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7 00:06:29

압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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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한국어의 압존법
2.1. 압존법의 쇠퇴
2.1.1. 사멸 가능성
3. 일본어의 경우4. 관련 문서
[clearfix]

1. 개요

압존법()은 대화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한 존대 여부를 말하는 사람(화자)이 아닌 듣는 사람(청자)을 기준으로 하는 어법이다. 자신이 지칭하는 사람보다 청자가 더 높을 때는 지칭하는 사람을 존대하지 않는 것이며, 때로는 자신이 지칭하는 사람과 청자가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 즉, 자신이 지칭하는 사람이 청자보다 확실히 높은 경우에만 존대하는 것이다.

흔히 직장 등 공식적인 관계에서 쓴다고 알려져 있지만 상호 존대가 원칙이며, 한국어에서 압존법은 사적인 관계에서 사용하는 존대법이다.

특정 대상 앞에서 주의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연계해 존법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 압존법은 한자어이다.[1] 하지만 압존법의 악습이 있는 곳에서 비꼼의 의미로 앞존법이라고 하기도 한다.

압존법의 퇴거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군의 압존법 사용 문화 개선을 2016년 1월에 권고하여 2016년 2월 24일군대에서도 압존법 사용을 폐지하기로 결정했고, '압존법 및 다나까 말투 개선 지침' 2016년 3월 1일 반영하였다. [2]

2. 한국어의 압존법

현재 국어에서 허용되는 사제 관계나 가정 내에서의 압존법을 살펴보면,
할아버지: 아범은 어디 갔느냐?
손자: 아버지는 살 게 있다고 집 앞 구멍가게에 갔습니다.
선생님: XX는 어디 갔니?
학생: XX 선배는 화장실 갔어요.

손자 입장에서 아버지는 손윗사람이지만, 할아버지한테는 손아랫사람이 되기 때문에 존대하지 않는 것이다. '아버지'가 존칭어라서 엄밀하게는 '아범'이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아버지'는 존칭어라고 하기에는 유래[3]도 불분명하고, 현대의 용법에 비추어 무리[4]가 있다.

오히려 높임이나 낮춤의 정도에서 가장 중립적인 표현에 가깝다. 높임말로 '아버님', 낮춤말로 '아비', '아비'보다 조금 더 대접하는 표현으로 '아범', 유아어로 '아빠'가 있을 뿐이다. 일례로 표준국어대사전 '아버지' 항목의 여섯 번째 정의는 '시조부모 앞에서 시아버지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다. 따라서 할아버지에게 손자가 위와 같이 '아버지'라고 표현한 것은 어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압존법은 존대를 하지 않는 것이지 무조건 낮추라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이 정도로 압존법을 지킬 일은 별로 없고, 청자가 아닌 화자를 기준으로 존대를 해야하는 것이 예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한테는 압존법을 지켜 말하면 손윗사람 함부로 부르냐고 욕먹을 수도 있다. 중학교고등학교국어교과서, 공무원 시험용 국어 기본서에 나오고, 수능 국어 영역에도 출제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엄격한 압존법은 젊은 세대에서는 사실상 사장되었고 그러다보니 이제는 시험 출제율도 급락했다. 다만 군대 한정으로는 어느 정도 남아있다. 집단에 따라 존칭을 붙이는 기준이 화자를 기준으로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 청자를 기준으로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모두 존재하므로, 집단의 분위기에 맞게 처신하고 행동하는 것이 맞다.

1960년대 기준 아래와 같은 형태의 압존법도 존재했다. 다만 사문화되는 과정에 있었다.
시아버지: 아범은 어디 갔느냐?
며느리: 는 집앞 가게에 갔습니다.
며느리: 그이는 집앞 가게에 갔습니다.

1920년대 이전 출생자들의 압존법에서 손아랫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걔'가 사용되었고, 이 맥락에서 '그 이'를 사용하는 것은 비문으로 취급받았다.

한편 이미 1940년대 이후 출생자들 사이에서 '걔'의 비칭화가 진행되는 과정이었다. 이때문에 위와 같은 용례는 빠르게 사라진 것으로 여겨진다. (남편을 '걔'라고 부르지 않아서 며느리가 소박맞는 사례)

김석득(1977)에서 이미 압존법을 지키지 않는 양상이 보고되나, 당시 기성세대(1940년대 이전 출생자) 에서는 여전히 압존법이 사용되고 있었다. 즉, 1960년대-1970년대 시점에 이미 빠르게 사장되는 과정이 진행중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압존법은 한국어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중인 사회언어학적 변이였기 때문에, 2000년대 이전까지 사회언어학에서 압존법이 매우 많이 연구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기성세대(1960년대 이전 출생자)와 신세대 모두 일상에서는 압존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연구의 관심이 다른 방향으로 이전하였다.

