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020년 12월 28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 인근의 둘레길에서 발달장애인 장준호(당시 21세)씨가 실종되었다가 90일 만에 끝내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
2. 산책길에 실종된 아들
2020년 12월 28일 오후 4시 30분경 장씨는 어머니와 모처럼 산책을 위해 한강변에 있는 행주산성 근처 둘레길을 찾았는데 고양시 인재개발원에 차를 세우고 함께 산책을 시작해 행주대교를 지나 김포대교 방향으로 한강변을 따라 산책했다. 이 일대는 산책길은 잘 나 있었는데 산책길 옆이 공원 예정부지였기 때문에 공사가 진행되던 허허벌판으로 사람들이 잘 찾는 곳은 아니었다. 또 김포대교 아래는 산책로가 더 이상 조성되어 있지 않아 포장도로가 끊기고 덤불과 잡목만 있어서 일반인들이 잘 오지 않고 철책선에 가로막힌 사실상 막다른 곳이다. 여기에 한강과 자유로가 양쪽을 감싸고 있다.이런 곳에 온 이유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이라는 상황 때문이 컸다. 복지관을 이용하려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중증 자폐성 장애로 인해 전염병이 뭔지, 검사가 뭔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여 왜 콧속에 면봉을 찔러넣어 고통스러워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던 그는 한 번 겪어 본 뒤 검사를 결단코 거부했기 때문에 복지관도 이용할 수 없어서 결국 어머니가 직장에 장기휴가를 내고 돌봤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씌워 줘도 틈만 나면 벗어 버려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곳, 사람이 많은 곳에는 데려갈 수도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어디에도 가지 못하던 그는 매우 답답해했고 집에만 갇혀 있던 아들을 탁 트인 곳에서 마음껏 뛰놀게 해 주고 싶었던 어머니가 이런 곳을 택한 것이다.
잡기 놀이와 숨바꼭질을 좋아하던 장씨는 어머니를 앞질러서 뛰어갔고 거리가 벌어졌다. 오랜만에 밖에 나와 본인도 그날따라 너무 즐거웠던가 보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장씨는 집안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에너지를 분출하느라 걷다 뛰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아들을 쫓던 어머니의 체력이 바닥났다. 어머니는 굳이 달려서 쫓지 않았는데 발달장애인인 장씨는 그렇게 쫓아가면 자신을 잡으러 온다고 생각해 더 심하게 미친 듯이 뛰어 달아나며 차가 위험한지도 모르고 차도로 뛰어들기도 하는 일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르면 알아듣고 어머니에게로 돌아와 따라오곤 했기 때문에 그날도 어머니는 “집에 갈 거야, 빨리 나와!” 하고 뒤로 돌아서 천천히 돌아나왔다.
그런데 오후 4시 30분경 산책로 맨 끝인 김포대교 아래쯤에서 어머니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장씨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 어머니를 더 이상 따라오지 않은 것이다. 집에 가자고 하면 되돌아오는데 그날만큼은 이를 거부하고 더 앞서서 뛰쳐나가다가 실종되어 버렸다.
