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어 38H는 나치 및 독일군이 사용한 자동권총으로 JP Sauer und Sohn[1]에서 제작한 권총이다. 이름의 H는 Hahn의 약자로, "해머"가 내장되어 있다는 뜻이다. 해머가 없어보여 착각할 수 있는데, 이 권총은 공이가 직접 움직이는 스트라이커식 권총이 아니다. 여담으로 이 시기에도 스트라이커식 권총은 있었다.
자우어 앤 손 사는 1751년 설립된 독일의 오래된 총기 업체로 다양한 권총 및 사냥용 화기를 제작한 곳이다. 그러던 중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회사는 자사의 민수용 화기들과는 별개로 독일의 주용 총기 제작사의 부품을 주로 납품하게 된다. 1938년 은닉형 권총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발터사의 PP 및 PPK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었고, 나치는 다른 총기 개발사와 접촉하여 납품을 받게 되는데, 그 중 자우어 앤 손 사에서 납품한 물건이 바로 38H 이다.
자우어 사는 이미 예전부터 자동권총을 만들고 있었고 콜트, FN, 마우저, 발터등 여러 총기회사와 민수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우어 앤 손의 주력상품은 사냥용 엽총이었으나, 그들은 리볼버 시절부터 권총을 만들어왔으며, 브라우닝의 자동권총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나오게 되자 빠르게 자동권총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군납보다는 민수용 시장 중심으로 호신용권총 쪽에 더 관심을 가졌으며, 특히 M1913 같은 소형 히든해머 구조의 컴팩트한 자동권총을 주로 만들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자 자우어사는 민수용 보다는 군납위주로 생산을 하게 되었고, 그들은 주로 주요 총기회사의 부품을 납품하는 쪽의 영업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사제품은 생산 및 개발 중이었고 이들 또한 대부분은 군용이나 경찰용으로 납품된다. 괴링의 지지에 독보적 위치를 가지고 있던 PP 권총이 생산력에 한계를 보이자, 1938년 앞서 언급한 부족한 은닉형 권총의 수요를 채우기 위해 HSc 권총과 같이 채용되어 나치에 의해 사용되었다.
자우어 앤 손은 자사의 물건을 기존 생산품들을 바탕으로 개량시켜 상당히 괜찮은 물건을 만들었다. 1938년 초기에 2차 까지 납품된 10000정 정도의 권총은 특유의 블루잉의 고급스러운 마감에 슬라이드 왼쪽에 멋들어진 JP Sauer und Sohn 로고가 찍혀 있었다. 은닉권총의 노하우를 담아 해머는 히든식으로 설계하여 프레임 내부에 해머가 위치하며이슬라이드 뒤쪽에는 코킹 인디케이터가 있었다. PP 시리즈와는 다르게, 디코킹 레버가 탄창멈치 위쪽에 독립되어 있었고, 디코킹 시에도 안전장치가 작동했다. 주로 .32 ACP 로 생산되었으며, 매우 드물게 민수용인 .22 구경과 .380 ACP 구경의 모델이 있다고 한다.
전쟁이 격화되면서, 고급스러움 마감을 할 여유가 없어진 독일의 군수 사정에 의해 이후 중기 납품분은 마감이 다소 거칠어졌으며 슬라이드에 회사명이 생략되어 있고 CAL 7.65만 적혀 있다. 이 버전의 물건은 30000정 정도 납품 되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납품된 버전은 각인도 생략되었고, 디콕킹 레버가 생략되었으며, 일부 물건은 아예 마감이 되지 않은 채로 안전장치마저 생략된 채로 생산되었다. 이 최종 버전은 총기번호도 제대로 안맞고 마감도 개판 5분전의 상황이지만 독일이 항복할 때까지 계속 생산되었다.
이후 38H는 SIG P230의 토대가 되었다.[2] 비록 DAO 방식의 인기가 시들해져 P230은 PP 식의 DA/SA 방식을 채용하였으나, 자우어사가 1972년 시그사의 일부가 되면서 1977년 생산된 P230 의 제작에 상당수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