단, 군대에서는 부대에 따라 압존법을 여전히 지키는 분위기가 잔존한다. 상하질서가 명확하고 짬밥 먹은 간부들이라면 대부분 압존법에 익숙하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예 존재를 모르거나 딴 세상 얘기로 알고 20여 년을 살다가 군대에 가서야 이런 이상한 높임법도 있냐면서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병의 입에서 압존법이 자연스럽게 나오면 부대에 제대로 적응했다는 증거가 된다.

군대에서 압존법은 듣는 사람이 호칭하고자 하는 사람보다 더 높거나 혹은 서열이 같은 경우에 적용하게 된다. 이때 더 높은 사람의 기준은 병사의 경우는 선임, 부사관의 경우는 기수로 따지는 것을 계급으로 따지는 것보다 우선하기도 한다. 그래서 병장과 말할 때 진급누락을 당한 더 선임인 상병을 호칭하는 경우는 ‘~상병님이’라고 해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부사관의 경우도 진급에 계속 실패한 하사와 갓 진급한 중사가 있을 때 중사한테 ‘~하사님이’라고 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 해당 중사도 대놓고 위 기수인 하사한테 하사님이라고 할 정도이다. 병사의 경우 자신과 대화 중인 선임과 동기인 사람을 지칭할 때도 압존법을 사용하지 않고 ‘~님’이라고 하면 털리기도 한다. 다만 장교의 경우는 계급을 기수보다 우선해서 따진다. 초급 장교, 특히 소위한테는 고급 부사관을 지칭할 때 ‘님’ 자를 그대로 붙여 말하는 경우도 많은데, 초급 장교가 고급 부사관을 쉽게 하대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갓 자대배치를 받은 소위한테 병사가 ‘~행보관님이’, ‘~주임원사님이’라고 말하는 것을 본다고 해서 압존법 안 지켰다고 지적하기에는 실질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해당 장교든 그 광경을 지켜본 다른 간부나 병사였든 상관없이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좀 다른데, 계급이 높은 부사관과 대화할 때는 ‘~소위가’, ’~중위가‘ 등으로 말하면 털릴 확률이 높다. 주임원사면 몰라도 행보관조차도 초임 장교한테 일반적으로 반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대장의 집합 명령에 "집합하시랍니다."라고 전파하는 병들을 보면 문법상 규칙까지 '철저히' 지킨다고 볼 수는 없다. 정확하게는 "집합하라고 하십니다"를 줄인 "집합하라십니다."가 돼야 한다.
아래는 올바른 예시이다.
병장: 휴가 가는데 옷 다려야겠네?
이등병: 최 상병'이' 다려'준다고 했습니다.'
아래는 틀린 예시이다.
병장: 휴가 가는데 옷 다려야겠네?
이등병: 최 상병'님이' 다려'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대대장: 오늘 대대 당직사령은 누구냐?
당직병: 오늘 대대 당직사령은 3중대장 이XX 대위가 합니다.

2024년 제51보병사단 일병 사망 사건에 압존법 문제가 있었다.

압존법이 일본에서 유래했는가 아닌가를 두고 논란이 많은데, 아래 단락에서 설명되어있듯 일본어에는 '압존법'이라는 용어가 없으며 맥락상 한국어의 압존법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해석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일본어의 이러한 경어체 문화는 압존법의 개념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따라서 일본어에 있으니까 꼭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어느 한 주장이 옳다고 확실한 결론을 낼 만한 역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그렇기에 압존법의 유래에 대한 논쟁은, 현 상황에서는 논쟁의 참여자가 압존법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다만, 국립국어원에서 우리나라 전통 예절로는 가족과 사제지간에서만 압존법을 사용한다고 답하였으므로, 직장이나 군대에서의 압존법은 일제강점기에 퍼진 일본의 잔재일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국군은 독립군(이범석, 지청천, 김홍일), 상선사관(신성모, 손원일), 일본군(김석원, 정일권, 이종찬), 만주군(백선엽, 박정희) 등 독립군과 친일군을 막론하고 다양한 출신 성분의 군인들이 모여 창설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의 언어문화와 일본식 병영 문화가 이식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어에는 압존법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없으니 대신 우치(ウチ)와 소토(ソト)의 개념이 한국의 압존법으로 현지화된 것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국립국어원의 답변도 논란의 여지는 언제나 있으니 절대적인 규범으로 삼기는 어렵기도 하다[5].

