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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4권 <책모편> 2장 '미로'
- 시기 : 불명[1]
은하영웅전설의 사건. 한때 은하제국을 뒤흔들었던 대형 사건이다. 황제 납치 사건 직전 알프레트 폰 란즈베르크 백작이 레오폴트 슈마허 대령에게 노이에 상수시에 얽힌 비사(秘事)를 들려주면서 언급된다. OVA와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DNT에서는 생략했으며, 후지사키 류 코믹스에서는 알베르트 대공이 실종된 부분만 나왔다.
2. 실종
골덴바움 왕조의 황궁이었던 노이에 상수시는 수천 항성계를 통치하는 성간국가의 수도답게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리고 황궁의 지하는 수많은 통로들이 건설되어 마치 미로를 방불케 했다. 역대 황제들은 암살이나 혁명을 두려워해 저마다 황궁 지하에 비밀통로를 팠는데, 이게 수 세기 동안 중구난방으로 파는 바람에 누구도 지하통로를 완벽히 파악하지 못해서 미로가 되어버린 것이다.우주력 798년에서 대략 한 세기 전, 은하제국 29대 황제 빌헬름 2세의 차남 알베르트 대공은 15세에 시종무관을 데리고 지하미로를 탐험하겠다고 내려갔다가 두 번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황제의 총희이자 알베르트 대공의 어머니 도로테아가 있다는 설이 돌았다. 그녀는 황제의 총애를 얻어 아들까지 얻었으나 그 때문에 황후 콘스탄체의 미움을 사게 되었는데, 황제가 몸져눕자 황후가 알베르트를 해칠까 두려워한 도로테아가 한 청년장교에게 아들을 맡겨 지하도로 탈출시킨 뒤 자유행성동맹으로 망명시켰다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황후 콘스탄체가 알베르트 대공을 꼬드겨 지하미로로 보낸 후 그곳에서 방치하여 죽였다는 설도 돌았다.
이후 빌헬름 2세는 병사하고 콘스탄체의 아들 코르넬리우스가 30대 황제 '코르넬리우스 2세'로 즉위했다. 총희 도로테아는 즉위 하루 뒤에 독살로 추정되는 죽음을 맞이했고, 한 달 후에는 황태후 콘스탄체마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미쳐 사망했다. 이러한 정황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리고 알베르트 대공은 실종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그를 보았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한 귀족은 페잔 여객선 안에서 어른이 된 알베르트 대공의 모습을 보았다고 주장했으며, 어느 군인은 실종으로부터 10년 뒤에 지하미로를 조사하던 중 벽 너머에서 황후를 원망하는 알베르트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3. 재회
그렇게 대공이 실종된 지 20년이 지난 후, 은하제국 30대 황제 코르넬리우스 2세는 중병에 걸렸다. 그런데 그에게는 아이가 없었으므로, 제국 귀족들은 차기 제위계승자를 두고 검증하는 한편 줄을 대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그런데, 그때 스스로를 알베르트 대공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했다. 그는 뛰어난 말재간과 그럴듯한 증언, 증거품을 제시해 귀족들의 믿음을 얻었다. 거기에다 황제 코르넬리우스 2세는 오랫동안 알베르트 대공이 실종된 배후로 어머니 콘스탄체를 의심하고 있었기에, 이복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등장하니 매우 기뻐했다. 코르넬리우스 2세는 병상에서 알베르트 대공과 대면하자 눈물을 흘리며 그를 '동생'이라고 불렀다. 귀족들은 그가 은하제국의 31대 황제 알베르트 1세로 즉위할 것이라 예측하고 앞다투어 그에게 아첨했다. 한 대귀족은 그에게 공짜로 별장을 제공했는데, 알베르트는 그에게 기품 있는 태도로 감사를 표하며 지위와 영지를 약속했다. 그 모습에 그의 인망은 더더욱 상승했다. 이렇게 알베르트는 다른 계승자들을 제치고 제위계승서열 1위를 차지했다.[2]
4. 파국
하지만 차기 황제 후보 1순위 알베르트 대공은 자신을 모시던 청초한 시녀와 함께 5천만 제국마르크 상당의 보석을 먹튀하고 영원히 자취를 감췄다.[3][4] 이로인해 대귀족들은 당연히 망연자실했다. 막대한 재화를 잃어버린 것은 그렇다고 쳐도 미래의 황후를 꿈꾸던 10여명이 넘는 귀족 영애들은 알베르트 대공에게 몸을 바쳤다가 절반 이상이 '불명예스러운 사생아'를 출산해야만 했다.[5] 알베르트란 이름을 가진 귀족들은 불쾌한 사기꾼의 이름으로 살아갈 수 없다면서 개명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덕분에 이 사건은 평민들이 어리석은 귀족들을 씹을 때 써먹는 단골재료가 됐다.그런데 큰 의문점은 이 '가짜 알베르트 대공'은 코르넬리우스 2세와 대면하는 등 정말 황위에 오를 수 있는 인물이었는데 어째서 이런 먹튀극을 벌였냐는 것이다.[6] 황제 코르넬리우스 2세는 눈물로 이 '알베르트 대공'을 맞이했고 제국에 내로라할 대귀족들이 흐름을 읽고 발빠르게 아첨하고 나서 병중의 황제가 곧 죽고 옥좌에 앉아 거대한 제국을 통치하는 것이 바로 직전까지 다가왔음에도[7] 돌연 사라진 점을 들어 이 알베르트 대공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이며 과거 도망치듯 고국을 떠난데다 모후까지 의문사한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인하여 제국 체제에 큰 환멸을 느껴 은하제국에 복수를 감행했다는 소문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황후나 총희가 될 꿈에 젖어있던 대귀족의 영애들은 농락한 반면 자기 시녀는 데리고 도망친 걸 봐도 단순 먹튀 사기가 아니라 작정하고 벌인 일종의 (문벌귀족에 대한) 증오범죄가 아니었겠냐는 말은 설득력이 있다.
