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빵 관련 틀 | ||||||||||||||||||||||||||||||||||||||||||||||||||||||||||||||||||||||||||||||||||||||||||||||||||||||||||||||||||||||||||||||||||||||||||||||||||||||||||||||||||||||||||||||||||||||||||||||||||||
|
독일의 로겐브로트(Roggenbrot) | 캉파뉴에 다량의 호밀을 첨가한 바우어른브로트(Bauernbrot) |
1. 개요
Rye Bread, Black Bread호밀로 만든 빵. 주로 독일어권 국가들[1], 북유럽, 캐나다나 동유럽, 러시아, 독일 북부 등지에서 많이 먹는다. 지금도 러시아와 폴란드, 독일, 캐나다는 각각 세계 최상위권의 호밀 생산국들이며, 이들 국가에서는 밀빵만큼 혹은 그 이상만큼 다양한 호밀빵을 쉽게 구할 수 있다.
호밀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식감이 거칠어서 역사적으로는 동아시아 기준으로 따지면 보리나 메밀과 비슷하게 밀빵을 못 먹는 이들이 대신 먹는 이미지였다. 다만 현대에는 밀가루가 풍족해졌기 때문에 동유럽 국가들도 밀가루 빵을 쉽게 구할 수 있고, 호밀빵은 대대로 먹어 온 음식이니까 계속 먹는 느낌이다. 여러 유럽 나라들에서는 지역마다 호밀 함량과 들어가는 재료가 각양각색으로 되어 있는데 한국에서 주로 알고 있는 호밀빵은 독일식이나 러시아식이 많다.
2. 특성
호밀로 구운 빵은 갈색을 띠기 때문에 일반적인 밀빵을 흰빵, 호밀빵을 검은빵(흑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체로 호밀 비율이 높을수록 색이 어두워지며, 완전히 검은색인 빵도 있는데 이건 오히려 캐러멜이나 코코아, 커피, 살미아키 같은 부재료를 넣어 착색한 것이다.호밀가루의 경우 밀가루보다 글루텐이 부족해 쉽게 부풀지 않는 특성 때문에 밀가루빵처럼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그로 인해 밀가루를 일정 비율 섞어서 반죽해 굽는 경우가 많다. 호밀가루로만 빵을 만들 경우 반죽을 천연 효모로 장시간 발효시킨 뒤 굽는 사워도 브레드(Sourdough bread)나 호밀 입자를 거칠게 갈아 압축시켜 굽는 독일 등 서북유럽식 품퍼니켈(Pumpernickel)[2]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둘 다 밀빵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시큼한 맛이 나는데, 이 맛에 적응 못하고 GG치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게 만든 흑빵은 러시아인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주식 중 하나로써, 흰빵과 달리 진한 호밀 냄새와 시큼한 맛을 자랑하는 이 흑빵을 러시아인들은 고향의 맛으로 생각한다나.[3]
다만 맛과 식감이 거친 것은 그들도 잘 알고 있어서, 문학 작품이나 옛날 이야기 속에서 하얗고 부드럽고 소화 잘 되는 흰빵에 대비되는 진저리 나는 서민들의 애증 어린 식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 중국의 흰쌀밥처럼 유럽에서는 귀족들이나 부자들이 흰빵을 먹고 돈 없는 서민들이 보리밥, 콩밥처럼 검은 빵을 꾸역꾸역 먹어댔다고.
물론 지금은 동유럽 국가들도 흰빵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호밀빵이 전통적으로 먹어온 것이라 계속 먹는다. 평생 밥 먹고 산 한국 노인이 밀가루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의 위장도 익숙한 곡식을 더 편안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밀빵은 마침 흰빵보다 건강식이라는 좋은 이미지도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
호밀빵은 쌀로 치면 현미와 비슷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섬유질[4]이 매우 풍부하고, 흡수가 느려 포만감이 오래가지만 흰빵에 비하면 맛과 식감이 거칠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또 밀빵에 비해 마르는 속도가 빨라 포장을 뜯은 채로 하루만 지나도 손으로 잡아뜯기 어려울 정도로 딱딱해진다.
특히 품퍼닉켈 계통 빵의 경우 시큼한 맛에 거칠고 묵직한 식감까지 더해져 있어서, 웬만큼 장기 체류하며 음식에 익숙해진 사람이 아니면 쉽게 입에 대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다. 그래도 치즈나 햄, 소시지, 야채, 피클 등을 넣고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으면 초심자들에게도 나름 먹을 만하게 된다.