3. 수사의 진행
3.1. 수색 시작
아들을 찾지 못한 어머니는 당일 오후 6시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산책로는 샛길을 통해 고양시 덕양구 신평IC 자전거도로로 이어지는데 인근 현장과 다른 출입로 폐쇄회로 CCTV에는 장씨의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산책로 끝 덤불 밑 구덩이를 넘어 어디론가 넘어간 발자국을 마지막으로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은 전담반을 꾸려 장씨가 실종된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을 벌이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긴급재난문자 등으로 실종자 정보를 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사정했지만 경찰은 법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CCTV 확인, 수색견 소집, 드론 사용에도 절차가 있어 좀처럼 빨리 되지 않았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 꼬박 하루, 꼬박 이틀이 걸리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는 사이 골든 타임은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사건 발생 지점은 주변이 막혀있는 곳, 옆은 강이고 다 뚫려 있는 상태인데 철책을 넘어서 우회해서 갈 수도 있고 오른쪽은 자유로다. 교각 밑에서 가로막힌 철책을 따라 한강의 반대편으로 향하면 자전거도로가 나오는데 이곳 CCTV에서 장씨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CCTV에 찍히지 않은 채 자유로로 올라섰을 가능성 혹은 강에 빠져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었는데[1] 길을 헤매다 산책을 시작했던 지점으로 되돌아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 큰 대로로 올라왔다면 어떻게든 신고됐을 것이다. 어머니의 눈을 피해 진입했던 길로 다시 되돌아갔다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을 거쳤을 텐데 그를 봤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발달장애인 실종 10일째'…실종 장소 가보니[르포]
장씨는 혼자 길을 다닌 적이 없었던 데다 평소 집과 보호기관 외에는 다니는 곳이 없어서 낯선 곳에서 혼자 집을 찾아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원래 보호자의 연락처와 거주지가 적힌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설상가상으로 실종 며칠 전 끊어져 버렸고 미처 새로 구입하지 못했다. 발달장애인은 일반인에 비해 낯선 사람과 의사소통하기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아무나 붙잡고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으며 용기를 내 남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쳐도 실제 도움을 받는 것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인식표를 달았으면 찾지 않았느냐 하는데...저희 (발달장애) 아이들은 좀 이상하잖아요. 사람들이 두려워해요. 겁나고. 덩치도 크고 말도 못 하는데 누가 와서 관심 가져주지 않는단 말이에요. 다 피하지. 그러니까 길을 잃었어도 누구 하나가 도움을 청할 수도 없고." - 장씨의 어머니
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도 장씨를 찾기 위해 고양경찰서 실종 전담팀에게 수색이 필요한 경로와 관련해 자문하고 수색에 나서는 등 협력했다. 경찰과 소방구조대 인력뿐만 아니라 사건 초기엔 지역 맘카페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고 며칠 후부터는 민간 수색 봉사단도 참여했다. 연인원 4천여 명. 인명구조협회 관계자들은 드론까지 띄워가며 수색에 나섰지만 소득이 없었다. #
3.2. 실종자 점퍼 발견
어머니는 혹시 아들이 발견하면 먹을까 싶어 자주 오가던 길 전신주에 좋아하던 과자들도 걸어 뒀지만 그대로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평소에 믿지 않던 풍수가의 말까지 들어가며 아들을 찾던 중 사건 발생으로부터 약 2주가 지난 2021년 1월 11일경 한강 김포대교 북단 강변에서 실종된 아들의 점퍼가 발견되었다.
어머니가 써 둔 장씨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실종자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점퍼가 발견된 곳은 둘레길을 벗어난 강변으로, 실종 지점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이다. 이곳은 일반인 출입을 막기 위해 철책이 설치돼 있었으나 철책 일부가 뜯겨 있어 넘어갈 수 있었다.
경찰은 강변에서 점퍼가 발견된 데다 당시 점퍼는 완전히 물에 젖어 그 물기가 1월 혹한에 꽁꽁 언 채 뒤집어진 상태였고 주머니에선 진흙 덩어리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결국 강물 속 실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색을 진행하였다. 감식 결과 물에 휩쓸린 장씨의 몸에서 옷이 벗겨져 강가로 떠밀려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수색견도 사람을 발견하거나 목표물의 냄새가 맡아질 때 짖기 시작하는데 이 사건에 투입한 수색견 미르가 유일하게 짖은 위치도 장씨의 마지막 발자국이 찍혀 있었던 인근 물가 주변이었다고 한다. 미르는 정확히는 ‘채취증거견’으로 사체 냄새에만 짖도록 훈련된 개라고 한다. # 어머니는 이 소식을 듣고 그만 실신하여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다.
