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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9장
-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70화 ~72화
- 은하영웅전설 OVA 25화 ~ 26화
- 후지사키 류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117화 ~ 120화
-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 23화
- 시기 : 우주력 797년, 제국력 488년 표준력 9월 9일
은하영웅전설에서 립슈타트 전역 최후반부에 일어난 사건.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본인의 암살은 미수에 그쳤으나, 이 사건으로 그의 반신이나 다름없던 친구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상급대장이 사망한다. 이로 인해 라인하르트에게 평생의 트라우마가 된 사건이다.
은영전이 중국의 역사가 인용되는 면이 많았다고 하는데 해당 사건은 합려와 오자서가 오왕 료를 살해하는 과정과 유사하다.[1]
2. 배경
우주력 797년 4월 발발한 립슈타트 전역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이끄는 황제파의 승리로 끝났다. 립슈타트 귀족연합으로 집결한 문벌귀족들을 무능함과 무모함을 보여주며 패배를 거듭했고, 최후의 발악도 귀족연합군의 패배로 끝나면서 문벌귀족들은 내전을 이어갈 능력을 상실했다.그러나 최종결전 직전에 벌어진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은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의 관계를 갈라놓는 계기가 되었다. 라인하르트는 미리 핵폭격 정보를 입수했음에도 총참모장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중장의 진언대로 일부러 내버려 두었고, 베스터란트 영민들이 죽어나가는 광경을 촬영해서 전 우주에 퍼트렸다. 이 계책은 라인하르트의 승리에 공헌했으나, 민중을 희생시키는 방법을 극도로 싫어하던 키르히아이스의 반감을 불렀다.
변경의 귀족세력들을 축출하고 라인하르트 본대와 합류한 키르히아이스는 사실 확인 후 라인하르트에게 "귀족들은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으나, 라인하르트 님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느 쪽의 죄가 더 크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라인하르트를 꾸짖었다. 라인하르트도 내심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했고, 키르히아이스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라인하르트의 자존심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라인하르트는 사과 대신 키르히아이스에게 화를 냈고, 두 사람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한편 최종결전에서 패배한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무너지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속을 헤매며 가신 안스바흐 준장을 찾아다녔다. 몇몇 장병들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마주쳤지만 그들은 몰락한 맹주 따위에는 관심도 가지지 않고 도망치기 바빴다. 그런 공작 앞에 부하들의 도움으로 감옥에서 빠져나와 주군을 만나러 온 안스바흐가 나타났다. 패배를 인정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자신을 비롯한 귀족들의 전면적인 지지와 딸 엘리자베트와의 혼인을 대가로 라인하르트와 강화를 체결하여 살아남으려고 했지만, 안스바흐는 실력으로 지금의 지위를 거머쥔 라인하르트에게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지지따윈 필요없을 뿐더러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으로 인도의 적이 되어버린 그는 살아남을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 신랄하지만 정확한 지적에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체념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금발 애송이가 제위를 찬탈하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안스바흐에게 반드시 라인하르트를 죽이라고 명령하고 이를 맹세해준다면 내 목숨 하나쯤은 아깝지 않다고 하자 안스바흐는 받아들인다. 이윽고 안스바흐는 브라운슈바이크의 자결을 돕기 위해 급속히 잠에 빠져 아무런 고통도 없이 그대로 죽을 수 있는 독주를 건넸지만, 이를 보고 겁에 질린 브라운슈바이크는 라인하르트에게 영지와 지위를 모두 바치고 항복하는 한이 있더라도 목숨을 부지하겠다고 발광한다. 그 모습에 안스바흐는 부하들을 시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결박한 뒤 그의 입을 억지로 열어 독주를 부으면서 결국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숨을 거두고 만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숨이 완전히 끊어진 걸 확인한 안스바흐는 부하들에게 그의 시체를 의무실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부하들은 이미 죽은 사람을 왜 의무실에 후송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안스바흐는 "그러니 하는 말이다"며 별다른 설명 없이 명령에 따르라고 했다.[2] 그리고 "황금수는 이제 사실상 쓰러졌다. 푸른 숲이 과연...... 그 뒤를 이을지"라고 중얼거렸다.
3. 전개
3.1. 개막
우주력 797년, 제국력 488년 9월 9일.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은 립슈타트 내전의 전후처리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의 식전용 홀에서[3] 립슈타트 전역이 끝났음을 선포하고 주요 주모자들을 처벌함과 동시에 패장들을 처분하거나 등용하기 위해 전승 축하식을 열었다. 키르히아이스를 비롯해 다른 제독들 역시 이 식전에 참석했다.그런데 이 식전에서는 한 가지 바뀐 사안이 있었다. 그동안 라인하르트 앞에서 무기 소지가 가능했던 키르히아이스가 이번 식전에서는 휴대한 무기를 반납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라인하르트는 키르히아이스와 싸운 뒤 오베르슈타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기 소지를 금지하고, 나아가 라인하르트를 부를 때도 이름이 아니라 '원수 각하' 또는 '로엔그람 후작님'이라고 부르라는 지시를 내리려고 했다. 이에 키르히아이스는 서운함을 느꼈지만, 특권의식을 가지면 안 된다며 스스로를 타일렀다.
전향하자마자 석방되는 파렌하이트 |
이렇게 인재가 속속들이 자신의 휘하로 모이게 되자, 라인하르트는 굳이 키르히아이스 한 명에게 의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연합군 총사령관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상급대장을 놓친 것이었다. 라인하르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도 식전은 계속 진행되었다.