2.1. 압존법의 쇠퇴

현대 한국어에서 경어법 체계가 전반적으로 단순화되는 현상과 함께 압존법도 점점 쓰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래글처럼 모든 화자들이 압존법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서 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압존법에 대한 나무위키 내용은 지나치게 젊은 세대 중심으로 작성되었다는 점을 알고 읽어야 한다.

압존법은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널리 사용하던 어법이었기 때문에 언어 생활에서는 압존법을 사용하는 세대와 사용하지 않는 세대의 불일치가 심하다.

가령 TV 방송에서 30대 이상의 방송인들은 동료 출연자를 지칭할 때 '~씨'를 사용하지만(시청자를 기준으로 한 압존법), 군기와 위계 질서가 심한 개그계, 가요계에서는 '~선배(님)', 젊은 세대에서는 '~형' 등으로 압존법을 무시하고, 사적 관계를 기준으로 한 지칭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시청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는데, 여전히 공적영역에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압존법은 지켜지고 있다.

압존법이 학교와 가정으로 제한된 것이고, 직장만이 그 영향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1992년 고시화된 『표준 화법 해설』에서는 "가정 내에서도 압존법을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된다."고 하여 사실상 압존법을 유명무실화시켰다.[6]

2011년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 언어 예절』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가정에서도 그냥 끌리는대로 쓰자. 2011년 국어 교과서에서도 압존법을 설명할 때, 압존법은 한국 현실에 맞지 않기에 변화하고 있다. 고 서술되어 있다.

2014년 EBS 수능특강 국어 B형에서는 "가족 관계에서는 적용할 수 있지만, 가정 밖 사회에서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 언어 예절에 맞음."이라 서술되어 있다. 즉, 써도 되고 안 써도 되는데,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말.

군대와 같은 계급 관계가 우선시되는 집단에서는 여전히 압존법이 철저히 준수되는 곳이 많다. 군대에서도 압존법 자제령이 내려졌기 때문에 부대마다 다르다.

예전부터 소위와 원사 간의 관계처럼 애매한 경우에는 계급에 따른 압존법을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예를 들면 "소대장님, 주임원사님이 XX하라고 시키셨습니다."와 같은 형태다. 다만, 일이등병은 가급적이면 압존법을 지켜서 "소대장님, 주임원사가 XX하라고 시켰습니다." 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이를 안 지키더라도 지적하는 것 역시 실질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특히 소위한테 행보관이나 주임원사를 호칭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요즘 군대에서는 국방TV 등의 정신교육 매체를 통해 '압존법은 공식적으로 폐지된 문법'이라며 압존법의 강요적인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7][8]

병 선임들의 군번, 기수 암기를 강요하지 말라는 지침도 사실 이 압존법 때문에 지켜지기가 힘들었다. 군번, 기수 순으로 병들의 서열을 매기는 구조 상 군번, 기수를 모르면 압존법을 쓸 수 없기 때문.[9]

2016년 2월 24일, 결국 군에서도 압존법 사용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제 선임 구분만 할 수 있으면 별 문제가 없게 되었다. 사실, 군번은 온갖 신교대가 사단 단위로 넘쳐나는 육군에서나 쓰는 기준이고, 해공군과 해병대는 신병이 월 1회 군별 1곳에서만 나오므로, 기수 단위가 정착되어 있어 전입 신병들이 선임 서열 외우기는 굳이 압존법 안 써도 될 만큼 훨씬 편하다.

이처럼 압존법이 제한적인 곳에만 쓰이게 된 데에는, 공적/사적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여 전자의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상호 존대하는 방식으로 존비어 문화가 개편되어 가고 있으며, 대가족제가 점차 해제되어 상호 간 존비 관계를 구분할 가정생활의 폭이 훨씬 좁아진 사회적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

또한, 군대에서는 아직까지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하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이고, 그로부터 20대의 젊은 나이에 사회생활을 습득한 젊은 남성들이 직장생활에서도 그와 같은 존비 문화를 유지하는 경로의존성이 뚜렷하였으나,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일반화된 이후에는 그와 같은 군대식 존비 문화를 겪지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게 유입되면서 직장문화에서도 군대식 존비 문화는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예컨대, 2020년대 현재 한국의 젊은 층은 점원이 아무리 자신보다 어려 보여도 존대로 주문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점원에게 주문을 하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친하지 않은 사람과의 사무적 행위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노년층에서는 젊은 점원에게 존대하는 사람 못지않게 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경우는 굳이 노년층이 젊은 점원에게 갑질하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명백히 나이차가 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반말이 나오는 경우인 거라 이것만 가지고 틀딱이나 꼰대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때문에 아무런 맥락 없이 점원에게 일단 하대하고 들어가는 대화 지문이 제시되면, 한국어 화자들은 1) 그 사람이 점원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노년층인 경우, 2) 의도적으로 점원에게 공격적 발언을 할 목적으로 하대하는 경우, 3) 그 점원과 사적으로 매우 친해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지위인 경우 중 하나로 상황을 추측하게 된다.

