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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중진국 함정(中進國陷穽) 또는 중진국 덫(Middle income trap[1])은 세계은행이 〈2006 아시아경제발전보고서〉에서 20세기 후반 국제 경제에 대한 개황(槪況)을 제시하며 사용한 용어다.과거 저소득국가였던 나라가 중간소득국가(Middle income country)에 올라서는 단계에서 성장 동력을 상실하여 고소득국가(High income country)에 이르지 못하고 중진국에 머무르거나 다시 저소득국가로 후퇴한 현상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2. 기준
2.1. 세계은행
For the current 2024 fiscal year, low-income economies are defined as those with a GNI per capita, calculated using the World Bank Atlas method, of $1,135 or less in 2022; lower middle-income economies are those with a GNI per capita between $1,136 and $4,465; upper middle-income economies are those with a GNI per capita between $4,466 and $13,845; high-income economies are those with a GNI per capita of $13,845 or more.
2022년 세계은행 아틀라스 방법을 사용하여 계산된 1인당 GNI를 기준으로, 2024 회계연도의 저소득 국가는 1인당 GNI가 1,135달러 이하인 국가로 정의된다. 중하위 소득 국가는 1인당 GNI가 1,136달러에서 4,465달러 사이, 중상위 소득 국가는 1인당 GNI가 4,466달러에서 13,845달러 사이, 고소득 국가는 1인당 GNI가 13,845달러 이상인 국가로 정의된다.
World Bank Country Classification
2022년 세계은행 아틀라스 방법을 사용하여 계산된 1인당 GNI를 기준으로, 2024 회계연도의 저소득 국가는 1인당 GNI가 1,135달러 이하인 국가로 정의된다. 중하위 소득 국가는 1인당 GNI가 1,136달러에서 4,465달러 사이, 중상위 소득 국가는 1인당 GNI가 4,466달러에서 13,845달러 사이, 고소득 국가는 1인당 GNI가 13,845달러 이상인 국가로 정의된다.
World Bank Country Classification
영어 위키피디아의 명목상 1인당 소득
영어 위키피디아의 PPP기준 1인당 소득
세계은행 명목 GNI
세계은행 PPP기준 GNI
아틀라스 환산 방식[2]의 명목상 1인당 GNI가 1,135~13,845 달러 사이에서 더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하고 있는 국가를 뜻하며, 세계은행의 고소득 국가군 경계가 2022년 기준 13,845 달러이므로 고소득 국가군 진입 전 경제 성장 동력을 상실한 나라를 의미한다고 봐도 된다. 대다수가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 몰려 있다.
2.2. 다른 기준
Middle income trap – interpretation by Bukowski et al. (2012)
source: own elaboration based on Maddison Project (Maddison Project Database, 2014).
학자마다 기준은 제각각이다. 세계은행의 공식적인 기준은 아틀라스 환산 기준 1인당 환산 소득이 1,045~12,696 달러를 말하지만, 학자에 따라 미국 구매력 소득의 20~30%부터 20~50%, 극단적인 경우는 45~65%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50%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 2023년 기준 42,687달러를 넘겨야 고소득 국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선진국들도 인구 규모가 5,000만 명이 넘는 국가들은 구매력 기준 소득이 대체로 미국의 50%~65% 수준이다. 미국의 명목 소득이 2024년 기준 85,373달러이므로, 미국 명목 소득 기준의 20%는 17,075달러, 30%는 25,612달러, 45%는 38,418달러, 50%는 42,687달러, 65%는 55,493달러가 된다. 대한민국의 경우 2023년 명목 기준 소득은 34,165달러로 미국 소득의 40%이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인 미국 소득의 45~65% 기준으로 중진국(middle-income country)의 상한을 정하면 중진국의 기준 자체가 지나치게 높아진다. 2024년 미국의 PPP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85,373달러이며 45%는 38,418달러, 65%는 55,493달러이다. 65% 기준을 적용하면 독일(54,291)과 영국(51,075)은 물론 핀란드(55,127)도 그 기준을 넘지 못해 중진국이 되며, 이탈리아가 아슬아슬하게 최하위선인 45% 선에 걸쳐있으며(39,580), 이탈리아 밑으로 일본, 한국, 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 및 발트 3국, 이스라엘 같은 나라들은 모두 중진국이다.
문단 상단의 그림은 폴란드의 명목 소득을 미국과 대비해서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가장 극단적인 기준인 45~65% 기준으로 중진국 함정을 표시해놨다.
Middle Income Trap (현실판 개미 지옥); 장기 시계열로 보면 남미 각국의 소득은 미국에 대한 비율로 보았을 때 수렴 우하향 추세다. 2000년대 초반까지 원자재 수출로 반짝 리바운딩하는 듯했으나(룰라, 차베스 집권기) 미국의 셰일 가스 개발, 원자재 블랙홀이던 중국의 경제 위기로 자원 수출 가격이 폭락하자 장기 추세선으로 복귀했다.
3. 보편성
중진국 함정은 '함정'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인상과 달리 예외적인 현상이 아닌 보편적인 현상에 가깝다.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은 나라는 극히 드물며, 선진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 성장국들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전교 200등이 약간의 노력과 공부로 100등이 되기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100등이 10등이 되기는 어렵고 10등이 1등이 되기는 더욱 어려운 것처럼, 저소득 국가일 때는 고성장을 하다 중진국이 되면 본격적으로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각종 경제 위기에 직면한다.세계은행 소속 경제학자들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에 중진국이었던 101개 국가 중 2008년까지 고소득 국가가 된 곳은 대한민국, 아일랜드, 대만 등 13개국 뿐이다. 나머지는 50년 동안 그 상태에 머물러 있거나 심지어 더 가난해진 국가도 있다. 저소득 국가들이 저임금 제조업 등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으로 성장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이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3]
이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자유시장경제, 자유 무역,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논할 때 꼭 이 문제를 거론한다. 이에 대한 반론도 까고 보면 선진국의 핵심 하청 국가가 되어 경제 주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이를 타개하려면 다른 나라의 장점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 고유의 문제점들을 자국의 상황에 맞게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중진국 함정을 벗어날 수 있는 범용적인 모범답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세계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고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4. 원인
4.1. 산업 구조상 문제
4.1.1. 기존 성장 방식의 한계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고 있는 주요 선진국, 선진국 진입을 노리는 국가 간의 1인당 구매력 GDP 격차[4] |
중진국 함정 현상이 일어나는 주된 이유는 요소 투입 중심의 성장 방식이 가지는 한계(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 때문이다.
일단 중진국으로의 진입은 비교적 수월하다. 신흥공업국 이하의 국가들은 국가 전반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통치자가 상식적인 수준의 판단력으로 어느 정도의 물량만 투입할 수 있다면 '후진성의 이점(advantage of backwardness)'을 살려 중진국 입문 수준의 단계로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 쉽게 말해 후진국은 바닥에서 시작하는 만큼 올라가기가 쉬운 것이다. 비포장 도로에 아스팔트만 깔아놓으면 물류 규모가 수십 배로 증가하고, 초등학교를 세우면 노동 생산성이 폭증하며, 상하수도 시설만 설치하면 공중 보건 비용이 크게 하락한다. 그래서 후진국은 이런 양적인 투자만으로도 가파른 성장을 할 수 있다. 거기에 낮은 인건비를 통한 선진국의 공장 역할, 특정 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 선진국에 대한 추격자 효과 등이 합쳐지게 되면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이런 식으로 중진국 단계에 오르면 선진국 진입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선진국 진입은 기존의 중진국 형식의 개발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국가가 경제발전 과정을 보면 인구가 원래 생산성이 낮던 농촌 지역에서 도시로 옮겨가는 이촌향도, 도시화 현상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노동력이 생산성이 낮은 1차산업(농업/수산업/축산업 등)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며, 또한 여성도 대부분 전업주부로 가사와 육아에만 머물다가, 취업이 대폭 증가하고 소자녀화 현상이 나타난다. 사회 전체적으로 인구와 자원이 생산성이 낮은 분야에서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전환[5]되는데, 그 생산성의 차이만큼 소득이 급격히 증가한다.
