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18 22:33:59

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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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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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
날짜
우주력 799년, 신제국력 1년 표준력 7월 22일 ~7월 25일
장소
자유행성동맹하이네센 하이네센폴리스
교전 당사자 양 웬리 함대 파일:560px-Flag_of_the_Free_Planets_Alliance.svg.png 자유행성동맹 정부 파일:560px-Flag_of_the_Free_Planets_Alliance.svg.png
파일:lion02_s.png 은하제국 고등판무관부 파일:lion02_s.png
지휘관 양 웬리
발터 폰 쇤코프
더스티 아텐보로
라이너 블룸하르트
바그다슈
프레데리카 그린힐
동맹정부
조안 레벨로
록웰
자우프
제국 고등판무관부
헬무트 렌넨캄프
병력 로젠리터
약 1,000여 명
동맹정부
특명부대 2개 중대
중앙검찰청 경비대
제국 고등판무관부
경장육전병 4개 연대
장갑척탄병 12개 연대
피해 규모 1명 전사 동맹정부
특명부대 궤멸, 중앙검찰청 함락
동맹정부의장 납치 및 구금
제국 고등판무관부
판무관부 청사 일부 파손
제국 고등판무관 사망
결과
양 웬리 함대, 하이네센 탈출
은하제국의 제2차 라그나뢰크 작전 실행

1. 개요2. 명칭3. 배경
3.1. 제국에 굴종한 동맹정부3.2. 양 웬리의 음모
4. 발단
4.1. 메르카츠 생존설4.2. 오베르슈타인의 개입
5. 전개
5.1. 양 웬리 체포5.2. 혼란에 빠진 하이네센5.3. 양 웬리 구출5.4. 붉은 폭포5.5. 하이네센 탈출
6. 결말
6.1. 제국의 선전포고6.2. 침묵한 동맹 정부6.3. 독립정부에 합류하다
7. 후지사키 류 코믹스
7.1. 렌넨캄프 임명7.2. 충돌7.3. 렌넨캄프 납치7.4. 제국의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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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의 에피소드
큄멜 사건 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 지구교 본거지 토벌 작전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5장, 7장~8장
    • 은하영웅전설 OVA 60~62화
    • 후지사키 류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186화 ~ 191화
  • 시기 : 우주력 799년, 신제국력 1년 표준력 7월 22일 ~7월 25일

은하영웅전설의 사건. 자유행성동맹군 퇴역원수 양 웬리가 자유행성동맹 주재 은하제국 고등판무관 헬무트 렌넨캄프의 모략으로 자유행성동맹 정부의 손에 살해당할 위기에 처하자 양 웬리와 함께 숙청당할 위기에 처한 양 웬리 함대 구성원들과 제국인 망명자 집단이라는 특징때문에 조만간 제국측에 보복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감돌던[1] 로젠리터 연대가 반란을 일으켜 무력으로 양 웬리 퇴역원수를 구출하고 동맹의 수도성 하이네센에서 탈출한 사건이다.

2. 명칭

'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이라는 명칭은 독자들이 붙인 것으로, 작중에서 본 사건을 칭하는 표현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이라고 불리는 건 온당치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하는데, 이 시기의 양 웬리는 이미 버밀리온 성역 회전 이후 예편원을 내고 군 조직을 떠난 민간인이었기에 정확히 표현하자면 '양 웬리 모살미수사건'이 더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말이 민간인이지, 작중 등장인물들은 양 웬리를 '양 웬리 씨' 가 아니라 '양 원수', '양 제독'이라 칭했으며 양 스스로도 자신이 민간인이라는 자각이 없었다.[2][3]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이라는 명칭이 무조건 틀렸다고 보기엔 어려울 것이다.[4]

3. 배경

3.1. 제국에 굴종한 동맹정부

은하제국이 전격적으로 펼친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자유행성동맹에게 역사상 최악의 굴욕을 선사했다.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에서 양 웬리 함대를 제외한 동맹군 주력 우주함대는 공중 분해되었고, 양 함대는 유격전을 벌여 제국군 함대 일부를 패퇴시키면서 라인하르트를 전면전에 끌어내 사살 직전까지 몰아붙였지만 최후의 순간 욥 트뤼니히트 의장이 항복을 선언해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은하제국은 아직 동맹을 완전 병탄할 시기가 아니라고 보아 바라트 화약이라는 평화조약을 맺어 동맹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전쟁을 마무리했다. 그래서 동맹은 패전했음에도 국체를 보전할 수 있었다. 허나 수백만 명에 달하는 장병들이 목숨을 잃고, 국가 경제는 파탄 직전까지 몰리고, 국방을 담당하던 우주함대가 소멸되어 제국에 저항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던 동맹의 상황 상 평화 조약은 결국 제국이 사실상의 속국에 가까운 형태로 동맹의 존속을 '허락'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다 제국은 거액의 금전 상납, 전함 및 우주항모 폐기, 동맹 내 반 제국 여론 단속 등 온갖 조항으로 동맹에 족쇄를 채웠고 제국의 속국으로 전락한 자유행성동맹은 당장 내일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비참하고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제국으로 도망친 매국노 욥 트뤼니히트의 뒤를 이어, 가라앉는 배의 선장을 자진한 조안 레벨로는 국가의 존속을 위해 은하제국에서 전쟁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요소들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맹 정부는 바라트 화약에 의거하여 '스스로' 동맹헌장 7조에 명시된 ’언론 및 결사의 자유’를 유기한 정지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반제국 활동을 금지하는 '반평화활동방지법' 을 동맹의회에 제출하는 한편, 은하제국군이 자국 전•현직 고위 관료 및 장성들의 자택 주변에 병사들을 붙여 감시하는 것까지 허가했다. 국가의 존속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는 하지만, 항복에 가까운 굴욕적인 조약을 체결한 무기력한 정부의 모습에 동맹 시민들의 분노는 차츰 거세져만 갔고 자국 정부의 굴종적인 태도가 지속되자 이 몰골을 목도하며 시민들의 분노는 가히 위험 수위에 이르게 된다. 동맹 각지에서 맹렬한 시위가 일어났고, 동맹 정부는 경찰 병력을 투입해 강경 진압책만을 고집하며[5] 정부에 대한 여론은 크게 악화되고 만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맹정부에게 가장 불안한 요소는 다름 아닌 국민 영웅, 양 웬리 퇴역원수였다. 양 웬리 퇴역원수는 열악한 상황에서 제국의 침공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며 시민들에게 영웅으로 칭송받은 인물이었으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저 '골칫덩이'에 불과했다. 양 웬리가 원리존중파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제국과 제국에 굴종한 동맹정부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떠오른 것이다.

물론 레벨로는 양 웬리가 무력으로 권력을 얻을 만한 사람은 아니란 건 알고 있었다.[6]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변하는 법이고, 불과 3년 전 군부에서 ‘신사’이자 ‘상식인’이라는 평가를 받던 드와이트 그린힐 대장이 군사 쿠데타라는 폭거를 저지른 것처럼 양 웬리 역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리기 시작한 레벨로 의장은 제국군의 감시와 별개로 동맹 정보국의 지시를 내려 양 웬리 퇴역원수에 대한 감시를 명령하기에 이른다.

3.2. 양 웬리의 음모

한편 은하제국은 오딘으로 철군하기 전에 바라트 화약에 의거하여 동맹 수도 하이네센에 상주할 고등판무관 인선에 착수했다. 고등판무관에 지명된 사람은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이었지만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상급대장이 로이엔탈은 본국에서 실전부대를 통괄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하여 무산되었다.[7] 그러자 라인하르트는 헬무트 렌넨캄프 대장을 고등판무관으로 임명했는데, 오베르슈타인은 렌넨캄프도 그는 너무나 강직한 '군인'이고 일전에 양 웬리에게 패배한 전력이 있어 불안요소가 존재한다 하여 반대했으나 라인하르트는 렌넨캄프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교체하면 된다는 심산으로 렌넨캄프 대장을 고등판무관에 임명하였다.

그리고, 오베르슈타인의 예상처럼 양 웬리에 대한 의심으로 똘똘 뭉친 렌넨캄프는 하이네센에 부임하자마자 양 웬리를 위험인물로 간주하여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러나 별다른 이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고, 부하이자 양 원수 감시 책임자인 라첼 대령이 직접 ‘양 원수는 어떠한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군인의 사고에서 보는 렌넨캄프는 군인으로서 영달한 자가 집에서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걸 전혀 이해하지 못 했고, 끝까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양 원수의 일상은 평온 그 자체이며, 제국에 대한 반의,叛意,를 의심케 할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아내에, 놀고먹기만 하는 몸이라. 부럽군. 이상적인 인생이라고 해야겠어."
렌넨캄프의 목소리에는 반감과 냉소의 조미료가 충분히 가미되어 있었다. 그는 노동 정신과 국가에 대한 의무감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었으므로, 군부 요직에 있던 자가 패전 책임을 망각의 찬장에 처박아 둔 채 빈둥빈둥 안락한 연금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데는 호의적인 태도를 가질 수 없었다. 양 웬리라는 청년은 그의 상식과 가치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김완, 이타카(2011), p.93