이 소식에 이재준 고양시장과 한준호 고양시 을 국회의원도 SNS에 관련 글을 올리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배우 오윤아 역시 관련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2]#
하지만 연이은 강추위에 한강이 얼어붙은 데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얼음덩이들이 일대를 뒤덮으면서 수색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얼었던 강이 녹은 뒤에는 강풍 때문에 파도가 너무 치고, 이후에는 뻘 때문에 시야가 안 나오고...악조건이 줄을 이었다.
실종으로부터 한 달이 지나고 해가 바뀐 2021년 1월 말까지 장 씨를 발견하지 못하자 경찰은 수색 작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실종 40일째인 2월 초에도 수색이 이어졌다. 민간수중드론업체의 도움으로 수중드론도 투입했다. 투입 장소는 유속이 빠르고 와류 위험이 있어 구조보트나 잠수부 투입이 어려운 산곡수중보로 2018년 8월 보트 전복으로 소방대원 2명이 숨지기도 한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3월이 다 지나가도록 그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였다.
3.3. 시신 발견
실종 3개월 만인 3월 27일 오전 장준호가 한강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결국 사건은 비극으로 끝났다. # 실족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한강에서 조업을 하던 어부의 그물망에 시신이 걸렸다고 한다.시신 발견 지역은 실종 지역에서 8km 떨어진 곳인 일산대교 인근이었다. 실종 당시 입고 있었던 신발과 옷을 그대로 착용하고 있었고 두 차례 지문 확인과 유족 등을 통해 같은 날 오후 본인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
4. 기타
- 어머니의 번호로 “당신 아들은 이미 죽었다”, “당신이 아들을 죽인 거 아니냐”는 등의 막말을 퍼붓고 장난 문자[3]나 보이스 피싱 등을 시도하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나타나 가족의 마음에 극심한 고통을 줬다. 장씨는 다른 사람의 말은 알아듣지만 본인 스스로는 '엄마'라는 단어 외에는 언어구사가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이었으며 전화기 이용조차 하지 못하는 수준의 지능이었다. 그렇기에 '나 준호인데 어쩌구저쩌구' 하는 류의 문자와 전화에 가족이 속지는 않았지만 참 나쁜 인간들이라는 소리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장씨가 다니던 복지관의 관계자도 어머니는 정말 지극정성인 분이었다며 이런 짓을 하는 인간들에게 분노했다.
- 심지어 부모가 장애인 돌보기 귀찮아서 일부러 애를 갖다버리고 잃어버린 척하는 것 아니냐며(!) 엄마가 범인이 아니냐거나 보험 가입한 거 없나 조사해 보라는 방구석 코난들도 나타났다.[4] 이에 어머니는 장애인은 애초에 보험 가입도 안 된다며 울분을 토했다. # 실제로 생명보험은 당사자 본인의 의사표현이 명확하고 효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바 책임능력과 행위능력이 제한되는 15세 미만 미성년자, 심신상실자, 심신박약자는 들 수 없다. 보험사기의 희생양이 되기 너무 쉽기 때문이다. 이들의 계약과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채권과 채무는 일체 무효로 간주된다.[5] 중증 발달장애인이었던 장씨는 당연히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의심은 장애인 실종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자주 나오는데 아이가 없어져 신고하러 갔더니 경찰이 수색보다 부모 조사부터 먼저 하는 분위기라 황당했다는 증언도 있고(잠깐만 놓쳐도 실종... 매일이 불안한 발달장애인 부모) 청주 여중생 조난 사건[6] 발생 초기에도 이런 악플이 많이 달렸다.