3.2. 반전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시신을 가지고 오는 안스바흐 |
안스바흐는 메인홀 입구에서 무표정한 라인하르트에게 거수경례를 하면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그런 안스바흐를 바라보는 전승기념식의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아주 희미하면서도 명백한 냉소가 새어나왔다. 무인으로서 주군의 시체를 공물 삼아 항복을 신청하는 안스바흐를 비열하다 여기고 직접적인 반감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라인하르트 역시 내심 안스바흐를 경멸하고 있었기에, 딱히 그들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다. 그들의 말없는 비난과 냉소는 무형의 채찍이 되어 안스바흐의 온몸을 때렸지만, 안스바흐는 남들이 비웃든 말든 상관없이 라인하르트 앞에 다시 예를 갖추고 케이스 뚜껑을 열었다. 사람들은 안스바흐가 주군의 유체를 승자인 라인하르트에게 확인시켜주려는 절차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안스바흐는 주군의 유체에 팔을 내미는가 싶더니 군복의 단추를 풀고, 그 속에서 원통과 입방체를 조립한 기괴한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바로 백병전용으로 사용되는 소형 화포인 핸드 캐논이었다. 안스바흐는 주군의 시체에서 내장을 다 들어낸 뒤, 그 속에 라인하르트를 죽일 흉기를 은닉해둔 것이다.
느닷없이 역적의 시체에서 그런 흉악한 중화기가 뽑혀 나오자 역전의 용장들마저 처음엔 모두 깜짝 놀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라인하르트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다음에 닥칠 일을 짐작하면서도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안스바흐는 라인하르트에게 핸드 캐논 포구를 겨눈 채로, 주군의 원수를 갚겠다고 선언하고 곧바로 핸드 캐논을 발사했다.
핸드 캐논으로 라인하르트를 조준하는 안스바흐 |
"로엔그람 후작, 주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님의 원수를 갚겠노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2011), p.335
OVA에서는 옆에 서있던 참모장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즉각 라인하르트 앞으로 달려나가서 방패를 자처했으나, 장갑차도 일격에 파괴할 수 있는 핸드 캐논 포탄이 발사된다면 시체만 늘어날 뿐이었다.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2011), p.335
안스바흐를 막는 키르히아이스 |
포탄이 발사된 직후 벌어진 안스바흐와 키르히아이스의 격투전에서는 키르히아이스가 우세했다. 젊음, 기민함, 체력에서 모두 상대보다 윗줄인데다가 안스바흐는 라인하르트를 암살하기 위해 모든 신경을 쏟고있던 통에 별안간 옆에서 기습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키르히아이스는 곧 안스바흐의 팔목을 붙잡고 바닥에 찍어 눌렀다. 이 시점에서 상황이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4]
3.3. 암살시도
반지로 위장한 레이저를 키르히아이스에게 발사하는 안스바흐 |
키르히아이스의 경동맥이 끊어지는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린 제독들은 일제히 달려들어 안스바흐를 제압했다. 미터마이어는 급히 손수건으로 지혈을 시도하면서 의사를 찾았지만 손수건이 금세 피로 물들었고 숨을 가쁘게 쉬던 키르히아이스는 "이미... 늦었어..."라고 신음했다. 다른 제독들도 그간의 경험으로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말을 잇지 못했다.[6] 한편 안스바흐는 키르히아이스에 의해 손목뼈가 부러진 상태로 비텐펠트와 켐프에게 붙잡혀 있었는데, 갑자기 크게 외쳤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님, 용서하십시오. 이 무능한 자는 맹세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금발 애송이가 지옥에 떨어지려면 아직도 몇 년은 더 있어야겠군요..."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2011), p.336
[7]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2011), p.336
안스바흐의 자살 |
OVA에서는 같은 립슈타트 연합군이었다가 투항도 아닌 포로로 잡혔는데도 불구하고 용서받아 라인하르트에게 전향하여, 같은 자리에 있던 파렌하이트는 안스바흐의 시체를 보며 "이렇게 어리석은 짓을......"이라고 말하며 탄식했다.[9] 다른 제독들은 안스바흐의 시체를 치우면서 브라운슈바이크의 시체가 담긴 캡슐 또한, 혹시 또 폭탄을 숨겨두었을 염려가 있으니 함께 치우라고 명령하며 분주하게 뒷수습을 한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라인하르트 귀에도 눈에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오로지 피범벅으로 쓰러진 자신의 소중한 벗을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3.4. 결말
라인하르트는 망연자실한 상태로 비틀거리듯이 키르히아이스에게 걸어갔다. 라인하르트에겐 암살자도 아우성거리는 부하들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분신과 다름없던 벗이 피바다 속에 쓰러진 것만 보였을 뿐이었다. 겨우 키르히아이스의 손을 잡은 라인하르트가 입을 열었다.[10]"키르히아이스......."
"라인하르트 님...... 무사하셨군요."
예복이 피로 물드는 것도 아랑곳않은 채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잡은 금발 청년은 키르히아이스의 시야에서 이미 흐릿하게 보였다.
'이것이 죽는다는 것이구나.'
오감이 멀어지면서 세상이 급격히 좁게, 어둡게 변해간다.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았으며, 듣고 싶은 것이 들리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공포는 없었다. 그의 두려움은 오히려 여생을 라인하르트와 함께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그 가능성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보다도, 모든 생명력이 빠져나가기 전에 해야만 할 말이 있었다.
"이제 저는 라인하르트 님께 도움이 될 수 없겠군요....... 용서하십시오."
"멍청한 소리......."
