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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데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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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000><colcolor=#fff> 대니얼 클레멘트 데닛 3세
Daniel Clement Dennett III
파일:200902_dennett_inside_1.jpg
출생 1942년 3월 28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사망 2024년 4월 19일 (향년 82세)
미국 메인 주 포틀랜드
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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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배우자 수잔 벨(1962년 결혼), 슬하 1남 1녀
학력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졸업)
웨슬리언 대학교 (편입)[1]
하버드 대학교 (철학 / 1963년 학사)
옥스퍼드 대학교 하트퍼드 컬리지
(철학 / 1965년 박사)
지도교수 콰인
길버트 라일
종교 무종교 (무신론)
직업 철학자
성향 분석철학, 신무신론
수상 장 니코브 상 (2001)
마인드 & 브레인 상 (2011)
에라스무스상 (2012)
서명
파일:대니얼 데닛 서명.svg

1. 개요2. 생애3. 핵심 사상
3.1. 마음의 자연화: 지향적 태도3.2. 의식에 대한 설명: 데카르트 극장 비판3.3. 자유의지는 진화한다: 양립가능론3.4. 다윈의 위험한 생각: 진화와 의미
4. 평가와 영향
4.1. 과학과 철학의 다리4.2. 논쟁적 스타일과 그 이면4.3. 영향력
5. 저서6. 관련 문서7. 관련 문서8. 여담

1. 개요

"우리의 마음은, 우리의 뇌가 하는 일이다."
(Our minds are what our brains do.)

미국의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 철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논쟁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철학적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마음의 자연화(Naturalizing the Mind)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의식, 자유의지, 지향성(intentionality), 의미와 같은 전통적인 심리철학의 주제들을 진화생물학, 신경과학, 인공지능 연구 등 최신 과학의 성과를 통해 해명하고자 했다.

데닛은 르네 데카르트로부터 이어진 심신이원론적 직관, 즉 마음을 뇌와는 별개의 신비로운 실체로 보려는 경향을 철학과 과학의 진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겼다. 그는 이러한 이원론적 잔재들을 '나쁜 생각도구(intuition pump)'라 비판하며, 마음의 모든 측면이 물리적 과정의 산물임을 논증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리처드 도킨스, 샘 해리스, 크리스토퍼 히친스와 함께 신무신론의 4기사(Four Horsemen of New Atheism) 중 한 명으로 불리며, 대중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의 글은 명료하고 재치 있으면서도,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매우 날카롭고 직설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2. 생애

1942년 3월 28일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이슬람학을 연구한 외교관이었고, 데닛은 어린 시절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보냈다. 아버지가 비행기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난 후 미국으로 돌아와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며 콰인의 지도를 받았다. 당시 그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을 영웅으로 여겼으나, 점차 과학적 설명과 동떨어진 철학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로 건너가 일상 언어 철학의 대가인 길버트 라일 밑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라일의 『마음의 개념』은 데닛의 철학에 깊은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마음을 '기계 속의 유령'으로 보는 관점을 비판하는 그의 반-데카르트주의적 태도의 기틀이 되었다.

박사 학위 취득 후 미국으로 돌아와 대부분의 경력을 터프츠 대학교에서 보냈으며, 그곳에 인지과학 연구센터를 공동 설립하고 소장을 역임했다. 그는 철학 연구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신경과학자, AI 연구자, 생물학자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자신의 철학을 경험 과학의 토대 위에 세우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학제간 연구는 그의 철학의 가장 큰 특징이 되었다. 2024년 4월 19일, 간질성 폐질환으로 8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3. 핵심 사상

데닛의 철학은 하나의 거대한 체계를 이루며, 그의 핵심 개념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중심에는 마음을 자연 세계의 일부로 설명하려는 일관된 목표가 있다.

3.1. 마음의 자연화: 지향적 태도

데닛 철학의 출발점은 '믿음', '욕구', '의도'와 같은 마음의 상태, 즉 지향성의 문제를 어떻게 물리주의적 세계관 안에서 설명할 것인가이다. 그는 지향성이 뇌 속의 신비한 '정신적 실체'의 속성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대신 그는 지향적 태도(Intentional Stance)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지향적 태도란 어떤 시스템(사람, 동물, 심지어 체스 두는 컴퓨터나 온도조절장치)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그 시스템이 마치 합리적인 행위자처럼 믿음과 욕구를 가지고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가정'하는 전략이다.