그런데 렌넨캄프의 의심은 옳았다. 양 웬리 퇴역원수는 은하제국의 지배를 뒤엎고 동맹의 국권을 회복할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던 것이다. 그는 제국의 통치체제에 균열이 생길 먼 미래를 내다보며 제국과 페잔에서 협력자를 양성하고 동맹 행정조직의 말단부부터 반제국 그룹을 조직하며, 제국의 통치에 불만을 품을 페잔 상인의 자금 지원까지 받아 궁극적으로는 동맹의 국권 회복을, 그것이 어렵다면 규모를 불문하고 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할 장대한 계획을 비밀리에 세워두었다.[8]

허나 이 계획은 발동에만 최소 5년을 필요한 장기적인 계획이었고, 혹여 제국 측에 이것이 발각되어 반역죄로 처단당하는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양 웬리는 어떠한 문서조차 남가지 않았다. 후방근무본부장 대행 알렉스 카젤느 중장을 제외한 옛 부하들과 절대 접촉하지 않았으며, 카젤느와 접촉할 때도 오르탕스 밀베르 카젤느 부인과 프레데리카 G. 양 부인이 서로 요리를 선물하면서 비밀 서신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제국군의 감시를 회피했다. 그런데 이것도 레퍼토리가 떨어지자, 가정주부로 낙제점인 프레데리카가 카젤느 부인에게 요리를 배운다는 명목으로 카젤느 가를 방문하였다. 단 한 번도 반제국 언동을 보이지 않고 안락한 노후 생활을 보내는 것처럼 위장하며[9] 철저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카젤느와 계획을 논할 때에도 도청에 주의하며 작은 메모조차 남기지 않아 렌넨캄프가 사람의 생각을 읽지 않는 이상 양 웬리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낼 수는 없었다.[10]

제아무리 렌넨캄프가 동맹 내부에서 불온한 움직임을 감시할 책무와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았더라도, 양 웬리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으로 이성을 상실했더라도 양 웬리을 체포할 명분을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었다. 동맹 정부 또한 양 웬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뿐 별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양 웬리도 개인적으로는 규율에 목숨을 거는 렌넨캄프를 그리 좋게 보지 않았지만 만약 그를 쫓아냈다가 오베르슈타인 같은 예리한 인간이 오면 큰일이라서 그를 쫓아낼 음모를 꾸미지 못했다.모든 것이 양 웬리의 예상대로였으며 자신의 계획이 본격적으로 발동될 때까지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기만 할 뿐 본격적으로 움직이지는 못하며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보였다.

4. 발단

4.1. 메르카츠 생존설

양 웬리는 버밀리온 성역 회전이 종결된 직후, 후일을 위해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중장에게 서류상으로 전사, 파괴 처리 되어 있는 군함 60척과 장병 1만여 명을 양도했다. 공식적으로 메르카츠 중장은 전투 중 사망한 것으로 발표되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제국과 동맹 양국에 메르카츠 제독이 사실 살아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잠시간은 이 소문이 진지하게 나돌았으나 애초에 근거가 없던 지라 이내 가치없는 헛소문으로 일축되었다.

그런데 소문이 잦아들던 우주력 799년 6월 16일, 바라트 화약에 의거하여 레사비크 성계에서 전함과 우주함모들을 해체하던 자유행성동맹군 마스카니 소장 함대가 정체불명의 무장집단의 습격을 받아 해체 예정이던 전함과 우주항모 수백 척이 강탈하는 경악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들은 동맹군 함선과 장비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스스로를 제국에 대항하는 의용병 집단이라 자칭하며 마스카니 함대 장병들을 선동했고 여기에 호응하여 무려 4,000명 이상의 이탈자가 발생하여 무장집단에 합류하였다.

패전 이후 불안정하기만 하던 동맹 사회는 이 사건으로 다시금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만다. 동맹 정부는 물론 군부도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사건의 피해자 마스카니 소장은 즉각 사문회에 소환되어 강도높은 심문을 받게 된다. 마스카니 소장은 책임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정체불명의 무장집단의 규모를 약 500척의 전함이라 속이고 자신의 잘못을 최소한도로 주장하였다. 함선이 강탈당한 것은 분명 심각한 사건이나 마스카니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강탈 사건이 제대로 된 증거도 남아있지 않고 함대에 남은 장병들의 진술도 통일되지 않아[11] 사문회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양 웬리가 있었다. 양 웬리는 메르카츠에게 맡긴 비밀 함대의 전력을 증강하기 위해 지구로 가는 율리안 민츠를 통해 메르카츠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 내용은 "레사비크 성계에서 군함들이 파괴될 예정이니, 메르카츠 독립함대의 '선처'를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메르카츠는 양 웬리의 지시에 따라 레사비크 성계를 습격, 무수한 함정과 인원을 탈취하여 전력을 증강한 뒤에 다시 다얀 칸 기지로 가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 양 웬리가 관여했다는 증거는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근거도 없이 메르카츠 제독이 함정을 탈취했다고 의심했다. 자연스럽게 메르카츠 제독의 상관이었던 양 웬리에게도 의심의 화살이 돌아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은 소문만으로 사태가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여겨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소위 '정통파'라고 불리는 동맹의 배타적 권력집단이 이 소문에 주목했다. 그들은 평소부터 양 웬리를 매우 증오하고 있었다. 양 웬리는 군인이면서 반전주의자였고 군인의 존재이유가 시민들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었으며, 권력자들에게 한패로 삼아달라고 애걸하기는 커녕 그들을 멀리했고 권력에 무심했다. 권력자들이 권력 분배에 대해 논의하는 파티에 불참하고 '신성한' 훈장을 수여받았을 때도 감사할 줄 모르고 지하실에 처박아두었다. 동맹 권력자들은 그런 양 웬리의 행동을 권력에 탐닉한 자신들을 비웃는 거라고 보고 증오했으며, 양을 국민 영웅에서 바닥으로 처박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동맹 권력자들은 적에서 지배자로 변해가는 은하제국 밑에서 호의호식하는 동료 욥 트뤼니히트를 본받아, 자신들도 양 웬리를 팔아넘겨 출세하고자 다음과 같은 밀서들을 제국 고등판무관 헬무트 렌넨캄프 상급대장 앞으로 투고하였다.[12]
『양 웬리는 메르카츠 제독을 전사한 것으로 꾸며 도주시켰다. 훗날 제국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이다. 물론 그때는 양 자신도 호응하여 거병할 것이다.』
『양 웬리는 동맹 국내의 반제국 강경파, 과격파를 결집하여 제국에 반기를 들려 한다.』
『양 웬리는 제국의 적이며 평화와 질서의 파괴자이다. 그는 동맹을 지배하는 독재자가 되고, 나아가서는 제국을 침략해 우주 전체를 군홧발로 짓밟으려고 한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김완, 이타카(2011), p.188~189

이 역시도 결과론적으로 보면 대부분은 사실이었으나[13] 코끼리 뒷걸음질치다 쥐 밟은 격으로 때려맞춘 것이라 당연히 근거는 없었다. 그러나 양 웬리를 끌어내릴 건수를 찾고 있던 렌넨캄프는 이런 밀서들을 가지고 양 원수의 감시 책임자인 라첼 대령을 불러 질책했다. 하지만 양 웬리의 인품이 매우 훌륭하다는 점을 알고 있던 라첼 대령은 렌넨캄프에게 정면으로 반박하며 양 웬리 원수를 옹호하고, 이런 식으로 자신을 질책할 수 있냐 항의했지만 렌넨캄프는 일단 아무 말 없이 라첼 대령을 물러나게 하였다.
"이 밀고가 옳다면, 대령. 경의 감시는 매우 그물망이 허술하다고밖에 할 수 없겠군."
"하오나, 각하."
몸속의 용기를 총동원해 라첼 대령은 과거의 적장을 위해 항변했다.
"이 밀고들은 모두 신뢰할 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양 제독이 독재자가 되고자 했더라면 지금처럼 곤란한 시기를 고르지 않더라도 이제까지 몇 번이나 기회가 있었습니다."
"......."
"애초에 이 밀고자들은 이제까지도 몇 번이나 양 제독 덕에 위기를 모면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정치 상황이 바뀌었다고 손바닥을 뒤집어 은인을 팔아치우다니, 추하기 짝이 없는 자들입니다. 만약 그들 자신의 말처럼 양 제독이 권력을 독점하고 독재자가 된다면, 그 때는 분명 당장 색깔을 바꾸고 양 제독의 발밑에 무릎을 꿇을 겁니다. 각하께서는 그런 파렴치한 중상모략을 믿으십니까?"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김완, 이타카(2011), p.189~190[14]

이렇게 '상관에게 충직하고 부하에게 공평했던' 훌륭한 장군 렌넨캄프는 변하고 말았다.[15] 일개 대령에 불과한 부하에게 면전에서 논박당할 지경까지 왔음에도 렌넨캄프는 그의 상식과 가치관으로 양 웬리를 이해하기 위해 양이 은하제국의 지배를 뒤엎을 '음모'를 꾸미고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거진 확신하고 있었다. 결국 그 의심이 만들어 낸 늪에 깊숙히 빠져 라첼 대령의 논박에도 뭐라 답하지 못하고 자리를 물러버렸다. 렌넨캄프는 결국 날아든 밀고를 믿은 게 아니라 믿고 싶어 했고, 결국 7월 20일 렌넨캄프는 제국 고등판무관의 권한으로 자유행성동맹 정부 측에 양 웬리 퇴역원수를 반평화활동방지법을 위반한 용의자로 체포할 것을 '권고'하였다.