라인하르트는 절규하려 했으나 겨우 새어 나온 소리는 작고도 약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젊은이가, 나면서부터 남을 압도할 정도로 강렬한 매력을 지닌 젊은이가 이 순간만큼은 벽에 기대지 않고서는 걸을 수도 없는 무력한 아기처럼 보였다.
"이제 곧 의사가 올 거야. 이 정도 부상은 금방 나아. 나으면 누님께 가서 승리 보고를 해야지. 응? 그러자."
"라인하르트 님......."
"의사가 올 때까지 말하지 마라."
"우주를 손에 넣으십시오."
"......그래."
"그리고 안네로제 님께 전해 주십시오. 지크는 옛 맹세를 지켰다고......."
"싫다."
금발 청년은 색을 잃은 입술을 떨었다.
"나는 그런 말은 전하지 않겠어. 네가 전하란 말이다. 네가 직접. 나는 전하지 않을 거다. 알았나? 함께 누님께 가는 거야."
키르히아이스는 어렴풋이 미소를 지은 것 같았다. 그 미소가 사라졌을 때, 금발 청년은 한 순간의 전율과 함께 자신의 반신이 영원히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르히아이스...... 대답해라, 키르히아이스. 왜 아무 말도 않는 거냐?!"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2011), p.338~340
"라인하르트 님...... 무사하셨군요."
예복이 피로 물드는 것도 아랑곳않은 채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잡은 금발 청년은 키르히아이스의 시야에서 이미 흐릿하게 보였다.
'이것이 죽는다는 것이구나.'
오감이 멀어지면서 세상이 급격히 좁게, 어둡게 변해간다.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았으며, 듣고 싶은 것이 들리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공포는 없었다. 그의 두려움은 오히려 여생을 라인하르트와 함께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그 가능성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보다도, 모든 생명력이 빠져나가기 전에 해야만 할 말이 있었다.
"이제 저는 라인하르트 님께 도움이 될 수 없겠군요....... 용서하십시오."
"멍청한 소리......."
라인하르트는 절규하려 했으나 겨우 새어 나온 소리는 작고도 약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젊은이가, 나면서부터 남을 압도할 정도로 강렬한 매력을 지닌 젊은이가 이 순간만큼은 벽에 기대지 않고서는 걸을 수도 없는 무력한 아기처럼 보였다.
"이제 곧 의사가 올 거야. 이 정도 부상은 금방 나아. 나으면 누님께 가서 승리 보고를 해야지. 응? 그러자."
"라인하르트 님......."
"의사가 올 때까지 말하지 마라."
"우주를 손에 넣으십시오."
"......그래."
"그리고 안네로제 님께 전해 주십시오. 지크는 옛 맹세를 지켰다고......."
"싫다."
금발 청년은 색을 잃은 입술을 떨었다.
"나는 그런 말은 전하지 않겠어. 네가 전하란 말이다. 네가 직접. 나는 전하지 않을 거다. 알았나? 함께 누님께 가는 거야."
키르히아이스는 어렴풋이 미소를 지은 것 같았다. 그 미소가 사라졌을 때, 금발 청년은 한 순간의 전율과 함께 자신의 반신이 영원히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르히아이스...... 대답해라, 키르히아이스. 왜 아무 말도 않는 거냐?!"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2011), p.338~340
키르히아이스의 죽음 |
"거짓말하지 마라, 미터마이어. 경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 키르히아이스가, 나를 놔두고 죽을 리가 없단 말이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아먕편>, 김완, 이타카(2011), p.340
이 대사를 통해 라인하르트가 키르히아이스에게 얼마나 기대었는지 알 수 있다. 그 누구도 라인하르트에게 이만한 신임을 얻은 적이 없었다.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아먕편>, 김완, 이타카(2011), p.340
4. 사후 처리
4.1. 쿠데타
키르히아이스의 시신만 바라보는 라인하르트 |
전승 축하식에 발생한 참극에 대해 제독들은 엄중한 함구령을 내렸지만 이미 사흘이나 지난 상황. 언제까지고 침묵을 지킬 수 없는 노릇이었고 잘못하다 이 사실이 오딘에 알려지면 라인하르트의 뒤통수를 칠 기회를 노리는 제국재상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공작에 의해 라인하르트 원수부가 통째로 숙청당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제독들은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결국 참모장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중장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장군들 모두 그 오베르슈타인에게 의지해야 하냐면서 무척 불쾌한 반응을 보였고 차마 손수 나서서 도와달라고 하지도 못하고 서로 머뭇거렸다. 그러던 중 오베르슈타인 대장이 왔다는 위병의 보고에 다들 참 알아서도 온다고 비아냥거렸다.[11] 이렇게 때마침 회의장으로 들어온 오베르슈타인이 가장 먼저 한다는 소리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여태 아무것도 못하냐고 한심하다는듯이 일행들을 비아냥거리는 거였다. 다들 울컥했고 로이엔탈은 "현재 아군에는 1인자와 2인자가 없다 보니 방향성이 잡히지 않으니 말이오." 라고 말하면서 네가 그리도 외치던 2인자 무용론 덕분에 키르히아이스 상급대장이 죽은 거 아니냐고 은근히 칼날같은 말로 오베르슈타인을 깠다. 물론, 오베르슈타인은 꿈쩍도 안했다.