하지만 그런 이동이 완료되고 인구 증가가 멈추고 노령화되면 더 이상 끌어낼 저임 노동력 등 이용률이 낮은 자원이 고갈되니 성장이 둔화된다. 이를 이중 영역 모델(dual sector model)이라고 하며 중진국 함정을 설명하는 이론 중 하나이다. 이런 모델에 따르면 소위 일컫는 제3세계 국가와 태국, 베트남 등의 나라가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로 후술될 중진국 함정의 전반적인 현상들이 발생하는 나라는 선진국으로 진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4.1.2. 고도화/다각화되지 못한 산업 구조
실제로 21세기인 현재 중진국 함정을 겪고 있는 국가들은 지금도 대부분이 1, 2차 산업의 제조업(농업, 경공업 등)이나 국내시장 위주의 서비스업(부동산, 유통업 등) 등으로 경제를 계속 유지하고 있고, 제조업 계열에서도 선두 주자가 아니어서 선진국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원천기술을 수입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6]경제개발 초창기 시절부터 시작한 산업의 육성으로 중진국으로의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경제 궤도가 안정화되어 예전의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계속 이어갈 수 없다. 결국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산업의 고도화/다각화는 절대적으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이를테면 대한민국은 삼백(三白) 산업[7], 가발/신발 제조 경공업 → 조선/자동차/석유화학/기계 산업 중화학 공업 → IT/바이오/금융/문화 등 3, 4차 산업으로 순서적으로 전환함에 따라 경제적으로 선진국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는 데 성공하였다. 만약 21세기에 들어서도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 시절과 다름없이 경공업에만 의존한 채 체질 개선을 하지 않았다면 양상은 확실하게 달라졌을 것이다. 동아시아의 일본, 한국, 대만은 전후 20세기에 걸쳐 산업 구조의 고도화, 다각화에 성공하여 단기간에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에 진입했다. 반면 중진국 함정을 겪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이러한 과제에 성공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된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중진국 진입에 성공한 대부분의 국가는 중진국에 진입한 지 한참 시간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과거의 주력 산업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어 정체가 시작된다. 결국 산업의 다각화(4차산업, 금융업, 문화산업), 선진화(독자적인 원천기술 개발) 등이 이뤄지지 않아 차세대 산업 경쟁에서 도태되고,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성장동력을 잃게 된다.
4.1.3. 낙후된 제조업
21세기 현재 선진국으로 진입한 국가들은 대부분 19~20세기 전반에 제조업을 발전시켜 공업화를 이루고 서비스업 위주로 경제를 재편하였다. 선진국 중 가장 서비스업의 GDP 비중이 낮은 대한민국의 비중이 57%고, 미국은 77.6%, OECD 평균은 71%다. 오늘날 고도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신흥공업국과 개발도상국도 선진국의 뒤를 따라 1차산업에서 제조업 위주로 경제가 전환하고 있거나 이미 전환이 완료된 상태다.문제는 기술력과 자본의 격차로 인해 이들 국가 대부분이 중공업이나 첨단산업 등 자본집약적 또는 기술집약적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국가들의 제조업은 선진국의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 발전 수준은 대부분 의류, 식품가공 등 부가가치가 낮고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그것도 원자재의 단순 가공이나 수입 부자재를 가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나라들은 개도국일 때는 저임금으로 선진국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발전하지만 중진국이 되며 임금이 비싸지면 선진국 기업들이 임금이 더 싼 다른 지역으로 하청을 바꾸며 경제위기를 맞고 중진국 함정에 빠진다. 쉽게 말해 국가 자체가 "선진국의 하청 기지"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제조업 발전을 위해서는 노동력의 질적 향상과 고도의 사회 인프라가 필요한데, 산업혁명으로 이 단계를 밟은 선진국들은 최소 수십 년에서 길게는 2세기 정도에 걸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수준 높은 노동력과 고도화되고 안정적인 인프라를 갖추었다. 그러나 신흥공업국과 개발도상국은 이런 문제를 등한시하거나, 또는 문제 해결에 노력하더라도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저가 브랜드가 고가 브랜드로 거듭나기란 단순한 품질 향상 이상으로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밖의 후발 주자 국가들은 그들을 훨씬 넘어서는 역량을 가진 선진국과 경쟁 우위를 잡기 위해 몇몇 산업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를 하였고, 관광업 등 서비스업이나 자원 산업에 집중하여 중진국으로 손쉽게 진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성장은 그 기반이 불안정하거나 자체 개선이 매우 어려워서 실상을 들여다보면 내실 없는 쭉정이에 가깝다. 단적인 예로 러시아, 베네수엘라, 브루나이, 아랍 중동 국가들, 중남미 국가들은 석유로 많은 돈을 벌었고, 태국은 세계적인 관광 대국이지만 이들을 선진국이라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원의 저주에 당해서 오히려 경제가 퇴행해버릴 수도 있는데, 과거 인광석으로 떼돈을 벌다가 인광석이 고갈되자 몰락한 나우루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중진국 함정에 빠진 국가들이 큰 특징은 대개 이렇다 할 자국 메이커나 브랜드가 부재하거나 부실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동남아, 중남미 국가에서 잘 나타나는 문제로, 당장 멕시코, 태국, 베트남만 보더라도 공장은 많은데 정작 공장을 소유하는 업체가 선진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게 특징이다. 물론 기술과 자본이 없는 개발도상국에서는 해외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진국에 진입하면 해외자본 의존이 국가경제의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 해외자본은 자국보다 해외의 인건비 상승에 엄청 민감하기에 해외 인건비가 상승하면 해외 공장을 포기하고 차라리 자국 공장으로 생산을 옮겨버린다. 이는 자국기업이 자국에서 철수 및 국적을 옮기면 정치적 반발과 지탄을 받기 때문에 아무리 사업하기 힘들었어도 자국에서 생산시설은 유지하기 때문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개발은 보통 자국에서 행하므로 연구 개발자와 현장 생산 기지의 소통을 위하여 자국 내 생산 시설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8]
중진국들은 자국 메이커를 만드는 것도 어렵고, 있더라도 해외 메이커에게 밀리기 쉬우며, 또한 국가적으로 자국 메이커를 육성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물론 모든 정부들은 자국 메이커가 있는 게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문제는 국민들이 자국 메이커를 사주고 이용해야 자국 메이커가 성장하는데 자국 사람들이 해외 다국적기업의 메이커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자국 메이커 경쟁력의 부재로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이 문제 때문에 특정외래품판매금지법이라는 법률로 해외 기업의 국내 소비재 진출을 틀어막았던 경력이 있었으나, 이는 암시장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생산 비용 상승에 대한 경쟁력 약화도 대두되기 시작한다. 경제 상승은 필연적으로 물가 상승을 동반한다. 그리고 물가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임금 또한 오르고, 총생산비용이 증가하면서 기존의 제품 가격 또한 상승한다. 그런데 품질은 뒤처진 상황에서 가격만 덜컥 올라버리면, 당연하지만 어느 누구도 제품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 옛날처럼 싼 맛에 판매하는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즉 품질은 선진국에 밀리고, 가격은 후진국에 밀리는 샌드위치 상황에 몰린다. 여기서 과감한 기술 개발, 고부가가치화, 산업 다각화에 실패하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중진국 함정에 걸리는 것이다. 1990년대 한국은 가마우지 경제라는 말이 유행한 적 있는데, 바로 이런 상황을 우려하는 발언이었던 것이다.