4.2. 오베르슈타인의 개입

그날 밤, 렌넨캄프는 동맹의 법률에 능통한 수석보좌관 우드 디터 훔멜을 불러 양 웬리의 처벌 가능성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훔멜은 양 웬리를 반평화활동방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16] 메르카츠 제독을 도주시킬 때 군함을 제공한 것에 국방군 기본법과 일반 형법을 적용하여 각각 직권남용죄와 배임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또한 배임횡령죄와 직권남용죄는 반평화활동방지법 위반보다 훨씬 불명예스러운 죄목이므로, 양 웬리의 명성과 평판도 깎아내릴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훔멜의 설명을 들은 렌넨캄프는 웃음이 절로 나왔지만 자신은 사사로운 원한이 아니라 황제와 제국의 공적을 제거한다는 공적인 명분으로 양 웬리를 처단하려는 것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쓸데없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웃음을 참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군무상서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의 통신이 날아든다. 안 그래도 일개 대령 하나를 상대로 양 웬리를 처단할 정당성을 주장하지 못했던 렌넨캄프는 갑작스러운 오베르슈타인의 연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17] 양 웬리를 처단하는 이유를 묻는 오베르슈타인의 질문에 어물거리며 변명을 늘어놓았는데, 오베르슈타인도 양 웬리 처단에는 동의하는 입장이었기에 렌넨캄프에게 양 웬리와 메르카츠 모두를 제거할 수 있는 묘책을 알려주겠다며 만약 성공한다면 오스카 폰 로이엔탈볼프강 미터마이어를 능가하는 공적을 쌓게 된다며 렌넨캄프를 꼬드겼다. 렌넨캄프는 쌍벽에 대한 경쟁의식을 부추기는 오베르슈타인의 언동과, 그 언동에 넘어가는 자신을 보고 불쾌해했지만 빠르게 굴복했다. 오베르슈타인의 제안은 '양의 신병을 제국으로 넘겨달라고 동맹 정부에 요구'하고, 양을 제국령으로 호송하는 것을 공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메르카츠가 양을 구원하기 위해 나타날 테고, 이 때 양과 메르카츠를 한 번에 쓸어버리면 된다는 것이었다. 혹시 메르카츠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양의 신병은 제국으로 넘어간 상태이기 때문에 처리하기가 쉬워진다. 렌넨캄프는 카이저도 이 건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지만, 오베르슈타인은 그저 이렇게 대꾸했다.
『글쎄, 어떨지. 마음에 걸린다면 경이 직접 폐하께 여쭤 보는 것이 어떻겠나. 양 웬리를 말살하고 싶은데 폐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하고.』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김완, 이타카(2011), p.195
이 말에 렌넨캄프는 말없이 표정으로 불쾌감을 내비치는 걸 상관 앞임에도 숨기지 못했다. 카이저 라인하르트에게 그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저렇게 비야냥거리는 것이 화날만했다. 물론 오베르슈타인은 당연히 이럴 거라고 여겼는지 그런 표정에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는데 사실 오베르슈타인은 렌넨캄프가 성공하든 말든 크게 상관 없는 입장이었다.

성공한다면 양 웬리와 동맹 정부를 함께 제거할 수 있고, 만약 실패하여 렌넨캄프에게 변이 생긴다면 황제의 대리인이 해를 입었으니 이를 명분으로 다시 전쟁을 일으켜 동맹을 완전 정복하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렌넨캄프는 쓰다 버리는 카드였다. 오베르슈타인도 동맹의 완전 정복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지만 어물쩍거리다가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적극책을 써야 한다고 판단했고, 렌넨캄프는 살아서는 제국원수에 서임되지 못하겠지만 죽어서는 원수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공헌할 수 있다고 심복 안톤 페르너에게 심경을 밝혔다.

5. 전개

5.1. 양 웬리 체포

한편, 렌넨캄프의 권고장을 받아 든 평의회 의장 조안 레벨로는 크게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이것은 분명한 내정 간섭이고 , 조약에 위배되는 문제였으나 제국 황제 라인하르트와 양 웬리 퇴역원수의 관계를 몰랐던 레벨로 의장은 이것이 렌넨캄프 선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분명 황제 라인하르트의 명령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지레 짐작해 버렸고 양 웬리를 옹호해 국가의 위기를 초래하느니 양 웬리를 희생해 국가를 지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레벨로는 고심을 거듭하다 친구 황 루이를 불러 상담을 했는데, 황 루이는 당연히 이는 명백한 내정 간섭이며 이런 요구 따위는 무시해야 한다고 레벨로를 설득하였으나 수년 전 구국군사회의 쿠데타 이후 양 웬리가 쿠데타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거듭하던 의장님의 의중을 돌이킬 수는 없어 상담은 별 성과를 얻지 못 했다. 결국 레벨로는 7월 21일 당대 동맹 정권의 브레인 역할을 하던 국립 중앙자치대학 학장 엔리케 마르티노 보르헤스 데 아란테스 에 올리베이라를 호출하여 렌넨캄프의 권고에 대해 상의하였다. 몇 시간에 걸친 상의 끝에 레벨로는 양 웬리를 일단 체포, 구금시키기로 결정하였다.

7월 22일, 자유행성동맹 중앙검찰청 직원들이 동맹군 퇴역 원수 양 웬리를 반평화활동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양은 즉시 중앙검찰청 지하에 있는 '지하 토옥'이라 불리는 사회지도층 인사 전용 구류실에 이송되었으며, 동맹 검찰관의 심문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검찰관은 양의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물증을 내놓지 못했고 도리어 심문 도중 풍문을 근거로 양을 체포했다고 자백 아닌 자백을 하고 말았다. 양은 구속영장 자체가 불법이었다는 사실과, 자신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동맹 정부 안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불길함을 느꼈다.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에 소속되었던 양 웬리의 옛 부하들이 원수의 체포 소식을 알게 된다면 당연히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레벨로 의장은 통합작전본부장 록웰 대장에게 하이네센에 있는 양 웬리의 부하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반역의 조짐이 보일 경우 즉각 체포할 것을 명령하였다. 다만,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끼던 레벨로는 양 웬리가 구금된 조사실에 찾아가 양 웬리가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하고, 민주주의의 사멸을 막았다고 빙빙 돌려가며 말했다. 그러나 양은 레벨로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모살(謨殺)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걸 직감했다.[18]

5.2. 혼란에 빠진 하이네센

양 웬리가 체포되자마자 부인 프레데리카 그린힐 퇴역 소령은 군복으로 갈아입고 블래스터로 무장한 뒤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분노하며 발터 폰 쇤코프 퇴역 중장더스티 아텐보로 퇴역 중장 등에게 연락하였다. 안 그래도 자신에게 붙은 감시자의 숫자가 증가한 점을 통해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 챈 쇤코프는 용의주도하게 감시원들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로젠리터 부대를 출동시켰다. 그리고 아텐보로와 만나 시내 레스토랑 마치 래빗에서 동맹 정부가 양 웬리를 처단하고 그 책임을 자신들에게 떠넘겨 같이 처단할 생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동맹 정부는 난처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렌넨캄프 말대로 양 원수를 제국에 넘겨준다면 동맹의 영웅을 제국에 판 것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거부한다면 제국과의 전쟁이 다시 일어나게 될 것이다. 끝내 동맹 정부는 자신들의 손으로 양을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동맹 정부가 꾸민 시나리오는 이런 것이었다.
"여기 반 제국 과격파라는 집단이 존재하네. 제국의 완전 정복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동맹 정부의 고뇌도 모른 채, 민주정치의 원리만 고래고래 떠들어대는 망나니들이지. 그자들이 국민 영웅인 양 제독을 추대해, 지금의 동맹 정부를 전복하고 분수도 모른 채 제국에 도전하려 해."
쇤코프는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사도인 양 제독은 폭력에 의한 정부 전복을 거부했네. 발끈한 과격파는 양 제독을 배신자 취급하며 마침내 살해하고 마는 거야. 이때 달려든 정부군. 결국 양 제독 구출에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과격파는 격멸했다. 양 제독은 조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자신을 희생했다....... 어때? 제법 공들인 시나리오 아닌가?"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김완, 이타카(2011), p.209

아텐보로와 함께 상황 정리를 마친 쇤코프는 즉시 시나리오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낌새를 알아챈 동맹 정부는 경찰과 특명부대 2개 중대로 이들을 체포하려 했지만, 대기하던 로젠리터의 기습에 여지없이 참패하였다. 제8고속국도는 불타는 경찰차와 특임대 장갑차, 피 흘리며 죽었거나 죽어가는 경찰관과 특임대 부대원들로 지옥도가 펼쳐졌고 쇤코프와 아텐보로는 로젠리터 대원들과 함께 신속하게 현장을 이탈했다.

양 웬리와 그 부하들을 처리하는 작전에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자부하던 자유행성동맹군 통합작전본부장 록웰 대장은 작전이 대실패하고 로젠리터 연대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특명부대 지휘관 자우프 대령의 보고를 레벨로에게 올리며 '자신은 일찍이 이런 얄팍한 책략을 반대했다'며 빠르게 책임을 떠넘겼고, 레벨로에게 양 웬리를 처리해야 한다고 바람을 실컷 불어넣으며 자세한 방법까지 말해준 올리베이라도 '자신은 그저 방법을 말해준 것일 뿐, 이를 현실화시킨 건 의장 당신이다'라며 역시 레벨로에게 책임 전가를 시전했다. 게다가 '의장이 실패했으니 이제 내 목숨이 위험하다, 시급히 경호대를 파견해 달라'며 레벨로를 질책했고, 분노한 레벨로는 전화를 그냥 끊어버린 뒤 '나는 침몰해 가는 배의 무능한 선장일지도 모르겠다'라며 착잡해했다. 사태는 미쳐 돌아가고 있었지만, 렌넨캄프와 오페라 관람을 같이 하기로 한 약속이 잡혀있어(전혀 오페라 따위 볼 기분도 안 들지만) 어쩔 수 없이 레벨로는 의장실을 나섰다.