마찬가지 맥락으로, 사회생활에서 압존법 문화를 칼같이 지키는 대화 지문을 보면, 이제 2020년대의 한국어 화자들은 압존법을 구사하는 사람이 평균 이상으로 격식이나 예의를 신경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그 집단이 매우 폐쇄적이고 경직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압존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대화의 맥락을 추측하게 된다.

직장에서도 쓰이는 경우가 있다. 아예 신입사원에게 그렇게 가르치는 회사도 있다. 예를 들면, 사원 급 직원이 부장 급 상급자에게 "김 과장님은 출장 중이십니다."가 아닌 "김 과장은 출장 중입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군대에서도 흐려지기 시작한 2020년대에 한국 회사인데, 압존법을 요구한다면 사내 문화가 상당히 보수적인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군대문화에 찌든 일부 중소기업들이 이걸로 악명이 높지만, 꼭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가령 삼성전자 신입사원 교육에서도 가르친다. 다만, 반드시 지켜라가 아니라 교양 차원에서 ‘이런 것도 있으니 주의해라’ 정도로 가르쳐주는 것이지만.

압존법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어법이고, 실제 언어생활에서 사용할 때는 보편적인 기준보다는 상대방이 압존법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10] 골치 아픈 어법이다.

20대 이하 세대에서는 느끼기 어렵겠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는 압존법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과 압존법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무시하지 못할 만큼 고르게 섞여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에 있었던 인터넷 댓글에서 이러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2009년 발생한 서울 노원구 여대생 사망 사건에 대해 피해자 어머니가 다음 아고라에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 여기에 추천 수와 답글이 폭주하며 이슈화되자,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이 직접 답글을 써서 재수사 의지를 밝혔다. 관련기사

그런데 지방경찰청 과장 정도 되는 높은 사람이 아고라에 직접 답글을 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기에 네티즌들 사이엔 당연히 진위 여부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 중 "이거 사칭이다"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들은 근거가 형사과장이 쓴 글에 나오는 '억울한 일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청장의 의지입니다'라고 쓴 구절이었다.

"형사과장이 감히 신임 청장을 가리켜 '청장의 의지입니다'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당연히 "청장님의 의지이십니다"라고 해야 맞고, 그러니까 이건 사칭이라는 것이었다.

반면 타당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경찰청장보다 국민이 더 높으므로[11], 저 글에 쓰인 '청장의 의지입니다'는 맞는 표현이다"라고 반론했다.

후일 기자들의 취재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자신이 작성한 것 맞다고 시인했다.

이 아고라 압존법 소동은 압존법에 대한 수용도가 거의 반반으로 갈려있음이 확인된 사건이었다.[12]

현대 한국어의 추세를 보아서 압존법의 쇠퇴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군대직장처럼 비교적 경직된 관계 외의 압존법은 이미 상당히 소실되고 있다.

그런데 압존법 쇠퇴와 관계있는지는 몰라도 사물존칭이 새로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13]

2.1.1. 사멸 가능성

이처럼 압존법 문화가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압존법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 예단하기는 이르다.

뉴스나 방송에서 대통령, 국회의원 등 아무리 높으신 분을 언급하더라도 '~님께서 ~하셨습니다'라는 존칭을 쓰지 않는 것도 화자가 아닌 청자를 기준으로 삼는 대표적인 압존법이다.

아무리 지위나 직책이 높은 사람이더라도 방송을 보는 시청자, 즉 국민보다 높은 사람은 없기 때문에 존칭을 쓰지 않는 것이다.[14]

예를 들어 JTBC 아나운서나 기자들은 사석에선 당연히 손석희를 '손석희 사장님'이라고 부르겠지만[15], 방송에서는 경칭을 생략해 '손석희 사장'이나 '손석희 앵커'라 부르며, '사장님이 ~하셨습니다'가 아닌 '사장이 ~했습니다'라 표현한다. 관련기사

만약 JTBC 아나운서가 듣는 사람이 아닌 말하는 사람 기준으로 "손석희 사장님께서 ~상을 수상하셨습니다"라는 브리핑을 할 경우 누가 봐도 어색할 것이다. 나무위키에서도 마찬가지로 존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승만 시절엔 대통령을 청자보다 높게 쳐서 "대통령 각하께서~[16]" 같은 표현이 사용되었지만, 요 근래에 그런 표현을 공식석상에서 사용한다는건 어불성설이며, 시간이 지난다 해도 그런 표현이 허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이 "●●● 대통령님/대통령 각하께서~" 같은 말을 한다면 바로 "너한테나 대통령이 상급자지, 대통령이 국민보다 윗사람이냐? 지금이 독재 시절이냐?" 같은 항의가 들어올 것이다.

