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삼체문제(三體問題, three-body problem)는 세 물체 간의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고, 이 결과로 어떠한 궤도 움직임을 보이는지에 관하여 다루는 문제이다. 훗날 카오스 이론의 등장에 영향을 주었다.2. 연구의 역사
삼체문제는 고전역학에 속하는 문제로, 아이작 뉴턴이 프린키피아에서 세 개 물체의 만유인력 상호작용에 대해 최초로 언급하였다.물체 두 개가 중력이 상호간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고, 어떤 궤도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에 관하여 예측하는 일은 매우 쉽다(이것을 이체문제라고 한다). 물체 두 개의 중력 상호작용은 보통 만유인력과 같은 역제곱 법칙이기 때문에 언제나 해석적인 해를 구할 수 있다. 즉, 물체 두 개의 질량이 각각 어떠하고, 어떤 위치에 어떤 속도로 놓여있는지 안다면 이들이 서로 중력을 어떻게 주고받고 어떤 궤도 운동을 하는지 알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그러나 물체가 3개면 얘기는 달라지는데, 세 물체 간에 작용하는 중력과 그에 의한 궤도 운동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삼체문제는 물체들이 움직일 수 있는 궤도의 차원이 이체문제보다 한 차원 더 높고, 적용해야 할 변수가 하나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1]
삼체문제는 물리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골치아픈 난제이다. 18세기 중반부터 라그랑주, 라플라스, 아이작 뉴턴 등 여러 쟁쟁한 수학자들이 달려들었지만 이렇다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1887년에 앙리 푸앵카레[2]가 삼체문제의 일반해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유한한 항의 일반해는 없으나 '수렴하는 일반해의 존재'를 1909년 핀란드의 수학자 카를 F. 순드만이 증명했다. 다만 순드만의 급수를 사용하려면 최소 10의 800만승 개의 항이 포함된다는 계산이 나오는 등,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적분이 더 실용성이 있어 실제로 쓰이는 일반해는 아니다.
당장 쌍성계 주위를 도는 행성, 라그랑주점과 헤일로 궤도, 스윙바이 항법 같이 매우 판이한 상황들을 삼체문제 방정식 단 하나를 통해 기술이 가능하다. 때문에 현대에는 일반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대부분 수치해석적인 방법으로 삼체문제를 해결한다.
특수해에 해당하는 몇 가지 경우는 발견되었다. 대표적으로 라그랑주점이 있는데, 모체를 중심으로 하는 직선상의 물체들(L3, L4, L5)들이 그것이다. 이 지점은 모체에서 중심각이 각각 120° 정도 떨어진 곳(정삼각평형해)에 위치한 곳이다.[3] 이 특수한 경우는 조제프루이 라그랑주가 1775년에 발견했다.
이 외에도 8자형 궤도운동, Broucke-Henon-Hadjidemetriou family 이렇게 총 세 개의 특수해가 존재한다.
수소 원자 모형을 제외한 원자 모형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원자 번호는 달리 말하면 전자의 개수를 의미하며[4], 수소의 바로 다음 원소인 헬륨의 원자 모형을 세우는 과정이 딱 삼체 문제가 되기 때문. 헬륨이 이런 꼴이니 나머지 원소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3. 분류
3.1. 특수가정 분류
삼체문제에서 특수해를 구하기 위해 특수한 가정을 세우는데, 여기에는 몇가지 분류가 있다.- 평면 삼체문제: 세 물체가 모두 동일한 평면(주로 xy평면이라고 가정한다.) 위에서 궤도 운동을 하는 경우다.
- 각운동량 없는 삼체문제: 계의 총 각운동량이 0이 된다. 삼체문제에서 질량중심을 원점으로 고정하면, 각운동량 벡터는 2가지가 나오는데 이들이 서로를 상쇄해야 하니 자연히 평면운동을 해야 한다.