하지만 그 길목에는 쇤코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쇤코프를 비롯한 로젠리터 대원들은 맞은편에서 출발하는 의장의 랜드카 앞뒤에 있는 4대의 경호차량을 핸드 캐논으로 모조리 날려버렸다. 레벨로는 운전기사에게 계속 직진하라고 명령했으나 운전기사는 무서워서 차를 멈췄고, 레벨로는 쇤코프에게 납치되었다. 레벨로는 국가의 생존을 위해 도리가 아닌 걸 알면서도 양 웬리를 팔아넘길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지만 쇤코프는 그건 그저 "국가를 위해 사사로운 정을 죽이고 도리를 관철한 불쌍하지만 훌륭한 정치가"라는 권력자의 자아도취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쇤코프는 입을 다문 레벨로에게 "양 웬리라는 사나이에는 비극의 영웅 역할이 어울리지 않으니 관객으로서 시나리오를 변경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인 뒤 그대로 납치하여 아지트에 감금하였다.

조안 레벨로 의장을 납치한 쇤코프 중장은 군용 랜드카를 이용해 군부 TV 전화 회선에 개입, 통합작전본부장 록웰 대장과 교섭에 나섰다. 쇤코프는 양 웬리를 무사히 풀어줄 것을 요구했으며, 만약 동맹 정부가 요구사항을 수락하지 않는다면 반란군은 레벨로를 살해한 뒤 시가지 내에서 제국군 장갑척탄병과 시가전을 전개하겠다고 협박했다. 록웰이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즉답을 피하자 쇤코프는 우리는 은하제국 고등판무관부와 직접 교섭해도 상관없다고 응수했고 당황한 록웰은 태도를 바꿔 가급적 신속히 회답할 테니 교섭은 동맹 정부, 군부와 행해달라고 요청했다.
통신이 끊기자 록웰은 쇤코프나 메르카츠, 양 웬리 같은 재능만 있지 애국심은 없는 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리고 레벨로와 똑같이 국가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포로를 무시하고(즉 레벨로 의장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이!) 반란부대를 진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동맹측은 어떤 식으로든 이 사실이 제국 측에 흘러나가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이미 사건은 이들의 제어 범위를 벗어났고, 정보는 결국 새어 나가 버렸다. 국립 오페라하우스에서 레벨로 의장을 기다리던 렌넨캄프는 수석무관 잠 중장으로부터 양 웬리의 부하들이 난동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 사건이 계획대로 진행됐다는 사실에 쾌재를 부르며 판무관부로 향했다. 그리고 판무관부 소속 장갑척탄병을 동원한 자위권 행사를 명령했다. 그러나 노골적인 제국군의 움직임에 동맹 정부가 태클을 걸었다. 납치당한 레벨로 의장 대신 국방위원장 샤논이 나서 동맹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니 제국군은 내정 간섭을 삼가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제국군은 우리는 동맹 정부가 치안 유지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기에 판무관부의 안전과 제국의 정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해 행동을 개시했을 뿐이며, 이를 방해하는 자는 소속을 불문하고 제국의 공적으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샤논은 사태가 동맹 정부의 처리능력을 넘어선다면 우리가 직접 제국군의 출동을 요청하겠으니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재차 반박했다. 그러자 제국군은 레벨로 의장과 직접 교섭하겠다고 대답했고 동맹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러나 렌넨캄프도 무리하게 조약을 무시하고 행동하지 못했다.

이 무렵 동맹 정부나 렌넨캄프 모두 양 웬리를 먼저 확보하는 쪽이 승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5.3. 양 웬리 구출

쇤코프의 협박에 휘말린 동맹 군부, 그리고 양 웬리를 먼저 확보하기 위해 동맹 정부와 제국 판무관이 불협화음을 빚어내는 상황은 곧 양 웬리를 구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중앙검찰청 안에서 일련의 소동을 구경하던 양은 위에서 파견한 한 군인에게[19] 살해당할 뻔 했는데,[20] 매우 놀랍게도 양 답지 않은 반사신경을 선보이면서[21]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중앙검찰청에 진입한 쇤코프와 프레데리카 그린힐 양이 장교를 사살하면서 양은 목숨을 건졌다.

쇤코프는 록웰에게 대답하는 시간을 주는 척 하며 무력으로 중앙검찰청을 습격, 양을 구출하려 했다. 하지만 록웰이 이를 기회로 삼아 양을 제거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본디 여유로워야 할 구출작전은 매우 촉박하게 진행되었다.

한편, 이들의 활동을 저지하기 위해 중앙검찰청의 경비병들이 도착했지만 라이너 블룸하르트가 로젠리터 연대의 이름을 내걸고 이들을 위협했다. 로젠리터 연대의 막강함은 전 우주에 널리 퍼져 있었던지라[22] 진압 방패와 진압봉 수준의 무장을 갖춘 일개 경비대에 불과했던 이들은 모두 겁을 먹었고, 결국 무기와 장비를 모두 내버리고 도주하며 와해되어 나름 전투를 대비하고 있던 로젠리터 대원들은 김이 빠져 버렸다. 물론 이건 경비대원들에겐 아주 잘 된 일이었는데, 위에 나온 자우프 대령 휘하의 동맹군은 이 경비대랑 차원이 다른 수준의 중무장을 했음에도 로젠리터에게 매우 탈탈 털리며 많은 사상자를 냈던 걸 생각하면 당연하기 짝이 없는 결론이었다.

무사히 탈출한 반란병 그룹은 로젠리터 연대가 훗날을 대비해 마련해 둔 아지트로[23] 이동했다. 공교롭게도 이곳은 제국 고등판무관부가 위치한 호텔 '샹그리라'로부터 1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양 웬리는 이곳에서 레벨로 원수와 면담했다.

레벨로 의장은 양 웬리를 꾸짖었지만 양 패밀리는 제대로 듣지 않았다. 양은 레벨로에게 자신들의 시한부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레벨로는 ‘정의에 반하는 거래를 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양은 우리는 렌넨캄프 판무관을 인질로 삼아 수도를 탈출할 테니, 동맹정부는 협박을 당했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을 쫓지 말아달라 요구했다. 여기에 모든 사태의 책임을 양 쪽에 돌리면 나름 변명이 될지도 모른다고 설득했고, 양은 한 가지 조건으로 동맹에 남아있는 옛 부하들에게 어떠한 처벌도 내리지 말아달라 요구했다. 그리고 레벨로가 수락한다면 레벨로를 석방하고 시민들에게도 피해를 입히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레벨로는 양의 제안을 사실상 수락했고, 양의 명을 받은 쇤코프 일행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양 웬리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5.4. 붉은 폭포

한편, 레벨로 의장이 반란부대에 납치되었다는 정보를 입수한 렌넨캄프는 더 이상 바라트 화약 제1조 동맹의 주권 존중 조문을 지킬 필요가 없다 판단, 은하제국 고등판무관부 청사로 바뀐 호텔 샹그리라에 휘하 병력들을 집결시킨 뒤 15층에 지휘본부를 설치했다. 레벨로 의장이 인질로 잡힌 상황에서 동맹정부는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웠고 문제가 된 로젠리터 연대는 최정예 부대지만 숫적으로 약 1천 명이 조금 넘는 반면, 제국군은 하이네센에만 지상부대 16개 연대가 주둔하고 있어 렌넨캄프는 손쉽게 반란부대와 하이네센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공적(功績) 문제로 따로 연락은 하지 않았지만, 최악의 상황에는 간다르바 항성계에 주둔한 칼 로베르트 슈타인메츠 상급대장의 1개 함대를 호출하면 상황을 정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 없는 상황.[24]

하지만 로젠리터는 당연히 정면으로 싸워서는 승산이 없으니 지하에 위치한 통신회선용 통로를 이용하여 샹그리라 호텔로 잠입한 뒤, 호텔 승강기 보수 통로를 따라 단숨에 14층으로 진입했다. 렌넨캄프의 사령부는 15층이고, 호텔 내부에는 경비 병력 뿐이었던 데다 전투부대는 모두 호텔 밖에 주둔하고 있었으니 제국군으로써는 예상도 못한 최악의 상황이 펼쳐져버렸으며 사태를 알아챈 제국군이 호텔로 진입하자 로젠리터는 14층에서 2개의 승강기와 3개의 계단을 즉각 폭파하여 제국군의 접근을 막았다. 마지막 남은 동쪽 계단을 폭파하려던 시도는 긴급히 달려온 제국군에게 가로막혔고, 단 하나의 계단을 두고 여기를 돌파하려는 제국군과 막으려는 로젠리터가 대치하게 되었다.