사실, 이게 틀린 말이 아닌게, '대통령' 이라는 단어 자체가 존칭이 포함된 직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 보았을 때, 압존법은 굉장히 많은 영역에서 사라지게 되겠지만, 언론 등의 제한적인 영역에서는 비록 어느 정도 쇠퇴할 지라도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옆나라 일본 역시 정치인들을 뉴스에서 보도할 때에는 일컬어지는 대상자가 총리라고 해도 존대하지 않는다. 일반 국민을 총리보다 높은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다만 황족을 일컬을 때에는 폐하, 전하, 님 등의 경칭을 써서 보도한다. 과거 제국 시절에는 반드시 "께서는"에 해당하는 존경의 주격조사 には까지 붙여서 보도했으나, 전후에는 천황에 대해 보도할 때도 그저 "폐하는"에 해당하는 陛下は... 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 쇼와 덴노 붕어 당시 후지모리 궁내청장관의 천황 부고 기자회견과 직후 앵커의 전언에서는 には를 훨씬 뛰어넘는 「天皇陛下におかせられましては本日午前6時33分、吹上御所において崩御あらせられました。」라는 극존칭을 쓰기도 했으며 이건 누군가 댓글로 "살면서 처음 들은 존댓말이다."라는 말도 했을 정도로 일본 내에서도 희귀한 존경어 표현이었고, 나루히토 즉위식에서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존경의 주격조사 には를 써서 축하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북한은 백두혈통, 최고존엄 등으로 대표되는 김일성 - 김정일 - 김정은 3대에 의한, 사실상의 전제군주제 체제라서 뉴스로 김씨 일가 로열 패밀리를 보도할 때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라고 극도로 높여 부른다. 김씨 가문을 북한 인민 누구보다도 높은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17]

3. 일본어의 경우

일단 짚고 넘어가야할 점 중 하나로, 일본어에는 圧尊法(압존법)이라는 용어나 그러한 개념이 없고, 대신 '우치/소토'(ウチ/ソト)라는 개념에 기반한 경어 표현이 있다.[18] 어떻게 보면 압존법과 유사한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매우 이질적이고 복잡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우선 존칭 표현에 앞서 일본어에는 '우리편'과 '우리편이 아님'을 의미하는 소위 우치(ウチ; 内)와 소토(ソト; 外)를 구분하는 문화가 있다. 이 구분의 기준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전후 사정이나 발화된 시기를 고려해야한다. 이 부분이 외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어 네이티브까지 골때리게 한다.

이를 테면 일본과 다른 나라 국가 정상들간의 회의가 있는 상황을 가정하면, 회의에 참여한 일본인 입장에서 해당 회의의 일본인들 모두가 '우치'의 범주에 들어가며, 그외 사람들은 '소토'가 된다. 한편, 일본 국내에서 정부부처 요인들끼리 내부 회의가 열린 상황을 상정하면, 자기 조직에 속한 사람만 '우치'가 된다. 예를 들어 외무성 공무원 입장에서 외무성 사람들(외무대신, 외무성 부대신, 외무성 대신정무관, 외무성 사무차관 등)은 '우치'가 될 것이고 그 외에 후생성, 경산성 등의 공무원들은 '소토'가 될 것이다. 만약 그 외무성 공무원이 자기 친척이나 가족에게 일어난 변고를 다른 외무성 직원들에게 보고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우치'의 범주는 그 공무원의 가족으로 더 좁혀지고 다른 외무성 공무원들은 '소토'가 된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우치'와 '소토'가 구분이 되면, 예의를 갖춰야하는 상황에서 경어를 어떻게 쓸지가 결정된다.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면 우치에 해당하는 사람은 설령 자기보다 손윗사람이거나 직책이 높더라도 존칭 표현을 쓰지 않으며, 소토에 해당하는 사람은 나이, 직위 등에 관계 없이 무조건 존칭 표현을 쓴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료칸 직원들이 손님들이 데려온 아주 어린 아이에게까지 깍듯이 경어를 쓰며 대접하는 것은 손님의 자녀들은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소토'에 해당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이 거래처 고객과 이야기하는 예시를 보자. 사토 과장이 거래처 사람이고 야마다 부장이 화자가 속한 자사의 상사이다.
佐藤課長、こちらは弊社の営業部長の山田です。
山田部長、この方が××商事のマーケティング課長の佐藤様です。
사토 과장님, 이쪽은 저희 회사의 영업부장인 야마다입니다.
야마다 부장님, 이분이 ××상사의 마케팅 과장인 사토 님이십니다.
'야마다'가 상사임에도 거래처 고객에게 山田部長(야마다 부장님)[19]이라고 하지 않고 '山田です'(야마다입니다)라고 한 이유가 '우치'에 해당하는 자사 직원이기 때문이다. 반면, '소토'에 해당하는 '사토 과장'은 높여야하기 때문에 상사에게 소개할 때 '佐藤様です'(사토 님이십니다)이라고 높인 것이다.