익숙해지면 시큼한 맛이 오히려 식욕을 돋우고 밀빵 먹는 것보다 든든하다고 해서 이것만 찾는 사람들도 많다. 호밀빵은 전형적인 식사 빵으로서 잼이나 누텔라 같이 무작정 단 것보다는 묵직한 부재료와 특히 잘 어울린다. 기본적으로 버터를 발라 먹으면 좋고, 특유의 산뜻한 맛이 고기나 치즈류와 잘 어울리는 편이지만, 사과 등의 과일과도 조화롭다. 배리에이션도 다양한데, 덩어리 치즈를 넣기도 하고, 크랜베리, 건무화과와 같은 건과일을 넣고 굽는 경우도 많고, 호두나 아마씨를 넣고 굽는 버전도 있다. 아이슬란드의 한 카페에서는 호밀빵을 평소보다 약간 더 달고 딱딱하게 만들어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파는데, 그 카페의 홍보에 따르면 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호밀빵을 아이스크림과 함께 파는 곳이라 한다.
호밀빵 특유의 청량감 있는 향미를 배가하기 위하여 캐러웨이 씨앗[5] 을 넣고 굽는 경우도 흔하다. 위 사진에 나온 것은 호밀 함량이 최소 50%이상의 고밀도 호밀빵인데, 30% 정도만 되어도 일반 밀가루빵 만큼 부드럽고 볼륨감이 풍부하면서도 호밀 특유의 향미가 있는 빵을 즐길 수 있다.
독일 호밀빵인 로겐브로트도 유명하다. 단 로겐브로트는 호밀 함량이 거의 100%이기 때문에 다른 함량의 호밀빵과 비교해 볼 때 빵의 식감이라는 것은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러시아 호밀빵과는 달리 독일 호밀빵은 모양이 원통형인 경우가 많다.
호밀빵을 발효시켜 크바스라는 알코올 음료를 만들 수 있다.
3. 한국에서의 호밀빵
한국에서도 한때 웰빙 바람이 불면서 호밀빵이 유행하기도 했다. 호밀빵을 사용한 햄버거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진짜 현지식 호밀빵을 도입하면 한국인들이 입도 대지 않을게 뻔하기 때문에 현지화를 거친 결과 호밀이 살짝 들어간 밀빵과 다를 바 없었기에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프랜차이즈 체인점이 아닌 몇몇 개인 베이커리 등에서는 30~100% 호밀로 만든 진짜 호밀빵을 팔기도 하는데, 한국의 호밀 생산량과 수입량이 워낙 적은 관계로 무게가 같은 밀빵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대부분으로, 어떤 호밀빵은 20 cm 크기당 1만 원이 넘어간다. 가공되지 않은 낟알 형태의 호밀은 웬만한 쌀보다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가공 비용과 소량생산에 따른 단가 상승, 거기에 건강 마케팅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라고 이해해야 할 듯하다. 이런 전문 베이커리에서 파는 호밀빵들은 기왕 비싸게 파는 거 아예 건강빵 쪽으로 특화된 경우가 많아 무설탕, 무버터, 무계란 제품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관리 또는 당뇨, 다이어트 등으로 식이조절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반대로 이 비싼 가격 때문에 호밀빵을 직접 만들기로 작정한 사람도 많다.
한국식으로 현지화되지 않은 호밀빵을 원한다면 인터넷이나 수입식품을 파는 상점에서 사는것이 쌀 수도 있다. 식사용 빵은 현지에선 가장 기본 식재료고,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도 일상품이기 때문에 국내 빵집에서 건강식 프리미엄 붙여 덤터기 씌우는 것 마냥 비쌀 수가 없다.
러시아식 호밀빵인 흑빵(초르니 흘롑, чёрный хлеб), 보로딘스키 빵(보로딘스끼 흘롑, Бородинский хлеб) 등도 많지는 않지만 전국 각지의 재한 러시아인 거주지를 중심으로 파는 곳이 있다. 동구에서는 독일식 호밀빵과 다른 빵이라며 독자성을 주장한다. 예컨대 보로딘스키 빵 위에는 고수 씨앗이 올려져 있다. 보로딘스키 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22년 모스크바 제빵연합기업 소속 제159제빵소의 노동자 슈프레제와 자키스라는 라트비아인 노동자들이라고 한다.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러시아의 제빵업은 주로 독일계가 종사했고, 따라서 독일식 흑빵에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 말고도 OGPU 소속 제1제빵소의 제빵법도 있었다. 1984년에는 159제빵소의 방법을 토대로 소련정부표준(GOST)2077-84번에 제빵법이 등재되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흑빵은 표준 제빵법을 따르고 있다. 서울에서는 이태원이나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뒷골목에 있는 중앙아시아타운 쪽의 식료품점, 경기도엔 안산시 외국인 거리, 부산에서는 부산역 맞은편, 경상남도에선 김해시 동상동 외국인거리 등이 있다.