데닛은 우리가 시스템을 이해하는 세 가지 수준의 태도를 구분한다.
  • 물리적 태도(Physical Stance): 시스템의 물리적 구성과 자연법칙에 근거하여 행동을 예측한다. (예: 번개가 칠 것을 예측) 매우 정확하지만 복잡한 시스템에는 비효율적이다.
  • 설계적 태도(Design Stance): 시스템이 설계된 목적에 따라 기능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행동을 예측한다. (예: 자명종이 설정된 시간에 울릴 것이라고 예측)
  • 지향적 태도(Intentional Stance): 시스템에 믿음, 욕구, 합리성을 부여하여 행동을 예측한다. (예: 체스 컴퓨터가 이기기 위해 '최선의 수'를 둘 것이라고 예측, 혹은 고양이가 쥐를 잡고 '싶어'서 숨어있다고 예측)

중요한 점은, 지향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그 시스템에 정말로 '내재적'인 믿음이나 욕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복잡한 시스템의 행동을 매우 효율적으로 예측하게 해주는 실용적인 해석적 전략일 뿐이다. 이로써 데닛은 지향성을 탈신비화하고, 과학적 설명이 가능한 자연 현상의 일부로 편입시킨다.

3.2. 의식에 대한 설명: 데카르트 극장 비판

데닛의 가장 유명한 작업은 의식에 대한 설명이다. 그는 저서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Consciousness Explained)』에서 전통적인 의식관의 근저에 깔린 잘못된 직관을 데카르트 극장(Cartesian Theater)이라는 은유로 비판한다. 이는 마치 뇌 속 어딘가에 작은 관객(호문쿨루스)이 앉아 있고, 감각 정보들이 스크린에 상영되면 '의식'이 발생한다는 무의식적인 가정이다. 이 가정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무한 퇴행(관객의 뇌 속에는 또 다른 극장이...)만 낳는다고 그는 지적한다.

데닛은 '데카르트 극장'을 대체할 모델로 다중 초고 모델(Multiple Drafts Model)을 제시한다.
  • 뇌에서는 수많은 정보 처리 과정이 병렬적으로, 분산적으로 일어난다.
  • 이 과정들은 끊임없이 편집되고 수정되는 여러 버전의 '초고(drafts)'와 같다.
  • 이 중 어느 하나가 '의식'이라는 특별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 어떤 정보(초고)가 시스템의 다른 부분에 충분한 영향력을 미쳐 행동이나 언어 보고로 이어질 때, 우리는 그것을 '의식했다'고 말할 뿐이다. 즉, 의식은 '뇌의 유명세(cerebral celebrity)'와 같다.

이 모델에서 주관적 경험의 질감인 감각질(Qualia)은 설 자리를 잃는다. 데닛은 감각질이라는 개념 자체가 철학자들이 만들어낸 혼란스러운 허상이라고 주장하며, 감각질의 존재를 부정하는 가장 급진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가 부정하는 것은 우리의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경험이 마치 사적이고, 말로 표현할 수 없으며, 본질적인 내재적 속성(감각질)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철학적 이론'이다.

3.3. 자유의지는 진화한다: 양립가능론

데닛은 결정론적 세계관과 자유의지가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양립가능론자(Compatibilist)이다. 그는 전통적인 자유의지 개념, 즉 물리 법칙을 거슬러 어떤 원인도 없이 선택을 내리는 '불가해한 자유'는 신화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에게 자유의지는 진화의 산물이다. 그것은 복잡한 환경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다양한 선택지들을 숙고하며, 자기 행동의 결과를 책임질 수 있도록 진화한 고도로 발달된 생물학적 능력이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완벽하지 않지만, 회피(avoidance)와 자기 통제(self-control)를 가능하게 하는 실질적인 능력이며, 이는 도덕적 책임을 묻기에 충분하다.

그는 샘 해리스와 같은 자유의지 부정론자들이 공격하는 것은 "아무도 원한 적 없는 형이상학적 자유의지"일 뿐이며, 우리가 실제로 소중히 여기는 '가질 가치가 있는 자유의지(free will worth wanting)'는 과학적 세계관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3.4. 다윈의 위험한 생각: 진화와 의미

데닛에게 찰스 다윈진화론은 단순히 생물학 이론을 넘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전체를 바꾸는 만능산(universal acid)과 같다. 다윈의 아이디어는 생명, 마음, 의미, 목적 등 우리가 신성하게 여겼던 모든 영역을 침식하고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는 진화가 신과 같은 지적인 설계자 없이도, 단순하고 무작위적인 과정(변이)과 비무작위적인 과정(자연선택)의 반복, 즉 알고리즘적 과정(algorithmic process)을 통해 복잡성과 설계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는 목적이나 의미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스카이훅(skyhook)'이 아니라, 기존의 단순한 구조로부터 점진적으로 쌓아 올려지는 '기중기(crane)'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진화론에 비판적이었다. 굴드가 자연선택 외에 다른 요인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진화의 '다원성'을 주장한 반면, 데닛은 자연선택의 설명력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적응주의(adaptationism) 입장을 옹호했다.