한편, 같은 회사 내에서 자기보다 직책이 높은 사람을 그보다 더 윗사람에게 언급할 때에는 존칭이나 직책을 붙이지 않는 것이 전통적인 화법[20]이지만 오늘날 들어서는 최소한 '-さん'이라도 붙여주는 경우가 꽤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압존법이 잘 유지되지 않는 현상과도 맥락이 비슷하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이 소토에 대해 우치를 겸양하는 표현은 모두에게 우치인 대상에 대해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조금 어렵게 들리는데, 외무성 공무원의 예를 다시 들어보자. 이 외무성 공무원이 '소토'인 경산성 공무원에게 '우치'인 자기 부서의 고위 공무원을 소개할 때는 아무리 그 대상이 외무대신이라 해도 이름을 높여 부르지 않는다는 것은 설명한 바이다. 그러나 소개하는 대상이 만약 내각총리대신이라면? 총리대신은 모든 공무원들을 통솔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총리 입장에서 공무원 사회 전체가 거대한 '우치'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다시 경칭과 경어가 부활한다. 그리고 요즘은 총리의 국무대신 겸직이 거의 없어진 편이지만 만약 총리가 외무대신을 겸직[21]하여 내각총리대신 겸 외무대신이라면 외무대신이기 이전에 총리이기 때문에 외무성 공무원이 경산성 공무원에게 이 '내각총리대신 겸 외무대신'을 높여 부를 것이다. 단, 공무원 사회와 아무 관련이 없는 순수 민간인에게는 총리도 일개 국가공무원으로서 소토이므로 민간인 앞에서는 총리를 높여 부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천황도 일본 사회 구성원 전부에게 '우치'이며 천황 앞에 '소토'는 없기 때문에 항상 높여 부른다. 언론에서조차 황족은 높여 부르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22] 이것도 외국인에게는 천황이 소토이므로 일본인이 외국인 앞에서 천황을 일컬을 때에는 천황이라도 높여 부르지 않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소개할 때[23] お母さん(어머니)나 お父さん(아버지)처럼 존칭 표현이 아닌 [ruby(母, ruby=はは)], [ruby(父, ruby=ちち)] 내지는 母親(모친), 父親(부친)처럼 존칭이 없는 어휘를 쓰라고 배우는 것도 다 이 우치/소토 문화에 기반한다. '나의 가족'(우치)을 '다른 사람'(소토)한테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친왕이나 내친왕 정도 되는 황족이 비황족 일반인에게 자신의 가족인 천황을 일컬을 때에는 전술되었듯 천황은 일본 전국민에게 우치이기 때문에 천황을 높여서 일컫는다.

