되기 쉽기 때문이다. 메뉴가 많은 곳은 접혀져 있어서 페이지를 넘길 수 있게 된 곳이 많다. 가끔 종이 고정 판에 메뉴 종이를 고정시켜둔 것도 있다. 요즘은 아이패드 등의 디지털 기기에 메뉴를 띄운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2020년대 들어 인터랙티브 키오스크가 보급되면서 소규모 점포에서는 키오스크로 메뉴 설명을 전담하고 메뉴판을 따로 두지 않는 곳도 생기고 있다.
의식주 중에서 가장 자주 소비하게 되는 분야가 음식이기 때문에[3] 음식 메뉴와 관련된 고민은 사람이 하게되는 고민 중 하나이다. 스몰토크로 MBTI와 함께 주로 거론되는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외출을 자주 할 경우 집밥을 할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식이 잦아진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점심메뉴 고민이 일과 중 하나에 속한다. 뭘 먹든 개의치 않는 성격이거나 가격이나 시간 대비 괜찮은 곳을 찾아보는 것을 즐긴다면 상관 없겠지만[4]우유부단한 성격이라면 꽤 큰 고민이 될 수 있다. 식욕도 별로 없고 뭘 먹든 상관 없는 사람은 매일매일 메뉴가 정해져 있는 초중고 급식, 대학교 학식, 회사의 구내식당 등을 더 편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메뉴 추천'을 줄여 '메추'라고도 한다. 메뉴가 고민되니 추천 좀 해달라는 것이다. 아침 추천은 '아메추', 점심 추천은 '점메추', 저녁 추천은 '저메추'인 식이다. 사실 이런 말보다는 '뭐 먹지?'(뭐먹)이라고 할 때가 더 많다.
아침/점심/저녁 메뉴, 계절(주로 여름, 겨울) 메뉴가 따로 있는 곳들도 많다. 그런 경우 해당 시간대/계절에 사람들이 많이 안 찾는 메뉴는 주문하기 어렵다.
* 시간
* 대개 상대적으로 가벼운 메뉴가 점심, 무거운 메뉴가 저녁 메뉴이다. * 메뉴명에 '모닝'이 들어간 메뉴는 대개 아침 시간에만 주문 가능하다. * 딤섬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5] 점심 시간에만 파는 경우가 많다. * 술은 저녁 메뉴일 때가 꽤 있으며,[6] 아울러 술과 함께 먹는 요리도 저녁 한정이 많다. * 점심/저녁 모두 영업하는 식당에서 인기가 매우 많은 메뉴는 점심에 다 팔려서 사실상 점심 한정 메뉴가 되곤 한다.
* 계절
* 대다수 계절 음식은 식당에서도 계절 메뉴이다. * 대개 시원한 음식이 여름 메뉴, 따뜻한 음식이 겨울 메뉴이다. * 냉면, 콩국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여름 계절 메뉴이다. 오죽하면 이 메뉴들은 계절 메뉴인 게 너무 당연해서 계절 메뉴라고 써놓지도 않은 곳들도 있다. 일본에서는 냉라멘이 여름 계절 메뉴로 유명하다. * 삼계탕은 뜨거운 요리임에도 여름에 수요가 많다. * 팥칼국수는 여름에 팥이 쉬기 쉽다는 이유로 겨울 메뉴인 곳이 많다.
오늘의 메뉴: 그날그날 특화된 메뉴를 정하는 방식이다. 좀 더 신경 써서 준비하기 마련이고 손님 역시 보통 오늘의 메뉴로 몰리기 마련이다. 전략이 잘 먹히면 비교적 한 메뉴로 통일할 수 있으므로 영업 관리가 수월해진다. 아예 이 방향으로 특화해서 정말 그 메뉴만 주문 가능한 가게들도 있는데, 충분히 개성이 있지 않고서야 메뉴 한정으로 인한 손님 이탈이 더 크기 때문에 쉽지는 않은 방식이다.
오마카세(お任せ): 주방장에게 임의의 메뉴를 부탁하는 형태. 메뉴 추천을 주방장에게 한다는 느낌으로 보면 쉽다.
아라카르트(à la carte): 오마카세와는 반대로, 손님 마음대로 메뉴를 정해서 주방장에게 요구하는 것을 뜻한다. 가령 한정식집에서 뵈프 부르기뇽 같은 걸 주문하려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넓게 보자면 '뭘 빼달라', '좀 간을 세게 해달라' 등의 요구도 아라카르트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콜키지(corkage): 손님이 포도주를 구비한 경우 자신의 가게에서 판매 메뉴와 같이 세팅해 주는 대신 받는 추가 요금이다.
만화 《심야식당》에 등장하는 가게는 오마카세와 아라카르트가 어느 정도 섞인 형태로, 손님이 와서 좀 애매하게 설명을 하면 주인이 적당한 요리를 만들어주는 식이다.
신메뉴 개발이라든지 어떤 음식점에 메뉴가 추가되었다고 하는 표현 등에서 알 수 있듯 메뉴판이 아닌 음식을 가리키는 용법으로도 쓰인다.
과거에는 부가세(한국 기준 10%)가 별도로 붙는데도 부가세를 동시에 표기하지 않는 메뉴를 주는 음식점이 존재했다. 이런 경우 메뉴판 모서리에 5pt나 될까말까한 아주 작은 글씨로 '부가세 별도' 라는 글귀가 붙어있곤 했다.[7]2013년부터는 식품업계에서[8] '최종 지불가격 표시제'가 시행됨으로써# 부가세 별도 표기가 불법이 되었으니 그런 가게가 있다면 신고 대상이다.#[9] 일본 등 외국 중에는 지금도 가게마다 부가세 포함/미포함 가격이[10] 공존하는 곳이 있다.