로젠리터는 즉각 제플 입자를 뿌려 화기를 봉쇄했고, 제국군은 즉각 장갑척탄병 5개 중대를 투입해 렌넨캄프 상급대장을 구출하려 했지만 쇤코프를 위시한 로젠리터 연대는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며 제국군을 마구 학살해 피해를 감당할 수 없었던 제국군은 잠시 물러서야만 했다.[25] 결국 제국군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에 급기야 공격을 머뭇거리는 지경에 다다랐고, 시간을 벌 기회가 생긴 쇤코프는 블룸하르트에게 병사 10명을 주면서 윗층에 올라가 렌넨캄프의 신병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윗층으로 올라간 블룸하르트 일행은 곧바로 렌넨캄프의 집무실로 쳐들어갔다. 집무실을 지키던 몇 명 안되던 제국군 참모장교들은 고등판무관의 신변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단 몇 초 만에 패배하여 전원 사살당했다.[26] 렌넨캄프는 달려드는 로젠리터 대원 하나를 블래스터로 쓰러뜨렸지만 라이너 블룸하르트가 번개같이 달려들어 토마호크로 때려 무장을 해제하고 사로잡았으며,[27] 이렇게 체포된 렌넨캄프는 차라리 자신을 죽일 것을 요구하였으나 무시당했다. 그러자 그는 "날 인질로 삼아 양 웬리와 교환할 셈이냐?"라고 물었지만 블룸하르트는 "감격하시지. 당신을 양 웬리 제독님과 같은 값어치로 인정해 준 셈이니." 라며 아주 빈정거리는 투로 렌넨캄프를 비웃었다. 이어 렌넨캄프는 "너희들도 본래 제국인이었을 텐데 조국의 은혜에 대해 부끄럽지도 않나?"면서 따져 물었고, 이에 블룸하르트는 "나의 할아버지는 단순한 불평꾼에 불과했는데 공화주의자라는 누명을 쓰고 죽었다"며 "이게 제국의 고마우신 은혜다"라고 대꾸했다. 렌넨캄프를 확보한 로젠리터는 이내 유유히 호텔을 빠져나갔고, 추격을 막기 위해 통로를 폭파하였다.

5.5. 하이네센 탈출

포로로 잡힌 렌넨캄프는 아직 지지 않았다면서 상황을 뒤집을 여러 계획을 생각했지만 양 웬리와 같이 나타난 레벨로를 보고 그가 자신을 팔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레벨로도 사실 협박받아 한 짓이니 기분이 좋을 리 없고, 무안한 지 양 웬리 뒤에서 쪽팔린 듯 얼굴을 보였을 뿐이었지만 렌넨캄프는 충격과 경악에 휩싸였으며, 더불어 자신이 벌인 일로 인해 제국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생각에 수모와 굴욕을 이기지 못 해 나중에 홀로 감금당하게 되자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하였다. 뒤늦게 발견한 양 일당이 급히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28]

이때 양 일당은 조금 전에 레벨로를 풀어준 뒤라 렌넨캄프의 죽음은 매우 심각한 사태였다. 만약 이 사실이 동맹 정부에 새어나가면 더 이상 인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동맹 정부가 반란병 그룹을 향해 전면 공세를 펼칠 게 자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렌넨감프가 실신한 것처럼 위장하기로 했는데, 프레데리카가 직접 나서 렌넨캄프의 시신에 화장을 하고 이런 모습을 동맹 측에 보인 다음 시신이 썩지 않도록 시신 보관용 냉동 캡슐에 집어넣었다. [29]

양 웬리 일당은 시신인 상태였지만 대외적으로는 생존해 있는 렌넨캄프를 미끼로 동맹 정부를 협박하였다. 이를 통해 순항함 레다 II호와 약간의 무기, 물자 등을 확보해 하이네센을 탈출했는데, 양은 알렉스 카젤느 중장에게는 연락을 취했지만 알렉산드르 뷰코크 제독과는 따로 접촉하지 않았다. [30] 한편 무라이, 표도르 파트리체프, 에드윈 피셔는 변경에서 군무를 맡고 있어 연락하지 못 했다.

연락을 받은 카젤느 중장은 즉시 계급장을 떼고 아내에게 연락해 떠날 준비를 했다. 록웰은 어떻게든 카젤느를 붙잡아두려 했지만 카젤느의 대답은 "흥!"이었고, 아내 오르탕스 밀베르 카젤느는 카젤느가 귀가할 때 이미 짐을 다 싸둔 뒤였다. 이리하여 7월 25일 밤 구 양 웬리 함대는 하이네센을 떠났으며, 동맹은 막대한 인적 자원의 손실을 맛봐야 했다.

간신히 풀려난 레벨로는 격분한 제국군 관계자와 교섭하기 전 국방위원회에 알렉산드르 뷰코크 제독이 현역으로 복귀 할 수 있도록 수속을 갖추라고 지시했다. 레벨로는 뷰코크의 수완을 빌려 양 일당을 토벌할 생각이었으나, 뷰코크가 현역 복귀 요청을 거부하면서 무산되었다.

6. 결말

6.1. 제국의 선전포고

사건이 벌어진 직후 라첼 대령은 안면이 있던 나이트하르트 뮐러 상급대장에게 렌넨캄프가 납치된 사실과 함께 그의 추태를 보고했다. 라첼은 렌넨캄프가 물증이 없는데도 밀고를 믿어 동맹정부에 양 웬리의 체포를 강요했다고, 상세히 증언하며 더 나아가 공식석상에서도 이 사실을 증언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에 뮐러는 라첼에게 자네의 증언이 렌넨캄프 판무관에게 불명예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라첼은 상관이 무고한 이를 거짓 음모로 해하려고 하셨으니 이는 스스로 불명예를 만든 것이라고 하며 증언을 계속했다. 뮐러 역시 그 말에 뭐라 반론하지 못했고 라첼의 증언을 세세히 기록한 뒤 카이저와 군상층부에 보고하게 된다. 이후 뮐러는 라첼의 정보를 종합해 군 최고간부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는 내국안전보장국하이드리히 랑을 제외하면 상급대장 이상의 고관만이 참석했고, 카이저는 미열 때문에 불참했으며 회의 결과만 따로 정리해 보고하도록 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발언한 뮐러는 라첼 대령의 증언을 거론하며 우선 무책임한 밀고로 사태를 악화시킨 자들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말에 우주함대 사령장관 볼프강 미터마이어 원수가 찬동했으나 군무상서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원수는 국가를 위해 양을 제거하려 한 것 뿐이니 어쩔 수 없는 모략이라고 렌넨캄프를 옹호했다. 그러자 미터마이어는 국가는 모략이 아니라 신의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오베르슈타인은 립슈타트 전역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후작을 제거한 사람이 이제 와서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꼈냐고 비꼬았다.

그 모략을 주장한 사람이 이제 와서 입 싹 씻고 딴소리를 내뱉는 데 분노한 미터마이어가 재반박하려 할 때 통수본부총장 오스카 폰 로이엔탈 원수가 대신 나서 반론했다. 로이엔탈은 리히텐라데 후작을 제거한 것은 호각의 투쟁이었으나 이번 건은 일개 시민으로 돌아간 퇴역군인을 무고한 것이며, 동맹의 파렴치한들이 자기 보신을 위해 꾸민 짓인데 왜 우리가 여기에 엮여야 하냐며 오베르슈타인의 주장을 논파했다. 그 주장에 찬동하는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상급대장은 양 웬리와 동맹 정부의 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이를 이용해 우리 제국이 양과 친분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양에게 함부로 군사행동을 일으키지 말 것을 요청하고, 조속히 조사관을 통해 해명해야 하며 원한다면 자신이 하이네센에 갈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오베르슈타인은 고립된 상황에도 위축되지 않고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양 웬리가 렌넨캄프를 납치하여 도주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터마이어는 그 죄는 밀고를 믿고 양 웬리를 처단하려 한 렌넨캄프가 자초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 때 하이드리히 랑이 렌넨캄프를 비판하는 것은 그를 임명한 카이저를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고, 그 순간 로이엔탈 원수가 "닥쳐라, 이 상것!"이라고 노성을 질렀다.

단번에 랑의 기선을 제압한 로이엔탈은 ‘감히 자신의 견해가 아닌 카이저의 어명을 들먹여 사령장관의 말을 반박하려 했냐’며 질타한 뒤, 애초에 내무성 일개 국장에 불과한 랑이 상급대장 이상의 고관만 참석할 수 있는 회의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원수들의 토론에 끼어들다니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곧이어 로이엔탈이 다시 ‘당장 꺼져라’라며 호통을 쳤고, 노성에 넋이 나간 랑은 오베르슈타인을 바라보며 난처한 눈빛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오베르슈타인도 차마 어찌 할 방도가 없어 회의실에서 나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결국 랑은 제독들의 비웃음을 사며 쫓겨날 수 밖에 없었고, 이 일로 원한을 품은 랑은 훗날 노이에란트 전역에 이르기까지 로이엔탈을 무너뜨리려 절치부심했다.