4. 관련 문서



[1] 壓尊法이라는 단어를 직역하면, '존대를 누르는 법' 이라는 뜻이다. 대화의 대상보다 듣는 사람이 더 높을 경우, 대상에 대한 '존대' 를 '누르는'. 즉 하지 않는 '법' 이라는 뜻.[2] 국민신문고 통합검색 '압존법' 군대에서 사용권장하는 '압존법'의 의미와 출처는 어디일까요? 2020-06-01[3] '아버지'는 19세기 문헌에 '아바지'로 처음 등장하는데, '아비'에 호격 조사 '-아'가 붙은 '아바'에 의미 기능이 불명확한 '-지'가 결합했다고 추정한다. '아버지' 등장 전에는 '아비'가 지금의 '아버지'처럼 쓰였다. 참고로 '어머니'(옛 형태 '어마니')는 '어미'에 호격 조사 ‘-아’, 존칭 접미사 ‘-님’이 결합한 ‘어마님’에서 끝소리 ㅁ이 탈락하여 형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등장 초기에는 '어머님’과 같은 뜻으로 쓰였으나 점차 존칭의 정도가 다소 낮아져서 현대에 이르렀다.[4] 시조부모 앞에서 시아버지를 '아범'이나 '아비'라고 이르거나 부를 수는 없다. 후술할 내용에 나오듯 '아버지'라고 불러야 한다. 즉, 존중하는 선에서 그치지 존대하는 정도에 가닿지는 않는다.[5] 당장, 달디단이 아닌 다디단이 표준어인데 왠지는 모른다는 답변, 닭도리탕이 일본어라 답변했다가 닭조각을 뜻하는 우리말 표현이라는 반론에 일본어라 명확히는 못하겠다는 정정 답변 등.. 타국의 대응되는 기관에 비해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기관이라는 것만 입증된 사례가 많다.[6] 국립국어원에서는 가정에서의 압존법이 전통적인 예절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것이 정말 확실한 전통인지에 대해서는 국어학계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압존법의 오류와 성격에 대한 비판을 지적한 데에 더욱 정확하고 올바른 규정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어서 어그로를 끌고 있다.[7] 훈련소에서는 교육 기수나 군별로 다르지만 일단 가르쳐주긴 한다. 훈육조교나 훈육관이 "옛날에는 압존법을 지켜야 했는데 이제는 폐지되었다. 하지만, 자대에 가서는 부대의 분위기에 따라 관습적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 이런 식이다. 적어도 2020년 되어서는 압존법을 안썼다고 훈련소에서 지적은 해주지만, 얼차려를 시키진 않는 추세이다.[8] 자대에서는 위에 언급된 대로 정말 케바케로, 병사끼리 엄청 신경 써야 하는 경우도 있고 병사는 관심 없는데 왜 안 쓰냐고 갈구는 간부도 있고 둘 다인 경우도 있도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특히 압존법이 공식 폐지되었음을 알고 있음에도 '너한테나 윗사람이지 나한테도 윗사람이냐?' 하며 갈구는 간부들도 많다. 짬을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병사끼리야 본인이 고참이 되어 바꾸면 된다 치더라도 간부에게 압존법 폐지 어쩌고 얘기하면 본인만 골치 아파질 확률이 매우 높으니 일단 압존법으로 말하는 게 본인에게 편할 것이다. 그런 FM 준위나 원사에게는 짬찌 소위나 중위를 꼭 극존칭으로 높여 말해라.[9] 여담이지만 과거 압존법이 있던 시절, 일부 꼬장이 심한 간부는 간부들의 기수까지 따져서 압존법을 지적하기도 했다. 병사 입장에서 자기 부대 선임병들의 기수는 외우더라도 간부들 기수까지 외우는 경우는 드물고, 심지어 비교 대상이 타 부대 간부거나 장교들의 경우 임관 경로가 사관학교/학사 장교/사관 후보생 등으로 다르면 선후임 관계를 알 리가 없을텐데도 어떻게든 건수를 잡은 것. 보통은 계급이 다른데 압존법을 틀리는 경우나 지적하지, 이 정도는 정말 그냥 갈구고 싶어서 트집잡는 거다. 이 경우 자기 부대 간부의 정확한 기수까지는 못 외워도 누가 누구보다 윗 기수인지 아랫 기수인지 순서는 외워서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더 골 때리는 건, 이런 꼬장 심하고 성격 나쁜 간부일수록 또 능력은 없거나 음주운전 등 사고나 치는 경우가 잦아서 후배에게 계급을 역전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이다. 이런 놈들은 하급자들이 계급대로 압존법을 썼더니, 아무튼 걔는 내 후배라고/내 짬이 얼만데 소중위들한테 FM으로 존칭 써야 하냐며 또 기수나 짬밥을 가지고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꼬장 부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본인보다 계급이 높은 후배 당사자나 본인보다 상급자가 있는 자리에서까지 이럴 수는 없는 강약약강이라, 더 높은 상급자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슬쩍 귀띔을 해 주면 보통은 해결되곤 한다. 실전 상황에선 어렵게 생각할 거 없이, 적전에서 이런 놈들에게 대성벽력과 각 잡힌 자세로 경례를 박아줘 그토록 좋아하는 짬 대우를 현충원에서 실컷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자[10] 위 문단의 예시의 경우, 부장이 압존법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냐에 따라서, "김 과장이 자네한테 상급자지 나한테도 상급잔가?", "김 과장이 내 친구지 자네 친군가?" 등의 상반된 반응이 나올 수 있다.[11] '경찰청장 < 국민'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국민(정확히 말하면 경찰관이 아닌 일반인)이 경찰청장 밑에 있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하물며 일개 형사과장이야 오죽할까.[12] 여담으로 신문기자들도 기사의 주인공이 누구든 절대 존대하지 못하도록 교육받고, 실제로 신문을 보면 누군가를 높이는 표현은 인용문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가 그 어떤 신문 속 인물보다도 높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님께서 ~하셨다.' 