대외 경제 측면의 문제도 발생하는데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경제가 발전하는 동안 당연히 해당 국가 화폐에 대한 절상 압력도 가해지게 된다. 이는 수입 비용을 낮춰 국내 물가를 억제할 수 있는 효과를 내 주기도 하지만 수출 제품의 가격 형성에는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 역시 적절한 통화 정책을 세우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나마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이는 중국은 이 문제에 있어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강력한 내수시장과 기술혁신을 통해 단순 가공 수출에서 벗어나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4.1.4. 기술 발전에 따른 선진국 문턱 강화
기존 경제 체계 내에서도 중진국 함정 탈출은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왔다. 만약 쉽거나 벤치 마킹 전략으로 재현이 가능했다면 한국의 부흥을 두고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초고속 성장에는 시대적인 운이 따라준 측면도 분명히 있었다는 해석이 상당하다. 요컨대 대한민국이 단기간에 경공업과 중화학 공업을 거쳐 첨단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냉전"이라는 국제정세에 있었다는 것이다. 철의 장막과 중국의 공산화 이후 제2세계 진영이 제1세계와 완전히 분리된 당대 국제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이 중국과 같은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제2세계 진영과의 경쟁을 피하고, 우호적인 제1세계 진영과의 교류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한강의 기적의 원동력 중 하나였으며, 따라서 냉전이 종식되어 자유무역 시대가 본격화하고 중국이 개방되어 발전한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과거 한국의 발전 전략을 벤치 마킹하는 것으로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해석이다.
구 공산권 국가들 중에 탈출 사례가 있기는 하나 이들 국가조차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피해와 공산화 이후 자본주의로의 체제 전환 직후의 혼란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웠을 뿐 원래는 선진국에 근접한 국가들뿐이었다. 발트 3국, 체코,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같은 나라는 공산권에 속하지 않았으면 개개인의 생활수준은 이미 고소득 국가 반열에 들었을 국가들이다.[9]
한편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절망적이게도, AI, 로봇, 드론, 메타버스 등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 혁명의 물결은 저개발국의 편이 아니다. 미국이 단번에 남미 반미 좌파 블록을 날려버리고 전략적 경쟁자인 러시아의 경제까지 타격을 입힌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셰일 가스 수압파쇄법이었던 것처럼, 대부분의 첨단 기술 혁명은 선도자의 편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첨단기술 격차는 시대가 지날수록 더욱 벌어지는 현상을 보이는데 2020년대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속에서 대봉쇄로 인해 가장 극단적인 피해를 본 국가 역시도 선진국이 아니라 개도국이었다. 같은 역성장이라도 선진국은 국민들의 의식주 걱정까지 할 정도로 극단적인 경우는 흔치 않았지만 개도국은 그야말로 정부와 국민이 같이 파산하여 집과 일자리를 잃고 진짜로 거리로 내몰리는 지옥도가 펼쳐졌다.[10]
특히 4차산업 기술의 진보에 따른 노동력 절감 효과로 인해, 중진국 함정을 겪는 국가들의 공산품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효과가 잘 먹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동남아 국가들은 본래 선진국-다국적 기업들의 하청 공장 기지로서 자국민들의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생산된 상품을 가공 수출하면서 자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인데, 21세기에 들면서 정확하고 신속한 일처리가 가능한 로봇이 기존의 인간들을 대체하는 현상들이 조금씩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대세가 되고 있다.
실제 2010년 이후 자동화와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최소한의 관리 인원으로 돌리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가 현실화되면서 저임금을 보고 중국/인도/동남아에 공장을 세웠던 선진국 업체들이 자국으로 U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디다스는 독일에 로봇과 3D 프린터를 이용한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그동안 OEM 생산을 담당하던 동남아시아의 하청 공장들을 매년 줄이고 있다. 노동집약산업이라던 신발과 의류 등 경공업조차도 더 이상 저임금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 기반의 기술이 부족하고 자국 기업이 튼튼하지 못한 동남아 국가들에게 경제발전에 상당히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21세기 들어 선진국들의 자국 우선주의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 시기 자국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공장을 기존의 개도국들이 아닌 국내에 유치하고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당연히 선진국에 수출 비중이 큰 개도국들에게 좋을 것이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수출입이 통제되어 자국 내 생산 기반을 개도국으로 많이 이전한 선진국들이 물자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또한 과거와 달리 일자리가 줄어도 좋으니 스마트 공장 형태로라도 유턴을 환영하는 게 선진국의 추세라, 개도국 아웃소싱이 줄어들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연구 개발과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도 선진국들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중진국까지는 선진국 제품을 싸게 생산하거나 복제 생산하는 것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지만 선진국이 되려면 결국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동원할 수 있는 저임금 노동력이 언젠가는 고갈되어 임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노동 생산성이나 자본 생산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자동화나 산업 고도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연구 개발 투자가 불가결하다. 대부분의 중진국은 이러한 생산성 향상과 연구 개발 투자가 부진해서 성장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4.1.5. 수입 대체 산업화
자세한 내용은 수입 대체 산업화 문서 참고하십시오.중진국 함정에 빠진 일부 국가들(특히 중남미)의 특징은 수출주도산업화(ELI)가 아닌 수입대체산업화(ISI)를 목표로 장기 경제정책을 짰다는 것이다. 수출주도산업화의 중점은 국산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것에, 수입대체산업화의 중점은 외산 제품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에 있다. ISI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기업이 국내 시장 점유에 안주하게 만들어 외국 기업과 경쟁할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다. 흔히 석유만 팔다 망했다고 알려진 베네수엘라도 1970년대에 수입대체산업화를 통해 국내 제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다가 망한 케이스이다.
그나마 세계은행의 통계를 보면 ISI가 추진된 1960년대부터 1980년까지 중남미 및 카리브해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더 높았다.#[11] 그럼에도 1970년대 비산유국 중남미 국가들이 큰 부침을 겪은 이유는 ISI 자체의 문제점과 더불어 농산물과 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오일 쇼크로 인해 에너지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산유국인 중남미 국가들(멕시코, 베네수엘라 등)는 같은 시기 오히려 오일 쇼크로 ISI를 추진할 재원을 확보하고 여기에 막대한 외채까지 끌어들여 ISI를 추진했으나 1980년대 중반 유가가 하락하자 타격을 입었다. 즉, ISI자체의 재정적 문제는 물론이고, 재원을 수급할 방법이 망해버린게 중진국 함정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12]
4.2. 사회 구조적 문제
4.2.1. 인구 문제
4.2.1.1. 과다한 인구
인구는 국력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가와 영토가 감당할 수 있고 국가 간의 기본 1인당 경제력 차이가 크지 않을 때의 얘기이다. 정도를 넘어선 인구는 경제를 악화시키고 선진국 진입에 방해가 된다. 식량, 원자재 등 사람이 살기 위한 필수 재화의 생산량에 비해 먹여 살려야 할 사람이 너무 많은 상태가 되면 내부 경쟁으로 인해 카니발라이제이션[13]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먹여살려야 할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다. 중국, 인도가 겪고 있는 경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며 방글라데시 등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이것이 훗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더라도,[14] 당장의 이유로 인해 산아제한정책을 실시하는 개발도상국이 나오는 이유다.산업이 빈약한 나라에서는 1차산업으로 하루하루 먹고 사는 국민들에게 고소득 일자리를 하나하나 마련해줄 겨를이 없다. 게다가 이들은 교육 수준도 낮은 경우가 많아 자국에서나 해외에서나 고급인력으로 대우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자국에서 만족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건강한 몸뚱아리 하나만 믿고 해외 취업을 가는 경우가 흔한데, 그들이 현지에서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있는지, 국가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 보장할 수 없다.