아닌게 아니라, 코르넬리우스 2세가 죽고 제위를 이은 오토프리트 3세는 황태자 시절, 매우 영민하고 유능한 모습을 보여 성군이 되리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제위한 뒤로는 권력에 미쳐 개판 그 자체인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것들을 어릴때부터 본 나머지 궁정 온갖 음모론을 두려워하여 인간 혐오증에 걸렸고, 그 결과 편집증에 시달리며 황후와 황비를 여럿 갈아치우고 암살에 대한 두려움에 떨다가 종국에 가서는 식사까지 거부하다가 40대 나이로 갑작스럽게 쇠약사하여 죽고 말았다.
한편, 팬들 사이에서는 제위를 찬탈하려던 가짜였는데 시녀와 사랑에 빠져서 계획을 포기하고 달아난 거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물론 사건 당사자는 한번 사라진 이후 다시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진실을 알 길이 없다.
5. 여담
- 이 사건은 17세기 초 루스 차르국에서 벌어졌던 가짜 드미트리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보인다. 허나 가짜 드미트리 사건은 진짜로 류리크 왕조의 대가 끊긴데다 나라 자체가 엉망진창인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이 가짜 알베르트 대공 사건은 그렇지도 않은데 나라 전체를 완전히 뒤흔들어 놨으니 더욱 막장이다.
[1] 대략 1세기 전의 일이라고만 언급될 뿐, 구체적인 시기는 명시되어있지 않다.[2] 사실 21세기에 이 스토리를 다시 곱씹어 보면 그 흔한 DNA 검사 한번 안해봤냐는 의문이 바로 제기되지만, DNA를 통한 친자확인이 실용화된 것은 80년대 후반인 반면 은영전은 82년부터 출간된 작품인지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제위계승자를 자처하는데 그정도 증거물은 안들고 왔을까. 스스로를 니콜라이 2세의 외아들 알렉세이 황태자라 주장했던 바실리 필라토프 역시 DNA가 로마노프 왕조와 관련이 있음을 입증했었다. 진짜 알렉세이 황태자의 시신이 나와서 거짓임이 드러났을 뿐 공식적인 신분에 맞지 않는 수준의 대단한 교양을 가지고 있었고, 로마노프 왕조의 일족임이 확실한 DNA까지 밝혀졌으니 시체만 안 나왔어도 알렉세이 황태자라고 인정받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항목 참고. 한편으로는 이런 만큼 가짜 알베르트 대공 역시도 알베르트 대공이 아닐뿐 충분히 골덴바움 왕조 혈통일 가능성도 있다. 애초에 골덴바움 왕조의 황제들이 라인하르트의 말을 빌리면 '음탕했기 때문에' 숨겨진 자식 몇 정도 있어도 이상할 일이 아니다. 후손대로 내려가면 말할 것도 없고...2차 창작 단계까지 가면 아예 라인하르트가 혈통적으로 골덴바움과 엮이는 급의 드립도 튀어나온다[3] 5천만 제국마르크가 어느 정도나면, 하급 공무원 키르히아이스의 아버지의 연봉이 약 4만 마르크라는 언급을 기준으로 계산해볼 때 대략 한화 450억이 넘어가는 돈이다.[4] 그런데 이상한 점은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영원히 자취를 감출 수 있었는지는 의문,(카스퍼도 자취를 감추기는 했지만 이쪽은 딱히 대귀족들에게 밉보일 짓은 안 했다. 반면 이 인물은 대귀족들과 황제를 제대로 엿먹였기에 은하제국은 어떻게든 찾아내려고 했을 텐데 그럼에도 못 찾아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영원히 자취를 감췄다는 대목을 보면 자유행성동맹으로 망명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5] 이들 중 상당수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기까지 했다고 한다.[6] 설령 가짜라고 해도 귀족이나 다른 황족이 명확한 증거라도 잡지 않는 이상은 유전자 검사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친황제파 세력들이 "이것들이 어디 감히 신성한 황제 폐하께 그따위 행동을 하려는거냐?" 라고 할 수 있기 때문. 더군다나 이미 앞서 보았듯 10여명의 귀족 영애들이 가짜 알베르트 대공에게 몸을 바쳤다가 절반 이상이 사생아를 출산해야 했다고 나오는데, 이는 바꿔서 보면 열 몇 개나 되는 귀족 가문들이 알베르트의 적극 지지자라는 말이 된다. 즉, 절대로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라는 거다. 무엇보다 차기 황제에게 딸을 바칠 수 있을 정도면 귀족 중에서도 대귀족이라는 말이 된다. 본편으로 치면 브라운슈바이크나 리텐하임 정도는 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도 아니고 10여명이나 지지하니 정말 빼도박도 못할 증거를 내밀지 않는 이상은 가짜라고 지목하기는 어렵다.[7] 이 점이 중요한데 만일 황제로 즉위한 뒤 사라졌다면 앞서 말한 귀족 영애들이 출산한 자식들은 정당한 황위계승권이 있기에 복수의 효과가 작다. 하지만 옥좌에 앉기 전에 사라졌다면 이 '가짜 알베르트 대공'이 과연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정된게 아니므로 황위 계승권도 없어서 제대로 물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