그렇게 랑이 내쫓긴 뒤 계속된 회의의 결론은 곧 카이저 라인하르트에게 보고되었다. 대체로 렌넨캄프의 추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강했으며,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하지만 이미 동맹은 질서 유지 능력을 잃었다는 사실이 분명한 이상 언제든지 출병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오베르슈타인을 통해 카이저의 귀에 들어갔다. 라인하르트는 렌넨캄프의 등용이 실책이었다고 인정하며, 책임 문제를 논하기 전에 칼 로베르트 슈타인메츠 상급대장에게 고등판무관 직을 대행하고 양 웬리와 교섭하여 렌넨캄프의 신병을 인도받도록 지시했다. 카이저의 뜻에 따라 칼 로베르트 슈타인메츠 상급대장이 고등판무관 대행으로 동맹정부 및 양 웬리 일당과 교섭했으나 이미 렌넨캄프는 자살한 뒤였다. 11월 1일 오베르슈타인이 장례위원장을 맡고 카이저와 정부, 군부의 고관이 참석한 가운데 극비리에 렌넨캄프의 장례식이 치러졌으나 전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특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31] 이 때까지만 해도 렌넨캄프의 죽음은 대외적으로 공표되지 않았다. 이후 라인하르트는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 해 주저하고 있었는데,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 상급대장이 "폐하께선 항상 스스로 역사를 움직여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역사가 움직이기를 기다리시는 겁니까!"라고 진언하자 무척 감명받아 그 즉시 결단을 내려 동맹정부에 책임을 묻기로 하고 바라트 화약 파기와 재원정을 선언하였다.

6.2. 침묵한 동맹 정부

한편 동맹 정부는 일련의 사태에 침묵했다. 로젠리터와 동맹군, 제국 고등판무관부 휘하 부대가 교전을 벌인 사실은 시민들도 알고 있었으나 조안 레벨로 의장은 정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모든 일에 침묵을 지켰으며, 수도 한복판에 벌어진 시가전을 '논평할 가치도 없는 사고'라고 치부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레벨로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레벨로는 이후 폐인이 되어 하루하루 의미없는 업무에만 몰입했으며 비서관과 사무국장이 휴양을 제안해도 무시했고, 심지어 친구 황 루이의 면회 요청도 거부했다. 국가원수가 폐인이 되자 공무원들은 ‘이거 오래 못 가겠다’고 한탄했다. 그 와중에 레벨로는 숨은 양 웬리를 찾으려 했으나 사건의 진상을 감춘 채 내린 수색 명령은 허술할 수 밖에 없었고, 우연히 양 함대 멤버들을 마주친 동맹군 함선은 양 웬리가 직접 화상 통신망에 얼굴을 비추며 “정부의 특명을 받고 비밀 활동 중이다”라고 둘러대자 감동을 받아 양을 배웅해주었다.

동맹 정부가 계속 침묵을 지키자, 언론이 나서서 정부에게 사실을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국 고등판무관부도 사태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점을 자각하면서도 그러다 렌넨캄프가 납치된 사실을 알면 신제국의 권위가 실추될 것과 양 웬리가 반 제국 진영의 영웅으로 상징화될 것을 우려하여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런저런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양 원수는 렌넨캄프 판무관에게 납치당해 제국 직할령이 된 행성 우르바시의 수용소에 유폐되어 있다."
"아니다. 양 제독은 동맹 정부의 알선으로 어떤 고원의 산장에 은신하고 있다. 부근의 목장주가 양 부부를 목격했다. 원수는 부인의 어깨를 안고 고개를 숙인 채 정원을 산책했다고 한다."
"정확한 정보에 의하면 양 원수와 렌넨캄프 판무관은 서로를 쏘아 중태에 빠져 군 병원에 입원해 있다."
"모두 헛소문이다. 양 원수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났다. 카이저의 부하에게 암살당했다."
이러한 유언비어 대부분은 사실의 표피 일부조차 건드리지 못했으나, 가장 인기를 얻은 것은 양의 명성과 재능을 최대한 과대평가한 것이었다.
"양 원수는 민주공화정을 영원무궁토록 존속시키기 위한 천년지계를 완성해, 옛 연고지인 엘 파실을 근거지로 선택했다. 일련의 사태는 모두 양 원수의 손바닥 위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머잖아 원수는 엘 파실에 불패의 모습을 드러내고 혁명정권 수반의 자리에 올라 전 우주에 거병을 선언할 것이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6권 <비상편>, 김완, 이타카(2011), p.82~83
하지만 카이저 라인하르트가 11월 10일 스스로 제국의 불명예까지 포함한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친정을 선포하자 동맹 시민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이들은 곧 경각에 닥친 동맹의 운명을 바라보며 자조하는 자, 전 국토가 초토화될 지언정 맞서야 한다는 자, 완전 항복을 주장하는 자로 나뉘었고, 도시를 떠나 산지로 대피하는 자가 나타나기도 했으며 심지어 우주항을 통해 도망치려던 사람들과 치안경찰이 맞부딪혀 수천 명의 사상자까지 내고 말았다. 안 그래도 잠도 못 자고 혈색도 나쁘던 레벨로는 이 방송을 보고 그야말로 "어어어어!?"하며 완전히 멘붕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 사태에 동맹 정부와 군부가 모두 마비되었으나, 퇴역했던 알렉산드르 뷰코크 원수가 현역에 복귀하여 제국에 맞설 최후의 저항을 준비했다.

6.3. 독립정부에 합류하다

7월 25일 밤 수도를 떠난 양 웬리 일당은 다얀 칸에 은신해 있던 메르카츠 제독과 합류했다. 그리고 '양 비정규함대'라는 군사세력, 나쁘게 말하면 유랑 사병집단을 창설했는데 전력은 겨우 함정 약 600척, 장병 약 16,000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정치적 보호를 받을 여력도, 보급 기지도 없었다.

그리고 5년 동안 현상 유지를 전제로 했던 계획은 상황이 바뀌면서 무용지물이 되었다. 결국 양은 민주주의의 재건과 제국 타도라는 기존 계획을 전면 수정하여 은하제국의 패권을 인정하되 페잔 자치령처럼 어느 성계를 반 독립시켜 민주주의의 불씨를 지켜나가는 식으로 현실과 타협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어느 성계'는 독립을 선언한 엘 파실이었고, 제안을 위한 선물은 양 함대가 곧 탈취할 예정인 이제르론 요새였다.

그러나 양은 독립정부 합류를 망설였다. 섣불리 독립정부에 합류했다가 혼란에 빠진 동맹 정부가 제국과 손을 잡고 엘 파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지에 몰린 동맹 정부가 양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 가능성도 있었으나, 그러다가 또 모살 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있었기에 양은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렇게 우주를 떠돌던 중, 카이저 라인하르트가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조약 파기와 재원정을 선언하자 양은 동맹으로 돌아갈 길을 잃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끝내 자금까지 바닥난 양은 차선책으로 우주력 799년 12월 9일 엘 파실 독립정부에 합류했다.

한편, 정작 양이 사관학교 시절부터 꿈꾸던 연금 인생은 13년 동안 월급에서 빠져나간 돈을 고작 2달밖에 받지 못 한 채 끝장 나 버렸다. 참으로 비극적인 결말이었다. 그나마 그 2달치 연금마저 다 받지도 못했다. 동맹 정부의 긴축 정책 탓에 연금 수령액의 22.5%가 깎였기 때문. 다만 이 정책을 추진한 조안 레벨로 본인이 솔선수범하여 자신의 봉급부터 먼저, 더 많이 깎았던 지라 불평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7. 후지사키 류 코믹스

후지사키 류 코믹스에서는 해당 에피소드가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의 서술로 시작한다.

7.1. 렌넨캄프 임명

동맹을 정복한 라인하르트는 동맹을 감시할 고등판무관으로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을 임명하려고 했지만 로이엔탈을 경계하던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의 반대로 대신 헬무트 렌넨캄프 상급대장을 고등판무관에 임명했다. 오베르슈타인은 렌넨캄프도 반대했지만 라인하르트는 그 의견을 물리치고 렌넨캄프 임명을 강행했다.

그런데 부임한 렌넨캄프는 양 웬리가 흉계를 꾸미고 있다고 판단하여 라첼 대령을 시켜 양 웬리를 감시했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보고에도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한편 양 웬리는 프레데리카 그린힐이 도시락을 빨리 데우겠다고 열량을 500% 높였다가 전자레인지가 폭발하는 바람에 식사를 알렉스 카젤느 일가에서 해결했다.

다얀 칸 기지에서 숨어지내던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제독은 지구로 가는 율리안 민츠로부터 양 웬리의 밀명을 받아 레사비크 성역을 습격, 그곳에서 바라트 화약에 따라 군함을 자침하려던 동맹군을 선동하여 자신의 함대로 흡수했다. 세간에서는 근거 없이 이 일의 배후로 메르카츠와 양 웬리를 지목했고, 제국으로 줄을 갈아타려는 아첨꾼들이 렌넨캄프에게 양 웬리를 모함하는 편지를 보냈다.

라첼 대령은 격렬하게 양 웬리의 무고함을 주장하였으나, 렌넨캄프는 제국 고등판무관의 자격으로 동맹 국가원수 조안 레벨로에게 반평화활동방지법 위반으로 양 원수를 체포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조안 레벨로는 법률불소급의 원칙을 들어 렌넨캄프의 권고를 거부하고, 양 웬리를 직접 취조하겠다는 렌넨캄프의 요구도 국가를 위해 개인의 인권을 희생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레벨로는 렌넨캄프의 주장 따위는 전혀 믿지 않았지만, 제국에 대한 도리상 조사는 시작했는데 때마침 전 페잔 자치령주 아드리안 루빈스키가 나타나 메르카츠가 살아 있다는 증거와 그가 군함을 강탈한 증거를 레벨로에게 넘겼다.