가령 중국인, 필리핀인들은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을 정도로 해외 취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의 직종은 가정부, 식당 종업원, 공장 생산직 등 일용직이 대다수다. 중국이나 필리핀뿐만 아니라 다른 개발도상국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1.4 문단에서 언급한 대로, 특히 산업 자동화 관련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4.2.1.2. 저출산과 빠른 고령화 및 인구절벽
위에 언급한 과다한 인구가 심지어는 고령화까지 되어버린다. 과거 고령화 문제는 선진국만의 문제처럼 여겨지곤 했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는 개발도상국들도 고소득 국가 진입 이전에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 감소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체계, 영양상태가 개선되면서 과거보다 수명이 늘어난 탓이다. 또한 자식을 낳으면 고생한다는 생각은 어느 정도의 소득만 되어도 바로 느끼는 부분이라 더욱 그렇다. 특히 소셜 미디어의 확산과 코로나 팬데믹 시대 이후로는 개발도상국도 출산율의 급감이 두드러지고 있다.그래도 저출산을 겪는 개발도상국들도 출산율이 1명대 초반은 되는 것을 보면 "저 정도면 아주 심각한 건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개발도상국에 있어 저출산 문제는 선진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개발도상국들은 늘어나는 고령인구를 부양할 경제적, 사회적 역량이 부족한 데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를 완화할 만큼의 이민을 받아들일 역량이 부족하다.[15] 거기다 먹여야 할 인구들도 여전히 많아서 적극적인 인구 장려도 쉽지 않으며, 초기 2차 산업 & 3차 산업에 종사하는 중진국 국가 내의 사회 갈등에 따른 스트레스는 기존 농경사회를 한참 초월한다. 페티 클라크의 법칙에 따른 경제개발 단계에서, 중진국 진입에 이상적인 인구구조인 피라미드 형태는 정작 중진국에 진입하는 기간 동안 너무나 치열하게 벌어지는 내부 경쟁 때문에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시작되어, 경제적으로 중진국이 될 때면 이미 수십 년간 내부 경쟁에 지친 국민들이 출산에 소극적으로 바뀌고 만다.[16]
대체로 중진국 국가들은 치안 문제와 빈곤 문제, 불안정한 내정 문제까지 겹쳐 영유아 및 청소년 사망률이 높다는 것도 인구 문제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중진국인 만큼 산업도 미약하기 때문에 인접한 선진국으로 유출되는 인구 수도 상당하다. 따라서 선진국보다는 조금 높은 출산율을 가졌더라도 경제 활동이 가능한 나이가 될 때쯤이면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17] 따라서 고령인구를 부양할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고, 아직 노동집약 산업의 비중이 높은 최빈국들이나 개도국들이 저출산 문제를 겪는 것은 쉽사리 넘기기 어려운 문제이다.
아래는 개발도상국임에도 저출산을 겪는 나라들이다.
- 중국 : 2021년 기준 1인당 GDP가 12,556달러 가량으로 동시기 대한민국의 1/3밖에 되지 않는데도 굉장히 빠르게 저출산·고령화가 시작되었다. 덩샤오핑 시기부터 한족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을 실시하여 유엔 세계인구전망에 의하면 2000년에 이미 합계 출산율 1.56을 기록한 상태였다. 2자녀로 완화된 2016년의 출생아수가 1,786만 명이었으나, 3자녀로 완화된 후 1년이 지난 2022년 출생아수는 956만 명, 2023년 출생아수는 902만 명으로 불과 6년 만에 출생아 수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출산율은 2022년 1.08명, 2023년은 1.00으로 밑의 태국과 마찬가지로 1점대가 깨지기 직전까지 왔으며 이 수치는 2017년, 2018년의 한국과 비슷하다.[18] 중국은 생산연령인구가 2012년부터 감소했고, 2022년부터는 대약진운동 실패 후 대기근을 겪은 1961년 이후 61년 만에 총인구가 감소했다. 한국보다 생산연령인구가 4년 먼저, 총인구는 2년 늦게 감소가 시작된 것이다.
- 태국 : 태국 역시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2010년대 중반 이후로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으며, 2016년의 출생아 수는 70만 명이었으나 2022년의 출생아는 50만 명으로 20만 명의 출생아 수가 줄어들었다. 2022년의 출산율은 1.00, 2023년 9월 출산율은 0.95까지 추락했다. 만성적인 저출산·고령화를 겪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태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국민소득으로 인해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네팔,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의 아시아의 중진국들도 출산율이 2 밑으로 감소했으며, 그 인도마저 2020년 2.03명, 2021년 1.99명으로 감소했다. 베트남의 경우, 1인당 GDP가 5천 달러가 채 되지 못했음에도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중위연령도 32.7세로 상승했다.
- 튀르키예 : 2018년까지는 2.0명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였으나 코로나와 에르도안의 저금리 정책으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폭등하면서 젊은이들이 출산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더 놀라운 것은 출산율 2.0명이 깨진 이후에 고작 5년 만인 2023년에는 급기아 1.5명대까지 급락 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유럽 국가들 보다는 안정적인 출산율을 보여줬던 튀르키예가 이제는 유럽연합 평균까지 떨어져 버렸다. 특히 이스탄불 같은 대도시는 1.28명으로 이미 초저출산으로 진입한 상태이다. 튀르키예의 1020세대가 반에르도안, 반이슬람 성향이 강해서 탈종교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 진입하기도 전에 초저출산 추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 북한 : 동북아 최빈국인 북한마저 저출산을 만성적으로 겪고 있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통계 시스템이 불분명한 관계로 확실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북한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자료가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대략 1.8명대로 추정된다. 보통 북한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들의 출산율이 낮아도 2명대 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그냥 가볍게 넘어가기는 어려운 문제이다.[19][20]
- 아프리카 국가 대다수: 아프리카도 출산율 '주춤'…세계 인구 2046년에 정점 찍고 급감 그나마 세계 인구증가의 화수분이라 할 만큼 현재진행형으로 베이비붐이 일어나고 있으나, 이들 역시 추계인구 전망이 하향 조정이 불가피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에도 피임이 보편화함에 따라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들의 출산율 감소는 세계인구 추계전망의 조정에도 영향을 끼쳤다.