- 자유낙하 삼체문제: 세 물체 처음 속도도 모두 0인 것.
- 제한 삼체문제: 세 물체 중 하나가 나머지 두 개의 물체에 대해 영향을 미치지 않을만큼 질량이 매우매우 작은 경우다.
- 원제한 삼체문제(CR3BP): 나머지 두 물체가 완전한 원 궤도를 그리며 운동하는 경우로, 야코비 적분[5]이라는 불변량을 통해 해를 음미하기 용이하다.
- 궤도 공명: 세 물체가 일정 주기마다 같은 궤도를 지나는 것으로 푸리에급수를 통해 풀 수 있다. 예시로 Broucke-Henon-Hadjidemetriou family가 있으며 아래 방법들도 이 방법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다.
- 궤도 닮음조건: 세 물체의 궤도가 닮음 관계라 가정하고 푸는 것으로, 4체 이상 다체문제에서도 손쉽게 해를 구할 수 있으며 라그랑주점도 이를 통해 풀 수 있다. 어떤 두 물체간 거리를 xy평면에 놓인 [math(\vec R)]로 놓은 뒤 나머지 물체를 [math(\vec R)]이랑 [math(\hat z × \vec R)]을 통한 선형 결합으로 나타내어 푼다.
- 동일질량 삼체문제: 세 물체 질량이 모두 같은 조건.
이 조건들 중 2개 이상을 사용하여 풀 수도 있다.
제한 삼체문제를 잘 이용하면 근사적인 이체문제의 해로 구할 수 있다. 실제로 태양계에서는 태양의 질량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행성들이 원에 가까운 타원 궤도를 그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셋 중 두 천체의 거리가 압도적으로 가깝다면 둘 사이의 상대운동은 나머지 하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이체문제를 푼 다음[6] 둘의 질량중심과 나머지 천체와의 상호작용을 계산하면 된다. 달과 지구와 태양의 경우가 이에 해당하며 뉴턴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삼체문제를 해결했다.
3.2. 다체문제
삼체를 넘어서 사체, 오체로 넘어가면 더 어려워진다. 4체 이상은 일반해는커녕 특수해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이 경우에는 이체문제의 해를 통해 근사적으로 풀거나 수치적인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4. 추가 해의 발견
2013년 세르비아의 물리학자 밀로반 즈바코프 및 벨즈코 드미트라지노비치가 13개의 새로운 해를 동일질량, 각운동량 없는 삼체문제에서 발견한 이후, 새로운 해가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발표된 해 | 발견자 | 문제 종류 | 해의 개수 | 출처 |
2013 | 밀로반 즈바코프 및 벨즈코 드미트라지노비치 | 동일질량, 각운동량없는 삼체문제 | 13 | # |
2015 | 아나 후도말(지도교수: 벨즈코 드미트라지노비치) | 동일질량, 각운동량없는 삼체문제 | 14 | # |
2017 | 리샤오밍 및 랴오스쥔 | 동일질량, 각운동량없는 삼체문제 | 669(+1223) | ### |
2018 | 리샤오밍 및 랴오스쥔 | 비동일질량, 자유낙하 삼체문제 | 234 | # |
5. 창작물에서
-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 전설의 밤은 6성계에 위치한 행성을 배경으로 한다. 항성들이 워낙 복잡하게 움직이다보니 전체적인 문명 수준에 비해 천문학 지식은 매우 뒤떨어졌다. 단순히 행성들이 질량이 가장 큰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여 2차원적 궤도로도 움직임을 표현 가능한 현실의 태양계와는 다르게 6개의 항성들이 서로의 중력에 얽혀 도저히 패턴화가 불가능한 궤도를 보이는데다 6개의 항성들 때문에 밤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별을 관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7] 해당 작품의 배경으로 신문사, 놀이공원 등이 언급되며 문명 수준이 지구의 19~20세기와 비슷한 생활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작중 기준 최근에서야 기본적인 만유인력의 법칙이 발견되었을 정도.[8][9]
- 중국의 SF 작가 류츠신의 소설 삼체가 제목답게 이 삼체문제를 소재로 쓰고 있다. 그러나 삼체문제 자체가 주된 소재는 아니고, 단순히 작중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이 삼중 항성계의 유일한 행성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붙은 제목일 뿐이다. 사실 3체 문제도 아니고 4체 문제이다.[10] 전설의 밤과 유사하게 항성의 움직임이 너무 복잡해서[11] 이 항성계에 사는 삼체인들은 과학 발전에 상당한 곤란을 겪었다는 설정이 있다.[12] 사실 양자 컴퓨터를 이용할 정도면 삼체문제 정도는 수치해석적으로 풀 수 있다. 행성을 제외하고 삼항성계 수준의 문제를 푸는 데엔 1990년대 수준의 컴퓨터로도 아무 무리가 없다. 다만 각각의 경우를 분석하는 걸 넘어 삼체문제 전체의 해를 구하는 일반 공식을 도출하는 게 목적이라면 역시 수치해석학으로는 무리다.