7.2. 충돌

다음 날,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은 초광속통신으로 렌넨캄프에 연락하여 양 웬리를 체포하라고 부추겼다. 그 말에 넘어간 렌넨캄프는 하이네센에 주둔 중인 모든 경비병에게 무장 대기 명령을 내리고 경장육전병 20명에게 양 웬리를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한편 레벨로는 양의 집에 방문하여 루빈스키가 내민 증거와 고등판무관부의 요구를 설명하고 있었는데, 레벨로가 설명을 마치기도 전에 제국군들이 양 웬리의 집에 들이닥쳤다. 그러자 레벨로는 '양 웬리는 동맹의 시민이니 동맹의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로 메르카츠에게 군함을 함부로 양도했으니 횡령죄라고 주장하며 양 웬리를 체포를 가장하여 제국군으로부터 대피시켰다. 허탕친 제국군은 즉시 고등판무관에 연락을 넣었고 프레데리카는 군복과 블래스터를 챙겨 마음을 다잡는다.

격분한 렌넨캄프는 이렇게 된 거 직속 병력으로 최고평의회 빌딩을 습격하여 생사를 불문하고 양 웬리를 빼앗으려 들었다. 그와 함께 마치 래빗에서 산더미처럼 고기를 쌓아두고 게걸스럽게 뜯어먹고 있는 발터 폰 쇤코프더스티 아텐보로를 체포하려고 했지만 진작에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두 사람은 후라이팬으로 제국군 감시병의 얼굴을 후려친 뒤 도망쳤다. 제국군은 즉시 추적했지만 라이너 블룸하르트가 지휘하는 로젠리터 연대가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로 제국군이 탄 비행 자동차를 격추하고 비행접시를 타고 나타나 앞길을 막았다. 쇤코프와 아텐보로는 프레데리카를 데리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레벨로는 아무리 제국군이라도 최고평의회까지는 습격하지 못하리라고 안심하고 있었지만, 양 웬리는 이렇게 되었으니 동맹을 떠날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반중력 부스터를 입고 날아오른 제국군 병사들이 창문을 깨부수고 무력으로 양 웬리를 납치했다. 렌넨캄프는 죽이지 말고 이곳으로 연행하라고 지시했고 제국군은 양 웬리에게 반중력 부스터를 입힌 뒤 그대로 끌고 갔다. 로젠리터가 나타나 무력으로 양 웬리를 구출하려고 했지만 제국군도 증원군을 보냈기 때문에 하이네센폴리스 상공에서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졌다. 이렇게 되자 양 웬리를 연행하던 병사들은 로젠리터에게 빼앗기기 전에 어느 빌딩 위에 착륙하여 사살하려고 했지만, 양 웬리는 마지막 소원으로 우주력 870년산 백포도주를 마시고 싶다는 엉뚱한 요구를 하더니 블래스터를 발포하는 타이밍에 맞춰 위로 높게 뛰어 광선을 회피했다. 그런데 부스터를 조작하는 법을 몰라서 공중에서 버둥대는 꼴이 되었고 다시 죽을 위기에 몰리지만 프레데리카가 나타나 병사들을 사살하고 양 웬리를 구출했다.

7.3. 렌넨캄프 납치

죽을 위기에서 살아남은 양 웬리는 반격으로 렌넨캄프를 납치하기로 한다. 증원군도 물리친 블룸하르트도 쇤코프의 연락을 받아 움직인다.[32] 양 웬리는 렌넨캄프를 납치하기 앞서 최고평의회 빌딩으로 돌아와 우리는 렌넨캄프 상급대장을 인질로 잡아 수도를 탈출할 테니, 동맹정부는 렌넨캄프가 인질로 잡혀 양 일당을 붙잡지 못했다고 변명하고, 제국에게는 부디 양 웬리를 체포해 달라고 빌라고 조언했다. 그러면 모든 책임은 양 웬리에게 돌아가고, 동맹과 제국은 양 웬리라는 공통의 적을 두게 되니 제국에게 할 변명으로 이보다 더 좋은 수는 없다. 레벨로는 그러면 두 번 다시 조국 땅을 밟을 수 없다고 걱정했지만 양 웬리는 오랜 기간 신세를 졌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제국 고등판무관부가 있는 호텔 샹그릴라 150층으로 침입을 시도한 로젠리터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렌넨캄프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한다. 렌넨캄프는 2정의 블래스터로 정확무비한 사격을 퍼부어 단번에 로젠리터 대원 4명을 사살했다. 반면 로젠리터는 렌넨캄프가 죽었다가는 곧바로 황제의 분노를 살 테니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는 상황. 우물쭈물하다가는 곧바로 제국병들이 들이닥칠테니 로젠리터는 막무가내로 다시 한 번 뛰어든다. 렌넨캄프는 사격하여 로젠리터 대원을 사살하지만 한 명이 죽는 사이 블룸하르트가 나타나 렌넨캄프의 배에 니킥을 날려 제압하고 도주한다. 로젠리터는 지하에 마련한 비밀 아지트에 렌넨캄프를 감금한다. 그런데 렌넨캄프는 기절한 척하며 병사들이 구속구를 찾으러 나갔을 때를 틈타 자살을 시도한다. 양 웬리가 자신을 무기 삼아 수도성 탈출을 꾀하거나 제국과 교섭에 나서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라인하르트에게 죽음의 책임을 동맹정부에 물어 우주를 통일하라고 외치며 옷으로 올가미를 만들어 목을 매 죽었다. 뒤늦게 렌넨캄프의 죽음을 파악한 양 웬리는 렌넨캄프의 죽음을 공표하지 않고 수도성 탈출을 서두른다. 록웰은 카젤느만은 그만둬서는 안 된다고 말렸지만 카젤느는 무시하고 가족들과 함께 양 웬리에게로 돌아갔다. 탈출한 양 웬리는 메르카츠가 숨어 있는 다얀 칸 기지에 숨었는데, 이때 쇤코프가 마중나온 카테로제가 내 딸이라고 밝혀서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7.4. 제국의 선전포고

렌넨캄프가 실종되자 은하제국군 최고 간부들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에르네스트 메크링거는 렌넨캄프의 비행을 고발하는 라첼 대령의 영상과 선처를 요구하는 조안 레벨로의 영상을 보여준 뒤 회의를 시작했다. 오베르슈타인을 제외한 나머지 간부들은 양 웬리에게 우호적이었으며, 하이드리히 랑은 주제넘게 회의에 끼어들었다가 오스카 폰 로이엔탈의 분노를 사 쫓겨나고 만다.

며칠 후, 칼 로베르트 슈타인메츠가 렌넨캄프의 시신을 회수하였다. 라인하르트는 여전히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마지막 회의에서 이미 저항할 여력이 없는 동맹을 징벌하는 것은 동맹 시민은 물론 제국 신민의 비난을 받을 수 있으며, 싸움의 시대는 끝났으니 건설에 힘을 쏟겠다고 발언하여 동맹의 죄를 유예하겠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전란을 바라고 있던 비텐펠트는 열렬히 출병을 탄원했고, 라인하르트는 마음을 바꿔 전쟁과 페잔 천도를 결정한다. 한편 바렌과 함께 귀환하고 있던 율리안 민츠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곤란해졌지만 바렌의 책임 하에 별다른 위해 없이 오딘을 견학하고 귀환할 수 있었다.

11월 10일, 라인하르트는 어떠한 사정이 있었다 해도 황제의 대리인인 렌넨캄프 판무관을 해하는 것은 황제를 해하는 것과 같다는 논리로 바라트 화약을 파기하고 전쟁을 선언했다. 동시에 페잔 회랑을 통해 무수한 제국군 우주함대가 동맹령으로 쇄도했다. 제국군의 침공을 보고 양 웬리는 고민을 끝내고 독립을 선언한 엘 파실로 향했으며, 조안 레벨로의 요청을 받아 알렉산드르 뷰코크가 현역으로 복귀하였다. 그리고 침공하는 제국군과 함께 동맹령으로 귀환한 율리안도 양 웬리가 있는 엘 파실로 향했다.