4. 평가와 영향

4.1. 과학과 철학의 다리

데닛은 현대 철학자 중 과학, 특히 인지과학과 생물학에 가장 깊이 관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철학자들이 안락의자(지나치게 사변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철학을 비꼬는 'armchair philosophy'라는 말이 있다)에 앉아 사변에만 몰두해서는 안 되며, 경험 과학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그 개념적 토대를 다듬어야 한다고 믿었다. 스스로를 여러 과학 분야에 대해 수백 시간의 비공식적 튜토리얼을 받은 '독학자(autodidact)'라고 칭할 만큼, 그는 학문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는 철학계뿐만 아니라 과학계에서도 큰 존경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4.2. 논쟁적 스타일과 그 이면

데닛의 글은 명쾌하지만 동시에 매우 호전적이다. 그는 존 설, 토머스 네이글, 스티븐 제이 굴드 등 학문적 반대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때로는 그들의 동기를 의심하는 듯한 수사까지 서슴지 않았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무고한 구경꾼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확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태도는 그에게 많은 적을 만들었지만, 단순히 논쟁에서 이기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데닛은 데카르트적 이원론이나 신비주의와 같은 특정 철학적 직관들이 과학적 탐구를 방해하고 인류의 지적 진보를 가로막는 '해로운 생각'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그의 날카로운 비판은 이러한 개념적 장애물들을 제거하려는 지적 투쟁의 일환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철학의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위대한 사상을 숭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가 저질렀던 '똑똑한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4.3. 영향력

그의 사상은 현대 심리철학, 인지과학, 진화론, 종교철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의 누적 인용 횟수는 11만 회를 훌쩍 넘길 정도로 학계에서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물리주의를 지지하는 많은 과학자와 철학자들에게 그는 지적인 영웅으로 여겨진다. 반면, 의식의 주관적 측면이나 인간 정신의 고유성을 강조하는 철학자들에게 그는 인간을 로봇으로 격하시키는 '탐욕스러운 환원주의자(greedy reductionist)'로 비판받기도 한다. 그의 철학은 이처럼 극단적인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으며, 오늘날까지도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둘러싼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5. 저서

  •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Consciousness Explained)》(1991): 다중 초고 모델을 통해 의식을 설명하는 그의 대표작.
  • 《다윈의 위험한 생각(Darwin's Dangerous Idea)》(1995): 진화론이 철학, 종교, 윤리에 미치는 혁명적 영향을 다룬다.
  • 《마음의 종류(Kinds of Minds)》(1996): 인간의 마음을 동물의 마음과 비교하며 지향성의 진화를 탐구한다.
  • 《자유는 진화한다(Freedom Evolves)》(2003): 자유의지가 결정론과 양립 가능함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논증한다.
  • 《주문을 깨다(Breaking the Spell)》(2006): 종교를 과학적으로 탐구해야 할 자연 현상으로 규정한다.
  • 《직관 펌프: 생각의 도구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Intuition Pumps And Other Tools for Thinking)》(2013): 자신의 철학적 방법론과 사고 실험들을 집대성한 책.
  •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From Bacteria to Bach and Back)》(2017): 마음의 진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총정리한 만년의 역작.
  • 《이런, 이게 바로 나야!(The Mind's I)》(1981): 더글라스 호프스태터와 공저. 자아와 의식에 대한 고전적, 현대적 글들을 모은 선집.