4.2.2. 양극화 확대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사회의 부는 특정 계층·분야·지역에 편중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사회 전체적으로 불평등이 심해지고 빈부격차가 급속히 커지기 시작하며, 이는 사회의 불안정을 불러오게 된다. 초창기 국가주의적 경제성장에 발빠르게 적응한 일부의 재벌이나 관료들은 일반 국민들은 물론 선진국의 부자들까지 상상도 못할 정도로 호화스럽게 살지만, 국가의 경제 성장에 협력해왔던 대부분의 서민들은 자신들에게 이득이 전혀 돌아오지 않다 보니 사회 불만이 커져서 경제 발전에 대한 '희생'을 거부하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성장 동력이 급속히 떨어지기 시작한다.멕시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대표적인 예로 성장과 함께 분배도 일정 정도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성장도 한계에 부딪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다. 특히 소득이 충분히 분배되지 못했을 경우 사회 갈등이 크게 늘어나게 되며, 범죄율이 증가하고 심지어 마약 거래, 인신 매매나 반사회적인 목표를 둔 무장 단체가 등장하는 등 악순환에 빠져 자칫하면 체제가 흔들릴 수가 있다.
이런 현상 속에서 양극화가 확대되기도 한다. 리처드 윌킨슨(Richard Wilkinson)은 경제적인 불평등에 대한 데이터를 명확하게 도표로 나타내었다. 그는 건강, 장수, 신뢰 등과 같은 단순한 가치들마저도 빈부격차가 심해지게 될 때 경제성장 효과가 더 악화되는 것을 통계를 통해 증명했다. 어찌하든 사회 문제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정부가 풀지 못하면 국가는 총체적 난국에 빠지게 되고, 양극화로 인해 범죄의 증가나 사회 구성원 간의 불신 등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사회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효율성이 떨어진 사회가 경제발전이 느려지는 것과 '중진국 함정'에 빠진 국가가 경제발전이 더뎌지는 것은 다른 말이 아니다. 이렇게 리처드 윌킨슨이 말하는 신뢰는 '사회적 자본'이라고도 말한다. 리처드 윌킨슨 (Richard Wilkinson): 양극화가 사회를 어떻게 도태시키는지 설명하는 TED 강의
4.2.3. 느린 의식 변화
느린 의식의 변화도 중진국 함정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나라들일수록 국가 내부의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국민들에게 가리기 위해서 언론과 매체를 통제하고 이용하며 내부 불만을 억제시킨다.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중진국들은 언론자유지수가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이 특징이며, 그렇게 통제된 국민들 역시 근시안적이고 국수주의적인 이념에 경도되어 세계의 트렌드를 제때 읽지 못하고 개혁 정신이 둔감해진다. 이런 분위기의 사회에서는 혁신을 기대할 수 없으며, 선진국 진입 또한 기대할 수 없다.
심지어 느린 의식변화로 인해 높으신 분 단계에서 경제 발전에 대한 합의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단적인 예로 이미 농경 사회에서 최소 중상류층에 기존 권력과도 연줄이 있는 지주가 경제발전에 별 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해 토지개혁이 실패할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경우 고위층 전반이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전 국토에 기초 인프라를 정비하는 대신, 기존의 경제구조에 집착해 소작료를 통해 먹고 사는 공장 없는 불로소득층으로 안주해버리는 경우가 잦다.
느린 의식의 변화로 발생하는 가장 큰 악영향은 중진국 스스로가 자국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현실부정하여 축소/왜곡/곡해하여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버린다는 것이다.[21] 중국의 경우 2000년대부터 언급된 ‘중국 경제는 겉보기와 달리 보완해야 할 문제점이 산적한 상황이며, 자칫하면 중진국 함정에 걸릴 수도 있다’ 라는 국내외적인 경고를 ‘잘 나가고 있는 우리 나라를 질투하여 모함하는 것 뿐이다’라고 무시하다가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는 징후가 상당히 농후하여 경제가 정체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1996년에 OECD 가입 후 얼마 가지도 않아 국가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 그나마 한국은 ‘한국병’이라고 불렸던 산업화 이후 추진했던 압축식 경제성장에 대한 병폐를 반성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뼈와 살을 깎는 피나는 노력을 해서 몇 년안에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완전하게 선진국 도약에 성공할 수 있었으나, 이는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드문 사례다. 아직 한창 성장하고 있는 중진국에 한 번 닥친 경제위기는 자국의 근본적인 병폐를 똑바로 인식하고 고치지 못하면 중진국 함정에 장기적으로 빠지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자국의 문화나 여타 독자적인 요소로 인한 문제점들은 병으로 치자면 고질병인 데다, 그게 관습으로 자리잡아버려 극복은 커녕 그 문제점을 직시하는 것조차 터부시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어쩌다가 진보적인 정치세력이 출현하여 개혁 의지를 보이고 노력한 사례가 역사적으로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출발 단계부터 너무 급진적이고 독선적이면서도 미숙했고, 반대세력/기득권들의 방해와 더불어 일반 국민들의 지지도 받지 못해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나라가 기존보다 더 퇴행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서, 중진국 함정을 겪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개혁을 시도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21세기 현재의 실정이다.
4.2.4. 낮은 인적 자본 수준
중진국 함정에 빠진 국가들의 고등학교 진학률은 통상 50%도 되지 않는다. 이는 미래 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인적 자원’이란, 노동자로서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게 하고 동시에 자신과 가족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의미한다. 예컨대 건강, 영양, 교육 등이다. 이런 요소는 한 국가의 사람들을 더 나은 노동자이자 더 나은 시민으로 만든다. 국가가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풍부한 인적 자원이 필요하다.인적 자원과 국가 경제 성장이 비례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오랫동안 후진국에 머물러 있는 국가들은 보통 교육률이 매우 낮다. 방글라데시, 아이티, 에티오피아 같은 국가들을 보면,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노동 인구의 비율이 15% 미만이다. 중진국들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노동자가 전체 노동 인구 중 절반도 되지 않는다. 예컨대 2015년 브라질의 노동 인구 가운데 47%가 고등학교 교육을 받았다. 멕시코의 경우는 35%였고, 터키는 37%였다. 그러나 여러 세대에 걸쳐 부유하고 번영한 국가들은 아주 높은 비율의 인적 자원을 갖고 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노동 가능 인구의 약 90%가 고등학교 교육을 받았고, 독일은 87%, 일본은 90% 이상이다. 이 국가들의 동향은 명백하다. 세계 최고 부국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OECD 회원국들의 고등학교 진학률은 평균 78%이다.