급식, 학식, 군대 배식, 회사 몇몇 구내식당 등은 일일 메뉴가 정해져있고 일주일, 1달마다 메뉴 표를 만들어놓곤 하는데, 이런 것은 주로 '식단표'라고 부른다.
프로그램 표시줄 하단의 '파일, 편집, 보기...' 등을 모아놓은 바를 메뉴라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Menu bar 라 부르며, 역삼각형 모양의 버튼이 있어 클릭 시 추가적인 옵션들을 모아 놓은 메뉴는 드롭다운 메뉴라고 부른다.
아무래도 메뉴판이 음식점의 알파이자 오메가를 보여주는 부분에서 착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능을 한 군데에 모아 보여주기 위해서는 메뉴판과 같은 UI가 필요했고, 그것을 만들고 나서는 별도의 다른 명칭을 생각할 필요 없이, 메뉴판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Menu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
프로그램의 메뉴는 대체로 파일(File) - 편집(Edit) - 보기(View) - 삽입(Insert) - 도구(Tool) - 창(Window) - 도움말(Help) 등으로 되어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파일', '편집', '보기'는 대체로 다 있다. '파일'은 주로 불러오기/저장 등의 기능을, '편집'은 실행취소나 재실행, '보기'는 파일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사용자의 보기 설정을 바꾸는 식으로 분담되어있다. 의외로 사용자의 환경 설정의 위치는 통일되지 않은 편인데, 한컴오피스 한글 2020는 '도구' 메뉴에 환경 설정이 있는 반면 CLIP STUDIO PAINT는 '파일' 메뉴에 있다.
2010년대를 즈음하여 프로그램의 메뉴를 누르면 드롭다운 메뉴뿐 아니라 가로로 된 리본이 나와 아이콘과 함께 세부 메뉴가 나오는 디자인이 많이 생겼다. 이를 리본(ribbon) 인터페이스라 한다.
메뉴 바 안에 Menu라고 별도로 메뉴를 또 쓰는 프로그램도 있다.
게임에서도 메뉴라는 말은 많이 쓴다. 게임은 프로그램을 켠다고 바로 게임이 시작되는 게 아니라 설정, 게임 모드 선택 등 다양한 기능을 보여주는 화면이 따로 있는데, 실제 게임 플레이와 대응하여 이 화면은 메뉴 화면이라고 한다. 모바일 게임은 스마트폰의 화면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메뉴의 개수가 컴퓨터 프로그램만큼 많지는 않은 편이다.
[1] 같은 어근을 공유하는 영어 단어로는 minute, diminish 등이 있다.[2] 이는 골목식당이 TV 프로그램이라는 방송의 형태를 띠고 있는 영향도 있다. 메뉴가 많은 상태로도 동네 장사를 하면서 유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방송에 송출된 이상 각지에서 손님이 찾아올 텐데 어중간한 실력으로 많은 메뉴가 있는 식당은 전국 각지의 손님을 만족시킬 순 없다. 멀리서 찾아오게 하려면 그곳만의 개성을 키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메뉴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수 메뉴 전략을 택함으로써 다른 입맛을 가진 손님이 제외되는 부분은 방송에 오르면서 기본 손님이 확보된다는 것으로 상쇄가 가능하다. 실제로 백종원이 운영하는 홍콩반점0410 같은 곳은 그렇게까지 메뉴가 적지 않다. 방송에서만 그렇게 말하고 자기는 그렇게 안 하는 내로남불이 아니라, 본인 사업은 방송을 통해 유입되는 인구가 없으므로 그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3] 옷은 구매 주기가 아무리 짧은 사람도 일주일에서 한달, 길면 1년 이상을 구매하지 않기도 한다. 집 또한 높은 가격과 자취의 어려움 탓에 사회 초년생 시기에는 부모의 집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독립을 시작한 후에 한달마다 빠져나가는 집세와 공과금을 소비의 개념으로 친다 해도 하루에 한 끼 이상은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엥겔 계수도 음식의 이러한 일상적 소비 특성에서 나온 개념이다.[4] 다만 점심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기 때문에 멀리 있거나 오래 기다려야 하는 맛집을 찾기는 어렵다. 외근이 잦다면 시도해볼 수도 있는데, 고독한 미식가가 그런 케이스이다.[5] 딤섬은 '점심(點心)'을 광동어로 발음한 것이다.[6] 다만 음식점 매출에 술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낮에도 팔긴 판다. 낮술 손님이 적긴 해도 어쨌거나 팔면 이득이고, 술은 어차피 보관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술이 메인인 곳은 가게를 열면서 술을 안 파는 게 아니라 애당초 아예 저녁에만 열 때가 많다.[7] 주로 비싼 가게들에서 그나마의 가격 저항을 줄이고자 이런 술법이 자주 나타났다.[8] 식품업계 외에는 여전히 부가세 별도 표기가 가능하다.#[9] 2011년 1월 방영된 무한도전 특집 정 총무가 쏜다에서는 음식 가격을 더한 총액이 정준하의 예상 폭에서 벗어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가게가 부가세 별도였고, 부가세를 넣어서 계산하니 최종적으로는 정준하의 예측 폭에 들어가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나왔었다. 이 역시 2013년 이전이라서 가능한 일이다.[10] 일본어로 세금 포함/미포함은 주로 税込み/税抜き로 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