좋아했지
누군가 날 찾으러 온다는 기쁜 긴장감
두근거리며 두근거리며
날 찾기를 바라고 숨었어
덩치가 커서 숨을 곳도 별로 없었고
금방 날 찾기를 바랐기에
아주 외진 곳에 숨지도 않았어
그날은
엄마가 금방 날 찾지 못했어
난 금방 찾을 곳으로 옮겼는데
점점 멀어져가는 세상
나는 걷고 또 걸었어
세상이 날 금방 찾을 곳으로
발을 헛디뎌 까무룩 물속에 잠길 때까지
걷고 또 걸었어
세상이 날 금방 찾을 곳으로
코로나도 안 코로나도 똑같애
우린 늘 그랬으니까
그럼 이제 안녕||
- 이 사건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건 이후 재난문자 관련 법이 개정되어 실종자 관련 정보도 보낼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다만 건강한 성인은 제외되며 18세 미만 아동, 치매 노인, 정신 및 발달장애인이 실종되었을 때만 대상이다.[7] 효과는 엄청났는데 시행 한 달 만에 12명이나 되는 실종자를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으며 단 9분만에 찾은 사례도 있다. #
- 장준호는 아버지도 형제도 없이 어머니하고만 둘이서 살았다고 한다. 즉 어머니는 서로에게 서로뿐인 유일한 가족을 허망하게 잃은 것이다. 안타까움을 더하는 대목이다.
- 자폐성 장애인은 인지력이 낮다 보니 위험을 자초하여 사고를 당하는[8] 일이 워낙 많아 수명이 매우 짧은 편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더 심해서 평균 사망연령이 겨우 23.8세다. # 그리고 장준호는 21세였다. 안타깝게도 그 역시 이 비극적인 '평균'에서 예외가 되지 못했다.
- 코로나19는 비슷한 사건들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발달장애인은 마스크를 견디지 못하는데 마스크 없이는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는 시국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가 사회적 고립을 당하고 결국 이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은 이 사건 외에도 여러 건 발생했다. 장씨의 어머니가 그랬듯 시설 이용이 어려워지니 장애가 있는 자녀를 돌보기 위해 보호자가 직장을 쉬다가 결국 그만두거나 그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지는 가정도 생겼다. 집에만 갇혀 지내다가 너무나 답답한 나머지 견디다 못해 창 밖으로 뛰어내렸다가 그대로 추락사한 장애인이 2020년 8월부터 10월까지 단 두 달 사이 서울에만 3명 있었을 정도였으며 심지어 살인 피해자가 된 사건도 있었는데 끔찍하게도 가해자는 다름아닌 부모였다. 독박 돌봄을 견디지 못하고 자식을 제 손으로 죽인 후 자신도 곧바로 목숨을 끊었다. #
5. 둘러보기
[1] 이후 전개를 보면 안타깝게도 결국 이렇게 된 듯하다.[2] 특히 똑같이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키우는 입장인데다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도 과거 LA에서 아들을 잠시 잃어버렸었다고 회상했다.[3] ‘충격받지 마라, 준호가 납치되는 걸 내가 봤다’, ‘똑같이 생긴 애가 술 먹고 난동부리는데 어떻게 할 거냐’, '실종지역에서 고기를 구우면 냄새 맡고 찾아오지 않겠냐', 새벽 늦게 술 먹고 술주정, 욕설 전화...[4] 그러나 사실 장애인이라고 자식을 포기할 사람이라면 21년을 키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진작에 시설로 갔지...[5] 상법 제732조, 15세미만자등에 대한 계약의 금지. 15세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 다만, 심신박약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제735조의3에 따른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때에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1962. 12. 12., 1991. 12. 31., 2014. 3. 11.>[6] 이 사건은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끝났다.[7] 그래서 실종자가 만 18세 이상이었던 분당 고교생 실종 사건에서는 보내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실종자가 스스로 모습을 감춘 직후 곧바로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보내졌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겠지만...[8] 비장애인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차도에 뛰어드는 것, 물속에 들어가는 것, 베란다에서 몸을 밖으로 내미는 것, 여러 약들을 한꺼번에 삼키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다. 이런 위험한 행동들을 실제로 했다가 교통사고, 익사, 약물 과다복용, 추락사 등으로 중태 또는 죽음에 이른다. 그래서 사망 원인 1위가 '고의적 자해'다. 사실상 자살이지만 인지능력이 낮아서 죽음이 뭔지도 모르는 수준의 사람이라면 애초에 죽음을 의도하지 않았으므로 그런 말을 쓸 순 없으니 부득이하게 사고로 취급되는 것이다.