한국, 대만, 아일랜드 등의 국가들이 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고등학교 교육 이수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의 한국은 개발도상국임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진학률이 70%가 넘었다. 이는 당시만 해도 한국보다 잘 살았던 라틴아메리카 지역 국가들보다 높고 선진국들의 진학률과 거의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2015년 기준 중국에서 고등학교 이상 교육을 받은 노동력의 비율은 30%였다. 중진국들 평균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많은 중진국들이 저개발국시절에 저소득 제조업으로 경제적인 급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면 중진국정도 수준이 되면 다른 수준의 일자리에 맞는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빈곤국에서 풍부한 일자리인 좋은 농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정규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 중진국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인 건설 현장이나 조립 라인의 좋은 노동자가 되기 위해서도 많은 정규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고소득 국가들을 지탱하는 직업인 사무직이나 첨단기술 공장의 기술직, 고임금 서비스업의 매니저나 전문가로서 성공적으로 일하려면 좋은 교육이 필요하다. 고임금 일자리에서 성공할 수 있는 교육을 갖춘 노동력 없이는 어떤 국가도 고소득과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할 수 없다. 더군다나 오늘날의 기술적 변화는 이런 기술을 가진 이들에게 유리해지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들에게도 고학력 노동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즉 저개발국들이 양적인 성장으로 중진국으로 도달할 수 있었지만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질적인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이는 전체 노동자들의 평균적인 수준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인도 같이 인구가 많은 중진국은 고등학교 진학률이나 대학교 진학률이 아무리 낮아도 고등학교 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의 숫자가 몇 억은 넘어가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인구 대국들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인구가 비정상적으로 많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진학률만으로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노동 가능 인구가 웬만한 나라들 전체 인구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며 그것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1인당 GDP가 높아야 한다. 1인당 GDP는 외부와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인도가 전체 GDP는 세계 5위 안에 들어도 이들을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경제를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면 국민의 학력과 인간개발지수가 일부 계층과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민적으로 고루 성장해야만 한다. 이것은 최소한 고등학교 진학률 정도는 높아야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1인당 GDP는 소수 엘리트 계층의 활약만으로는 높일 수 없다. 당연하게도 GDP는 나머지 모든 저숙련, 저학력 노동자들의 생산량까지 모두 합쳐서 내는 통계이기 때문에 소수의 고학력자가 아무리 많은 수입을 벌어들인다 해도 그들보다 몇 배 이상 많은 저학력자들이 변변치 않은 수입으로 가난하게 살고 있다면 국가 전체의 평균은 낮을 수밖에 없다. 그 저숙련 노동자들의 학력과 일자리를 개선시키지 못한다면 선진국 진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적 자본은 미리 축적되어야 한다. 한 집단의 어린이들이 21세기에 기본적인 교육을 받는 데 12년(초중고)이 걸린다. 교육이 중시되기 이전에 태어난 더 나이 많은 세대를 포함해 전체 노동력의 교육 수준을 높이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45년 정도 걸린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국가가 고소득 국가가 되고 나서야 성장을 뒷받침할 인적 자본을 만들어 내기 시작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지금의 중진국들이 쌓아둔 인적 자본을 보면, 1980년대의 한국이나 대만보다는 1980년대의 멕시코나 터키에 더 가깝다. 그 어떤 국가도 고등학교 취학률 50% 이하로는 고소득 국가에 도달하지 못했다. 현재 중진국들의 고등학교 취학률 평균 40%로는 고소득 국가에 진입하기 매우 힘든 것이다.
한편 낮은 수준의 인적자본은 향후 신성장 동력 개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체로 절대적인 물자 부족의 단계를 지나서, 그럭저럭 먹고 살 만한 경제를 갖추기 시작하면 선진국 진입을 위한 본격적인 경쟁이 대두된다. 이 시점부터는 기존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22]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23]로의 전환을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내는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인적자본의 수준에 따라 선진국 진입의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된다. 여기서 개인의 창의력과 자율성이 크게 중요해지며, 인적자본의 수준은 창의력과 자율성을 발휘할 토대를 마련해준다.
그러나 대다수 중진국들은 강력한 권위주의 정권이 개인과 기업의 자율성을 억압하면서 국가 주도로 경제 성장을 일궈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제 관료들이 정책 금융과 행정 지도로 기업들을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기술 혁신이나 개인의 창의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이미 커진 기업들은 국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자기보신에 급급하여 세계 시장 경쟁에 뛰어들기를 꺼리게 된다.[24] 이렇게 되면 장기적인 전망과 많은 예산이 필요한 기술 개발 투자(R&D 등)를 소홀히 하게 되고, 중진국 함정을 벗어날 길은 더욱 멀어진다.
4.3. 정치적 문제
4.3.1. 불안한 정세
대부분의 중진국들은 경제적 성장에 비해 정치사회적 성장은 더뎌 선진적인 정치 구조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이에 따라 독재, 쿠데타 같은 정치적 급변 상황이 자주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새로 집권하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국가의 경제 정책뿐만 아닌 외교 정책 역시 자주 변경된다.그런데 이런 정치적 급변은 중진국들에게 치명적이다. 중진국들의 자국 토종 기업들은 제품 경쟁력이 약하고 재정 사정이 풍요롭지 않은 경우가 많아, 외국인들의 투자가 기업의 생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적 급변은 외국인들에게 투자의 리스크로 작용해 영향을 크게 준다.
4.3.2. 극심한 부정부패
한편에서는 부패인식지수 같은 사회 내부의 청렴도(정부와 사회의 효율성)와 중진국 함정의 연관성에 대하여 논하기도 한다. 부패한 관료와 사회 구조를 가진 국가일수록 내부적인 한계에 직면하고 일정 수준 이하의 성장 한계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또한 일정 단계의 수준에서는 부패와 발전의 연관성이 적지만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하는 선진국 진입 단계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부각된다는 것이다.부패가 심한 상황에서는 경제성장의 이익이 극소수에게 편중되므로 국민들의 성장에 대한 욕망이 낮아지며, 이는 그대로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하여 부패인식지수가 10점 오를 때마다 경제성장률이 25%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부패인식지수 참고.
4.3.3. 부적절한 세금 정책
국민 전체적인 소득이 어느 정도 증가함에 따라, 사회 운동 단체나 시민 단체들이 정부에게 사회 구성원들의 근로에 대한 적당한 복지의 보상과 쾌적한 환경의 인프라 제공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게 된다.이렇게 늘어나는 복지 수요의 충당을 위해서는 상류층과 대기업들에게 수익에 따른 적당한 세금을 걷어야 하는데, 중진국 함정을 겪는 나라에서는 기득권들이 대놓고 세금 정책에 반대를 하거나 탈세를 위한 편법을 부리는 경우가 많아서 세수 과정에서 여러 잡음과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언급이 될 정도면 위 문단처럼 정부 자체까지 부패한 경우가 많아서, 걷은 세금조차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4. 기후적 문제
4.4.1. 열악한 기후 환경
일반적으로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나라들은 최소 30도 이상의 중위도~고위도에 위치하며, 기후는 대체로 습도가 적당한 온대~냉대 기후를 띤다.[25] 반면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은 대체로 열대기후이거나 사막이 많다.[26][27]이는 아무래도 어느 정도 농업 생산력이 기반이 되어야지만 인구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19~20세기에 에어컨과 냉장고가 개발되기 전까지 열대 지역은 노동 생산성이나 식량 보존성이 매우 열악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습하기까지 한 열대우림 지역은 근현대 의학의 발전 이전까지 전염병에 취약하였다. 그 때문에 오늘날에는 서아시아, 동남아시아가 유럽이나 동아시아 국가들과 인구 밀도에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근대 이전만 해도 이들 지역은 후자에 비해 인구가 확연히 적었다.[28] 유럽이나 동아시아는 중세 인구에 비해 현대에 10배 가량 증가했지만 서아시아, 동남아시아는 이를 훨씬 상회하여 30배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 오늘날 선진국의 경제 선진화는 대체로 19세기~20세기 초반에 적정 규모의 인구를 확보해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29] 20세기를 한참 지나서야 인구 폭발이 일어난 지역은 크게 뒤처지게 되었다.
막상 20세기 중반부터 열대/건조기후권 국가들이 인구상의 체급을 키우고 나니 점차 전쟁의 인적/물적 비용 증가, UN의 존재 등으로 무력 투사의 리스크가 커지며 과거처럼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는 부를 축적하기 어려워졌고,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IT 산업, 집적화된 금융업, 관광업 등 적은 인구로도 대량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원천이 늘어났다. 이 탓에 이 시점부터는 선진국은 선진국만의 시장을 형성하고, 중진국은 4.2.1.1 문단이 지적하는 많은 인구의 문제점만 떠안게 되면서 선진국-중진국의 격차가 고착화되었다.