독일 호밀빵은 인터넷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주로 메스테마허(Mestemacher) 제품이 유명하다. 호밀빵 제조 공장에서 생산하는 빵으로 500g에 약 6000원 정도로 판다. 이렇듯 인터넷에서 구매하면 품퍼닉켈 계통 빵을 한국에 비해서 상당히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호밀만으로 빵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다보니 천연발효종 홈베이킹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호밀 함량을 조금씩 높여가며 베이킹을 성공시키는 것을 도전과제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50% 이상부터 60%, 80%, 100%[6] 호밀빵을 성공시키면 자랑스럽게 포스팅하기도 한다.
4. 기타
<Black Bread>
50% bruised rye grains
20% sliced sugar beets
20% tree flour (saw dust)
10% minced leaves and straw
<Quotation for the Day>
O God! that bread should be so dear,
And flesh and blood so cheap!
<검은 빵>
50% 찧은 호밀
20% 썬 사탕무
20% 나무 전분 (톱밥)
10% 다진 잎과 짚
<오늘의 말씀>
오 주여! 저 빵은 이다지도 귀한데도,
살과 피는 이렇게나 싸다니요!
전쟁 포로를 위한 톱밥 호밀빵의 레시피[7]
50% bruised rye grains
20% sliced sugar beets
20% tree flour (saw dust)
10% minced leaves and straw
<Quotation for the Day>
O God! that bread should be so dear,
And flesh and blood so cheap!
<검은 빵>
50% 찧은 호밀
20% 썬 사탕무
20% 나무 전분 (톱밥)
10% 다진 잎과 짚
<오늘의 말씀>
오 주여! 저 빵은 이다지도 귀한데도,
살과 피는 이렇게나 싸다니요!
전쟁 포로를 위한 톱밥 호밀빵의 레시피[7]
호밀빵은 제1차 세계 대전,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식량 자급자족을 위해 나치가 아리아인의 통밀빵 위원회같은 기묘한 조직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인기없는 저급빵에서 우월한 아리아인들의 건강식[8]으로 선전하기도 했다.
전투식량으로도 사용됐는데 원래 딱딱하고 식감이 구린 것에 보존성을 위해 물기까지 빼서 양을 불리겠다며 톱밥과 지푸라기 등을 섞어넣다 보니 사람이 먹을 물건이 아니었고, 전황이 악화될수록 호밀빵에 들어가는 톱밥과 지푸라기가 점점 늘어나더니 마지막에는 이게 빵에 톱밥을 넣은건지 톱밥뭉치에 빵가루를 넣은건지 구분이 가질 않는 상황까지 갔다.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에서는 포인트상점에서 파는 것으로 나오는데 주인공의 대사에서 차라리 호밀빵을 사먹을 포인트를 모아서 다른 아이템을 사는게 낫다고 하고 딱딱하고 맛이 없다고 묘사되는 등 취급이 좋지 않다.
[1] 서유럽에서는 독일어권 국가들 위주로 호밀을 선호한다.[2] 영어식 발음인 '펌퍼니클'로도 잘 알려진 빵이다.[3] 그래서 흑빵이 현재까지도 러시아인들의 주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격 차이도 나는데, 크기에 따라 값도 달라지지만 대개 흑빵 1덩어리가 보통 20~30루블 한다면 흰빵 1덩어리는 50~60루블은 생각해야 한다. 한국 원으로 환산하면 약 수백 원에서 천 원 이하.[4] 빵 한 쪽에 무려 사과 20kg에 해당하는 섬유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5] 부드럽고 달달한 향의 빵을 즐기는 한국인 취향에는 꽤 강렬한 조합이라 이 정도를 즐긴다면 호밀빵을 제대로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6] 사실 밀이 약간 첨가되지만 그래도 100%로 쳐준다.[7] 1841년에 독일에서 간행되었다는 어느 시집에 실려있다고 한다.[8] 프로파간다긴 하지만 딱히 틀린말도 아니여서 지금도 호밀빵은 독일의 주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