계속해서 로이엔탈은 "그러는 참모장께선 뭔가 비책이 있으신지?"라고 말하자[12] 오베르슈타인은 즉시 안네로제 폰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에게 부탁을 드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다른 제독들도 한 것이었다. 다만 실행하지 못했던 것은 그저 키르히아이스의 죽음을 직접 안네로제에게 말하고자 나설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오베르슈타인은 그 일을 자신이 맡고 다른 제독들은 키르히아이스를 죽인 범인을 색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난데없이 키르히아이스를 죽인 범인을 찾으라는 요구에 다른 제독들은 제대로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오베르슈타인은 로엔그람 후작은 키르히아이스가 '고작' 안스바흐 같은 자에게 허무하게 죽은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마음속으로 거물 범인을 찾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제독들이 할 일은 그 거물 범인,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공작에게 라인하르트 암살교사 혐의를 덧씌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의미를 파악한 다른 제독들은 감탄 아닌 비아냥 섞인 반응을 보였다.[13]
미터마이어는 그야말로 아니꼽다는 얼굴로 "역시 경을 적으로 돌리면 안되겠어. 도저히 당할 수 없으니까. 그야말로 무서운 걸."이란 말을 하는데 OVA 애니를 보면 그야말로 표정이 '그래 너 잘났다. 이 색햐'라는듯 대놓고 비아냥과 혐오감이 섞인 얼굴을 하며 말한다. 하지만 로이엔탈은 "그래, 경의 말이 맞다. 리히텐라데 그 능구렁이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우리야말로 교수대에 목이 매달릴 것이다. 당장 서둘러야 한다."면서 그 즉시 휘하 함대에 출동명령을 내리며 다른 장군들도 지체할 것 없이 즉각 행동에 나섰다. 그리고 OVA에서는 오베르슈타인이, DNT에서는 로이엔탈이 "권력은 어떤 수단으로 획득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행사했느냐에 따라 정당화된다."라는 명대사를 한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는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중장,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대장, 코르넬리우스 루츠 중장만 남고, 나머지 제독들은 20,000척에 달하는 고속순양함대를 이끌고 제도 오딘으로 급행했다. 가이에스부르크에서 오딘으로 갈 때 통상 항행으로는 20일이 걸리지만, 언젠가 오딘에 도착만 하면 된다는 미터마이어의 말대로 탈락자는 버려두고 간 결과, 함대는 출발했을 때의 15%에 불과한 3,000척까지 줄었지만 14일 만에 오딘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14]
OVA애니에서는 오딘으로 가는 여러 제독들 얼굴이 차례로 비쳐지는데 파렌하이트는 "(여지껏 적이었던) 오명을 갚을 기회다!"라고 말하면서 휘하 함대에 오딘으로 빨리 가라고 명령하는 게 나온다.
리히텐라데를 체포하는 로이엔탈 |
국새를 확보한 미터마이어 |
한편 오딘에 거주하던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백작영애는 자고 있다가 시내에 소동이 일어났다는 전갈을 듣고 저택 발코니로 나가 상황을 살폈다. 군인들이 일으킨 소음에 벌벌 떨던 하인이 힐다에게 어느 군대냐고 묻자 힐다는 라인하르트의 군대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활기가 넘치는 시대가 올 것 같다고 혼잣말했다.[16]
이렇게 행성 오딘은 라인하르트 원수부 소속 제독들에게 점령당했다. 한때 제국을 지배한 권세가였던 리히텐라데 공작가는 모든 권력을 잃고 연금되어 라인하르트의 처분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4.2. 의절
오딘이 제국군에 제압될 무렵 안네로제로부터 라인하르트를 향해 초광속통신이 도착했다. 라인하르트는 여전히 키르히아이스의 시체 옆에서 멍하니 앉아 옛 추억만 되새기고 있던 중,[17] 안네로제에게 온 통신이라고 보고하는 오베르슈타인에게 살기어린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오베르슈타인은 라인하르트의 살기어린 반응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무심하게, 두렵지 않으면 누님을 만나 이야기하라며 이대로 당신은 주저앉을 수 없다고 굳건히 말한다.또한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으며 우주는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갈 텐데 이를 키르히아이스 제독이 저세상에서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말한다. 라인하르트는 키르히아이스의 죽음이 오베르슈타인의 2인자 견제론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고 무섭게 분노했으나, 결국 키르히아이스의 무장해제를 진언한 오베르슈타인의 말을 받아들인 자신이야말로 근본적인 원인임을 알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안네로제를 만나러 간다.
안네로제의 의절 선언 |
"누님......."
그렇게 말한 후 라인하르트의 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안네로제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빰이 창백할 정도로 새하얗다. 푸른 눈에 눈물은 없었다. 그곳에 맺힌 것은 그 이상의 것이었다.
『가엾은 라인하르트.......』
안네로제가 속삭였다. 그 낮은 목소리는 금발 청년의 가슴을 저몄다. 누이의 말에 담긴 의미를 그는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권력과 권위를 위해 자신의 반신을 일개 부하로 취급하려 했으며, 그 좁은 도량에 혹독한 벌을 받은 것이었다.
『네겐 이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구나, 라인하르트.』
"......아닙니다. 아직 제게는 누님이 있잖습니까. 그렇지요, 누님? 그렇지요?"
라인하르트는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그래. 우리 남매에게는 서로를 제외하면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
그 목소리가 라인하르트의 정신을 일깨웠다. 동생의 표정이 변한 것을 안네로제는 알아차렸을까.
『라인하르트, 나는 슈바르첸의 저택에서 나가고 싶구나. 아무 곳이든 좋으니 조그만 집을 얻어 줄 수 있을까?』
"누님......."
『그리고 당분간은 서로 만나지 말기로 하자꾸나.』
"누님!"