4.4.2. 기후 변화에 취약
열대/건조기후 지역은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더 크게 받는데, 안 그래도 고된 기후가 더 극단적으로 건조해지거나 습해지고, 더 더워지는 등 순전히 손해만 본다.[30] 극단적인 예시로 태평양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수몰 위기까지 겪고 있는데, 이쪽은 기후변화로 인한 대응역량을 넘어서 아예 인류 문명 존속의 기본적인 기제인 '지질학적 동의'마저 흔들리는 케이스에 해당한다. 이런 것은 전 국토를 장벽으로 두르는 SF적 초과학이 아니고서는 현 기술 수준으로는 대처 자체가 불가능하다.[31]이들 국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정부든 민간이든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자연재해나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도 뒤떨어지는 편이며, 경제구조도 농업이나 어업 등의 1차산업에 치중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후변화 충격에 더욱 취약해진다. 이 경우, 단순한 경제적 타격을 넘어 정국 혼란으로도 직결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기후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다루는 거의 모든 연구는 현재든 미래든 지구 온난화에 대한 피해는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이 훨씬 크다고 평가한다.#1#2
2024년에 접어들면서 열대지역 국가들의 체감기온이 무려 50도 가까이 치솟으며 가히 살인적인 폭염으로 기후변화에 직격타를 맞기 시작하였으며, 심지어 경제 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고 있다. 2024년 9월에는 중국, 일본, 북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태풍으로 인한 역대급 홍수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사회 인프라가 모조리 쓸려내려가 심각한 피해를 받았다. 특히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 같은 경제력이 부족한 지역은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피해가 막심한데, 이로인해 기후재난이 정말로 개발도상국에게 더욱 피해가 크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5. 국가별 사례
자세한 내용은 중진국 함정/국가별 사례 문서 참고하십시오.6. 개념에 대한 비판
- The Middle-Income Trap: Myth or Reality?(Greg Larson, Norman Loayza, Michael Woolcock, March 2016)#
- The middle-income trap has little evidence going for it(The Economist, Oct 5th 2017)#
- Transitioning from Low-Income Growth to High-Income Growth: Is there a Middle-Income Trap?(David Bulman, Maya Eden and Ha Nguyen, January 2017)#
- Does the middle-income trap exist?(Peter Robertson, Feb 2, 2016)#
- The New Era of Unconditional Convergence(Dev Patel, Justin Sandefur and Arvind Subramanian, February 23, 2021)#
위 연구 결과와 언론 기사들처럼 중진국 함정이라는 개념 설정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렉 라슨, 노먼 로이자, 마이클 울콕(Greg Larson, Norman Loayza, Michael Woolcock(March 2016))은 소위 "중진국 함정"은 아마도 신화일 것(may be a myth)이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대신 중진국의 정책결정자들이 기존 성장전략이 동력을 잃을 경우 전략을 재고하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보았다. 데이비드 불먼, 마야 이든, 하 응우옌(David Bulman, Maya Eden and Ha Nguyen(January 2017))은 미국의 1인당 GDP와 비교해 중진국(middle-income countries)들이 침체를 겪고 있다는 증거가 없으며,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성장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 그것이 곧 중진국 함정이 실존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결론을 지었다. 데브 파텔, 저스틴 샌디퍼, 아르빈드 수브라마니안(Dev Patel, Justin Sandefur and Arvind Subramanian(February 23, 2021))은 1990년대 중반부터 후진국(poorer countries)과 선진국(richer ones) 사이의 격차가 느리게나마 좁혀지고 있다면서 중진국 함정이라는 개념 자체를 시대착오적(anachronistic)인 것으로 본다.
소위 '함정'이라는 용어 선택 자체를 일종의 낙인(stigma) 찍기로 간주할 수도 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국가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이스라엘처럼 성장률이 높은 국가도 있고, 대한민국, 미국처럼 성장률이 완만한 국가도 있고, 독일이나 일본처럼 정체된 나라도 있고, 이탈리아처럼 아예 후퇴하는 국가들도 있는 등 성장률이 다 제각각이다. 심지어 그리스와 스페인은 2000년대 후반 ~ 2010년대 초반에 1인당 GDP가 각각 1만 달러나 깎였다가 비교적 최근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단순 성장률 문제라면 이렇게 선진국들도 들쑥날쑥하니 "선진국 함정"에 빠졌다고 해도 무방할텐데, 왜 중진국만 세트로 묶어서 '함정'에 빠졌다는 식으로 거하게 낙인찍느냐는 비판도 제기할 수 있다.
끝으로 중진국 함정이란 개념 설정을 비판하기 이전에 '중진국' 범위 설정이 가진 근본적인 임의성을 근거로도 비판할 수 있다. 중진국이라는 것은 후진국과 선진국 사이에 있는 국가들을 부르는 것인데, 연구자 및 연구기관마다 후진국과 선진국을 정하는 기준이 임의적이니 중진국을 정하는 기준도 임의적일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중진국 함정이라는 개념도 그 임의성에 대해 당연히 비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7. 관련 문서
8. 외부 링크
[1] 원어명을 직역하면 '중간 소득 함정'이 되나, 기획재정부 시사용어사전 # 등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 학술 단체 및 언론에서 일관되게 '중진국 함정'이라 번역한다.[2] 기준년도부터 최근 3년 간의 평균 환율을 달러로 환산하는 방식[3] 대한민국을 예시로 들더라도 1987년 민주화 이후 10년간 호황을 누리다 1997년 외환 위기가 오면서 중진국 함정에 빠질 뻔했으나,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ICT, 바이오,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신산업 육성, 탈냉전 이후 개방된 중국 시장의 특수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중진국 함정을 돌파해 선진국에 진입했다.[4] 가장 규모가 크고 경제성장률이 높은 중국과 인도조차도 그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은 유럽연합 평균치와 비슷한 4만 달러 정도이다.(2018)[5] 이 과정이 자발적인 이동으로 나타나는 곳이 있고, 혹은 정치권력의 강제적인 동원으로 이루어지는 국가가 있다.[6] 태국만 하더라도 자동차 보유율은 선진국에 비해 낮고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태국 국내산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경우 중진국의 산업이 사실상 선진국에게 종속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7] 제분, 제당, 면방직 3개 산업 = 원자재 가공업[8] 본사를 스웨덴에서 네덜란드로 옮긴 것으로 유명한 이케아도 연구개발을 비롯한 초도 생산 공장은 모두 IKEA of Sweden AB에 존재한다.[9] 동유럽이 낙후되었다곤 해도 서유럽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지 비유럽 지역에 비하면 산업화의 역사가 길다. 체코는 역사적으로 공업이 발달한 국가였으며 헝가리는 이중 제국 시절에, 러시아는 농노 해방 이후에 각각 공업을 발달시킨 국가였다.[10] 미국의 경우 월세와 대출을 끼고 지내던 사람들이 노숙 위기에 내몰렸지만 정부 지원으로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한 문제였고, 실제로 실업 대란으로 고통받을지언정 식량난과 노숙대란까지 벌어지지는 않는 중이었다. 하지만 개도국들은 관이 부족해서 길거리에 방치되네, 화장장이 부족하네 같은 말이 나오던 때다.[11] 당장 ELI를 집중적으로 추구했다고 알려진 한국도 60년대 초에는 비료를 비롯한 주요 소비재의 자급에도 주력했다. 통념과 달리 한국은 외산 제품의 국산화에 절대로 인색하지 않았다.[12] 한국도 1980년대 전반 이른바 외채망국론이 일어날 정도로 막대한 외채를 진 바 있다. 이 외채망국론이 힘을 잃은 시점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1980년대 후반 저달러·저유가·저금리로 인한 이른바 3저 호황이다.