6. 관련 문서
[1] 이해가 안된다면, 태양이 전체 질량의 99.7%를 차지하는 태양계의 궤도가 2차원적 표현으로도 충분히 표현은 물론 패턴화까지 가능하다는 걸 고려해보자. 만약 태양 말고도 항성이 하나 더 있었다면 태양계의 궤도는 너무나도 복잡해져 온갖 시뮬레이션을 동원해도 운동을 파악할 수 없었을 것이고 항성으로부터 먼 행성들은 아예 궤도에서 이탈해버렸을 것이다.[2] 푸앵카레 추측을 제시한 그 수학자 맞다.[3] 실제로 토성의 위성인 테티스, 텔레스토, 칼립소와 디오네, 헬레네, 폴리데우케스 등이 토성을 중심으로 이러한 궤도운동을 하고있다.[4] 정확히는 원자핵을 이루는 입자들 중, 양성자의 개수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온이 아닌 일반적인 원자는 전자의 개수가 양성자의 개수와 동일하므로, 전자의 개수를 원자 번호와 같다고 봐도 대개는 무방하다.[5] Jacobi Integral, 역학적 에너지에서 군더더기를 쳐낸 것이라 보면 된다.[6] 공동 질량중심을 도는 타원궤도가 나올 것이다.[7] 해당 작품에서는 2000년 주기로 문명의 붕괴와 재건이 반복됐다는걸 암시하는 현상이 있는데 마침 작중의 시점은 그 현상이 다가오던 시점이었다. 이것은 개기일식으로, 순간적으로 햇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밤하늘에 수없이 많은 별들이 보이게 된다.[8] 실제 인류사에서는 만유인력의 법칙이 17세기 말에 뉴턴에 의해 발견되었다.[9] 다만 만유인력의 법칙이 아니라 고전역학은 일찍이 발견되었을 것이다. 이것은 굳이 행성의 운동을 보지 않아도 유추할 수 있는 법칙이기 때문이다.[10] 항성 3개에 행성 1개이니 총 4체이다. 물론 3개 항성의 질량에 비하면 1개 행성의 질량은 아주 작아 이 행성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삼체인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자기가 사는 행성의 위치도 반드시 계산해야 하니 계산할 것이 4개가 된다.[11] 작중에서 삼체인들은 양자 사이즈의 컴퓨터를 지닐 정도로 엄청난 과학발전을 이루었지만, 삼체문제는 해결할 수 없어 재앙을 고스란히 맞이하는 실정이었다.[12] 삼체행성은 비주기적으로 문명이 소멸할 정도의 행성급 재앙이 오기 때문에 삼체인들은 신진대사를 극도로 줄여 동면의 형태로 재앙을 견디지만, 그럴 때마다 그동안 이룩했던 문명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