『나는 네 곁에 있지 않는 편이 좋겠어.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니....... 나에겐 과거가 있을 뿐. 하지만 네게는 미래가 있잖니.』
"......."
『지쳤을 때는 내게 오려무나. 하지만 아직은, 지쳐서는 안 돼.』
그렇다. 라인하르트는 과거를 그리워할 자격을 잃었으며, 지쳐 쉴 수도 없는 몸이 되었다. 키르히아이스가 맹세를 지킨 이상 그도 키르히아이스에게 한 맹세를 지켜야만 한다.
우주를 손에 넣는 것. 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해야만 한다.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해본다면, 하다못해 그 정도는 손에 넣어야만 하지 않겠는가.
"알겠습니다. 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분부대로 따르지요. 그리고 우주를 손에 넣은 후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작별하기 전에 한 가지만 가르쳐 주십시오."
라인하르트는 침을 꿀꺽 삼키고 숨을 골랐다.
"누님께서는 키르히아이스를...... 사랑하셨던 겁니까?"
그리고 조심스럽게 누이의 얼굴을 보았다.
대답은 없었다. 다만 라인하르트는, 그때만큼 투명한, 그때만큼 슬픈 누이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그 표정을 평생 잊을 수 없으리라.
......그리고 그의 생각은 옳은 것이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2011), p.353
안네로제는 라인하르트에게 의절을 선언했고, 이후 라인하르트와 안네로제는 라인하르트가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와 속도위반을 하고, 힐데가르트가 안네로제를 페잔으로 부를 때까지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키르히아이스에게 한 맹세를 지키기 위해, 상심을 떨치고 일어났다.그렇게 말한 후 라인하르트의 혀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안네로제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빰이 창백할 정도로 새하얗다. 푸른 눈에 눈물은 없었다. 그곳에 맺힌 것은 그 이상의 것이었다.
『가엾은 라인하르트.......』
안네로제가 속삭였다. 그 낮은 목소리는 금발 청년의 가슴을 저몄다. 누이의 말에 담긴 의미를 그는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권력과 권위를 위해 자신의 반신을 일개 부하로 취급하려 했으며, 그 좁은 도량에 혹독한 벌을 받은 것이었다.
『네겐 이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구나, 라인하르트.』
"......아닙니다. 아직 제게는 누님이 있잖습니까. 그렇지요, 누님? 그렇지요?"
라인하르트는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그래. 우리 남매에게는 서로를 제외하면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
그 목소리가 라인하르트의 정신을 일깨웠다. 동생의 표정이 변한 것을 안네로제는 알아차렸을까.
『라인하르트, 나는 슈바르첸의 저택에서 나가고 싶구나. 아무 곳이든 좋으니 조그만 집을 얻어 줄 수 있을까?』
"누님......."
『그리고 당분간은 서로 만나지 말기로 하자꾸나.』
"누님!"
『나는 네 곁에 있지 않는 편이 좋겠어.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니....... 나에겐 과거가 있을 뿐. 하지만 네게는 미래가 있잖니.』
"......."
『지쳤을 때는 내게 오려무나. 하지만 아직은, 지쳐서는 안 돼.』
그렇다. 라인하르트는 과거를 그리워할 자격을 잃었으며, 지쳐 쉴 수도 없는 몸이 되었다. 키르히아이스가 맹세를 지킨 이상 그도 키르히아이스에게 한 맹세를 지켜야만 한다.
우주를 손에 넣는 것. 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해야만 한다.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해본다면, 하다못해 그 정도는 손에 넣어야만 하지 않겠는가.
"알겠습니다. 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분부대로 따르지요. 그리고 우주를 손에 넣은 후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작별하기 전에 한 가지만 가르쳐 주십시오."
라인하르트는 침을 꿀꺽 삼키고 숨을 골랐다.
"누님께서는 키르히아이스를...... 사랑하셨던 겁니까?"
그리고 조심스럽게 누이의 얼굴을 보았다.
대답은 없었다. 다만 라인하르트는, 그때만큼 투명한, 그때만큼 슬픈 누이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그 표정을 평생 잊을 수 없으리라.
......그리고 그의 생각은 옳은 것이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2011), p.353
4.3. 숙청
제국수도 오딘을 제압한 라인하르트파 제독들은 아직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있는 라인하르트에게 상황을 보고하려고 했다. 하지만 누구도 연락하려고 하지 않았고, 결국 카드 뽑기에서 진 오스카 폰 로이엔탈 제독이 대표가 되어 연락하기로 했다. 라인하르트도 오베르슈타인에서 사정을 들었기에 보고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18] 이야기는 곧바로 리히텐라데 일족 처분 문제로 넘어갔다.라인하르트는 리히텐라데 일족에 대해 리히텐라데 공작을 비롯한[19] 10살 이상의 남자는 모두 사형, 여자와 아이는 변경으로 유배형이라는 매우 가혹한 처분을 내렸다. 로이엔탈은 간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했지만 라인하르트는 자신이 은하제국 유년학교에 들어갈 때가 10살이었고, 그 이하의 아이는 아직 제 몫을 다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목숨은 살려주겠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실력 없는 패자가 타도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라면서 휘하 제독들도 자신을 쓰러뜨릴 각오가 있다면 언제든지 도전해도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통신을 끊은 라인하르트는 브륀힐트를 타고 오딘으로 복귀했다.
라인하르트의 명령은 즉시 집행되었다. 로이엔탈의 지휘 아래 리히텐라데 일족은 모조리 사형당했고 살아남은 자들은 변경으로 보내졌다. 리히텐라데 공작의 측근이자 부재상이었던 겔라흐 자작은 라인하르트가 집권하자 즉시 관직을 버리고 근신했기 때문에 숙청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우주력 797년 10월 제국군 최고사령관에 더불어 제국재상까지 겸직하면서 모든 권한을 장악했다.