[13] 자기시장잠식이란 뜻으로 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14]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동아시아다. 일본, 대한민국, 중국 세 나라 모두 전후 고도성장을 달렸던 산업화 초기에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해 효과를 봤지만 시간이 지나 고질적인 저출산과 고령화로 몸살을 앓게 된 대표적인 국가 사례에 해당한다.[15] 쉽게 말해 노령화가 심해져도 선진국 노인들은 과거에 벌어 놓은 돈 가지고 그럭저럭 먹고 살 수는 있지만 개발도상국 노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국가의 복지역량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개인적으로 봐도 이렇다. 선진국, 즉 고소득 국가는 이민이나 영주권 부여 등으로 저소득 국가에서의 인구를 흡수할 수 있지만 현재 개발도상국인 국가는 그조차 힘들다. 게다가 선진국들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민이나 영주권 부여 등의 정책에 과거보다 더욱 더 적극적으로 나서다 보니 해외에서 통할 인력이라면 이왕이면 더 경제가 발전된 국가로 갈 것이다.[16] 중진국 함정에서 탈출한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를 생각해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비록 이들 국가들이 극심한 초저출산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축적한 경제가 있기에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여력이 중진국들 보다는 많다. 반대로 중진국들은 선진국 문턱도 못 밟아보고 인구 피라미드의 변화를 경험하는지라 더욱 심각하다. 당장 한국만 보더라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2000년 당시 1인당 GDP는 1만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개도국들 중에서는 1만 달러는 커녕 5천 달러도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저출산 고령화를 맞닥뜨린 국가들이 더러 존재한다.[17]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 보다는 젊은 층, 그것도 해외에서 통하는 고급 인력들 위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단순 고령화 외에 인력구조의 악순환 또한 따라온다. 보통의 저임금 노동자라도 같은 노동자 중에서도 우수한 인력이 오는데 대체로 선진국의 산업연수생이 되기 위해 각종 훈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오겠다면 골라서 뽑는 탓에 막노동이라도 체력이 더 좋은 이들이 선진국으로 온다. 개발도상국 같으면 더 저소득인 개발도상국에서 설사 인력이 온다 해도 선진국에 못 가는 수준의 인력이 오고, 전술한 대로 자국에서 선진국으로 빠져나가는 고급인력 때문에 단순 인구의 수 말고 인력의 질은 더 하락할 수 있다. 같은 저출산이라도 개발도상국에서 문제가 더 심각한 이유다.[18] 2023년 출산율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시에 0.8 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었는데 앞서 서술된 바에 의하면 1점대가 깨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출산율 관련 내용을 웨이보에 올리면 곧바로 게시글이 삭제되는 등 중국 당국이 이를 검열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중국 정부기관은 2024년부터는 코로나가 종식되어 출산율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19] 이 인구조차 북한 정부에 의해 과장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주성하 기자에 의하면 북한은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인구와 내부적으로 파악한 인구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한국보다 15년 빠른 2005년에 인구 2,100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인구감소를 겪기 시작했으며 2019년 기준 인구는 2,050만 명이라고 하였다. 이는 북한이 대외에 발표하는 인구인 2,500만 명보다 450만 명 가까이나 적다.[20]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은 역사적으로 단 한번도 제대로 경제성장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경제적으로 한국보다 좀 더 나았다는 1960년대조차도 북송된 재일교포의 증언만 보더라도 처참하게 가난했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경제 성장을 한 적이 없는데도 저출산을 겪는다는 것은 앞으로 북한이 개혁개방을 한다고 해도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 된다.[21] 한강의 기적 항목에도 보듯이,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의 결정적인 비결은 중국의 본격적인 경제성장 이전에 정치 민주화와 OECD 가입 등 선진국 진입 조건을 이뤄낸 것에 있다는 평이 있다. 만약 이 타이밍이 늦었다면 한국경제의 현재 상황은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22] 신기술을 습득하고 기존 선진국들을 모방하는 과정[23] 신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는 과정[24] 이 때문에 중진국들의 주요 자국 기업들을 살펴보면 내수 중심 기업이 많고 다국적 기업 같이 외화를 벌어올 수 있는 기업은 적은 편이다.[25] 선진국들의 영토 내에도 마이애미, 다윈, 라스베이거스 같은 열대/건조기후를 띠는 일부 지역이 존재하나, 이들 국가들의 주요한 경제 중심지는 대부분 온대 ~ 냉대 해안가이다.[26] 한편 개도국 중에서도 동유럽 일대, 우루과이/아르헨티나/칠레, 튀르키예, 남아프리카 공화국, 중국(중국 본토 한정)/북한과 같이 온대~냉대 지방에 위치한 국가들이 있으나 이들 국가들도 북한 정도만 빼면 대체로 인접한 열대/건조기후권 국가들보다는 훨씬 잘 사는 편에 속하며, 특히 동유럽권 일부 국가들은 하위 문서에서 언급하듯 현재 중진국 함정 극복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다. 때문에 계절 문서에서 보듯 서구권에서는 "눈이 오는 곳이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라는 편견이 있다는 모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이 문명에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눈이 내리지 못하게 하는) 더위가 문명에 해를 끼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27] 싱가포르만이 거의 몇 안 되는 예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싱가포르는 교역의 중심지, 유럽과 아시아 세력의 접점이라는 지정학적 유리함이 상당하며 도시국가이기에 소수 산업에만 집중해도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이점이 존재한다. 물론 그러한 장점이 있다고 무조건 발전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존재하기 어려운 예외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리콴유도 에어컨이 없었다면 지금의 싱가포르도 없었을 것이라 할 정도로 무더운 기후가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은 상당히 크다.[28] 그런 이유로 동남아시아에서는 전근대에 인력을 강탈하기 위한 전쟁이 자주 나타났다. 지금은 자국 인구만으로도 미어터질 지경이니 상황이 매우 다르다.[29] 예외라면 동유럽 국가들, 한국, 대만, 싱가포르 정도일 것이다. 이들 국가들도 싱가포르만 빼면 사실 대부분 18세기 후반~20세기 초반부터 인구 밀집도가 높았던 편에 속하며, 실제 이들 국가들 대부분에서 선진국 진입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게 바로 기성 선진국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인적 자원의 양과 질이다.[30] 이는 전근대의 인구 분포로도 예견된 일이기는 하다. 위 문단에서 다루듯 열대 지역이 온대 지역보다 인구가 적기는 했지만 인구가 아주 희박하진 않았지만 한대 지방은 거의 무인 지대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인구가 아주 희박했다. 지구의 온도는 인간이 살 수 없을 만큼 더운 곳은 없지만 인간이 살기 어렵거나 혹은 식량 생산을 하기 어려운 추운 곳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더운 지방에서는 더 더워진다고 식량 생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거나 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고 살기 어려워지는 손해만 보게 되지만 추운 지방에서는 그간 키우지 못하던 동식물을 키울 수 있게 되는 이득이 생기게 된다.[31] 저지대를 중심으로 방파제를 건설하는 정도라면 현대의 기술로 대처가 불가능하진 않다. 그러나 일부가 아니라 전 국토가 위기에 빠진 수준이라면 그런 돈을 투자하느니 차라리 국토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를 택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