6. 관련 문서

7. 관련 문서

8. 여담

  • 과학을 강조하고 생애에 과학자들과 함께 한 시간이 더 많으나, 철학이나 철학사를 배울 것을 종용하였다. 철학이라는 역사를 통해 자신이 어떠한 철학적 '실수'를 하고 있는지 교훈을 배우기 위해서이다. 철학은 인간의 사고 역사이며, 잘못된 사고가 어떤 것인지를 알려준다는 것. 이에 따라 과학자들이 가끔 너무 단순한 가설, 사고를 보인다는 점을 경계했다.[2]
  • 스티븐 제이 굴드는 그를 도킨스의 애완견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데닛 또한 굴드에 대해 "그의 논법은 침소봉대술, 그게아니라 술, 2단계 변명술 세 가지가 전부" 라며 폄하했다.
  • 철학계가 보통 그렇다고도 하지만, 논쟁적인 주제에서 글쓰기의 어조가 상당히 싸움닭 같은 수사를 즐겨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학문적인 반대자들의 반론이 들어오면 "적어도 그가 이해하려 노력했었다면 충분히 이해했겠지만..."(존 설), "그는 합당한 재반론도 없이 무조건 무관한 논증이라고만 치부했다, 하긴 자기 마술 트릭을 알려주려는 마술사는 세상에 없으니..."(존 설), "자신의 주장에 대해 전혀 상상도 조사도 하지 않고..."(콜린 맥긴), "의식에 대해 해명된 진실을 마주하기 두려워했기 때문에..."(토머스 네이글) 식으로 당사자가 들으면 열 받을 디스와 비아냥을 서슴지 않는다. 장판파에도 개의치 않아서, 상당히 확고한 다수설에 대해서도 "수많은 철학자들이 무고한 구경꾼들에게 잘못된 생각을 확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같은 식으로 발언하는 등 행보가 거침없다. 디스의 마지막에는 상대방에 대해 "영혼을 믿고 싶어하는 데카르트적 이원론의 함정에 빠졌다" 며 라벨링을 하는 경우도 흔해 보인다.
  • 그러다 보니 컴퓨터로서의 마음 모델을 지지하거나 유물론자인 사람들은 시원시원한 사이다라고 여기곤 하고, 데닛이 이 바닥을 "평정" 한 듯한 이미지도 간혹 갖게 되기도 하는 모양. 특히 신경과학을 비롯한 과학계 동향에 밝고 과학적 연구성과도 심도 있게 인용하기에 이공계 사람들도 좋아해 마지않는 철학자라는 명성도 없잖아 있다.
  • 독학자로 유명하다. 이는 대닛 본인이 스스로 한 표현[3]이기도 한데,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모든 분야에 대해 수백 시간의 비정식적인 튜토리얼[4]을 통해 독학했다고 한다. 여기서 그가 흥미있는 분야란 일반적으로 과학분야를 의미한다. 실제로 대닛은 전통 철학을 배웠음에도 인지과학, 신경과학, 생물학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과학 분야와 밀접한 연구를 하는 철학자들이 일반적으로 학부에 과학을 전공한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5] 그런데, 독학한 수준치고는 상당히 전문적인 얘기를 많이 하는데, 특히 인지과학 분야에서 대닛은 중요한 학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6][7]
  • 주요 신무신론 인사들 중에서 제일 높게 쳐주는 듯하다. 모두까기 성향 과학적 회의주의 위키인 RationalWiki도 샘 해리스, 리처드 도킨스,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비판적으로 서술하더라도 대니얼 데닛은 전반적으론 긍정적으로 평하고 있다.
  •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논문 인용수가 엄청나다.[8]
  • 간혹 이메일을 보내면 답장을 보내주기도 한다, 다만 바쁜 시기에는 답장을 보낼수 없다고 답장을 보내오며 의미없는 질문에는 딱히 답변을 보내주지 않는다.
  • 무신론자답게 종교인에게 시상하는 템플턴상에 대해서 당연히 비판적인데, 도킨스가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 "리처드 자네 형편이 좀 쪼들리게 되면 종교인으로 전향하고 템플턴상 받아서 상금 타먹는게 어떻겠나?"라고 비꼬았다고.

[1] 1년을 보내고 하버드로 갔다.[2] 인지과학에서 과학자와 철학자는 사고방식이 다르기 쉽다. 과학자는 소박한 물리주의적인 가설을 내놓기 쉬우나 철학사에서는 그러한 관점을 다른 철학적 가설들에 의해 상대화하기 때문이다. 대니얼 데닛이 자유의지 양립론을 지지하는 것을 생각하면 어째서 이런 발언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할만하다.[3] autodidact[4] hundreds of hours of informal tutorials on all the fields that interest me[5] 예를 들어 폴 처칠랜드는 학부 때 철학뿐 아니라 물리학, 수학을 전공했고 네드 블락은 물리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대닛의 경우 복수전공 없이 철학만 전공했다.[6] 심리철학과 인지과학에 기여한 학자에게 주는 Jean Nicod Prize(2001)를 수상한 바 있다.[7] 사실 철학, 특히 인식론심리철학은 인지과학과 상당히 밀접하고 유명 인지과학자들 중에 일부는 철학자 출신이다.[8] 누적 인용수가 113000회를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