한편 라인하르트는, 자기 친구를 죽인 안스바흐의 유족들에게는 위해를 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안스바흐의 시신도 유족들에게 그대로 돌려줘 장례를 치르게 했다. 안스바흐는 어찌 되었건 최후까지 그의 주인에게 충성을 다 바쳤고, 그의 충성과 능력치를 높이 평가하여 전혀 미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20] 하지만 안스바흐 같은 인재를 허무하게 죽게 만든 브라운슈바이크에 대한 불쾌감은 지울 수 없었고, 패배와 자살이라는 브라운슈바이크의 추한 최후도 당연한 결과를 맞이한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만일 라인하르트가 패배하였다면 키르히아이스가 비슷한 행동이라도 했을 것이라는 역지사지의 생각도 있었다.
원작에서도 키르하이이스가 죽어갈 때 멘붕상태인 라인하르트가 "키르히아이스의 무장을 해제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키르히아이스가 이렇게 죽어갈 리가 없는데"라고 후회막심하는 부분이 나온다. 오베르슈타인조차도 "저에게 키르히아이스가 죽은 책임을 전가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훌륭하십니다." 라고 할 정도였다.[22] 이를 볼 때 라인하르트는 오베르슈타인에게 "왜 그런 충고를 하여 키르히아이스 무장을 해제하여 그를 죽게 했나!"라는 질책같은 건 아예 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이후 한동안 라인하르트에게 흑화할 기미가 살짝 보였다는 것이다. 때문에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는 우려를 드러내며 키르히아이스의 무덤을 참배하면서 "당신이 살아있었더라면..."라고 생각하며 매우 아쉬워했다. 다행히 라인하르트는 옆에서 힐데가르트가 계속 챙겨준 만큼 그녀에게 의지하게 되었고, 스스로도 너무 욱한다 싶으면 키르히아이스의 말을 되새기면서 크게 문제가 될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페잔에게도 나중에 이 사실이 보고되는데 루빈스키는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서 감탄한다. 데그스비 주교가 라인하르트가 건드리기 어려운 상대란 말을 하자 빈틈은 얼마든지 있다고 답변하며 그가 완벽했더라면 키르히아이스가 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5. 후일담
이 사건 이후로 라인하르트는 자기의 심리를 최대한 강화한다. 더는 이런 것을 겪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 때의 경험 탓인지 라인하르트는 다시는 거슬리는 발언을 한다고 치졸하게 구는 짓은 안 했다. 좀 경고를 날리기는 했지만 말이다.한편, 키르히아이스가 안스바흐에게 치명상을 입을 때까지 주변에 서 있는 장군들의 대처가 심하게 느렸고, 일단 개입한 후에도 사건을 마무리 지을 때까지 시간이 좀 소요되었다. 덤으로 군의관도 늦게 왔다.
참고로 원작 소설이나 애니에선 다들 멍 때리다가 너무나도 늦게 나서는데,[26] 90년대에 나온 미치하라 카츠미판 코믹스에선 키르히아이스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남은 손으로 떨어진 핸드 캐논을 주워들려던 안스바흐의 왼손을 비텐펠트가 밟고 손에서 반지로 위장된 총을 빼앗으며 뒤늦게나마 활약을 하게 되는 장면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키르히아이스의 부하들은 키르히아이스 사후 뿔뿔이 흩어졌다. 베르너 알트링겐, 롤프 오토 브라우히치, 디트리히 자우켄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직속으로 자리를 옮겼고 폴커 악셀 폰 부로, 호르스트 진처는 볼프강 미터마이어에게로, 한스 에두아르트 베르겐그륀은 오스카 폰 로이엔탈에게로, 콘라트 린저는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제국군 사이에서 오베르슈타인에 대한 악명이 커진 사건이기도 하다. 특히 키르히아이스의 부관이었던 한스 에두아르트 베르겐그륀은 '군무상서의 계략 때문에 상관을 잃었다'고 한탄하기까지 했다.
6. 후지사키 류 코믹스
베스터란트 학살사건은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 사이를 소원하게 만들었다. 키르히아이스는 냉혹한 오베르슈타인을 내치라고 요구했고 라인하르트가 거부하면서 말싸움이 일어났다. 키르히아이스를 물리친 라인하르트는 키르히아이스의 특권을 박탈했으며 키르히아이스는 내심 너무 심했다고 후회했다. 이 뒤에 제국의 2차 내전을 바라는 페잔의 모략이 숨어 있음을 두 사람은 알지 못했다.제국력 488년 9월 9일,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서 전승기념식이 열렸다. 키르히아이스도 참석했으나 장내 무기 반입이 금지되자 자신도 다른 제독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고 독백했다. 그럼에도 라인하르트 님은 언젠가 이해해 주실 거라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전승기념식은 귀족연합군 고급사관들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포로들을 접견하던 라인하르트는 파렌하이트의 차례가 오자 그를 등용하려 했고, 파렌하이트도 이를 승낙하면서 라인하르트는 즉시 그의 수갑을 풀고 다른 사관들 옆에 세웠다.