[1] 로젠리터 연대는 제7차 이제르론 공방전 직후부터 양 웬리 개인에 대한 충성을 바치고 있었고, 버밀리온 성역 회전 이후부터는 거의 사병에 가까운 수준이었다.[2] 훗날 발터 폰 쇤코프가 ‘정열은 있어도 정략과 전략은 없는’ 엘 파실 독립정부에 합류하면 그들은 양을 최고 지도자로 추대할 거라며 독립정부에 합류를 권유하자, 양 본인은 최고 지도자가 군인인 민주공화정이 어딨나면서 지도자가 되기를 거부했다. 그 말에 쇤코프는 ‘양은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어차피 양 웬리 본인도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언젠가는 군에 복귀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걸 쇤코프가 은연중에 깨닫고 내심 기대를 가진 게 원인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양 웬리는 바라트 화약 이후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동맹을 구하기 위해 버밀리온 회전이 끝난 시점부터 이미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놓았으며 이 계획은 5년쯤 뒤에 본격적으로 실행될 예정이었다. 즉 아무리 양 웬리가 민간인 행색을 해도 향후 계획에 따라 군인으로 복귀하게 되어 있었던 상황이다.[3] 실제로도 군 고위 장성이나 국가 수반, 차관급 이상 인사들은 퇴직하더라도 예우상 이전에 맡던 직위를 호칭으로 부른다.[4] 다만 작가는 작중 등장인물의 계급 같은건 안 따졌을 가능성이 높다. 각종 암살 및 암살미수사건 등에 대해서도 직위는 붙이지 않기 때문. 라인하르트에 대한 암살사건들도 그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암살미수사건이라고만 하지 라인하르트 1세 암살미수사건이라 하지는 않았다.[5] OVA 묘사에는 시위를 벌이는 자국 시민을 제압봉으로 공격하는 경찰대의 모습을 보고 제국 군인이 황당해하는 모습까지 등장한다.[6]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때까지만 해도 레벨로는 양 웬리의 우군이였다. 물론 이 때도 양이 나라를 뒤엎어 버릴까 걱정하는 모습을 은근슬쩍 보인다.[7] 그런데 오베르슈타인은 심복 안톤 페르너에게 '맹금'은 멀리 두면 위험하니 눈에 보이는 곳에서 쇠사슬로 묶어놓아야 한다고 로이엔탈 임명에 반대한 진정한 이유를 밝혔다. 이는 후세의 창작이라는 설도 있었다.[8] 이 계획에 대해서는 바라트 성계 자치령 문서를 참고.[9] 다만 연금을 받으며 일을 하지 않고 놀고먹는 생활은 양 웬리가 이전부터 가장 갈망하던 것이었기에 말이 위장이지 양 웬리 본인은 매우 흡족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10] 그래서 이 계획에 관한 문서는 남아있지 않고, 두세 명의 증인을 통해 후세에 전해졌다. 작중에서는 양 웬리 부부와 카젤느 부부 네 사람만 알고 있었던 일이니, 원작에 명시되진 않았어도 프레데리카 그린힐과 카젤느 부부가 증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11] 60척의 함대를 500척이라 과장한 마스카니도 한심하지만, 어떤 장병은 상대의 규모를 대략 5,000척이 넘어갔다고 진술하는 등 혼란스러웠기에 마스카니의 증언이 객관적이라 인정받게 되었다.[12] 당연히 동맹 정치인들의 이런 파렴치한 행위에 제국인들조차 혐오를 감추지 않았다. 아래의 라첼 대령도 이 정치인들의 밀고장을 들먹이는 렌넨캄프에게 이들은 양 웬리에 의해, 여러 번 위기를 모면한 주제에 손바닥 뒤집듯 은인을 팔아치우는 추하기 짝이 없는 작자라고 할 정도.[13] 첫 번째 부분은 양 웬리 자신이 이미 하고 있었고, 두 번째는 결과적으로 그런 셈이 되었으며, ‘제국의 적’이라는 세 번째 항목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양이 독재자가 되려고 한 것은 거짓이었다. 그는 끝까지 문민 지도자 밑에 있었다.[14] 을지서적판은 번역자가 개신교인이라 그런지, 이 부분에 라첼 대령이 ‘예수를 배신한 유다 같은 자들’이라 비난하는 걸로 의역했다. 은영전 작중 인물들이 기독교가 뭔지 알고 있긴 하지만, 극중 인류에게는 그저 사라진 옛날 종교로 알고 있는 수준이다. 오죽하면, 양 함대가 13함대라는 번호를 받은 것이 재수없다 하는 것도 ‘먼 옛날 지구에서 한 종교의 교주가 13번째 제자에게 배신당해 갑자기 사라졌고, 이로 인해 13이 불길함의 상징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어서 그렇다’고 할 정도이니 라첼이 난데없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15] 물론 이에 대해서 로이엔탈은 ‘양은 렌넨캄프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라첼 대령의 보고는 전혀 믿지 않고 일일이 트집을 잡아댔으면서 근거도 없는 밀고장은 곧이곧대로 믿어, 양 웬리에게 엉터리 죄를 뒤집어 씌우고 그를 제거하라고 부하들까지 닥달한 렌넨캄프의 모습은 확실히 도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부하인 라첼 대령조차 직속 상관인 렌넨캄프에게 반감을 품었고, 결국 렌넨캄프의 사후 그가 저지른 음모를 상세하게 증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것도 손수 스스로 나서서 증언하자 조사관으로 온 뮐러가 '자네의 증언이 렌넨캄프 판무관에게 불명예가 될 수도 있네'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라첼이 '상관이 무고한 이를 거짓 음모로 해하려고 하셨으니, 이는 스스로 불명예를 만든 것'이라고 하자 뭐라 반론하지 못했고 라첼의 증언을 세세히 기록한 뒤 카이저와 군상층부에 보고하게 된다. 직속 부하조차 편을 들어주지 못할만큼 매우 경솔한 처사였던 것. 비단 라첼 대령뿐만 아니라 비텐펠트는 양의 렌넨캄프 납치극 및 도주에 대해 정당방위라고 일축했고, 로이엔탈도 렌넨캄프를 두고 이건 제국을 위한 모략도 아닌 그저 일개 시민으로 돌아간 퇴역군인을 무고한 것이라고 했으며, 미터마이어는 비록 속마음이었지만 황제의 기대를 저버린 렌넨캄프에게 도리어 죄를 물어야한다고 생각할 지경이었다.[16] 양 웬리가 메르카츠를 도주시킨 것은 바라트 화약과 반평화활동방지법이 제정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법률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법을 소급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17] 비서관이 군무상서에게 통신이 왔다고 하자 잠깐 뜸을 들이다가 "군무상서? 아, 오베르슈타인 원수 말이로군..." 이럴 정도였다.[18] 양 웬리는 레벨로가 자기를 칭찬하는 게 아니라 묘비에 새길 글귀를 읊고 있다고 느꼈다.[19] 계급이 대위인 이 장교는 양 웬리를 사살하기 전에 조국의 번영과 생존을 위하여 영웅인 당신이 희생해야 하니 영광으로 알라는 둥, 양 본인에게는 조금도 먹혀들지 않을 온갖 개소리를 늘어놓았다.[20] 그 와중에도 양은 마지막 바람은 없냐는 말에 있을 리가 없는 우주력 870년산 백포도주를 달라고 하는 등 심사가 뒤틀린 모습을 보였다.[21] 장교가 블래스터를 발포하는 순간 의자와 함께 바닥에 쓰려졌다. 후일 양을 아는 사람들은 그 행동을 양이 한 것 치고는 훌륭했다 평했다고 한다.[22] 로젠리터의 명성은 결코 허상은 아니지만 선전을 위해 이들의 명성이 약간 과장되어 알려지기도 했다.[23] 본래 이곳은 개인이 보유한 건물이었는데, 완공 직전 소유자가 파산하여 내장 공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채 폐건물이 되었다.[24] 1개 함대면 행성 하나 쯤은 그냥 봉쇄하고, 함대의 육상부대를 내려보내면 못 해도 10만 명은 투입할 수 있다.[25] 거의 도륙에 가까운 상황이 펼쳐지자 한 어린 제국 병사 하나가 쇤코프에게 돌진하였고, 쇤코프는 간단하게 무기를 쳐 떨어뜨리게 한 뒤 이 병사에게 애인이 있냐 묻고는 ‘애인이 있다면 함부로 나서서 목숨을 재촉하지 말라’며 계단 밑으로 밀어버렸다. 쇤코프와 로젠리터 입장에선 필사적인 제국군을 아주 여유롭게 상대하고 있었던 셈이었다.[26] OVA에선 토마호크에 끔살당하는데 한명은 목이 잘려나갔다. 나중에 잠 중장이 와서 하필이면 목이 잘려나간 그 장교의 머리없는 시체에 가득 고인 피를 밟으며 "판무관 각하는 어디에 계시는 거냐!"라고 말하며 더 시체가 강조되는 효과를 보였다.[27] OVA에서는 블룸하르트와 부하가 동시에 덤벼들어 렌넨캄프가 잠깐 당황하는 틈에 쓰러뜨린다.[28] OVA에선 그를 묶던 끈을 사용했고 후지사키 류 코믹스에서는 입고있던 군복의 스카프를 이용해 자살했다고 나온다. 기본적으로 죄수를 수감할 때는 자살에 쓰일 가능성이 있는 끈이나 날붙이 종류 등은 모조리 압수하는 것이 원칙임을 생각하면 관리가 허술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물며 중요한 포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로젠리터 연대가 평소 포로나 죄수 관리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발생한 실수로 보이며, 원작에서는 목을 맨 밧줄을 구한 경위가 나오지 않는다.[29] 하이네센을 무사히 빠져나온 양 일행은 이 캡슐에 렌넨캄프의 사망 경위에 대한 정보를 함께 집어넣고 그대로 우주 공간에 배출했으며, 차후 제국군이 이를 발견하게 된다.[30] 뷰코크는 이미 퇴역 후 요앙 중이므로 함부로 연락했다가 뷰코크의 입지가 악화될 것을 우려한 반면, 카젤느는 깃발 색이 뚜렷하고 양이 연락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양과 카젤느 사이에 밀약을 맺지 않았겠냐고 의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31] 진짜 이유는 경거망동하여 카이저의 기대를 저버리고 신 왕조의 권위를 떨어트렸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미터마이어는 마음 속으로 렌넨캄프는 바라트 화약으로 일시적이나마 찾아온 평화를 스스로 깨트리고 신 질서 건설에 필요한 시간을 빼앗았으며, 황제의 기대를 저버리고 신 제국의 권위를 떨어트렸으니 원수로 승진할 수도 없고 도리어 사후 강등으로 죄를 물어야한다며 렌넨캄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32] 이때 쇤코프와 블룸하르트가 나눈 대사는 원작에서 반플리트 성역 회전에서 나눈 대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