라고 절대 하지 않으며 '~대통령이 ~했다.'라고 문장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쓰면 구독자들에게 "우리가 대통령보다 아랫사람이냐? 지금이 유신시대냐?"라는 항의가 빗발칠 것이 뻔하기 때문.[13] 사실 지나치게 높임 표현을 신경 쓰다 보니 생긴 부작용으로, 압존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제대로 된 문법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물건을 높이지는 않으므로). 링크를 누르는 것이 귀찮은 분들을 위해 여기에 간단히 설명하자면, '고객님, 주문하신 피자 나오셨습니다' 에서 '나오셨습니다' 가 아닌 '나왔습니다' 가 맞다는 것. 생각해 보면, 사람이 아닌 음식에 불과한 피자를 '나오셨습니다'라고 높일 근거는 전혀 없다. 옷이나 가격 등도 다 마찬가지. '주문하신'은 맞는 표현이다. 피자를 주문한 주체가 고객이기 때문이다.[14] 그리고 현행 대한민국 시스템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도지사/시장/군수 등의 선출직 정치인은 어쨌든 국민들의 직접 선거로 뽑힌 대리인에 불과하다. 이들은 민의를 대변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국민들보다 위에 놓아서는 안 된다.[15] 회사 내에서 손석희 앵커는 본인을 손석희 선배라고 부르게 한다.[16] 이승만 정부 시절에는 대한뉴스에서 "이승만 대통령 각하께서는"이라는 표현이 쓰일 정도로 아주 유서 깊은 표현이다. 우장춘 박사 문화포장 수여를 보도한 뉴스에서도 이승만을 '대통령 각하'로 부른 보도 영상이 남아 있다.[17] 북한에서 '-님'이라는 접미사는 '김일성 수령님', '김정일 장군님', '김정은 원수님'같이 김씨 일가에만 쓰는 특수한 높임 표현이라 일반 인민들끼리는 쓰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들끼리 쓰면 남한식 표현으로 간주하여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으로 보위부에 끌려가 로동교화소나 아오지로 보내진다. 선생도 '선생님'이 아닌 '교원 동지'라고 불러야 한다. 그래서 인민들끼리는 '아바이', '동지', '동무'로 호칭하고, 남한인이나 미국인 같은 체제 밖의 사람들을 '선생'으로 부른다. 동무는 동년배나 아랫사람, 동지는 윗사람에게 쓰며 동지보다도 더 나이 많은 남성 어른에게 아바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유홍준 교수가 방북했을 때 다들 하나같이 자신을 '교수선생'이라고 불렀으며 자신이 아직 북한식 호칭에 익숙지 않아 북한의 원로 학자에게 실수로 '아바이 동무'라고 불렀다가 학자가 "남조선에는 올렸다가 내리는 이상한 호칭도 있습니까?"라고 순간 당황했더라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회고한 바가 있다.[18] 아래 짤처럼 일본 회사 문화에서도 한국어의 압존법과 같은 높임 표현을 볼 수 있다는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의 답변이 있기는 하나 국립국어원은 어디까지나 한국어를 연구하는 기관이지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심도 있게 연구하는 기관이 아니므로 걸러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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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일본어에서는 '(이름)+직책'으로 부르는 것이 존칭의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さん'이나 '-様'를 따로 붙이지 않는다. '山田部長さん'이라는 표현은 한국어로 치면 '야마다 부장님 님'이 되는 셈. 일본어에서 이렇게 부르면 오히려 비꼼의 의미가 내포될 수 있어 청자 측에서는 결례라 생각할 수 있다.[20] 같은 부서의 상사(우치)를 더 높은 사람(소토)에게 보고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최고 상사 입장에서는 둘 다 직책이 낮기 때문에 굳이 높일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도 설명하곤 하는데, 이 부분은 한국어의 압존법과 맥락이 같다.[21] 옛날에는 총리의 국무대신 겸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흔하지 않아서, 최근이라 해봐야 제2차 기시다 내각 출범 전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대신을 당 간사장으로 보내면서 후임 인선 전까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일주일 정도 외무대신을 잠깐 겸직한 정도와 멀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우정민영화 때문에 중의원 해산하려는 것을 농림수산대신이 반대하자 그 즉시 농림수산대신을 면직시키고 자신이 내각총리대신 겸 농림수산대신 신분으로 중의원 해산에 도장을 찍은 정도 외에는 극히 드물다.[22] 물론 이러한 관념 자체가 전체주의국가신토의 잔재이기도 해서 일본공산당 같은 반천황주의자들은 이 관념에 반대하고 있고, 실제로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많은 주제이다. 전후 제정된 현행 헌법에도 천황을 '국가와 국민 통합의 상징'이라고만 규정해 국가원수로서의 지위가 삭제되었으며, '그 지위는 국민의 총의에 기반한다'라고 덧붙였기 때문에 공화정 같은 부분도 어느 정도 내포되어 있다.[23] 특히 상견례 같이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는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