그리고 마지막 포로로 주군을 죽이고 라인하르트군에 투항한 안스바흐 준장이 나타났다. 라인하르트군 간부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안스바흐는 라인하르트 앞으로 와서 캡슐을 열다가, 갑자기 시신에 손을 뻗더니 숨겨둔 핸드 캐논을 꺼내서 라인하르트를 저격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다른 간부들은 움직이지 못하고 오직 오베르슈타인만 라인하르트 앞을 가려 인간방패를 자처했지만 핸드 캐논에 맞으면 시체만 늘어날 거라는 건 자명한 일이었다. 그 순간 키르히아이스가 달려들어 조준을 엇나가게 한 뒤 손목을 꽉 쥐어 핸드 캐논을 떨어뜨리게 했다. 그러자 안스바흐는 반지로 위장한 블래스터를 발포하여 키르히아이스의 경동맥을 꿰뚫었고(거의 몸을 S형식으로 관통), 키르히아이스는 치명상을 입었는데도 안스바흐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급히 사람들이 달려와 안스바흐를 제압하고 볼프강 미터마이어가 신속히 지혈을 실시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안스바흐는 비록 맹세는 이루지 못했으나 그의 한쪽 날개는 뜯어냈다고 외치며 입 안에 숨겨둔 독약 캡슐을 삼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키르히아이스도 라인하르트가 보는 앞에서 얼마 뒤 사망한다.
친우를 잃은 라인하르트는 충격에 빠져 폐인이 되었다. 늘 올라오던 전황보고가 끊어지자 무슨 일이 터졌다고 짐작한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공작은 수도의 귀족들을 불러모아 라인하르트가 오기 전에 국정을 장악하려 했고, 이걸 몰래 지켜본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백작영애는 급히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을 통해 리히텐라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힐다는 라인하르트와 키르히아이스를 어디 있는지 찾았으나, 오베르슈타인은 두 사람 모두 지금은 힘들다며 무언가를 부탁했다.
한편 제독들은 함구령을 내리고 대책을 논의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그때 방문한 오베르슈타인은 이 자리에서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백작영애를 통해 안네로제 폰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에게 키르히아이스의 죽음을 알릴 것이며, 안스바흐의 배후자를 찾는다는 명분으로 리히텐라데 공작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제독들도 이 주장에 수긍하여 일제히 요새를 떠나 오딘으로 진격했다. 리히텐라데 공작은 자다가 들이닥친 제국군에게 체포되었고 국새도 라인하르트 군의 손에 들어왔다.
한편 라인하르트는 여전히 키르히아이스의 시신을 지키고 있던 중, 오베르슈타인이 그뤼네발트 백작부인의 통신이 왔다고 알려주자 역정을 낸다. 그러나 오베르슈타인이 차분히 지적하자, 더이상 화를 내지 못하고 통신화면에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 라인하르트는 안네로제에게 의절을 통보받았으며, 키르히아이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주를 정복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기력을 회복한 라인하르트는 리히텐라데 공작은 자살, 여자와 아이들은 변경에 유폐, 10세 이상 사내아이는 모두 처형한다는 잔혹한 처분을 내린다.
제국력 488년 10월, 라인하르트는 제국재상과 제국군 최고사령관 직을 겸직하여 제국의 독재자가 되었다. 그의 부하들도 1계급 승진했으며 키르히아이스는 제국군 3대 장관을 비롯한 수많은 관직을 수여받았다. 페잔은 키르히아이스의 죽음으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양 웬리를 응원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7. 같이보기
[1] 오자서가 나라 곳곳을 뒤져 몰래 찾아낸 자객 전제가 오왕 료를 살해할 때, 물고기 요리에 어장이라는 명검을 숨긴채 요리를 진상하였다가 칼을 꺼내 그를 살해했다. 호위병들이 전제를 옷을 벗겨가며 미리 사전점검을 했지만 료가 좋아하는 물고기 요리는 함부로 뒤져볼 수 없었다. 게다가, 전제는 자객으로 초특급 고수라서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수천여 호위병 속에서 조금도 떨지 않았고 물고기 요리를 대접할 때 광속으로 칼을 꺼내 료의 심장에 박아 순살했다. 당연히 놀란 호위병들에게 전제는 그야말로 참살당했지만 료는 이미 죽었고 합려는 이후 왕위를 잇게 된다.[2] DNT에서는 그냥 부탁한다고 하고 부하들이 아무 말 없이 따른다.[3] 립슈타트 귀족연합측 문벌귀족들이 종종 연회를 열던 장소.[4] 웹소설 작가 슈타인호프는 안스바흐의 왼팔 가격→안면 강타로 쓰러트리기→내밀은 손을 짖밟는 방법으로 키르히아이스가 죽지 않고 안스바흐를 제압하는 팬픽(건영전)을 쓰기도 했다.[5] 이 반지 레이저 총의 출처는 원작에서는 밝혀지지 않지만,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에서는 브라운슈바이크가 끼고 다니던 걸 쓴 것으로 설정했다.[6] OVA에선 안타까운 얼굴을 한 미터마이어가 주변을 말없이 둘러보는데 메크링거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없이 제독은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전달한다. 이 말에 다시 한번 미터마이어는 키르히아이스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원통한 표정을 짓는다.[7] OVA에서는 이후 다 죽어가는 키르히아이스를 보고 슬쩍 미소지으며 "그나마 작은 선물로 저 금발 애송이의 몸 절반을 비틀어 가지고 갑니다."라는 대사가 추가되었다. 후지사키 류 코믹스판에서도 추가된 대사로 쓰디쓴 미소를 지은 채 "하지만 녀석의 한쪽 날개는 뜯어냈습니다!! 부디 이를 참작하여 발할라에서의 꾸중은 용서해주시길!!"라고 소리치며 브라운슈바이크에게 사죄한 뒤 자살한다.[8] 옛 OVA판 DVD보정 추가판에서 이때 안스바흐는 주름잡히고 눈이 뒤집어진 채로 제법 혐짤급인 모습이 되어 죽었다.[9] 굳이 이유를 들자면 파렌하이트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과 별 연관이 없다가 립슈타트 귀족연합의 명분 때문에 합류한 것뿐이고, 안스바흐는 아예 대대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섬겨온 집안 출신으로 충성심의 경중 자체가 다르다. 이러니 두 사람이 보는 브라운슈바이크에 대한 관점이나 감정은 다를 수 밖에 없다.[10] OVA에서는 상황 묘사가 추가되어서, 과다출혈로 앞이 안 보이는 키르히아이스가 허공에서 손을 흔들며 라인하르트를 애타게 잡으려는 게 나온다.[11] 후지사키 류 코믹스에선 오베르슈타인에게 타개책을 구해보자는 의견이 나오자마자 비텐펠트가 바로 "난 반대다! 그 녀석이 2인자 무용론같은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키르히아이스가 죽은 거잖아!"라고 격렬하게 거부했으며, 오베르슈타인이 왔다는 소식에 얼굴을 있는대로 구기고 "대단한 타이밍에 납셨군..."이라고 혀를 차며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곁에 있던 울리히 케슬러 또한 "도청이라도 한 거 아니야?"라며 불쾌하게 반응했다. 비텐펠트와 케슬러뿐만 아니라 켐프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베르슈타인의 지혜를 빌려야만 하냐고 이를 갈았고 루츠도 그 남자는 이치에 맞아도 왠지 공감할 수 없는 말만 한다고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12] OVA에선 메크링거가 이 말을 했다.[13] 물론 이 시점의 라인하르트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둔 상태였기 때문에 리히텐라데를 체포해야한다는 것은 오베르슈타인의 독단적인 선택이었다.[14] 평소 장병들의 불필요한 희생이 따르는 작전을 잘 펼치지 않는 라인하르트 측근들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지만, 이번 일은 쿠데타인만큼 수도권을 재빠르게 장악해 반대파를 무력화하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수도성을 제압하는데는 3000척만으로도 충분했다.[15]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에서 안경을 쓰고 있던 이 관료는 개머리판을 맞고 넘어져 안경도 깨지는데 머리가 피투성이가 된 상태에서도 기어와서 미터마이어 다리를 잡고 "......국새를 지키는 게 내가 할 일이오!...."라고 애원한다.[16] DNT에서는 하인은 두려워하지 않고 덤덤히 말한다. 덤으로 힐다는 시끄럽긴 하겠지만 정체되어 있는 것보단 낫다고 말한다.[17] DNT에서는 환영까지 본다.[18] 그 와중에 로이엔탈은 수도로 귀환하는 라인하르트를 마중나갈 책임을 은근슬쩍 볼프강 미터마이어에게 떠넘겼다.[19] 리히텐라데 본인은 아무래도 제국재상을 맡은 사람인만큼 직접 죽이기엔 곤란했다. 그래서 명예를 생각해 자결을 권유하는, 상대적으로 점잖은 방식을 취했다.[20] 안스바흐에 대한 라인하르트의 평이 제일 박했던 때가 바로 이 암살사건 직전이었는데, 그 이유도 안스바흐가 주인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배신하며 항복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그의 판단기준은 비슷해서, 조안 레벨로를 배신한 록웰, 로이엔탈을 배신한 알프레트 그릴파르처 등 배신자라면 소속에 관계없이 싫어한다. 반면 양 웬리처럼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인물은 일단 호감을 보인다. 물론 이때도 과거는 전혀 묻지 않는다.[21] 반다이남코판 게임의 2회차 키르히아이스 생존 루트에서 실제로 이런 상황이 연출된다.[22] 다만 누가 배배꼬인슈타인 아니랄까봐 결코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안네로제에게 키르히아이스의 죽음을 알리는 걸 주저하는 라인하르트의 태도를 비판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니까 "제 탓 하지 않은건 훌륭하신데 알릴건 알리셔야죠." 정도.[23] 불가리아 야당 대표 가스총 테러 미수 사건은 무려 방송 도중에 일어났다. 당시 암살대상이던 도간이 청중 앞에서 연설중이었기 때문이다.[24] 사라예보 사건은 실패 if가 많을 정도로 '우연'이 많이 작용했다. 황태자가 암살당한 사건 바로 직전에 두 건의 암살미수 사건이 있었는데 황태자는 같이 동승해 있던 총독의 군사지역으로 가자는 제안을 물리치고(애초에 군사훈련 참관을 위해 방문했다.) 예정에도 없이 다친 사람들을 위문하러 갔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총독이 지름길로 가야 한다는 말을 안 해서 운전기사는 예정된 길만 갔고 하필 그 와중에 다리를 만나 서행을 해야 했는데 그 때 후진을 하던 차 때문에 멈추었다. 근데 그 곳은 우연하게도 암살 작전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아무 시도도 하지 못하고 있던 암살범이 있었고 암살범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황태자 부부를 저격했다. 거기다가 당시 황태자는 방탄조끼를 입고 있어서 가슴에 맞았다면 살 수도 있었겠지만 목에 저격당해서 죽었다.[25] 무엇보다 아베 암살이라는 더 어이없게 성공한 암살 사례가 있어서 이 또한 현실적이게 되었다.[26] 원작 기준 안스바흐가 핸드 캐논을 꺼내들 때부터 키르히아이스의 경동맥이 관통당할 때까지 딱 10초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